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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쇳밥일지
- 행운은 어떻게 찾아올까? 최근 내가 만난 젊은 친구 중 갑자기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 '김동식', 가수 '이승윤', 이 책을 쓴 '천현우'. 물론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진 것은 맞는데 그렇다면 왜 그 많은 사람중 그들은 어떻게 행운을 잡았을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남들이 뭐라하던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시간과 노력의 축적이다. 남이 뭐라하던 쓰고, 노래하고, 제 할 일을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다고 유명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물론 유명=행운이라는 말은 아니고, 유명=행복도 아니다. 요즘 젊은세대가 힘들다고 한다. 우리세대도 힘들었다. 힘들지 않은 세대가 어디있는가? 내 세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업화의 불길이 활활 타올르고 대기업이 우수죽순 격으로 만들어지던 때였다. 덕분에 취업자리는 많았다. 또 조금만 운이 좋았다면(내경우) 대기업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면 뭐하나? 오래 남아 커리어여성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말이다. 각 시대 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시대적 상황과 풍토가 있다. 다행히 그 파도를 잘 타고 넘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도와 함께 무인도로 쓸려간 사람도 있고 파도와 싸우다 바닷속으로 침몰한 사람도 있다. 운이 없거나 배경이 없거나 재산이 없거나...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알고 보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위치에 있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건 있다. 그리고 잘 하는 것도 있다. 뭐든 한가지를 꾸준히 한 사람은 결국은 행운을 잡는다.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도, 유명해 지지 않아도 돌이라도 매일 줍는 사람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행복은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매일 행복하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사랑도 연습, 행복도 연습, 천국도 연습이다. 매일 연습한 사람만 그것이 축적되어 사랑의 결과물, 행복의 결과물, 천국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결과물이 드러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연습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 갈 뿐이다. 천현우는 요즘 청년이 어떻게 어려운지 그 상황을 직접 겪었고 그걸 유려한 문체로 전해 주었다. 그가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전문 작가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독자들은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고 고맙다. 노동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둠 속에서 법의 헤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다. 매년 2000가량의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 천현우도 부상을 당했고 여러번 위험에 처했지만 적절히 처우받지 못했다. 노동환경도 부적절하고 사고시 처우도 부적절한게 현재의 노동현장이다. 김용균 사건 이후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을 고친다고 노동현장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태원참사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위험은 어는 곳에나 있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암튼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나라가 되어야 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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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대원 모집] “지리산 華엄사 옛길을 踏사하다”
- 지리산 華엄사 옛길을 踏사하다 화엄사, 국립공원과 함께 구례에 흩어져 있는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의 옛암자터를 답사하고, 절과 암자를 이어주던 옛암자길도 답사합니다. 옛암자터와 옛산길 답사에 관심 있으신 분, 불교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 화답 대원으로 모십니다. - 모집인원 : 10명 - 1차 모임 일시와 장소 : 2023년 2월 14일(화) 오후2시, 화엄사 박물관 - 물어보기 : 061-783-6547. 010-4029-5910 지리산사람들 ․ 화엄선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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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편지 : 유우야와 갈토] 반려 생물로부터 얻은 자기 통찰!
- 디자인.칩코 <갈토에게> 갈토~ 대한을 맞이하며 두번째 편지를 보내요! 먼저, 늦었지만 갈토의 속상했던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고 싶을 만큼 생일 축하해요. 제가 생일 전날 편지를 보낸 건 1월 중 가장 잘 한 일이 되었어요. 뿌듯합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갈토가 던져 준 '느긋하게 산다는 게 어떤건지' 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오늘, 문득 창 밖에 내리는 눈들을 보다가 반짝 떠올랐어요. 생명력이 있는 자연과 현재 이 순간 함께 있음을 느낄 때가 바로 느긋함 아닐까! 하고요. 그 순간이 선처럼 이어진다면 느긋하게 일상을 보낸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까요? 지리산을 떠나 본가인 인천에서 지내는 요즘엔, 주로 하늘에 뜬 것들로 자연을 만나요. 그래서 그런지 눈과 함께 현재를 느끼는 소중한 경험도 해보네요. 인천이라니, 갈토와 꽤나 가까이 살아서 놀랐지요? 설명을 드리자면, 저도 지리산에서 살고 싶은데 인연이 닿는 집이 좀체 나오질 않아요. 산내라는 마을을 통해 지리산을 만났고, '지리산방랑단'을 하면서 그 외에 다른 지역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구례에서 느꼈지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구례는 읍내가 있는데 적당히 상점이 늘어진 거리와 뒤에 펼쳐진 산들이 한적하고 맘에 들었어요. 저는 어느정도 번화된 곳을 좋아해요. 도시와 시골의 중간 느낌이랄까요. 시골집에서 흔히 만나는 벌레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가 유독 무서워 해요. 게다가 마을 곳곳에는 풀려 있는 개가 정말 많은데요. 개의 레이더에 걸렸다, 심지어 나를 향해 달려온다... 이러면 뭐ㅎㅎ 평소 위아래로 뛰던 심장이 앞뒤로, 몸 밖으로 뛰쳐나왔다 들어갔다 해요. 지난 날 개가 공격하지 않고 겁만 주고 간 것에 감사합니다... 인간동물들은 '말'하면서 서로 의사를 확인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저와 소통 방식이 다른 생물과는 제가 그들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걸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두려운 것 같아요. 제가 두려워하기엔 그 작은 생물들보다 덩치가 훨씬 큰 게 아이러니지만 벌레와 닿는 촉감이 낯설어서 소스라치게 돼요. 외딴 시골일수록 자주 마주치더라구요. 그래서 어느정도 자연과 단절된(...) 읍내에서 살고 싶은가봐요. 갈토의 말처럼 '서울 중심으로 자원과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깊이 공감했어요. 서울은 또 자연과 단절된 부분이 많지요. 제 안에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경험한 권력의 익숙함 또는 자연과의 단절감이 있고, 그 도시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꿈틀대는 대자연을 향한 본능, 간절함이 있어요. 이 두 감각 속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지요. 아무튼 읍내에 있는 집 중에서도 아파트는 돼야 벌레나 풀린 개와의 만남을 회피할 수 있겠죠. 결국 아파트 살 돈이 없는 저는 방랑 이후 안성맞춤 보금자리를 못 구한 채 본가로 돌아왔답니다..ㅎㅎ 아쉬운 대로 지리산에는 자주 내려가는 방법으로 작년을 보냈어요. 약 한 달에 한 번씩 내려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식으로요. 큰 맘 먹고 여름 한동안은 구례 작은 마을의 친구 집에서 지냈는데요, 그 집엔 많은 곱등이 가족들과 애집개미 군단이 있었어요. 부러운 점이 있었어요. 그 집에는 저처럼 여름 한 철 놀러 온 개가 있었거든요. 그는 애집개미들이 우르르 있는 벽면에 철썩 기대어 잠을 자거나, 바삐 움직이는 거미 뒤에 코를 바싹 대고 따라 다녔어요. 강아지 시절부터 봐와서 저와 퍽 가까운 사인데 그땐 거리감이 살짝 들었어요. 결코 따라할 순 없었지만 벌레와 다정할 수도 있는 모습에 뭔지 모를 안도도 했어요. 풀린 개들과 벌레는 아마 오래오래 제 반려생물이 되어 줄 것 같아요. 제가 그들과 언어로 소통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겠지요. 나름대로 해마다 두려움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기에 앞으로도 기꺼이 기회로 받아 보려고요! 갈토도 궁금해요. 어떤 반려 생물이 계실지요! 편지를 마무리 할 때가 되었네요. 갈토의 편지를 읽고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답변하고 싶은 충동과 앉은 자리에서 바로 편지를 쓰고 싶은 들뜬 마음이 있었어요. 갈토가 감사 일기 쓰는 멋진 습관이 부러웠구요. 저도 그 이후 열심히 써 보는 중이랍니다! 오늘은 일기를 적극 추천해준 갈토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곳에 적어 볼게요. 1. 갈토가 제 편지를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2. 오늘 눈이 내려 고맙습니다. 3. 비건 꼬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서 고맙습니다. (어디서 파나요..?) 그럼 갈토, 다음 편지에서 만나요! 조금 느긋해진 유우야 드림 <유우야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오늘은 일찍 깼어요. 꿈 속에서 엄청 헤매다가 ‘이건 꿈이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잠에서 깨버렸어요. 전날 꽤 피곤해서 잘 자야했는데, 다시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뒹굴뒹굴하다가 문득 이렇게 어둠속 에서 잡생각을 할 바에는 유우야에게 답장을 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부터 편지를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났거든요. 유우야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깬건가 싶기도 하네요. 하하하. “생명력이 있는 자연과 현재 이 순간 함께 있음을 느낄 때가 바로 느긋함 아닐까!”라는 문장이 좋아서 곱씹어 읽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이사를 했는데 그 전에는 지층에서 오년간 살았어요. 지층에 살면, 날씨가 좋고 쉬는 날이 참 귀해요. 햇볕이 좋을 때 빨래 해서 밖에 널어야 하고 현관문을 열고 그 앞에 앉아 따뜻한 태양의 기운을 느끼곤 했거든요. 그 문장을 읽으며 그 때 느꼈던 느긋함이 기억났어요. 온전히 나의 몸이 밝은 빛과 따스함으로 연결되는 순간의 느긋함. 그 집이 그립지는 않지만, 그 순간은 그립네요. 얼른 날씨가 따뜻해져서 좀더 가벼운 옷차림으로 햇볕을 만나고 싶어집니다. 저의 반려생물은 수경식물들과 은행목이에요. 내가 어떻게 이들과 살게 되었나를 생각해보니, 대단한 인연이구나 싶어요. 제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대표 취임 축하 화분들이 여러 개 있었어요. 작은 화분들 말고 대형 화분들이었는데, 대표가 변경이 되면서 이전 대표가 받은 축하 화분들을 치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멀쩡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버리는게 너무 아까워서 혹시 내가 좀 가져가도 되는지 물었더니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행운목과 홍콩야자를 만나게 되었어요. 모두 흙에 심어져 있었는데, 제가 차도 없고 큰 화분을 둘 수가 없어서 가지를 잘라서 가져와 행운목은 수경으로 키우기 시작했어요. 홍콩야자는 흙에 키우려고 흙까지 가져와서 심었는데 잘 적응을 못하길래 수경으로 바꿨더니 잘 자라더라고요. 그래서 이 집이 흙보다는 수경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은행목도 사연이 있는데요. 제 자리 뒷 편에 입사하신 분께 지인으로부터 입사 선물로 은행목이 배달되었어요. 저는 처음 보는 식물이고 너무 예뻐서 사랑에 빠질 것만 같았어요. 소비욕이 별로 없는 제가 하나 구입할까 인터넷을 검색할 정도로 참 예쁘더라고요. 선물 받으신 분은 선물을 보고 당황해 하셨는데 자신이 똥손이라 키우는 식물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고, 예쁜데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겨울이 되고, 은행목은 점차 잎이 하나 둘 떨어져 갔고, 나중에는 나무 가지조차 말라버렸어요. 그 분이 퇴사하시게 되었는데, 그 예쁘던 은행목 입사귀가 모두 떨어졌고 죽은 나무처럼 보였어요. 그 분이 은행목을 보시면서, 몇 달간 너무 소진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화분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셨어요. 자신은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하셔서 제가 한 번 키워보겠다고 해서 은행목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저는 몇 달간 은행목을 정말 정성스럽게 보살폈어요. 인터넷에서 은행목 키우는 법을 찾아보고 아침에 출근하면 햇빛을 많이 볼 수 있도록 밖에 놔두고 오후에 햇볕 자리를 보고 위치를 바꿔 줬습니다. 정말 신기하게 초록빛깔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잎이 나기 시작했어요. 물론 처음 은행목을 만났을 때 만큼 풍성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살아났어요. 생명체는 신비롭고 아름다워요. 잎이 사라지고 죽은 건가 쉬는 건가 도통 알 길이 없었는데, 이렇게 짜잔하고 다시 생명의 힘을 보여주잖아요. 3개의 잎이 자라고 열 개가 되는 과정을 보며 마음이 흡족해졌어요. 화분에 영양분을 줘서 더 빨리 자라게 하고 싶기도 한데, 겨우 다시 살아난 은행목이 쉬엄 쉬엄 회복하도록 천천히 시간을 주려고요. 저와 함께 첫 겨울을 맞이하였는데 아직도 푸른 잎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은행목이 초록 빛을 내기까지 저의 특별한 집중 관심을 받았지만 저는 게을러서 관리를 많이 해줘야 하는 반려 식물은 잘 못 키워요. 가끔 물을 주면 되는 다육이라던가 수경식물이 잘 맞는 거 같아요. 저의 적절한 무관심이 이 식물들과 잘 맞아요. 하루에 한번 볼까 말까 하다가 좀 시들해보이면 물이 없어서 말라 있으면 새 물을 채워줍니다. 물을 갈아 줄 때 홍콩야자의 새끼잎사귀가 자라는 거 보면 신기하고 너무 귀여워요. 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들과 지냅니다. 집에 초록이 들이 많아서 좋고 특히 수경식물이 가습 효과가 좋고 여름에 집 온도 낮추는데도 좋다고 전기도 덜 쓰게 됩니다. 반려 생물 자랑이 너무 길었네요. 하하하 반려 생물과 지내면서 생명체와 살기 위한 책임감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요. 제가 너무 게을러서 물을 못 주면, 식물들은 색깔로 신호를 보내요. 나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되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물을 줍니다. 저에겐 딱 이 정도의 생명체가 맞는 것 같아요. 밥을 챙겨주고, 소통도 해야하고, 놀아주기도 해야하는 동물 생명체를 키우기에는 저는 너무 게으른 사람이고. 그 책임감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편지를 쓰며 저와 반려생물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예전에 어떤 분께서 식물구입과 동물구입이 비슷한 맥락이기 때문에 식물구입보다는 식물입양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신 걸 들은 적이 있어요. 공장에서 예쁜 화분들이 만들어지고, 식물들이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고 사람들은 이들을 키우죠. 근데 제가 만난 식물들은 그렇게 선물받은 식물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질 때 저와 만나게 되었잖아요. 최근 반려 식물이 유행이 되면서 관련 전자제품, 비싼 식물들로 재테크를 하고 시장이 과열되는 게 좀 우려스럽더라고요. 물론 반려 식물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니, 다른 취미보다는 쓰레기가 덜 나오겠지만 생명체를 만나는 것에 대한 고민을 좀더 하면 좋겠어요. 저에게 반려 생물들은 혼자 사는 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존재들이네요. 나의 게으름을 참아주고 나와 함께 살아가주는 이 존재들이 참 귀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오늘 편지는 여기까지 입니다. 세 번째 편지 기다릴게요~ 추가: 편지 주제는 함께 정하시는 건가요? 진짜 주제 선정 너무 좋다. 박수X 1,000 저는 대체육 별로 안 좋아하는 넥스트밀에서 나온 불구이 꼬치는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2023년 1월 19일 갈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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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법화종주
- 「섬진강 편지」 -지리산 법화종주 천왕봉,제석봉,연하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 덕평봉,형제봉,삼각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 2박 3일, 지리산 품으로 출가를 했습니다 40km 지리능선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린 수행길 절뚝이며 휘청이며 30시간을 걸으며 우리네 삶도, 사랑도 이렇게 숱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깊어지는 것임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폐절제 수술 3년이 지나고 망설이던 지리산 종주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폐가 잘려 나간 자리에 새로운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넘어지면 손잡아 주고 가파르면 끌어주고 카메라 짐을 나누어지어 준 지리산사람들 길동무님들이 있어 힘들다는 겨울 지리산 종주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섬진강 /김인호 *지리산 법화종주 ; 법계사에서 화엄사까지 오는 종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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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샘의 지리산통신
-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3년, 다시 지리산이다. 올해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고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 이루는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천재에서 내 방식의 나 홀로 새해 시무식을 했다.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왕봉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산천재 앞마당의 남명매가 그 증인인 셈이다. 새해엔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내 능력 밖의 일들은 내려놓기로 했다. 닭을 보살피는 농장 일과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위해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초록걸음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런저런 자리들을 내려놓았으니 2023년엔 좀 더 홀가분하게 닭과 지리산에만 집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지리산의 품에 안긴 지도 어느새 스물세 해가 되었다. 그새 아들과 딸은 제 갈 길을 찾아 떠났고 아내도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6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 쏜살처럼 흘렀지만 별 탈 없이 삶터와 일터를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 이 모두가 지리산 덕택이란 생각이다. 그러니 지리산 천왕봉은 내 삶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지리산은 긴 세월 동안 힘들고 아픈 이 땅의 민중들에게 그 품을 내주어 위로와 안식의 장소이자 피난처가 되어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고 코로나와 기후 위기의 재난을 겪고 있는 2023년 현재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하동에서는 형제봉에, 남원에서는 정령치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숲을 파헤치기 일보 직전이고 섬진강에는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그 고운 강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내고 있는 게 작금의 지리산이다. 확실치도 않은 눈앞의 돈 몇 푼에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뭇 생명의 생태 그물망을 끊어 놓으려는 개발 망령들이 지리산 아흔아홉 골을 위협하고 있음에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임하기로 다짐을 했다. 지난 2018년에 20여 년 동안 찬반 논쟁을 이어오며 주민 공동체를 망가뜨려 놓았던 지리산 댐 건설 계획에 종지부를 찍고 댐 건설 완전 백지화를 정부로부터 받아냈던 것처럼 현재의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시도 역시 막아낼 수가 있고 또 막아내야만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동군청 앞에서, 남원 시청 앞에서 몸짓으로 노래로 시로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 있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 나가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새해, 지리산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과 글로써 지리산의 참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다는 약속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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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월~12월] 늘 지리산에서 새롭게 섬진강으로
- 2023년 늘 지리산에서 새롭게 섬진강으로 2023년 ‘늘 지리산에서 새롭게 섬진강으로’(줄여서 늘지+새강)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늘지는 지리산을 더 깊게 느끼는 걸음입니다. 1년 동안 늘지와 함께 하면 지리산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면 지리산을 더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녀남소노 누구라도 함께할 수 있는 걸음, 2023년 늘지에 회원님을 초대합니다. 2023년 섬지는 어떤 일정일지도 기대해주세요. 언제 : 매월 둘째 주 목~금요일(1박 2일의 일정일 경우), 금요일(하루 일정일 경우) 물어보기 : 061-783-6547. 010-4686-6547 일정 걷는 길 비고 1월 17~19일 남학생교육원~천왕봉~장터목대피소(6.5km/1박)~세석~벽소령~연하천대피소(13.3km/2박)~화개재~임걸령~노고단~화엄사(17.9km) 2월 17~18일 지리산사람들 총회(한려해상국립공원) 3월 10일 전북학생교육원~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용산리(11.7km) 산방기간 4월 14일 육모정~구룡폭포~노치마을(7km) 산방기간 5월 11~12일 거림~세석대피소(6.0km/1박)~삼신봉~청학동(10km) 6월 9일 정령치~만복대~고리봉~당동고개~성삼재(7.8km) 7월 13~14일 음정~연하천삼거리~연하천대피소(1박)~토끼봉~화개재~뱀사골(13.4km) 8월 11일 성삼재~노고단~반야봉~성삼재(14.4km) 9월 14~15일 새재~치밭목대피소(4.8km/1박)~천왕봉~장터목~중산리(11.2km) 10월 13일 삼정~벽소령~삼정(8km) 11월 9~10일 백무동~장터목대피소(5.8km/1박)~세석~한신~백무동(9.9km) 12월 16일 (토) 지리산 7암자 순례길 (일부) 산방기간을 피해서 * 2023년 늘지 일정은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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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삼재․정령치 도로 톺아보기’를 시작하며
- ‘<기획연재> 성삼재․정령치 도로 톺아보기’를 시작하며 작년 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정령치 일원 친환경 교통체계 개선 방안 연구’(이하 연구, 사단법인 한국환경생태학회 수행, 2021.11.1. ~ 2022.10.27.)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 결과가 획기적이지는 않았지만, 국립공원공단이 ‘2030 국립공원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성삼재․정령치 도로와 주차장, 휴게소 등의 변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니, 올해는 그 변화가 현장에서 보여지는 첫해가 될 것 같습니다. 실상 성삼재․정령치 도로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지리산에 어울리는 도로는 아닙니다. 이 도로가 건설된 후 생태계 훼손과 탄소 발생(연간 648tCO2 : 30년생 소나무 숲 60ha의 연간 탄소흡수량), 야생동식물에게 악영향을 주는 대기질과 수질, 소음과 빛 공해, 도로변 불법 주차와 교통사고 위험성, 산사태 발생 위험 등은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로 폐쇄라고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 폐쇄는 어려워 보입니다. 성삼재․정령치 도로에 접한 남원시와 구례군 주민들이 이 도로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국민도 이 도로가 있다는 전제하에 지리산국립공원 방문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성삼재․정령치 도로는 ‘법정 도로’여서 도로를 폐지하려면 도로관리청인 전라북도와 구례군이 ‘노선폐지’를 하거나(도로법 제21조), ‘통행금지․제한’(도로법 제76조) 조치를 해야하는데, 두 기관 모두 이를 원치 않고있습니다. 성삼재주차장과 휴게소 (위). 정령치주차장과 휴게소 (아래)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어, 2021년 발족한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도 도로 폐쇄가 아니라 일반 차량은 통제하고 친환경 셔틀버스를 운행할 것과 주차장의 축소와 폐지 등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녹녹치 않습니다. 성삼재․정령치 도로변에서 숙박업이나 식당 등을 하는 주민들의 경우 일반 차량을 통제하면 손님이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전환이 우선이라며 성삼재․정령치 주차장의 변화에 인색합니다. 주차장이 있으니 성삼재․정령치 휴게소도 필요하고, 이왕에 있는 시설이니 지금처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또 이 도로의 변화에 대해 남원시는 산악열차를, 구례군은 케이블카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전환의 첫해는 힘겨운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기획연재> 성삼재․정령치 도로 톺아보기’는성삼재․정령치 도로는 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성삼재․정령치 도로로 인한 영향을 살펴봅니다, 그간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변화를 위해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해보아요 등을 주제로 쓸 예정입니다. 저는 성삼재․정령치 도로 전환이 사람을 통해 실현될 일이라 생각되어, 객관적인 사실이나 상황만을 나열하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로 써볼 작정입니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시작될지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성삼재․정령치 도로(주차장, 휴게소 등 포함)와 관련하여 만나볼 사람, 유의미한 장소, 상상하는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모습 등이 있다면 언제든지, 뭐든지 이야기해주세요. *사진은 김인호 편집장(지리산인)이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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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2월 17~18일] 2023년 회원모두모임 : 비진도-한려해상생태탐방원-통영 이곳저곳
- 2023년 회원모두모임 비진도-한려해상생태탐방원-통영 이곳저곳 지난 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에 온 힘을 쓴 지리산사람들이 잠시 지리산을 떠납니다. 2023년 회원모두모임은 회원총회와 함께, 산호섬 비진도, 통영 이곳저곳을 만나는 일정입니다. 아래는 2023년 회원모두모임 세부일정입니다.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과 관련한 문의는 이창수(010-2693-4595), 윤주옥(010-4686-6547)에게 해주세요. 2월 17일 (금) 14:00통영 여객선터미널 만남 14:30비진도로 (배) 15:10비진도 도착 : 비진도 산호길 17:15통영으로 (배) 17:55통영 도착, 한려해상생태탐방원으로 이동 18:15해넘이 (예상 일몰 시간 : 저녁 6시 10분) 19:00저녁밥 (생태탐방원 식당) 20:00모두의 시간 2월 18일 (토) 08:00아침밥 (생태탐방원 식당) 09:00회원총회 (생태탐방원 강의실) 10:30완전 자유시간 12:00낮밥 먹으러 이동 12:10낮밥 (늘해랑) 13:10두 모둠으로 나눠서 이곳저곳 돌아보기 한모둠 : 이곳저곳 (미래사 편백숲-박경리 기념관-전혁림 미술관) 둘모둠 : 미륵산 산행 (미래사-미륵산-용화사-전혁림 미술관) 16:00마무리 (전혁림 미술관에서) 지리산사람들은 2월 17일 (금요일) 한려해상생태탐방원에 도착하여(저녁 6시) 저녁밥 먹고, 하루 자고, 다음날(2월 18일 토요일) 아침밥 먹는 활동까지의 비용을 지리산사람들 운영비로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외 교통비(이동비, 비진도 배 이용료 등), 밥값 등은 각자 부담해야 합니다. 지역별로 참여하는 분들이 결정되면 함께 이동할 차편에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비진도에 들어가고 나오는 배의 경우, 20명 이상이면 20% 할인 된다고 합니다. 비진도에 들어갈 분은 미리 말씀해주세요. 배를 타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합니다. 비진도 갈 분들은 신분증을 꼭 가지고 오시고요. 비진도까지는 배로 40분 걸립니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234 (1666-0960) 한려해상생태탐방원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 1361-96 (055-640-3400)
박두규 시인의 지리산에서 온 편지더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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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10-08 08:51
세석평전細石平田의 추억
☐지리산에서 온 편지 11 세석평전細石平田의 추억 잔돌평전의 저물녘 풍경 세석평전은 지리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다.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경남의 중산리에서 바로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곳을 제외하고는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 오르건 세석평전을 거치지 않고는 천왕봉에 오를 수 없다. 그래서 지리산에 많은 대피소가 있지만 세석평전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세석평전은 오래 전엔 잔돌평전이라고 불렀다. 세細가 ‘가늘다’라는 뜻으로 세석은 작은 돌들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고, 높은 곳에 있는 펀펀한 땅을 평전이라 하니 세석평전은 작은 돌들이 많은 높고 펀펀한 땅이라는 뜻이다. 이 평전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고 지리산맥의 많은 능선들이 굽이치며 내리벋고 있어서 그 청량한 바람과 함께 펼쳐지는 풍광은 장엄 그 자체이다. 사람들이 지리산을 타면서 굳이 주능선 종주를 고집하는 이유는 노고단으로부터 천왕봉까지 서에서 동으로 전남과 경남에 걸쳐있는 첩첩 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긴 능선과 남과 북으로 여러 갈래 벋어있는 지 능선들의 유장한 지리산맥을 걷는 내내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과 능선을 넘나드는 구름들과 저물녘 빛을 받아 강하게 굼틀리는 산줄기들의 파노라마는 자신의 감옥에 갇혀 사는 이기적인 소인배를 벗어나 자연의 하나일 뿐인 알몸의 자신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특히 겨울 산의 엄혹한 추위 속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리산의 저물녘 풍경은 언제나 깊게 사무쳐 온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세석대피소 뒤에 솟아있는 봉우리가 영신봉靈神峰이다. 그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아 한때는 무속적 신앙을 가진 무리가 영신대 아래 기도처를 잡고 집단생활을 하던 때도 있었다. 30년도 더 된 어느 해에 대성계곡의 작은세계골을 타고 영신대까지 오르는 계곡등반을 할 때였는데 세석평전에 텐트를 칠 요량으로(그때는 텐트 치는 것이 허용될 때여서 세석평전에 가면 울긋불긋한 텐트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곤 했다.) 천천히 계곡을 올랐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영신대 근처에 이르러 나는 깜짝 놀랐다. 바위 틈새마다 촛불들이 켜져 있고 군데군데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텐트와 작은 비닐하우스들이 좁은 공간 여기저기 있는 걸 봐서 이들은 집단 기거하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말을 붙일 엄두도 나지 않아 조용히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대피소 쪽으로 올라와 보니 불빛도 보이지 않은 구석진 곳이었는데 기도처로써는 참으로 명당자리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엄격하게 관리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을 위하여 이 높은 산에까지 올라와 무리지어 기도를 할까. 기도로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일까. 그 원하는 무엇이라는 것이 겨우 자신이나 가족의 부富나 안위 정도의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젊은 치기가 앞서 있던 당시로는 순전히 자의적인 짐작만으로 그들을 재단하고 무시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나의 오만과 편견이 얼마나 심했었나를 알 수 있다. 요즘 세태를 보면 개인이건 단체건 기업이든 정당이든 혹은 지역과 나라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역만을 최우선적으로 옹호하고 챙기는 것이 일반화된 정서인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전혀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으로 위법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생활정서가 이미 우리의 구체적 생활에 깊이 들어온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양심이라는 것이 불편해 하는 것이다. 사람다운 무엇인가를 팽개치는 것 같아 어떤 헛헛함이 밀려오는 것이다. 세석대피소의 추석 그 시절에는 세석 대피소도 그야말로 조그만 대피소였다. 지금은 증축하여 넓은 공간에 난방도 되어 그때에 비하면 호텔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때는 매우 좁고 한 겨울에도 난방 없이 잠을 잤다. 그리고 추석연휴가 되면 세석대피소는 만원이었다. 언젠가 그 시절 추석연휴에 지리산에 올랐다. 여러 명이 갔는데 텐트 가지고 가기 귀찮아서 대피소를 이용하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올랐는데 예상 외로 대피소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대피소 수용 정원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한 다섯 배는 많은 인원이 들이닥쳤던 것 같다. 전에 혼자 잘만한 공간에 다섯 명이 누워야 했기 때문이다. 대피소 직원들은 바로 눕지도 못하게 하고 옆으로 몸을 세운 채로 칼잠을 자듯 꼭 끼워 눕게 했다. 날이 너무 추워 밖에 재울 수는 없었던 거다. 지금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예약이 안 된 사람들은 아예 하산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 아래 출발지점 관리소에서 올려 보내지 않고 있다. 어쨌든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면 누울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화장실에도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정도는 고마운 축에 들었다. 왜냐하면 복도 공간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서 밤을 새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상상할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시쳇말로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는 잠도 오지 않을 뿐 아니라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냥 안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많은 인원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자다보니 코고는 사람들도 많았고 더욱이 땀 냄새며 발 냄새가 지독해서 웬만한 사람은 잠을 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자기 위해서는 독한 술이라도 몇 잔 마시고 떨어져야 하는데 또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고약한 술 냄새까지 합세해서 여간해서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어찌하다 두서너 시간 잠들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고마운 것이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다음 날 산행에 큰 지장은 없었다. 아침에 약간 찌뿌듯했던 몸은 한 시간 정도 산을 타며 땀을 흘리면 바로 말끔해졌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는 그래도 괜찮았다. 겨울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박두규 09-08 18:06
피밭마을의 골짜기
지리산에서 온 편지 10 피밭마을의 골짜기 어머니의 단풍구경 나이 80대 중반 무렵이었을까, 어머니는 바람이 쌀쌀해지는 가을이 오면 단풍구경 가자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나는 그때만 해도 바쁘게 밖으로만 돌던 때여서 ‘네, 그래요. 언제 피아골에라도 한번 가게요.’ 하면서도 그냥 스쳐지나가기 일쑤였다. 구례에 살 때여서 한두 시간만 시간을 내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소홀했던 것 같다. 막상 이제 돌아가시고 나니 가을이 오고 피아골에 단풍이 곱게 물들기라도 하면 그 말씀이 늘 밟힌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 어머니를 모시고 피아골에 갔던 적이 있었다. 피아골 초입의 단풍잎들이 처연하리만큼 붉게 물든 나무 아래로 모시고 가면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고작 ‘야, 참 곱다’ 한마디였다. 그리곤 별 말씀도 없이 그냥 한참을 앉았다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노인네의 짧은 한마디에는 한 생이 다 담겨있기도 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젊은 것들은 지금 여기의 현재를 살아내기도 바빠서 울긋불긋 현란한 색들을 보며 그저 가을이니까 하는 정도의 계절감각을 가졌었다면 어머니 같은 노인네들은 저 화려한 시절의 절정기 뒤에 있는 인생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절절하게 느끼셨을 것이다. 지금 여기의 붉디붉은 절정의 단풍이지만 당신에게는 젊은 날의 과거로만 보였을까. 씁쓸한 듯 가늘게 뜬 눈빛과 오랜 풍상의 눈가 잔주름이 아직도 생생하다. 붉은 골짜기 피아골 피아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끝 마을은 직전마을이다. 피 직(稷)에 밭 전(田)을 쓰니 그 옛날 곡식이 귀했던 시절의 이름이다. 그 피밭골이 육이오 전쟁을 거치면서 너와 나, 적군과 아군, 좌익과 우익의 갈등과 대립을 함축하고 있는 이름인 피아골로 불리게 되었다. 피아골은 전쟁 당시 한때 인민공화국의 구례 군당이 숨어들었던 곳이며 그 비트는 피아골 삼홍소에서 계곡 좌측의 지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지금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전투가 잦았을 것이니 계곡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피아골의 피아는 한자로 상대방(피)과 나(아)를 뜻하는 말이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 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떠도는 말로 전쟁 이후 이 골짜기에서 한 트럭분의 유골이 나왔다고도 하니 어쨌거나 그 상처가 골짜기만큼이나 깊다고 할 것이다. 전쟁 훨씬 전에도 피아골의 붉은 골짜기 이미지는 있었다. 골짜기의 중간쯤에 있는 삼홍소가 그렇다. 삼홍소는 한자로 三紅沼라고 쓰는데 ‘셋이 붉은 물웅덩이’라는 뜻이다. 조선조의 생육신이며 선도의 맥을 이었다는 김시습이 이곳에서 시를 한 수 지었는데 단풍이 붉고, 그 빛이 물에 어려 계곡물이 붉고, 도도한 흥취에 술 한 잔 걸친 얼굴이 붉다하여 삼홍이라고 노래했다는 것이다. 온 천지가 붉은 이 삼홍소의 계곡에 앉아 있으면 당시 왕권을 둘러싸고 진행되던 피비린내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 김시습이 보이는가 하면 한편으론 현실을 극복하고 인생을 관조하며 지혜롭게 한 생을 건너는 현자 김시습의 풍모가 그려지곤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혹은 어느 시대라 할지라도 현실의 삶과 이상의 삶은 늘 함께 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느 한쪽에 빠져 허우적이는 것이 어리석은 삶이라면 어쩌면 김시습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자아가 추구하던 이상을 아우르며 균형 잡힌 삶을 꾸려낸 각자覺者가 아니었나 싶다. 계곡등반의 허와 실 20년도 훨씬 전이었을 젊은 시절, 한동안 계곡등반을 즐겨했는데 피아골도 계곡등반을 했던 적이 있다. 직전마을에서 피아골 대피소까지는 등산로로 가고, 대피소를 지나서 바로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만을 타고 주능선까지 오르는 길이었다. 대피소에서 지정 등산로를 타고 오르면 주능선의 피아골 삼거리에 이르지만, 계곡을 타고 오르면 반야봉 바로 밑에 있는 주능선의 노루목 근처에 이르게 된다. 계곡등반을 하는 것은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계곡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그 물줄기의 시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줄기의 처음은 어떻게 시작될까, 어디서부터일까, 하는 일반적인 궁금증과 함께 어떤 존재의 시원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 강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모든 자연의 사물에 대한 존재의 근원은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설화나 전설 같은 상상력들이 포진하게 된다.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극하고 괜한 동경이 생기는 것 아니던가. 하지만 계곡등반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분명한 그 처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나름 후련한 맛은 있었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막연한 시원에 대한 그리움의 의미는 깨지게 된다. 계곡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면 물도 없는 그저 돌멩이 몇 개 있는 평범한 지형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삶의 균형감각 나의 계곡등반은 어쩌면 이런 미화되고 포장된 의미들을 깨고 싶은 심정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 한 세상을 살며 이상과 동경은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로 치환되면서 답답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환상과 비현실 속의 막연한 기대감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계곡등반으로 계곡의 끝 지점을 확인하며 나의 현실인식을 다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학의 허구적 상상을 앞세워 살며 현실을 나의 에고로 왜곡하여 인식하거나 또는 그 현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지는 않고 있는가 하는 자기점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뚜렷한 인식과 의도성을 가지고 계곡등반을 하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으로 살고 있을까. ‘실사구시’라는 말은 도법스님께서 많이 쓰시던 말씀이다. 나는 나름대로 ‘주어진 이 생生의 현실을 진리의 눈으로 바로 보고 그렇게 세상살이를 해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하며 들어왔다. 계곡등반을 그렇게 철학적으로 했다는 말은 아니고 그 행위의 저 깊은 안쪽에 그런 무의식적 발로가 있었기를 바라는 심정인 것이다. 모든 존재의 본성이 가지고 있다는 삶의 균형감각 같은 것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피아골을 자주 올랐다. 구례에 있는 가까운 곳이어서 그러기도 했지만 팔구십 년대라는 시대적 격동기를 살았던 내 존재의 현실을 올바로 가늠하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한 몸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박두규 06-12 12:37
불무장등不無長嶝
☐지리산에서 온 편지 9 불무장등不無長嶝 불무의 꽃들 지리산의 8월이 오면 오르고 싶은 곳이 불무장등 능선이다. 숲은 무성하게 우거지고 숲의 오솔길엔 여기저기 여름 꽃들이 피어있을 것이다. 나는 꽃에 큰 관심 없이 산을 올라 다녔지만 불무장등을 다니던 어느 때부터 그 이름들이 궁금해졌다. 꽃이라기보다는 그 녀석들이 내 마음의 어느 구석을 침탈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마음에 새겨질 때면 이름부터 궁금해지는 것이 일상의 습習이어서 나는 그들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기 시작했다. 동자꽃, 솔나리, 수국, 꿩의다리, 비비추, 원추리...... 나는 평소 아름다움은 꽃이나 어떤 풍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행위,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깊고 그윽한 어떤 느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산을 오르며 특히 지리산의 여름 산을 오르며 숲을 고요히 호흡해내는 작고 여린 꽃들의 순결한 숨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그 존재 자체부터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인간의 어떤 한계점에 있는 것이기도 해서 늘 막연한 슬픔으로 이어졌다. 그 무렵에 써졌던 시가 생각난다. 숲에 들어 비로소 나의 적막을 본다./ 저 가벼운 나비의 영혼은 숲의 적막을 날고/ 하얀 산수국, 그 고운 헛꽃이 내 적막 위에 핀다./ 기약한 세월도, 기다림이 다하는 날도 오기는 오는 걸까./ 이름도 없이 서 있던 층층나무, 때죽나무도 한꺼번에 슬퍼지던 날/ 그리운 얼굴 하나로 세상이 아득해지던 날/ 내 적막 위에 헛꽃 하나 피었다. (「헛꽃」전문) 불무장등의 이름 지리산 불무장등은 주능선의 삼도봉에서 화개 쪽으로 벋은 남쪽 능선인데 한자로는 不無長嶝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그 설명도 각각이다. 불교와 관련한 설명은 ‘지리산은 문수보살의 일신인데 문수는 오로지 반야般若를 주관하며, 반야는 제불의 어머니(諸佛之母)이다.’ 라는 것에서 불모佛母가 불무不無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불무장등 봉우리가 풀무 모양으로 생겨서 풀무잔등으로 불리다가 일제 때 국토의 우리말 지명을 한자화 시키는 과정에서 불무장등不無長嶝으로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불무장등 능선을 올라가면 마지막에 주능선의 삼도봉에 이르는데 이 삼도봉도 본래는 날라리봉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그 형상이 낫날처럼 생겼다고 낫날봉인데 발음하기 쉽게 날라리봉으로 불리다가 한자화 과정에서 3개 도(전남, 경남, 전북)가 만나는 곳이니 삼도봉三道峰이라고 공식화 되어 지도에 올랐다. 하찮은 이름의 역사가 이렇듯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어디 있으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를 따질 새도 없이 세월은 흐르고 흐르는 시간 중에 모든 것은 그렇게 변해간다. 우리 스스로도 늘 변하여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가 아니니 10대의 나와 50대의 내가 어찌 같은 ‘나’란 말인가. 위벽은 5일이면 바뀌고 피부는 한 달, 뼈의 골격조차도 3개월이면 모두 바뀌어 1년이면 몸속 원자의 98%가 바뀐다고 하니 사실상 고정된 ‘나’라는 실체는 없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오래된 기억만이 남아 세월을 왜곡할 뿐, 늘 새로워지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도계를 이루는 능선 불무장등 능선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도계를 이루는 능선이다. 능선의 길을 오르다보면 발 한번 띄면 경상도요 또 한 발자국 옮기면 전라도일 때가 많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경상도와 전라도 동서 지역감정이 극에 있을 때 이 능선을 자주 올랐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왔다 갔다 도계의 경계를 지우며 이 능선을 오르면 마음의 지역 경계가 사라지는 듯도 하여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인데 한편으론 개인과 파당의 이익을 위해 남북으로 나뉜 나라를 다시 동서로 나누는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가 증폭되기도 했었다. 내 주변에도 같이 NGO 활동을 했던 이들이 현실정치의 변화를 위해서라며 정가에 입문한 이들이 많이 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진정성이야 그대로 마음 속 어딘가에 있겠지만 일단 국회의원이 되었든 지방의원이 되었든 혹은 시장이 되었든 현실정치라는 것이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람의 신념이라는 것도 수시로 변하는 일상 삶의 상황과 조건 속에서 원형으로 보존되어 그 신념에 의해 일상을 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정치에 있어서야 더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죽음을 담보로 그 신념을 지킨 자들도 없지 않았으니 희망이라는 단어도 빛을 잃지 않고 쓰이는 것 아니겠는가. 불무의 무덤들 하지만 내가 불무장등 능선을 오르며 가장 마음에 쓰였던 것은 죽음이었다. 이 능선에는 무슨 묘들이 그렇게 많은지 오르며 수시로 만나는 것이 무덤이었다. 누군가의 삶의 종지부들이 수없이 찍혀 있는 이 무덤들을 보며 숲의 살랑이는 무수한 이파리들만큼이나 많은 생령들의 부재를 떠올리곤 했다. 누군가는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라며 사는 것이 곧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삶, 그 자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안의 어딘가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또 애써 무시하려는 것도 아니지만, 늙고 병든다 해도 삶 그 자체에만 집중하면서 사는 것만이 그나마 스스로에게는 답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불무장등을 오르며 많은 여름의 꽃들과 무덤들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무심하게 지나쳐가는 것이다. -천마꽃 / 사진 김인호 -
박두규 05-09 06:06
지리산에서 온 편지 8
☐지리산에서 온 편지 8 남부능선이 준 옐로카드 틈만 나면 지리산에 오르던 그 시절, 산에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힘들게 산에 올라가봐야 도로 내려올 것인디 머하러 그렇게 산에 대니냐?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디.” 나는 어머니께 무어라 할 말이 없어 그냥 “다녀올께요!” 하고 나오곤 했다.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을 꿈꾸며 수없이 목숨을 걸고 산에 올랐던 조지 맬러리의 ‘왜 산에 가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단했다.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였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답이다. 그런 그에게 ‘왜 사느냐’라고 물었다면 아마도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사는 동안 모든 행위들에 이유나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그 이유나 의미가 불분명하면 어떤 행동이든 망설이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행위가 ‘자신의 존재(에고)’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그것 때문에 자신의 감옥에 갇히게 되기도 한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자신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종신형을 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류사 속에 성인이라고 하는 분들이 적은 것은 그것을 말해준다. 성인들이야말로 자신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지에서 타자를 위해 사신 분들이 아니겠는가. ‘에고’ 없는 순수의식으로 산다는 것이 그런 것일 터이다. 조지 맬러리는 오로지 에베레스트에 오르겠다는 일념으로 살다보니 그 집중력에서 오는 어떤 순수성을 감지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라는 답변이 나왔을 것이다. 그것은 말장난이 아닌 일관된 신념의 단순성의 삶에서 나온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리산을 오르게 된 것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성을 지닌 빨치산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산에 오르고 또 오르다보니 정신과 육체 모두에 어떤 강한 에너지가 생겨났고 그로 인해 당시 처해 있던 개인적인 어려운 상황과 조건을 극복하고 삶의 의욕과 열정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자주 올랐던 곳이 남부능선의 지능선과 계곡들이었다. 지리산의 남부능선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주능선 상에서 남쪽으로 내리벋은 긴 능선이다. 세석평전에서 시작하여 하동군에 이르는 능선으로 중간에 지능선들을 거느리고 있어 대성계곡과 단천계곡, 선유동계곡, 의신계곡 같은 지리산의 큰 계곡들을 형성하고 있고 그것들을 모두 품고 있는 지리산맥의 중요한 근간능선의 하나이다. 하지만 남부능선의 주능선 산행은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중간에 샘도 별로 없어 매우 지루한 등반로이다. 그렇다 보니 등산객들이 적어 길이 묵고 덤불이 우거졌으며 거미줄이 많아 더 불편하고 힘든 길이 되었다. 하지만 남부능선의 지능선과 골짜기들은 서로 잘 어울려 갈 때마다 새롭고 깊은 감동을 주었다. 어느 여름에 故 박배엽 시인과 함께 남부능선의 지능선에 있는 단천계곡을 타고 삼신봉에 올라 남부능선의 주능선을 따라 쌍계사로 내려오는 산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단천골은 현재 비등산로라서 다닐 수 없는 곳이지만 그 당시에도 7부 정도 오르면 길이 없어져서 나침반에 의지해 삼도봉을 향해 직선 구간을 치고 올라가야만 했었다. 어차피 길이 없어지면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에 의해 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이라는 길을 걷게 된다. 그 길은 탐방로처럼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예측할 수 있는 길도 아니며 그저 나의 생각과 나의 의지에 따라 가고 있는 길일뿐이다. 그 생각을 이루려는 의지가 강하게 일어나는 순간 없던 길이 비로소 열리며 그 길이야말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로지 나만의 길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세상의 도덕률(야마)과 개인의 도덕률(니야마)이라는 바탕 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세상을 제 홀로 사는 제멋대로의 길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단천골을 타고 남부 주능선의 삼신봉에 올랐고 하산을 위해 남부능선을 내려오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청년을 만났다. 그런데 그들은 물병도 없이 알칼리성 음료 한 개를 달랑 들고 오는 것이다. 배낭은 매었지만 얼핏 보아도 산행 장비가 너무 허술하여 어디 가냐고 물으니 남부능선을 따라 세석평전까지가 오늘 산행이란다. 몇 마디 더 물어보니 산행 초짜들로 내 짐작으로는 그들의 산행이 좀 무리일 것 같았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서 필요할 거라며 가지고 있던 물을 모두 내주었다. 그리고 삼신봉까지 가서 다시 생각해보고 세석까지 무리라고 생각하면 청학동으로 하산하라고 알려줬다. 삼신봉을 지나면 세석까지 가는 동안 하산할 길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들과 헤어지고 쌍계사로 내려가는 생불재(성불재, 상불재 등으로도 불린다) 삼거리에 이르렀는데 박배엽 시인이 여름해가 기니 바로 쌍계사로 내려가지 말고 능선을 더 타고 원강재를 지나 혜경골로 빠지자는 제안을 해왔다. 원강재로 가는 능선은 비등산로여서 길이 살아 있을지도 궁금하고 아직 안 가본 길이니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산행과 체력에는 자신감이 있던 때라 원강재 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허리까지 올라오는 무성하게 자란 길가의 풀에 묻혀 길이 잘 안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희미하던 길마저 사라져 순전히 감각으로 능선을 찾아 걷게 되었는데 마침내 해가 기울고 말았다. 렌턴을 꺼내 지도를 보니 옛길은 능선을 타고 원강재를 지나 혜경골로 내려가는 길이 나와 있긴 했으나 현재의 상황에서 그 길을 찾아 내려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캄캄한 밤, 길이 사라진 지리산의 능선 위, 비축한 물도 식량도 없이 지치고 허기진 상태였다. 우리는 상의한 끝에 등산로는 어차피 사라졌으니 능선은 그만 타고 지금 이곳에서 바로 하산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신촌마을 쯤에 나침판 지표를 맞추고 화살표 방향으로만 직진하기로 하고 능선을 벗어나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없는 길을 가려니 무성한 가시덩굴지대를 만나 얼굴과 온몸을 긁히고 헤쳐 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벼랑을 만나 우회해야 했고 물도 못 마시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탈진할 지경에 이르렀다. 배가 너무 고파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고 있었다. 낮에 대학생들에게 물을 다 준 것이 무척 후회가 되었다. 물이 없으니 계곡을 찾아 내려가며 물소리가 들리기만을 고대했으나 쉽지 않았다. 없는 길을 헤쳐 나가자니 평소보다 3~4배 정도 더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도저히 더 갈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쉬어가려고 앉았는데 어디선가 쫄쫄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때 물 한 모금의 기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원효의 해골물을 알고 마신다 해도 이처럼 꿀맛이었을 것이다. 물줄기를 따라 넓은 계곡으로 나오자 등산로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온 길에 비하면 너무 편한 길이었다. 속도를 내어 신촌마을 근처로 내려오니 거의 자정이 다된 시간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산에 자주 다녀 생긴 자신감이 오만으로 넘어가는 즈음 지리산은 우리에게 자연 앞에서 겸허한 자세를 갖추라고 옐로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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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09-13 08:59
924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기후정의 워크샵”
기후정의 워크샵 9월15일(목) 오전 10시 10분 ~ 12시 50분 매천도서관 다목적실 강의(10:10~11:40): 기후정의란 무엇인가? (강사: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가원) 토론(11:50~12:50): 우리지역 기후정의운동의 방향과 방법 구례,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들 -
윤주옥 09-03 09:30
924기후정의행동_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지나 이제 우리는 기후재난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폭염, 산불, 가뭄, 홍수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왜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는가?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의 휘황한 말잔치에도 실제로는 줄어들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이윤의 극대화, 성장과 팽창에 매몰되어 지구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착취하는 기업과 정부 탓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종적 불평등을 지속하는 사회 체제 탓이다. 다시 묻는다. 이 기후는 누구에게 닥치는 재난인가? 누군가에겐 기껏 외제차가 침수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잃는 재난이다.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새로운 돈벌이의 기회로 여기기까지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날까 걱정하고 취약한 환경에서 재난으로 인한 죽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피해의 최소화’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고작인 오늘날의 기후재난과 탄소중립 정책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 앞에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절망한다. 기업의 파괴적 이윤추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성장주의적 체제가 기후재난의 원인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견고한 자본·정치 권력 앞에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체념하지 않는다. ‘이대로 살 수 없다.’ 우리는 기후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후·환경’이라는 의제를 넘어 노동자, 농어민, 여성, 장애인, 빈민, 종교인, 반전주의자, 성소수자, 청년·청소년으로서 연대하고 있다. 동물과 숲, 바다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모였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넘어서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기로 우리는 결의한다. 기후위기의 최일선에 서서, 기후정의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공공적,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시장화된 화석연료 기반 교통, 운송 체계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공교통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사고위험과 방사성 폐기물로 기후·생태위기를 가중시키는 핵발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지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쟁적 이윤추구를 넘어 재생과 순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최상위 부유층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본에 의해 고용·거래된 노동자와 빈민,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는 한낱 소유물이 되어 착취와 수탈에 신음하면서도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 위기와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불평등의 선을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과 피해가 집중된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고 지구적,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셋째,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세상을 이렇게 망쳐놓은 기업과 자본, 정치인들에게 다시 세상을 맡길 수 없다.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며 위기 극복의 주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최일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바로 우리들이 기후정의를 말해야 한다. 폭염과 홍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주거빈곤층, 난개발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농토와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농민과 노동자들, 기후위기에 더 큰 위협을 받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 그리고 무참히 희생되는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가 우리의 다른 이름들이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로부터 시작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재난과 위기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지만 ‘기후정의’는 기후재난을 겪는 세계를 함께 헤쳐나갈 방향이자 대안이다. ‘기후정의’는 우리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알려주는 방향타다. 우리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자본 권력에 적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정부가 불평등한 체제를 종식하도록 하는 기후정의행동을 시작한다. 9월 24일, 우리는 서울 광화문에서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며 싸울 것이다.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들은 광화문 거리로 모여달라. 이대로 살 수는 없다. 924기후정의행진을 한달 앞둔 2022년 8월 24일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
상글 05-31 17:11
텃밭교사 상글이 원하는 세상은?
2022년 5월 28일 구례 오일장 상설무대에서 진행된 ‘잘 뽑고 싶다구례 문화제’에서 발언한 상글의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구례에 살며 초등학교 아이들과 텃밭에서 만나는 상글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리산에 깃들어 살게 된지 올해로 3년차에요.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풀도 매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살게 되었네요. 생태텃밭수업 덕분에 저는 올해 돌보고 있는 텃밭이 4곳이나 있어요. 하나는 저희집 마당이구요, 용방, 토지, 옆 동네 남원에도 한곳있어요. 농은 곧 생명을 돌보는 일이니,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기대가 되기도 해요. 모두의 마음이 푸르러지는 올 봄, 우리는 씨앗을 싹 틔우고 모종을 길러 저마다의 소중한 기대를 담아 텃밭에 옮겨심었어요. 완두, 토마토, 가지, 고추, 파프리카 먹을거리도 풍성하게 심고, 메리골드, 한련화, 해바라기 다양한 꽃들도 어우러져 심었어요. 아이들은 매일 아침 물을 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고, 올해도 우리는 텃밭에서 수많은 감동의 순간들을 만날거에요. 그런데 요즘은 손끝에서 가뭄을 느끼고 있어요. 아침에 물을 준 것도 금새 말라버리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놓은 빗물 저금통에 물이 말라버린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한 없이 펑펑 쏟아져나올 것 같던 수돗물도 요즘엔 찔끔거릴 때가 있어요. 지난 주, 저희 마을에서는 이장님께서 방송을 하시더라구요. 날씨가 가물어 물이 부족하니 빨래를 자제하고, 불필요한 생활용수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덧붙여 텃밭에 물주는 것도 자제하라고 하셨어요. 비가 오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여느때보다도 날씨가 덥고 기온이 높아 땅에 있는 수분의 증발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해요. 지구는 오랫동안 경고신호를 보내왔어요. 이것은 환경적 재난이고 기후위기입니다. 위기감이 우리의 삶에 점점 더 가까워 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구례군은 기후위기에 대한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요? 우리는 어떻게 조금이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늦출 수 있을까요? 코로나로 모든 물리적인 접촉이 제한될때, 무엇보다도 간절한 것은 다시 ‘연결’되는 것이었어요. 불안 속에서 다시 안정을 되찾고 서로에게 따뜻한 포옹을 건넬 수 있는 안전한 사회. 그 안에 있던 연결감을 되찾는 것이요. 저는 이것이 돌봄의 감각으로 온다고 믿어요. 누구나 우리 안에는 돌봄의 감각이 있겠지요. 텃밭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도 있어요.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인간에게도 비인간동물에게도, 할머니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우리 모두에겐 돌봄의 힘이 있어요. 오로지 경제 성장 중심의 해법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어요.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사회의 목표가 생명을 돌보고 살리는 노동이 중심이 되어야합니다. 우리는 돌봄을 중심에 놓고 살 수 있는 경제구조와 문화를 만들어야합니다. 생태텃밭에서는 흙의 생태계를 돌보는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땅을 갈아엎지않고, 자연 멀칭을 하고, 돌려짓기, 사이짓기를 하고, 퇴비를 직접 만들어 유기물을 땅에 보태줌으로써 흙의 생태계를 되살리고 흙을 지키는 농을 실천하고 있어요. 농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농부님들에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겠지요. 지자체에서 흙을 살리는 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더 싼 가격에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지구에도 건강하게 순환될 수 퇴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주세요. 이제는 전 국민이 기후위기대응교육에 함께 참여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교육에서 농을 만나는 일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환경과 생태를 따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농을 통해 텃밭에서 우리는 자연을 만나고 다양한 생태계를 접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이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농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생태전환 교육 예산을 확보하기를 요구합니다. 수해 이후 첫 선거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후위기대응 정책을 가지고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 그것이 첫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김주리 05-30 20:15
구례 시민들, 지방선거 후보들과 기후정책 협약 이뤄내
구례 시민들, 지방선거 후보들과 기후정책 협약 이뤄내 “기후위기 대응 위해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 군민 앞에 약속 정책 협약식, 자유 시민 발언 담은 문화제 신명 나게 마쳐 구례 지방선거 후보들이 구례 기후위기 단체 협의회와 5월 28일 ‘구례군 7대 기후위기 대응 정책’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참여한 후보는 정현택 군수 후보, 김봉용 도의원 후보, 김일순·류재관·이창호 군의원 후보 5명이다. 협의회는 “구례는 2년 전 수해를 겪은 곳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공동체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7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구례 기후위기 행동이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질의·요구해 온 1, 2차 기후정책 질의서를 바탕으로 농민, 청년농부, 노동자,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정리한 정책안이다. 협약 내용은 ▲ 시민사회에 ‘구례기후정의시민회의’를, 의회에 ‘기후정의특별위원회’를, 군에 군수 직속 ‘기후위기대응팀’을 조직 ▲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조례 제정 ▲ 기후위기 생태전환 교육 실시 & 2023년 생태전환 교육 예산 최소 1인당 1만 원 확보 ▲생태순환농업으로 전환하는 기반 마련 ▲보행자와 교통약자가 우선인 탈탄소 교통체계 구축 ▲ 자원순환 공간 마련, 인력 배치와 운영을 위한 예산 지원을 담고 있다. 당초 이 협약에는 뒤늦게 협약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김순호 구례군수 후보자를 포함하여 지방선거 후보 9명이 협약 의사를 밝혀왔으나 5명만이 참여했다. 협의회 측이 케이블카 설치, 골프장 건설 등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6개 개발 공약을 공보물에 밝힌 김순호 군수 후보 측에 공약 이행 전 시민사회와 전문가와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순호 군수 후보 측이 공약 재검토는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혀 협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미 협약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던 더불어민주당 후보 3명(장길선 구례군의회의원 가선거구 후보, 이현창 도의원 후보, 이승옥 구례군의회의원 나선거구 후보)이 '우리는 원팀'이라거나 '김순호 군수 후보 공약을 지지한다'는 등 이유로 협약 번복 의사를 밝혔다. 구례 기후정책 협약식은 구례 오일장 상설무대에서 ‘잘 뽑고 싶다구례 문화제’ 와 함께 진행됐다. ‘잘 뽑고 싶다구례 문화제’는 풍물패와 함께 오일장에서 경찰서 로터리까지 행진했고, 간문초등학교 환경원정대, 생태 텃밭 교사들, 초등학교 교사, 공정선거 시민 연대 등각계 시민들이 나와 기후정치와 공정선거 문화를 만들자고 발언했다. 또, 개발과 토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약과 패거리 정치를 규탄하는 규탄문 낭독이 있었다. 좌우당간 풍물패와 이명 풍물패의 길놀이, 소소한 밴드의 공연으로 올바른 선거문화를 염원하며 주민들이 어울리는 시간을 보냈다. 구례 기후위기 단체 협의회는 화엄사, 섬지 아이쿱 생활협동조합,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 구례 기후위기 행동 모임 등 구례에서 기후위기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기후위기 비상 상황을 인식하여 정책 변화를 이끌고자 결성한 협의체이다. 협의회는 “구례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바 있으나 여전히 개발 공약과 토건 사업 위주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 큰 수해와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도 기후위기 비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 말로만 탄소중립을 운운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경제 성장과 발전을 외치는 분들이 정말로 군민을 위한다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똑바로 인식하시길 바란다.”며 이번 문화제를 마쳤다. 한편 구례군 7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요구하는 ‘주권자 5천인 서명 캠페인’은 계속 진행된다. 온라인 서명 공간 https://naver.me/5ZOFG3L5 [첨부자료] 사진 7장 -
문현경 05-27 16:42
5월 28일(토) 오전 10시, 구례오일장에서
내일(5월 28일) 오전 10시, 구례오일장 상설무대에서 <공정선거-기후위기선거문화제>가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선거문화제, 모두를 위한 공정선거, 모두를 위한 기후정치, 선거를 구례시민들의 축제로 함께 만들어 봐요. 010-2751-3021 -
김인호. 윤주옥 05-23 09:03
“용서치 마옵소서, 하지만 도와주소서” - 5월 22일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 후기
5월 22일은 유엔이 제정한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입니다. 1970년부터 2006년까지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31%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해마다 2만 5천 종에서 5만 종이 사라지고, 20년에서 30년 내에는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하게 됩니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여섯 번째 대멸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 인류가 ‘불타는 지구’의 불을 끄지 못한다면 인간은 물론 지구상 모든 생명이 지리산 구상나무 처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5월 22일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을 맞아 지리산자락 주민들과 노년 세대가 손을 맞잡고 지리산 구상나무의 ‘경고음’을 듣는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을 하였습니다.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은 60+기후행동(공동운영위원장 윤정숙, 박승옥)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 공동 주관하여, 5월 22일 (일) 낮 1시 30분부터 성삼재에서 노고단 방향으로 천천히 걸으며 ‘지리산숲 이야기’를 들었고, 낮 3시에는 노고단대피소 앞에서는 ‘지리산숲 고유제’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리산숲 고유제’는 박경애 님(춤꾼)이 시작 춤을 춘 후, 박승옥 님(60+기후행동), 문현경 대표(지구를위한작은발걸음), 이원규 시인이 인사말을 하였고, 이어서 오치근 화가, 박나리 화가와 함께 참석자 모두가 참여하여 자연물을 활용한 ‘지리산-구상나무 만다라’를 만들었습니다. ‘지리산-구상나무 만다라’는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 떨어진 나뭇잎, 돌 등을 이용하여, 지리산에 대한 고마움과 죽어가는 구상나무가 다시 살아나길, 어린 구상나무가 지리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고 약속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지리산-구상나무 만다라’에 지리산자락에서 나온 햇차를 올리고, 그 주변에 모여 나무와 풀 사이로 불어오는 지리산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지금 이 바람을 우리 아이들도 느낄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노력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지리산숲 고유제’의 마지막 순서는 나승인 님(60+기후행동)이 작성한 고유문을 구례 청천초등학교 어린이들과 60+기후행동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에 참석한 모두는 지리산 구상나무 앞에서 우리 모두가 ‘끝’을 ‘시작’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마음 다해 기원하였습니다. ‘지리산숲 고유제’에서 읽은 고유문입니다. 지리산숲 고유제 고유문 유세차 2022년 5월 22일 세계생물종다양성보존의 날을 맞아 한반도와 지구의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 천지자연께 삼가 아룁니다. 지금 배달겨레의 어머니 산 지리산이 큰 슬픔에 처해 있습니다. 구상나무숲이 죽어가고 있는 까닭입니다.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쯤이겠습니까. 손가락 끝에 가시 하나 박혀도 온몸이 아프거늘 가장 늠름했던 지리산의 자녀 구상이 선 채로 죽어가고 있음에야 그 슬픔과 아픔은 산꼭대기에서 땅 속 뿌리까지 정수리에서 등줄기 끝까지 과연 스미지 않은 데가 있겠습니까. 지리산의 아픔은 백두대간의 아픔입니다. 자연은 인간과 달라서 하나가 아프면 전체가 아픕니다. 지리가 아프면 덕유가 아프고 덕유가 아프면 소백 태백 설악이 아파합니다. 천지자연이시여, 이 땅의 인간들을 결코 용서치 마옵소서. 스스로 그러하게 무량억겁 조화와 질서를 품어온 당신의 몸 아닌 것이 없는 것을 마구 파헤치고 자르고 태워서 한라산 구상나무들을 죽이고 다시 지리산 구상나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오만과 아둔함을 결코 용서치 마옵소서. 하지만 도와주소서. 우리가 이제라도 겸손하고 착한 마음으로 돌아가 당신 안의 모든 것들과 더불어 살도록 도와주소서. 스스로 깨닫게 기다리지 마시고 죽비를 내리쳐 미련한 인간들의 정신을 깨우쳐주소서. 낭비와 포만과 편리를 버리고 검약과 부족과 불편의 삶으로 돌아가 기후를 살려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살려내고 지리를 살려 봉화 영취 황악 속리를 살게 하고 백두대간을 살려서 한반도를 살리고 한반도를 살려서 지구를 살릴 수 있게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와 연대의 힘을 주소서. 우리의 지구가 마지막 남은 씨과실임을 깨닫고 이제라도 더 이상 지구를 소비하지 않도록 우리의 다짐과 실천을 도와주소서. 지리산 구상나무 애처로운 어린 싹들 무사히 자라나 다시 깊은 숲을 이루고 반달가슴곰이 찾아와 등을 비비고 멀리 간 표범 늑대 여우 호랑이도 돌아와 표범과 만나면 표범과 놀고 여우를 만나면 여우와 노는 오래된 지리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천지자연이시어, 간절히 청하옵건대 더 늦기 전 지금 모두 함께 행동하게 도와주소서. 상향 -
윤주옥 05-17 15:56
[5월 22일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 지리산 · 구상나무 · 기후행동
지리산, 구상나무, 기후행동 지리산 구상나무의 어린 싹들이 무사히 자라나 다시 깊은 숲 이루고 반달가슴곰이 찾아와 등을 비비고 멀리 간 표범, 늑대, 여우, 호랑이도 돌아와 표범과 만나면 표범과 놀고, 여우를 만나면 여우와 노는 오래된 지리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늦기 전 지금, 우리의 지구가 마지막 남은 씨과실임을 깨닫고 더 이상 지구를 소비하지 않기 위한 모두의 다짐과 실천 5월 22일 “생물종 다양성 보존의 날”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진행되는 <지리산숲 고유제>에 함께해주세요. 일시 :2022. 5.22 (일) 낮 1시 30분 ~ 4시 장소 :지리산 성삼재 ~ 노고단 행동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천천히 걸으며 듣는 지리산숲 이야기(이창수) 지리산숲 고유제 / 시작(춤꾼 박경애) - 지리산에 햇차 올리기 – 구상나무 이야기 – 구상나무에게, 어른들에게 – 고유문 낭독 60+ 기후행동.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 [지리산숲 고유제]는 낮 3시, 노고단대피소 앞에서 진행됩니다. - 구례~성삼재간 군내버스가 운행을 안 합니다. <지리산·구상나무·기후행동> 참여자들의 편의를 위해 버스를 마련했습니다.버스는 22일(일) 낮 12시 30분 구례읍에서 출발합니다. 좌석이 제한되어 있으니, 버스를 이용할 분은 미리 연락주세요. 010-4686-6547 -
한승명 05-02 16:45
요천사랑탐험대 -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더 행복하기를
하루하루가 싱그러운 4월 30일 일요일 오전 10시, 두근두근 '요천사랑탐험대'는 요천변 닭뫼마을 오랜 마을숲길을 따라 걸으며 하늘말나리샘(김귀옥)의 안내를 받으며 20리마다 심었다는 20리나무 '시무나무'도 만나고 길 위에서 많은 곤충과 풀, 꽃들을 만날수 있었습니다. 요천변에 다다른 아이들은 물 만나 물고기들처럼 요천변을 자유롭게 웃어제끼며 친구들과 손잡고 첨벙대며 신나게 보냈습니다. 함께 한 어른들은 옛날 기억을 떠올려 족대를 들고 아이들과 물고기도 잡아보고, 손으로 직접 잡으면 화상을 입는다는 선생님 말씀에 따라 손에 물을 묻혀 열을 식힌후 가만히 유리병에 담아 가까이에서 마주 보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 하천에 이런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있다는 신기함에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곧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하여제정한 날입니다. 1923년 3월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하여, 방정환(方定煥)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모임인 색동회가 주동이 되어 5월 1일을 그 날로 정하였습니다. 1939년 일제의 탄압에 의해 없어졌다가, 해방후 1946년에 5월 5일로 정하였으며, 1975년부터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생명의 길을 열어 주자!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 선언이라 할 만한 ‘어린이날 선언문’ 어린이날의 유래와 의미, 그리고 선언문에 담겨 있는 어린이 인권 존중의 정신을 오늘에 다시 비추어 ‘어린이날 선언문’에 담긴 뜻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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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야기
<국립공원의 가로수가 산의 경치를 가로막고 있다.> 계절은 봄에 꽃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새순과 더불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계절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나뭇잎과 동무하여 내려오고 있다. 산을 오를 때는 연분홍의 수줍음으로 산을 오르더니 내려올 때는 빨갛고, 노랗게 잔뜩 상기되어 내려오고 있다. 단풍이 든 것이다. 단풍이란 무슨 말일까?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붉은 단풍나무를 보면서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갈색으로 변한 잎들을 보면서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단풍은 어떤 색일까? 사람들은 단풍이라 하면 붉은색을 떠올린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단풍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붉은 색을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풍은 붉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란색을 포함하여 나뭇잎이 변해가는 여러 가지 색들이 있다. 그럼에도 붉은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붉은 것은 열정적이고, 뜨거운 색이어서 뇌리에 깊게 각인되기 때문일 것이다. 단풍(丹楓)은 붉은 ‘단(丹)’에 단풍나무 ‘풍(楓)’ 자이다. 단풍나무 ‘풍’은 나무 ‘목’에 바람 ‘풍’ 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즉, 단풍은 붉은 바람이 나무에 드는 것이다. “나무에 붉은 바람이 든다.”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감상적인 의미가 들어 있어서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단풍이다. 붉은 빛을 강조한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도 여러 가지의 아름다운 색깔 중에서 유독 붉은 빛이 기억에 남았었나 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유독 가슴을 설레게 한다. 봄에 피는 꽃이 그러하며, 겨울에 내리는 눈이 그러하고, 가을날의 단풍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나 단풍으로 인해 설레는 것은 봄의 흥분과는 다르고, 겨울의 편안함과는 다르다. 가을의 설레임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설레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가을 낙엽이 주는 멋은 역시 고독한 설레임이고 외로운 가슴이 뛰는 것이다. 가을에 지는 낙엽은 일 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른 봄부터 뜨거운 여름을 지나 보내고, 결실을 맺는 가을을 갈무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을의 멋을 만나기 위해 산을 찾는다. 내가 사는 주변인 지리산 뱀사골에도 아주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그리고 길에서 단풍을 뒤로하고 멋지게 인증 샷을 찍는다. 사람들이 예쁘게 사진을 찍는 데 불편하다. 삼삼오오 모여서도 찍고, 혼자 멋을 내며 사진을 찍는 데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가로수로 심어진 단풍나무 때문이다. 그냥 단풍나무가 아니라 새순 때부터 붉은 잎을 달고 나오는 ‘홍단풍(노무라단풍)’이어서 불편하다. 우리의 산에, 아름다운 국립공원에 단풍을 구경을 와서 홍단풍 앞에서 멋있게 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국립공원은 생태계를 인간의 간섭에서 벗어나게 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 내에서는 나뭇잎 하나를 따서도 안 되며, 가을이 되어 말라버린 억새를 하나 꺾어도 안 된다. 2010년 어느 가을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함께 단풍을 보러 성삼재에 올랐다. 시암재 방향으로 도로를 걷다 눈앞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니 씨앗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민들레 씨앗을 날리던 생각이 나면서 억새를 하나 꺾었다. 아들 앞에서 민들레 씨앗을 후하고 불어 날리듯이 입으로 바람을 세게 불어보았다. 억새는 민들레처럼 날리지 않았다. 이 광경을 누군가 보고 있었다. 공단 직원이 소리치며 달려와서는 혼을 낸다. 국립공원에서는 풀하나 나뭇잎 하나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을 모르냐고 아주 강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들 앞에서 많이 머쓱해졌다. 그렇지만 잘못한 것은 맞기에 미안하다고 했다. 잠시 지난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국립공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런 곳에 왜 일본단풍나무와 그것을 개량한 노무라 단풍을 심었는지 묻고 싶다. 사람들이 그냥 단풍인 줄 알고 사진을 찍어서 그렇지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가 일본산이란 것을 알면 쓴웃음을 지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비단 일본산 나무를 심은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그곳에 살고 있는 나무와 풀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가로수가 모두 막아버린다. 가로수는 삭막한 도시의 녹색을 담기위해 심는다. 도시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심는다. 바쁜 도시의 생활에서 잠시 시선을 풀꽃에서 쉬어가라고 심는 것이다. 이런 가로수를 깊은 산의 골짜기마다 심는다는 것이 너무도 이상한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무계획적이고, 무조건적인 가로수 심기는 정말 재고되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김에 한두 가지를 더 보태려 한다. 뱀사골에서 성삼재로 가는 길에 심어진 만첩빈도리(겹꽃일본말발도리)와 영산홍(일본철쭉을 개량해서 만든 것)도 정리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립공원이 진짜로 우리의 산이 되고, 인간의 간섭이 없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사람들은 산의 아름다움을 만나고자 모여들고 있다. 산은 보답이라도 하듯이 계절을 내려 보내고 있다. 먼 산의 능선에서 시작한 단풍은 이미 사람의 마을 가로수에까지 내려와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 낙엽이 흩날린다. 어린 날 책갈피에 꽂아두던 은행잎이 생각난다. 그래 은행잎 하나를 주워야겠다.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심어진 홍단풍으로 인해 사람들은 일본단풍나무가 지리산 자생종인줄 안고 단풍예찬비까지 세웠다.>못난이 10-26 13:39 -
뱀사골 계곡에서
뱀사골 계곡에서 지리산 숲해설 대표 김귀옥 지리산국립공원 뱀사골 탐방안내소를 지나 뱀사골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물고기가 유유히 노니는 커다란 물웅덩이 같은 소가 나타난다. 그 소는 푸른빛이 돈다. 엄밀히 말하자면 초록빛이 돈다. 소가 잘 바라보이는 곳에서 계곡물 소리와 그 초록빛과 헤엄치는 물고기를 바라보면서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시간을 갖곤 한다. 그렇게 맑은 물을 바라볼 수 있음에 행복해하면서도 한구석으론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이 자주 든다. 그 까닭은 청소년 시절 내가 살던 곳인 울주군 궁근정리 개울의 둥글둥글하면서 흰빛으로 빛나던 돌들과 맑게 흐르던 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의 미명 아래 물길이 바뀌고, 호박돌의 색깔이 바뀌고, 물에 비치던 하늘빛마저 바뀌어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느라 몇 년을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어서이다. 그나마 젊은 시절에 동생과 함께 한 지리산 여행길에서 마주했던 뱀사골 계곡의 물은 청소년기의 궁근정리 개울에서 받았던 안타까운 마음을 치유해 주는 고마운 물, 아름다운 물로 다가와 주었다. 이순을 넘긴 나이가 된최근에는 뱀사골 계곡에서 살고 있는 수서곤충을 관찰하는 기회가 있었다. 큰 바윗돌 사이 사이에 있는 작은 돌들을 들추면서 작은 생명들을 찾아 물이 든 채집통에 모은 뒤 참여자들과 함께 살펴보았다. 한국강도래, 진강도래, 부채하루살이, 알통하루살이, 물날도래KUa, 바수염날도래로 보이는 맑은 물을 증명해 주는 물 속 주인공들을 만났다. 아직은 뱀사골 물 속에서 잘 살고 있어서 참 고마웠다.젊은 시절에 만났었던 뱀사골 계곡물에 비해 비록 유량은 줄어들고 그 초록빛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뱀사골 물로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들어 주변을 보면 그 아름다움 옆에 공존하는 불길함이 보인다. 깊은 숲속에 도로를 내고, 자동차가 심심치 않게 다니고, 심지어 포크레인을 동원해 주차장을 만들어서 숲이 훼손되고 있음이 보인다. 거기에다 엄청난 숫자로 드나드는 탐방객들이 옮겨 두고 가는 세속의 때가 더해지고, 야영객들이 머물고 간 뒤의 혼탁한 흔적들까지 쌓이면서 물속 산소가 모자라고, 물속의 온도가 올라가고, 유기물의 농도가 자꾸 높아지고 있음을 뱀사골국립공원 입구 다리 아래쪽의 자갈돌, 호박돌의 미끄러움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뱀사골 계곡에서 살고 있던 작고 여린 수서곤충인 강도래와 하루살이와 날도래들의 다양함과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나만 느끼는 걸까? 이네들이 사라지면 낙엽이 떨어져 물속에서 썩어도 치워줄 이가 없게 되고, 물 속 자갈돌 위에 자라는 녹조류를 먹을 이가 없게 되고, 나아가 이들을 먹고 살아가는 물까마귀와 꺽지와 쉬리는 어디서 먹이를 구할 수 있을까? 자연은 스스로 그러할진대, 우리 사람들이 구태여 간섭하여 망치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가! 생물들의 서식처를 훼손하는 행위들을 멈출 때 먹이사슬의 고리는 더욱 다양하고 튼튼하게 연결될 수 있다. 뱀사골 맑은물은 물속의 수많은 주인공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먹고 먹히는 길고 긴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얻어낸 소중한 결과물이다. 시멘트 도로, 자동차 통행, 넓은 주차장, 손만 뻗으면 물이 닿을 듯한 위치의 견고한 나무 데크, 관광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국립공원에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서식처를 교란시키고 파괴하는 여러 행위들을 멈추어야 한다. 이젠 멈추자. 노인이 된 나는, 지금의 어린이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도 진강도래 애벌레, 바수염날도래 애벌레, 부채하루살이 애벌레가 잘 살아가고, 뱀사골 계곡의 초록빛 물이 위풍당당하게 계속 흐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필자 젊은 시절의 뱀사골 소 바수염날도래 애벌레와 집 진강도래 애벌레 부채하루살이 애벌레김귀옥 09-28 13:33 -
만복대를 걷다.
7월의 목동반은 만복대로 향했다. 능선의 시원함과 여름 풀꽃이 우리 걸음과 함께 한 날이었다. <하늘말나리> <말나리> <검나무싸리> <지리터리풀> 만복대로 오르기 위해 정령치 주차장에 모였다. 정령치는 마루금 복원으로 터널을 만들고 식생을 복원했다. 식생복원이라고 하지만 영산홍과 일본 원예종인 홍단풍(노무라단풍)이 심어져 있었다. 우리의 문제 제기로 홍단풍은 제거 되었지만 아직도 영산홍은 그대로이다. 이제 계단을 오르려 한다. 그런데 계단 입구 오른쪽에 ‘해충기피분사기’가 있다. 사람들은 제 몸에 칙칙하고 뿌린다. 해충. 사전적 의미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은 인간의 서식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의 서식지에서는 인간이 최선이고, 인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며, 인간이 지고지순한 가치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숲은 인간의 서식지가 아니다. 나무와 풀을 비롯한 식물을 먹이와 은신처로 살아가는 크고 작은 동물들의 서식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숲은 그곳에 사는 동물과 식물이 주인이다. 사람이 숲에 가는 것은 그곳에 살기 위함이 아니다. 잠시 스쳐 지나는 것이다. 그럼 주인에게 해로운 대상은 누구인가? 사람의 서식처에는 온갖 벌레가 해로운 존재라고 한다. 그럼 동식물의 서식처에는… <해충기피제 분사기의 친절한(?) 설명서 > 지난 6월에 함양에서는 함양교육청 주관으로 생태강좌와 환경교육포럼이 진행되었다. 함양의 상징인 상림에 대한 발표는 나와 함양여중 학생이 발제를 했다. 여학생의 주제는 ‘상림의 해충과 벌레’였다. 천년의 숲, 상림은 본디 동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다. 그런데 상림에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 벌레를 해충이라 부르며 없애고 있다. 해충기피제를 뿌리고, 가로등 아래 설치된 해충살충기의 기계 소리가 불빛으로 날아온 벌레를 빨아들이고 있다. 숲의 주인인 벌레를 쫓거나 잡아 죽이면서 숲을 걷는다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발제를 했다. 사람이 불편하지 않으면 정의로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던진 것이다. 그 어린 14살의 중학교 1학년이 보기에도 어색한 ‘해충’ 이미지가 안타깝게도 국립공원 정령치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숲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기도 하지만 당연히 불편한 벌레가 살고, 독초라 불리는 사람에게 해로운 식물도 있다. 사람에게 좋고 나쁨이 같이 있는 것이다. 숲이 좋으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숲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녀가는 것이다. 그게 숲을 대하는 바른 태도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이다. 숲에 벌레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그 민원을 들어줄 것이 아니라 계도를 해야 한다. 국립공원이 진정한 동식물의 보고가 되고, 오랫동안 그 자연과 함께하려면 우리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탄소중립이 화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산악열차가 덜컹거리며 지리산을 오르려 발악을 하고 있다. 숲의 주인인 벌레를 해충이라 부르는데 거부감이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을 무시하고, 숲을 파괴하면서 사람만 잘사는 법이 있을까? 단언하건대 없다!못난이 08-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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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마리 01-28 09:22
쇳밥일지
행운은 어떻게 찾아올까? 최근 내가 만난 젊은 친구 중 갑자기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다. 소설가 '김동식', 가수 '이승윤', 이 책을 쓴 '천현우'. 물론 그 외에도 수없이 많다. 어느날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진 것은 맞는데 그렇다면 왜 그 많은 사람중 그들은 어떻게 행운을 잡았을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남들이 뭐라하던 꾸준히 한길을 걸어온 시간과 노력의 축적이다. 남이 뭐라하던 쓰고, 노래하고, 제 할 일을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다고 유명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물론 유명=행운이라는 말은 아니고, 유명=행복도 아니다. 요즘 젊은세대가 힘들다고 한다. 우리세대도 힘들었다. 힘들지 않은 세대가 어디있는가? 내 세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산업화의 불길이 활활 타올르고 대기업이 우수죽순 격으로 만들어지던 때였다. 덕분에 취업자리는 많았다. 또 조금만 운이 좋았다면(내경우) 대기업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면 뭐하나? 오래 남아 커리어여성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한데 말이다. 각 시대 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시대적 상황과 풍토가 있다. 다행히 그 파도를 잘 타고 넘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도와 함께 무인도로 쓸려간 사람도 있고 파도와 싸우다 바닷속으로 침몰한 사람도 있다. 운이 없거나 배경이 없거나 재산이 없거나...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알고 보면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위치에 있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건 있다. 그리고 잘 하는 것도 있다. 뭐든 한가지를 꾸준히 한 사람은 결국은 행운을 잡는다.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도, 유명해 지지 않아도 돌이라도 매일 줍는 사람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행복은 어떠한 여건 속에서도 매일 행복하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사랑도 연습, 행복도 연습, 천국도 연습이다. 매일 연습한 사람만 그것이 축적되어 사랑의 결과물, 행복의 결과물, 천국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결과물이 드러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연습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 갈 뿐이다. 천현우는 요즘 청년이 어떻게 어려운지 그 상황을 직접 겪었고 그걸 유려한 문체로 전해 주었다. 그가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전문 작가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독자들은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고 고맙다. 노동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어둠 속에서 법의 헤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다. 매년 2000가량의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 천현우도 부상을 당했고 여러번 위험에 처했지만 적절히 처우받지 못했다. 노동환경도 부적절하고 사고시 처우도 부적절한게 현재의 노동현장이다. 김용균 사건 이후로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을 고친다고 노동현장이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는다. 이태원참사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위험은 어는 곳에나 있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언제 어디서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암튼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로 밥벌이를 하는 나라가 되어야 겠는데 말이다. -
홍마리 01-17 22:1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룰루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파헤친다. 조던은 생존했었고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며 학장이었고 분류생물학자였다. 뭔가를 보면 그 안에서 질서를 찾아야 하고 질서대로 분류해야만 하는 한 인간이 있고, 신기한 인간을 보면 왜 그러는지 알아보야야 하는 또 한 인간의 이야기다. 조던은 온세계의 바다를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잡아 표본을 만들었다. 룰루는 무엇이 한 인간을 이렇게 집착하게 만드는지 "한사람을 계속 나아가도록 몰아대는 건 뭘까?"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이었다. 결국 한 인간은 물고기에 집착하고, 다른 한 인간은 그것에 집착하는 인간에게 집착한 이야기다. 두 집착형 인간이 집착하여 만든 결과는 놀랍다. 인간의 집착은 다른 인간의 집착의 결과를 뒤집어 놓는다. 픽션이 아닌 넌픽션이라 더욱 놀랍다. 오래전 생물 시간에 멍청하게 듣던 우생학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정말 멍청한 일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암튼 이 책은 너무 기발한 한 인간에 놀라 마구 책을 넘기다가 그 깜짝 놀랄 행위와 결과에 또 놀라 마구 책을 넘기다 입을 딱 벌린채 책을 덮는데, 흥미가 결국 허망한 결론을 도출해 냈다는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혼돈같이 보이는 것에 있는 질서를 찾아내고 다시 그 질서을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찾는 일이 사람사는 일인 것 같다. "다른 세계는 있지만, 그것은 이 세계 안에 있다" 예이츠 결국 데이비드와 룰루는 비슷한 류의 인간이 아니었을까? 인간을 분류할 수 있다면? -
홍마리 01-17 21:51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이자, 노동 인권과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스트의 선구자 김알렉산드라의 생애를 그린 그래픽노블. 그림 스타일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페이지 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참 독특하고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흑백이고 오로지 검은색으로 선이 굵은붓으로만 그렸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이 김금숙은 만화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를 많이 탔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 김금숙과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그녀가 살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것이었다. " 라는. 김알렉산드라는 두아이의 엄마였다. 아이를 맡기고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에 일생을 바치다 사형당했다. "내가 100년 전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빼앗긴 나라에서 여성으로, 가난한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면?" --생략-- 2019년, 김알렉산드라에 대한 만화 작업을 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내가 그녀가 살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여성으로서 이만큼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수많은 김알렉산드라의 투쟁 덕분이리라. --생략--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불가능하지만 그 차이를 점점 줄일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백 년 전에 살았던 김알레산드라는 진정한 독립운동가였으며(빼앗긴 나라를 되찯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나라를 되찾느나,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어떤 나라를 만드는가는 더욱 중요하다)혁명가이자 선구자였다. 2020년 봄, 김금숙 -
홍마리 01-11 00:04
하얼빈
이 책의 저자는 김훈이고 이책의 주인공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안중근이다. 그러나 우리가 안중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손가락 잘라 맹세한 이야기'나 그 어머니의 뚝심있는 편지와 같은 유명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제목 '하얼빈'은 안중근이 '이토히루부미'를 저격한 장소다. 소설이라기 보다 다큐에 가까울 정도로 사건 중심적이지만, 매 순간 등장인물들이 느꼈을 감정은 누구나 알 수 없기에 작가의 몫이다. 그런 감정을 얼마나 더 실제인물의 감정과 이입했고, 독자들 역시 그것에 공감했느냐가 소설의 맛일게다. 나에게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저자 김훈이 왜 이책을 썼으며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부분인 '저자의 말'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읽은 기록들과 한 작가가 한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고군분투하는지가 책의 내용을 제외한 부분에 나온다. 내게는 이 부분이 더 재미있다. 또한 내용의 특이점은 신앙에 대한 부분이다.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저자의 안목으로 적어낸 부분이다. 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전민동 성당의 주임신부님이셨던 정재돈 신부님은 안중근 도마의 신봉자였다. 전민동 성당의 주보성인은 도마 사도였는데 안중근의 세례명도 도마였다. 정재돈 신부님은 성도마 사도보다 안중근 도마를 섬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중근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 그리고 그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다. 덕분에 신자들은 안중근에 대한 정보와 신앙에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에도 안중근의 신앙과 신앙인으로서 살인을 저지른 자에 대한 교회의 입장에 대해 저자로서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당시, 일본이 지배하고 있던 나라의 외국인 주교 뮈델은 안중근에게 고백성사를 해준 신부 빌렘에게 자격 정지 2년을 선고했다. 이후,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은 안중근에 대한 천주교의 태도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12월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됐다. 누가 볼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진정한 민족의 영웅에 대한 영화는 자꾸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투데이 HOT 이슈
- ‘ 성삼재․정령치 도로 톺아보기’를 시작하며
- ‘<기획연재> 성삼재․정령치 도로 톺아보기’를 시작하며 작년 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정령치 일원 친환경 교통체계 개선 방안 연구’(이하 연구, 사단법인 한국환경생태학회 수행, 2021.11.1. ~ 2022.10.27.)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연구 결과가 획기적이지는 않았지만, 국립공원공단이 ‘2030 국립공원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성삼재․정령치 도로와 주차장, 휴게소 등의 변화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니, 올해는 그 변화가 현장에서 보여지는 첫해가 될 것 같습니다. 실상 성삼재․정령치 도로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지리산에 어울리는 도로는 아닙니다. 이 도로가 건설된 후 생태계 훼손과 탄소 발생(연간 648tCO2 : 30년생 소나무 숲 60ha의 연간 탄소흡수량), 야생동식물에게 악영향을 주는 대기질과 수질, 소음과 빛 공해, 도로변 불법 주차와 교통사고 위험성, 산사태 발생 위험 등은 반복적으로 제기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로 폐쇄라고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로 폐쇄는 어려워 보입니다. 성삼재․정령치 도로에 접한 남원시와 구례군 주민들이 이 도로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국민도 이 도로가 있다는 전제하에 지리산국립공원 방문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성삼재․정령치 도로는 ‘법정 도로’여서 도로를 폐지하려면 도로관리청인 전라북도와 구례군이 ‘노선폐지’를 하거나(도로법 제21조), ‘통행금지․제한’(도로법 제76조) 조치를 해야하는데, 두 기관 모두 이를 원치 않고있습니다. 성삼재주차장과 휴게소 (위). 정령치주차장과 휴게소 (아래)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어, 2021년 발족한 ‘성삼재․정령치도로전환연대’도 도로 폐쇄가 아니라 일반 차량은 통제하고 친환경 셔틀버스를 운행할 것과 주차장의 축소와 폐지 등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녹녹치 않습니다. 성삼재․정령치 도로변에서 숙박업이나 식당 등을 하는 주민들의 경우 일반 차량을 통제하면 손님이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전환이 우선이라며 성삼재․정령치 주차장의 변화에 인색합니다. 주차장이 있으니 성삼재․정령치 휴게소도 필요하고, 이왕에 있는 시설이니 지금처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또 이 도로의 변화에 대해 남원시는 산악열차를, 구례군은 케이블카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 전환의 첫해는 힘겨운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기획연재> 성삼재․정령치 도로 톺아보기’는성삼재․정령치 도로는 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성삼재․정령치 도로로 인한 영향을 살펴봅니다, 그간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변화를 위해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해보아요 등을 주제로 쓸 예정입니다. 저는 성삼재․정령치 도로 전환이 사람을 통해 실현될 일이라 생각되어, 객관적인 사실이나 상황만을 나열하지 않고 ‘사람의 이야기’로 써볼 작정입니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시작될지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성삼재․정령치 도로(주차장, 휴게소 등 포함)와 관련하여 만나볼 사람, 유의미한 장소, 상상하는 성삼재․정령치 도로의 모습 등이 있다면 언제든지, 뭐든지 이야기해주세요. *사진은 김인호 편집장(지리산인)이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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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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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동지모임 후기] 눈 내린 동짓날, 지리산동지들이 만났습니다
눈 내린 동짓날, 지리산동지들이 만났습니다 2008년부터 동지가 되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구례에 계신 분들과 팥을 삶고 새알을 빚어 동지팥죽을 쑤었습니다. 팥죽을 나눠 먹으며 한해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가올 새해를 힘차고 따뜻하게 열어가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지리산사람들은 올해(2022년) 동지에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에 온 마음을 모았던 만큼 지리산, ‘지리산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되어, 지리산자락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초대하였습니다. 팥죽은 직접 쑤지 않고, 화엄사에 올라가 공양하였고요.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스스로 ‘활동가’가 말하는 분들은 지리산운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자 만난 ‘지리산동지모임’은 동짓날인 12월 22일 12시 20분부터 14시 20분까지, 화엄사 범음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지리산동지모임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한 후, 올해 마음 안에 남아있는 액(좋지 못한 일, 사건 등)을 쓰고, 박두규 시인으로부터 ‘지리산운동에 대한 생각나누기’를 위한 마중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인 분들은 마중물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어, 이렇게 저렇게 움트는 생각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박두규 시인의 마중물 이야기입니다. “ ... 오늘 우리가 지리산 운동이라는 화두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내년, 앞으로의 일들을 같이 생각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 지리산 운동이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지리산 개발에 대한 반대운동, 지리산댐 저지 운동에서 시작해서 케이블카·산악열차 반대 등 개발에 반대하는 의미의 운동적 성격이 주를 이루어왔다. 반달곰, 수달, 구상나무와 같은 생태·환경적 문제도 지리산 운동의 범주에 넣고 그런 정도로 인식해왔다. 담론화되지는 않았다. 지리산자락에 벌어지는 문제들을 열심히 막아내고 있고 막아내려 하고 있고 당장에 불을 끄는 일들만 해왔다. 이와 함께 해야 할 일은 논의의 장이 된다면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고 총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임,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지리산에 야기된 많은 문제들은 지자체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21세기 들어온 500년 동안에 만들어진 문제를 풀어내려면 우리의 현실적인 삶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지리산 운동은 삶을 바꿔내는, 가치관을 바꿔내는 것과도 연결이 되어있다. 철학적인 문제도 연결돼있다. ... 자연의 순환논리가 차단된 것을 터서 지구가 순환되도록 바라는 것이다. ... 크게 보면 새로운 문화운동, 대안문명, 대안문화운동이기도 한 것이 지리산운동이다. 케이블카, 산악열차 이런 문제만이 아닌 더 심각한 기술문명, 기계문명이 가지고 있는 위기도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로 당혹스럽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도 결국은 휴머니즘, 인간성의 상실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 이 모임이 그러한 출발에 있다고 본다. 이것을 현실로 가져오려면 이 모임이 어떻게 추동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 모임이 정례적으로 이루어질 때마다 개인의 의견을 공론장으로 끌어와서 개개인들이 하나로 공론화되는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갔으면 한다. ... 무언가 내용을 빨리 채우고 체제를 정비해서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단은 서로 개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이야기를 토대로 깊은 관계성, 친밀성을 유지하고 그러면서 이 모임을, 지리산 운동을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다.“ ‘지리산운동’이라고 하니 산악열차, 케이블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지리산에 내려온 다음 해에 4개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얘기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리산은 하나다.’라고 얘기해왔다. 이 표현은 우리가 하난데 서로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문구였다. ...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리산의 케이블카를 계속 지자체장들이 이야기함으로 인해서 이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짚라인, 모노레일 이런 것들이 마음 안에 들어가는 것이 더 두려웠다.“ (윤주옥) ”우리가 무언가를 막아낸다는 목적에 사로잡혀서 그 뜻에 함께 할수 있는 이웃들을 잊고 있지않았나. 그 이웃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임.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게됐고 그런 고민들을 세분이 엮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최지한)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기본만 간신히 잘하는 게 아니라 기본만 내밀어도 다 해결될 수 있을만큼 잘하는 것을 기본에 충실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막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 산악열차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서 옆 사람에게 전해줘야하는데 ... 이 단계에서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고 차근차근 단계가 있어야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거나 마음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지선) ”산내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지리산과 삶의 연결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산악열차 이야기를 들어서 친구들과 뭐라도 해보자하고 산내삼거리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가 지리산사람들과 연결되었다. 다음해에 지리산방랑단이라는 여행을 떠나면서 지리산과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가 제 안에 들어온 것 같다. ... 구례로 오면서 산악열차 반대활동에 같이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다. 너무 어려운 활동이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행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것인지 내가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 그렇게 활동하다가 지치거나 되려 상처받는 제자신도 발견했다. 활동가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상처받지 않게끔 돌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 자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 지리산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삶 속에서 자신과의 연결을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이 저희 세대에게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글) 지리산운동이 1시간 30분 차를 타고 움직여야만 가능할까요? 각자 사는 지역에서 좀 더 세심하게 움직여야지요. ”터지는 걸 막는게 아니라 터지는 것 막는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고민들, 그게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같이 가져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근본적인 고민을 우리끼리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좋은 세상에서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태준) ”... 산악열차나 큰 이슈가 있을 때에는 뭉치지만 일상적으로는 각자 자기가 발 딛고 서 있는 지역에서 사람들이 계속 같이 맞대고 이야기하고 퍼뜨리는 점조직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 삶에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여는 말씀 해주신 것처럼 어떻게 운동이 삶이 될 수 있을까 ...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들 옆에서 조금씩 배워나가고 다음 세대들에게 전하는 삶이 그런 운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살고 아이들에게도 계속 손내밀고 자연스럽게 살고. 그 방법이 장기적으로 볼 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군수가 되고 의회, 의원이 되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 자리를 선점해서 이런 짓꺼리를 못하게 막았으면 좋겠다.“ (문현경) ”지리산운동이 북극성을 바라보듯이 방향성으로 잡고 가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삶의 태도나 가치, 철학과 관련되서는 직접 보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직접 보면 더 좋을 것이다. ... 지리산의 공적인 방향, 대안적인 방향, 소외된 생명에 소홀하지 않고 내가 넘침이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갈수 있으되 다만 우리의 문제가 결국은 각 지역에서 안정된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고 꽃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정태연) 그래도 좀 더 확장된 ‘지리산운동’은 필요해 보입니다. ”지리산권에 사는 대안적인 삶을 지리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끌어가다 보면 산악열차가 실패했다하더라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고 그 동력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지리산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참 좋다.“(박은주) ”우리 지역에서 사람모으기가 힘들어서 파이를 키워서 사람을 모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저도 지리산권 청소년들이 모여서 뭔가를 해보는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명분들이 있지만 모으기 힘든 청소년들을 지리산권으로 넓혀서 모으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기대되는 것은 범위가 넓어진 만큼 다른 환경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지리산권이라는 공통점, 지향점을 상당부분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전혀 색다른 시도들을 배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한범) ”... 같은 지리산권에 있지만 한 시간 반 걸리는 먼 지역들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서로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서모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김인호) ”구례나 산내나 지리산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과 남원 시내, 산청 읍내 등 멀찌감치 바라보는 사람들이 지리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다. ...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리산의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같이 만들어가야하고 그럼으로써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나가는 운동이 박두규 님이 말씀하신 지리산 운동의 의미가 아닐까. 가치를 좀더 구체적이고 쉬운 언어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이 모임에서 준비하면 좋겠다. ... 지리산에 살지 않더라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임현택) ”지리산운동이라는 커다란 방향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고 한다면 방향을 설정해놓고 열린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 ... 좀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거라면 좀더 열린 무언가로 너무 느슨하지 않게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겠됐다.“ (자유) ”지리산자락에 있는 모두가 개인의 의견을 가져와서 나누고 자기 지역에서 고민하고 일했던 사안들. 사건화되지 않아도 되고 사건화된것도 있을 것이고 다양할텐데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을 가져와서 공론화시키자는 것이다. ...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잇는 장이었으면 좋겠다. ... 조급하게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도 그런 것들 하나하나 점검해나가면서 차분하게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러면서 개인이 어느 지역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도 충분히 개인적 고민과 함께 이야기하고 상황적 문제도 고민하고. 개인의 문제도 공유하면서 개인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거기에서 출발하자.“ (박두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공유하는 자리,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 꿈을 만드는 자리, 정형화된 틀을 만들지 않고 두 번째 자리를 만들어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신강) 눈은 계속 내리고, 산청, 함양에서 온 활동가들의 엉덩이가 들썩였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의 동지모임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시간입니다. 모두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시를 읽고, 종이에 쓴 액을 날렸습니다. 액은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액을 날리면서 깨달았습니다. 오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개발 반대 운동을 넘어서 우리 삶을 바꾸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지리산운동의 꿈을 향한 내딛음, 시작하였으니 차분히, 벅찬 마음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내년에 다시 만날 지리산동지모임은 이 글을 읽는 그대를 포함한 모두가 초대손님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사짓고 아이들과 만나면서 좋은 세상을 꿈꾸는, 너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며 돌봄과 치유를 위해 마음 쓰는, 그러한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기록. 김주리 사진. 김인호 글. 윤주옥 * 박두규 시인의 마중물 글과 김주리 님이 정리한 지리산동지모임의 기록,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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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는 사악(邪惡)열차!
지리산 산악열차는 사악(邪惡)열차! -지리산산악열차 무엇이 문제인가? 2022년 6월 2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이하 산악열차)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남원시의 ‘산악관광활성화정책’(2015년)을 보면 육모정에서 정령치 ~ 도계쉼터 ~달궁 / 도계쉼터 ~ 성삼재 ~ 천은사 등을 연결하는 3,33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지리산개발사업이다. 이번에 계획된 산악열차 시범사업은 그 지리산개발사업의 시작종일 것이다. -남원시에서 철도연에 제출한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 노선도 남원시의 산악열차 시범사업 노선은 국립공원 구간이 전체 70% 이상인데 남원시는 쪼개기 편법을 통해 지리산국립공원계획 변경,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2026년 이후에나 하겠다고 한다. 산악열차 설치가 지역주민들의 교통기본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산악열차가 건설된 후에는 자동차도로가 폐쇄되어 걷거나 열차만 타야하니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교통기본권이 침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며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 1호로 반달곰 등 40여 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이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하늘다람쥐가 살고 무산쇠족제비, 표범장지뱀, 새호리기 등이 산다. 기후위기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생태파괴가 뻔한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지켜만 보아야 할까? 지리산권 5개시군 주민들이 연대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대책위원회’,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남원대책위원회’ 장효수 대표(남원제일교회 목사)를 만나 지리산 산악열차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일시 / 2022년 8월 18일 (목) 오후 16시 ~ 17시 10분 인터뷰 장소 / 하루 *인터뷰는 김인호 편집장이 묻고, 장효수 대표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하 인터뷰 내용에서 김은 김인호 편집장을, 장은 장효수 대표를 지칭합니다. -남원시청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집회를 진행하는 장효수 대표 김 :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남원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 활동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장 :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에서 이 지역의 환경문제, 탄소중립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었어요. 그러다가 2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시청 앞에서 공무원들 퇴근 시간에 맞춰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산악열차가 급하여 목요일을 ‘집중 행동의 날’로 정하고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5대 종교단체가 모인 ‘종교환경회의’라는 그룹이 있어요. 종교환경회의는 전국 단위 모임으로 1년에 한 번씩 모임을 하는데 올해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제대로 알고, 백지화에 힘을 모으기 위해 지리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첫날, 제가 있는 교회에서 모여서, 산악열차 현장인 정령치에서부터 고기리 삼거리까지 순례를 하고 내려와서, 남원시청 앞에서 남원지역 시민들과 같이 공동행동을 할 예정입니다. 이날 우리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나 시민들이 좀더 집중적으로 더 모이려고 홍보 중에 있습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추진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요? (환경부가 지리산 케이블카는 지리산권 5개시군이 합의해서 단일한 안을 가져오면 그때부터 검토하겠다고 하니까, 남원시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좀 어렵겠다고 보고 2013년부터는 ‘친환경 전기열차’라는 이름으로 산악열차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장 : 제가 볼 때, 남원은 케이블카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구례, 산청 등이 열심이었던 것이고요. 하동은 산악열차를 추진하고 있었고요. 하동이 추진하는 산악열차 예정지는 지리산국립공원을 벗어난 형제봉이고요. 하동군은 형제봉이 자연공원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형제봉에서 추진하던 산악열차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원점재검토’하기로 됐습니다. 남원시에서 추진하는 산악열차가 지리산으로 올라가면,하동군도 다시 산악열차를 추진하겠다고 할 것이니, 지금은 지리산 전체가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또한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이 무너지면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에서 개발의 열풍이 불겁니다.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다른 산도 산악관광사업들이 활개를 칠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시대이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개발이 아니고 보존과 회복이 더 중요한 때일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70~80년대 방식의 개발로 가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인 것이죠. 그러나 저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약에 남원에서 산악열차가 정령치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결국은 실패하여, 남원시가 추진한 지리산 산악열차는 역사의 교훈으로, 그냥 고철로 남을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입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실패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입니까? 장 : 당연히 실패입니다. 이것은 대책위가 그냥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팀에서 자료를 놓고분석을 하고, 또 다른 지역의 사례를 적용시킨 결과입니다. 잘 알다시피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옛날 방식의 관광은 안 될 것입니다. 더구나 남원시와 같이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역에서는 산악열차처럼 2천~3천억 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이게 시간이 길어지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인데요. 건설도 문제지만 운영에 있어서 적자가 나기 시작하면 남원시의 재정은 굉장히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남원에서 문제 되는 모노레일 사업이 분명한 예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자 유치 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 남원 모노레일 사업의 민자유치 부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던데? 장 : 남원 모노레일은 관광단지 안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미 설치가 됐죠. 이 사업은 남원시에서 제안했던 관광사업인데요. 컨소시엄으로 민자유치를 했는데,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20억 원의 투자금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 융자로 끌어다 쓴 돈이 400억 원입니다. 20억 원짜리 컨소시엄이, 예를 들면 큰 도시에 아파트 하나 팔아도 20억 원인데 이 적은 금액을 갖고 남원시에서 보증해줬기 때문에 40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만약에 모노레일 운영이 잘 안 되고 민간업체가 못하겠다고 빠져버리면 금융 융자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남원시가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원시로서는 굉장히 부담이 있는 사업이라, 최경식 남원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사업을 중지시켜 놨습니다. 허가를 안 해주고 있어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죠. 대책위는 모노레일 건이 산악열차에 좋은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지리산 산악열차도 고기리삼거리에서부터 육모정까지는 민자유치로 건설하겠다고 공문까지 올라가 있거든요. 고기리댐에서 정령치까지는 남원시에서 세금으로 건설하고요. 그러니까 지리산 산악열차도 모노레일 사업과 똑같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텐데, 분명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김 : 사업비가 국비가 아니고 남원시 재정 + 민자유치로 구성된다는 것이네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국비 지원이 아니니 남원시 재정 + 민자유치로 해야 하는데 민간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모노레일 사업과 같이 특혜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 장 : 당연히 그렇게 되죠. 그래서 산악열차의 전례로 모노레일 사업을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을 보면 선로가 단선으로 열차가 교행할 수 없는데 만약에 이대로 추진이 된다면 추가로 산을 깎아 교행 시설을 만들지 않을까요? 장 : 맞습니다. 열차 교행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대책위가 이야기하기는 좀 부담스럽습니다만, 정책팀(8명의 활동가가 함께 하는)은 이것을 놓고 공부를 하고, 연구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걸 왜 언급하는가 하면은, 경제성이 안 나오니까 남원시의 용역을 받은 컨설팅업체에서 이 부분을 조작한 게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컨설팅업체에서 하는 거잖아요. 대책위는 연구용역만 건설팅업체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철도연에 낼 공모제안서를 쓸 때도 컨설팅업체에서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공무원들이 세부적인 것까지 할 수가 없었겠죠(전문 영역이라서요). 근데 컨설팅업체에서 2019년도에 이미 진행한 연구용역을 그대로 베껴 쓰고는(그림은 똑같은데, 열차 탑승 인원만 바꾸는 방식으로) 자연공원법에 저촉된다고 지적을 하니 숫자만 82명에서 42명으로 수정한 겁니다. 2019년 연구용역에서 탑승 인원을 82명으로 했을 때는 수익이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탑승 인원을 42명으로 줄이면 수익이 날 수 없는 거죠. 이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에서 남원시의 계획은 정확한 것도 없고 그때그때 왔다 갔다 하는,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다른 상황입니다. 김 : 경제성도 문제지만 남원시의 계획은 법적인 문제도 많아 보입니다만? 장 : 백두대간보호법, 자연공원법, 도로교통법, 궤도운송법 등 산악열차에 관련된 법령이 4가지나 되더라고요. 제가 이 분야는 전문은 아닌데, 시범사업(13km) 중 시범노선(1km)은 관련 법을 모두 피할 수 있는 곳에다 하겠다는 겁니다. 고기리삼거리에서 고기댐은 국립공원 밖이예요. 그러니까 시범노선 설치 때는 법적인 문제가 직접적으로는 연관이 없어요. 그런데 나중에 공사하게 되는 연장노선은 모두 관련(법적으로 문제)이 됩니다. 그래서 대책위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자연공원법에 대한 절차 등을 이행하라고 하고 있는데, 남원시는 그건 시범노선 건설 이후에 하겠다고 합니다. 백두대간보호법의 경우도 백두대간 핵심구역이 4km나 되니, 이 또한 문제가 되고요. 게다가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280억 원 이상의 세금으로요. 그런데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가 바로 반달가슴곰이 다니는 길이예요. 산악열차가 전기로 가니 소음도 적고, 진동도 없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산악열차는 톱니바퀴식으로 움직이는 거라서 외부소음이 90데시벨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소음을 내는 열차가 25분 간격으로 다닌다면, 그 주변의 야생동식물에게 영향을 안 줄 수가 없는 거죠. 근데 제가 오늘 산악열차 예정지에 다녀오면서 든 생각인데요. 이 길은 기울기가 상당히 가팔라요, 절벽 같은데 길을 낸 건데요. 여기를 공차(빈 열차)면 42톤, 만차면(관광객이 다 타면) 54톤인 기차가 다닌다면, 이게 톱니바퀴로 다니니 상당한 진동이 있는 거죠. 절벽 같은 길을 다니면서 진동이 날텐데... 요즘 ‘머드 슬라이딩’이라고 그러잖아요. 진흙 무너지듯이 그런 대규모 사고 가능성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김 : 산악열차에 대한 주민 반응은 어떤가요? 장 : 오늘도 그 얘기를 했는데, 주민들한테는 정확히 얘기를 안 하는 겁니다. 남원시에서는 겨울철 동절기 때 눈이 많이 내리면 마을 사람들이 못 내려오니까 (산악열차를 놓아서) 여기를 다닐 수 있게 하여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확보하겠다고 홍보를 했는데, 내용을 봤더니 산악열차를 놓고는 지금 사용하는 도로는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일반차량은 못 다닌다는 것입니다. 일반차량이 못 다니면 주민들한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인데, 여기 주민들은 그 내용을 모르고요. 산악열차에 ‘친환경’을 붙여놓으니 관광객이 좀 오겠다 싶어 굉장히 들떠있고 좋아해요.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남원시민들도 종종 고기삼거리에 있는 식당에 산채비빔밥을 먹으러 올라가거든요. 이 구간에 일반차량이 못 다니면, 식당까지 갈 때 차 가지고 못 가는 겁니다. 밥 먹으러 가면서, 산악열차 기다렸다가 그거 타고 천천히 올라가서 밥 먹고, 다시 산악열차 타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때는 밥 먹으러 거기까지 안 가겠죠. 이건 주민들의 생존권이거든요. 그래서 고기리 주민이나 남원시민이나 이 내용을 알면 적극 반대를 할 것 같아요. 남원시 논리대로 라면, 겨울 한철, 그것도 불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나머지 기간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게다가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는 열차도 안다니니 주민들은 걸어다녀야하는 거예요. 주민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주민들이 아직 모르는 거죠. 김 ; 시범노선만 하고 연장노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시범노선 레일과 열차 등 시설물은 애물단지가 될 것 같은데 장 : 그 이후에, 이런 예상은 남원시로서는 말도 안 하겠죠. 우리가 다 아시다시피 지금 남원시장은 개인 일신상의 문제로 검찰에 송치(불구속)되어 있잖아요. 다른 문제도 아니고 선거법 위반이 학력 부분이기 때문에 당선 취소가 될 가능성이 많죠, 재판이 3심까지 간다면 적어도 1~2년은 걸릴 겁니다. 이런 시장이 지리산 산악열차에 서명(철도연과의 시법사업 협약서)를 한다면, 최경식 시장이 서명하고, 다시 선거를 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시장됐을 때, 그 시장이 ‘이거 문제있다. 우리 안 하겠다. 이거 진행 않겠다.’ 그러면 그냥 올스톱되는 겁니다. 그렇게되면 정말 시범노선 구간은 땅 파놓고 그냥 그 상태로 멈출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게 더 심각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10년 전부터 논의되었는데, 그러나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세상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 산악열차를 진행한다는 것은 시대의 역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있을 때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여했던 국가들이 협약했던 부분이 2030년도까지는 산림을 건드리지 않겠다. 이게 세계적인 협약인데 전혀 관계없이 가는 거죠. 그리고 제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철도연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것은 철도연 프로젝트를 하는 겁니다. 국가 예산 278억짜리 철기연의 먹거리 사업인 겁니다. 정말 이게 좋은 거라면 서울 남산이나 북한산에서 하면 되잖아요. 문제가 많으니 반대가 덜 한 지방에다가 하는 거 아닌가요? 또 철도연에서 공모사업을 할 때, 남원시만이 아니라 태백시, 울릉군 등 3곳에서 신청을 했어요. 3곳 중 남원시만이 1차 적격성 평가을 통과하여, 2차 평가에서 남원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건데, 이 부분은 대책위에서 국회와 협력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원시와 철도연간의 담합(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담합, 이제 무슨 말인가 하면, Win-Win 하려고 했던 겁니다. 철도연은 자기네 프로젝트를 살리려고 하는 거고, 남원시의 정치인들은 이걸로 지역민들의 표를 얻은 거고요. 공모사업 평가항목을 보면 다른 지자체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남원만을 염두에 둔 항목이 많이 있는 거예요. 일반적인 공모사업이 이렇게 진행되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 공모심사 과정을 보면 시범노선, 연장노선, 제안노선 등이 복잡하게 나와있는데, 제안노선에 대해 평가한다고 하고는 행정절차는 시범노선에 대해서만 이행하고, 그래서 시범노선은 미끼 같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장 : 좋은 표현 쓰셨어요. 미끼라고. 철도연에 공모제안서를 낼 때는 연장구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시범노선 1Km를 하겠다 그랬어요. 그런데 행정절차는 시범노선만 먼저 하겠다고,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김 : 대책위에서 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 현황이나 전망을 얘기해 주시고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범국민연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 : 5개 시군이 모인 ‘지리산산악열차 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리산 산악열차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진행을 해왔고요. 그리고 남원은 남원대로 대책위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고요. 이제는 지리산은 우리 지역, 지리산자락의 주민들만의 산이 아니다. 그래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범국민연대’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전국에 활동하는 환경단체들이 다 들어와 았습니다. 지금도 계속 알리는 중이고요. 지리산이 남원만의 산이 아니니까요. 우리 민족의 산이고 상징성 부분인 거죠. 상징성, 그러니까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잖아요. ‘민족의 영산’이란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지리산이 무너지면 전국에 있는 모든 산, 자연이 개발론자들에 의해 짓밟혀진다고 하는 이 사실을 우리는 거부한다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내는 거죠.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예전에는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이 힘들어진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겁니다. 제가 원래 이런 일을 하던 사람은 아니거든요. 대학 다닐 때야 좀 목소리도 냈지만 그건 대학 때 얘기고요. 그 이후에는 이런 활동을 안 했는데, 인식은 있었지만요. 그런데 2년 전에 남원, 구례 등에 집중 폭우가 내린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섬진강이 범람하고, 남원에서도 송동을 포함한 많은 마을들이 물에 잠기고, 그때 구례읍내도 물에 잠겼었잖아요. 그때 동네 하나가 물에 잠겨, 진흙 뻘이 된 거에요. 그날 제가 거기 있었어요. 우리 교인들도 있었기 때문에, 저도 우의 입고 삽 들고 가서 막으려고 갔었어요. 모래주머니로 막고 그러다가, 물이 넘쳐서 피신 나오는 그 광경을, 저는 현장에서 겪은 사람이거든요. 그때 내린 비가 430mm입니다. 이게 바로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거예요. 이것이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올해 서울 강남에 같은 방식으로 비가 몰아친 거 아닌가요? 이번에 강남에 내린 비가 420mm라고 그러더라고요. 강남에 많다던 외제 차가 떠다니고, 버스가 물에 잠기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잖아요. 이 모든 일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위기거든요. 이것을 아는데, 외면하고 개발한다? 몇몇 사람 돈 벌려고. 남원은 재작년에 사회안정지수 6위라고 하더라고요. 남원이 사회안정지수, 이건 범죄뿐 아니고 경제, 의료 등에 대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건데 전국 6위를 한 겁니다. 시에서 자랑하며, 신문에 내고 시청에다가 현수막 걸고 그랬잖아요. 5위까지는 광역 도시들, 예를 들면 서울, 부산 이런 대도시였고요. 지방에 있는 소도시에서는 첫 번째가 남원이었습니다. 이 얘기는 남원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좋은 지역이라는 말이에요. 못 사는 지역이 아니라는 거죠. 남원시청은 우리 남원이 못 살고 어렵고, 일자리가 어떻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지리산을 파헤치는 방싱의 관광을 해야 된다고 주장을 하고 했는데, 이건 남원시청이 제대로 된 정책방향을 못잡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방송, 신문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홍보영상, 사진이 나올 때면 눈길 속을 달리는 열차, 마치 스위스 융프라우처럼 나옵니다. 완전 과대광고죠. 지리산은 그런 모습이 아니거든요. 생각해보세요. 기후변화로 남원에서 눈이 내린 적이 1년에 몇 번이나 됩니까? 눈이 오더라도 희끗희끗 남아 있다가 금세 녹아버리잖아요. 지도자는 철학이 있어야 됩니다. 지도자는 지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만 해요. 그래야 그 지역이 좋아지는 거예요. 저는 산악열차 건설 예산을 남원에 꼭 필요한 곳에 쓴다면, 예를 들면 남원은 문화가 있고 자연이 있고 인문학들이 있잖아요. 교통도 좋고, 그리고 남원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남원의 관광 패턴을 길을 중심으로 쉬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도시의 교통시스템도 탄소중립 모델 도시로 만들면 남원은 히트 칠 거다고 생각합니다. 남원을 걷고, 자전거 타는 동네로 만드는 게 평지니까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프랑스 파리의 여성 시장인 이달고 시장이 파리에 있던 주차장 1만 2천 개를 없애버렸잖아요. 이런 게 필요합니다.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하는 거죠. 제가 볼 때 남원시는 여전히 19세기 관광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데, 이게 5년, 10년 후의 관광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바뀌어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멈춘다고, 그래서 역사의 교훈을 맞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 : 긴 시간, 산악열차와 남원시의 미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人 신문>이 지향하는 게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엮어내고, 또 지리산을 보존하는 것을 우선에 두고 있거든요. <지리산-人 신문>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장 : 저는 서울이라고 곳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희망은 없고 인간 교만과 탐욕의 덩어리죠. 모든 산업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그래서 우리 사회가 멍들고 어두워져가고 절망적이 된 것은 다 그런 기득권자들의 힘의 지배 논리인데요. 이것을 맑게 만드는 것은, 마치 저수지의 흙탕물에 맑은 물줄기가 내려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수지 전체가 맑아지듯이요, 이게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지리산자락 사람들이 지리산의 정신을 잘 살리고, 그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작은 일 같지만, 이 작은 일들이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그 시작이 지리산의 정신, 지리산의 생명 이런 부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리산-人 신문>이 그런 지향성을 가지고 하실 것 같으신데, 그중 하나가 우리에게 당면한 산악열차이기 때문에, 다함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거고요, 상상하기도 싫지만 어쩌면 산악열차가 지리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라갈 수는 있지만 만약에 올라가게 된다면 산악열차가 아니라 사악열차(사악한 열차)가 될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을 보았던 사람들이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리는, 정말 큰 과오를 우리 시대가 다시 범할 수도 있다 싶습니다. 역사의 교훈을 저버리고, 다시 그 과오를 반복하는.. 이지만 이거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겠죠. <지리산-人 신문>이 지금도 열심히 하시지만, 우리 시대의 임무를 망각하지 말고, 함께, 앞장서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장시간 인터뷰를 해주신 장효수 대표님 감사드립니다. - 지리산인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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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교사 상글이 원하는 세상은?
2022년 5월 28일 구례 오일장 상설무대에서 진행된 ‘잘 뽑고 싶다구례 문화제’에서 발언한 상글의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구례에 살며 초등학교 아이들과 텃밭에서 만나는 상글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리산에 깃들어 살게 된지 올해로 3년차에요.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풀도 매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살게 되었네요. 생태텃밭수업 덕분에 저는 올해 돌보고 있는 텃밭이 4곳이나 있어요. 하나는 저희집 마당이구요, 용방, 토지, 옆 동네 남원에도 한곳있어요. 농은 곧 생명을 돌보는 일이니,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기대가 되기도 해요. 모두의 마음이 푸르러지는 올 봄, 우리는 씨앗을 싹 틔우고 모종을 길러 저마다의 소중한 기대를 담아 텃밭에 옮겨심었어요. 완두, 토마토, 가지, 고추, 파프리카 먹을거리도 풍성하게 심고, 메리골드, 한련화, 해바라기 다양한 꽃들도 어우러져 심었어요. 아이들은 매일 아침 물을 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고, 올해도 우리는 텃밭에서 수많은 감동의 순간들을 만날거에요. 그런데 요즘은 손끝에서 가뭄을 느끼고 있어요. 아침에 물을 준 것도 금새 말라버리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놓은 빗물 저금통에 물이 말라버린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한 없이 펑펑 쏟아져나올 것 같던 수돗물도 요즘엔 찔끔거릴 때가 있어요. 지난 주, 저희 마을에서는 이장님께서 방송을 하시더라구요. 날씨가 가물어 물이 부족하니 빨래를 자제하고, 불필요한 생활용수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덧붙여 텃밭에 물주는 것도 자제하라고 하셨어요. 비가 오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여느때보다도 날씨가 덥고 기온이 높아 땅에 있는 수분의 증발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해요. 지구는 오랫동안 경고신호를 보내왔어요. 이것은 환경적 재난이고 기후위기입니다. 위기감이 우리의 삶에 점점 더 가까워 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구례군은 기후위기에 대한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요? 우리는 어떻게 조금이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늦출 수 있을까요? 코로나로 모든 물리적인 접촉이 제한될때, 무엇보다도 간절한 것은 다시 ‘연결’되는 것이었어요. 불안 속에서 다시 안정을 되찾고 서로에게 따뜻한 포옹을 건넬 수 있는 안전한 사회. 그 안에 있던 연결감을 되찾는 것이요. 저는 이것이 돌봄의 감각으로 온다고 믿어요. 누구나 우리 안에는 돌봄의 감각이 있겠지요. 텃밭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도 있어요.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인간에게도 비인간동물에게도, 할머니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우리 모두에겐 돌봄의 힘이 있어요. 오로지 경제 성장 중심의 해법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어요.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사회의 목표가 생명을 돌보고 살리는 노동이 중심이 되어야합니다. 우리는 돌봄을 중심에 놓고 살 수 있는 경제구조와 문화를 만들어야합니다. 생태텃밭에서는 흙의 생태계를 돌보는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땅을 갈아엎지않고, 자연 멀칭을 하고, 돌려짓기, 사이짓기를 하고, 퇴비를 직접 만들어 유기물을 땅에 보태줌으로써 흙의 생태계를 되살리고 흙을 지키는 농을 실천하고 있어요. 농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농부님들에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겠지요. 지자체에서 흙을 살리는 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더 싼 가격에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지구에도 건강하게 순환될 수 퇴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주세요. 이제는 전 국민이 기후위기대응교육에 함께 참여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교육에서 농을 만나는 일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환경과 생태를 따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농을 통해 텃밭에서 우리는 자연을 만나고 다양한 생태계를 접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이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농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생태전환 교육 예산을 확보하기를 요구합니다. 수해 이후 첫 선거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후위기대응 정책을 가지고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 그것이 첫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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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동네책방 ‘시소’의 주인장, 비성은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한다
내가 하동에 있는 동네책방 ‘시소’의 주인장, 비성을 만난 건, ‘지리산둘레길’에서다. 그녀는 볼 때마다 분주했다. 그녀는 ‘사단법인 숲길’의 든든한 일꾼이었고, 나는 가끔 ‘지리산둘레길’을 걷거나, 간혹 어떤 행사장을 기웃거리는 손님이었다. 몇 년 전, 만나면 반가운 그녀를 구례 용호정 숲에서 만났다. 걷고, 말하는 것이 아픈 사람처럼 느껴졌기에 아무 생각 없이(나름 걱정하는 마음으로) ‘어디 아프세요?’라고 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오래지않아 그녀가 파킨슨병이라는 걸 알았다. 최비성, 그녀를 생각하면, 용호정 숲을 걷던, 그녀의 약간 기운 뒷모습이 떠오른다. 2022년 3월 14일 아침부터 비가 뿌리던 날, 그녀의 놀이터 ‘시소’를 찾았다. ‘인터넷신문 지리산인’에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겸하여, ‘시소’를 열게 된 계기, 시소의 운영상황, 뭐 이런 걸 듣겠다는 이유였으나 그 무엇보다도 그녀가 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내가 묻고, 비성이 답하고, 김인호 편집장(인터넷신문 지리산인)과 칩코가 거들며 함께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주옥: ‘시소’를 연지 8개월쯤 됐다고 들었는데 동네책방 ‘시소’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비성: 책방을 열게 된 얘기를 하려면, 몸이 아픈 얘기부터 해야되거든요. 어렸을 때 꿈이 책방을 해보는 거였어요. 꿈을 잊고 지내다가 파킨슨병에 걸렸잖아요. “지리산둘레길(사단법인 숲길)”을 그만두고 한두 달 쉬고 있는데,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매일 출근하던 곳이 없어지니 그때는 지금 정도로 안 아팠는데도, 제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것 같드라고요. 그때 알고 지내던 시인 선생님이 시를 써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를 조금씩 긁적거리다보니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가 책방을 차리고 싶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그날이 벚꽃 핀 날, 저녁이었는데, 벚꽃을 보고 이 앞을 지나가는데 ‘세놓음’이라고 붙여놨더라고요. 그때가 밤 9시였거든요. 그냥 전화번호를 눌렀어요. 일주일 전쯤에 여기 세가 나갔다고 했는데 ‘세놓음’이라고 돼 있다고 했더니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저 주세요.’ 그랬어요. 얼마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저 주세요’라고 한 거예요. 그랬더니 주인이 ‘뭐 하고 싶어서 그러냐?’고 해서 ‘책방을 하고 싶은데요.’, 그랬어요. 제가 퇴직금을 딱 천만 원 받았거든요. 12년 일하고 받은 퇴직금이예요. 500만원은 보증금 내고, 나머지 500만원으로 준비를 하면 딱 되겠다 싶더라고요. 남편한테 손 벌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직장생활해가지고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내 공간을 만드니까,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도 안 하고 그 밤에 결정을 해서, 그 뒷날부터 조금씩 준비 했거든요. 주옥: 몸도 아픈데, 책방 내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비성: 남편이 페인트 칠해주고, 아는 목수 분과 그분의 아내가 싱크대해준 거 말고는 아무도 안 도와줬어요. 혼자서 그냥 하나씩, 싸구려 사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했거든요. 그래서 애착이 가요. 하동이 문학의 도시라고 얘기를 하는데 책방 하나 없다는 게 좀 조금 슬프더라고요. 책방을 내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순천에 있는 ‘골목책방 서성이다’에 갔었어요. 그 사장님이 ‘몸이 아프면 하세요.’ 그러면서 ‘잘 안 될 거니, 그 공간에서 독서토론을 한다든지, 문화공간으로 생각하고 재미있게 해야지 안 그러면 오히려 건강이 나빠진다.’고 그러더라고요. ‘서성이다’는 순천의 중심가에 있고, 도서관에 납품도 하고, 명소로 알려져 있더라고요. 부러웠지만, 저는 저만의 색깔대로 해야겠다 싶어가지고, 책의 전면이 보이게 전시했어요. 책을 이렇게 전시한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고요. 제 나름의 전략이었어요. 아는 언니는 ‘왜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냐, 책을 막 강매하듯이 진열을 했다’라고 하는데, 책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꽂으면 책장 한 칸을 채우는 데도 돈이 많이 들거든요. 책방에 아무리 많은 책이 갖다놔도 손님들이 원하는 찾을 다 갖출 수는 없어요. 그래서 주문 위주로 하고 있어요. 주옥: 시소라는 이름,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비성: 놀이터의 시소예요. 시소(see, saw), ‘보다, 보았다’는 의미도 있고요. 이곳은 나만의 놀이터인데, 저 혼자면 시소를 탈 수 없으니까 할머니라든지, 선생님들처럼 오시는 분들이 함께 시소 타러 놀러 왔다는 의미로, 제가 의미 부여를 한 거예요. 몸이 안 좋으니까, 중간에 문 닫을 때가 많아요. 마비가 오면, 말이 안 될 때도 있고요. 손발이 안 움직여지기도 하고. 저녁에는 거의 잠을 못 자다시피 해요. 근데 약을 먹고 여기 나오면 몸이 반응을 해요. 참 신기해요. 어제는 집에 있었는데 하루 종일 아팠거든요. 근데 여기 나오면 몸이 이곳을 기억하고, 또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고 하면 약 기운이 약간 늘어나는 거 같아요. 저번에 코로나 백신 1, 2차 맞고 나서 3시간 가던 약 기운이 1시간으로 줄어들어서, 의사 선생님도 놀라고, 약이 안 들어서 일주일 동안 문을 닫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약을 좀 세게 지었는데 그 대가가 커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약을 먹는데 약기운 떨어졌을 때는 굉장히 아프거든요. 어떤 때는 나쁜 생각이 들고 그래요. 우울증은 아닌데, ‘그냥 목숨을 버릴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울 때도 있고 그렇거든요. 근데 여기 나와 있으면 그런 생각이 사라져요.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닌데, 책하고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치유도 되고요. 주옥: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나봐요. 앤과는 언제 만난 건가요? 비성: 중학교 때부터 『빨간 머리 앤』에 빠졌는데, 앤의 긍정적인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저희 집에 딸이 셋인데 저는 제가 주워 온 줄 알았거든요. 어렸을 때 이웃들한테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요. 이웃들은 장난이었는데, 저한테는 상처였거든요. 그래서 엄마, 아버지가 친엄마, 친아버지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춘기였죠, 그때 『빨간 머리 앤』을 읽었는데 마치 앤이 나인 것처럼 빙의가 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라든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그냥 그 캐릭터에 빠졌던 것 같아요. 빠지고,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했는데, 그 뒤에 만화가 나왔거든요. 만화도 보고, 또 보고 막 이렇게 했어요. 닮고 싶은, 내 속의 또 다른 자아가 앤을 닮고 싶다 였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와 비슷한 세대들은 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더라고요. 몽고메리라는 그 작가도 너무 매력적인 게, 평생을 『빨간 머리 앤』 하나만 썼잖아요. 그 시대에 앤을 통해서 여성의 자립된 모습이라든지,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쓴 책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앤을 좋아하게 됐어요. 주옥: 시소에 있는 책 중, 책 한 권만 추천해주세요. 비성: 지금 있는 책 중에서는, 김서령 작가의 『여자전』이요. 작가가 직접 만난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거든요.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이렇게 돼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힘이 나더라고요. ‘대단하다’ 이런 분도 계신데, 그까짓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이불 속에 누워서 눈물 흘릴 일이 아니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힘을 많이 얻었어요. 주옥: 시소에 오는 사람들은 많은가요? 비성: 일부러 오는 사람들은 제 지인들이고, 아까처럼(인터뷰하려고 기다리는 동안에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긴 시간 대화를 나누고 가셨다.) 할머니들이 오셔요. 여름에는 제가 그냥 들어오시라고 해요. 들어오셔서 좀 쉬었다 가시라고. 오후되면 봉사 할아버지들, 초등학생들 건널목 건너게 해주고, 교통 정리하시는 할아버지들이 계시거든요. 여름에 아이들이 집에 가는 시간, 낮 2시면 엄청 덥거든요. 할아버지들에게 잠시 들어오셔서 물 한 잔 드시고 가라고 해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사람을 통해서, 아이들을 통해서 에너지를 받아요. ‘지리산둘레길’에서 일하기 전에 논술학원을 했었거든요. 그때는 독서 치료라는 말이 없었을 때인데, 글쓰기 치료, 독서 치료가 자동적으로 돼가지고, 정신적으로 힘든 애들이 제 덕분이 아니고, 책을 통해서 글쓰기를 통해서 치유가 됐었어요. 제가 그걸 눈으로 봤기 때문에 굉장히 보람이 컸었거든요. 학원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밖으로 데리고 다니고, 놀이터에서 놀고, 그렇게 몸으로 익힌 걸 글로 재밌게 쓰게끔 해가지고, 다들 글쓰기 좋아하는 애들로 만들었거든요. 제 자랑이고 보람이고, 그랬어요. 주옥: 시소 운영은 어떤가요? 비성: 운영하기는 힘들어요. 인건비는 당연히 안 나오고요. 순소득이 월 6, 7만 원 될 때도 있더라고요. 책이 25% 정도 수익이 남아요. 만 원짜리 책 한권 팔면 2500원, 처음엔 이거 큰일 났다 싶었는데, 제가 만약에 요양원에 들어간다고 하면 병원비를 내야 되잖아요. 요양병원비, 비싸더라고요. 여기는 내 놀이터고, 내 ‘치료 장소다’라고 생각하면 괜찮아요. 괜히 욕심을 내면 몸이 더 아플 것 같아서 맘을 편히 갖기로 했어요. 알바 할 게 있으면, 몸 아프지 않게 일해서 월세내고 있어요. 주옥: 책방 하는 거 말고, 하고 싶은 게 더 있나요? 비성: 제가 아프고 나서 버킷리스트가 있었는데, 책방 내는 것과 타투해보는 거, 벌써 둘 다 했어요. 제 팔목에 있는 생명평화 문양, 이거 할 때 엄마한테 ‘타투하고 싶다’고 하니, 엄마가 ‘그러면 병이 낫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 ‘그러면 해, 많이 해’ 그러더라고요. 또 하고 싶은 건, 시집을 내고 싶어요. 우리나라에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시집을 내고 싶어요. 서울에 있는 파킨슨병에 걸린 분이 있는데, 그분이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를 둘이나 낳았거든요. 굉장히 씩씩하게 살더라고요. 그 분들과 함께 하는, 시집을 냈으면 하는 거죠. 제가 하동에서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하동에 대한 자료, 사진, 어머니들의 이야기, 하동의 역사, 이런 걸 모아서 기록물을 남기고도 싶어요.‘지리산둘레길’에 있을 때, 하동의 큰 나무들을 조사해서 원고는 다 써놨었어요. 원고도 쓰고 사진도 다 찍고 했어요. 제가 하동을 좋아하는 거는 아버지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아버지는 자식들을 하동에 가둬서 키웠거든요. 옛날에는 공부를 조금 하는 친구들은 마산이나 진주로 중고등학교를 가거든요. 근데 오빠, 언니, 저, 동생들 모두 밖으로 못 나가게 했어요. 아버지가 굉장히 하동사랑쟁이에요. 저도 하동을 사랑하고, 그래서 하동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책도 내고 싶은 거예요. 그녀는 잘 있었다. 시소는? 시소도 그녀만이 아니라 동네 할머니들의 놀이터가 되어,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었다. 교과서, 자습서, 참고서말고는 읽고 싶은 책을 살 수 없는 하동, 구례, 산청 등에 동네책방이 생기고, 그곳이 그럭저럭 잘 유지되어 동네사람들의 놀이터가 된다는 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일이다. 그러니 나는 동네책방 ‘시소’가 잘 버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소의 주인장 비성이, 파킨슨병에 당당히 맞서,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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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1월 9일] 경남예술인들이 온다 :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촛불문화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촛불문화제 일시 : 2023년 1월 9일 (월) 17:30~19:00 장소 : 남원시청 앞 지난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힘을 모았던 우리는 새해 첫 집중집회를 위해 1월 9일 17시 30분, 남원시청 앞에 모입니다. 김은희 우창수 봄눈별 박영운 김산 김유철 최상해 윤영희 선우 마주 좋은세상 해방글터 조기현 이규동 정말 엄청난 분들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모이는군요. 남원시+남원시의회+한국철도기술연구원+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국토교통부, 꼼짝 마라!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 시대와함께하는문화행동 물어보기 : 숲샘 최세현 010-2850-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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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 친환경의 탈을 뒤집어 쓴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중단하라
어제(12월 7일),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사업‘은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 R&D 사업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보도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추진 중인 산악열차 사업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이 발생한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이 사업이 신규 철도 건설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활용한 사업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산악열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므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대기오염과 소음 등의 환경문제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동절기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악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지리산산악열차대책위원회는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낸 보도자료는 첨부파일에 있습니다. 친환경의 탈을 뒤집어 쓴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중단하라 어제(12월 7일),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사업‘은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 R&D 사업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보도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추진 중인 산악열차 사업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이 발생한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이 사업이 신규 철도 건설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활용한 사업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산악열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므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대기오염과 소음 등의 환경문제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동절기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악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1. 시범사업 공사 과정에 벌목이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남원시 시범사업 공모 제안서에 따르면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기존 도로를 100% 활용하고 벌목 등 산림 훼손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시범노선을 건설하려면 도로 폭이 최소 10.9m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범노선 구간의 도로는 폭이 대부분 8~9m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도로 주변 수목을 훼손하지 않고서는 시범노선 노반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남원시는 공모 제안서 내용과 달리 벌목이 포함된 33억 원 상당의 시범노선 구축 계획을 이미 남원시의회에 제출하여 동의를 받았습니다. 남원시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주장은 거짓말이며,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은 산림을 훼손하는 반생태적 사업입니다. 2. 기후대응기금의 ‘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수요를 전기열차로 대체하면서 차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대기오염, 소음 등의 환경문제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반박합니다.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은 전기열차로만 대체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전기버스나 수소버스로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합니다. 전기버스로 대체할 경우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지리산 내 도로를 파헤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전기버스 구입 비용은 대당 2~3억 원에 불과하지만 지리산 산악열차는 대당 5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소요됩니다. 환경부는 이미 지리산 정령치․성삼재도로의 친환경적 전환을 위해 전기버스 등을 활용하는 연구 용역을 마친 상태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친환경 사업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토목 사업입니다. 3.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악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산악열차 궤도 구간은 동절기에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지만 결빙 구간에 열선을 설치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전기버스 운행이 가능합니다. 이미 이 방안에 대해서는 남원시 연구 용역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훨씬 적게 들면서 친환경적 차량 운행이 가능한 방법입니다.또한 지리산 산악열차가 도입되면 산간지역 주민의 평상시 이동 편의는 향상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하됩니다. 남원시 공모 제안서에 따르면 산간지역 주민들도 지리산 산악열차를 타고 통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이 밀리는 시기엔 지역 주민들이 표를 구매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저녁 8시 이후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산간지역 주민들은 대단히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산간지역 주민들은 산악열차 도입 후 차량이 통제되는 상황을 몹시 우려하고 있습니다. 4. 스위스, 프랑스 등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산악용 전기열차가 다수 운행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반박합니다.스위스,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산악열차는 대부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도입된 것입니다. 기후위기가 대두된 이후 관광 목적으로 신설된 산악열차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스위스 같은 경우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처럼 산림 훼손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아예 사업 허가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5. 지리산 산악열차 연장노선은 분명히 반달가슴곰 서식지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시범사업 구간이 반달가슴곰 출몰 구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범노선은 연장노선을 전제로 건설됩니다. 연장노선은 분명히 반달가슴곰이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전체 사업 구간 중 유리한 부분만을 똑 떼어내 친환경적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분명히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 붙임. 221207 기후대응기금 보도설명자료 최종 – 기획재정부 발표 2022. 12. 8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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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2 생명평화 탁발 순례 남원구간 기록
2004년도의 사진을 보다가 공유합니다. 어머니의산 지리산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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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악열차를 막는 전화 한통, 공식 민원이 절실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연대와 연결이 절실합니다. 지리산을 지켜내는 일은 모두의 지혜가 모아져야만 가능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진행되려는 산악열차 시범사업이 갈등을 유발하고(정부 부처간, 지리산권 지역간, 주민들간), 지리산을 훼손하고, 현실성 없는 계획들로 가득하며, 안전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말해야 한다. 지리산이 지금 모습 이대로, 그곳에 사는 반달곰도, 삵도, 구상나무도, 쫓겨나지 않게, 주민들에게도 불필요한 고통을 없앨 수 있도록, 오늘.. 전화 1통과 민원글 쓰기..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하나, 국토교통부-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항의 전화하기 국토부 철도시설안전과 044-201-4726, 044-201-4889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031-389-6470/031-389-6579 또 하나, 국민신문고에 글쓰기 국민신문고 www.epeople.go.kr접속-가입-질의하기 <국민신문고 민원글 예시> 국토부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위탁하여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 대상기관’으로 선정한 것은 매우 잘못되었습니다. 공모에 제출한 제안서는 법령에 대한 질의나 유권해석이 없었으며, 상용운행계획은 실현 불가능 합니다. 당연히 경제성, 재무성 평가는 엉터리입니다. 수많은 민원과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주민교통기본권 마저 앗아 가려는 나쁜 행정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허술한 엉터리 제안서가 공모에 통과된 부분은 국가예산을 매몰시키기 충분합니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은 문서나 법령의 확실성으로 행정에 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사실까지도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대한민국 행정의 법치가 존재할 필요성이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국립공원도 지키고 잘못된 제안서가 국가예산을 매몰시키는 결과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막아야 하기에 국토부에 요청합니다. 지리산에서 진행되려는 ‘산악열차 시범사업’은 절대 불가합니다. 남원시에 대한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 대상기관’ 선정을 철회하십시오. 그리고 또 하나, 지리산 산악열차를 막는 10만인 서명운동 참여하기 https://bit.ly/3Sbuhui
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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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나는 옛이야기3-용유담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난 옛이야기3-용유담 용유담(龍遊潭), 용이 노닐던 연못이라니...... 지리산둘레길 금계-동강 구간을 걷다가 보면, 산길에서 뚝 하니 아스팔트 도로로 떨어지고, 어리버리한 채 냅다 벅수를 따라 걷다 보면, 용유담은 그냥 지나치고 말기 일수이다. 그런데, 조금 아쉽게도 용유담 한가운데를 흉측한 콘크리트 다리가 지나간다. 태풍 루사 때 유실된 다리를 2004년 새로 만들면서, 이렇듯 용유담을 반토막 내며 만든 것이다. 쯧.... 물론, 주민들의 일상의 평온함과 관광객의 편리함을 위해 크고 튼튼한 다리는 필요하지만, 꼭 이토록 모질게 반토막을 내면서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용유담의 아래쪽에 있었던 옛날 출렁다리가 새삼 그리운 건, 낡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위치선정에 대한 옛사람의 안목이다. 이 용유담에는 알 만한 사람은 알고, 모를 만한 사람은 몰라도 되는 시시껄렁한 전설 하나가 전해져 온다. 옛날, 대게 모든 전설은 년도를 알 수 없는 ‘옛날’로 시작된다. 옛날, 이 용유담에는 ‘마적도사’가 살았더랬다. 이 마적도사의 실존은 용유담 위에 있는 ‘마적사’와 ‘마적대’ ‘마적동’의 존재로 능히 증명된다. 그래도 설마 하는 사람들이 있을게다. 전설에 나오는 마적도사의 실존을 믿고 안 믿고는, 물론 각자의 몫이다. 실존했던 마적도사에게는 말 잘 듣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어, 마적도사의 심부름을 곧잘 하곤 했더랬다. 이 당나귀가 장에 심부름 갈 적엔, 마적도사가 도술을 부려 쇠막대기로 다리를 놓아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항상 어느 날, 사건은 발생하게 마련인지라, 이 마적도사는 장기 두기를 워낙 좋아했는데, 그 어느 날 마적도사는 장기두기에 빠져 당나귀가 장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깜빡한 게다.(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장기두기의 상대는 그 유명한 천왕할매라고 한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당나귀는 당연히 마적도사가 도술을 부려 다리를 놓겠거니 하고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용유담의 아홉마리 중, 여덞마리 용이 서로 싸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마적도사는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게다. 당나귀는 짐을 싣고 서서 힘을 다해 울부짖었으나 반응이 없어 그대로 지쳐서 죽었다고 한다. 당나귀의 죽음소식을 들은 마적도사는, 아차하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그 다음 대목은 동네 어르신의 말씀을 그대로 들어보자. “그래가지고 거서 나귀가 빠져 죽고, 말하자면 패해가 발생했다 아입니까? 장기 때문에 원인은 이리 됐다 해가지고 자기가 당나귀를 그렇게 질을 들이자면 엄청난 공을 들였을 거 아니요. 그런 당나귀가 죽어뿠으니까. 자기가 장기 때문에 그랬다 해가지고 장기판을 갖다가 돌장기판이제, 그 돌장기판을 떤지뿠는데, 하나는 길 건너에 말하자면 저 강 건너에 길에 가 떨어져 삐맀고, 현재 길, 도로 있는데... 한 쪼가리는 이 주변에 떨어져가 있는데 이 건네 떨어져있는 현재 어딨는가 몬 찾았고, 저 건너 하나는 거는 도로를 딲다가 장기판을 발견했대요, 돌장기판을. 그래 그걸 갖다가 발견을 했이먼, 그대로 보존을 했이먼 상당한 관광꺼리가 될낀데. 그 돌을 갖다가 우째 했는지 현재는 없어요. 그래가지고 당나귀가 달고 다니는 구슬방울. 방울도 일곱 개나 발견을 하고 그랬는데. 그래가지고 그기 또 이상한 일이 거기서 여 송전 사람이 도로공사 일을 했거든요. 일을 했는데, 방울을 멧 사람이 나눠가졌대요, 일하는 사람들이, 본 대로. 근데 그날 저녁에 가서 자고 나니까 전부다 없어졌대요. 이 도로 논 지 불과 십한오륙 년 전이거든요.“ 십오륙 년 전만 해도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깜쪽같이 사라진 마적도사의 슬픈, 아니 마적도사 당나귀의 슬픈 전설은, 아직도 동리 주민들에게 그리고 용유담을 찾는 객들에게 전해져 오고 있다. 용유담엔, 용만 노니는 게 아니다. 용유담 양쪽 바위들에 빼곡하게 새겨진 각자(刻字 바위글씨)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닐다 갔는지 알 수 있다. 그럼, 용유담의 각자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볼까. 용담입문(龍潭入門). 이제는 도로와 다리로 네 갈래로 나뉘어졌지만, 옛사람들의 입장에서 용유담을 한번 방문해 본다면, 마천 혹은 휴천에서 백연마을을 거쳐 용유담으로 내려섰을 것이다. 그때, 그 입구에서 ‘용담입문’ 각자를 마주하면서, 아...이제 용유담이로구나... 용유담엔 여기가 용유담이란 걸, 떡 하니 알리는 각자가 세 군데나 있다. 용유동천, 동천(洞天)이란, 말 그대로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즉 놀기 좋은 곳이란 뜻이다. 게다가, 방장제일강산 이라니...방장산은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리산에서 제일 풍광이 좋은 곳이, 여기 용유담이란 말인데.... 조선 선비들의 지리산 유람록을 훑어보면, 반드시 용유담을 거쳐 가면서,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와 시를 한 수 씩 남겨 놓았다. 용유담 조구명 (1724년) 지세는 매우 깊고 그윽하며, 地勢陰森最 하천은 격렬하게 쏟아져 내리네 . 川流激射來 바람 불고 구름 일자 용이 솟아올랐다가, 風雲龍拔出 보금자리 찾아서 바위 뚫고 돌아오네. 巢宅石穿回 깊은 가을 날씨처럼 오싹한 느낌, 凜若深秋氣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는 용의 조화, 公然自日雷 위태로운 출렁다리 건너질 못하고, 危橋跨不測 바위 넘어 새 길 찾아 건너간다네. 生路渡方開 용유대, 세신대(몸을 정갈히 한다), 심진대(진리를 추구한다), 영귀대(논어의 한 대목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꿈꾼다), 독조대(아...獨釣寒江雪), 경화대(동갑계), 강선대(신선이 내려와서 논다)....등 많은 계모임을 기념하는 각자들이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는 그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근데,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글자를 새기고, 이름을 새길까?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한다. 단체사진, 단체셀카... 모여서 논 것을 기념해야하고,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서울의 돈 많고 권력 있는 양반네들은, 화가를 불러서, 그림으로 남겨, 시화첩을 만들어 각자 나눠 갖는데, 그 보다 돈이 없는 치들은, 대신, 글자를 남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용유담의 메인스트리트엔, 각자의 집대성, 아니 각자의 완결판이 모여 있다. 우선, 조선시대 유학계의 거두들의 이름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물론, 그 분들이 직접 새긴 것은 아니고, 후학들이 그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새겼다. 문충공점필재김선생(文忠公佔畢齋金先生) 문정공남명조선생(文貞公南冥曺先生) 문민공탁영김선생(文愍公濯纓金先生) 문헌공일두정선생(文獻公一蠹鄭先生) 신라말에 유학이 들어왔지만 최치원은 골품제로 인해 좌절하고 신선이 되어 날아가고, 고려시대 안향이 성리학을 도입하고, 고려말 삼은(三隱, 목은(牧隱) 이색, 포은(圃隱) 정몽주, 야은(冶隱) 길재)으로 이어진다. 삼은은 고려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고, 삼봉이 사대부의 나라를 꿈꾸며 조선을 개국하지만, 그 역시 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조선초, 왕권에 기댄 사대부, 즉 훈구가 왕과 권력을 분점, 아니 왕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한다. 안향에서 삼은으로 이어져온 사림은 조선초 야은 길재의 제자 김숙자, 김숙자의 아들 점필재 김종직으로 이어진다.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은 사후, 사관(史官)으로 있던 그의 제자 탁영 김일손(金馹孫, 1464~1498)이 스승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史草)에 수록하였고, 이것이 연산군 대에 필화 사건으로 이어진다. 무오사화. 김종직의 제자 일두 정여창, 탁영 김일손, 한훤당 김굉필은 사화 때 죽임을 당하고, 또 부관참시 당한다. 환훤당의 제자 정암 조광조가 중종반정 이후 훈구파와 대립하여 사림을 이끌었으나, 주초위왕(走肖爲王)의 술수로 기묘사화 때 사사된다. 선조 이후 훈구파가 쇠락하고, 사림이 재등장하여 실질적인 사대부 지배세력이 된다. 권력을 잡은 사림은 이이와 이황으로 대변되는 서인과 동인의 당파를 성립하여, 동방5현(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문묘18현(최치원,설총,안향,정몽주,정여창,김굉필,이언적,조광조,김인후,이황,이이,성혼,조헌,김장생,송시열,김집,박세채,송준길)으로 자신들의 계보를 확립하면서 정여창과 김굉필, 조광조를 복원한다 그러나 점필재는 복원되지 못한다, 그와 삼봉은 조선의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이황의 동인세력은 이후 남인과 북인으로 분화되고, 다시 북인은 소북과 대북으로 갈라지면서, 정조 이후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진다. 이이의 서인세력은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은 다시 시파와 벽파로 분화된다 정조 사후, 사림은 당쟁이 아니라 세도정치로 치닫고, 시파의 우두머리 김조순의 안동김씨, 풍양조씨의 조선으로 전락한다. 선조 이후 당쟁은 왕권과 사대부의 정책대결이고, 당파는 학문과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치집단이며, 그런 의미에서 긍정성을 가진다. 하지만, 정조의 탕평책의 실패로, 당파는 세도정치로 변모한다. 학문과 정치적 입장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 한 가문의 권력 독점으로. 그리고, 조선은 멸망한다. 용유담 각자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뜬금포로 빠졌다....쩝....암튼... 그런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자가 용유담에 있다는 말씀. 그리고, 용유담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땅문서가 있다. 인묘 은 사혜평 강공 현지지(仁廟 恩 賜惠平 姜公 顯之地) 이곳은 인종임금(재위 1544-1545)이 강현(姜顯 1486-1553)에게 하사한 땅이라는 뜻이며, 강현의 호는 신안(新安)이며 혜평(惠平)은 그의 시호이다. 벼슬은 형조판서를 지냈다. 그의 13세손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봐서 1800년 이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그런지...이곳 용유담과 인근 지역은 진주 강씨의 세력권이었다. 여기저기 강씨들의 집안내력들이 남아있다.(그 유명한 세진대도 그들의 작품이다) 땅문서 바로 옆에, 같은 진주 강씨인 한사(寒沙) 강대수(姜大遂: 1591~1658)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한사 강선생 대수 영귀소(寒沙 姜先生 大遂 詠歸所) 한사(寒沙) 강대수(姜大遂: 1591~1658)는 광해군과 인조때 벼슬을 했으며, 『한사선생년보(寒沙先生年譜)』(1899)에 따르면 인조8년(1630년), 영남관찰사 재직 중 하동 섬진강에 배를 띄우고 용유담으로 거슬러 올라 천왕봉에 올랐음이 기재되어 있다는데...근데 섬진강과 용유담은 수계가 다른데, 어떻게 배를 타고 왔을까...암튼, 옛날 사람들은 대단해.... 자, 그럼 이쯤에서 각자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하고, 용유담에서 뻬놓을 수 없는, 가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다. 조선의 국가 공식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용유담을 설명하면서, 가사어에 대한 언급이 있다. “마천소(馬淺所)에 있다. 지리산 북쪽 골물이 합쳐서 임천이 되었다. 용유담(龍遊潭) 군 남쪽 40리 지점에 있으며, 임천 하류이다. 담의 양 곁에 편평한 바위가 여러 개 쌓여 있는데, 모두 갈아놓은 듯하다. 옆으로 벌려졌고 곁으로 펼쳐져서, 큰 독 같은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기도 하고, 혹은 술 항아리 같은데 온갖 기괴한 것이 신의 조화 같다. 그 물에 물고기가 있는데 등에 가사(袈裟) 같은 무늬가 있는 까닭으로 이름을 가사어(袈裟漁)라 한다. 지방 사람이 말하기를, 지리산 서북쪽에 달공사(達空寺)가 있고, 그 옆에 저연(猪淵)이 있는데 이 고기가 여기서 살다가, 해마다 가을이면 물 따라 용유담에 내려왔다가, 봄이 되면 달공지(達空池)로 돌아간다.” 그래, 설마하니, 국가 공식 지리지에 존재하지도 않는 물고기를 언급할 리가 있겠나, 싶어, 용유담과 임천과 뱀사골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지금까지 가사어를 발견하진 못했다. 아...조선의 지리지가 거짓말을 했구나 싶어, 실망하던 차에, 가사어에 대한 명확한 증거자료를 보게 되었다. 그래, 가사어는 실재로 있었구나.... 우선, 조선시대 여러 지도에, 가사어가 살고 있다는 반야봉 아래 저연(猪淵)이라는 표기가 명확히 나와있다. 지도에 나온 지명이 거짓일 리 없다. 그리고, 조선의 유명하고, 또 믿을만한 선비들의 글에, 가사어에 대한 이야기나 제법 나온다. 그렇다, 가사어는 존재한다, 아니 존재했다. 조선 정조 때 박제가와 함께 조선실학의 기반을 닦은 이덕무(李德懋)는 ‘듣는 대로 쓰고 보는 대로 쓰고 말하는 대로 쓰고 생각하는 대로 썼다’는 의미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를 남긴다. 그가 듣고 본 이야기 한 대목이 나의 주목을 끈다. "지리산 속에 연못이 있다. 그 위에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쌓인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와 같으므로 이름 하여서 가사어(袈裟魚)라고 한다.“ 조선 실학의 거두이자, 지금도 모든 정치인들이 존경한다고 입만 열면 언급하는, 다산 정약용의 스승이신, 이덕무가 사실이 아닌 것을 글로 남길 리 없겠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함양 군수를 엮임하고, 그 밑으로 일두 정여창, 탁영 김일손, 한훤당 김굉필을 길러 낸, 조선 사림의 총수, 김종직의 시 한편을 읽어보자. 達空寺下水梭花(달봉사하수사화) 紫鬣斑鱗味更嘉(자렵반린미갱희) 珍重廣文嘗不得(진중광문상부득) 却來天嶺病夫家(각래천령병부각) 달공사 아래에 있는 물고기는, 붉은 갈기 얼룩 비늘에 맛이 더욱 좋구나. 진중한 광문께서는 맛도 보지 않고서, 도리어 천령 병부의 집까지 왔네그려. 당대의 훈구파 세력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심지어 죽어서 부관참시까지 당해 가면서, 오로지 꼿꼿한 선비의 정신을 보여준, 사림의 총수 김종직이 가사어를 먹었다는 시를 거짓으로 지었다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 중종 25년, 그러니까 서기 1530년, 왕명으로 지리지를 편찬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지금으로 치면, 국토교통부가 발행하는 일종의 종합지리지인 셈이다. 함양 편을 펼쳐보자. “봄이 되면 달공지(達空池)로 돌아간다. 그 까닭으로 엄천(嚴川) 이하에는 이 고기가 없다. 잡으려는 자는 이 고기가 오르내리는 때를 기다려서, 바위 폭포 사이에 그물을 쳐 놓으면 고기가 뛰어오르다가 그물 속에 떨어진다.’ 한다. 달공은 운봉현 지역이다.“ 조선이라는 국가가 편찬한 공식 지리지에, 가사어의 서식환경과 관측기록, 심지어 포획방법까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그렇다, 가사어는 실재한 어류인 것이다. 1922년, 완산 최병칠이 편찬한, 운봉의 읍지인 ‘운성지’에 주목할 만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전래되어오는 말에 의하면 가사어라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용담에 사는 80세 노인이 그 물고기를 보았다고 하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중간에 어떤 무인(武官)이 가사어를 많이 잡고자 독약을 풀어 이 때문에 멸종되었다.” 중앙정부의 공식 지리지도 아니고, 왕명이나 김종직, 이덕무 같은 쟁쟁한 인물의 저서도 아닌, 일개 운봉읍지의 내용이어서, 그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어엿한 역사사료인, 운성지는 가사어의 멸종을 육하원칙에 따라, 즉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 정확히 기술 하고 있다. 이왕 하는 김에 조금 더 역사를 훑어보자면, 광해군 3년 1611년 남원부사 유몽인은, 근무는 안하고, 9일간 지리산을 산행하고 ‘유두류산록’이라는 산행기를 남긴다. 그 역시 인조반정이후 사형 당한다. 대게 지리산을 돌아다닌 조선의 선비들은 사형되거나, 부관참시되거나 아니면 조용히 은거하게 된다. 아무튼, 유몽인의 글에도 가사어가 등장하는데, “그 연못에 사는 물고기를 가사어(袈裟魚)라 부르는데, 이 세상에 다시없는 물고기로, 오직 이 못에서만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고 한다. 이에 어부를 시켜 그물로 잡게 하였으나, 수심이 깊어 새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뱀사골 칠선골 한신골 맑은 물들이 모여 남강으로 가기 전, 한바탕 물의 향연을 펼치는 용유담에는 무수히 많은 역사적 사실과 자료,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지리산 봉우리 숫자만큼이나 많이 고여 있다. 유몽인은 잡다가 놓치고, 국가 지리지에는 그 생태적 고찰이 있고, 김종직은 구워서 먹고, 운봉읍지는 그 멸종에 대한 세세한 기록까지 남겨 둔 가사어라는 한 어종의 이야기만도, 이렇게 무궁무진한데..... 지리산댐을 지어 수장시키려는 우리 시대의 한심한 노력들이 아직도 기웃거리고 있고, 그 욕심 때문에 용유담은 여즉 국가명승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장마에 물이 불고, 계곡이 한번 뒤집어 지는 여름엔 용유담도 오랜만에 물들로 가득해 진다. 둘레길 걷다 지친 발을 담그기엔, 물이 너무 억세기에 탁족을 권하긴 어렵지만, 용유담 둘레를 찬찬히 한번 걸어보면서, 수많은 각자와 마적도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일게다. 그러다, 혹시 자맥질하는 수달을 발견하시거든, 그 수달 입에 물려가는 그 물고기가 혹여 가사어가 아닐까 눈여겨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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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물고기 보전 협약식
지난 7월26일 함양군 대회실에서 남강 수계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전협의체 업무협약(MOU) 있었다. 국립생태원, 낙동강유역환경청, 진주시, 산청군, 함양군,진주교육지원청, 산청교육지원청, 함양교육지원청, 수달친구들, 진주환경운동연합, (사)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주)생물다양성연구소 참여 했다 협약목적은 국립생태원과 남강 수계 관계기관은 멸종위기 담수어류(여울마자 등) 보전및 서식지 보호 활성화, 멸종위기 담수어류 보전 및 서식지 보호, 멸종위기 담수어류 가치 홍보 및 시민 교육, 기관의 상호 합의한 협력 사항 및 공동 발전 방안 마련 하고자 진행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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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25일] “제1회 수달의 아우성”
수달(Lutra lutra)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 멸종위기 근접종(Near Threatened)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달은 천연기념물(제330호, 1982년 지정)이며,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에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습니다. 수달은 과거에는 전국 어느 하천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모피수(毛皮獸)로 남획되고 하천이 오염된 결과,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제수달생존기금(International Otter Survival Fund)은 모피 및 애완동물 거래를 위한 밀렵, 환경오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수달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로 지정하였습니다. 지리산자락, 엄천강, 섬진강 등에서 활동하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수달친구들, 지리산생명연대 등은 2022년 ‘세계 수달의 날’을 맞이하여 <제1회 수달의 아우성>을 2022년 5월 24일 ~ 25일 (1박 2일) 개최합니다. <제1회 수달의 아우성>에서는 ‘수달의 생태적 지위와 우리나라 수달 보전운동의 역사’, ‘우리나라 수달 연구의 주요 흐름’을 듣고, 수달 보전활동을 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우리나라 하천의 문제점과 수달과의 공존을 위한 여러 논의들을 조직할 계획입니다. 또한 2022년 세계 수달의 날인 5월 25일(수) 오전 10시에는 ‘산청 금서 소수력발전소 앞’에서 수달 보전 행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목 : ‘세계 수달의 날’ 기념 <제1회 수달의 아우성> 일시 : 2022년 5월 24일 (화) 14시 ~ 25일 (수) 11시 장소 : 함양군 휴천면 엄천강 지리산리조트 주최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수달친구들․ 지리산생명연대 일정 프로그램 내용 24일 14:00~ 인사말 14:10~ 기조강연 수달의 생태적 지위와 우리나라 수달 보전운동의 역사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대표) 15:30~ 수달보전활동 공유와 토론 거제. 만경강. 섬진강. 엄천강. 오산천 17:30~ 수달관찰 엄천강 수계 수달 동시조사, 개체 수 파악 20:00~ 저녁밥 21:00~ 자유토론, 취침 25일 05:00~ 수달관찰 람천 수계 수달 동시조사, 개체 수 파악 08:00~ 아침밥 10:00~ 수달 보전 행동 산청 금서 소수력발전소 앞 11:30 마무리 마음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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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유림면민 집회 열려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유림면민 집회 환경부는 조작된 주민설명회 서류를 제출한 ㈜에스엔이의 발전소 허가를 취소하라! 함양군과 함양군의회는 함양군민을 기만한 ㈜에스엔이에게 발전소 건설을 허가하지 마라!
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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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3년, 다시 지리산이다. 올해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고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 이루는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천재에서 내 방식의 나 홀로 새해 시무식을 했다.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왕봉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산천재 앞마당의 남명매가 그 증인인 셈이다. 새해엔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내 능력 밖의 일들은 내려놓기로 했다. 닭을 보살피는 농장 일과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위해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초록걸음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런저런 자리들을 내려놓았으니 2023년엔 좀 더 홀가분하게 닭과 지리산에만 집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지리산의 품에 안긴 지도 어느새 스물세 해가 되었다. 그새 아들과 딸은 제 갈 길을 찾아 떠났고 아내도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6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 쏜살처럼 흘렀지만 별 탈 없이 삶터와 일터를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 이 모두가 지리산 덕택이란 생각이다. 그러니 지리산 천왕봉은 내 삶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지리산은 긴 세월 동안 힘들고 아픈 이 땅의 민중들에게 그 품을 내주어 위로와 안식의 장소이자 피난처가 되어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고 코로나와 기후 위기의 재난을 겪고 있는 2023년 현재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하동에서는 형제봉에, 남원에서는 정령치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숲을 파헤치기 일보 직전이고 섬진강에는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그 고운 강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내고 있는 게 작금의 지리산이다. 확실치도 않은 눈앞의 돈 몇 푼에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뭇 생명의 생태 그물망을 끊어 놓으려는 개발 망령들이 지리산 아흔아홉 골을 위협하고 있음에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임하기로 다짐을 했다. 지난 2018년에 20여 년 동안 찬반 논쟁을 이어오며 주민 공동체를 망가뜨려 놓았던 지리산 댐 건설 계획에 종지부를 찍고 댐 건설 완전 백지화를 정부로부터 받아냈던 것처럼 현재의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시도 역시 막아낼 수가 있고 또 막아내야만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동군청 앞에서, 남원 시청 앞에서 몸짓으로 노래로 시로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 있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 나가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새해, 지리산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과 글로써 지리산의 참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다는 약속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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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강들 또한 지리산이다.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2-06] 지리산의 강들 또한 지리산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역대급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지리산의 6월, 오랜 세월 유장하게 흐르던 지리산의 강들도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지리산 댐 건설 논란으로 하마터면 수장될 뻔했던 엄천강 용유담의 거북바위도 배를 수면 위로 드러낸 채 가뭄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산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은 산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리산 골골 계곡물들은 북쪽 엄천강과 람천, 동쪽 경호강과 덕천강, 남쪽 섬진강을 지나 바다로 바다로 향한다. 강물은 막힘 없이 흐르고 강가의 모래와 자갈 그리고 온갖 수생식물들이 어울릴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강으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의 강들에서는 거의 매일 작업 중인 중장비들을 볼 수 있다. 섬진강에서는 그 고운 모래들을 퍼내고 덕천강에서는 강바닥의 자갈들을 실어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 뽑힌 지자체장들이여, 제발 눈앞의 돈 몇 푼 때문에 그 아름다운 강을 파헤치지 마시라. 지리산이 그냥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듯이 지리산의 강들 또한 있는 그대로 구불구불 흐를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사족 : 지령 1,000호를 맞은 한국농정신문이 쉼 없이 흐르는 지리산의 강물처럼 1만 호, 10만 호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1 : 경호강의 노을 적벽산 아래로 흐르는 경호강, 저 멀리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 웅석봉으로 이어진 달뜨기 능선이 노을로 물들고 있다. 사진2 : 꽃봉산에서 바라본 경호강 산청읍 꽃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호강, 운무에 쌓인 웅석봉을 필자는 한국의 마터호른이라 부른다. 사진3 : 덕천강과 구름 속 천왕봉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을 보냈던 산천재에서 바라본 덕천강,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서 진양호로 향한다. 남쪽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사진4 : 엄천강 용유담 운봉에서 발원한 람천이 실상사를 지나 백무동계곡, 칠선계곡물과 만나 엄천강이 되고 용유담을 이룬다. 그 용유담 가운데서 배까지 드러난 거북바위, 극심한 봄 가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량이 많아 물에 잠길 땐 용머리처럼 보여 용바위라고도 불린다. 사진5 : 만수천과 천왕봉 실상사 해탈교에서 바라본 만수천은 바짝 말랐다. 저 멀리 천왕봉은 좌 중봉 우 제석봉을 거느리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 강물이 엄천강, 경호강 지나 남강 댐까지 가서 낙동강으로 사천만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곳까지 갈 수나 있을지... 사진6 : 구례 서시천 구례읍을 지나 섬진강으로 향하는 서시천, 강둑을 따라 길이 만들어진 지리산 둘레길에서 강물에 비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바라보다. 사진7 : 섬진강 화개장터에서 평사리로 향해서 섬진강 길을 걷고 있는 길동무들, 노랗게 핀 큰금계국의 꽃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사진 8 : 아픈 섬진강 모래가 많아 다사강이라고 불리는 섬진강, 섬진강의 그 고운 모래를 퍼내서 산성처럼 쌓고는 대형 트럭으로 쉼 없이 실어낸다. 섬진강 재첩이 사라지고 강의 자정 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도 지자체는 돈 몇 푼을 위해 언제까지 모래 장사를 이어갈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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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의 젊은이를 만나다-15] 인디가수 마승우 (산청군 시천면)
산청의 젊은이를 만나다 열 다섯번째 젊은이 마승우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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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와 함께, 생명의 2023년!
하동주민신문 '오! 하동' 기사 중에서 흑두루미와 함께, 생명의 2023년! 하동 갈사만을 찾은 흑두루미들이 추수를 끝낸 논에 떨어진 나락을 주워 먹고 있다. 최근 국제적인 보호종이자 국내에서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흑두루미 수 백 마리가 갈사만을 찾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흑두루미의 방문에 지역 주민들도 반가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이명정) 오!하동 신문 보기 -> 2023년 1월, 아직은 18호 (notion.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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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산악열차, 기후위기 그리고 우리들
2022년 9월 17일 (토) 오후 5시, 하동송림 주차장 강가에 있는 큰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짧은 영상을 함께 보고, 내 이야기를 하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김밥도 먹고, 송림을 함께 걷는 ‘산악열차, 기후위기 그리고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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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별을 흔들지 않고서는 꽃을 꺾을 수 없다."
2022년 5월 16일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하동군청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케이블카-모노레일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와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이 공동 주관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3월 14일부터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하동군민을 포함하여 지리산자락 사람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활동가 등 50여명이 함께 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은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상임대표인 박남준 시인의 인사말로 시작되어, 최지한 집행위원장(지리산 산악열차 반대대책위)이 경과보고를 하였고,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에 내려와 지리산에서 사는 청년’ 칩코가 기자회견문(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별을 흔들지 않고서는 꽃을 꺾을 수 없다)을 낭독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지리산 게더링’의 재연결 캠프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함께하여 멋진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이어 첼리스트 이혜지 님과 박남준 시인, 박창우 님, 선재아빠가 함께 ‘지리산에 보내는 감사의 노래와 연주’를 하였고, 신강 이사장(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 반달곰을 대신하여 인간과 함께 살고 싶은 반달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에 연대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온 박성률 집행위원장(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이 설악산이 전하는 연대의 말을, 유희 님(십시일반 밥묵차)이 연대의 노래를 불러 모두를 힘나게 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은 지리산 5개 시군 활동가가 전하는 간절한 바람을 최세현 대표(산청. 지리산초록걸음), 최상두 대표(함양. 수달친구들), 한승명 처장(남원. 지리산생명연대), 박두규 시인(구례.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배혜원 활동가(하동. 지리산게더링)가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자회견문을 들으며, 마음 따뜻해지고, 좀더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칩코가 쓴 기자회견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별을 흔들지 않고서는 꽃을 꺾을 수 없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격언입니다. 꽃 한 송이는 저 먼 별까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꽃 한 송이가 그렇다면, 수백 그루의 나무를 베어 산에 레일을 놓는 것은 대체 몇 개의 별을 흔드는 일일까요? 우리가 수많은 별을 흔든 결과, 먼 우주를 지나 지구에 어떤 파장이 돌아왔나요? 가뭄과 질병, 녹아내린 빙하와 아스팔트, 쉬지 않고 불타는 숲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당신들과 나도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리산에 기대어 삽니다. 눈이 쌓이고, 꽃이 피고, 녹음이 지고, 단풍이 드는 모든 풍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지구에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해왔습니다. 우리의 세포 안에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마음이, 과거의 모든 존재 역시 우리처럼 지구를 사랑했고 그리워했던 마음이 우리 안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진 않았습니다. 어떤 존재는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어떤 존재는 저 폭포 아래 바위틈의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벌들은 알프스의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바다 깊은 곳의 생물들은 무지개를 보지 못합니다. 그건 자연이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이 자연보다 공평해서 산을 밀어내어 열차를 놓고 모든 인간이 간편하게 꼭대기에 오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이 왜 모두에게 같은 풍경을 허락하지 않았는지 그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합니다. 모두 다른 풍경이 결국 다 똑같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알프스의 벌들이 한국의 벌보다 행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은 풍경 앞에 서서도 우린 모두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각자의 위치에서 보이는 다른 풍경들로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걸 허락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꽃을 꺾을 때는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꽃의 주인에게 말입니다. 꽃의 주인은 그 꽃이 심긴 땅의 소유주가 아닙니다. 꽃의 주인은 그 아름다움을 피워낸 바로 그 꽃입니다. 그리고 그 꽃과 연결된 먼 우주의 별에도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지리산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닙니다. 지리산과 그곳에 사는 모든 동물과 곤충과 식물과 물과 바람이 모두 주인입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있다고 해서 인간만 주민인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여성과 어린이와 이주민과 가난한 자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국가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이들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목소리의 가치가 달라진 게 아닙니다. 그때도 지금도 이들의 목소리는 똑같이 필요했으나 우리가 무시했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비인간 생물들의 목소리는 국가가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지금도 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비인간 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예년보다 더 빨리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의 소리가, 바닷물이 역류하는 섬진강 하류에서 더는 살 수 없는 재첩의 소리가, 무더운 도로 위 자동차에 치여 짓밟히는 나비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십니까? 저는 가까운 미래에 이들도 정치에 참여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결코 이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임을 믿습니다. 지금이나 미래나 이들의 목소리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린 어떤 일을 하든지 이들의 허락을 구해야 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걸 허락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린 연결돼 있습니다. 나는 지리산이고 나는 섬진강이고 나는 말라 죽은 구상나무이며 축사에 갇힌 닭이고 그리고 나는 당신들입니다. 우린 연결돼 있고 하나이기 때문에 자연은 우리에게 결국 모든 걸 허락한 셈입니다.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지구에서 살아갈지, 얼마나 큰 지혜를 모을지,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우리입니다. 별을 흔들지 않고서는 꽃을 꺾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저 산들을 해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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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6일] 지리산 산악열차-케이블카-모노레일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
2022년 5월 현재까지 지리산권 하동, 구례, 남원, 함양, 산청 등 5개 지자체가 발표한 개발계획을 종합하면, 지리산에는 3개의 산악열차와 5개의 케이블카, 1개의 모노레일이 건설됩니다. 이대로 놔둔다면, 민족의 영산이며 백두대간의 시작점,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곳이고, 세계자연보존연맹 카테고리 Ⅱ에 등재되었고, 세계자연보존연맹에서 그린리스트로 지정한 곳, 그 어떤 수식어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나라 최상위 보호지역인 지리산은 만신창이가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시대, 탈탄소 사회를 향한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지금, 윤석렬 정부와 6월 1일 지방선거에 나오는 지리산권 5개 시군 지자체장, 광역․기초의회 후보자들은 산악열차, 케이블카, 골프장, 도로 건설을 말합니다. 대체 우리는 어느 시대를 사는 걸까요? <지리산 산악열차-케이블카-모노레일 백지화 촉구 기자회견>은 3월 14일부터 하동군청 앞에서 진행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농성’에 힘을 모으는 자리입니다. 또한 기자회견은 지리산권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각 지역의 목소리를 듣고 지리산의 평화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를 위해 활동하는 설악산권 주민들과 연대하는 자리입니다. - 일시 : 2022년 5월 16일 (월) 10시 30분 ~ 11시 30분 - 장소 :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농성장 (하동군청 앞) - 주관 :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 순서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의 마음 – 박남준 (시인,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상임대표) 경과보고 – 최지한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기자회견문 낭독 –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에 내려와 지리산에서 사는 청년들 지리산에 보내는 감사의 연주 – 이혜지 (첼리스트) 반달곰이 전하는 저항의 말 – 신강 (반달곰을 대신하여,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장) 설악산이 전하는 연대의 말 – 박성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집행위원장) 설악산에서 불어온 연대의 노래 – 유희. 김기수 (십시일반 밥묵차) 지리산 5개 시군 활동가가 전하는 간절한 바람 – 최세현 (산청. 지리산초록걸음). 최상두 (함양. 수달친구들) 한승명 (남원. 지리산생명연대). 박두규 (구례. 국시모 지리산사람들) 배혜원 (하동. 지리산게더링)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 물어보기 : 최지한 010-9047-1218. 윤주옥 010-4686-6547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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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대원 모집] “지리산 華엄사 옛길을 踏사하다”
지리산 華엄사 옛길을 踏사하다 화엄사, 국립공원과 함께 구례에 흩어져 있는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의 옛암자터를 답사하고, 절과 암자를 이어주던 옛암자길도 답사합니다. 옛암자터와 옛산길 답사에 관심 있으신 분, 불교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 화답 대원으로 모십니다. - 모집인원 : 10명 - 1차 모임 일시와 장소 : 2023년 2월 14일(화) 오후2시, 화엄사 박물관 - 물어보기 : 061-783-6547. 010-4029-5910 지리산사람들 ․ 화엄선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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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무 없는 지리산, 더 나아가 올무 없는 한반도를 위하여
올무 없는 지리산, 더 나아가 올무 없는 한반도를 위하여 겨울입니다. 겨울은 겨울잠을 자는 야생동물들이 쉼터를 구하는 시기이고, 겨울잠을 자지 않는 야생동물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온 힘을 집중하는 시기입니다.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하면, 국립공원(보호지역)과 관계없이 올무, 덫 등의 밀렵도구를 제작, 판매, 소지, 보관, 설치, 사용하는 것은 모두 불법입니다. 그럼에도 별 문제의식 없이 밭 주변에 올무 등을 설치하는 분들이 있으며, 간혹 야생동물을 잡아먹거나,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올무 등을 설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야생동물이 올무, 덫 등에 걸리면, 빠져나가기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기 때문에, 올가미는 점점 더 조여져, 결국 야생동물은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올무, 덫 등은 생명을 서서히 죽이는, 생명의 존엄성을 빼앗는 살상무기입니다. 매월 1회 이상 진행하는 올무수거활동, 12월에는 반달곰친구들, 지리산사람들,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 국립공원연구원 등이 함께 합니다. 언제 : 12월 12일 (월) 만나는곳 : 12일 낮 1시30분, 구례버스터미널 물어보기 : 010-4686-6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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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 ~ 12.18] 구례의 길 위에서
구례의 길 위에서 나예심- 바느질. 민종덕- 사진. 박은주- 리스 2022년 12월 3일 (토) ~ 12월 18일 (일) 11시 ~ 17시 (수요일은 쉽니다) 느긋한쌀빵 2층 공간 (봉서산정길 61-8) + 물어보기 : 010-3351-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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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봉서댁 남생이터 지도
올해 봉서리에서 남생이를 부지런히 쫓아다닌 남생이 탐사단이 마지막 결과물을 공유합니다. 탐생이 탐사단은 봉서리 주민들에게 남생이 목격수배를 하고, 남생이 생태강좌와 생태모니터링을 하며 올여름과 가을을 보냈어요. 가장 느린 이웃인 남생이가 보는 우리 마을은 어떤 삶터일까요? 남생이가 다니는 길지도를 담은 내년 달력, 꼭 필요한 분들에게 전달합니다. 물어보기: 061-783-6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