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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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준 07-23 11:48

    보전해야 할 숲의 조건?

    보전해야 할 숲의 조건? 대상지에 가장 넓게 분포한고 있는 식생보전등급 Ⅲ등급의 소나무군락. 없어져도 되는 숲인가? 몇 해 전, 지리산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마을인 산청군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골프장 건설은 산림 파괴와 농약 살포로 인한 오염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이에 지역 환경단체인 지리산사람들을 중심으로 필자를 비롯한 지역의 생태 전문가가 모여서 사업 대상지에 대한 생태 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얼마 전 공식적인 보고서로 작성하였다. 자연을 보전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지만, 자연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느껴진 불편함과 답답한 보전 정책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상지의 생태 조사 결과 포유류와 조류 조사 결과에서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삵, 하늘다람쥐, 수달, 담비, 참매, 붉은배새매, 팔색조가 확인되어 보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식생, 식물상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한마디로 대상지의 숲은 ‘그저 그랬다’. 전국적으로 흔하디 흔한 소나무군락이 대부분이고, 간혹 가슴높이 직경(흉고직경)이 큰 나무가 분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슴높이 직경이 20cm를 조금 넘는 어린 숲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넓은 지역이 ‘숲가꾸기’란 멋진 이름으로 포장된 사업이 시행되어 교목층(가장 큰 키의 나무들)을 제외한 하층 식생이 제거된, 인위적으로 관리된 숲이었다. 이러한 숲은 잘려진 하층에서 식물이 급격히 자라면서 서로 뒤엉킨 듯한 모습으로 복잡하게(안정적인 숲이 아닌 천이 초기의 모습) 자라난다. 국가에서는 식생의 상태에 따라 식생을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한다. 이를 식생보전등급이라고 하며, 식생이 가장 좋은 Ⅰ등급에서 가장 좋지 않은 Ⅴ등급까지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식생보전등급이 Ⅰ,Ⅱ등급으로 평가된 지역은 보전과 복원을 우선으로 하지만, 그 외 Ⅲ~Ⅴ등급은 큰 문제 없이 개발이 허가되고 숲은 사라진다. 이러한 평가 방식을 적용한 결과 대상지는 모두 식생보전등급 Ⅲ~Ⅴ등급에 분포하기에, 기존의 정책대로라면 숲을 보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물분야도 마찬가지다. 법적보호종인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되지 않는 숲은 개발의 논리에서 지켜내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렇게 숲을 보전하기 위해 조사를 하면, 멸종위기종을 찾고, 식생보전등급이 높은 숲을 찾아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대상지 일대의 생태‧자연도. 대상지 내 보전 및 복원을 우선하는 1등급 지역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 식생보전등급 Ⅲ~Ⅴ등급의 소나무군락이 대부분인 이 숲에 대한 보고서를 조사 결과 그대로 담담히 작성하다보니, 불편함과 답답한 한계가 느껴진 것이다. 좋은 숲은 보전해야하고, 상대적으로 식생 발달 상태가 좋지 않은 숲은 보전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식생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간다. 그런 변화의 과정을 천이(succession)라 부르고 Clements의 고전적 천이 이론에 따르면 식생은 극상림으로 변해가고, 그러한 극상림(Climax forest)은 구조적 기능적으로 안정된 시스템을 갖춘다. 따라서 현재는 식생이 ‘그저 그렇게’ 보이더라도, 이러한 숲이 10년, 20년, 또는 50년, 100년간 보전된다면 국립공원 수준의 울창한 숲으로 우리를 맞아줄 것이다. 또한, 현재의 시점에서만 좋은 숲을 보전하고,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숲은 계속 없어진다면 울창한 숲이 지금보다 넓게 확대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현재의 상태가 다소 좋지 않다고 그 숲을 보전하지 않는 것은 미래에 아름드리 나무로 자랄 어린 나무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울창한 숲 역시 과거에는 모두 식생보전등급이 낮은 ‘그저 그런 숲’ 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평가하고 등급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보전해야할 숲의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희귀한 식물이 살고 있어야 보전될 자격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천이 초기에 나오는 ‘그저 그런’ 숲이 우리 곁에 없다면 결국 극상림의 울창한 숲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데도 개발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작은 땅에 이미 많은 것을 개발해 왔고 많은 숲을 파괴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인간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상황을 맞닥뜨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숲에 식생보전등급을 매겨 ‘Ⅰ,Ⅱ등급이면 보전, Ⅲ~Ⅴ등급이면 개발 가능’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따라 보전할 숲과 개발할 숲을 판가름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있는 숲을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게 전해 주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위기는,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 것도 명확하게 좋다, 괜찮다, 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 '보전되어야 할 숲의 조건'을 따져야 할 때는 지났다. 글쓴이 : 정태준 모두를위한생태연구소 소장(자연과 사람이 모두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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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홍현경 08-31 17:35

    상상할 것인가 상실할 것인가

    여름에 감기라니. “아니, 땀이 줄줄 나는데 어떻게 감기에 걸릴 수 있죠?” 침만 넘어가도 통증으로 답하는 나의 목에게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목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신호 줬잖아?” 아뿔싸, 그랬구나. 목은 내게 계속 따끔따끔하게 신호를 보냈던 거예요. 목감기가 올 거야, 따뜻한 물을 마셔, 목을 따뜻하게 감싸, 좀 쉬어, 하고요. 그러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여러 날을 앓았지요.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몸에서 나비효과가 일어났던 걸까요?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 몸에서 감기라는 태풍을 일으킨 ‘사소한’ 변화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오로지 목의 문제였을까요? 어쩌면 이것은 육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정신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목에서 시작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장에 사는 균에 의해 시작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염증이나 바이러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평소 내가 늘 하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드러난 감기는 결말이 아니라 더 큰 한 방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사소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런던에 사는 루시(Lucy Jiachun Hu)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꿔 온 공동체 정원을 시의회가 철거할 계획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그들만의 나비효과를 계획했습니다. 루시와 친구들은 나비를 유인하는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이 철거될 거라는데 왜 꽃을 심었을까요? 꽃을 심으면, 나비가 모여들고, 나비는 박쥐의 주요 먹이라서 박쥐가 정원에 나타날 것이고, 박쥐가 정원에 둥지를 틀면 그 공간이 종 보호 지역이 될 것이며, 결국 시의회는 종 보호 지역을 함부로 파헤칠 수 없게 될 것이기에, 정원 철거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들이 바란 나비효과는 제대로 나타났을까요? 안타깝게도 당장 박쥐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눈으로 보면 루시와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바보 같은 짓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상력, 창의성 그러니까 무수한 연결고리를 과소평가하지 않는 공생을 향한 애정 어린 발상이야말로 지금 너무나 이성적이고 너무나 인과를 중시해 능력주의로까지 변질된 이 딱딱한 세상에 꼭 필요한 나비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벌이 사라지면, 참새가 사라지면, 환삼덩굴과 은행나무가 사라지면 생길 무수한 연쇄 반응을 상상하는 힘은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를 따라 오는 거대한 나비효과의 신호를 알아차리게 해 줄 테니까요. 상상하지 못하는 자들의 도시는 신호를 받지 못한다 큰 대형 사고가 생기기 전에 그와 비슷한 가벼운 사고가 스물아홉 번, 그리고 위험한 징후나 전조가 300번 정도 반드시 먼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습니다. 이 통계적 법칙이 모든 사안에 들어맞진 않겠지만,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울 때 종종 인용됩니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 구조는 계속 신호를 보냅니다. 이러다 큰일 난다, 하고요. 그러나 상상하지 못하는 자들의 도시는 허점을 알려 준 사고를 신호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하다 결국 대형 사고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이 불볕더위는 과연 무엇의 전조 증상일까요? 아니면 반대로 어떤 신호를 무시해 온 나비효과일까요? 목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 며칠을 앓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수한 고리로 연결된 내 몸에, 이 사회에, 나아가 전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나비효과가 벌어지고 있을지를 상상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들의 보금자리에 공항 하나를 들이는 일이, 야생동물의 집에 도로를 뚫고 케이블카를 놓는 행위가, 원전을 추가하고 데이터 센터를 짓는 일들이 지구의 시간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맞닥뜨릴 나비효과가 사랑하는 이를 잃는 거대한 사고나 재난, 나아가 멸종의 형태로 찾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면요. 목감기가 차츰 잦아들고 기침과 콧물이 수줍게 나올 때쯤, 귀와 턱이 만나는 지점이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사랑니가 솟아 나오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우와, 나라는 몸뚱어리의 신비로움이 어디까지 나를 끌고 갈까,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요즘 나의 더듬이는 어디를 향해 나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너무, 나의 고통에만 집중하고 있었더라고요. 내 안의 충만함을 넘어서 지구로 확장되는 연결을 가능케 하는 상상력을 잃지 않으려면, 더듬이의 방향을 잘 잡아야겠습니다. 전쟁 덕분에 이윤을 보는 자들로부터 인간다움의 절멸을 느껴야 하는 요즘, 당신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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