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0-08(목)

전체기사보기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이삭 패는 처서
    좌:제주도 재래종인 토종 구억배추, 우:잡종 결구배추_둘 다 직접 키운 거지만 지금은 토종만 심는다. 결구배추가 키우기 힘든 것도 있고 토종의 깊고 구수한 맛도 없어 심지 않게 되었다. 가끔 불량식품도 먹고 싶을 때가 있듯 결구배추의 고소한 속맛이 당길 때도 있긴 하지만....... 처서는 처서였습니다. 열대야가 조금 누그러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벼가 이삭을 패기 시작했거든요. 낮엔 여전히 34도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혹시나 논엔 가을이 찾아와 있지 않았을까 싶어 두눈 크게 뜨고 살폈지만 이삭을 보진 못했어요. 실망한 마음에 당근밭 풀이나 매야지 하고 갔다가 아직 뜨거운 더위가 힘들어 딴 일 찾아 창고로 갔습니다. 길가 그늘쪽 풀이나 제초할 요량에 새로 구입한 예초기 날 교체하려고요. 날을 고정할 볼트가 안 보여 핑계김에 잘 됐다는 심보로 연장통 정리나 하고 있는데 아내가 물 먹으러 왔다가 반가운 목소리로 벼 이삭을 보았다고 전해주네요."어디 어디? 난 못봤는데.""논 끝에 있어 못 봤구나, 근데 아직 두그루뿐이야.""그게 어딘대?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그러고는 이삭 잘 패라고 그새 콩 심어놓은 논 둑 풀매고 왔다지 뭡니까. 바람 잘 통하라구요. 극성은 극성입디다. 더위가 아직 한창인데 말이죠. "아냐, 바람이 약간 있어 할만 했어." 이마에 땀방울 흠뻑 맺힌채 찬물 들이키며 그딴 소리나 하니 걱정은 되지만 놓친 가을 소식에 기분은 좋더이다. 바로 논으로 달려갔지요.처서는 가을 첫달인 음력 7월의 정점임에도 음력이 조금 늦은 올해는 처서가 보름 전에 들었네요. 그렇지만 7월 11일이라 그리 늦은 편은 아니고요, 곧 7월15일 백중이 찾아오니 가을은 하루하루 다르게 익어갈겁니다. 작년엔 윤6월14일에 든 입추에 벼 이삭이 팼습니다. 윤달이 아니었으면 7월14일에 이삭이 올라온 것이니 7월12일에 이삭 올라 온 올해랑 음력 기준으로 보면 엇비슷 해보입니다. 그런데 양력 기준으로 보면 작년엔 입추에 팼는데 올해는 처서에 팼으니 보름가량 늦은 건데요, 제가 볼 땐 입추에 팬 작년이 이상한겁니다. 올해가 정상이죠.처서가 되면 가을은 점차 가속도가 붙어 익어 갈겁니다. 입추에 맥아리 없던 귀뚜라미 소리가 처서가 되었다고 한결 청아해진 걸 봐도 알 수 있지요. 다만 소서에 피던 무궁화꽃이 올해는 일주일 이상 늦게 피다 이제서야 절정이니 서리가 늦게 올 것 같아 걱정이긴 합니다. 서리 내릴 때를 알려주는 똑똑한 꽃 무궁화가 늦게 피어 서리도 늦으면 서리 맞아 맛이 드는 무, 배추가 제대로 서리를 맞지 못 할 수 있거든요.처서 즈음해 드는 음력 7월15일 백중은 단오 다음으로 큰 마을 축제였습니다. 먹을 게 별로 없어 배고픈 축제가 단오라면 백중은 비로소 먹을 게 많은 배부른 축제였어요. 이 때쯤 되면 풀에서 나는 과채류 과일, 곧 수박 참외 오이 호박 가지 고추가 한창이고 나무에서 나는 포도 자두 복숭아 파란 햇사과도 한창이지요. 요즘은 일찍 먹을 욕심에 뭐든지 일찍 익게 종자 개량들을 해서 제철 맛이 사라진 게 진짜 아쉽지요. 백중절도 사라진 게 그래서일까요?그건 아니구요. 일제강점기 때 단오와 함께 없어졌습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핑계였지만 마을공동체 문화에 기대 언제 다시 필지 모를 독립운동의 싹마저 말살하려 했던 거죠.암튼 또 다르게, 단오는 벼 모내는 축제인 반면 백중은 말복으로 논 피사리 끝내고 쉬는 축제였습니다. 호미를 씻어 걸어둔다 해서 호미씻이, 피사리 머슴 쉰다 해서 머슴생일이라고도 했지요.그렇지만 마냥 축제만 즐길 한가한 것만은 아닌 건 김장농사 준비 때문입니다. 무, 배추, 알타리, 쪽파 등 김장 작물은 벼와 곡식 다음으로 중요한 우리네 주식이지요. 여름 풀 거두고 거름 넣어 땅을 갈아둡니다. 저는 배추 육묘용 씨를 입추에 심지만 시중의 배추 모종은 대서 직후 파종한다고 하니 가을 농사가 엄청 빨라졌어요. 김장의 꽃은 역시 배추입니다. 그런데 배추 농사가 만만하지 않아 문제입니다. 아마 제일 키우기 어려운 게 배추일겁니다. 특히 가을 배추가 어렵지요. 한여름 동안 밭에 각종 벌레들이 번식한 상태에서 심어야 하니 힘들 수밖에요. 가을배추를 괴롭히는 놈들은 한 십여 가지 될겁니다. 청벌레 잎벌레 톡톡이 민달팽이 집달팽이에서부터 메뚜기 귀뚜리도 달려들고 관문을 다 통과했다 싶으면 진딧물이 나타나 배춧잎을 도포해버려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무사마귀병. 뿌리혹병이라는 전염병입니다. 밤엔 멀쩡한데 낮엔 잎들이 데쳐놓은 것 마냥 풀썩 주저앉길 반복하다 결국 죽고 말지요. 왜 배추농사는 이렇게 힘들까요?원래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인간이 크고 맛있게 먹으려 배추 본성에 거슬려가며 심기 때문입니다.배추는 영상 30도 이상의 온도가 되면 아주 힘들어 합니다. 봄 가을의 서늘한 환경을 좋아하죠. 그런데 아직 영상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 심으니 문제인겁니다. 일찍 심어 크게 키워먹으려 하는 건대요, 그 욕심을 부추긴 건 바로 결구배추입니다. 양배추처럼 알이 꽉꽉 차는 배추로 크기도 무게도 상당합니다. 그렇게 키우려면 일찍 심어야 하는데 그때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라는 게 문제인거지요.결구배추는 1970년대 이후에 일반화되었는데 호배추라 해서 조선배추와 별도로 김장 담갔어요. 결구배추는 맛있고 일찍 익지만 무르기도 해 빨리 먹을 김치로 담그고 조선배추는 억셔 늦게 익고 깊은 맛 때문에 늦게 먹을 김치로 담갔어요. 그러다 냉장고가 발달해 결구배추만 자리잡은 거지요.지금의 결구배추는 기존의 다양한 토종배추들을 교배해 맛도 좋고 결구도 잘되는 걸 선발 육종한 겁니다. 우장춘 박사가 만들었다는 오해가 있지만 그건 아니고 배추 육종 교배이론과 기술을 닦은 것이라해야 맞습니다. 그덕에 결구배추가 만들어진 거겠지요.다만 문제는 결구배추는 잡종이라 씨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씨 받아 키우면 결구배추가 아닌 엉똥한 애들이 나옵니다. 숨어있던 열성인자들이 나오는 거지요. 매번 씨를 사다 심어야 합니다.자가채종하는 이른바 농부권Farmer's right이 배제된 씨로 저는 이걸 불임씨앗이라고 합니다. 맛은 있을진 모르나 달고 고소한 쪽으로 육종 해 벌레도 잘 달겨듭니다. 농부가 계속 씨를 받아 온 토종배추는 맛도 맛이지만 병해충에도 강한 씨를 계속 선발해 받아왔기에 환경적응력이 뛰어나지요. 가임종자의 매력입니다.앞에서 얘기했듯 배추는 야생순무에서 온 거라 순무처럼 쌉싸르하면서 개운한 뒷맛이 진짜입니다. 할머니들이 그랬어요. 맛있는 배추는 갓 맛이 난다고요. 순무 같은 맛이지요. 그 맛은 배추 겉잎에 많지 속잎에는 적습니다. 속이 꽉 찬 결구에는 달고 고소하긴 하나 참 배추 맛이 아닌 겁니다. 배추 수확할 때 보면 겉잎은 다 버리고 속만 가져가는 게 안쓰럽기만 한 까닭입니다. 진짜는 버리고 쭉정이만 가져가는 꼴이거든요.저는 이런 토종배추만 키워 먹지만 그래도 결구배추를 보면 우리의 김치문화가 만든 육종 기술의 쾌거란 생각도 지울 수는 없습니다.다만 육종하다보면 잡종교배는 필수 방법이겠으나 그 잡종 종자도 씨를 받아 재배할 수 있는 순종 종자로 만들어 누구나 씨 받아 농사지을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습니다. 불임종자로 종자를 독점하면 언젠가 종자가 사라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종자의 지적재산권과 자가채종하는 농부권이 배치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라의 종자정책도 선회하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지적재산권 보호에만 신경쓰다 농부들의 토종보전에도 관심갖기 시작해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곡식종자는 식량종자라 나라에서 육종 보급하는데, 씨값이 저렴해 좋긴 하지만 그보다는 사지 않고 씨 받아 심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농부권이 보장되어 누구나 받아심을 수 있어야 종자가 지켜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기획
    • 절기이야기
    2026-08-26
  • 지리꽃길 0810
    「섬진강 편지」 -지리꽃길 0810 가는 여름꽃 오는 가을꽃 그렇게 꽃들이란 꽃들이 죄다 길섶으로 나와 손 흔든다. 나만 그랬던게 아니라 그들도 내가 그리웠던 것이다. 거림에서 세석, 촛대봉 일출, 천왕봉에서 순두류 지리산 길에서 만난 고봉 운해 풍경과 20여 종의 지리꽃들 특히 세석에서 천왕봉까지 군데군데 이어진 네귀쓴풀의 자생지를 만나는 일은 힘든 걸음을 잊게 해준다. 잊지 못할 1박 2일의 지리꽃길을 펼쳐본다.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6-08-25
  • [소식] 함양 제2회 기후정의 영화제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함양작은영화관에서 하는 함양 기후정의영화제 보러 갈까요~! 9/4 나는 강이다 9/7 캔 아이 겟 위트니스? 영화를 통해 우리 함께 기후정의를 생각하고 두 손 모아 보아요 함양에서 만나요~
    • 소식
    2026-08-23
  • [소식] 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시민작당행동 모집
    919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지리산 불태우고 섬진강 말라 죽이는 착취 폭주를 멈춰라" 해마다 오는 기후정의행진, 올해 지리산 자락은 구례&남원산내에서! (1)지리산남부 : 구례읍사무소~봉성산 정상 행진 2026. 9. 19. (토) 오후 3시 (2)지리산북부 : 남원 산내면사무소~실상사 행진 2026. 9. 19. (토) 오후 4시 (사전 행사 1시부터 시작) (참신한 깃발-피켓 등 기후정의를 외칠 도구 준비하시면 더 좋습니다.) 당일 행진으로 끝낼 수는 없죠. 9월 13일부터 9월 19일 기후정의행진 주간!! '시민 작당 행동' 모집 워크숍/산책/전시/장터/놀이/책모임 등 기후정의를 위한 모임 OK (지리산 고을고을에서 시민들 스스로 기후정의 주간 행동에 나서 주세요!) 신청은 맨 아래 링크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지리산행동 '7대 요구안'에도 힘 모아요! 문의.관심.신청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UCRHRE7a81VaaPFKMRdmoMWGd3tVz8M3oBUbbKXtMbA/edit?usp=sharing
    • 소식
    2026-08-23
  • 섬진강 은어의 추억
    「섬진강 편지」 -섬진강 은어의 추억 투망질을 피해 급히 방향을 바꾸는 은어 떼의 날랜 몸짓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순간,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은 한 줄기 빛이 강물을 갈랐다. 평생 지워지지 않는 그 한 줄기 은빛, 강 건너 살짝 얽은 얼굴의 나룻배 사공 아재의 초가집도 눈부신 정때, 그야말로 ‘물 좋은 시절’이었다. 한 두어 시간 투망을 던지면 한 바께스씩 은어를 낚아 올리던, 정말로 물 좋던 시절의 이야기다. 주암댐이 들어선 뒤로는 은어가 찾아오지 않는 탓인지, 매형이 나이 든 탓인지 더는 투망질을 따라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목사동 그 강길을 오갈 때면 아직도 미끈한 은어 몸에서 나던 알싸한 수박향과 장대를 저어 가던 나룻배의 출렁거림이 아련히 떠오른다. 나를 섬진강으로 이끌어 온 그 기분 좋은 기억들! 나와 마찬가지로 은어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한 선배가 은어잡이 취재 기사를 쓰겠다며 사진 촬영을 부탁해 어릴 적 가슴 설레던 그 날랜 은어 몸짓과 수박향을 떠올리며 기꺼이 강길로 따라나섰다.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6-08-22
  • [곰주옥 X 인간주옥] ⑥ 문수사를 나온 곰들, 무니와 수리 그리고 부기
    지금은 구례곰마루쉼터(이하 곰쉼터)에 있는 무니, 수리, 부기는 올해 4월 30일까지 문수사에서 살았다. 내가 이들을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는데, 그 후로 문수사를 생각하면 곰들이 갇힌 철장이 먼저 떠올랐다. “2013년에 문수사 갔다가 갇혀 있는 곰을 보고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사찰에서 철창에 갇힌 곰에게 줄 먹이를 팔다니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거대한 곰의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저희 아이도 오래전에 거기 곰들을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문수사 간판만 봐도 싫어합니다.” 문수사와 그곳에 사는 곰들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이다. 나 역시 문수사를 떠올리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1년에 한 번씩은 문수사에 올라가 곰들이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확인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의 질문에 매번 “그 곰들은 개인(문수사 주지)의 사유재산이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해는 지난 2월, 문수사 주변으로 올무 수거 활동에 갔다가 곰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문수사에 올라갔다. 여전히 철장 안에서, 여전히 왔다 갔다 하고, 여전히 돈을 내고 곰들에게 먹이를 주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우리를 본 곰 한 마리가 철장에 머리를 부딪히며 소리를 지르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그 곰이 철장에 머리를 부딪힐 때마다 내 머리도 철장에 ‘쿵’ 부딪히는 통증이 전해졌다. 더는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어 일행들에게 내려가자고 이야기했다. 문수사에서 내려오면서, 가까이에 곰쉼터가 있는데 이 곰들은 왜 여전히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았다. ↑ 무니와 수리, 부기가 살던 문수사 철장(뜬장) 3월 초, ‘문수사 철장에 갇힌 곰들을 곰쉼터로 보내자’는 서명과 항의 전화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서명은 100명에서 1천 명으로, 다시 2천 명, 3천 명으로 삽시간에 늘어났고, 항의 전화를 했다는 분들이 상황을 전해왔다. 결과적으로 문수사의 곰들은 곰쉼터로 옮겨졌다. 3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곰들이 이주한 게 4월 30일이니 두 달 만에 묵은 숙제를 한 셈이다.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실천하면 부조리한 일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 일이었다. 무니, 수리, 부기는 4개월째 곰쉼터에서 살고 있다. 잘 살고 있겠지만,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더운 여름애 뭘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여 곰쉼터를 찾았다. 최신영 수의사는 무니, 수리, 부기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말해줬다. “무니, 수리는 문수사에서 온 친구들이라 자연스럽게, 마지막 한 친구에게 ‘사니’라고 붙이려 하니 ‘사니?’ 이런 물음으로 들려 좀 이상해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잘 걷지를 못하는 거예요. 걷는 모습이 거북이 같아서 ‘부기’라고 했습니다.”(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 면담) ↑ 곰쉼터로 옮겨진 후 건강을 회복한 부기 (사진제공 : 구례곰마루쉼터) 곰쉼터에 왔을 때 거북이처럼 걷던 부기는 많이 좋아졌다. 척추에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어 압박이나 염증을 줄여주는 약물치료를 했고, 곰쉼터 바닥이 타일이라 미끄러우면 걷는 게 힘들 수 있으니까 청소 후에는 최대한 물기가 없도록 했다. 이제는 걷는 모습이 눈에 띄게 괜찮아졌다. 100% 완벽한 건 아니지만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은 없다. 나는 문수사의 곰들이 ‘이사’, ‘이주’했다는 표현보다는 ‘옮겨졌다’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문수사 곰들뿐 아니라 곰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사람에 의해 이동하는 과정에는 마취를 하거나 포획틀을 사용하는 등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윤주옥: 문수사에서 여기는 무척 가깝잖아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때, 마취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신영: 네, 그렇습니다. 문수사 철장 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동이나 환경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서요. 흥분한 상황에서 마취를 하지 않고 케이지로 이송한다면, 그 친구들에게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윤주옥: 더 좋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거잖아요? 최신영: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작은 공간에 갇혔다가 (넓어지고 깨끗해졌지만)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흥분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곰이 다칠 수 있고 또 사람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마취가 좀 더 안전한 거죠. (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와의 대화) 무니와 수리, 부기는 얼떨결에 옮겨졌지만,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최신영 수의사는 문수사에서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공격적이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적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지하게 더웠던 올여름은 어떻게 지냈을까? 지리산 자연에 사는 곰들은 계곡에서 지낼 수 있으니 어떻게든 여름을 보냈을 텐데, 털 많은 곰들에게 이 더위는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각 방에 물 양동이를 하나씩 넣었어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햇빛이 강하니까 안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중간방사장 위쪽에 검은색 천막을 쳐줬고요. 또 방마다 선풍기를 설치하고, 과일을 얼려서 주기도 합니다. 여기 바닥이 타일이거든요. 타일이 시원하니까 최대한 몸을 펼치고 누워 있더라고요. 입추 지나면서 조금 시원해져서 다행이에요.” (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 면담) ↑ 물통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무니 (사진제공 : 구례곰마루쉼터) ↑ 타일 바닥에 몸을 최대한 펼쳐 누워 쉬고 있는 수리 (사진제공 :구례곰마루쉼터) 최신영 수의사와의 대화 후에 무니와 수리, 부기를 만났다. 부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고, 무니는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수리는 옆 방의 친구들이 궁금한 듯 눈과 귀가 옆 방을 향해 있었다. 최신영 수의사는 곰들을 ‘친구들’이라고 칭했고, 개별 곰에 대해 말할 때는 이름을 불렀다. ‘부기야, 뭐 하니?’, ‘무니, 많이 덥구나’ 이런 식이다. 곰들을 대하는 그의 말과 태도에서 곰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무니와 수리, 부기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최신영 수의사는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사육농장에 남아 있는 곰들이 있고, 곰쉼터에서 살아가는 곰들도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면 지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곰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계속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작일 것이다.
    • 기획
    • 곰주옥X인간주옥
    2026-08-18
  • [소식] "메가 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 9.19 기후정의행진 토론회
    919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 토론회가 열려 <지리산人> 독자들께 공유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 궁금하신 분들, 관심 없었지만 이제 생긴 분들 모두 함께해요. 우리 문제니까요. [9.19 기후정의행진 토론회] "메가 프로젝트 무엇이 문제인가 -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추기 위한 919기후정의행진 토론회가 개최됩니다.유튜브, 온라인 생중계 진행????919 기후정의행진은 이재명 정부가 재벌들과 함께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멈추고 기후정의를 향한 우리의 대안을 알리는 행진을 조직하고 있습니다.919 기후정의행진이 메가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이유를 기후생태위기 심화, 불평등과 양극화 악화의 문제, 지역을 수탈하며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를 파괴하는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보는 토론회를 기획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토론회 개요>일시: 2026년 8월 26일(수) 오후 2시-4시 30분장소: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1호온라인 중계: 919 기후정의행진 유튜브 계정참가신청: https://forms.gle/RRQFbspmX7fvVJ2F9<프로그램>사회: 가원 (919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발제: “기후정의행진은 왜 메가 프로젝트에 반대하나” - 권우현 (919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토론- AI 산업의 문제 - 김민(디지털정의네트워크)- 메가 프로젝트와 자산, 소득 불평등의 악화 - 이원호(빈곤사회연대)- 메가 프로젝트와 농업, 농민 - 엄청나(전국농민회총연맹)- 피지컬 AI 문제와 노동권 파괴 -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충북 지역 사례 “반도체 공장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 소식
    2026-08-17
  • [소식] 신규 핵발전 저지 전국 탈핵순례 함께합시다
    <지리산人> 독자들에게 연대하는 순례 이야기를 들려줬던 청명으로부터 소식이 왔어요. 신규 핵발전소 저지 탈핵 순례를 9월부터 시작하는데, 청명이 세종-청와대 구간을 맡아 이끈다고 해요. 청명이에요. 32기! 우리나라에 핵발소는 32기가 있어요. 어쩌다보니 '전기는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말을 듣고 그 누군가가 있는 핵발전소 지역을 다 걸어다녀봤어요. 이왕 간 김에 전기를 만들어 실어나르는 송전탑 구간도 따라 걸어도 가 봤어요. 고개너머 마을로 들어서는데 순례단을 보고 마을주민들이 자꾸만 우네요. 마을주민들은 서로 간 갈등으로 형님 언니 동생하던 사이가 틀어지고 방사능 피폭으로...언제 문제가 생길지 두려움에...떨기도 하고..늘 현관엔 피난가방을 싸 놓고.. 우리 사회는 모두가 고통없이 잘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에 탈핵의 길은 반드시 필요한 여정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또다시 9.1-9.16(16일간) 순례길을 떠납니다. 4구간으로 나뉘어 가는데 제가 맡은 구간은 세종시-청와대 구간입니다. 끝까지 가보자 앗싸 탈핵!!! 아래 지도를 보시고, 순례에 함께할 수 있는 구간을 골라 일정에 맞춰 나와 주세요. 함께 걷지 못하더라도 탈핵순례단의 고단한 여정에 응원 보내 주시고, 탈핵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 주세요. 여유가 되는 분들은 후원에 함께해 주실 수도 있어요. 핵발전소가 무엇이 문제인지, 핵발전 사업이 진짜 돈이 되는 사업인지, 핵발전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건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자세히 알 수 있어요. https://nonuke.kr/report <지리산人> 독자들에게 연대하는 순례 이야기를 들려줬던 청명으로부터 소식이 왔어요. 신규 핵발전소 저지 탈핵 순례를 9월부터 시작하는데, 청명이 세종-청와대 구간을 맡아 이끈다고 해요. 청명이에요. 32기! 우리나라에 핵발소는 32기가 있어요. 어쩌다보니 '전기는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말을 듣고 그 누군가가 있는 핵발전소 지역을 다 걸어다녀봤어요. 이왕 간 김에 전기를 만들어 실어나르는 송전탑 구간도 따라 걸어도 가 봤어요. 고개너머 마을로 들어서는데 순례단을 보고 마을주민들이 자꾸만 우네요. 마을주민들은 서로 간 갈등으로 형님 언니 동생하던 사이가 틀어지고 방사능 피폭으로...언제 문제가 생길지 두려움에...떨기도 하고..늘 현관엔 피난가방을 싸 놓고.. 우리 사회는 모두가 고통없이 잘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에 탈핵의 길은 반드시 필요한 여정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또다시 9.1-9.16(16일간) 순례길을 떠납니다. 4구간으로 나뉘어 가는데 제가 맡은 구간은 세종시-청와대 구간입니다. 끝까지 가보자 앗싸 탈핵!!! 아래 지도를 보시고, 순례에 함께할 수 있는 구간을 골라 일정에 맞춰 나와 주세요. 함께 걷지 못하더라도 탈핵순례단의 고단한 여정에 응원 보내 주시고, 탈핵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 주세요. 핵발전소가 무엇이 문제인지, 핵발전 사업이 진짜 돈이 되는 사업인지, 핵발전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건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자세히 알 수 있어요. https://nonuke.kr/report
    • 소식
    2026-08-17
  • 별빛과 사진과 시, 그리고 지리산이 주는 것 - 이원규 시인 인터뷰 3부
    3부에서는 무리한 순례로 얻은 병을 계기로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들어간 이원규 시인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독학으로 익힌 사진으로 15년 넘게 지리산의 야생화, 별과 은하수, 반딧불이를 기록해온 과정과 지리산학교가 만들어진 배경, 지속가능한 환경운동을 위한 '자연 분양' 아이디어, 기후위기 시대에 문학과 예술이 할 수 있는 일까지 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지리산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지리산의 시인이 전하는 마지막 당부로 마무리합니다. 00:00 인트로 00:46 오체투지, 임진각까지 그리고 무너진 건강 04:36 카메라를 들고 산으로 - 김인호 작가와의 인연 06:17 지리산학교의 탄생 배경 07:44 독학으로 배운 사진, 야생화를 찍다 10:17 별과 은하수, 반딧불이를 기록하다 13:15 지속가능한 환경운동을 위한 제안 - 자연을 분양하다 17:06 지리산 국립공원, 주인의식으로 지키기 21:02 기후위기 시대, 문학과 예술은 어디로? 24:37 은하수와 별, 도시화로 잃어버린 것들 27:24 지리산문화예술학교 소개 31:35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 #이원규시인 #지리산사람들TV #지리산별빛 #지리산반딧불이 #지리산문화예술학교
    • 사람이야기
    2026-08-14
  • 역설의 꽃
    「섬진강 편지」 -역설의 꽃차일봉에서 흘러 우번대 상선암 거쳐 천은사 계곡 지나 물들의 감옥천은저수지 가뭄 깊어 바닥 드러나니 백골꽃이 피는구나푸르렀던 나무가 무기징역살이 물속에서 침묵의 꽃을 피웠구나 물속에서 핀 바짝 마른 흰꽃이라니,저 역설의 꽃은 피어 쩍쩍 갈라질 메마른 세상을 예고하는구나
    • 문화예술
    • 섬진강 편지
    2026-08-13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