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ON AIR
-
- 후투티 첫나래짓
- 「섬진강 편지」 -후투티 첫나래짓 이원규시인과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후투티 새끼새의 처녀비행을 지켜봤습니다. 구례 화엄사 부근의 반야원 카페에서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무려 7시간을 나무 아래 앉아 후투티 식구들을 지켜봤습니다. 모처럼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지요. 물어온 먹이를 주지 않고 새끼를 불러내는 어미새의 응원을 받고 둥지를 나와 한 번, 두 번, 세 번, 가까운 나뭇가지로 짧은 비행을 하더니 마침내 힘찬 나래짓으로 지리산을 향해 날아오르는 어린 후투티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대지의 만물들이 첫 나래짓에 힘찬 응원을 보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섬진강 / 김인호 *후투티는 코뿔새목 후투티과의 조류로 한국 중부 이북에서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여름 철새인데 요즈음은 거의 텃새화되어가는 추세이다. 외래어인 줄 알았던 이름이 순우리말이란다. 기존에는 뽕나무숲에서 잘 보인다고 오디새라고 불렀으나, '훗 훗'하면서 우니까 '후투티'라는 명칭을 1950년 발간된 한국조류명휘에서 제시한 뒤로 그대로 정착한 듯하다. (두산백과 참조) *후투티 첫나래짓을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와 준 안준철, 이민숙시인도 만나 반가웠습니다. *반야원 플라타나스 카페 주소 : 전남 구례군 광의면 수월리 41-2
-
-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 환경부가 말하라!
-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경남녹색당. 경남환경운동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사단법인 한생명.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산청진보연합.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세종기후행동. 세종환경운동연합. 수달친구들. 전교조산청지회. 전남녹색연합.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남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남원대책위.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종교연대. 진보당산청지역위원회(준). 진주환경운동연합. 창녕환경운동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하동녹색당. 하동참여자치연대. 함양시민연대 등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 단체는 6월 1일 11시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 환경부가 말하라!>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을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 환경부가 말하라! 땅속에선 감자가, 논에서는 모가, 밭에서는 각종 작물이 자라는 유월입니다. 우리 생명의 먹거리를 주시는 온 자연과 더불어 오늘 이 기자회견에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는 지금 왜 환경부 앞에 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지리산 아래에서 평화롭게 살아야 할 우리를 왜 세종시까지 오게 했는지 환경부가 답해야 합니다.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에 있어야 할 우리가 왜 환경부 앞에 모일 수밖에 없었는지 환경부는 똑똑히 들어야 합니다. 환경부는 왜 우리를 이곳으로 불렀는가! 환경부가 그 이름에 걸맞게 환경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환경부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이름만 환경부이지 환경파괴에 동조하고, 환경 훼손을 눈감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왜 우리를 이곳으로 불렀는가! 지리산 환경을 파괴하려는 5개 시군의 욕심 앞에 환경부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악열차, 케이블카, 골프장, 도로와 임도를 ‘개발’이라는 미명을 갖다 붙여 숲을 깎고, 흙을 파헤치고, 거기 사는 생명을 죽이는데도 환경부가 가만히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겨냥한 모든 개발사업에 더는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의 처참한 결과를 모두에게 알려야 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지키는 일이 개발론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이익’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일이라고 공적인 그 입으로 엄중하게 말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환경파괴를 막는 파수꾼으로서 그 존재의 가치를 다해야 합니다. 지리산이 어떤 곳입니까! 지리산은 1967년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개발 야욕에 눈먼 자들이 있어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리산국립공원을 카테고리 Ⅱ로 등재하고 그린리스트로 지정하면서, 지리산의 보전 필요성과 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주지 않았습니까? 백두대간의 최남단에 위치한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40여 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만든 국립공원 경계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반달가슴곰, 담비, 수달, 삵, 하늘다람쥐,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넘어 지리산 숲 전체를 삶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립공원이라는 선에 집착하지 않아야 함을 일깨웁니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보호지역이며, 최대면적의 육상 생태계입니다. 또한 지리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가 80여 점이나 있어 야외박물관이라고 표현되며, 다랭이논, 천년송 등의 향토경관도 곳곳에 남아있어 역사문화, 인문사회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지리산은 우리가 잘 보전해서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지리산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남원에서는 산악열차가, 산청에서는 케이블카가, 구례에서는 골프장과 케이블카가, 함양에서는 벽소령도로와 케이블카가, 하동에서는 임도가 지리산을 여기저기 들쑤시려 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둘러싼 5개 시군에서 어떤 환경파괴가 자행되는지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남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원에서 불거진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모든 면에서 엉터리입니다. 주민 의견 수렴은커녕 제대로 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추진했기 때문에 비민주적이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나무를 베고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생물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에 반생태적입니다. 매년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도로에 궤도를 설치하기 때문에 안전하지도 않으며, 경제성 평가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남원시는 친환경 전기열차라고 포장하지만 실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을 훼손하고 수천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시대착오적 토목 사업에 불과합니다. 산청으로 가 보겠습니다. 2007년과 2012년에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했지만 두 번 모두 환경부로부터 반려 당한 산청군은 지난 4월 24일 지리산 케이블카 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며 또 케이블카 카드를 만지작거립니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인 지리산 케이블카는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 엄중한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와 친환경이라는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는 멍청한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케이블카 미련이 다시는 남지 않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절대 안 된다고 환경부가 말해야 합니다. 구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지리산골프장을 짓겠다고 합니다. 국립공원 바로 밑에 27홀 규모 45만 평 골프장을 짓겠다 합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숲을 다 파헤쳐 골프장이라니요, 수달과 삵과 팔색조가 사는 야생생물 서식지를 밀어내고 골프장을 짓겠다니요! 주민들에겐 한마디 설명도 없이 관변단체를 동원해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밀어붙이는 구례군은 시행사 이사인 산주가 골프장 예정지의 숲을 미리미리 싹 정리하도록 불법 벌목도 막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과 생태·자연도 1등급 숲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가 위태롭다면 환경부가 나서서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막아야 합니다. 함양은 또 어떨까요? 2018년 지리산댐 백지화 후 조용했던 함양의 골짜기가 다시 시끄러워지려 합니다. 함양군이 하동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길 벽소령 지방도 1023호선 개설 욕심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역대급으로 오가는 시대에 숲을 깎아 만들겠다는 이 도로는 위험할뿐더러 환경 보존을 통해 생태적 가치를 우선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습니다. 도로가 뚫리고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벽소령을 다니면, 동식물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곳 우리 인간의 생명에도 위협이 됩니다. 환경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일입니다. 하동의 임도 문제는 또 어떻습니까? 얼마 전, 지리산국립공원 대성골에서는 국립공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상태의 낙엽활엽수 숲은 산불의 무차별적인 확산을 막았습니다. 대성골의 숲은 산불이 나기 이전으로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시대, 삶의 근원인 숲을 지키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단순 침엽수림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낙엽활엽수의 숲 말입니다. 환경부는 인공 숲 조성이나 임도 개설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낙엽활엽수의 숲을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리산을 이렇게 가만두지 않으려는 5개 시군의 행태를 보고도 환경부가 가만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립공원이라는 딱지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라는 의미도, 야외박물관이니 생태계 보고니 하는 가치도 개발 이익 앞에서는 그저 무시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까! 국립공원을,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야외박물관을, 생태계의 보고를 개발 이익에 앞서 지켜내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 아닙니까! 개발론자들이 지리산을 칼질하려 들 때 앞장서서 막아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 아닙니까!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지리산 자락 5개 시군의 사람들은 환경부가 정말 그 이름에 걸맞게 환경부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들을 중단하도록 나서야 합니다. 지리산이 파헤쳐지는데도 보고만 있는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닙니다. 지리산에 사는 생명들이 죽어 가는 데도 막지 않는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닙니다. 지리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 드는 자들의 입을 막지 않는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닙니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숲을 보존하려는 마음입니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개발이익이 아니라 생태순환 고리의 회복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안전한 서식지이며, 기후위기로부터 모두를 지킬 숲의 자연복원입니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지역별 갈등만 부추기는 개발사업이 아니라 지리산권 전체의 평화로운 공동체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지켜 내기 위해 이제야말로 환경부가 답할 차례입니다. 지리산을 겨냥한 모든 개발사업이 중단되도록 환경부가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고맙습니다.
-
- 파과
- 이책은 서문도 없고 작가의 글도 없다. 같은 제목의 다른 책은 작가의 글 같은게 있는 것 같다. 책 열면 바로 시작이고 끝나면 책 껍데기다. 무슨 책이든 작가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고 책을 쓴 의도도 있는데 도서관용인가? 설마 그런 용도가 있는 건 아니겠지. 1 파과 破瓜: 여자의 나이 16세를 이르는 말. ‘瓜’ 자를 파자(破字)하면 ‘八’이 두 개로 ‘二八’은 16이 되기 때문이다. 2 파과 破瓜: 남자의 나이 64세를 이르는 말. ‘瓜’ 자를 파자하면 ‘八’이 두 개로 두 개의 ‘八’을 곱하면 64가 되기 때문이다. 3 파과 破瓜: 성교(性交)에 의하여 처녀막이 터짐. 4 파과 破果: 흠집이 난 과실. 제목이 뭔지 참 발음하기도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뜻이 있는 줄 몰랐다. 놀라워라! 모르는 단어도 너무 많은데 아는 것 마저 생각이 안나 낑낑댄다. 어떨 땐 머리가 하얘지며 꼬투리도 잡기 힘들다. 이 책의 제목은 한글만 있으니 정확히 어떤 의미로 썼는지 모른다. 그런데 3번과 4번의 뜻은 교묘히 은유적 함의가 같지 않은가? 어렷을 적부터 집을 떠나 친척집에 살다 우연히 살인하며 킬러가 된 그녀의 삶을 의미하기도 하고 킬러로서는 한 물 간 할매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하다. 나는 잘 생긴 남자(이게 중요하다)의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허트로커 같은 전쟁영화도 좋아하고 범죄 스릴러 좋아한다. 피 줄줄 흘리는 것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상상하고 심하면 눈을 감는다. 한방에 저격하는 스나이퍼 쥬드로의 에느미엣더게이트 enemy at the gate 같은거 정말 멋지다. 키아누리브스의 매트릭스는 물론 존윅도 다 봤다. 브루스 윌리스, 탐크루즈, 주윤발, 양조위, 견자단...의 액션에 스트레스가 다 날라간다. 중국 무술영화 좋아하고 특히 여자들의 무도와 액션엔 넋이 나간다. 양자경, 장쯔이의 무술을 보면 젊었을 때 안배우고 뭐 했는지 후회한다. 밀레니엄 시리즈 3부작을 보고 루미라파스에 반했다. 남자킬러와 여자킬러가 부부인 미스터앤미세스스미스 느무 부러운 부부다. 맷데이먼의 본 시리즈는 몇번 봤나... 왜 이렇게 책을 보고 영화 얘기를 하는가 하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은 60이 넘은 할머니 킬러다. 킬러 이야기를 읽으니 킬러 영화가 떠오르는 것이다. 70이 되보니 60은 청춘이다. 킬러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60이 안되 본 사람들은 그나이는 너무 익어 뭉그러진 과일 파과(破果)같은 나이라 생각한다.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꼭 그렇다고도 못하겠다. 썪은 부분을 도려내면 아직 먹을 수는 있다. 맛있는 복숭아를 먹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장면이 나온다. 복숭아 같은 과일은 냉장고에 넣으면 안된다. 파과破果가 된다. 환경이 중요하다. 스릴과 서스펜스와 액션을 영상이 아니라 글로 보다니. 영상의 그 긴장감과 속도감을 과연 글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그런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킬러의 격렬한 액션은 단 한번이다. 그녀의 이름은 '손톱'이었다가 '조각'이 되는데 마지막에 네일샵에 가서 손톱을 다듬고 메니큐어를 바른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죽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직도 손톱이 살아있다는 메타포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법칙은 여기서도 통한다. 구병모란 작가가 남잔 줄 알았는데 여자다.
-
- [6월1일 지리산 5개지역주민 총출동 기자회견] 지리산 희망버스가 환경부로 올라갑니다!
- [지리산 5개지역주민 총출동 기자회견] 지리산 희망버스가 환경부로 올라갑니다! 케이블카, 산악열차, 도로, 임도, 골프장…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이 쏟아져요. 지리산은 첫 번째 국립공원이자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에요.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의 삶터이기도 합니다. - 언제 : 2023년 6월 1일 (목) 11-12시 반 - 어디서 : 도움6로 11 정부세종청사 6동 환경부 앞 - 주최 :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 문의 : 010-9049-1218 07:00 하동 출발 07:30 구례 출발 08:10 남원 출발(산청, 함양 합류) 10:30 세종 도착 11:00 기자회견 1부(지리산 현안 발언) 12:00 기자회견 2부(공동기자회견문 발표, 자유발언)
-
- 8초 인류
- 나 같은 나이에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 여기고 있으니 이삼십대 젊은 친구들과 스마트폰의 친밀 관계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 안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같이 애들이 멀리 사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폰을 들여다 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얼굴을 볼 수 있고 손주의 움직이며 노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듯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보낼 때도 돈이 들어왔나 확인 할 때도 그것을 봐야한다. 잊어 먹을까 메모도 거기에 녹음도 거기에 뭘 몰라 물어 볼 때도 거기에 한다. 노래를 들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그것을 찾는다. 그것이 손에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이 온다. 어딨지? 바로 옆에 놓고 가슴이 철렁! 큰일 난 듯 두리번댄다. 사진을 찍고 올리는 일이 이것을 통해야 쉬우니 일단 이것으로 사진을 올리고 컴터에서 글을 쓰던 뭘하던 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그 안에 있고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그것은 알고 있다. 외울 필요가 없으니 그것을 보고 있다 머리를 들면 바로 까먹는다. 지금 찾고 조금있다 찾고 내일 또 찾는다. 한 집에 살면서도 때론 문자가 더 편하다. 사진까지 같이 보내며 요런거라고 똑 부러지게 부탁한다. 내가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의 일상까지 읽으며 나 지금 뭐하지? 하며 스스로 끔찍스러워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다시는 너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마치 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와 발버둥치듯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찾는다. 증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300쪽 가까이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실험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있다. 근데 왜 뭐하러 읽고 난리야. 뭐 좋은 소리라도 있을까해서? 그 병이 확실한가 오진은 아닐까 확인해 보려고? 암튼 나는 뭘 몰라서 못하기 보다 삼일을 넘기지 못해서 못한다. 이 중독 증상이 병이라면 고쳐야겠지만 미리 단언한다. 고치지 못할 거라고 아니 안 고칠거라고! 그러나 정말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싶다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거 아니였나? 그럴때가 많을 뿐이쥥 헤헤. 20분이 지나면 이미 우리는 공부한 것의 60퍼센트만을 기억할 수 있고, 1시간이 지나면 절반이 채 안 되며, 하루가 지나면 단지 3분의 1만 기억할 수 있다. 한달이 지나면 뇌 속에는 정보의 15페센트 밖에 남지 않는다. (헤르만 에빙하우스) p15 오늘날 지구상의 이동 전화 가입자 수는 79억명이다.(2019). 전 셰계 인구는 76억 명이니 사람보다 사용중인 심카드가 더 많은 셈이다. 매년 아이들보다 더 많은 심 카드가 탄생한다는 주장은 내게 적지 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생략) 자랑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탈리아는 한국(삼성의 본국)과 홍콩에 이어 인구 대비 모바일 기기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나라다. (생략)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 집에 화장실이 있는 사람보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유엔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의 사람들만 화장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약 10억 명의 사람들은 야외에서 용변을 해결한다. p41 오늘날 평균적인 사용자가 아이푠을 잠금 해제하고 사용하는 횟수가 하루에 약 80회, 1년에 거의 3만회(지금은 이미 그 이상일 것이다)에 이른다는 애플의 데이터나 하루에 스마트폰을 만지는 횟수만 해도 2,617회에 이른다는 또 다른 연구의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웹 전문가 니르 이얄은 <훅>에서 스마트폰 소유자의 79퍼센트가 매일 아침, 잠에서 깬 후 15분 이내에 기기를 확인한다는 자료를 내놓았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는 잠이 완전히 깨기도 전에 숨 쉬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침대 옆 협탁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문자를 찍고, 눈을 제대로 뜨지 않고도 페이스북 앱을 열 수 있다. 게다가 전화나 메시지가 온 것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환각의 한 형태로 10명 중 9명에게 일어나며 심지어 '팬텀진동증후군'이라는 학술명까지 가지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뇌의 잘못된 재조정으로 인해 여전히 팔다리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지의 말단 신경으로부터 계속해서 자극과 신호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인 '환각지phantom limb'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랍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로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는지를 보여준다. (생략) "스마트폰 진동처럼 작고 빈번한 세포의 경련인 진동들은 감지되고 서로 교루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데는 두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이 우리의 두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메일과 메시지에 답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를 초조하고 과민한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죠."p46 8초는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다. 기사를 읽을 때, 음악을 들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집중력을 잃는다. 8초! 금붕어보다 짧은 시간이다. 단 8초의 집중력으로 인해 우리는 오해와 소통 불가능, 고독 그리고 침묵의 형을 선고받았다.p66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산만함을 '산만함'이라 부르기를 그만두었다. 이 말의 근저에 깔려 있던 모든 부정적 의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컴푸터의 기능에서 차용한 용어다. (생략) 안타깝게도 실제로 컴퓨터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생략) " 완전히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몸짓이 아닌 이상,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앞뒤로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매 순간 우리가 주의를 다시 집중시킨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업무 전환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두뇌에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집중력이 낮아지는 것을 디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스마트폰은 그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두기만 해도 우리의 주의력은 분산된다.p91 인간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때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리고 뇌에서 어떤 능력이 제거되는 것이다.p132 화면의 LED가 청색광을 방출하기 때문입니다. 뇌는 이것을 날이 밝은 하늘의 푸른빛으로 알고 잠이 깰 때를 알리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기가 뇌의 기억 능력에 미치는 첫 번째 직접적인 영향입니다."p154 2017년에 노벨 의학상은 일주기 리듬(대략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하는)을 제어하는 분자 매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세 명의 연구자에게 수여되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과 같은 단파장에 노출되면 우리의 신체는 모든 관점에서 '활성화'되어 반응한다. 반대로 양초의 빛과 같은 붉은 빛의 긴 파장에 노출되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이 들려는 성향이 있다.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깨지면 당뇨병이나 비만, 우울증, 심부전, 천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p155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정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좋아요'와 '엄지 척' 사회는 계속될 것이다. 웹의 거인들에게 스스로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빙산에서 타이타닉 호를 구하라고 요구하느느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93 가끔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 의심에 빠진다는 것이 참으로 위안이 되었는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단어들의 올바른 문자열을 입력하기만 하면 엄청난 양의 온라인 정보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217 "독서는 정신의 학교입니다. 읽기 회로를 개발하면 점점 회로가 성장합니다. 깊이 읽을수록 생리학적으로 더 정교해집니다. 깊이 있는 독서는 수신하는 정보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고 있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때문이죠. 두뇌는 이러한 네트워크에 의해 말 그대로 장악되며, 신경학적 관점에서 이 모든 네트워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을 구축합니다." 즉 깊이 있는 방식으로 더 많이 읽을스록 '정교한' 과정을 더 많이 강화하고, 읽은 내용이 기억 속에 더 많이 굳게 자리 잡을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매이렁 울푸가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골똘히 생각하기think hard'였다.p241
-
- 생물종다양성의 날, 멸종위기 야생생물 죽이는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 촉구
- “구례군수 믿을 수 없어, 환경부가 나서라” “생태·자연도 1등급 숲 파헤치는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하라” 생물종다양성의 날, 멸종위기 야생생물 죽이는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 촉구 지리산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과 전남 환경단체 등이 불법 벌목을 방관한 구례군을 규탄하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서 골프장이 개발되지 못하게 환경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30여 명은 22일 <생물종다양성의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불법 벌목을 방관한 구례군의 직무유기를 엄벌하고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구례군이 지리산골프장 개발 추진에만 열을 올렸을 뿐 예정지에서 일어나는 불법 벌목을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않았다며, 구례군의 직무유기로 인해 지리산골프장 시행사 이사인 산주가 허가지 외 지역에서의 벌목과 허가 기간 외 벌목 등 불법을 편하게 저질렀다고 밝혔다. 사포마을 주민들은“5월 15일 확인한 불법 벌목 지역은 총 8필지, 284,139㎡(85,952평)다. 이 불법 벌목지역은 지리산골프장 예정지다. 8만 6천 평에 이르는 면적이 불법으로 벌목되는 동안에도 구례군은 제재 시늉만 했을 뿐 벌목을 중단시키지 못했으며, 불법은 산주가 저질렀을 뿐 군은 잘못 없다는 태도로 불법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구례군이 벌채를 허가하고 불법을 방관하여 현재 수만 그루 나무가 잘려나간 이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이 약 21만㎡나 된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겨우 170m 벗어난 지역이다. 이 땅은 수백 년 된 굵은 아름드리가 숲을 이루고, 멸종위기야생생물 1등급 수달과 2등급 삵, 담비 등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는 천혜의 보고”라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생태보전가치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환경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민들은 “민관합동심의나 환경영향평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지리산골프장을 조속히 추진하려고만 하는 구례군을 믿을 수 없다. 거짓과 직무유기 일삼는 김순호 구례군수와 군 산림과는 공무원의 의무를 저버린 자들”이라고 구례군을 규탄했다. 아울러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훼손되도록 방관한다면 자연환경보전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며 그 존재 가치를 버리는 일”이라며 순천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즉각 나설 것을 요구했다. 참여자들은 발언이 모두 끝난 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있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를 향해 ‘지리산이 전하는 생명편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는 “환경부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삶터를 빼앗기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편에 서 달라”며 “생물다양성의 날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있어야 할 곳은 국제습지센터라는 실내공간이 아니라 케이블카로 고통받는 설악산국립공원이며, 공항으로 사라지게 될 수라갯벌과 가덕도이며, 골프장 때문에 사라진 50ha의 지리산 숲, 바로 그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회견을 마친 뒤 전남 동부지역본부 산림보존과장과 만나 면담을 가졌다.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가 현재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자행된 불법적인 벌목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김순호 구례군수와 구례군 산림과를 특정하여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밝혀주기를 요구했다.
-
- [숲샘의 지리산통신] 장사익과 찔레꽃 그리고 아홉 그루 왕버들
- 지난 토요일 오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가 극찬한 산청 차황면 실매리 금포림에서 장사익 선생의 찔레꽃 자선공연이 열렸다. 찔레꽃이 피는 5월이면 해마다 열린 이 음악회는 올해로 어느새 아홉 번째다. 왕버들 아홉 그루와 장사익 그리고 찔레꽃, 참으로 아름다운 조합이었다. 무대의 배경이 되어준 아홉 그루 왕버들 어르신께 감사드린다며 관객들의 박수까지 끌어내시던 장사익 선생, 열창하신 노래도 단아한 그 모습도 왕버들 숲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금포림에서의 찔레꽃 공연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지길...
-
- 구례 사람들의 자부심, 지리산
- 「섬진강 편지」 - 구례 사람들의 자부심, 지리산 구례사람들은 보릿고개 시절이었던 1963년, 집집마다 좀도리쌀을 모아 경비를 마련하고 전 군민이 5년 여 온 힘을 모아 1967년 12월 마침내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만들었다 '어리석은 자도 지혜로워지는 신령스러운 큰산' 지리산이 625 동란과 빨치산 토벌작전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는데 거기다가 전후의 사회적 혼란을 틈탄 탐욕적인 산림남벌과 불법적 도벌로 황폐화 되고 있었다. 눈만 뜨면 지리산을 바라보며 사는 구례사람들은 더 이상 지리산의 아픔을 방관할 수 없어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운동으로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지리산 원시생태계를 보호하게 된 것이다 '자연으로가는길, 구례' 구례의 이 슬로건에 큰산 아래 큰 사람들, 구례사람들의 자부심이 묻어 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시절, 쌀을 아껴 지리산을 살려낸 구례사람들의 지리산 사랑 정신은 닥쳐오는 기후위기 시대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섬진강 / 김인호
박두규 시인의 지리산에서 온 편지더보기 +
-
박두규 03-08 16:17
몸 가르침 한 수
몸 가르침 한 수 절에 있을 때 이야기다. 참 오래된 이야긴데 나는 대학 입시에 떨어지고 갈 곳이 없었다. 집에 있자니 부모님 보기도 민망하고 나가 돌아다니자니 어느 대학에 갔냐는 질문이 무서워 사람 만나는 것도 겁나고, 혼자 빈둥거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서 작은 보따리 하나 들고 무작정 절로 들어갔다. 그 길로 거의 1년을 절집에서 살았는데 그해 여름의 일이었다. 그곳은 서래선림(西來禪林)이라는 비석이 입구에 서 있는 지장암(地藏庵)이라는 절이었는데 해안(海眼) 큰스님이 돌아가시고 사부대중의 발길이 끊기고 상좌들도 밖으로 나가 있어서 말 그대로 절간처럼 조용한 절이었다. 때는 한 여름이라 녹음이 짙을 대로 짙어져 숲 그늘에 누워 잔잔한 바람에 책이라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달콤한 낮잠에 빠지곤 하던 시절이었다. 그 여름 어느 날 객승이 한 분 오셨는데 작달막한 키에 별 말이 없는 얼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스님이었다. 대개 스님들은 객으로 묵을 때면 예의상 곧잘 예불도 드리곤 하는데, 그 스님은 아침 예불이건 저녁 예불이건 한 번도 불당에 오르는 일이 없고, 도통 방에만 틀어박혀 나올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방에서 공부를 하거나 참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종일토록 잠을 자거나 방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부턴가 그 스님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한 낮에도 쉬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죽어라고 일만 하였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이를테면 아랫마당에서 법당까지 놓여 있는 돌계단을 괜히 파헤쳐 놓고 다시 하나하나 계단을 맞추어 쌓는 그런 일이었다. 내가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돌계단을 부수고 쌓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름에는 더우니 보통 이른 아침이나 저녁나절에 강한 햇살이 죽었을 때 일을 하는 법인데 이 스님은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는 10시쯤에야 일을 시작하여 밖에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그런 뙤약볕에서 일을 하다가 해가 지는 무렵이면 일을 끝냈다. 정말 온몸이 땀에 젖어 금방 물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젖은 채 하루 종일 일을 하였다. 이렇게 여러 날이 지났으나 스님은 매일매일 죽어라고 일만 했다. 그런 스님에게 나는 말 붙이기도 왠지 꺼려했는데 하도 궁금해서 언젠가 ‘스님, 왜 스님은 예불은 안 모시고 일만 한답니까?’ 하고 물었더니 스님은 별다른 표정도 없이 ‘나는 예불 드리는 거 몰라.’ 라며 마당으로 가서 또 괜한 돌계단을 허무는 것이었다. 진짜로 염불을 못하는 것인지 궁금했고, 염불도 못하면서 어떻게 스님이 되었는지도 궁금했다. 아니 무엇보다도 왜 그렇게 가장 더운 시간에 미친 듯이 일만 하는 지가 가장 궁금했다. 그 스님은 나의 이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고 언젠가 말도 없이 훌쩍 지장암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30년이 지난 지금, 가끔 그 스님이 생각난다. 아니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나를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에 말만 앞세우고 말로만 해결하려 들며 몸은 까딱도 않는 나에게 말이 아닌 ‘몸’을 가르쳐준 스승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보다는 ‘몸의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강변하듯 그의 여름날 노동이 그의 수행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수행은 말보다도 공부보다도, 온몸의 행위로 진실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 위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입만 벙긋하면 거짓말이 튀어나오는 거짓 덩어리의 이 몸뚱어리, 살아온 세월만큼 두꺼워진 위선의 몸집, 거짓으로 가득 찬 비만의 몸뚱어리에게 ‘진실’이 무엇인가를 이처럼 명쾌하게 가르쳐주는 스승은 아직 없었다. 사실 요즘 현대인들은 가급적이면 모든 일을 ‘앉아서’ 처리하려고 한다. ‘몸으로 뛰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현대 과학기술문명과 컴퓨터 문화의 일반화로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져서 몸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치장’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사는 것 같다. 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몸을 아름답게 가꾸려고 하는 것, 그 자체는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것의 궁극적인 지향은 결국 몸의 상품성을 높이는 것으로 귀착되는듯하여 씁쓸하다. 요즘 세태를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인류의 역사가 자본주의의 역사로 넘어 오면서 전 지구적 시장경제를 통해 지상의 모든 것은 이미 상품이 되어 버렸으니 ‘몸’인들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즘 부쩍 더 30년 전의 그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나는 스님이 자주 내 앞에 나타나 어른거린다. (박두규. 시인) -노루귀 / 김인호 -
박두규 12-16 13:29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학의 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학의 길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문학 박 두 규 (시인) 1 코로나 국면을 맞고 보니 그동안 꾸준히 거론되어 오던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위기라는 것이 코앞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문학은 무엇인가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문학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논의를 해왔지만 지금의 현실상황을 보면 ‘지구 위기, 인류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문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학도 과학이나 기술처럼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지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삶 문학에 일정 부분 복무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도 문학은 문학대로 지금껏 확장해온 영역이 있고 인류사 속에서 다양하게 그 역할을 해왔으며 또 어떤 특별한 상황 속에서는 그 상황에 맞게 대응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그렇게 하면 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이 상상력의 문학이고 영적 문학이라는 점과 ‘지구의 위기, 인류의 위기’의 현실에 대한 복무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100년의 지구, 100년의 인류를 염두에 두며 글을 통해 더 세밀하게 그려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의 과학과 기술보다 100년의 현실을 앞서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올바른 방향의 길을 찾는 더듬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 요즘 쏟아져 나오는 학자들의 글들을 읽어 보면 기후 환경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 상황은 현실의 감도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금 우리가 해마다 역대 기록을 갱신하며 겪는 자연재해는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대량학살의 위기이며 재앙의 시작이라고 봐야 옳다는 것이다. 인류가 자본주의 문명의 현행 기조를 고수할 경우 2100년에는 탄소배출량으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약 4도 이상 상승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북극의 빙상은 이미 붕괴된 지 오래고 알프스의 만년설은 70% 이상 녹으며 해수면은 최대 2.4미터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인구 천만의 자카르타 같은 도시가 물에 잠기며 세계의 주요도시는 거의 2/3가 해안에 위치해 있으니 그에 따른 발전소, 항구, 농경지 등 주요시설도 함께 위험해질 것이다. 그리고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들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미 2018년 폭염 시에 로스엔젤레스 42도, 파키스탄 50도, 알제리 51도에 이르렀다. 그리고 물 부족과 폭염으로 북위도 지역마저도 해마다 수천 명이 죽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21세기가 끝날 무렵이면 코로나와 같은 새로운 질병들, 상상을 초월하는 산불과 홍수의 증가, 수천만 명에 이르는 기후 난민, 경제 대공황과 지역 간의 기후분쟁, 농산물 생산이 크게 줄면서 일어나는 자원전쟁 등 한 해 기준 100조 달러의 세계 피해규모가 예상된다니 앞으로 80년 안에 변화될 지구의 모습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지금의 자본주의적 개발과 소비 패턴에서 조금도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되었을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코로나19가 해결된다 해도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 예전의 일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지구와 인류는 이미 변화의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고 새로운 문명이 일어나는 시점이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기존의 자본주의를 토대로 이루어낸 과학기술문명, 물질문명의 틀에서 벗어나 이전의 의식에서 한 단계 점핑된 도덕적 과학기술과 새로운 정신문명으로의 판짜기 변화가 절실해진 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현재 소비와 개발성장의 자본문명에서 전환하여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된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변화되어야 할 의, 식, 주, 의료, 교육 그리고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까지 기존의 질서와 그 틀을 어떻게 바꿔가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문학은 이 현실 변화의 중심에서 어떤 마음, 어떤 영혼을 가진 인간이어야 하는 것을 그려내야 하는 것이다. 3 지금껏 지구와 인류의 위기를 초래해온 자본문명을 벗어나 새로운 문명을 꿈꾼다면 먼저 기존의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세계관 등 일상 속의 대중들에게도 정신적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생각이 바뀌어야 그 삶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정제 없이 그대로 반영된 이데올로기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그렇게 이익을 극대화하며 개발과 성장의 경제논리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자본주의다. 자본은 배고픔과 위험한 환경 조건에서 풍요로움과 안전함과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 도를 넘어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영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렇게 인류는 풍요와 편리를 거느린 현실 자본주의를 앞세워 공존공생을 위한 사회적 도덕과 윤리의 경계를 깨고 탐욕과 욕망을 당연하고 정당한 인간 정서로 편입시켰다. 단순하게 이야기 했지만 사실 이런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자본주의와 잘 어울려 끝없이 달려온 결과 현재의 지구와 인류의 위기를 맞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개인의 인간도 그 탐욕이 지나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처럼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인류는 21세기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사피엔스의 종말을 향해 추락해 갈 것이다. 그래서 문학예술은 지금의 시점에서 좀 더 집중적으로 21세기 이후의 현실을 생각하고 그것을 위한 새로운 문명, 새로운 문학예술에 복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문명에 대응하는 문학을 생각하려면 자본주의의 속성인 탐욕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철학, 새로운 문화를 궁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움’은 어쩌면 삶의 본질과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총체적 근원으로부터 오는 것이어서 그것은 현실 자본주의를 벗어나 근본 진리의 삶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본래 모든 생명들은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공존공생의 공동체적 존재라는 것과 그것을 위해 인간은 가장 경계해야 할 본성인 ‘탐욕’을 꾸준히 정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 나는 이것을 문학이라는 영역에서 생각한다면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단순한 삶’과 ‘소박한 삶’을 하나로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단순한 삶’의 문학은 개인 스스로를 전체의 한 부분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전체라는, 그래서 전체를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라는, 이미 붓다나 예수 등 많은 현자들이 발견했던 동체대비, 궁극과의 합일 등 진리의 삶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며 이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한 문학을 말한다. 이는 ‘단순성’이라는 진리의 영역을 문학으로 가져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실현할 수 있는 ‘단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리의 삶은 당장 그렇게 살려는 스스로의 결단과 실천만 있으면 되는 ‘단순성’에서 시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진리에 의해 사는 삶’은 어떤 거창한 것은 아니고 현재의 실상을 바로보고 그것에 어긋남 없이 사는 것, 다시 말하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삶의 실상은 모두가 있는 그대로 어울려(연기적 관계를 가지고) 전체가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있는 그대로(본질 그대로) 어울려 순환하고 진화하는 것이 바로 ‘단순한 삶’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변곡점에서 문학이 주시해야 할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소박한 삶’은 이런 ‘단순한 삶’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 사실은 방법이면서 그 본질이기도 하다. 자본주의를 진화시켰던 인간의 탐욕은 끝없는 집착을 가져와 현재 지구의 기후재앙과 함께 모든 문제의 화근이 되었고 이 탐욕과 집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소박한 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자본의 끝없는 성장 시나리오는 이제 그 한계에 왔다. 대체 에너지 등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과학기술의 노력과 성과가 있다하더라도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결국은 소박한 삶으로 가지 않으면 해결 될 수 없는 것이다. ‘소박한 삶’은 스스로의 탐욕을 다스리는 삶이고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조화와 균형으로 이끄는 해답이라고 본다. 이‘소박한 삶’을 통해 모든 생명과 지구가 하나의 완결체로 존재할 수 있는 공존, 공생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문명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의 길로 가는 길목에 이러한 물질 중심의 삶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단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문학’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 문학적 화두를 통해 개인의 이기(利己)를 극복하고 무아(無我)와 탈에고(脫ego)의 수준까지 의식을 확장하여 탐욕을 순치(順治)하는데 기여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문학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질병들과 지구의 기후재앙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첫눈이 내린 노고단 -
박두규 10-08 08:51
세석평전細石平田의 추억
☐지리산에서 온 편지 11 세석평전細石平田의 추억 잔돌평전의 저물녘 풍경 세석평전은 지리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다.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경남의 중산리에서 바로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곳을 제외하고는 동서남북 어느 곳에서 오르건 세석평전을 거치지 않고는 천왕봉에 오를 수 없다. 그래서 지리산에 많은 대피소가 있지만 세석평전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세석평전은 오래 전엔 잔돌평전이라고 불렀다. 세細가 ‘가늘다’라는 뜻으로 세석은 작은 돌들이 많은 곳이라는 뜻이고, 높은 곳에 있는 펀펀한 땅을 평전이라 하니 세석평전은 작은 돌들이 많은 높고 펀펀한 땅이라는 뜻이다. 이 평전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고 지리산맥의 많은 능선들이 굽이치며 내리벋고 있어서 그 청량한 바람과 함께 펼쳐지는 풍광은 장엄 그 자체이다. 사람들이 지리산을 타면서 굳이 주능선 종주를 고집하는 이유는 노고단으로부터 천왕봉까지 서에서 동으로 전남과 경남에 걸쳐있는 첩첩 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긴 능선과 남과 북으로 여러 갈래 벋어있는 지 능선들의 유장한 지리산맥을 걷는 내내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과 능선을 넘나드는 구름들과 저물녘 빛을 받아 강하게 굼틀리는 산줄기들의 파노라마는 자신의 감옥에 갇혀 사는 이기적인 소인배를 벗어나 자연의 하나일 뿐인 알몸의 자신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특히 겨울 산의 엄혹한 추위 속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리산의 저물녘 풍경은 언제나 깊게 사무쳐 온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세석대피소 뒤에 솟아있는 봉우리가 영신봉靈神峰이다. 그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아 한때는 무속적 신앙을 가진 무리가 영신대 아래 기도처를 잡고 집단생활을 하던 때도 있었다. 30년도 더 된 어느 해에 대성계곡의 작은세계골을 타고 영신대까지 오르는 계곡등반을 할 때였는데 세석평전에 텐트를 칠 요량으로(그때는 텐트 치는 것이 허용될 때여서 세석평전에 가면 울긋불긋한 텐트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곤 했다.) 천천히 계곡을 올랐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영신대 근처에 이르러 나는 깜짝 놀랐다. 바위 틈새마다 촛불들이 켜져 있고 군데군데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텐트와 작은 비닐하우스들이 좁은 공간 여기저기 있는 걸 봐서 이들은 집단 기거하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말을 붙일 엄두도 나지 않아 조용히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대피소 쪽으로 올라와 보니 불빛도 보이지 않은 구석진 곳이었는데 기도처로써는 참으로 명당자리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엄격하게 관리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을 위하여 이 높은 산에까지 올라와 무리지어 기도를 할까. 기도로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일까. 그 원하는 무엇이라는 것이 겨우 자신이나 가족의 부富나 안위 정도의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젊은 치기가 앞서 있던 당시로는 순전히 자의적인 짐작만으로 그들을 재단하고 무시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나의 오만과 편견이 얼마나 심했었나를 알 수 있다. 요즘 세태를 보면 개인이건 단체건 기업이든 정당이든 혹은 지역과 나라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역만을 최우선적으로 옹호하고 챙기는 것이 일반화된 정서인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전혀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으로 위법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생활정서가 이미 우리의 구체적 생활에 깊이 들어온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양심이라는 것이 불편해 하는 것이다. 사람다운 무엇인가를 팽개치는 것 같아 어떤 헛헛함이 밀려오는 것이다. 세석대피소의 추석 그 시절에는 세석 대피소도 그야말로 조그만 대피소였다. 지금은 증축하여 넓은 공간에 난방도 되어 그때에 비하면 호텔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때는 매우 좁고 한 겨울에도 난방 없이 잠을 잤다. 그리고 추석연휴가 되면 세석대피소는 만원이었다. 언젠가 그 시절 추석연휴에 지리산에 올랐다. 여러 명이 갔는데 텐트 가지고 가기 귀찮아서 대피소를 이용하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올랐는데 예상 외로 대피소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대피소 수용 정원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한 다섯 배는 많은 인원이 들이닥쳤던 것 같다. 전에 혼자 잘만한 공간에 다섯 명이 누워야 했기 때문이다. 대피소 직원들은 바로 눕지도 못하게 하고 옆으로 몸을 세운 채로 칼잠을 자듯 꼭 끼워 눕게 했다. 날이 너무 추워 밖에 재울 수는 없었던 거다. 지금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예약이 안 된 사람들은 아예 하산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 아래 출발지점 관리소에서 올려 보내지 않고 있다. 어쨌든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면 누울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화장실에도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그 정도는 고마운 축에 들었다. 왜냐하면 복도 공간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서 밤을 새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상상할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시쳇말로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는 잠도 오지 않을 뿐 아니라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어서 그냥 안에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많은 인원이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자다보니 코고는 사람들도 많았고 더욱이 땀 냄새며 발 냄새가 지독해서 웬만한 사람은 잠을 들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잠을 자기 위해서는 독한 술이라도 몇 잔 마시고 떨어져야 하는데 또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고약한 술 냄새까지 합세해서 여간해서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어찌하다 두서너 시간 잠들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고마운 것이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다음 날 산행에 큰 지장은 없었다. 아침에 약간 찌뿌듯했던 몸은 한 시간 정도 산을 타며 땀을 흘리면 바로 말끔해졌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는 그래도 괜찮았다. 겨울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박두규 09-08 18:06
피밭마을의 골짜기
지리산에서 온 편지 10 피밭마을의 골짜기 어머니의 단풍구경 나이 80대 중반 무렵이었을까, 어머니는 바람이 쌀쌀해지는 가을이 오면 단풍구경 가자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나는 그때만 해도 바쁘게 밖으로만 돌던 때여서 ‘네, 그래요. 언제 피아골에라도 한번 가게요.’ 하면서도 그냥 스쳐지나가기 일쑤였다. 구례에 살 때여서 한두 시간만 시간을 내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소홀했던 것 같다. 막상 이제 돌아가시고 나니 가을이 오고 피아골에 단풍이 곱게 물들기라도 하면 그 말씀이 늘 밟힌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 어머니를 모시고 피아골에 갔던 적이 있었다. 피아골 초입의 단풍잎들이 처연하리만큼 붉게 물든 나무 아래로 모시고 가면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고작 ‘야, 참 곱다’ 한마디였다. 그리곤 별 말씀도 없이 그냥 한참을 앉았다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노인네의 짧은 한마디에는 한 생이 다 담겨있기도 하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젊은 것들은 지금 여기의 현재를 살아내기도 바빠서 울긋불긋 현란한 색들을 보며 그저 가을이니까 하는 정도의 계절감각을 가졌었다면 어머니 같은 노인네들은 저 화려한 시절의 절정기 뒤에 있는 인생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절절하게 느끼셨을 것이다. 지금 여기의 붉디붉은 절정의 단풍이지만 당신에게는 젊은 날의 과거로만 보였을까. 씁쓸한 듯 가늘게 뜬 눈빛과 오랜 풍상의 눈가 잔주름이 아직도 생생하다. 붉은 골짜기 피아골 피아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끝 마을은 직전마을이다. 피 직(稷)에 밭 전(田)을 쓰니 그 옛날 곡식이 귀했던 시절의 이름이다. 그 피밭골이 육이오 전쟁을 거치면서 너와 나, 적군과 아군, 좌익과 우익의 갈등과 대립을 함축하고 있는 이름인 피아골로 불리게 되었다. 피아골은 전쟁 당시 한때 인민공화국의 구례 군당이 숨어들었던 곳이며 그 비트는 피아골 삼홍소에서 계곡 좌측의 지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지금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전투가 잦았을 것이니 계곡이 핏빛으로 붉게 물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피아골의 피아는 한자로 상대방(피)과 나(아)를 뜻하는 말이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 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떠도는 말로 전쟁 이후 이 골짜기에서 한 트럭분의 유골이 나왔다고도 하니 어쨌거나 그 상처가 골짜기만큼이나 깊다고 할 것이다. 전쟁 훨씬 전에도 피아골의 붉은 골짜기 이미지는 있었다. 골짜기의 중간쯤에 있는 삼홍소가 그렇다. 삼홍소는 한자로 三紅沼라고 쓰는데 ‘셋이 붉은 물웅덩이’라는 뜻이다. 조선조의 생육신이며 선도의 맥을 이었다는 김시습이 이곳에서 시를 한 수 지었는데 단풍이 붉고, 그 빛이 물에 어려 계곡물이 붉고, 도도한 흥취에 술 한 잔 걸친 얼굴이 붉다하여 삼홍이라고 노래했다는 것이다. 온 천지가 붉은 이 삼홍소의 계곡에 앉아 있으면 당시 왕권을 둘러싸고 진행되던 피비린내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 김시습이 보이는가 하면 한편으론 현실을 극복하고 인생을 관조하며 지혜롭게 한 생을 건너는 현자 김시습의 풍모가 그려지곤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혹은 어느 시대라 할지라도 현실의 삶과 이상의 삶은 늘 함께 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느 한쪽에 빠져 허우적이는 것이 어리석은 삶이라면 어쩌면 김시습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자아가 추구하던 이상을 아우르며 균형 잡힌 삶을 꾸려낸 각자覺者가 아니었나 싶다. 계곡등반의 허와 실 20년도 훨씬 전이었을 젊은 시절, 한동안 계곡등반을 즐겨했는데 피아골도 계곡등반을 했던 적이 있다. 직전마을에서 피아골 대피소까지는 등산로로 가고, 대피소를 지나서 바로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만을 타고 주능선까지 오르는 길이었다. 대피소에서 지정 등산로를 타고 오르면 주능선의 피아골 삼거리에 이르지만, 계곡을 타고 오르면 반야봉 바로 밑에 있는 주능선의 노루목 근처에 이르게 된다. 계곡등반을 하는 것은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계곡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그 물줄기의 시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줄기의 처음은 어떻게 시작될까, 어디서부터일까, 하는 일반적인 궁금증과 함께 어떤 존재의 시원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 강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모든 자연의 사물에 대한 존재의 근원은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설화나 전설 같은 상상력들이 포진하게 된다. 그래서 더 궁금증을 자극하고 괜한 동경이 생기는 것 아니던가. 하지만 계곡등반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분명한 그 처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나름 후련한 맛은 있었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막연한 시원에 대한 그리움의 의미는 깨지게 된다. 계곡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면 물도 없는 그저 돌멩이 몇 개 있는 평범한 지형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삶의 균형감각 나의 계곡등반은 어쩌면 이런 미화되고 포장된 의미들을 깨고 싶은 심정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 한 세상을 살며 이상과 동경은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로 치환되면서 답답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환상과 비현실 속의 막연한 기대감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계곡등반으로 계곡의 끝 지점을 확인하며 나의 현실인식을 다그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문학의 허구적 상상을 앞세워 살며 현실을 나의 에고로 왜곡하여 인식하거나 또는 그 현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지는 않고 있는가 하는 자기점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뚜렷한 인식과 의도성을 가지고 계곡등반을 하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으로 살고 있을까. ‘실사구시’라는 말은 도법스님께서 많이 쓰시던 말씀이다. 나는 나름대로 ‘주어진 이 생生의 현실을 진리의 눈으로 바로 보고 그렇게 세상살이를 해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하며 들어왔다. 계곡등반을 그렇게 철학적으로 했다는 말은 아니고 그 행위의 저 깊은 안쪽에 그런 무의식적 발로가 있었기를 바라는 심정인 것이다. 모든 존재의 본성이 가지고 있다는 삶의 균형감각 같은 것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피아골을 자주 올랐다. 구례에 있는 가까운 곳이어서 그러기도 했지만 팔구십 년대라는 시대적 격동기를 살았던 내 존재의 현실을 올바로 가늠하고 또 그렇게 살기 위한 몸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기후 위기더보기 +
-
성염 04-22 21:21
[지리산인 칼럼] “여러분은 사회적 시인(社會的詩人)!” You are Social Poets!
“여러분은 사회적 시인(社會的詩人)!” You are Social Poets!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지리산 자락자락에 안겨 살면서 문정댐이니 케이블카니 산악열차로부터 마고할메 치맛자락을 지켜주려고 맘고생하는 이들에게 “여러분은 시인입니다. 사회적 시인입니다(You are social poets). 인간사회의 약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창조계의 생물들을 쓰고 폐기(廢棄)하는 문화 풍조 속에서 지구라는 공동주택(common home)을 지키겠다고 꿈꾸는 시인들입니다.”라는 격려를 보낸 종교지도자가 있다. 로마 교황 프란치스코다. 2021년 10월 16일, 전 세계 사회운동가, 민중운동가들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는 10년 전 가톨릭교회에서 성베드로의 제266대후계자로 뽑히자마자 전 지구에 충격을 가해왔다. 13억 가톨릭신도들을 지도하는 기조문서 「복음의 기쁨」에서, 그는 쇠푼께나 있다고 거들먹거리며 세계 금융시장과 대기업들과 다국적기업들을 이미 장악한 ‘신자유주의’ 경제를 ‘살인경제(殺人經濟)’라고 단언하였다. 미국 보수언론인(Rush Limbaugh)에게서 ‘순 빨갱이(pure Marxist)’라는 욕설이 나옴직했다. 그리고 ‘하나뿐인 지구’라는 자연을 파괴하지 말자고, 생명체들을 멸종시키지 말자고 호소하는 「찬미 받으소서」라는 문서를 내놓자(2015)미국 폭스뉴스가 이 교황을 ‘지구상의 가장 위험한 인물’로 단정했다. 종교는 ‘생태 복음(生態福音)’이어야 프란치스코는 지구(地球)가인류와 모든 창조물의 ‘공동주택’이니까무릇 종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반길 기쁜 소식, 곧‘생태 복음(生態福音)’이어야 한다고 확대한다. 그가 구상하는 그리스도교는 ‘지구에 충직하면서 모든 생명계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종교’다. ‘타자들에 대한 개방 여부’로 개인적 집단적 구원이 결정된다는 종교적 신조를, 이제 창조계 전체로 열어 우리 다함께 구원에 이르자고 요청했다. 4세기의 인물 아우구스티누스는 이것을 ‘사회적 사랑(amor socialis)’이라고 명명했다. 교황의 문서 「찬미받으소서」는 13세기 인물 아씨시의 프란치스코(1181-1226)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왔는데 ‘하느님의 어릿광대’로 자처한 저 인물이 “저의 주님, 찬미 받으소서. 누이이며 어머니인 대지로 찬미 받으소서. 저희를 돌보며 지켜주는 대지는 온갖 과일과 색색의 꽃과 풀들을 자라게 하나이다.”라고 읊은 ‘태양의 찬가’는 이탈리아 시문학의 효시로 평가된다. 지구라는 환경 체계를 위협하고 공멸을 향해 가는 인류에게 우리 공동주택을 덮치고 있는 재앙을 알리고, 누구보다도 종교인들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생활양식의 변경, 그리고 생태영성(生態靈性)의 함양을 호소했던 현자였다.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이며 두 팔 벌려 우리를 품어 주는 아름다운 어머니와 같은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비명에 귀 기울이고 창조계 전체의 신음을 귀여겨 들읍시다.”라고 하소연하는 프란치스코교황은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택한 한국에서 방한 내내 세월호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녔고, “그것 좀 떼고 중립을 지키시오!”라던 한국인 고위성직자에게 “타인의 고통 앞에는 중립이 없소!”라는 결연한 답변을 우리 국민의 뇌리에 남겼다. 1968년 창립된‘로마클럽’ 이래로 미래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세(人類世)의 임계점이 수년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하는데도, 아마존을 불 지르고 화석연료 소비를 증대시키고 산과 강에 삽질하며 무수한 종을 말살시키고 있는 짓은 “인류의 자살이요 환경학살이요 생물 종의 학살”이라는 것이 교황의 외침이다. 한번 저지른 환경파괴는 거의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인류도 국가사회도 양단간의 선택기로에 놓여 있는 현시점에서, 환경운동가들이야말로 ‘죄의 구조’, ‘죽음의 체제’에 맞서서지구상의 생명을 구하겠다고 투쟁하는, 인류의 주춧돌이라고 독려한다. 교황은 이 메시지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요청합니다. 광산, 석유, 삼림, 부동산, 농산품을 좌우하는 대기업들에게 호소합니다. 삼림 파괴를 중단하시오! 습지 파괴를 중단하시오. 산을 훼손시키지 마시오. 강을 오염시키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짓을 그만두시오, 주민들과 곡물을 [화공약품으로]중독시켜가는 짓을 그만두시오!”라고 경고한다. 그는 세계 곡물회사들, 무기장사들, 허위와 조작을 일삼는 언론재벌들, 강대국과 국제금융기관들에게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같은 호소를 보냈다. ‘잘 사는 세상’이란 ‘인류 전체와 정의롭게’, ‘창조계 전체와 조화있게’ 살아감’이라는 가르침이다. 윤정권이 두려워하는 것은 ‘꿈꾸는 사람들’ 국민의 촛불 혁명을 꺼뜨린 현정권이 한반도의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와 농민, 여성에 대한 증오와 갈라치기로 뭉쳐진 집단으로 드러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허가와 원전확대로 환경운동가들은허탈하다 못해 공포에 사로잡히는 듯하다. 교황은 우리에게 말한다. “기득권 수호에 앞장선 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들은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강자들의 집단적 이기심, 약자들의 영합, 중도층의 체념을 시인들이 문제 삼으면서 심간을 편치않게 만드는 까닭입니다.” 우리의 꿈은 국민이 유일하게 권력에 접근하는 선거와 투표에서 반영되기도 한다. 한반도 남쪽의 국립공원들의 생태를 살리는 노력에 헌신하는 우리에게 프란치스코는 이런 격려를 보낸다. “무한성장의 야심으로 자연을 오로지 수탈하고 착취하고 폐기하는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꿈을 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꾸는 꿈은 인류라는 종족에게 자유, 평등, 정의 그리고 존엄을 그려가고실현하려는 원대한 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a better world)’을 만들고 보전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꿈입니다. 우리 시인들이 꿈꾸는 이 꿈을 통해서 창조주의 꿈이 우리 모두에게 관통하고 드디어 역사로 실현되기에 이릅니다.” 이 나라의 금력과 권력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자들은 국민의 1%에 불과하며, 현정권의 제반행태는 공포가 핵심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의 진보정권의 출현에서, 그동안 중국, 일본, 미국에 의존해서 영화를누려온 노론파가 그 기득권을 영구히 누리지는 못하리라는 공포심을 감추러 자기들은 무슨 파렴치도 감행할 수 있다는허세를 보인다. ‘조직’의 그 허세를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으면 저자들은 허깨비다. 우리는 남북의 분단을 넘어, 그리고 우리네 금수강산이라는 창조계 전체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꾸는 까닭에 저자들이 우리를 두려워한다. 운동가들이 공포를 품을 것은 아니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저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매듭짓는다. “우리 함께 꿈을 꿉시다! 저 참담하고 오래도 가는 체념에 우리는 절대 빠지지 맙시다.” *이곳의 사진은 4월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진행된 ‘414기후정의파업’에 참가한 박두규 시인, 최상두 대표가 찍은 것입니다. -
윤주옥 04-06 20:10
지리산 화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결과 발표
- 국립공원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 낙엽활엽수림이 산불피해 낮춰 -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하동참여자치연대, 부산대학교, 순천대학교, 백두대간숲연구소 등 ** 3월 12일(1차), 3월 22일(2차), 3월 28일(3차), 3월 29일(4차)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121ha(정부발표, 91ha)로 분석되었는데, 최근 20년간 국립공원 내 산불피해면적 총 111.8ha와 비교할 때, 역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Landsat-8 위성영상을 분석했을 때, 산불 지표화로 피해가 거의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산불강도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는 바, 피해면적이 Sentinel영상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화개 지역 산불은 전체 35ha의 피해면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피해강도가 낮음으로 분석된 지역은 전체 피해지역의 92%를 차지하고 있어 피해강도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었고, 합천산불의 경우에는 총 피해면적이 59ha로 나타났고, 이 중 높음 이상의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전체 피해지역의 22%를 차지하고 있었고, 피해도가 낮음으로 분석된 지역은 55%로 화개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사진 설명_ 합천 일대 산불피해지 모습. 해당지역은 숲가꾸기 사업을 시행한 곳으로 임도 주변 대부분의 소나무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화개 지역의 활엽수림 산불피해 유형과는 명백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지리산 화개 지역의 산불강도가 낮았던 이유로는 해당지역의 사면부 식생 대부분이 자연적인 숲의 발달에 의해 소나무림이 쇠퇴하고 낙엽활엽수림으로 발달하는 과정의 숲으로 형성되어 있음이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인위적 간섭이 없어 활엽수의 밀도가 높아 숲 내부 바람이 세지 않아 산불이 수관화로 대형화되지 않고 지표화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능선부의 소나무 토지극상림에 다다라서야 수관을 태운 것으로 확인되었고, 소나무 피해목이 발생한 지역은 빠르게 낙엽활엽수림이 발달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인간의 간섭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질 때, 산불에 가장 강한 숲이 만들어지게 된다”며, “합천 산불과 비교했을 때 명확히 나타났듯이 국립공원의 산림은 인위적 간섭이 있는 산림의 산불발생 특성과는 다르게 산불로부터 이미 안전한 숲이 되어 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화개 지역은 능선부 까지 더욱 안전한 숲으로 빠르게 자연 스스로 복원될 것이다. 다른 지역 또한 인위적 간섭을 줄이는 것이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상황에서 산불에 안전한 숲이 되는 지름길이다”라고 평가했다. 산불피해지 ‘토양 특성에 대한 변화’에 대해서는, 산불피해지 대부분이 지표화로 인해 지표면의 낙엽층이 연소되어 재만 남아 있는 상태로 확인되었고, 이로 인해 유기물을 무기화하여 일시적으로 토양의 양분량이 늘어나고 빗물에 의해 일부는 용탈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지표면의 무기염류 변화는 흙 속에 매몰된 매토종자나 초본층 식생의 생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낙엽층 아래의 토양층에는 지표화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토양특성에 변화는 적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진 설명_ 이번 산불은 표면의 낙엽만을 태웠기 때문에, 흙 속에 있는 씨앗들(매토종자)은 한꺼번에 공급된 무기양분에 더해 사라진 낙엽층으로 인해 활발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어 지표면의 생태계는 아주 빠르게 복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지역 내부 동물이 바닥을 헤쳐 놓은 곳은 피해가 없는 상태 그대로 안정된 토양이 드러나 있다. 산불피해지 토양침식 및 산사태 우려에 대해서는, 해당지역은 수관층이 발달하는 가운데 조릿대 등의 하층식생이 우점한 곳으로 산불 지표화로 인해 대부분의 하층식생만 피해를 보았을 뿐, 조릿대 등의 하층식생 뿌리가 살아있어 대면적의 토양침식이 우려되는 현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식생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더불어 하층식생 뿌리가 토양 안정화 상태로 토양층을 보전하고 있어 산사태 우려도 적을 것으로 조사되었고, 수관층이 발달해 있어서 강우발생 시에도 수관우(수관층에 떨어져 흐르는 빗물)와 수간우(수목을 타고 흐르는 빗물)에 따라 대면적의 토양침식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전체적인 현장 토양 상태를 고려했을 때, 장마철의 집중호우 시에는 일부 지표면의 재와 토양이 침식될 가능성은 있겠으나, 토양침식이 우려되는 급사면에 흙막이공사 등의 응급복구사업은 오히려 토양침식을 확대할 우려가 큰 것으로 평가했다. 산불피해지 대성골 탐방로 주변 사면부 안전 우려는, 해당지역 주변은 경사가 상당히 급한 지역으로 이미 사면의 침식과 붕괴의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확인되었으나, 과거 산사태나 유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우 등의 외부영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탐방로 주변 현장의 사면 붕괴나 유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진 설명_ 산불로 인해 바닥의 마른 낙엽이 불탔지만, 숲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는 대부분 살아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토사의 유실은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지난 3월 23일 산불피해지에 비교적 많은 봄비가 내렸으나, 현장에서 빗방울(우적)에 의한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물이 침투되지 못하고 지표를 흐르는 물의 발생흔적도 없었으며, 이로 인한 토양의 유실현상도 탐방로 주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로, 보통 우적에 의한 침식이 가장 큰 침식요인이며, 이어지는 추가 침식을 야기한다.) 또한, 이미 탐방로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초본류가 표토와 재를 뚫고 토지를 피복시키고 있으며, 생육한 활엽수에서는 잎이 나오기 시작해 강우에 의한 침식이나 피해를 보다 억제할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산불피해지 내 탐방로 주변에는 산불발생 여부나 강도에 따라 정비구간을 설정할 곳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하동참여자치연대, 경남녹색당(준), 경남시민환경연구소,경남환경운동연합,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진주환경운동연합 -
칩코 04-01 15:45
[4월14일] 414기후정의파업 지리산파업단 모집
<414기후정의파업 지리산파업단 모집> 2023년 4월, 함께 살기 위해 멈춰!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에 함께 갈 ‘지리산파업단’을 모집합니다. - 지리산파업단 신청 링크 : https://forms.gle/4HMe23bD6zyy3aB67 ※ 수요파악을 위해 파업단에 함께 하는 분들은 참가신청해주세요! - 일시 : 4월 14일 (금) - 장소 : 지리산에서 세종정부청사까지 - 모집인원 : 선착순 40명(45인승 버스 1대) - 집합 장소&시간 10:00 구례 섬진아트홀 (구례군 구례읍 구례로 508) 10:30 남원의료원 옆 주차장 (남원시 월락동 251) - 참여 방법 : 신청 양식 작성하고 지리산사람들 계좌로 참가비 입금하면 신청 완료. 4월 14일 아침, 버스 탑승 장소로 시간 맞게 도착. - 참가비 : 1인 2만원 - 참가비 입금계좌 : 농협 301-0214-8860-11 (예금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 - 문의 : 010-2956-8115 <기후정의행진 추진위원 모집> 파업단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을 보태고 싶으신 분들은 3,000인 추진위원이 되어주세요! - 참여링크 : http://m.site.naver.com/16dhl - 주최 : 414기후정의파업.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준) -
윤주옥 03-22 20:31
414 기후정의파업, 왜 지금 세종정부청사에서 기후정의파업인가
414 기후정의파업, 왜 지금 세종정부청사에서 기후정의파업인가 우리는 매년 기후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 폭우, 한파, 태풍이 반복된다. 갑자기 등장한 재난이 아니다. 이제 우리 모두 이 재난의 원인이 기후위기임을 분명히 알게 됐을 뿐이다. 그리고 지난 여름 폭우는 재난이 불평등의 다른 모습임을 드러냈다.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벗어나자, 에너지 위기가 촉발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시작됐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대기업과 부유층을 제외한 모두를 궁핍한 삶으로 내몰았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온실가스 배출은 다시 증가했다. 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온갖 개발사업들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불평등, 기후위기, 재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강고해졌다. 무엇이 우리를 벼랑으로 내몰면서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지도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의 고리를 깨기 위해 불평등에 맞서는 기후정의 투쟁이 펼쳐져야 한다.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공공성이, 생태학살에 맞서는 반개발 투쟁이, 함께 살기 위해 이 세계를 멈추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치솟는 에너지, 교통 요금의 진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수급불안정 이후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 공기업의 막대한 누적 적자 문제가 언론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적자는 에너지 공기업들을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기업으로 만들었고 전기, 가스요금 인상은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올해 1월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작년 동월 대비 28.3%가 올랐다. 지난 1월, 2월 가구당 수십만 원 이상 오른 난방비는 그 결과이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9.5%가 올랐고 가스요금은 2분기부터 다시 오를 예정이다. 그리고 동일한 적자 논리에 따라 이미 인상된 택시요금에 이어 지하철, 버스 요금 대폭 인상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공기업 적자 해소 주장과 함께 값싼 공공요금이 에너지 절약을 가로막는다는 논리가 더해진다. 기후위기이니 전기, 가스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은 15%에 불과하다. 우리는 인상 전에도 비싼 가스요금때문에 온갖 방한 용품과 전열기구로 겨울을 났다. 하지만 10대 대기업들은 최근 5년간 4조 2천억원에 이르는 전기 요금 할인 혜택을 받았다. 한전에 전기를 파는 민자발전사들은 작년 상반기에만 2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봤다. 우리가 고유가로 고통받는 동안 지난해 정유업계는 13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냈다. 전기 사용량의 53%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그 중에서도 대기업들에게 수조 원의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통한 에너지 절약’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난방비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요금을 못 내서 가스가 끊긴 2만 6521건(22년), 전기가 끊긴 32만 가구 대부분은 단열이 되지 않는 부실 주택에 거주한다. 에너지 빈곤은 주거 빈곤과 같은 말이다. 그런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 5조 원을 삭감했다. 그 돈으로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해주고 있다. 가장 부유한 서울시가 교통공사 적자 7조원을 이유로 지하철, 버스요금 인상을 계획하는 동안 정부는 가덕도, 새만금, 제주2공항, 흑산, 울릉, 백령, 서산 등에 신공항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비 수십 조원(가덕도에만 30조원 추정)이 소요되는 계획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좁은 국토에 이미 15개 공항이 운영되는 와중에 새로운 공항을 추가로 짓겠다는 것이다. 자가용과 항공기 이용을 대폭 줄이고 철도, 버스 중심의 공공교통을 대폭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교통을 위축시키고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교통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바로 지금, 기후정의를 향한 에너지/교통의 사회공공성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는 기후위기에서 반복되는 ‘피해와 위기의 전가’이다. 무분별한 에너지 낭비와 교통/토건 사업은 자본과 국가가 결탁해 벌여놓고, 그 결과 드러난 적자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추위에 보일러를 끌 수도, 대중교통을 안 탈 수도 없는 시민들은 다른 소비를 줄이는 궁핍한 삶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이번 에너지 위기도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더 큰 이윤과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후정의운동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게 분명히 묻고, 기후재난에 사회공동체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에너지 위기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와 교통은 삶의 필수재이자 기본권이다. 또한 사회공동체가 함께 생산하고 이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공공재이다. 따라서 사고팔아 이윤을 챙기는 상품, 구매력에 따라 접근가능한 상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특히 에너지는 생태적 한계 속에서 민주적 계획에 따른 생산과 소비, 평등한 이용이 더욱 필요한 재화이다. 즉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교통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구매력에 따른 격차만 늘릴 뿐이며, 도로/자가용, 항공 중심의 현재 교통체계는 가장 낭비적인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를 늘릴 뿐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처럼 노인, 장애인, 지역주민 누구라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철도와 버스 중심의 공공교통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기본권/주거권 보장’, ‘에너지기업 초과이윤 환수’,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 철회’, ‘공공교통 확충’, ‘신공항 건설 중단’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변화와 정책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에 맞서는 사회적 목소리를 힘차게 모아내고자 한다. 기후위기이니 에너지 요금 인상을 감내해야 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의 에너지 사용 통제와 모두를 위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사회공공성에 입각한 변화가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이뤄낼 강력한 사회적 투쟁이 더욱 절실하다. 바로 지금,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이윤을 위한 생태학살을 멈추자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기이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앞장서 외치면서 동시에 온갖 개발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토건자본과 결탁한 정부/지자체의 개발 사업은 오랫동안 이어진 문제였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이야기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개발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기후위기 대응이든 토건사업이든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신공항, 국립공원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려고 한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 지자체 이양은 ‘지역살리기’, ‘관광산업 활성화’를 내걸고 숲과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산업단지, 관광지,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개발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개발은 생태계의 숱한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4대강사업이라는 거대한 토건사업으로 생태학살을 경험했고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속화하는 전국 곳곳의 마구잡이 개발 사업들은 지역 공동체와 주민들의 삶,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하지만 가덕도, 제주도, 새만금 신공항 건설에 맞서고, 국립공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건설에 맞서 싸워온 지역 곳곳의 투쟁들이 있다. 이러한 투쟁들이 지역만의 투쟁일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에 함께 싸워야 하는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414 기후정의파업은 바로 이러한 투쟁들이 기후정의의 기치 아래, 생태학살에 맞서는 투쟁으로 연결되는 현장이 될 것이다. 4월 14일 금요일, 우리의 하루를 멈추고 세종정부청사에 모이자 대통령실과 국회가 있는 서울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정치사회적 투쟁들이 벌어지는 중심적 장소가 되어왔다. 온갖 에너지/폐기장/관광 개발사업이 벌어지는 기후부정의의 여러 현장들은 지역들이지만, 이를 기획하는 권력의 장소가 서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번 414 기후정의파업은 세종정부청사에서 펼쳐진다. 현재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두 축은 자본과 정부이다. 자본주의 성장체제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달리는 오래된 쌍두마차이다. 이 때 정부는 흔히 정권과 동일시된다. 하지만 5년 선거마다 바뀌는 정권과 다른 의미에서 정부는 ‘관료체계’이기도 하다. 큰 규모의 개발사업은 보통 5~10년에 걸쳐 추진/집행되며, 기후정책은 2030년, 2050년 장기간의 계획이 입안된다. 이러한 밑그림을 그리는 기관이 바로 ‘정부관료체계’이다. 에너지 민영화/시장화는 98년 이후부터 변함없는 정책기조로 진행되어 왔으며, 신공항을 비롯한 온갖 개발 사업들도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414 기후정의파업은 바로 이러한 ‘대정부 투쟁’의 현장으로 세종정부청사를 택했다. 4월 14일에는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전환과 고용보장을 외치는 발전노동자들, 농토와 삶터를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빼앗긴 농민들, 송전탑/양수발전소와 부정의한 핵발전소/핵폐기장 건설에 맞서 싸워온 주민들, 신공항,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시도에 맞서 싸워온 이들이 함께 모인다. 기후부정의에 맞선 투쟁현장의 주체들이면서 동시에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들이다. 에너지/교통의 사회공공성 강화를 외치며, 생태학살 개발사업에 맞선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로서 우리도 함께 투쟁할 것이다. 자본과 결탁한 정부 공무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4월 14일 금요일, 세종으로 모여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펼쳐내자. 우리의 하루, 일상을 멈추고 기후정의파업 투쟁을 펼치자. 함께 살기 위해, 정부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외치자. 우리에겐 이미 많은 대안과 구체적 요구들이 있다. 이 세계를 멈추고, 이제 다른 방향으로 세계를 움직이자. 414 기후정의파업 대정부 요구 ① 대기업의 에너지 요금을 충분히 인상하며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철회하고, 존엄한 삶을 위한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 ② 대기업에 대한 전력요금 특혜를 중단하고 에너지기업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하라. ③ 농어촌파괴·민영화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지역주민 참여 아래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실현하라. ④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당장 중단하라. ⑤ 신규 핵발전소 건설, 수명연장, 핵발전소 내 핵폐기장 건설 당장 중단하고 주민 이주 대책 마련하라. ⑥ 교통요금 인상 전면철회, 대중교통 공영화하고 공공교통을 대폭 확충하라. ⑦ 가덕도, 제주2공항, 새만금, 흑산도 신공항 등 모든 신공항 추진계획을 폐기하고, 건설 예산을 공공교통 확충 예산으로 전환하라. ⑧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만 부추기는 그린벨트해제 권한 지자체 이양시도를 당장 철회하라. ⑨ 농지와 농촌을 파괴하는 기후대책을 중단하고 식량주권 실현과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공농업을 실현하라. ⑩ 동물학살을 초래하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 생산/소비에 대한 사회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 ⑪ 기후위기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 훼손하는 개발사업 중단하고, 모든 개발사업에 기후영향평가 실시 및 지역주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라. ⑫ 발전소 폐쇄에 따른 발전 원·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 후퇴 없는 고용을 보장하고, 산업전환으로 피해를 보는 모든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라. ⑬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장애인, 이주민, 빈곤층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시혜나 보호가 아닌 존엄한 삶의 권리를 보장하고, 정의로운 전환 주체로서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라. -
윤주옥 03-04 17:06
환경부는 이제.. 환경파괴부, 멸종추진부다
어제(3월 3일)는 ‘국립공원의 날’이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무등산국립공원 지정 10년을 맞이하여 ‘2023년 국립공원의 날’ 행사를 무등산국립공원에서 한다며 나에게 초청장을 보내왔다. 당연히 간다고 하였다. 누구보다도 축하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을 포함한 우리는 국립공원제도개선시민위원회의 이름으로 2001년 ‘국립공원 100대 개혁의제’를 발표하였다. 그때 의제 중의 하나가 ‘국립공원의 날’ 지정이었고, 그날 하루라도 국립공원을 쉬게 해주라고, 사람의 출입을 금하자고 제안하였다. 우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2020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국립공원의 날’은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 같은 날이다. 그런 ‘국립공원의 날’이 올해는 난장판이 되었다. 지난 2월 27일 환경부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협의’하였기 때문이다. 1월 31일 흑산공항이 가능하도록 흑산공항 예정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한 환경부가 이제는 설악산 케이블카까지 허가한 것이다. 이제 정말 환경부는 환경을, 자연을, 보호지역을, 국립공원을,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게 됐다. 이제 우리는 환경부를 ‘환경파괴부’, ‘멸종추진부’가 불러야 한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허가되자 전국이 난리다. 지리산, 소백산, 속리산, 무등산, 월출산, 모든 곳에서 ‘설악산이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며 너도나도 케이블카 추진 명함을 내밀고 있다. 전 국토, 모든 명산, 국립공원을 개발 전시장으로 만들어 놓고, 환경부는 한화진 장관이 ‘국립공원의 날’ 행사에 참여한다고 자랑한다. 세상에! 이런 열불나는 일들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할까? 환경부의 몰염치와 유체이탈 행정에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환경부가 보내온 초청장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등이 준비한 집회와 행진에 참여하였다. 집회는 무등산국립공원 초입에서 별일 없이 진행되었지만, 행진은 행사장 입구에서 막혔다. 경찰들이 우리를 두 겹, 세 겹으로 에워싸고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했다. 그런 사이 한화진 장관이 큰 길이 아닌 잔디밭 너머길로 가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대열에 있던 나는 그곳으로 방향을 틀고 움직였는데 경찰이 제지했고 그리고, 나는 경찰 1명에 의해 시멘트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바닥에 누워 이게 뭔 상황인가 잠시 생각했다. 아픔보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놈의 얼굴을 보고 싶어.. 일어나서 소리소리 질렀다. 누구냐고, 누구냐고.. 우리는 경찰에 의해 포위당한 채 1시간을 넘게 이리저리 몰렸고, 한화진 장관은 그 입으로 국립공원과 생태계 보전을, 국립공원의 날 축하를 말하고는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떠나는 승용차를 바라보면서 아무 힘도 없는 나에게 절망하였고, 내 앞의 여경 얼굴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왜 이러고 서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눈물이 쏟아졌다. 이게 뭐냐고, 왜 설악산에, 국립공원에, 산양의 삶터를 빼앗냐고. 누구를 위해서.. 그다음은 지리산에, 반달곰의 삶터에 산악열차,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할거냐고, 대체 왜, 그냥 인간들끼리 박 터지게 싸울 것이지 야생동식물의 삶까지 갈기갈기 찢어 놓냐고.. 대체 왜.. 이제 그만 하라고, 제발 그만 좀 하라고.. -
윤주옥 09-13 08:59
924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기후정의 워크샵”
기후정의 워크샵 9월15일(목) 오전 10시 10분 ~ 12시 50분 매천도서관 다목적실 강의(10:10~11:40): 기후정의란 무엇인가? (강사: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가원) 토론(11:50~12:50): 우리지역 기후정의운동의 방향과 방법 구례, 지리산에서 일어나는 일들 -
윤주옥 09-03 09:30
924기후정의행동_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지나 이제 우리는 기후재난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폭염, 산불, 가뭄, 홍수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왜 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는가?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의 휘황한 말잔치에도 실제로는 줄어들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 탓이다. 이윤의 극대화, 성장과 팽창에 매몰되어 지구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착취하는 기업과 정부 탓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종적 불평등을 지속하는 사회 체제 탓이다. 다시 묻는다. 이 기후는 누구에게 닥치는 재난인가? 누군가에겐 기껏 외제차가 침수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잃는 재난이다.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새로운 돈벌이의 기회로 여기기까지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일터와 삶터에서 쫓겨날까 걱정하고 취약한 환경에서 재난으로 인한 죽음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피해의 최소화’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 고작인 오늘날의 기후재난과 탄소중립 정책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 앞에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절망한다. 기업의 파괴적 이윤추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성장주의적 체제가 기후재난의 원인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견고한 자본·정치 권력 앞에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체념하지 않는다. ‘이대로 살 수 없다.’ 우리는 기후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후·환경’이라는 의제를 넘어 노동자, 농어민, 여성, 장애인, 빈민, 종교인, 반전주의자, 성소수자, 청년·청소년으로서 연대하고 있다. 동물과 숲, 바다를 대변하는 존재로서 모였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한 체제를 넘어서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기로 우리는 결의한다. 기후위기의 최일선에 서서, 기후정의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조속히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공공적,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시장화된 화석연료 기반 교통, 운송 체계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의 공공교통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사고위험과 방사성 폐기물로 기후·생태위기를 가중시키는 핵발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지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쟁적 이윤추구를 넘어 재생과 순환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모든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최상위 부유층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본에 의해 고용·거래된 노동자와 빈민,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는 한낱 소유물이 되어 착취와 수탈에 신음하면서도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먼저 위협받는다. 위기와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불평등의 선을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한다. 억압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과 피해가 집중된다.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고 지구적, 사회적 평등과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셋째,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 세상을 이렇게 망쳐놓은 기업과 자본, 정치인들에게 다시 세상을 맡길 수 없다.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며 위기 극복의 주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최일선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바로 우리들이 기후정의를 말해야 한다. 폭염과 홍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주거빈곤층, 난개발에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농토와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농민과 노동자들, 기후위기에 더 큰 위협을 받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 그리고 무참히 희생되는 비인간 동물과 생태계가 우리의 다른 이름들이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로부터 시작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기후정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재난과 위기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지만 ‘기후정의’는 기후재난을 겪는 세계를 함께 헤쳐나갈 방향이자 대안이다. ‘기후정의’는 우리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알려주는 방향타다. 우리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자본 권력에 적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정부가 불평등한 체제를 종식하도록 하는 기후정의행동을 시작한다. 9월 24일, 우리는 서울 광화문에서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며 싸울 것이다.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를 갈망하는 모든 시민들은 광화문 거리로 모여달라. 이대로 살 수는 없다. 924기후정의행진을 한달 앞둔 2022년 8월 24일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
상글 05-31 17:11
텃밭교사 상글이 원하는 세상은?
2022년 5월 28일 구례 오일장 상설무대에서 진행된 ‘잘 뽑고 싶다구례 문화제’에서 발언한 상글의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구례에 살며 초등학교 아이들과 텃밭에서 만나는 상글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리산에 깃들어 살게 된지 올해로 3년차에요.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풀도 매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살게 되었네요. 생태텃밭수업 덕분에 저는 올해 돌보고 있는 텃밭이 4곳이나 있어요. 하나는 저희집 마당이구요, 용방, 토지, 옆 동네 남원에도 한곳있어요. 농은 곧 생명을 돌보는 일이니,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기대가 되기도 해요. 모두의 마음이 푸르러지는 올 봄, 우리는 씨앗을 싹 틔우고 모종을 길러 저마다의 소중한 기대를 담아 텃밭에 옮겨심었어요. 완두, 토마토, 가지, 고추, 파프리카 먹을거리도 풍성하게 심고, 메리골드, 한련화, 해바라기 다양한 꽃들도 어우러져 심었어요. 아이들은 매일 아침 물을 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고, 올해도 우리는 텃밭에서 수많은 감동의 순간들을 만날거에요. 그런데 요즘은 손끝에서 가뭄을 느끼고 있어요. 아침에 물을 준 것도 금새 말라버리고,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놓은 빗물 저금통에 물이 말라버린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한 없이 펑펑 쏟아져나올 것 같던 수돗물도 요즘엔 찔끔거릴 때가 있어요. 지난 주, 저희 마을에서는 이장님께서 방송을 하시더라구요. 날씨가 가물어 물이 부족하니 빨래를 자제하고, 불필요한 생활용수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하라. 그리고 덧붙여 텃밭에 물주는 것도 자제하라고 하셨어요. 비가 오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여느때보다도 날씨가 덥고 기온이 높아 땅에 있는 수분의 증발 속도도 훨씬 빠르다고 해요. 지구는 오랫동안 경고신호를 보내왔어요. 이것은 환경적 재난이고 기후위기입니다. 위기감이 우리의 삶에 점점 더 가까워 지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구례군은 기후위기에 대한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나요? 우리는 어떻게 조금이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늦출 수 있을까요? 코로나로 모든 물리적인 접촉이 제한될때, 무엇보다도 간절한 것은 다시 ‘연결’되는 것이었어요. 불안 속에서 다시 안정을 되찾고 서로에게 따뜻한 포옹을 건넬 수 있는 안전한 사회. 그 안에 있던 연결감을 되찾는 것이요. 저는 이것이 돌봄의 감각으로 온다고 믿어요. 누구나 우리 안에는 돌봄의 감각이 있겠지요. 텃밭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도 있어요.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인간에게도 비인간동물에게도, 할머니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우리 모두에겐 돌봄의 힘이 있어요. 오로지 경제 성장 중심의 해법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어요.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기후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사회의 목표가 생명을 돌보고 살리는 노동이 중심이 되어야합니다. 우리는 돌봄을 중심에 놓고 살 수 있는 경제구조와 문화를 만들어야합니다. 생태텃밭에서는 흙의 생태계를 돌보는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땅을 갈아엎지않고, 자연 멀칭을 하고, 돌려짓기, 사이짓기를 하고, 퇴비를 직접 만들어 유기물을 땅에 보태줌으로써 흙의 생태계를 되살리고 흙을 지키는 농을 실천하고 있어요. 농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농부님들에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겠지요. 지자체에서 흙을 살리는 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더 싼 가격에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지구에도 건강하게 순환될 수 퇴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주세요. 이제는 전 국민이 기후위기대응교육에 함께 참여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교육에서 농을 만나는 일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환경과 생태를 따로 공부할 것이 아니라 농을 통해 텃밭에서 우리는 자연을 만나고 다양한 생태계를 접할 수 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이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농을 경험할 수 있도록 생태전환 교육 예산을 확보하기를 요구합니다. 수해 이후 첫 선거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후위기대응 정책을 가지고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 그것이 첫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리산 생태 이야기더보기 +
-
[방구일기]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 [방구일기]는 지리산방랑단이 구례에서 하는 일을 기록합니다. 방랑단 활동 외에 구례에서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해드리려해요. 참 의미있고 재미난 활동이 많이 벌어져서 알려드리고 싶어요. 가까이 계신다면 함께하셔도 좋고, 멀리서 응원을 보내주셔도 좋고, 소개드리는 단체들에 후원하셔도 좋습니다!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글.칩코 조만간 버스타기는 글렀다. 내가 사는 마을엔 하루에 버스가 고작 여섯 번 오는데, 지금 시기가 되면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구례는 바야흐로 벚꽃의 세상이다. 상춘객들로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는 형국이니, 나 같은 뚜벅이가 아니더라도 사정은 같을 것이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은 설렌다. 들뜬 관광객들에 덩달아 신이 나고, 꼭 내 앞마당에 사람들이 구경오는 듯이 흐뭇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부터 나무 공부를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진 것도 딱 지난 겨울부터다. 정류장 옆에는 나무가 많다. 숲이 아닌 마을이나 읍내에서도 나무는 적지 않다. 나무의 수피와 겨울눈과 수영을 이리저리 노려보다보면 오히려 버스를 놓칠 뻔도 한다. 겨울이 지나고서는 그 빨갛던 겨울눈이 연두빛으로 차오르더니 마침내 피워낸 꽃을 구경하는 참이다. 버스 안에서 눈부신 벚나무 행렬을 지나치며, ‘사람들은 나무를 참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리곤 문득 이상했다. 보통이라면 ‘사람들은 꽃을 참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했을 텐데. 나무공부한지 고작 몇개월이라고 이제 꽃이 아니라 나무가 보인다. 사람들은 나무를 좋아한다. 봄이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내는 나무를. 터질듯이 부푼 꽃망울을, 바람에 흩어지는 꽃비를, 그 보드랍고 가볍고 연약한 아름다움을. 꽃이 마사지를 해준 것도 아닌데 목욕탕에서 나온 사람들처럼 말갛고 해사한 얼굴들이다. 물론 꽃이 지고 나면 그게 벚나무인지도 모를 사람이 태반일 테다. 나무공부를 하기 전의 나처럼. 나무공부는 ‘지리산사람들’ 단체에서 하는 ‘겨울나무 특강’을 들으며 시작했다. 나무 전문가 못난이쌤과 나무 학도들 열 몇 명이 구례의 숲을 쏘다니며 나무를 보는 수업이다. 교재는 딱히 없다. 그저 못난이쌤은 죽은 나무를 정성스레 깎아서 만든 삼나무 지팡이만 지휘봉처럼 들고는, “쩌어기 누리끼리 뽕나무 보이시죠?”, “초리 끝이 라면처럼 꼬부라진 나무는 뭐라고 했죠?”하며 질문과 정답을 쏟아낼 뿐이셨다. 처음엔 다소 충격이었다. 내 눈은 일단 뽕나무를 식별할 줄 몰랐고, ‘쩌어기’있는 나무를 자세히 보려한 적도 없었다. 누리끼리한 건 뽕나무고, 푸르딩딩한 건 팽나무라는데 내 눈엔 그냥 다 갈색 나무기둥이었다. 초리 끝이 라면처럼 꼬부라지면 자귀나무인데, 자귀나무는 대체로 키가 나를 8명쯤 세워둔 정도의 높이다. 그렇게 높은 곳에 달린 가지 끝을 가리키는 못난이 쌤을 보자면, 마치 하루살이보다 작게 보이는 시력검사용 숫자들을 읽어보라는 안경사를 보는 기분이었다. 아, 초리는 가느다란 가지를 뜻한다. 이 말을 못알아들은 것도 당신만은 아니다. 겨울에 나무공부는 쉽지 않았다. 못난이쌤이야 교재도 없이 머릿속에 든 것을 읊으면 되지만 난 우수수 쏟아지는 나무 지식들을 머리에 넣으려면 손가락이 꽁꽁 얼도록 필기해야했다. 또 점점 몸이 데워지는 등산이 아니고, 한두 시간에 고작 1키로를 걷는 정도로 천천히 나무를 보며 숲을 걷다보니 몸도 오들오들 떨렸다. 그런데도 겨울에 나무공부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겨울에도 나무만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 숲엔 동물도 풀도 곤충도 숨어버리지만 나무만은 그 자리 그대로 있다. 나무는 겨울이면 나 같은 초보학도에게 더욱 매정해진다. 잎과 꽃이 사라져 누가 누구신지 알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반대로 겨울에 나무를 동정할 줄 알게되면, 다른 계절에 나무보기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겨울나무는 수피를 보고 주로 식별한다. 수피는 모든 계절 모습이 같다. 모든 계절 ‘수피가 누리끼리한 건 뽕이고 푸르딩딩한 건 팽’이라는 게다. 또 겨울눈도 좋은 힌트가 된다. 겨울눈은 가지마다 쌀알보다 작은 크기로 붙어있는데, 이 쌀알 안에 나무의 꽃과 잎과 씨앗이 모두 들어있다. 그 겨울눈이 움이 터서 봄에 새순이나 꽃이 된다. 나무는 혹독한 추위동안 그 조그만 겨울눈 주머니에 소중한 것들을 보관해둔다. 우리는 겨울 동안 같은 숲을 세 차례나 걸었다. 계속 반복학습을 해야 ‘그 나무가 그 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 역시, 같은 나무가 틀림없어 보이는 세 명의 나무를 보고 못난이쌤이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고 말씀하실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계속 같은 숲을 반복해서 걷다보면, 똑같이 하얗지만 쭉뻗은 느티나무와 구불구불 자라는 사람주나무의 차이를, 똑같이 누리끼리하지만 절대 같은 노란색이 아닌 노린재나무와 개암나무의 빛깔 차이를 구분하게 된다. 그리곤 나무수업을 처음 들은 한 친구가 “윤노리나무랑 대팻집나무랑 똑같이 생겼어”할 때, 나도 모르게 “엥! 전혀 달라!”라고 외치는 건방도 떨게 되었다. 겨울특강이 끝이 아니다. 나무 학도와 못난이쌤은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의 나무까지, 나무의 한 해 모습을 다달이 본다. 수피보단 겨울눈으로 나무를 알아보기가 조금 더 쉬운 편인데, 겨우 외웠던 겨울눈의 모습은 새순이 트면서 다 달라져버렸다. “그래서 수피로 외우라고 한 거예요”라고 못난이쌤은 말씀하시지만, 수피로 동정하는 건 내 수준에선 거의 석사과정이라 어쩔 수 없다. 나무의 봄새순, 여름잎, 가을열매를 몽땅 외워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느냐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수피로 식별할만큼 나무를 들여다보면 결국 사계절 얼굴들을 안 외울래야 안 외울수가 없을 테다. 나무공부는 나무를 보는 내 시선을 완전히 뒤바꿨다. 나무는 결코 다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다. 어떤 나무는 수피가 나비날개 같기도, 다 까진 발뒤꿈치 같기도, 또 단단히 바느질한 모직코트나 바짝 마른 말의 허벅지 같기도 하다. 어떤 나무는 열매자국이 항아리 같기도, 반바지 같기도, 쥐똥이나 빗자루 같기도 하다. 별 볼일 없는 생선가시 같던 겨울의 골담초나무가 샛노랗고 통통한 꽃을 피운 것을 봤을 때는, 꼭 오랜만에 만나 몰라보게 변한 동창에게 반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또 겨울눈이 꼭 머리 위로 합장한 손 같은 작살나무는 봄에 새순이 나도 그 합장한 손이 그대로 남아있어, 꼭 조카에게 “예전 애기 때 얼굴 그대로네”하는 이모 같은 말을 뱉게 만든다. 난 나무공부가 아니었다면, 나무가 이리 다정한 줄도 몰랐을 게다. 나무가 벌레에게 집을 지어준다는 사실을 아셨는지? 나무는 벌레 때문에 죽기도 하는데,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셈이다. 심지어 꽃눈이랑 구별이 안 갈만큼 근사하고 우아하게 지어준다. 나무 딴에는 집을 지어줄 테니, 더 퍼지지 말고 그 안에만 있으란 의미라고 한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지혜롭고 다정한 방식으로 벌레와 공존하다니! 나무에 벌레집만 있는게 아니다. 나무는 거의 다가구 주택이다. 소쩍새는 나무 속에 집을 짓고, 지빠귀는 가지에 집을 짓고, 버섯과 이끼도 수피에 집을 짓고, 곰은 나무 뿌리 쪽에 커다란 굴을 파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나무 껍질 속에 벌레를 파먹은 자리 안에 거미가 집을 쳐놓은 것도 봤다. 나무는 겁이 많기도 하다. 정원사가 마구 가지치기를 해서 자신이 많이 먹혀버렸다고 생각이 들 때는 몸통에서 마구잡이로 가지를 뽑아내는데 이런 걸 ‘맹아’라고 한다. 그러나 맹아를 키우기엔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결국 그 맹아는 스스로 다시 죽일 수 밖에 없는데, 그 맹아를 치료한 자리는 두툼한 딱지가 지거나 사람 눈동자 같은 흔적이 남는다. 나무는 어쩔 때는 과감해지기도 한다. 자신을 옥죄는 덩굴과 싸울 때는 그 쪽으로 모든 병력을 쏟아부어 풍선같은 혹부리를 만들기도 하고, 키 큰 주변 나무와 햇빛 경쟁을 할 때는 냅다 드러눕기도 한다. 못난이쌤의 나무수업은 나무 외형과 이름을 달달 외우는 암기 테스트가 아니다. 나는 나무와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 나무가 아프다는 신호는 어떤 모양인지, 나무가 누구랑 싸우다 다쳤는지, 나무가 매연과 소음 가득한 도시가 아니라 건강한 숲에서는 어떤 표정으로 웃는지를 배웠다. 나무껍질의 헤진 자국만 보고도, 고양이가 발톱을 정리하고 갔는지, 다람쥐가 집을 지으려고 껍질을 긁어갔는지, 멧돼지가 가려운 몸을 비비고 갔는지를 살피면서, 나무의 하루를 상상해보는 수업이었다. 못난이쌤의 수업에 기필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은 나무의 ‘효능’이었다. 이 나무는 암치료에 좋고, 이 나무는 집 지을 때 좋고… 못난이쌤은 나무의 효능을 읊는 건, ‘꼭 돼지를 세워놓고 이 돼지는 앞다리랑 뱃살이 맛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셨다. 나무를 친구처럼 알아가고 싶다던 못난이쌤의 꿈 속에는 정말로 나무들이 찾아가기도 한다. 못난이 쌤처럼 꿈조차도 나무꿈을 꿀 정도로 나무에 미치려면 나무를 얼마나 들여다 보아야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나무를 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벚나무는 꽃으로 인간을 황홀하게 만들지만, 꽃이 벚나무의 전부는 아니다. 그 벚나무의 전부가 없다면 오히려 봄에 우린 꽃을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못난이쌤은 “꽃은 져야만 한다”고 하신다. 꽃은 벌과 새를 초대하기 위해, 나무가 그들이 좋아하는 향과 색으로 꾸며놓은 사랑스러운 방이다. 벌과 새와 바람 덕분에 씨앗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나무는 씨앗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진다. 꽃을 피워 계속 손님을 받다간 기껏 만든 씨앗까지 홀랑 먹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무는 필시 꽃을 지게 한다. 손님치레를 멈추고, 아기를 돌보는 방을 고요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요즘은 꽃이 더 오래 필 수 있게 나무를 개량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꽃을 오래보고 싶은 인간의 마음과는 무관하게 나무는 자신의 할 일을 해야한다. 나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많고도 건강한 열매를 만들어서, 동물과 새와 벌레를 배불리고도 남아, 다람쥐가 씨앗마저 먹어버리고도 남아, 새싹을 틔웠지만 사람 발길에 밟혀서 몇은 죽고도 남아, 다시 당신만한 아름드리 나무로 씩씩하게 성장할 자식을 키워내야 한다. 그래서 나무는 저를 도와달라고 이웃들에게 친절을 먼저 베푸는 지도 모른다. 벌레에게 집을 내주고, 새와 벌에게 꽃과 열매를, 지렁이에게 낙엽을, 사람에게 그늘을 선물하면서. 나 역시 이 아름다운 벚꽃이 질 때면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꽃은 져야만 한다는 못난이쌤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젠 나무를 축하해주고 싶다. ‘네 할 일을 한 차례 해냈구나. 이제 열매를 살찌우는 일을 응원할게. 꽃이 진 후의 너는 어떤 얼굴로 변할지 또 보러올게.’하는 마음이다. 이 많은 상춘객들이 모두 나무를 축하하는 마음도 한 움큼씩 남기고 간다면 어떨까? 꽃이 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발길을 싹둑 끊어버릴 게 아니라, ‘아무렴, 꽃은 져야지’하는 마음으로 나무의 다음 모습을 기대한다면. 다람쥐는 겨우내 먹기 위해 나무씨앗을 열심히 땅에 묻어 저장한다. 그리곤 땅 위에 떨어진 씨앗을 다 먹고나면 전에 묻어둔 곳을 기억했다가 꺼내먹는다. 그런데 다람쥐는 기억력이 썩 좋지 않아서 저장해놓은 걸 까먹기 일쑤라고 한다. 결국 다람쥐는 씨앗을 심는 나무의 일을 도와주는 셈이다. 나무가 겨울눈과 씨앗을 홀랑 먹히고도 다람쥐를 자꾸 초대하는 이유를 알겠다. 나도 다람쥐 같은 이웃이 되고 싶다. 어린 나무를 밟아 부러뜨리고, 잎과 열매를 왕창 뺏어먹는 무겁고 덩치 큰 동물이지만, 나무 곁에 계속 있고 싶으니까. 내 나름대로 나무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고 싶다. 다람쥐처럼 큰 포부없이도 담백하게 나무에게 필요한 이웃이 되는 건 어딘가 쿨해보이긴 하지만, 난 아무래도 좀 더 질척여야겠다. 나무수업 필기노트의 손때가 벌써 자글자글하다. *’목요일은 나무동무‘ 줄여서 ‘목동반’이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마다 여러 숲을 다니며 나무공부를 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지리산사람들’에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나무에 제대로 미치신 못난이쌤이 환영해주실 겁니다.칩코 03-31 20:37 -
[겨울나무교실] 겨울 낭만 " 겨울나무 곁으로"
2023 겨울나무교실 겨울 낭만 “겨울나무 곁으로” 꽃과 열매 그리고 잎마저 사라진 사뭇 가난해 보이는 겨울나무... 그러나 벌거벗은 나무에는 지난봄과 여름, 가을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겨울! 자신을 알아 맞춰보라며 킥킥대는 나무 앞에서 헤매도 보고 보일 듯, 말 듯한 겨울눈을 찾아도 보고 맞짱 한번 떠보자는 겨울나무의 사연을 들어도 봅니다. 언제 : 2023년 1월 26일(목), 27일(금), 28일(토), 2월 2일(목), 9일(목) (총 5일) 어디서 : 한겨레평화숲(구례 1일), 화엄사 계곡(3일), 화엄사 계곡이 아닌 지리산 숲(1일) 강사 : 못난이 참가비 : 5만원 (지리산사람들 회원 : 30,000원) 모집인원 : 10명 (선착순) 물어보기 : 윤주옥 010-4686-6547 <강의계획> 1월 26일 (목): 오전 실내교육, 오후 한겨레평화숲 1월 27일 (금): 하루종일 화엄사 계곡 1월 28일 (토) : 하루종일 화엄사 계곡 2월 2일 (목) : 하루종일 화엄사 계곡 2월 9일 (목) : 하루종일 화엄사 계곡이 아닌 숲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윤주옥 12-17 14:35 -
단풍이야기
<국립공원의 가로수가 산의 경치를 가로막고 있다.> 계절은 봄에 꽃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새순과 더불어 산을 오르고 있었다. 계절이 산을 내려오고 있다. 나뭇잎과 동무하여 내려오고 있다. 산을 오를 때는 연분홍의 수줍음으로 산을 오르더니 내려올 때는 빨갛고, 노랗게 잔뜩 상기되어 내려오고 있다. 단풍이 든 것이다. 단풍이란 무슨 말일까?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붉은 단풍나무를 보면서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갈색으로 변한 잎들을 보면서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단풍은 어떤 색일까? 사람들은 단풍이라 하면 붉은색을 떠올린다. 어릴 적부터 들어온 단풍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붉은 색을 가장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풍은 붉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란색을 포함하여 나뭇잎이 변해가는 여러 가지 색들이 있다. 그럼에도 붉은색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붉은 것은 열정적이고, 뜨거운 색이어서 뇌리에 깊게 각인되기 때문일 것이다. 단풍(丹楓)은 붉은 ‘단(丹)’에 단풍나무 ‘풍(楓)’ 자이다. 단풍나무 ‘풍’은 나무 ‘목’에 바람 ‘풍’ 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즉, 단풍은 붉은 바람이 나무에 드는 것이다. “나무에 붉은 바람이 든다.” 영화나 드라마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감상적인 의미가 들어 있어서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단풍이다. 붉은 빛을 강조한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도 여러 가지의 아름다운 색깔 중에서 유독 붉은 빛이 기억에 남았었나 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유독 가슴을 설레게 한다. 봄에 피는 꽃이 그러하며, 겨울에 내리는 눈이 그러하고, 가을날의 단풍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러나 단풍으로 인해 설레는 것은 봄의 흥분과는 다르고, 겨울의 편안함과는 다르다. 가을의 설레임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설레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이상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가을 낙엽이 주는 멋은 역시 고독한 설레임이고 외로운 가슴이 뛰는 것이다. 가을에 지는 낙엽은 일 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른 봄부터 뜨거운 여름을 지나 보내고, 결실을 맺는 가을을 갈무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을의 멋을 만나기 위해 산을 찾는다. 내가 사는 주변인 지리산 뱀사골에도 아주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그리고 길에서 단풍을 뒤로하고 멋지게 인증 샷을 찍는다. 사람들이 예쁘게 사진을 찍는 데 불편하다. 삼삼오오 모여서도 찍고, 혼자 멋을 내며 사진을 찍는 데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가로수로 심어진 단풍나무 때문이다. 그냥 단풍나무가 아니라 새순 때부터 붉은 잎을 달고 나오는 ‘홍단풍(노무라단풍)’이어서 불편하다. 우리의 산에, 아름다운 국립공원에 단풍을 구경을 와서 홍단풍 앞에서 멋있게 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국립공원은 생태계를 인간의 간섭에서 벗어나게 하여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래서 국립공원 내에서는 나뭇잎 하나를 따서도 안 되며, 가을이 되어 말라버린 억새를 하나 꺾어도 안 된다. 2010년 어느 가을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함께 단풍을 보러 성삼재에 올랐다. 시암재 방향으로 도로를 걷다 눈앞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니 씨앗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민들레 씨앗을 날리던 생각이 나면서 억새를 하나 꺾었다. 아들 앞에서 민들레 씨앗을 후하고 불어 날리듯이 입으로 바람을 세게 불어보았다. 억새는 민들레처럼 날리지 않았다. 이 광경을 누군가 보고 있었다. 공단 직원이 소리치며 달려와서는 혼을 낸다. 국립공원에서는 풀하나 나뭇잎 하나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을 모르냐고 아주 강하게 이야기를 했다. 아들 앞에서 많이 머쓱해졌다. 그렇지만 잘못한 것은 맞기에 미안하다고 했다. 잠시 지난 경험을 이야기했지만 국립공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런 곳에 왜 일본단풍나무와 그것을 개량한 노무라 단풍을 심었는지 묻고 싶다. 사람들이 그냥 단풍인 줄 알고 사진을 찍어서 그렇지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가 일본산이란 것을 알면 쓴웃음을 지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비단 일본산 나무를 심은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립공원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그곳에 살고 있는 나무와 풀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가로수가 모두 막아버린다. 가로수는 삭막한 도시의 녹색을 담기위해 심는다. 도시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심는다. 바쁜 도시의 생활에서 잠시 시선을 풀꽃에서 쉬어가라고 심는 것이다. 이런 가로수를 깊은 산의 골짜기마다 심는다는 것이 너무도 이상한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무계획적이고, 무조건적인 가로수 심기는 정말 재고되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김에 한두 가지를 더 보태려 한다. 뱀사골에서 성삼재로 가는 길에 심어진 만첩빈도리(겹꽃일본말발도리)와 영산홍(일본철쭉을 개량해서 만든 것)도 정리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립공원이 진짜로 우리의 산이 되고, 인간의 간섭이 없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사람들은 산의 아름다움을 만나고자 모여들고 있다. 산은 보답이라도 하듯이 계절을 내려 보내고 있다. 먼 산의 능선에서 시작한 단풍은 이미 사람의 마을 가로수에까지 내려와 있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 낙엽이 흩날린다. 어린 날 책갈피에 꽂아두던 은행잎이 생각난다. 그래 은행잎 하나를 주워야겠다.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심어진 홍단풍으로 인해 사람들은 일본단풍나무가 지리산 자생종인줄 안고 단풍예찬비까지 세웠다.>못난이 10-26 13:39
사는 이야기더보기 +
-
홍마리 06-02 15:54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양영희는 다큐멘타리 영화감독이다. 그녀는 ‘조선인 부락’이라 불리던 오사카 이카이노(현 이쿠노구)에서 태어난 재일코리안 2세다. 도쿄의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뉴스쿨대학 대학원 미디어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04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 2005년 발표한 첫 다큐멘터리영화 <디어 평양>으로 베를린영화제 NETPAC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굿바이, 평양>(2009)은 베를린영화제를 비롯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2012)는 베를린영화제 CICAE상, 요미우리문학상 희곡·시나리오상을 수상했고, 제85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일본 작품으로 출품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세 번째 가족 다큐멘터리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2021)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마이니치영화콩쿠르 다큐멘터리영화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가족의 나라』가 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고난한 한국인의 역사다. 한국인 중에서도 제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조총련에 관련됐던 조선인, 그리고 그 2세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분단이 없었다면 겪지 않았을 비극을 우리 가족도 겪었고 나도 그 희생자?중 하나라 생각한다. 지금의 나의 이 이상한 성격은 이 어린 시절의 영향이라고 부정할 수 없다. 또 죽을 때까지 내가 하고 있을 후회와 회한도 결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지역은 달라도 한국인으로 같은 시간을 살았던 그녀의 부모님은 아마도 내 나이의 한국인과 정신적으로 많은부분 오버랩 될 것이다. 분단이 없었다면 있지 않았을 우리, 한국인 만의 비극을 다른 나라 사람들, 그리고 다른 세대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있을까? 우리세대, 그리고 양영희(50대)의 세대가 사라지면 이 비극은 단지 이런 기록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녀는 영화감독이었기에 생생한 가족의 기록을 통해 일본에 산 조선인의 삶을 기록 할 수 있었고 다행이기도 하다. 조총련, 이데올로기, 제주 4.3 사건, 이 모두를 꿰뚫은 가족의 다큐의 뒷 얘기다. 사실 처음 다큐멘타리나 동영상을 좀 찍어 볼 맘을 먹으면 가족이 제일 만만하다. 또 반대로 제일 힘든 대상이기도 하다. 밝히고 싶지 않은면을 잘 알기에. 양영희 가족의 파란만장은 '파친코' 가족의 고난을 생각나게 한다. 내란이나 분단, 그리고 그 진저리나는 '이데올로기'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한국인 만의 독특한 삶이다. 박찬욱 영화 감독이 양영희 감독의 다큐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추천사에서 쓴 말이 참 적절해 옮긴다. 그가 만들어온 영화들은 단순히 몇 개인에 관한 영화가 아닙니다. 흔히 대립한다고 여겨지는 두 범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죠. 그 목록은 꽤 길답니다. 개인과 가족, 개인과 국가, 남한과 북한, 한국과 일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섬과 뭍, 여자와 남자, 엄마와 아빠, 부모와 자식, 신세대와 구세대, 21세기와 20세기, 감정과 사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의 엄마, 이 나이든 숙녀 한 분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이 모든 것에 관해 성찰할 수 있습니다. -
홍마리 05-31 05:16
파과
이책은 서문도 없고 작가의 글도 없다. 같은 제목의 다른 책은 작가의 글 같은게 있는 것 같다. 책 열면 바로 시작이고 끝나면 책 껍데기다. 무슨 책이든 작가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고 책을 쓴 의도도 있는데 도서관용인가? 설마 그런 용도가 있는 건 아니겠지. 1 파과 破瓜: 여자의 나이 16세를 이르는 말. ‘瓜’ 자를 파자(破字)하면 ‘八’이 두 개로 ‘二八’은 16이 되기 때문이다. 2 파과 破瓜: 남자의 나이 64세를 이르는 말. ‘瓜’ 자를 파자하면 ‘八’이 두 개로 두 개의 ‘八’을 곱하면 64가 되기 때문이다. 3 파과 破瓜: 성교(性交)에 의하여 처녀막이 터짐. 4 파과 破果: 흠집이 난 과실. 제목이 뭔지 참 발음하기도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뜻이 있는 줄 몰랐다. 놀라워라! 모르는 단어도 너무 많은데 아는 것 마저 생각이 안나 낑낑댄다. 어떨 땐 머리가 하얘지며 꼬투리도 잡기 힘들다. 이 책의 제목은 한글만 있으니 정확히 어떤 의미로 썼는지 모른다. 그런데 3번과 4번의 뜻은 교묘히 은유적 함의가 같지 않은가? 어렷을 적부터 집을 떠나 친척집에 살다 우연히 살인하며 킬러가 된 그녀의 삶을 의미하기도 하고 킬러로서는 한 물 간 할매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하다. 나는 잘 생긴 남자(이게 중요하다)의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허트로커 같은 전쟁영화도 좋아하고 범죄 스릴러 좋아한다. 피 줄줄 흘리는 것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상상하고 심하면 눈을 감는다. 한방에 저격하는 스나이퍼 쥬드로의 에느미엣더게이트 enemy at the gate 같은거 정말 멋지다. 키아누리브스의 매트릭스는 물론 존윅도 다 봤다. 브루스 윌리스, 탐크루즈, 주윤발, 양조위, 견자단...의 액션에 스트레스가 다 날라간다. 중국 무술영화 좋아하고 특히 여자들의 무도와 액션엔 넋이 나간다. 양자경, 장쯔이의 무술을 보면 젊었을 때 안배우고 뭐 했는지 후회한다. 밀레니엄 시리즈 3부작을 보고 루미라파스에 반했다. 남자킬러와 여자킬러가 부부인 미스터앤미세스스미스 느무 부러운 부부다. 맷데이먼의 본 시리즈는 몇번 봤나... 왜 이렇게 책을 보고 영화 얘기를 하는가 하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은 60이 넘은 할머니 킬러다. 킬러 이야기를 읽으니 킬러 영화가 떠오르는 것이다. 70이 되보니 60은 청춘이다. 킬러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60이 안되 본 사람들은 그나이는 너무 익어 뭉그러진 과일 파과(破果)같은 나이라 생각한다.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꼭 그렇다고도 못하겠다. 썪은 부분을 도려내면 아직 먹을 수는 있다. 맛있는 복숭아를 먹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장면이 나온다. 복숭아 같은 과일은 냉장고에 넣으면 안된다. 파과破果가 된다. 환경이 중요하다. 스릴과 서스펜스와 액션을 영상이 아니라 글로 보다니. 영상의 그 긴장감과 속도감을 과연 글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그런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킬러의 격렬한 액션은 단 한번이다. 그녀의 이름은 '손톱'이었다가 '조각'이 되는데 마지막에 네일샵에 가서 손톱을 다듬고 메니큐어를 바른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죽지 않았다는 뜻이고 아직도 손톱이 살아있다는 메타포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법칙은 여기서도 통한다. 구병모란 작가가 남잔 줄 알았는데 여자다. -
홍마리 05-18 10:52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제목이 코믹하다. 부제는 '정치적 동물의 길'이다. ”사실 정치에 관심없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일단 뉴스보면 기분 나빠지고 욕 나오니 싫다. 모든 정치적인 것에서 멀어지고 싶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게 정치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사는게 정친데 정치가 싫다? 이 무슨 모순이고 비극인가? 그렇다면 정치가 재밌고 좋아지려면 어찌해야 하나? 뭐 내가 결론내는 건 언어도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불행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재밌어야 하겠지? 그런 일이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이런 재미있는 정치에세이는 어떤가! 이 책은 전문 정치학 책은 아니고 에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1부 정치란 무엇인가? 로 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정치 얘기를 한다. 쉽고도 재밌다. 또 영화 얘기도 많고 그림 얘기도 많다. 알고보면 이 모두가 정치라는 얘기다. 결국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정치 없이 인간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9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 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 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 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P23-24 정치 공동체는 자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성상 정치적 동물이다. 우연이 아니라 본성상 정치 공동체가 없어도 되는 존재는 인간 이상이거나 인간 이하다. -아리슽텔레스 "정치학" 중 p25 폴리스 시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p29 모든 권력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말이며, 모든 욕망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권력만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여러 일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은 종종 목표를 지향하고, 그 목표는 권력의 향사를 통해 달성된다. 아무 것도 도모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까. 체속을 초월하겨고 드는 선사도 해털을 도모한다.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서도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는 어떤 나직한 힘이 필요하다. 정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겠다면 어딘가 조용히 숨어서 자신의 멸종 소식을 기다려라.p53 근대 정치 이론의 초석을 놓은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그처럼 한갓 사적 인간이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인간들이 어떻게 단일한 의지를 가진 권력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일까? 그냥? 심심해서? 그렇지 않다. 그들은 죽지 못해서 변신하는 것이다. 변신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지속되는 두려움과 난폭한 죽음의 위협"으로 인해 인생이 고독하고, 열악하고, 고약하고ㅡ 잔인하고, 짧아질까 봐" 변신하는 것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정더로 괴롭기 때문에 정치적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 변신 덕분에 인간은 비로소 삶을 견딜 수 있게 된다. 투표는 인간이 정치적 인간으로 변신했던 그 위대한 상상을 되살리는 축제다.p109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는 일의 어려움은 피터 반 더 보트의 1578년 작품에 잘 드러나 있다. 온갖 짐승들의 머리가 달려 있는 거대 괴물을 정치 및 종교 지도자들이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잇다. 이 괴물은 다민족 제국의 여정을 시작하던 16세기 후반의 (오늘날)네덜란드를 상징한다. 그러나 다민족 국가가 반드시 통치의 어려움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잘만 소화하면 그것은 활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 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레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델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 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라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p196 -
홍마리 04-30 17:39
지구의 미래
카를로 페트리니 (Carlo Petrini) 전 세계 150개국에 1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제운동단체 ‘슬로푸드’를 설립한 인물이자, ‘테라마드레’, ‘살로네 델 구스토’ 등 슬로푸드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카를로 페트리니는 1980년대 중반 로마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데 앞장선 일로 유명해졌다. 과거에 공산주의 운동에 적극 참여했으나 현재는 이탈리아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민주당 당원이다. 2004년에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를 뒷받침할 새로운 미식가와 먹거리 혁신자를 양성하기 위해 미식과학대학을 설립했다. 그해에 《타임》은 그를 ‘올해의 영웅’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유엔은 그를 ‘지구의 전사’라고 불렀다. 2016년 5월, 유엔은 그를 ‘FAO 기아퇴치 유럽 특별대사’로 임명했다. 지은 책으로 《슬로푸드Slow Food》, 《슬로푸드 제국Slow Food Nation》(한국에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으로 소개되었다), 《슬로푸드 혁명Slow Food Revolution》 등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Jorge Mario Bergoglio)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어났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지만 신학교에 들어갔다. 1973년 예수회 최종 서원, 2001년 추기경 서임,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거쳐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로마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원 교황이며, 1282년 만의 비유럽 지역 출신 교황이다. 그의 교황명은 성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프란치스코회는 청빈한 삶을 살며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서 복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임에도 전용 관저를 쓰지 않고, 일반 사제들이 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며, 복식 또한 화려하지 않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슬람교도와의 평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 이후 해외 방문 가운데 절반 이상을 비가톨릭 지역을 방문하는 데 할애하며 전 지구적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2019년에는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 첫 교황이 되었고, 2021년에는 최초로 이라크를 방문한 교황이 되었다. 이라크 방문에서는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아파 지도자와 수니파 지도자를 모두 만난 첫 교황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동물, 자연환경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회칙 <사랑하는 아마존>을 비롯 여러 곳에서 지구와 환경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교황: 내가 아는 훌륭한 철학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노는 능력을 통해 한 사람을 평가하고 자질을 가늠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하는 자는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p100 교황: 남자든 여자든 기혼자가 고해성사를 보러 오면 항상 자신의 아이들과잘 놀아주는지를 묻곤 합니다. 부모는 일 때문에,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귀찮다는 듯이 떨쳐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과의 놀이는 시와 같습니다. 아버지는 감흥을 담은 시로 자녀들을 잘 교육할 수 있습니다.p100 교황: 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일관성입니다. 일관된 사람이라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일관성이 없었죠!p101 생물의 다양성 -카를로 페틀리니 우리는 1900년 이후 전체 농업에서 생물 다양성의 70%이상을 잃었고, 역사적으로 인간이 식량으로 사용한 전체 동.식물종 가운데 3분의 2이상이 사라졌다. 그 이외의 생물종도 똑같이 놀라운 속도로 소멸이 진행되고 있어 유전적 빈곤이 인류 존재의 특징이 되는 세상을 예고한다. 이런 역사적 시기에 보통 과거 지질시대를 겨냥한 '대멸종'이라는 표현이 거론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p108 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광범위하게 다룬 '통합 생태론'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이 개념은 " 사회 운동 없이 환경 운동도 없다"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요컨데 중대한 사안인 환경 보호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문제화 밀접하게 연결시키지 않으면 단호하게 맞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원, 즉 문화적 다양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는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수용하면서 인본주의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치 요소도 포함된다. p110 범아마존 지역을 구성하는 9개국에는 390개 민족, 국가를 대표하는 300만 명가량의 원주민이 살고 있다. 여기에 민족 중심적인 '문명'을 지키며 외부 세계와 접촉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 즉 자발적 고림 상태의 토착 부족이 110-130개 추가된다.p110 토착민의 우주론, 즉 지구와 자연의 일부로서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관이다. 이는 균형과 순환, 절제와 나눔, 지구의 끊임없는 진동 가운데서 신성을 볼 수 있는 영성에 기초한 접근 방식이다. p112 한편 영성은 인간의 근본적 요소이고 성, 의지, 욕망, 삶의 충동, 이성과 마찬가지로 본질을 구성한다. 그러므로 나는 새로운 인본주의를 재건하고 지구에서 형제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길은 열정적인 영성의 함양과 분리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나는 특히 이 점을 진보주의와 좌파 진영에 호소한다. 오늘날 그들은 수 세기 동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세계관을 대표한 가톨릭교회를 통해 이따금 '좌파를 초월하는' 위치에 있다. 지금 시대에 활동가가 되는 것은 영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개인과 세상을 깊이 있게 연결하고 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회와 인간 혁명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는데 영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13 다음은 많은 사람이 과학적 사고의 상징으로 여기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신비에 눈뜨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갈 것이다." 우리 세계의 가장 큰 신비는 인류의 다원성과 심오함이다. p114 사랑하는 아마존: 프란치스코 교황 중요한 것은 아마존 지역의 발전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마존 지역을 문화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스스로 자신의 최상 것을 이끌어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바로 교육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곧 뿌리 뽑지 않으면서 함양하고, 정체성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성장을 촉진하며, 침해하지 않으면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자연이 그 잠재력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는 것과 같이, 아직 전달해야 할 메시지가 있는 문화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문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p115-116 우루과이의 전 농민대통령 호세 페페 무히카는 어느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기에 가난하지 않습니다.가난하다는 것은 가진게 없다는게 아니라 공동체 밖에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와 거난의 차이에 대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고독 속에서는 번영도 복지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p216
투데이 HOT 이슈
- 감자난초
- 감자난초 감자난초는 남부지방의 낙엽수가 많은 숲 아래에서 주로 자생하며, 생육 조건은 반그늘이다. 난초과 식물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년초로 뿌리부분은 둥근 알뿌리로 되어 있다. 키는 30~50㎝로 난과 식물 가운데 큰 편에 들어가며, 잎은 옆에서 1~2장이 나오는데 약 30㎝가량 될 만큼 큰 잎을 가지고 있다. 잎의 폭 또한 넓어 0.5~3㎝가량 된다. 꽃은 황갈색이며 꽃받침이 뒤에 둘러싸고 있다. 열매는 7~8월경에 갈색으로 달리고 씨방 안에는 무수히 많은 종자가 먼지처럼 들어 있다. 감자난초의 꽃은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피는데 다른 난초과 식물에 비해서 크며, 숫자도 많은 편이어서 쉽게 알 수 있는 품종이다. 꽃은 5~6월에 피고 황갈색이며 높이 30~50cm정도의 꽃대에 핀 후 지상부가 말라 버린다. 꽃대 밑부분에 초상엽이 2개 정도 있고 포는 막질이며 피침형이고 길이 4-6mm로서 예두이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길이 1cm로서 황갈색이고 입술모양꽃부리는 백색 바탕에 반점이 있으며 밑 부근에서 3개로 갈라진다. 측열판은 피침형이고 끝이 둔하며 중앙열편은 쐐기모양에 가까운 거꿀달걀모양이고 끝이 둥글며 잔톱니가 있고 길이 4-5mm로서 밑부분에 2개의 도드라진 줄이 있다. 자웅예합체는 길이 6mm이다. -촬영일자 : 20210522 노고단길
포토슬라이드1 / 3
지리산자락 사람들
-
골프장이라는 유령이 다시 지리산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봄 눈 녹듯 벚꽃잎이 지고 , 꽃잎이 잔설처럼 남아 있던 4월 사포마을의 소의재를 찾았다. 소의재(小義齋)는‘작은 의리도 저버리지 않는 집’이라는 뜻이다. 작은 의리라는 무엇일까? 고 신영복 선생님이 직접 써주신 현판을 보며 2006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소의재(小義齋) 사진 김인호] 2004년부터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에는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미 쇠락하고 있던 산동 온천의 소유주가 사포마을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했던 일이 있었다. [구례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 심병웅 선생님 사진 김인호 ] 지리산 자락에서 겨울이면 산수유를 수확하고 봄이면 씨뿌리고 가을이면 가랑 논에서 벼를 수확하던 사람들에게 골프장은 날벼락 같은 것이었다. 골프장을 짓게 되면 제초제에 살균제, 살충제를 매일 한다고 하는데 마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물이 더럽혀지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과 지리산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지리산 문화제를 열었다. 나도 이 일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소의재를 여러번 찾았고 여기서 고 박운주 선생님을 여러 번 만났다. 박운주 선생님은 사포마을 골프장 반대 위원장을 하셨다. 하지만 골프장은 허가되었다. 하지만 투자의 어려움으로 무산되었다. 그런데 골프장이라는 유령이 다시 산동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170만 제곱미터의 산림을 베어내고 거기다가 27홀짜리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전남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과 '구례온천CC 조성사업(가칭)'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구례 산동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사업비 1,000억원을 들여 산동면 관산리 일대 150만㎡ 부지에 27홀 규모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피아웰니스는 사업시행자로 기획, 설계, 각종 인·허가, 자금 조달 및 집행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삼미건설은 시공회사로 시공 및 책임 준공 업무를 수행한다. 구례군은 사업 인·허가 등 행정절차 이행을 적극 지원한다. -뉴스보도-] 이런 보도와 함께 구례 곳곳에 일시에 골프장 건설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용방초등학교 앞에만 4개의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이것은 마치 전쟁영웅이나 BTS가 이 학교를 방문이라도 하는 것 같은 환영 분위기였다. [지리산 아래에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 지고 있다] 구례군 전체에 골프장 환영 현수막 400개 정도가 걸렸다고한다. 400개면 구례에 거의 모든 단체가 환영 현수막을 설치한 것인데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어떻게 그렇게 일시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현수막을 걸 수 있었을까? 내용도 비슷한 것을 보면 누군가의 지시에 모두 따랐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한 주민에 따르면 현수막은 이미 만들어 놓고 각 단체에 돈을 내라고 해서 일시에 설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골프장은 구례에서 대단한 업적인 것인가? 구례군의 열띤 분위기와 다르게 사포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은 너무나 조용했다. 마을에 가장 어르신 중 한 분인 한학자 심병웅 선생님(90세)을 소의재에서 만났다. 심 선생님은 한학을 오랫동안 공부하신 분으로 서예에도 솜씨가 좋아 국선에 3위를 하신 사포마을 주민이다. 심선생님은 사포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포마을 물이 오염이 된다. 사포마을은 농촌 마을인데 누구는 골프나 치고 누구는 들에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 자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래된 숲을 파괴하는 것은 구례군의 책임이고, 숲을 파괴한 것은 골프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골프장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이득이 없다. 골프장을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을 짓고 팔려는 것이다. 당시 심선생님을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면서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골프장은 이익을 얻는 자와 피해를 보는 자가 명확하고 이익을 얻는 자들의 공세는 험악했다. 사포마을은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34가구의 주민 60여 명이 사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골프장은 이 마을 위로 부채모양으로 넓게 펼쳐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구례군은 이 숲에 소나무 재선충이 있다는 이유로 벌목 허가를 내주었다. 구례군 산림 담당자는 문제가 없어서 허가를 내주었고 3년 이내에 대체 수종인 편백 나무로 조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벌목 허가를 내줌과 동시에 그 지역에 골프장을 협약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뒤를 따랐기 때문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벌목을 한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벌목한 숲에는 담비와 수달이 살고 있다고 한다. 담비와 수달 둘 다 멸종 위기종이다. 지역 주민들은 요즘 이 동네에 맑고 깨끗한 지리산을 찾아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골프장을 지으면 누가 이사를 올 것이고 이미 이 사온 사람들이 골프장옆에서 살자고 이사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산동면 사포 마을 주민들] 마을 주민들은 이미 나무가 잘렸다면 군청 말대로 편백 나무숲으로 조성해서 휴양림을 만들어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2004년에 골프장을 반대 운동을 했을 때는 내가 젊어서 여기 저기 다 다니면서 싸웠는데 지금은 내 나이가 너무 많다” 면서 걱정 하셨다 그리고 당시 반대 위원장을 하셨던 고 박운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2008년에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시던 고 박운주 선생님을 세상을 떠났다. 당시 박운주 선생님에게 업무방해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던 기록이 있다. [산동 골프장 반대 위원장 고 박운주 선생님] [2004년 지리산온천랜드 측의 골프장 계획의 발표된 이후 지리산과 마을을 지키자고 나선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업주 측의 폭행과 민형사 손해배상, 재산 가압류였다. 골프장 업주측은 사전환경성검토를 의식해 이곳의 환경적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골프장 예정지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무차별로 불법 간벌했고, 이에 대해 업주측은 미미한 벌금으로 면죄부를 얻은 반면, 이 문제점을 알리려 제출한 수십통의 탄원서와 민원서류는 산림 과벌에 대한 처벌이 종결된 것으로 되돌아왔다. 특히 2004년 9월에는 지리산온천랜드측 사람들이 백주 대낮에 마을에 쳐들어와 "불순분자 몰아내자"며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놀라 달려나온 부녀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은 뒤늦게 와 현장을 보고도 현장범 검거는커녕 방관했고, 사과와 배상은커녕 업주측은 '주민 자작극'으로 몰며 영업방해로 마을 사람들에게 10억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까지 했다.] -오마이뉴스- [사포마을 주민들 사진 - 김인호] 마을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다시 투쟁하려고 하니 이제 마을 사람들 모두 늙은 사람들 뿐이라면 나이를 한탄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조용하게 산골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던 주민들에게 골프장은 평온한 삶을 파괴하는 일이다. 구례에는 지금 현수막이 봄바람에 나부끼면 골프장 건설 환영의 열을 올리고 있다. 오직 사포마을과 인근 마을 사람들만 가슴에 암덩어리 같은 근심을 가지고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소의재 작은 의를 지킨다는 뜻이다. 구례는 오랜 시간 동안 지리산의 혜택을 보면 살아왔다. 지리산의 큰 혜택으로 살아온 구례군은 이제 지리산에게 의(義)를 지켜야 한다. 지리산에게 의를 지키는 것이 골프장은 아닐 것이다. [김성일 전남도의원, “골프장 잔류농약ㆍ수질 검사 강화해야 한다” 인근 해남에서는 김 의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농약과 달리 제초제는 토양이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골프장에서 잔디관리를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는 데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비가 오면 골프장에서 호수나 저수지로 빗물이 유입되고, 수질에 따라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게 제초제”라며 보건환경연구원의 최근 5년간 골프장 잔류농약과 수질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했다. - 해남신문 등록 2022.07.26. -] 구례군의 슬로건은 자연으로 가는 길이다. 자연으로 가는 길이 골프장으로 가는 길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골프장의 잔디가 좋아도 지리산 숲만큼 좋을 수 없다. 지금 숲에는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하나 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무는 자라고 생명을 품어 키우고 있다 숲이 이미 잘려 나갔다면 다시 숲으로 복원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일 것이다.
-
지리산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지리산 사랑법
첫 수선화가 피던 봄날 함양 휴천면으로 향했다. 지리산 높은 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가 만난 그날은 여름이라도 되는 듯 따뜻했다. 만나기로 한 식당 한쪽에 노인 한 분이 앉아 있었다. [함양 휴천면 지리산 리조트 식당] 봄나물이 가득한 밥상에서 음식 이야기와 날씨 이야기 같은 상투적인 말들이 오갔다. 식사가 끝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 흰머리가 가득하던 그녀의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10대 소녀 같았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의 저자 류정자 작가. 사진 김인호] 류정자 선생님은 밀양 태생으로 1948년생이다. 1965년에 산악회 활동을 하던 사촌 오빠와 처음 지리산에서 왔다고 한다. "오빠가 지리산에 한번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만 해도 지리산에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때는 심원마을에서 출발해서 노고단으로 갔어요." “심원마을에는 사람들이 꽤 살고 있었죠" "심원마을에서 하루 쉬고 노고단에 올랐어요." "노고단에 오르니 노고단 천지가 모두 원추리 꽃밭이었어요. “ "산을 가득 메운 원추리꽃을 보고 있으니 너무 좋았죠“ "어찌나 예쁘고 곱던지 지리산이 내 가슴에 박혀 버렸죠“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순간 번쩍이는 것이다. 그날 그 일행은 노고단에 이틀을 머물다 내려왔다고 한다.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지리산 모임 [우리들의 산악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골골을 누비고 다녔다. 사진 김인호] 그때만 해도 그녀도 그날 이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지리산에 빠져서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지리산은 노고단뿐이라고 생각했다. 지리산에 가고 싶을 때는 매번 심원마을을 거쳐 노고단에 올랐다. "제 산행 방식은 좋으면 매번 그 장소에 다시 가는 겁니다." 아마도 그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인지 노고단에만 가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단다. "다른 곳을 찾을 필요도 없었죠" 하지만 곧이어 지리산 골골 여기저기를 다니게 되었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부산에서 살았는데 부산에서도 틈만 나면 산에 왔지요." 지리산 모임 [우리들의 산악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골골을 누비고 다녔다. “저는 지리산 골짜기 골짜기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저는 좋으면 같은 장소를 자주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결혼하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매번 지리산에 왔지요". "아이들은 엄마를 지리산에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를 빼고는 틈만 나면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한 권의 책이 류정자씨를 탐구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리산 산행은 지리산이 좋아서 가는 것에서 지리산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 결정적인 책이 바로 조선 시대 함양의 군수 김종직의 유두류록이다. [김종직(1431∼1492)은 조선 시대 성리학자·문신인 선생이 함양군수로 부임한 이듬해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와서 '유두류록(遊頭流錄)' 이란 기행문을 남겼다. 두류산(頭流山)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다. 1472년 8월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13.3㎞ 가운데 국립공원에 속한 노장대(함양독바위)∼상내봉(향로봉)∼미타봉∼어름터 4.5㎞ 구간이다. 옛 문헌에 김종직 선생이 올랐던 탐방로가 지리산 전체 등산길의 제1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유람동기, 동행인, 날짜별 기록, 사적들, 풍경, 서정적인 감정, 당시 시대상 등을 모두 담고 있어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사실 필자도 김종직의 유루류록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읽기만 했지 거기에 나오는 지명이라든지 절터라든지 이런 것에는 일말의 궁금증도 없었다. 오래된 지리산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마침 도서관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재밌게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지리산 산중에 산재 되어 있는 민가와 암자 터 등을 보면서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인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들의 산지를 통해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 국역본을 접하면서 지리산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천착하게 되었다. 2003년 지리산학의 정립을 꿈꾸며 결성한 [지리99] 운영진에 참여해 본격적인 [유두류록 탐구팀]을 꾸려 20여 년간 탐구산행을 이끌어 왔다. 이 책은 그 오랜 탐구의 작은 결실이다. 또한 ≪유두류록≫ 탐구와 병행하여 문헌기록에 등장하는 폐사지 탐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암자터가 100여 군데 이른다. 이 외에도, ‘세석의 청학연못’, ‘지리산의 시대를 연 달궁’, ‘지리산 고성탐구-추성’, ‘촛대봉 각자 高麗樂雲居士李靑蓮書를 찾아서’, ‘대궐터 탐구’, ‘문창대는 어디인가?’, ‘천왕봉 성모석상 수난의 역사’, ‘천왕봉 각자 일월대에 대하여’ 등 다수의 소고를 발표하면서 지리산학의 정립에 몰두해 왔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전을 잡고 지리산과 함께 살고 있다.] - 노컷뉴스 소개 글- [지리99라는 사이트에 류정자 작가의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사진 김인호] 그녀의 나이는 이제 75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리산을 오른다. 3년 전에 김종직 선생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던 마을로 이사를왔다. 류정자 선생은 두 번이나 암에 걸려 두 번의 큰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정말 슬픈 일은 막내아들을 먼저 보낸 것이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엄마가 지리산에 다닌다고 아들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몇 년간 지리산에 오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뭐 다른 게 있을까요?" "이제까지 발견한 폐사지(사라진 절터)가 100여 곳이 됩니다." "이제 이걸 정리하고 싶어요." "책을 묶어 두면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겠지요." "김종직 선생님이 류두류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 후세에 지리산에 오르려고 했던 분들에게 참고 자료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제게 폐사지에 관심을 두지도 못했을 겁니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 600년 전 지리산 산행기 저자류정자] "제가 얼마 전에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을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여러 서적과 문헌들을 참고하고 직접 수십 번을 찾아가서 발견한 지리산 폐사지 터에 대한 기록도 저 처럼 관심있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되리라 생각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리고 김종직 선생님이 지리산에 올랐던 길을 복원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지리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류정자 작가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는 법이다. 그녀의 지리산 사랑이 60년이 되어 가고 있다. 무엇인가 사랑하게 되면 자주 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것이 사랑의 방식일 것이다. 그녀는 지리산을 사랑하다 보니 자주 갔고, 관심이 커지다 보니 책을 냈고, 폐사지를 탐구했다. "내가 죽으면 지리산 골짜기 여기 저기에 뿌려 달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두었어요." 그녀는 죽어서도 지리산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찐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
[2022년 동지모임 후기] 눈 내린 동짓날, 지리산동지들이 만났습니다
눈 내린 동짓날, 지리산동지들이 만났습니다 2008년부터 동지가 되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구례에 계신 분들과 팥을 삶고 새알을 빚어 동지팥죽을 쑤었습니다. 팥죽을 나눠 먹으며 한해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가올 새해를 힘차고 따뜻하게 열어가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지리산사람들은 올해(2022년) 동지에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에 온 마음을 모았던 만큼 지리산, ‘지리산운동’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되어, 지리산자락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초대하였습니다. 팥죽은 직접 쑤지 않고, 화엄사에 올라가 공양하였고요.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스스로 ‘활동가’가 말하는 분들은 지리산운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자 만난 ‘지리산동지모임’은 동짓날인 12월 22일 12시 20분부터 14시 20분까지, 화엄사 범음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지리산동지모임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한 후, 올해 마음 안에 남아있는 액(좋지 못한 일, 사건 등)을 쓰고, 박두규 시인으로부터 ‘지리산운동에 대한 생각나누기’를 위한 마중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인 분들은 마중물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어, 이렇게 저렇게 움트는 생각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박두규 시인의 마중물 이야기입니다. “ ... 오늘 우리가 지리산 운동이라는 화두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내년, 앞으로의 일들을 같이 생각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 지리산 운동이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지리산 개발에 대한 반대운동, 지리산댐 저지 운동에서 시작해서 케이블카·산악열차 반대 등 개발에 반대하는 의미의 운동적 성격이 주를 이루어왔다. 반달곰, 수달, 구상나무와 같은 생태·환경적 문제도 지리산 운동의 범주에 넣고 그런 정도로 인식해왔다. 담론화되지는 않았다. 지리산자락에 벌어지는 문제들을 열심히 막아내고 있고 막아내려 하고 있고 당장에 불을 끄는 일들만 해왔다. 이와 함께 해야 할 일은 논의의 장이 된다면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고 총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임,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지리산에 야기된 많은 문제들은 지자체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21세기 들어온 500년 동안에 만들어진 문제를 풀어내려면 우리의 현실적인 삶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지리산 운동은 삶을 바꿔내는, 가치관을 바꿔내는 것과도 연결이 되어있다. 철학적인 문제도 연결돼있다. ... 자연의 순환논리가 차단된 것을 터서 지구가 순환되도록 바라는 것이다. ... 크게 보면 새로운 문화운동, 대안문명, 대안문화운동이기도 한 것이 지리산운동이다. 케이블카, 산악열차 이런 문제만이 아닌 더 심각한 기술문명, 기계문명이 가지고 있는 위기도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로 당혹스럽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도 결국은 휴머니즘, 인간성의 상실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 이 모임이 그러한 출발에 있다고 본다. 이것을 현실로 가져오려면 이 모임이 어떻게 추동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 모임이 정례적으로 이루어질 때마다 개인의 의견을 공론장으로 끌어와서 개개인들이 하나로 공론화되는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갔으면 한다. ... 무언가 내용을 빨리 채우고 체제를 정비해서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단은 서로 개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이야기를 토대로 깊은 관계성, 친밀성을 유지하고 그러면서 이 모임을, 지리산 운동을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다.“ ‘지리산운동’이라고 하니 산악열차, 케이블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지리산에 내려온 다음 해에 4개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얘기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리산은 하나다.’라고 얘기해왔다. 이 표현은 우리가 하난데 서로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문구였다. ...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리산의 케이블카를 계속 지자체장들이 이야기함으로 인해서 이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짚라인, 모노레일 이런 것들이 마음 안에 들어가는 것이 더 두려웠다.“ (윤주옥) ”우리가 무언가를 막아낸다는 목적에 사로잡혀서 그 뜻에 함께 할수 있는 이웃들을 잊고 있지않았나. 그 이웃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임.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게됐고 그런 고민들을 세분이 엮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최지한)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기본만 간신히 잘하는 게 아니라 기본만 내밀어도 다 해결될 수 있을만큼 잘하는 것을 기본에 충실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막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 산악열차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서 옆 사람에게 전해줘야하는데 ... 이 단계에서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고 차근차근 단계가 있어야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거나 마음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지선) ”산내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지리산과 삶의 연결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산악열차 이야기를 들어서 친구들과 뭐라도 해보자하고 산내삼거리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가 지리산사람들과 연결되었다. 다음해에 지리산방랑단이라는 여행을 떠나면서 지리산과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가 제 안에 들어온 것 같다. ... 구례로 오면서 산악열차 반대활동에 같이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다. 너무 어려운 활동이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행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것인지 내가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 그렇게 활동하다가 지치거나 되려 상처받는 제자신도 발견했다. 활동가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상처받지 않게끔 돌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 자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 지리산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삶 속에서 자신과의 연결을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이 저희 세대에게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글) 지리산운동이 1시간 30분 차를 타고 움직여야만 가능할까요? 각자 사는 지역에서 좀 더 세심하게 움직여야지요. ”터지는 걸 막는게 아니라 터지는 것 막는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고민들, 그게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같이 가져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근본적인 고민을 우리끼리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좋은 세상에서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태준) ”... 산악열차나 큰 이슈가 있을 때에는 뭉치지만 일상적으로는 각자 자기가 발 딛고 서 있는 지역에서 사람들이 계속 같이 맞대고 이야기하고 퍼뜨리는 점조직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 삶에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여는 말씀 해주신 것처럼 어떻게 운동이 삶이 될 수 있을까 ...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들 옆에서 조금씩 배워나가고 다음 세대들에게 전하는 삶이 그런 운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살고 아이들에게도 계속 손내밀고 자연스럽게 살고. 그 방법이 장기적으로 볼 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군수가 되고 의회, 의원이 되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 자리를 선점해서 이런 짓꺼리를 못하게 막았으면 좋겠다.“ (문현경) ”지리산운동이 북극성을 바라보듯이 방향성으로 잡고 가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삶의 태도나 가치, 철학과 관련되서는 직접 보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직접 보면 더 좋을 것이다. ... 지리산의 공적인 방향, 대안적인 방향, 소외된 생명에 소홀하지 않고 내가 넘침이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갈수 있으되 다만 우리의 문제가 결국은 각 지역에서 안정된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고 꽃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정태연) 그래도 좀 더 확장된 ‘지리산운동’은 필요해 보입니다. ”지리산권에 사는 대안적인 삶을 지리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끌어가다 보면 산악열차가 실패했다하더라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고 그 동력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지리산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참 좋다.“(박은주) ”우리 지역에서 사람모으기가 힘들어서 파이를 키워서 사람을 모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저도 지리산권 청소년들이 모여서 뭔가를 해보는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명분들이 있지만 모으기 힘든 청소년들을 지리산권으로 넓혀서 모으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기대되는 것은 범위가 넓어진 만큼 다른 환경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지리산권이라는 공통점, 지향점을 상당부분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전혀 색다른 시도들을 배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한범) ”... 같은 지리산권에 있지만 한 시간 반 걸리는 먼 지역들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서로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서모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김인호) ”구례나 산내나 지리산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과 남원 시내, 산청 읍내 등 멀찌감치 바라보는 사람들이 지리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다. ...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리산의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같이 만들어가야하고 그럼으로써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나가는 운동이 박두규 님이 말씀하신 지리산 운동의 의미가 아닐까. 가치를 좀더 구체적이고 쉬운 언어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이 모임에서 준비하면 좋겠다. ... 지리산에 살지 않더라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임현택) ”지리산운동이라는 커다란 방향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고 한다면 방향을 설정해놓고 열린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 ... 좀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거라면 좀더 열린 무언가로 너무 느슨하지 않게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겠됐다.“ (자유) ”지리산자락에 있는 모두가 개인의 의견을 가져와서 나누고 자기 지역에서 고민하고 일했던 사안들. 사건화되지 않아도 되고 사건화된것도 있을 것이고 다양할텐데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을 가져와서 공론화시키자는 것이다. ...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잇는 장이었으면 좋겠다. ... 조급하게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도 그런 것들 하나하나 점검해나가면서 차분하게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러면서 개인이 어느 지역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도 충분히 개인적 고민과 함께 이야기하고 상황적 문제도 고민하고. 개인의 문제도 공유하면서 개인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거기에서 출발하자.“ (박두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공유하는 자리,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 꿈을 만드는 자리, 정형화된 틀을 만들지 않고 두 번째 자리를 만들어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신강) 눈은 계속 내리고, 산청, 함양에서 온 활동가들의 엉덩이가 들썩였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의 동지모임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시간입니다. 모두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시를 읽고, 종이에 쓴 액을 날렸습니다. 액은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액을 날리면서 깨달았습니다. 오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개발 반대 운동을 넘어서 우리 삶을 바꾸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지리산운동의 꿈을 향한 내딛음, 시작하였으니 차분히, 벅찬 마음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내년에 다시 만날 지리산동지모임은 이 글을 읽는 그대를 포함한 모두가 초대손님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사짓고 아이들과 만나면서 좋은 세상을 꿈꾸는, 너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며 돌봄과 치유를 위해 마음 쓰는, 그러한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기록. 김주리 사진. 김인호 글. 윤주옥 * 박두규 시인의 마중물 글과 김주리 님이 정리한 지리산동지모임의 기록, 첨부합니다.
-
지리산 산악열차는 사악(邪惡)열차!
지리산 산악열차는 사악(邪惡)열차! -지리산산악열차 무엇이 문제인가? 2022년 6월 23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이하 산악열차)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남원시의 ‘산악관광활성화정책’(2015년)을 보면 육모정에서 정령치 ~ 도계쉼터 ~달궁 / 도계쉼터 ~ 성삼재 ~ 천은사 등을 연결하는 3,33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지리산개발사업이다. 이번에 계획된 산악열차 시범사업은 그 지리산개발사업의 시작종일 것이다. -남원시에서 철도연에 제출한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 노선도 남원시의 산악열차 시범사업 노선은 국립공원 구간이 전체 70% 이상인데 남원시는 쪼개기 편법을 통해 지리산국립공원계획 변경,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등을 2026년 이후에나 하겠다고 한다. 산악열차 설치가 지역주민들의 교통기본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산악열차가 건설된 후에는 자동차도로가 폐쇄되어 걷거나 열차만 타야하니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교통기본권이 침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며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 1호로 반달곰 등 40여 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이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하늘다람쥐가 살고 무산쇠족제비, 표범장지뱀, 새호리기 등이 산다. 기후위기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생태파괴가 뻔한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지켜만 보아야 할까? 지리산권 5개시군 주민들이 연대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대책위원회’,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남원대책위원회’ 장효수 대표(남원제일교회 목사)를 만나 지리산 산악열차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일시 / 2022년 8월 18일 (목) 오후 16시 ~ 17시 10분 인터뷰 장소 / 하루 *인터뷰는 김인호 편집장이 묻고, 장효수 대표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하 인터뷰 내용에서 김은 김인호 편집장을, 장은 장효수 대표를 지칭합니다. -남원시청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집회를 진행하는 장효수 대표 김 :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남원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 활동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장 :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에서 이 지역의 환경문제, 탄소중립 등에 대해 목소리를 냈었어요. 그러다가 2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시청 앞에서 공무원들 퇴근 시간에 맞춰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산악열차가 급하여 목요일을 ‘집중 행동의 날’로 정하고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5대 종교단체가 모인 ‘종교환경회의’라는 그룹이 있어요. 종교환경회의는 전국 단위 모임으로 1년에 한 번씩 모임을 하는데 올해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제대로 알고, 백지화에 힘을 모으기 위해 지리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첫날, 제가 있는 교회에서 모여서, 산악열차 현장인 정령치에서부터 고기리 삼거리까지 순례를 하고 내려와서, 남원시청 앞에서 남원지역 시민들과 같이 공동행동을 할 예정입니다. 이날 우리 지역에 있는 시민단체나 시민들이 좀더 집중적으로 더 모이려고 홍보 중에 있습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추진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요? (환경부가 지리산 케이블카는 지리산권 5개시군이 합의해서 단일한 안을 가져오면 그때부터 검토하겠다고 하니까, 남원시는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는 좀 어렵겠다고 보고 2013년부터는 ‘친환경 전기열차’라는 이름으로 산악열차를 추진한 것은 아닌지) 장 : 제가 볼 때, 남원은 케이블카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구례, 산청 등이 열심이었던 것이고요. 하동은 산악열차를 추진하고 있었고요. 하동이 추진하는 산악열차 예정지는 지리산국립공원을 벗어난 형제봉이고요. 하동군은 형제봉이 자연공원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형제봉에서 추진하던 산악열차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원점재검토’하기로 됐습니다. 남원시에서 추진하는 산악열차가 지리산으로 올라가면,하동군도 다시 산악열차를 추진하겠다고 할 것이니, 지금은 지리산 전체가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또한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이 무너지면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에서 개발의 열풍이 불겁니다.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다른 산도 산악관광사업들이 활개를 칠 것이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시대이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개발이 아니고 보존과 회복이 더 중요한 때일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70~80년대 방식의 개발로 가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인 것이죠. 그러나 저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약에 남원에서 산악열차가 정령치까지 올라간다 하더라도 결국은 실패하여, 남원시가 추진한 지리산 산악열차는 역사의 교훈으로, 그냥 고철로 남을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입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실패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입니까? 장 : 당연히 실패입니다. 이것은 대책위가 그냥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팀에서 자료를 놓고분석을 하고, 또 다른 지역의 사례를 적용시킨 결과입니다. 잘 알다시피 새로운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옛날 방식의 관광은 안 될 것입니다. 더구나 남원시와 같이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역에서는 산악열차처럼 2천~3천억 원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이게 시간이 길어지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인데요. 건설도 문제지만 운영에 있어서 적자가 나기 시작하면 남원시의 재정은 굉장히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남원에서 문제 되는 모노레일 사업이 분명한 예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자 유치 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 남원 모노레일 사업의 민자유치 부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던데? 장 : 남원 모노레일은 관광단지 안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미 설치가 됐죠. 이 사업은 남원시에서 제안했던 관광사업인데요. 컨소시엄으로 민자유치를 했는데,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20억 원의 투자금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 융자로 끌어다 쓴 돈이 400억 원입니다. 20억 원짜리 컨소시엄이, 예를 들면 큰 도시에 아파트 하나 팔아도 20억 원인데 이 적은 금액을 갖고 남원시에서 보증해줬기 때문에 40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만약에 모노레일 운영이 잘 안 되고 민간업체가 못하겠다고 빠져버리면 금융 융자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남원시가 감당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남원시로서는 굉장히 부담이 있는 사업이라, 최경식 남원시장은 당선되자마자 사업을 중지시켜 놨습니다. 허가를 안 해주고 있어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죠. 대책위는 모노레일 건이 산악열차에 좋은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지리산 산악열차도 고기리삼거리에서부터 육모정까지는 민자유치로 건설하겠다고 공문까지 올라가 있거든요. 고기리댐에서 정령치까지는 남원시에서 세금으로 건설하고요. 그러니까 지리산 산악열차도 모노레일 사업과 똑같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텐데, 분명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김 : 사업비가 국비가 아니고 남원시 재정 + 민자유치로 구성된다는 것이네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이 국비 지원이 아니니 남원시 재정 + 민자유치로 해야 하는데 민간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모노레일 사업과 같이 특혜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 장 : 당연히 그렇게 되죠. 그래서 산악열차의 전례로 모노레일 사업을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계획을 보면 선로가 단선으로 열차가 교행할 수 없는데 만약에 이대로 추진이 된다면 추가로 산을 깎아 교행 시설을 만들지 않을까요? 장 : 맞습니다. 열차 교행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은 기술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대책위가 이야기하기는 좀 부담스럽습니다만, 정책팀(8명의 활동가가 함께 하는)은 이것을 놓고 공부를 하고, 연구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걸 왜 언급하는가 하면은, 경제성이 안 나오니까 남원시의 용역을 받은 컨설팅업체에서 이 부분을 조작한 게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컨설팅업체에서 하는 거잖아요. 대책위는 연구용역만 건설팅업체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철도연에 낼 공모제안서를 쓸 때도 컨설팅업체에서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공무원들이 세부적인 것까지 할 수가 없었겠죠(전문 영역이라서요). 근데 컨설팅업체에서 2019년도에 이미 진행한 연구용역을 그대로 베껴 쓰고는(그림은 똑같은데, 열차 탑승 인원만 바꾸는 방식으로) 자연공원법에 저촉된다고 지적을 하니 숫자만 82명에서 42명으로 수정한 겁니다. 2019년 연구용역에서 탑승 인원을 82명으로 했을 때는 수익이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탑승 인원을 42명으로 줄이면 수익이 날 수 없는 거죠. 이것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에서 남원시의 계획은 정확한 것도 없고 그때그때 왔다 갔다 하는,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다른 상황입니다. 김 : 경제성도 문제지만 남원시의 계획은 법적인 문제도 많아 보입니다만? 장 : 백두대간보호법, 자연공원법, 도로교통법, 궤도운송법 등 산악열차에 관련된 법령이 4가지나 되더라고요. 제가 이 분야는 전문은 아닌데, 시범사업(13km) 중 시범노선(1km)은 관련 법을 모두 피할 수 있는 곳에다 하겠다는 겁니다. 고기리삼거리에서 고기댐은 국립공원 밖이예요. 그러니까 시범노선 설치 때는 법적인 문제가 직접적으로는 연관이 없어요. 그런데 나중에 공사하게 되는 연장노선은 모두 관련(법적으로 문제)이 됩니다. 그래서 대책위는 시범사업 초기부터 자연공원법에 대한 절차 등을 이행하라고 하고 있는데, 남원시는 그건 시범노선 건설 이후에 하겠다고 합니다. 백두대간보호법의 경우도 백두대간 핵심구역이 4km나 되니, 이 또한 문제가 되고요. 게다가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280억 원 이상의 세금으로요. 그런데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가 바로 반달가슴곰이 다니는 길이예요. 산악열차가 전기로 가니 소음도 적고, 진동도 없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산악열차는 톱니바퀴식으로 움직이는 거라서 외부소음이 90데시벨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소음을 내는 열차가 25분 간격으로 다닌다면, 그 주변의 야생동식물에게 영향을 안 줄 수가 없는 거죠. 근데 제가 오늘 산악열차 예정지에 다녀오면서 든 생각인데요. 이 길은 기울기가 상당히 가팔라요, 절벽 같은데 길을 낸 건데요. 여기를 공차(빈 열차)면 42톤, 만차면(관광객이 다 타면) 54톤인 기차가 다닌다면, 이게 톱니바퀴로 다니니 상당한 진동이 있는 거죠. 절벽 같은 길을 다니면서 진동이 날텐데... 요즘 ‘머드 슬라이딩’이라고 그러잖아요. 진흙 무너지듯이 그런 대규모 사고 가능성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김 : 산악열차에 대한 주민 반응은 어떤가요? 장 : 오늘도 그 얘기를 했는데, 주민들한테는 정확히 얘기를 안 하는 겁니다. 남원시에서는 겨울철 동절기 때 눈이 많이 내리면 마을 사람들이 못 내려오니까 (산악열차를 놓아서) 여기를 다닐 수 있게 하여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확보하겠다고 홍보를 했는데, 내용을 봤더니 산악열차를 놓고는 지금 사용하는 도로는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일반차량은 못 다닌다는 것입니다. 일반차량이 못 다니면 주민들한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인데, 여기 주민들은 그 내용을 모르고요. 산악열차에 ‘친환경’을 붙여놓으니 관광객이 좀 오겠다 싶어 굉장히 들떠있고 좋아해요.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남원시민들도 종종 고기삼거리에 있는 식당에 산채비빔밥을 먹으러 올라가거든요. 이 구간에 일반차량이 못 다니면, 식당까지 갈 때 차 가지고 못 가는 겁니다. 밥 먹으러 가면서, 산악열차 기다렸다가 그거 타고 천천히 올라가서 밥 먹고, 다시 산악열차 타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때는 밥 먹으러 거기까지 안 가겠죠. 이건 주민들의 생존권이거든요. 그래서 고기리 주민이나 남원시민이나 이 내용을 알면 적극 반대를 할 것 같아요. 남원시 논리대로 라면, 겨울 한철, 그것도 불편하게 사용하기 위해 나머지 기간까지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게다가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는 열차도 안다니니 주민들은 걸어다녀야하는 거예요. 주민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주민들이 아직 모르는 거죠. 김 ; 시범노선만 하고 연장노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시범노선 레일과 열차 등 시설물은 애물단지가 될 것 같은데 장 : 그 이후에, 이런 예상은 남원시로서는 말도 안 하겠죠. 우리가 다 아시다시피 지금 남원시장은 개인 일신상의 문제로 검찰에 송치(불구속)되어 있잖아요. 다른 문제도 아니고 선거법 위반이 학력 부분이기 때문에 당선 취소가 될 가능성이 많죠, 재판이 3심까지 간다면 적어도 1~2년은 걸릴 겁니다. 이런 시장이 지리산 산악열차에 서명(철도연과의 시법사업 협약서)를 한다면, 최경식 시장이 서명하고, 다시 선거를 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시장됐을 때, 그 시장이 ‘이거 문제있다. 우리 안 하겠다. 이거 진행 않겠다.’ 그러면 그냥 올스톱되는 겁니다. 그렇게되면 정말 시범노선 구간은 땅 파놓고 그냥 그 상태로 멈출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게 더 심각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10년 전부터 논의되었는데, 그러나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세상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 산악열차를 진행한다는 것은 시대의 역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있을 때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여했던 국가들이 협약했던 부분이 2030년도까지는 산림을 건드리지 않겠다. 이게 세계적인 협약인데 전혀 관계없이 가는 거죠. 그리고 제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철도연입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것은 철도연 프로젝트를 하는 겁니다. 국가 예산 278억짜리 철기연의 먹거리 사업인 겁니다. 정말 이게 좋은 거라면 서울 남산이나 북한산에서 하면 되잖아요. 문제가 많으니 반대가 덜 한 지방에다가 하는 거 아닌가요? 또 철도연에서 공모사업을 할 때, 남원시만이 아니라 태백시, 울릉군 등 3곳에서 신청을 했어요. 3곳 중 남원시만이 1차 적격성 평가을 통과하여, 2차 평가에서 남원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건데, 이 부분은 대책위에서 국회와 협력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원시와 철도연간의 담합(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판단됩니다. 담합, 이제 무슨 말인가 하면, Win-Win 하려고 했던 겁니다. 철도연은 자기네 프로젝트를 살리려고 하는 거고, 남원시의 정치인들은 이걸로 지역민들의 표를 얻은 거고요. 공모사업 평가항목을 보면 다른 지자체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남원만을 염두에 둔 항목이 많이 있는 거예요. 일반적인 공모사업이 이렇게 진행되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 :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 공모심사 과정을 보면 시범노선, 연장노선, 제안노선 등이 복잡하게 나와있는데, 제안노선에 대해 평가한다고 하고는 행정절차는 시범노선에 대해서만 이행하고, 그래서 시범노선은 미끼 같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장 : 좋은 표현 쓰셨어요. 미끼라고. 철도연에 공모제안서를 낼 때는 연장구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시범노선 1Km를 하겠다 그랬어요. 그런데 행정절차는 시범노선만 먼저 하겠다고, 그러니까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김 : 대책위에서 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 현황이나 전망을 얘기해 주시고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범국민연대’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 : 5개 시군이 모인 ‘지리산산악열차 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리산 산악열차에 대해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진행을 해왔고요. 그리고 남원은 남원대로 대책위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고요. 이제는 지리산은 우리 지역, 지리산자락의 주민들만의 산이 아니다. 그래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범국민연대’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전국에 활동하는 환경단체들이 다 들어와 았습니다. 지금도 계속 알리는 중이고요. 지리산이 남원만의 산이 아니니까요. 우리 민족의 산이고 상징성 부분인 거죠. 상징성, 그러니까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잖아요. ‘민족의 영산’이란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지리산이 무너지면 전국에 있는 모든 산, 자연이 개발론자들에 의해 짓밟혀진다고 하는 이 사실을 우리는 거부한다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내는 거죠.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예전에는 다음 세대, 우리 아이들이 힘들어진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고통을 당할 것이라는 겁니다. 제가 원래 이런 일을 하던 사람은 아니거든요. 대학 다닐 때야 좀 목소리도 냈지만 그건 대학 때 얘기고요. 그 이후에는 이런 활동을 안 했는데, 인식은 있었지만요. 그런데 2년 전에 남원, 구례 등에 집중 폭우가 내린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 섬진강이 범람하고, 남원에서도 송동을 포함한 많은 마을들이 물에 잠기고, 그때 구례읍내도 물에 잠겼었잖아요. 그때 동네 하나가 물에 잠겨, 진흙 뻘이 된 거에요. 그날 제가 거기 있었어요. 우리 교인들도 있었기 때문에, 저도 우의 입고 삽 들고 가서 막으려고 갔었어요. 모래주머니로 막고 그러다가, 물이 넘쳐서 피신 나오는 그 광경을, 저는 현장에서 겪은 사람이거든요. 그때 내린 비가 430mm입니다. 이게 바로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거예요. 이것이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올해 서울 강남에 같은 방식으로 비가 몰아친 거 아닌가요? 이번에 강남에 내린 비가 420mm라고 그러더라고요. 강남에 많다던 외제 차가 떠다니고, 버스가 물에 잠기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잖아요. 이 모든 일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기후위기거든요. 이것을 아는데, 외면하고 개발한다? 몇몇 사람 돈 벌려고. 남원은 재작년에 사회안정지수 6위라고 하더라고요. 남원이 사회안정지수, 이건 범죄뿐 아니고 경제, 의료 등에 대한 것을 모두 포함하는 건데 전국 6위를 한 겁니다. 시에서 자랑하며, 신문에 내고 시청에다가 현수막 걸고 그랬잖아요. 5위까지는 광역 도시들, 예를 들면 서울, 부산 이런 대도시였고요. 지방에 있는 소도시에서는 첫 번째가 남원이었습니다. 이 얘기는 남원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굉장히 좋은 지역이라는 말이에요. 못 사는 지역이 아니라는 거죠. 남원시청은 우리 남원이 못 살고 어렵고, 일자리가 어떻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지리산을 파헤치는 방싱의 관광을 해야 된다고 주장을 하고 했는데, 이건 남원시청이 제대로 된 정책방향을 못잡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방송, 신문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홍보영상, 사진이 나올 때면 눈길 속을 달리는 열차, 마치 스위스 융프라우처럼 나옵니다. 완전 과대광고죠. 지리산은 그런 모습이 아니거든요. 생각해보세요. 기후변화로 남원에서 눈이 내린 적이 1년에 몇 번이나 됩니까? 눈이 오더라도 희끗희끗 남아 있다가 금세 녹아버리잖아요. 지도자는 철학이 있어야 됩니다. 지도자는 지금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만 해요. 그래야 그 지역이 좋아지는 거예요. 저는 산악열차 건설 예산을 남원에 꼭 필요한 곳에 쓴다면, 예를 들면 남원은 문화가 있고 자연이 있고 인문학들이 있잖아요. 교통도 좋고, 그리고 남원은 평지에 자리잡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남원의 관광 패턴을 길을 중심으로 쉬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도시의 교통시스템도 탄소중립 모델 도시로 만들면 남원은 히트 칠 거다고 생각합니다. 남원을 걷고, 자전거 타는 동네로 만드는 게 평지니까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프랑스 파리의 여성 시장인 이달고 시장이 파리에 있던 주차장 1만 2천 개를 없애버렸잖아요. 이런 게 필요합니다.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하는 거죠. 제가 볼 때 남원시는 여전히 19세기 관광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데, 이게 5년, 10년 후의 관광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바뀌어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멈춘다고, 그래서 역사의 교훈을 맞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 : 긴 시간, 산악열차와 남원시의 미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리산-人 신문>이 지향하는 게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엮어내고, 또 지리산을 보존하는 것을 우선에 두고 있거든요. <지리산-人 신문>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장 : 저는 서울이라고 곳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희망은 없고 인간 교만과 탐욕의 덩어리죠. 모든 산업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그래서 우리 사회가 멍들고 어두워져가고 절망적이 된 것은 다 그런 기득권자들의 힘의 지배 논리인데요. 이것을 맑게 만드는 것은, 마치 저수지의 흙탕물에 맑은 물줄기가 내려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수지 전체가 맑아지듯이요, 이게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지리산자락 사람들이 지리산의 정신을 잘 살리고, 그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작은 일 같지만, 이 작은 일들이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그 시작이 지리산의 정신, 지리산의 생명 이런 부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리산-人 신문>이 그런 지향성을 가지고 하실 것 같으신데, 그중 하나가 우리에게 당면한 산악열차이기 때문에, 다함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거고요, 상상하기도 싫지만 어쩌면 산악열차가 지리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라갈 수는 있지만 만약에 올라가게 된다면 산악열차가 아니라 사악열차(사악한 열차)가 될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을 보았던 사람들이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리는, 정말 큰 과오를 우리 시대가 다시 범할 수도 있다 싶습니다. 역사의 교훈을 저버리고, 다시 그 과오를 반복하는.. 이지만 이거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겠죠. <지리산-人 신문>이 지금도 열심히 하시지만, 우리 시대의 임무를 망각하지 말고, 함께, 앞장서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장시간 인터뷰를 해주신 장효수 대표님 감사드립니다. - 지리산인 편집실
꿈을 찾는 농부들
-
갈치 없는 갈치 마을에는 갈치 신문이 있다.
2023년 1월 9일 겨울 치고는 유난히 따뜻한 날 나는 갈치 마을 이장과 만나기로 했다. 남원 산중 마을 이름이 갈치라고 하니 그 이름이 독특해서 더 끌렸는지 모른다. 함께 가는 일행들과 함께 갈치 마을로 이동하기 전에 우리는 남원 시내에 있는 갈치 집에서 갈치 조림을 먹었다. 푹 끓여진 갈치와 무가 꽤 맛이 좋았다. 갈치 마을 가는 길은 남원에서 장수로 나가는 길목에서 보절면으로 꺽어 몇 분 들어가면 나오는 초입에 있었다. 갈치 마을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다. 갈치 마을은 상갈치, 중갈치, 하갈치 마을로 생선으로 비유하면 머리, 배, 꼬리라고 볼 수 있을 것같다. 물론 갈치 마을과 바다에 사는 갈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갈치의 꼬리와 머리가 비중이 작듯 중갈치 마을이 가장 크고 상갈치 하갈치 마을에는 각각 10가구 정도가 산다고 한다. 갈치 마을의 갈은 칡을 뜻하는 한자에서 왔다. 칡차를 갈(葛)근차 라고 쓰는 그 한자다. 즉 칡이 많은 동네라는 뜻이라 한다. <갈치신문 28호 사진속의 장면은 치치페스티벌>
-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추억 그리고 하동 녹차찐빵 길거리에 걷다 보면 흔하게 보이는 가게 중 하나가 찐빵가게다. 구례 같은 시골에도 스타벅스나 롯데리아는 없어도 찐빵가게는 1-2개가 있다.그만큼 흔하고 흔한 것이 찐빵이다. <찐빵은 흔하다. 하지만 제대로 만든 찐빵은 결코 흔하지 않다.> 찐빵이 흔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만큼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찐빵을 먹는 이유는 뭔가? 그것은 추억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막걸리에 발효시켜 만들어진 찐빵의 맛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은 찐빵이 겨울에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순전히 찐빵 만드는 기업의 광고 때문이고기억 속에 찐빵은 대부분은 여름에 만들어 먹었다. 딱 이때 장마철 말이다. 콩과 벼도 심고 아직 고추는 익지 않아서 따지 않아도 되는 딱 이맘때 어머니는 모처럼 농사일을 쉴 수 있었다. 그 동안 바쁜 농사일에 챙겨주지 못한 자식들을 위해 찐빵을 만드셨던 것이다. 처마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받던 커다란 고무 다라이에 물이 차고 넘치는 날 막걸리를 넣어 발효된 밀가루에 팥을 넣어 만들어 주던 그 찐빵 맛의 추억은 삭막한 도로를 지나다가도 찐빵만 보면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얼굴과 함께 겹쳐지곤 했다. 2005년 가을 유독 하늘이 파란 10월의 어느 날이었다. 하동에서 찐빵을 만든다는 두 분을 만났다. 박중욱씨와 양대화씨였다. 딸이 하나 있다. 박중옥씨는 천식을 앓고 있다. 그의 천식은 모든 것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 울산에서 만나 결혼했다. 중매였다.> 울산에서 만나 결혼했고 거기서 살다가 천식 때문에 더 이상 일이 하기 힘들어 고향인 하동에 내려왔다.누나가 찐빵을 만들고 있어 거기서 빵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천식이 있었고 수입밀가루로 만든 빵은 그의 몸이 먼저 거부했다. 그래서 그의 우리밀로 찐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가 먹어도 문제가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찐빵에 관심이 갔다. 우리밀로 만들과 팥도 국산 팥을 쓴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동 터미널에 주차를 하고 찾아가보니 시장통 골목에 작은 가게가 있었다. 그들의 작업장이장 판매장이었다. 맛짱이라는 가게였다. 여느 시골읍내 장터골목의 찐빵집이었다. 밖에는 찐빵을 찌는 찜 솥이 있고 만두도 있었다. 부부가 빵을 찌고 만두를 만들어 파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찐빵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것이 외부가 아니라 재료에 있었다. "우린 마가린을 쓰지 않아요. 마가린을 쓰면 모든 참가제를 쓴 것과 같아요.이미 마가린 속에 참가제가 다 들어 있거든요. 통밀 만을 이용합니다.통밀이 거칠기는 하지만 밀 본연의 맛의 충실합니다. " 우리팥을 이용해요. 비싸지만 그것만 사용합니다.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요. 손으로만 만들어요. 만들기 어렵지만 손으로 만든 것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아요" 부부가 하루 종일 만들 수 있는 빵의 양의 약 600개라고 한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만들 수는 없다. 보통 하루에 300개 정도의 빵을 만든다. 1년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이미 정해져 있다. 109,500개다. 5개씩 포장되어 있으니 21,900봉이다. 하루에 60봉이다. 이것이 이들이 매일 팔 수 있는 찐빵의 전부다. 더는 없다. < 양대화님> 그렇다고 이들이 처음부터 완벽한 찐빵을 만든 것은 아니다.박중옥대표는 " 우리 빵의 레시피는 올해 만들어 졌어요" 매일매일 연구하고실험해서 겨우 완성했죠. 결국 8년이 걸려 완성된 레시피다. < 박중옥님> 그의 말대로 그의 빵은 처음보다 부드럽고 맛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찾지 않으니까요. 설탕을 조금 사용하고 단맛을 올렸고 통밀의 거친 맛을 빼고 부드러워졌어요.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기는 쉽지 않거든요.” < 찐빵이 무겁다. 꼼수 없이 그냥 팥이 많아서다. > 하동녹차찐빵을 손에 잡으면 무게부터가 다르다.다른 찐빵들이 비싼 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지만 이들은류현진의 돌직구처럼 그냥 팥을 많이 넣어 만든다. 다른 꼼수는 없다. 우리밀빵이라고 해서 구입했더니 알고 보니 팥은 수입 팥이고국산 팥을 사용했다고 구입했더니 마가린이 들어 있는 등의 이런 저런 꼼수가 없다. 안심하시고 드셔도 됩니다. 그렇다 그냥 믿고 드시면 된다. 그저 정직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들어있는 꼼수가 있을까 봐 항상 신경 쓴다. 재료를 확인하고 꼼꼼히 살펴서 혹시라도 나쁜 것이 있을 까봐 먼전 살핀다.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 아이들이 좋아한다. 맛있으니까> 현재 그들은 하동 악약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꽤 큰 공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전부다. “공장이 넓어져서 작업하기 편해서 좋아요. 깨끗하고요.” 공장개소식에 참가했을 때 어느 개업 장에 방문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 요즘은 체험행사도 한다. 찐방도 만들어 놓고 지리산 여행을 하고 오면 발효된 빵을 쪄서 가져간다.> 보통은 크게 시작하지만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두 분의 노력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만든 것은 정직하고 더 많은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세상이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부드럽고 좋은 재료를 썼는데 맛도 좋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다른 것과 비교 할 수 없다. 좀 작게 만들어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양심이 또 그렇지 않다. <뜨거워도 먹고 싶어한다. 왜 맛있으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길로 걷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은 이와 같은 사람들 때문에 변한다. 그들이 그들의 길을 가기 때문이고 그것은 곧 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의 손은 바쁘고 그 손에서 새로운 빵들이 만들어진다. 어느때 먹어도 좋다. 그들이 만든 것이라면 말이다.
숲샘의 지리산 통신
-
[숲샘의 지리산통신] 봄날, 하동호 둘레길에서 화양연화를...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년 1월에 착공하여 1993년 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으로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하동호 둘레길이 새 단장을 하고 2000년 봄에 완성되었다. 전체 길이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구간에는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하동호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드리 왕벚나무 가로수가 꽃을 활짝 피우는 4월 초라 할 수 있다. 하동호 둘레길은 하동호 댐 주차장에서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하길 권한다. 비바체리조트를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나는데 왕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쯤이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의 연초록의 새잎은 눈과 머리를 헹궈주고 온몸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를 만날 때마다 쉽지 않은 외래어 이름보다는 북한에서 부르는 것처럼 수삼(水杉)나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전엔 청학동으로 가는 1003번 지방도를 따라 왕벚나무 터널길로 걸었었는데 지금은 호수를 따라 데크 길이 조성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다. 하동호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인데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휴식과 함께 하동호를 바라보며 물멍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2023.04.25) 나본마을을 뒤로 하고 하동호 둘레길 나머지 반을 걷게 되는데 30분쯤 더 걸으면 만나는 상이리는 위태에서 양이터재 넘어 하동호로 이어지는 둘레길 10코스가 지나는 마을로 여기서부터는 둘레길 10코스와 하동호 둘레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상이리에서 하동호 댐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하동호의 비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하동호 댐에 도착하면 망향관에 들러 하동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청암골 아홉 마을(몰랑몰, 새터, 가리점, 대밭몰, 고래실, 생방몰, 동촌, 가마소, 난전)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렇게 출발점인 하동호 댐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면 느릿느릿 걸어도 세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산중호수길로 이름 붙여진 이 하동호 둘레길은 장애가 있는 분들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점 회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동호 둘레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왕벚꽃잎 난분분 흩날리는 4월의 하동호 둘레길을 걷는 이들은 분명 봄날의 화양연화를 만끽하리라.
-
[숲샘의 지리산통신] 반가운 히어리
산청 성심원 둘레길에서 만난 히어리, 지리산 깃대종이기도 하지만 이 위태로운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지리산 곳곳으로 널리 퍼져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되었기에 더 고맙고 대견스러운... (223.03.08)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수라 갯벌과 지리산
참으로 감동적인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수라'를 함양에서 만났다. 바다의 허파가 갯벌이라면 육지의 허파는 숲과 강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수라'와 '지리산'은 닿아 있음을... 그 위태로움까지 닮았다. 함양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준 황윤 감독과 숨막히게 아름다운 영상 담아준 김정근 카메라 감독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아름다운 광경을 본 죄로 새만금을 지키고 있다’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둘레길을 걷는 죄로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킬 수밖에... (2023.02.11)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3년, 다시 지리산이다. 올해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고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 이루는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천재에서 내 방식의 나 홀로 새해 시무식을 했다.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왕봉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산천재 앞마당의 남명매가 그 증인인 셈이다. 새해엔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내 능력 밖의 일들은 내려놓기로 했다. 닭을 보살피는 농장 일과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위해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초록걸음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런저런 자리들을 내려놓았으니 2023년엔 좀 더 홀가분하게 닭과 지리산에만 집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지리산의 품에 안긴 지도 어느새 스물세 해가 되었다. 그새 아들과 딸은 제 갈 길을 찾아 떠났고 아내도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6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 쏜살처럼 흘렀지만 별 탈 없이 삶터와 일터를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 이 모두가 지리산 덕택이란 생각이다. 그러니 지리산 천왕봉은 내 삶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지리산은 긴 세월 동안 힘들고 아픈 이 땅의 민중들에게 그 품을 내주어 위로와 안식의 장소이자 피난처가 되어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고 코로나와 기후 위기의 재난을 겪고 있는 2023년 현재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하동에서는 형제봉에, 남원에서는 정령치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숲을 파헤치기 일보 직전이고 섬진강에는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그 고운 강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내고 있는 게 작금의 지리산이다. 확실치도 않은 눈앞의 돈 몇 푼에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뭇 생명의 생태 그물망을 끊어 놓으려는 개발 망령들이 지리산 아흔아홉 골을 위협하고 있음에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임하기로 다짐을 했다. 지난 2018년에 20여 년 동안 찬반 논쟁을 이어오며 주민 공동체를 망가뜨려 놓았던 지리산 댐 건설 계획에 종지부를 찍고 댐 건설 완전 백지화를 정부로부터 받아냈던 것처럼 현재의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시도 역시 막아낼 수가 있고 또 막아내야만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동군청 앞에서, 남원 시청 앞에서 몸짓으로 노래로 시로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 있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 나가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새해, 지리산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과 글로써 지리산의 참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다는 약속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남원
-
산으로 둘러싸인 남원분지, 궁금해? 남원山
산으로 둘러싸인 남원분지 궁금해? 남원山 지리산 자락 사람들이 모여서, 남원 산을 돌아보며, 산에 깃든 생명들, 역사의 흔적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만나면 좋겠네 그리고, 지리산 산악열차뿐만 아니라, 산의 모습을 잃어버린 덕음산....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들을 모아가는 답사가 되었으면 좋겠네 언제 : 홀수 달에는 두 번째 수요일에, 짝수 달에는 두 번째 토요일에 회비 : 5천 원 (회당) 물어보기 : 010-6554-5001(유지선) 010-4029-5910(신강)
-
갈치 없는 갈치 마을에는 갈치 신문이 있다.
2023년 1월 9일 겨울 치고는 유난히 따뜻한 날 나는 갈치 마을 이장과 만나기로 했다. 남원 산중 마을 이름이 갈치라고 하니 그 이름이 독특해서 더 끌렸는지 모른다. 함께 가는 일행들과 함께 갈치 마을로 이동하기 전에 우리는 남원 시내에 있는 갈치 집에서 갈치 조림을 먹었다. 푹 끓여진 갈치와 무가 꽤 맛이 좋았다. 갈치 마을 가는 길은 남원에서 장수로 나가는 길목에서 보절면으로 꺽어 몇 분 들어가면 나오는 초입에 있었다. 갈치 마을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다. 갈치 마을은 상갈치, 중갈치, 하갈치 마을로 생선으로 비유하면 머리, 배, 꼬리라고 볼 수 있을 것같다. 물론 갈치 마을과 바다에 사는 갈치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갈치의 꼬리와 머리가 비중이 작듯 중갈치 마을이 가장 크고 상갈치 하갈치 마을에는 각각 10가구 정도가 산다고 한다. 갈치 마을의 갈은 칡을 뜻하는 한자에서 왔다. 칡차를 갈(葛)근차 라고 쓰는 그 한자다. 즉 칡이 많은 동네라는 뜻이라 한다. <갈치신문 28호 사진속의 장면은 치치페스티벌>
-
[새해 1월 9일] 경남예술인들이 온다 :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촛불문화제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촛불문화제 일시 : 2023년 1월 9일 (월) 17:30~19:00 장소 : 남원시청 앞 지난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힘을 모았던 우리는 새해 첫 집중집회를 위해 1월 9일 17시 30분, 남원시청 앞에 모입니다. 김은희 우창수 봄눈별 박영운 김산 김유철 최상해 윤영희 선우 마주 좋은세상 해방글터 조기현 이규동 정말 엄청난 분들이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모이는군요. 남원시+남원시의회+한국철도기술연구원+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국토교통부, 꼼짝 마라!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 시대와함께하는문화행동 물어보기 : 숲샘 최세현 010-2850-4858
-
[기재부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 친환경의 탈을 뒤집어 쓴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중단하라
어제(12월 7일),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사업‘은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 R&D 사업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보도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추진 중인 산악열차 사업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이 발생한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이 사업이 신규 철도 건설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활용한 사업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산악열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므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대기오염과 소음 등의 환경문제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동절기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악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지리산산악열차대책위원회는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자료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낸 보도자료는 첨부파일에 있습니다. 친환경의 탈을 뒤집어 쓴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중단하라 어제(12월 7일),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 ’친환경 전기열차 기술개발사업‘은 기존 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 R&D 사업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보도자료에서 기획재정부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추진 중인 산악열차 사업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를 축소시키고,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벌목이 발생한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이 사업이 신규 철도 건설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활용한 사업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산악열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므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대기오염과 소음 등의 환경문제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동절기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악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1. 시범사업 공사 과정에 벌목이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남원시 시범사업 공모 제안서에 따르면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기존 도로를 100% 활용하고 벌목 등 산림 훼손이 없기 때문에 친환경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시범노선을 건설하려면 도로 폭이 최소 10.9m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범노선 구간의 도로는 폭이 대부분 8~9m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도로 주변 수목을 훼손하지 않고서는 시범노선 노반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남원시는 공모 제안서 내용과 달리 벌목이 포함된 33억 원 상당의 시범노선 구축 계획을 이미 남원시의회에 제출하여 동의를 받았습니다. 남원시나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주장은 거짓말이며,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은 산림을 훼손하는 반생태적 사업입니다. 2. 기후대응기금의 ‘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수요를 전기열차로 대체하면서 차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대기오염, 소음 등의 환경문제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반박합니다.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은 전기열차로만 대체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전기버스나 수소버스로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합니다. 전기버스로 대체할 경우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지리산 내 도로를 파헤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전기버스 구입 비용은 대당 2~3억 원에 불과하지만 지리산 산악열차는 대당 5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소요됩니다. 환경부는 이미 지리산 정령치․성삼재도로의 친환경적 전환을 위해 전기버스 등을 활용하는 연구 용역을 마친 상태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친환경 사업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세금을 낭비하는 토목 사업입니다. 3. 지역 주민의 교통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악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입니다.산악열차 궤도 구간은 동절기에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지만 결빙 구간에 열선을 설치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전기버스 운행이 가능합니다. 이미 이 방안에 대해서는 남원시 연구 용역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훨씬 적게 들면서 친환경적 차량 운행이 가능한 방법입니다.또한 지리산 산악열차가 도입되면 산간지역 주민의 평상시 이동 편의는 향상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하됩니다. 남원시 공모 제안서에 따르면 산간지역 주민들도 지리산 산악열차를 타고 통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이 밀리는 시기엔 지역 주민들이 표를 구매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저녁 8시 이후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산간지역 주민들은 대단히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산간지역 주민들은 산악열차 도입 후 차량이 통제되는 상황을 몹시 우려하고 있습니다. 4. 스위스, 프랑스 등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산악용 전기열차가 다수 운행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반박합니다.스위스,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산악열차는 대부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도입된 것입니다. 기후위기가 대두된 이후 관광 목적으로 신설된 산악열차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스위스 같은 경우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처럼 산림 훼손이 동반되는 경우라면 아예 사업 허가를 받을 수도 없습니다. 5. 지리산 산악열차 연장노선은 분명히 반달가슴곰 서식지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시범사업 구간이 반달가슴곰 출몰 구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범노선은 연장노선을 전제로 건설됩니다. 연장노선은 분명히 반달가슴곰이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전체 사업 구간 중 유리한 부분만을 똑 떼어내 친환경적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분명히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 붙임. 221207 기후대응기금 보도설명자료 최종 – 기획재정부 발표 2022. 12. 8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
함양
-
[5월30일~31일] 제2회 수달의 아우성 “수달의 길을 걷다”
세계 수달의날 기념 제2회 수달의 아우성 “수달의 길을 걷다” 수달이 걷는 길 행복의 길은 아침 저녁 먹이 찾아 나서는 길 기쁨의 길은 멀리 가지 않고 그곳에서 사는 길 아픔의 길은 서식지가 파괴되어 떠나는 길 죽음의 길은 낯선 환경에서 배회하다 떠나는 길 모든 생명이 걷는 길은 미래가 있어야 한다. ‘제2회 수달의 아우성’은 수달을 따라 수달의 길을 걷습니다. 이웃 생명과 함께 걷는 행복한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일시 : 2023년 5월 30일 (화) 13시 30분 ~ 31일 (수) 9시 ● 장소 : 지리산리조트 (함양군 휴천면 천왕봉로 2257-2)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수달친구들․ 한국수달보호협회. 함양교육지원청. 에스오일 - 물어보기 : 수달아빠 최상두 010-4740-1915
-
지리산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의 지리산 사랑법
첫 수선화가 피던 봄날 함양 휴천면으로 향했다. 지리산 높은 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우리가 만난 그날은 여름이라도 되는 듯 따뜻했다. 만나기로 한 식당 한쪽에 노인 한 분이 앉아 있었다. [함양 휴천면 지리산 리조트 식당] 봄나물이 가득한 밥상에서 음식 이야기와 날씨 이야기 같은 상투적인 말들이 오갔다. 식사가 끝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 흰머리가 가득하던 그녀의 눈은 반짝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10대 소녀 같았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의 저자 류정자 작가. 사진 김인호] 류정자 선생님은 밀양 태생으로 1948년생이다. 1965년에 산악회 활동을 하던 사촌 오빠와 처음 지리산에서 왔다고 한다. "오빠가 지리산에 한번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만 해도 지리산에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때는 심원마을에서 출발해서 노고단으로 갔어요." “심원마을에는 사람들이 꽤 살고 있었죠" "심원마을에서 하루 쉬고 노고단에 올랐어요." "노고단에 오르니 노고단 천지가 모두 원추리 꽃밭이었어요. “ "산을 가득 메운 원추리꽃을 보고 있으니 너무 좋았죠“ "어찌나 예쁘고 곱던지 지리산이 내 가슴에 박혀 버렸죠“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순간 번쩍이는 것이다. 그날 그 일행은 노고단에 이틀을 머물다 내려왔다고 한다. "꿈같은 시간이었어요." [지리산 모임 [우리들의 산악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골골을 누비고 다녔다. 사진 김인호] 그때만 해도 그녀도 그날 이후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지리산에 빠져서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지리산은 노고단뿐이라고 생각했다. 지리산에 가고 싶을 때는 매번 심원마을을 거쳐 노고단에 올랐다. "제 산행 방식은 좋으면 매번 그 장소에 다시 가는 겁니다." 아마도 그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인지 노고단에만 가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단다. "다른 곳을 찾을 필요도 없었죠" 하지만 곧이어 지리산 골골 여기저기를 다니게 되었다. "결혼을 일찍 했어요" "부산에서 살았는데 부산에서도 틈만 나면 산에 왔지요." 지리산 모임 [우리들의 산악회]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리산 골골을 누비고 다녔다. “저는 지리산 골짜기 골짜기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저는 좋으면 같은 장소를 자주 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결혼하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매번 지리산에 왔지요". "아이들은 엄마를 지리산에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를 빼고는 틈만 나면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한 권의 책이 류정자씨를 탐구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리산 산행은 지리산이 좋아서 가는 것에서 지리산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 결정적인 책이 바로 조선 시대 함양의 군수 김종직의 유두류록이다. [김종직(1431∼1492)은 조선 시대 성리학자·문신인 선생이 함양군수로 부임한 이듬해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와서 '유두류록(遊頭流錄)' 이란 기행문을 남겼다. 두류산(頭流山)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다. 1472년 8월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13.3㎞ 가운데 국립공원에 속한 노장대(함양독바위)∼상내봉(향로봉)∼미타봉∼어름터 4.5㎞ 구간이다. 옛 문헌에 김종직 선생이 올랐던 탐방로가 지리산 전체 등산길의 제1호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유람동기, 동행인, 날짜별 기록, 사적들, 풍경, 서정적인 감정, 당시 시대상 등을 모두 담고 있어 역사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사실 필자도 김종직의 유루류록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읽기만 했지 거기에 나오는 지명이라든지 절터라든지 이런 것에는 일말의 궁금증도 없었다. 오래된 지리산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마침 도서관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재밌게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지리산 산중에 산재 되어 있는 민가와 암자 터 등을 보면서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인간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들의 산지를 통해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 국역본을 접하면서 지리산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천착하게 되었다. 2003년 지리산학의 정립을 꿈꾸며 결성한 [지리99] 운영진에 참여해 본격적인 [유두류록 탐구팀]을 꾸려 20여 년간 탐구산행을 이끌어 왔다. 이 책은 그 오랜 탐구의 작은 결실이다. 또한 ≪유두류록≫ 탐구와 병행하여 문헌기록에 등장하는 폐사지 탐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암자터가 100여 군데 이른다. 이 외에도, ‘세석의 청학연못’, ‘지리산의 시대를 연 달궁’, ‘지리산 고성탐구-추성’, ‘촛대봉 각자 高麗樂雲居士李靑蓮書를 찾아서’, ‘대궐터 탐구’, ‘문창대는 어디인가?’, ‘천왕봉 성모석상 수난의 역사’, ‘천왕봉 각자 일월대에 대하여’ 등 다수의 소고를 발표하면서 지리산학의 정립에 몰두해 왔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전을 잡고 지리산과 함께 살고 있다.] - 노컷뉴스 소개 글- [지리99라는 사이트에 류정자 작가의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사진 김인호] 그녀의 나이는 이제 75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리산을 오른다. 3년 전에 김종직 선생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던 마을로 이사를왔다. 류정자 선생은 두 번이나 암에 걸려 두 번의 큰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정말 슬픈 일은 막내아들을 먼저 보낸 것이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엄마가 지리산에 다닌다고 아들을 잘 살피지 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몇 년간 지리산에 오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지금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뭐 다른 게 있을까요?" "이제까지 발견한 폐사지(사라진 절터)가 100여 곳이 됩니다." "이제 이걸 정리하고 싶어요." "책을 묶어 두면 누구에겐가 도움이 되겠지요." "김종직 선생님이 류두류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 후세에 지리산에 오르려고 했던 분들에게 참고 자료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제게 폐사지에 관심을 두지도 못했을 겁니다“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 600년 전 지리산 산행기 저자류정자] "제가 얼마 전에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구을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여러 서적과 문헌들을 참고하고 직접 수십 번을 찾아가서 발견한 지리산 폐사지 터에 대한 기록도 저 처럼 관심있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되리라 생각 합니다."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그리고 김종직 선생님이 지리산에 올랐던 길을 복원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지리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류정자 작가는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는 법이다. 그녀의 지리산 사랑이 60년이 되어 가고 있다. 무엇인가 사랑하게 되면 자주 보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것이 사랑의 방식일 것이다. 그녀는 지리산을 사랑하다 보니 자주 갔고, 관심이 커지다 보니 책을 냈고, 폐사지를 탐구했다. "내가 죽으면 지리산 골짜기 여기 저기에 뿌려 달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두었어요." 그녀는 죽어서도 지리산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찐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수라 갯벌과 지리산
참으로 감동적인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수라'를 함양에서 만났다. 바다의 허파가 갯벌이라면 육지의 허파는 숲과 강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수라'와 '지리산'은 닿아 있음을... 그 위태로움까지 닮았다. 함양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준 황윤 감독과 숨막히게 아름다운 영상 담아준 김정근 카메라 감독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아름다운 광경을 본 죄로 새만금을 지키고 있다’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둘레길을 걷는 죄로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킬 수밖에... (2023.02.11)
-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나는 옛이야기3-용유담
지리산둘레길에서 만난 옛이야기3-용유담 용유담(龍遊潭), 용이 노닐던 연못이라니...... 지리산둘레길 금계-동강 구간을 걷다가 보면, 산길에서 뚝 하니 아스팔트 도로로 떨어지고, 어리버리한 채 냅다 벅수를 따라 걷다 보면, 용유담은 그냥 지나치고 말기 일수이다. 그런데, 조금 아쉽게도 용유담 한가운데를 흉측한 콘크리트 다리가 지나간다. 태풍 루사 때 유실된 다리를 2004년 새로 만들면서, 이렇듯 용유담을 반토막 내며 만든 것이다. 쯧.... 물론, 주민들의 일상의 평온함과 관광객의 편리함을 위해 크고 튼튼한 다리는 필요하지만, 꼭 이토록 모질게 반토막을 내면서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용유담의 아래쪽에 있었던 옛날 출렁다리가 새삼 그리운 건, 낡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위치선정에 대한 옛사람의 안목이다. 이 용유담에는 알 만한 사람은 알고, 모를 만한 사람은 몰라도 되는 시시껄렁한 전설 하나가 전해져 온다. 옛날, 대게 모든 전설은 년도를 알 수 없는 ‘옛날’로 시작된다. 옛날, 이 용유담에는 ‘마적도사’가 살았더랬다. 이 마적도사의 실존은 용유담 위에 있는 ‘마적사’와 ‘마적대’ ‘마적동’의 존재로 능히 증명된다. 그래도 설마 하는 사람들이 있을게다. 전설에 나오는 마적도사의 실존을 믿고 안 믿고는, 물론 각자의 몫이다. 실존했던 마적도사에게는 말 잘 듣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어, 마적도사의 심부름을 곧잘 하곤 했더랬다. 이 당나귀가 장에 심부름 갈 적엔, 마적도사가 도술을 부려 쇠막대기로 다리를 놓아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항상 어느 날, 사건은 발생하게 마련인지라, 이 마적도사는 장기 두기를 워낙 좋아했는데, 그 어느 날 마적도사는 장기두기에 빠져 당나귀가 장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깜빡한 게다.(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장기두기의 상대는 그 유명한 천왕할매라고 한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당나귀는 당연히 마적도사가 도술을 부려 다리를 놓겠거니 하고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용유담의 아홉마리 중, 여덞마리 용이 서로 싸우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마적도사는 당나귀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게다. 당나귀는 짐을 싣고 서서 힘을 다해 울부짖었으나 반응이 없어 그대로 지쳐서 죽었다고 한다. 당나귀의 죽음소식을 들은 마적도사는, 아차하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그 다음 대목은 동네 어르신의 말씀을 그대로 들어보자. “그래가지고 거서 나귀가 빠져 죽고, 말하자면 패해가 발생했다 아입니까? 장기 때문에 원인은 이리 됐다 해가지고 자기가 당나귀를 그렇게 질을 들이자면 엄청난 공을 들였을 거 아니요. 그런 당나귀가 죽어뿠으니까. 자기가 장기 때문에 그랬다 해가지고 장기판을 갖다가 돌장기판이제, 그 돌장기판을 떤지뿠는데, 하나는 길 건너에 말하자면 저 강 건너에 길에 가 떨어져 삐맀고, 현재 길, 도로 있는데... 한 쪼가리는 이 주변에 떨어져가 있는데 이 건네 떨어져있는 현재 어딨는가 몬 찾았고, 저 건너 하나는 거는 도로를 딲다가 장기판을 발견했대요, 돌장기판을. 그래 그걸 갖다가 발견을 했이먼, 그대로 보존을 했이먼 상당한 관광꺼리가 될낀데. 그 돌을 갖다가 우째 했는지 현재는 없어요. 그래가지고 당나귀가 달고 다니는 구슬방울. 방울도 일곱 개나 발견을 하고 그랬는데. 그래가지고 그기 또 이상한 일이 거기서 여 송전 사람이 도로공사 일을 했거든요. 일을 했는데, 방울을 멧 사람이 나눠가졌대요, 일하는 사람들이, 본 대로. 근데 그날 저녁에 가서 자고 나니까 전부다 없어졌대요. 이 도로 논 지 불과 십한오륙 년 전이거든요.“ 십오륙 년 전만 해도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깜쪽같이 사라진 마적도사의 슬픈, 아니 마적도사 당나귀의 슬픈 전설은, 아직도 동리 주민들에게 그리고 용유담을 찾는 객들에게 전해져 오고 있다. 용유담엔, 용만 노니는 게 아니다. 용유담 양쪽 바위들에 빼곡하게 새겨진 각자(刻字 바위글씨)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닐다 갔는지 알 수 있다. 그럼, 용유담의 각자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볼까. 용담입문(龍潭入門). 이제는 도로와 다리로 네 갈래로 나뉘어졌지만, 옛사람들의 입장에서 용유담을 한번 방문해 본다면, 마천 혹은 휴천에서 백연마을을 거쳐 용유담으로 내려섰을 것이다. 그때, 그 입구에서 ‘용담입문’ 각자를 마주하면서, 아...이제 용유담이로구나... 용유담엔 여기가 용유담이란 걸, 떡 하니 알리는 각자가 세 군데나 있다. 용유동천, 동천(洞天)이란, 말 그대로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 즉 놀기 좋은 곳이란 뜻이다. 게다가, 방장제일강산 이라니...방장산은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리산에서 제일 풍광이 좋은 곳이, 여기 용유담이란 말인데.... 조선 선비들의 지리산 유람록을 훑어보면, 반드시 용유담을 거쳐 가면서,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와 시를 한 수 씩 남겨 놓았다. 용유담 조구명 (1724년) 지세는 매우 깊고 그윽하며, 地勢陰森最 하천은 격렬하게 쏟아져 내리네 . 川流激射來 바람 불고 구름 일자 용이 솟아올랐다가, 風雲龍拔出 보금자리 찾아서 바위 뚫고 돌아오네. 巢宅石穿回 깊은 가을 날씨처럼 오싹한 느낌, 凜若深秋氣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는 용의 조화, 公然自日雷 위태로운 출렁다리 건너질 못하고, 危橋跨不測 바위 넘어 새 길 찾아 건너간다네. 生路渡方開 용유대, 세신대(몸을 정갈히 한다), 심진대(진리를 추구한다), 영귀대(논어의 한 대목으로, 유유자적한 삶을 꿈꾼다), 독조대(아...獨釣寒江雪), 경화대(동갑계), 강선대(신선이 내려와서 논다)....등 많은 계모임을 기념하는 각자들이 여기저기에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에는 그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하다. 근데, 왜? 이리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글자를 새기고, 이름을 새길까? 그 이유는, 너무 간단한다. 단체사진, 단체셀카... 모여서 논 것을 기념해야하고,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서울의 돈 많고 권력 있는 양반네들은, 화가를 불러서, 그림으로 남겨, 시화첩을 만들어 각자 나눠 갖는데, 그 보다 돈이 없는 치들은, 대신, 글자를 남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용유담의 메인스트리트엔, 각자의 집대성, 아니 각자의 완결판이 모여 있다. 우선, 조선시대 유학계의 거두들의 이름이 주욱 나열되어 있다. 물론, 그 분들이 직접 새긴 것은 아니고, 후학들이 그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새겼다. 문충공점필재김선생(文忠公佔畢齋金先生) 문정공남명조선생(文貞公南冥曺先生) 문민공탁영김선생(文愍公濯纓金先生) 문헌공일두정선생(文獻公一蠹鄭先生) 신라말에 유학이 들어왔지만 최치원은 골품제로 인해 좌절하고 신선이 되어 날아가고, 고려시대 안향이 성리학을 도입하고, 고려말 삼은(三隱, 목은(牧隱) 이색, 포은(圃隱) 정몽주, 야은(冶隱) 길재)으로 이어진다. 삼은은 고려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고, 삼봉이 사대부의 나라를 꿈꾸며 조선을 개국하지만, 그 역시 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조선초, 왕권에 기댄 사대부, 즉 훈구가 왕과 권력을 분점, 아니 왕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한다. 안향에서 삼은으로 이어져온 사림은 조선초 야은 길재의 제자 김숙자, 김숙자의 아들 점필재 김종직으로 이어진다.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은 사후, 사관(史官)으로 있던 그의 제자 탁영 김일손(金馹孫, 1464~1498)이 스승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史草)에 수록하였고, 이것이 연산군 대에 필화 사건으로 이어진다. 무오사화. 김종직의 제자 일두 정여창, 탁영 김일손, 한훤당 김굉필은 사화 때 죽임을 당하고, 또 부관참시 당한다. 환훤당의 제자 정암 조광조가 중종반정 이후 훈구파와 대립하여 사림을 이끌었으나, 주초위왕(走肖爲王)의 술수로 기묘사화 때 사사된다. 선조 이후 훈구파가 쇠락하고, 사림이 재등장하여 실질적인 사대부 지배세력이 된다. 권력을 잡은 사림은 이이와 이황으로 대변되는 서인과 동인의 당파를 성립하여, 동방5현(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문묘18현(최치원,설총,안향,정몽주,정여창,김굉필,이언적,조광조,김인후,이황,이이,성혼,조헌,김장생,송시열,김집,박세채,송준길)으로 자신들의 계보를 확립하면서 정여창과 김굉필, 조광조를 복원한다 그러나 점필재는 복원되지 못한다, 그와 삼봉은 조선의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이황의 동인세력은 이후 남인과 북인으로 분화되고, 다시 북인은 소북과 대북으로 갈라지면서, 정조 이후 권력의 중심에서 사라진다. 이이의 서인세력은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은 다시 시파와 벽파로 분화된다 정조 사후, 사림은 당쟁이 아니라 세도정치로 치닫고, 시파의 우두머리 김조순의 안동김씨, 풍양조씨의 조선으로 전락한다. 선조 이후 당쟁은 왕권과 사대부의 정책대결이고, 당파는 학문과 정치적 입장을 가진 정치집단이며, 그런 의미에서 긍정성을 가진다. 하지만, 정조의 탕평책의 실패로, 당파는 세도정치로 변모한다. 학문과 정치적 입장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 한 가문의 권력 독점으로. 그리고, 조선은 멸망한다. 용유담 각자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뜬금포로 빠졌다....쩝....암튼... 그런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자가 용유담에 있다는 말씀. 그리고, 용유담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땅문서가 있다. 인묘 은 사혜평 강공 현지지(仁廟 恩 賜惠平 姜公 顯之地) 이곳은 인종임금(재위 1544-1545)이 강현(姜顯 1486-1553)에게 하사한 땅이라는 뜻이며, 강현의 호는 신안(新安)이며 혜평(惠平)은 그의 시호이다. 벼슬은 형조판서를 지냈다. 그의 13세손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봐서 1800년 이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그런지...이곳 용유담과 인근 지역은 진주 강씨의 세력권이었다. 여기저기 강씨들의 집안내력들이 남아있다.(그 유명한 세진대도 그들의 작품이다) 땅문서 바로 옆에, 같은 진주 강씨인 한사(寒沙) 강대수(姜大遂: 1591~1658)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한사 강선생 대수 영귀소(寒沙 姜先生 大遂 詠歸所) 한사(寒沙) 강대수(姜大遂: 1591~1658)는 광해군과 인조때 벼슬을 했으며, 『한사선생년보(寒沙先生年譜)』(1899)에 따르면 인조8년(1630년), 영남관찰사 재직 중 하동 섬진강에 배를 띄우고 용유담으로 거슬러 올라 천왕봉에 올랐음이 기재되어 있다는데...근데 섬진강과 용유담은 수계가 다른데, 어떻게 배를 타고 왔을까...암튼, 옛날 사람들은 대단해.... 자, 그럼 이쯤에서 각자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하고, 용유담에서 뻬놓을 수 없는, 가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다. 조선의 국가 공식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용유담을 설명하면서, 가사어에 대한 언급이 있다. “마천소(馬淺所)에 있다. 지리산 북쪽 골물이 합쳐서 임천이 되었다. 용유담(龍遊潭) 군 남쪽 40리 지점에 있으며, 임천 하류이다. 담의 양 곁에 편평한 바위가 여러 개 쌓여 있는데, 모두 갈아놓은 듯하다. 옆으로 벌려졌고 곁으로 펼쳐져서, 큰 독 같은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기도 하고, 혹은 술 항아리 같은데 온갖 기괴한 것이 신의 조화 같다. 그 물에 물고기가 있는데 등에 가사(袈裟) 같은 무늬가 있는 까닭으로 이름을 가사어(袈裟漁)라 한다. 지방 사람이 말하기를, 지리산 서북쪽에 달공사(達空寺)가 있고, 그 옆에 저연(猪淵)이 있는데 이 고기가 여기서 살다가, 해마다 가을이면 물 따라 용유담에 내려왔다가, 봄이 되면 달공지(達空池)로 돌아간다.” 그래, 설마하니, 국가 공식 지리지에 존재하지도 않는 물고기를 언급할 리가 있겠나, 싶어, 용유담과 임천과 뱀사골을 샅샅이 뒤져 보지만, 지금까지 가사어를 발견하진 못했다. 아...조선의 지리지가 거짓말을 했구나 싶어, 실망하던 차에, 가사어에 대한 명확한 증거자료를 보게 되었다. 그래, 가사어는 실재로 있었구나.... 우선, 조선시대 여러 지도에, 가사어가 살고 있다는 반야봉 아래 저연(猪淵)이라는 표기가 명확히 나와있다. 지도에 나온 지명이 거짓일 리 없다. 그리고, 조선의 유명하고, 또 믿을만한 선비들의 글에, 가사어에 대한 이야기나 제법 나온다. 그렇다, 가사어는 존재한다, 아니 존재했다. 조선 정조 때 박제가와 함께 조선실학의 기반을 닦은 이덕무(李德懋)는 ‘듣는 대로 쓰고 보는 대로 쓰고 말하는 대로 쓰고 생각하는 대로 썼다’는 의미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를 남긴다. 그가 듣고 본 이야기 한 대목이 나의 주목을 끈다. "지리산 속에 연못이 있다. 그 위에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쌓인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와 같으므로 이름 하여서 가사어(袈裟魚)라고 한다.“ 조선 실학의 거두이자, 지금도 모든 정치인들이 존경한다고 입만 열면 언급하는, 다산 정약용의 스승이신, 이덕무가 사실이 아닌 것을 글로 남길 리 없겠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함양 군수를 엮임하고, 그 밑으로 일두 정여창, 탁영 김일손, 한훤당 김굉필을 길러 낸, 조선 사림의 총수, 김종직의 시 한편을 읽어보자. 達空寺下水梭花(달봉사하수사화) 紫鬣斑鱗味更嘉(자렵반린미갱희) 珍重廣文嘗不得(진중광문상부득) 却來天嶺病夫家(각래천령병부각) 달공사 아래에 있는 물고기는, 붉은 갈기 얼룩 비늘에 맛이 더욱 좋구나. 진중한 광문께서는 맛도 보지 않고서, 도리어 천령 병부의 집까지 왔네그려. 당대의 훈구파 세력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심지어 죽어서 부관참시까지 당해 가면서, 오로지 꼿꼿한 선비의 정신을 보여준, 사림의 총수 김종직이 가사어를 먹었다는 시를 거짓으로 지었다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다. 중종 25년, 그러니까 서기 1530년, 왕명으로 지리지를 편찬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지금으로 치면, 국토교통부가 발행하는 일종의 종합지리지인 셈이다. 함양 편을 펼쳐보자. “봄이 되면 달공지(達空池)로 돌아간다. 그 까닭으로 엄천(嚴川) 이하에는 이 고기가 없다. 잡으려는 자는 이 고기가 오르내리는 때를 기다려서, 바위 폭포 사이에 그물을 쳐 놓으면 고기가 뛰어오르다가 그물 속에 떨어진다.’ 한다. 달공은 운봉현 지역이다.“ 조선이라는 국가가 편찬한 공식 지리지에, 가사어의 서식환경과 관측기록, 심지어 포획방법까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그렇다, 가사어는 실재한 어류인 것이다. 1922년, 완산 최병칠이 편찬한, 운봉의 읍지인 ‘운성지’에 주목할 만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전래되어오는 말에 의하면 가사어라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용담에 사는 80세 노인이 그 물고기를 보았다고 하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중간에 어떤 무인(武官)이 가사어를 많이 잡고자 독약을 풀어 이 때문에 멸종되었다.” 중앙정부의 공식 지리지도 아니고, 왕명이나 김종직, 이덕무 같은 쟁쟁한 인물의 저서도 아닌, 일개 운봉읍지의 내용이어서, 그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할 순 있겠지만, 그래도 어엿한 역사사료인, 운성지는 가사어의 멸종을 육하원칙에 따라, 즉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 정확히 기술 하고 있다. 이왕 하는 김에 조금 더 역사를 훑어보자면, 광해군 3년 1611년 남원부사 유몽인은, 근무는 안하고, 9일간 지리산을 산행하고 ‘유두류산록’이라는 산행기를 남긴다. 그 역시 인조반정이후 사형 당한다. 대게 지리산을 돌아다닌 조선의 선비들은 사형되거나, 부관참시되거나 아니면 조용히 은거하게 된다. 아무튼, 유몽인의 글에도 가사어가 등장하는데, “그 연못에 사는 물고기를 가사어(袈裟魚)라 부르는데, 이 세상에 다시없는 물고기로, 오직 이 못에서만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른다고 한다. 이에 어부를 시켜 그물로 잡게 하였으나, 수심이 깊어 새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 뱀사골 칠선골 한신골 맑은 물들이 모여 남강으로 가기 전, 한바탕 물의 향연을 펼치는 용유담에는 무수히 많은 역사적 사실과 자료,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지리산 봉우리 숫자만큼이나 많이 고여 있다. 유몽인은 잡다가 놓치고, 국가 지리지에는 그 생태적 고찰이 있고, 김종직은 구워서 먹고, 운봉읍지는 그 멸종에 대한 세세한 기록까지 남겨 둔 가사어라는 한 어종의 이야기만도, 이렇게 무궁무진한데..... 지리산댐을 지어 수장시키려는 우리 시대의 한심한 노력들이 아직도 기웃거리고 있고, 그 욕심 때문에 용유담은 여즉 국가명승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장마에 물이 불고, 계곡이 한번 뒤집어 지는 여름엔 용유담도 오랜만에 물들로 가득해 진다. 둘레길 걷다 지친 발을 담그기엔, 물이 너무 억세기에 탁족을 권하긴 어렵지만, 용유담 둘레를 찬찬히 한번 걸어보면서, 수많은 각자와 마적도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일게다. 그러다, 혹시 자맥질하는 수달을 발견하시거든, 그 수달 입에 물려가는 그 물고기가 혹여 가사어가 아닐까 눈여겨 보시라.
산청
-
[4월27일 기자회견] 지리산으로 향하는 포크레인을 한 대도 용납할 수 없다
4월 27일, 산청진보연합 등 지리산권 시민사회는 산청군의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 공식화에 대한 백지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당일 발표한 기자회견문 입니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포크레인을 한 대도 용납할 수 없다. 산청군은 지리산케이블카 백지화하라!!! ○ 지리산은 누구의 산인가? ‘지역경제 활성화’란 경제 논리로 지리산 인근 지자체가 끊임없이 지리산을 침범하려고 할 때 그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산청군은 지난 24일 시천면 중산리에서 장터목 인근 구간을 지리산케이블카 노선으로 정하고 담당 TF 출범을 알리며 지리산케이블카 추진을 공식화했다. 산청군민의 염원이라고 했으나 우리가 아는 산청군민은 아무도 지리산케이블카를 원하지 않는다. ○ 산청군은 과거 케이블카 사업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국립공원계획변경안을 마련하고, 환경부에 변경신청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07년 산청군은 중산리~법계사(2km), 중산리~장터목 대피소(5km) 구간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하였다. 그러나 당시 자연공원법·삭도 설치에 관한 환경부 지침 등에 의하면 케이블카 설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2012년 산청군은 주민세금 450억 원을 들여 중산리~제석봉 5.4km 구간에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경제성, 공익성, 환경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사업을 반려하였다. ○ 과거 사업추진을 바탕으로 한다면 이는 당연히 철회되어야 할 사업안이다. 산청군의 사업추진이 제대로 되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녕 산청군은 케이블카 추진 실패의 경험으로 또다시 세금을 낭비하고 지역 갈등을 부추길 것인가! ○ 중산리~장터목 구간은 백두대간인 지리산 주능선을 넘어간다. 생물다양성과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군락과 멸종위기종의 터전으로 주목과 구상나무 군락 등의 극상림이 존재하고, 2004년 복원사업이 시작된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며, 주요 법정보호종의 서식지와 산란처가 형성되어 있는 원시생태의 공간이다.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한 종을 복원하는 곳이 아니라 지리산 전체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으로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국립공원공단은 밝히고 있다. 이렇듯 지리산은 인간의 용어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는 생태적 가치와 생명을 품고 있는 곳이다. ○ 산청군은 등산객 등에 의한 훼손으로부터 산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케이블카 설치보다 더한 산림 훼손은 없다. 환경친화 공법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케이블카 설치는 이미 친환경이 아니다. 케이블카로 수많은 관광객을 실어나르면서 정상부를 훼손할 것이고, 서식지를 침범한 관광객들에 의해 야생 동식물의 피해도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환경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환경친화를 함부로 입에 담으면 안 된다. ○ 산청군 자료를 보면 ‘지리산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라며 지리산 산청 케이블카를 홍보한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정상부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한다. 지리산에서 빼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성삼재, 정령치, 형제봉, 구재봉은 케이블카 없이도 지리산의 가치를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사회정책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장애인이 산을 오르게 하는 정책에는 저마다 혈한이다. ○ 산청군수에게 묻는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누구의 산인가? 산청군의 것인가? 그 누가 자기들의 잣대로 함부로 할 수 있는 산인가?” - 우리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포크레인을 한 대도 용납할 수 없다. - 산청군 지리산케이블카 백지화하라!!! 2023년 4월 27일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녹색당, 경남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남원언저리교회,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 산청진보연합, 시민주권남원행동, 전남녹색연합, 전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생명연대,
-
[숲샘의 지리산통신] 반가운 히어리
산청 성심원 둘레길에서 만난 히어리, 지리산 깃대종이기도 하지만 이 위태로운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지리산 곳곳으로 널리 퍼져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되었기에 더 고맙고 대견스러운... (223.03.08)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3년, 다시 지리산이다. 올해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고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 이루는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천재에서 내 방식의 나 홀로 새해 시무식을 했다.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왕봉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산천재 앞마당의 남명매가 그 증인인 셈이다. 새해엔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내 능력 밖의 일들은 내려놓기로 했다. 닭을 보살피는 농장 일과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위해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초록걸음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런저런 자리들을 내려놓았으니 2023년엔 좀 더 홀가분하게 닭과 지리산에만 집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지리산의 품에 안긴 지도 어느새 스물세 해가 되었다. 그새 아들과 딸은 제 갈 길을 찾아 떠났고 아내도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6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 쏜살처럼 흘렀지만 별 탈 없이 삶터와 일터를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 이 모두가 지리산 덕택이란 생각이다. 그러니 지리산 천왕봉은 내 삶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지리산은 긴 세월 동안 힘들고 아픈 이 땅의 민중들에게 그 품을 내주어 위로와 안식의 장소이자 피난처가 되어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고 코로나와 기후 위기의 재난을 겪고 있는 2023년 현재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하동에서는 형제봉에, 남원에서는 정령치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숲을 파헤치기 일보 직전이고 섬진강에는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그 고운 강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내고 있는 게 작금의 지리산이다. 확실치도 않은 눈앞의 돈 몇 푼에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뭇 생명의 생태 그물망을 끊어 놓으려는 개발 망령들이 지리산 아흔아홉 골을 위협하고 있음에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임하기로 다짐을 했다. 지난 2018년에 20여 년 동안 찬반 논쟁을 이어오며 주민 공동체를 망가뜨려 놓았던 지리산 댐 건설 계획에 종지부를 찍고 댐 건설 완전 백지화를 정부로부터 받아냈던 것처럼 현재의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시도 역시 막아낼 수가 있고 또 막아내야만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동군청 앞에서, 남원 시청 앞에서 몸짓으로 노래로 시로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 있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 나가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새해, 지리산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과 글로써 지리산의 참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다는 약속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
지리산의 강들 또한 지리산이다.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2-06] 지리산의 강들 또한 지리산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역대급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지리산의 6월, 오랜 세월 유장하게 흐르던 지리산의 강들도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지리산 댐 건설 논란으로 하마터면 수장될 뻔했던 엄천강 용유담의 거북바위도 배를 수면 위로 드러낸 채 가뭄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산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은 산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리산 골골 계곡물들은 북쪽 엄천강과 람천, 동쪽 경호강과 덕천강, 남쪽 섬진강을 지나 바다로 바다로 향한다. 강물은 막힘 없이 흐르고 강가의 모래와 자갈 그리고 온갖 수생식물들이 어울릴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강으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의 강들에서는 거의 매일 작업 중인 중장비들을 볼 수 있다. 섬진강에서는 그 고운 모래들을 퍼내고 덕천강에서는 강바닥의 자갈들을 실어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 뽑힌 지자체장들이여, 제발 눈앞의 돈 몇 푼 때문에 그 아름다운 강을 파헤치지 마시라. 지리산이 그냥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듯이 지리산의 강들 또한 있는 그대로 구불구불 흐를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사족 : 지령 1,000호를 맞은 한국농정신문이 쉼 없이 흐르는 지리산의 강물처럼 1만 호, 10만 호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1 : 경호강의 노을 적벽산 아래로 흐르는 경호강, 저 멀리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 웅석봉으로 이어진 달뜨기 능선이 노을로 물들고 있다. 사진2 : 꽃봉산에서 바라본 경호강 산청읍 꽃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호강, 운무에 쌓인 웅석봉을 필자는 한국의 마터호른이라 부른다. 사진3 : 덕천강과 구름 속 천왕봉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을 보냈던 산천재에서 바라본 덕천강,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서 진양호로 향한다. 남쪽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사진4 : 엄천강 용유담 운봉에서 발원한 람천이 실상사를 지나 백무동계곡, 칠선계곡물과 만나 엄천강이 되고 용유담을 이룬다. 그 용유담 가운데서 배까지 드러난 거북바위, 극심한 봄 가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량이 많아 물에 잠길 땐 용머리처럼 보여 용바위라고도 불린다. 사진5 : 만수천과 천왕봉 실상사 해탈교에서 바라본 만수천은 바짝 말랐다. 저 멀리 천왕봉은 좌 중봉 우 제석봉을 거느리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 강물이 엄천강, 경호강 지나 남강 댐까지 가서 낙동강으로 사천만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곳까지 갈 수나 있을지... 사진6 : 구례 서시천 구례읍을 지나 섬진강으로 향하는 서시천, 강둑을 따라 길이 만들어진 지리산 둘레길에서 강물에 비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바라보다. 사진7 : 섬진강 화개장터에서 평사리로 향해서 섬진강 길을 걷고 있는 길동무들, 노랗게 핀 큰금계국의 꽃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사진 8 : 아픈 섬진강 모래가 많아 다사강이라고 불리는 섬진강, 섬진강의 그 고운 모래를 퍼내서 산성처럼 쌓고는 대형 트럭으로 쉼 없이 실어낸다. 섬진강 재첩이 사라지고 강의 자정 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도 지자체는 돈 몇 푼을 위해 언제까지 모래 장사를 이어갈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하동
-
[숲샘의 지리산통신] 봄날, 하동호 둘레길에서 화양연화를...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년 1월에 착공하여 1993년 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으로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하동호 둘레길이 새 단장을 하고 2000년 봄에 완성되었다. 전체 길이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구간에는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하동호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드리 왕벚나무 가로수가 꽃을 활짝 피우는 4월 초라 할 수 있다. 하동호 둘레길은 하동호 댐 주차장에서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하길 권한다. 비바체리조트를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나는데 왕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쯤이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의 연초록의 새잎은 눈과 머리를 헹궈주고 온몸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를 만날 때마다 쉽지 않은 외래어 이름보다는 북한에서 부르는 것처럼 수삼(水杉)나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전엔 청학동으로 가는 1003번 지방도를 따라 왕벚나무 터널길로 걸었었는데 지금은 호수를 따라 데크 길이 조성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다. 하동호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인데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휴식과 함께 하동호를 바라보며 물멍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2023.04.25) 나본마을을 뒤로 하고 하동호 둘레길 나머지 반을 걷게 되는데 30분쯤 더 걸으면 만나는 상이리는 위태에서 양이터재 넘어 하동호로 이어지는 둘레길 10코스가 지나는 마을로 여기서부터는 둘레길 10코스와 하동호 둘레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상이리에서 하동호 댐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하동호의 비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하동호 댐에 도착하면 망향관에 들러 하동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청암골 아홉 마을(몰랑몰, 새터, 가리점, 대밭몰, 고래실, 생방몰, 동촌, 가마소, 난전)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렇게 출발점인 하동호 댐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면 느릿느릿 걸어도 세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산중호수길로 이름 붙여진 이 하동호 둘레길은 장애가 있는 분들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점 회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동호 둘레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왕벚꽃잎 난분분 흩날리는 4월의 하동호 둘레길을 걷는 이들은 분명 봄날의 화양연화를 만끽하리라.
-
지리산 화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결과 발표
- 국립공원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 낙엽활엽수림이 산불피해 낮춰 -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하동참여자치연대, 부산대학교, 순천대학교, 백두대간숲연구소 등 ** 3월 12일(1차), 3월 22일(2차), 3월 28일(3차), 3월 29일(4차)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121ha(정부발표, 91ha)로 분석되었는데, 최근 20년간 국립공원 내 산불피해면적 총 111.8ha와 비교할 때, 역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Landsat-8 위성영상을 분석했을 때, 산불 지표화로 피해가 거의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산불강도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되는 바, 피해면적이 Sentinel영상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화개 지역 산불은 전체 35ha의 피해면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피해강도가 낮음으로 분석된 지역은 전체 피해지역의 92%를 차지하고 있어 피해강도가 매우 낮음을 알 수 있었고, 합천산불의 경우에는 총 피해면적이 59ha로 나타났고, 이 중 높음 이상의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 전체 피해지역의 22%를 차지하고 있었고, 피해도가 낮음으로 분석된 지역은 55%로 화개 지역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사진 설명_ 합천 일대 산불피해지 모습. 해당지역은 숲가꾸기 사업을 시행한 곳으로 임도 주변 대부분의 소나무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화개 지역의 활엽수림 산불피해 유형과는 명백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지리산 화개 지역의 산불강도가 낮았던 이유로는 해당지역의 사면부 식생 대부분이 자연적인 숲의 발달에 의해 소나무림이 쇠퇴하고 낙엽활엽수림으로 발달하는 과정의 숲으로 형성되어 있음이 원인으로 확인되었다. 인위적 간섭이 없어 활엽수의 밀도가 높아 숲 내부 바람이 세지 않아 산불이 수관화로 대형화되지 않고 지표화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능선부의 소나무 토지극상림에 다다라서야 수관을 태운 것으로 확인되었고, 소나무 피해목이 발생한 지역은 빠르게 낙엽활엽수림이 발달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인간의 간섭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질 때, 산불에 가장 강한 숲이 만들어지게 된다”며, “합천 산불과 비교했을 때 명확히 나타났듯이 국립공원의 산림은 인위적 간섭이 있는 산림의 산불발생 특성과는 다르게 산불로부터 이미 안전한 숲이 되어 있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화개 지역은 능선부 까지 더욱 안전한 숲으로 빠르게 자연 스스로 복원될 것이다. 다른 지역 또한 인위적 간섭을 줄이는 것이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상황에서 산불에 안전한 숲이 되는 지름길이다”라고 평가했다. 산불피해지 ‘토양 특성에 대한 변화’에 대해서는, 산불피해지 대부분이 지표화로 인해 지표면의 낙엽층이 연소되어 재만 남아 있는 상태로 확인되었고, 이로 인해 유기물을 무기화하여 일시적으로 토양의 양분량이 늘어나고 빗물에 의해 일부는 용탈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지표면의 무기염류 변화는 흙 속에 매몰된 매토종자나 초본층 식생의 생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낙엽층 아래의 토양층에는 지표화가 큰 영향을 주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토양특성에 변화는 적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사진 설명_ 이번 산불은 표면의 낙엽만을 태웠기 때문에, 흙 속에 있는 씨앗들(매토종자)은 한꺼번에 공급된 무기양분에 더해 사라진 낙엽층으로 인해 활발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어 지표면의 생태계는 아주 빠르게 복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지역 내부 동물이 바닥을 헤쳐 놓은 곳은 피해가 없는 상태 그대로 안정된 토양이 드러나 있다. 산불피해지 토양침식 및 산사태 우려에 대해서는, 해당지역은 수관층이 발달하는 가운데 조릿대 등의 하층식생이 우점한 곳으로 산불 지표화로 인해 대부분의 하층식생만 피해를 보았을 뿐, 조릿대 등의 하층식생 뿌리가 살아있어 대면적의 토양침식이 우려되는 현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식생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다. 더불어 하층식생 뿌리가 토양 안정화 상태로 토양층을 보전하고 있어 산사태 우려도 적을 것으로 조사되었고, 수관층이 발달해 있어서 강우발생 시에도 수관우(수관층에 떨어져 흐르는 빗물)와 수간우(수목을 타고 흐르는 빗물)에 따라 대면적의 토양침식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전체적인 현장 토양 상태를 고려했을 때, 장마철의 집중호우 시에는 일부 지표면의 재와 토양이 침식될 가능성은 있겠으나, 토양침식이 우려되는 급사면에 흙막이공사 등의 응급복구사업은 오히려 토양침식을 확대할 우려가 큰 것으로 평가했다. 산불피해지 대성골 탐방로 주변 사면부 안전 우려는, 해당지역 주변은 경사가 상당히 급한 지역으로 이미 사면의 침식과 붕괴의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확인되었으나, 과거 산사태나 유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강우 등의 외부영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탐방로 주변 현장의 사면 붕괴나 유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진 설명_ 산불로 인해 바닥의 마른 낙엽이 불탔지만, 숲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는 대부분 살아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토사의 유실은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지난 3월 23일 산불피해지에 비교적 많은 봄비가 내렸으나, 현장에서 빗방울(우적)에 의한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물이 침투되지 못하고 지표를 흐르는 물의 발생흔적도 없었으며, 이로 인한 토양의 유실현상도 탐방로 주변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로, 보통 우적에 의한 침식이 가장 큰 침식요인이며, 이어지는 추가 침식을 야기한다.) 또한, 이미 탐방로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초본류가 표토와 재를 뚫고 토지를 피복시키고 있으며, 생육한 활엽수에서는 잎이 나오기 시작해 강우에 의한 침식이나 피해를 보다 억제할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산불피해지 내 탐방로 주변에는 산불발생 여부나 강도에 따라 정비구간을 설정할 곳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하동참여자치연대, 경남녹색당(준), 경남시민환경연구소,경남환경운동연합,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진주환경운동연합
-
흑두루미와 함께, 생명의 2023년!
하동주민신문 '오! 하동' 기사 중에서 흑두루미와 함께, 생명의 2023년! 하동 갈사만을 찾은 흑두루미들이 추수를 끝낸 논에 떨어진 나락을 주워 먹고 있다. 최근 국제적인 보호종이자 국내에서도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흑두루미 수 백 마리가 갈사만을 찾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흑두루미의 방문에 지역 주민들도 반가워하고 있다. (사진제공 : 이명정) 오!하동 신문 보기 -> 2023년 1월, 아직은 18호 (notion.site)
-
[9월 17일] 산악열차, 기후위기 그리고 우리들
2022년 9월 17일 (토) 오후 5시, 하동송림 주차장 강가에 있는 큰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짧은 영상을 함께 보고, 내 이야기를 하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김밥도 먹고, 송림을 함께 걷는 ‘산악열차, 기후위기 그리고 우리들’
구례
-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 환경부가 말하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경남녹색당. 경남환경운동연합.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사단법인 한생명.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산청진보연합.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세종기후행동. 세종환경운동연합. 수달친구들. 전교조산청지회. 전남녹색연합.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남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산악열차반대남원대책위.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종교연대. 진보당산청지역위원회(준). 진주환경운동연합. 창녕환경운동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하동녹색당. 하동참여자치연대. 함양시민연대 등 지리산을 사랑하는 여러 단체는 6월 1일 11시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 환경부가 말하라!>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을 원문 그대로 올립니다.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 중단, 환경부가 말하라! 땅속에선 감자가, 논에서는 모가, 밭에서는 각종 작물이 자라는 유월입니다. 우리 생명의 먹거리를 주시는 온 자연과 더불어 오늘 이 기자회견에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는 지금 왜 환경부 앞에 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지리산 아래에서 평화롭게 살아야 할 우리를 왜 세종시까지 오게 했는지 환경부가 답해야 합니다.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에 있어야 할 우리가 왜 환경부 앞에 모일 수밖에 없었는지 환경부는 똑똑히 들어야 합니다. 환경부는 왜 우리를 이곳으로 불렀는가! 환경부가 그 이름에 걸맞게 환경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환경부로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이름만 환경부이지 환경파괴에 동조하고, 환경 훼손을 눈감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왜 우리를 이곳으로 불렀는가! 지리산 환경을 파괴하려는 5개 시군의 욕심 앞에 환경부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악열차, 케이블카, 골프장, 도로와 임도를 ‘개발’이라는 미명을 갖다 붙여 숲을 깎고, 흙을 파헤치고, 거기 사는 생명을 죽이는데도 환경부가 가만히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겨냥한 모든 개발사업에 더는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의 처참한 결과를 모두에게 알려야 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지키는 일이 개발론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이익’을 오랫동안 보존하는 일이라고 공적인 그 입으로 엄중하게 말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환경파괴를 막는 파수꾼으로서 그 존재의 가치를 다해야 합니다. 지리산이 어떤 곳입니까! 지리산은 1967년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개발 야욕에 눈먼 자들이 있어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리산국립공원을 카테고리 Ⅱ로 등재하고 그린리스트로 지정하면서, 지리산의 보전 필요성과 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주지 않았습니까? 백두대간의 최남단에 위치한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40여 종이나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만든 국립공원 경계 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반달가슴곰, 담비, 수달, 삵, 하늘다람쥐,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넘어 지리산 숲 전체를 삶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립공원이라는 선에 집착하지 않아야 함을 일깨웁니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지리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보호지역이며, 최대면적의 육상 생태계입니다. 또한 지리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가 80여 점이나 있어 야외박물관이라고 표현되며, 다랭이논, 천년송 등의 향토경관도 곳곳에 남아있어 역사문화, 인문사회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지리산은 우리가 잘 보전해서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연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지리산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남원에서는 산악열차가, 산청에서는 케이블카가, 구례에서는 골프장과 케이블카가, 함양에서는 벽소령도로와 케이블카가, 하동에서는 임도가 지리산을 여기저기 들쑤시려 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둘러싼 5개 시군에서 어떤 환경파괴가 자행되는지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남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남원에서 불거진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은 모든 면에서 엉터리입니다. 주민 의견 수렴은커녕 제대로 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추진했기 때문에 비민주적이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나무를 베고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생물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에 반생태적입니다. 매년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도로에 궤도를 설치하기 때문에 안전하지도 않으며, 경제성 평가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남원시는 친환경 전기열차라고 포장하지만 실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을 훼손하고 수천억 원의 세금을 낭비하는 시대착오적 토목 사업에 불과합니다. 산청으로 가 보겠습니다. 2007년과 2012년에 지리산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했지만 두 번 모두 환경부로부터 반려 당한 산청군은 지난 4월 24일 지리산 케이블카 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며 또 케이블카 카드를 만지작거립니다.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공약인 지리산 케이블카는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 엄중한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와 친환경이라는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는 멍청한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케이블카 미련이 다시는 남지 않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절대 안 된다고 환경부가 말해야 합니다. 구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지리산골프장을 짓겠다고 합니다. 국립공원 바로 밑에 27홀 규모 45만 평 골프장을 짓겠다 합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숲을 다 파헤쳐 골프장이라니요, 수달과 삵과 팔색조가 사는 야생생물 서식지를 밀어내고 골프장을 짓겠다니요! 주민들에겐 한마디 설명도 없이 관변단체를 동원해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밀어붙이는 구례군은 시행사 이사인 산주가 골프장 예정지의 숲을 미리미리 싹 정리하도록 불법 벌목도 막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과 생태·자연도 1등급 숲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가 위태롭다면 환경부가 나서서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막아야 합니다. 함양은 또 어떨까요? 2018년 지리산댐 백지화 후 조용했던 함양의 골짜기가 다시 시끄러워지려 합니다. 함양군이 하동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길 벽소령 지방도 1023호선 개설 욕심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역대급으로 오가는 시대에 숲을 깎아 만들겠다는 이 도로는 위험할뿐더러 환경 보존을 통해 생태적 가치를 우선하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습니다. 도로가 뚫리고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벽소령을 다니면, 동식물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곳 우리 인간의 생명에도 위협이 됩니다. 환경부가 나서서 막아야 할 일입니다. 하동의 임도 문제는 또 어떻습니까? 얼마 전, 지리산국립공원 대성골에서는 국립공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자연상태의 낙엽활엽수 숲은 산불의 무차별적인 확산을 막았습니다. 대성골의 숲은 산불이 나기 이전으로 빠르게 회복되었습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 시대, 삶의 근원인 숲을 지키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조성한 단순 침엽수림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낙엽활엽수의 숲 말입니다. 환경부는 인공 숲 조성이나 임도 개설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된 낙엽활엽수의 숲을 보호하고 가꾸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지리산을 이렇게 가만두지 않으려는 5개 시군의 행태를 보고도 환경부가 가만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립공원이라는 딱지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라는 의미도, 야외박물관이니 생태계 보고니 하는 가치도 개발 이익 앞에서는 그저 무시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입니까! 국립공원을,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야외박물관을, 생태계의 보고를 개발 이익에 앞서 지켜내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 아닙니까! 개발론자들이 지리산을 칼질하려 들 때 앞장서서 막아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 아닙니까!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지리산 자락 5개 시군의 사람들은 환경부가 정말 그 이름에 걸맞게 환경부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합니다. 환경부는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들을 중단하도록 나서야 합니다. 지리산이 파헤쳐지는데도 보고만 있는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닙니다. 지리산에 사는 생명들이 죽어 가는 데도 막지 않는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닙니다. 지리산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려 드는 자들의 입을 막지 않는 환경부는 환경부가 아닙니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숲을 보존하려는 마음입니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개발이익이 아니라 생태순환 고리의 회복이며,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안전한 서식지이며, 기후위기로부터 모두를 지킬 숲의 자연복원입니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지역별 갈등만 부추기는 개발사업이 아니라 지리산권 전체의 평화로운 공동체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지켜 내기 위해 이제야말로 환경부가 답할 차례입니다. 지리산을 겨냥한 모든 개발사업이 중단되도록 환경부가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고맙습니다.
-
생물종다양성의 날, 멸종위기 야생생물 죽이는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 촉구
“구례군수 믿을 수 없어, 환경부가 나서라” “생태·자연도 1등급 숲 파헤치는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하라” 생물종다양성의 날, 멸종위기 야생생물 죽이는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 촉구 지리산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과 전남 환경단체 등이 불법 벌목을 방관한 구례군을 규탄하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서 골프장이 개발되지 못하게 환경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30여 명은 22일 <생물종다양성의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와 환경부를 상대로 불법 벌목을 방관한 구례군의 직무유기를 엄벌하고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구례군이 지리산골프장 개발 추진에만 열을 올렸을 뿐 예정지에서 일어나는 불법 벌목을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않았다며, 구례군의 직무유기로 인해 지리산골프장 시행사 이사인 산주가 허가지 외 지역에서의 벌목과 허가 기간 외 벌목 등 불법을 편하게 저질렀다고 밝혔다. 사포마을 주민들은“5월 15일 확인한 불법 벌목 지역은 총 8필지, 284,139㎡(85,952평)다. 이 불법 벌목지역은 지리산골프장 예정지다. 8만 6천 평에 이르는 면적이 불법으로 벌목되는 동안에도 구례군은 제재 시늉만 했을 뿐 벌목을 중단시키지 못했으며, 불법은 산주가 저질렀을 뿐 군은 잘못 없다는 태도로 불법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는 “구례군이 벌채를 허가하고 불법을 방관하여 현재 수만 그루 나무가 잘려나간 이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이 약 21만㎡나 된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겨우 170m 벗어난 지역이다. 이 땅은 수백 년 된 굵은 아름드리가 숲을 이루고, 멸종위기야생생물 1등급 수달과 2등급 삵, 담비 등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는 천혜의 보고”라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생태보전가치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환경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민들은 “민관합동심의나 환경영향평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지리산골프장을 조속히 추진하려고만 하는 구례군을 믿을 수 없다. 거짓과 직무유기 일삼는 김순호 구례군수와 군 산림과는 공무원의 의무를 저버린 자들”이라고 구례군을 규탄했다. 아울러 “환경부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훼손되도록 방관한다면 자연환경보전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며 그 존재 가치를 버리는 일”이라며 순천을 찾은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즉각 나설 것을 요구했다. 참여자들은 발언이 모두 끝난 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있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를 향해 ‘지리산이 전하는 생명편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는 “환경부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삶터를 빼앗기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편에 서 달라”며 “생물다양성의 날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있어야 할 곳은 국제습지센터라는 실내공간이 아니라 케이블카로 고통받는 설악산국립공원이며, 공항으로 사라지게 될 수라갯벌과 가덕도이며, 골프장 때문에 사라진 50ha의 지리산 숲, 바로 그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회견을 마친 뒤 전남 동부지역본부 산림보존과장과 만나 면담을 가졌다.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가 현재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자행된 불법적인 벌목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김순호 구례군수와 구례군 산림과를 특정하여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밝혀주기를 요구했다.
-
[6월2일~3일] 지리산1019 생명평화기행
지리산 1019 생명평화기행 세번째 아버지의 행방을 묻자 아이는 손가라긍로 천장을 가리켰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아이는 한 생을 그 순간의 감옥에 갇혔습니다. 이제라도 여순 1019 항쟁의 사무친 한을 풀고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꿀 때입니다. 진실을 마주하고 성찰하면서 치유와 상생의 미래를 나누는 지리산1019생명평화기행 세번째 여정에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5월22일] 지리산골프장 개발 반대 및 구례군 규탄 기자회견
지리산골프장 개발 반대 및 구례군 규탄 기자회견 2023년 5월 22일 (월) 10시 30분 : 순천 전남 동부지역본부 앞 기자회견 11시 : 전남 동부지역본부 면담 순서 : 경과보고 – 발언 – 기자회견문 낭독 – 질의응답 – 면담 - 불법 벌채 방관하고 꼼수 쓰는 구례군은 믿을 수 없다! -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는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불법 벌목 진상 조사하라! -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가 나서서 구례군수와 산림과의 직무유기 조사하고 처벌하라! - 구례군은 당장 지리산골프장 개발 중단하라! 구례군은 무허가 벌목을 방관한 채 지리산골프장 조성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골프장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장인 구례군수는 실시계획인가의 관건인 환경영향평가를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도 않는 수확 벌채를 허가하였으며 구례군 산림과는 무허가 벌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모르는 체했습니다. 골프장 추진 의지만 불태우는 김순호 구례군수와 무허가 벌목이 진행되는 동안 작업 중지의 시늉만 한 구례군 산림과는 공무원의 의무를 저버린 자들입니다. 이에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는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가 나서서 현재 자행된 불법적인 벌목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가 김순호 구례군수와 구례군 산림과를 특정하여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성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밝혀주기를 간절히 요청하며 기자회견을 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셔서 지리산골프장 개발 반대의 목소리를 알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수달이 발견되는 지리산 기슭에 골프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