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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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우씨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서울대 출신 건축가에서 버섯 농부가 된 정철우씨 안녕하세요. 네 오랜 만입니다. 저 예요. 아... 네. 퇴근 길에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구례에서 버섯을 키우는 농부가 있는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오미리 들판에 넋이 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네. 알겠어요” 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집에 도착해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그 농부의 연락처였다. 다음 날 출근해서 농부에게 연락을 했다. 농장은 사무실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었다.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 직접 지은 버섯농장 > 농장은 구례 서시천변에 있었다 2년 전 수해로 이 지역은 지붕까지 잠긴 곳이었다. 5-6년 전에 귀농 했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으니 수해를 피해가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버섯은 실내에서 키운다. 자본 집약적 농업이다. 버섯은 식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동물도 아닌 균사체다 균사체라는 것은 균의 덩어리라는 뜻에 가깝다. 버섯은 균의 몸덩어리 근육에 가까운 것이다. 균은 동물에 가깝고 그것도 민감한 동물이다 그는 농장에 있었다. 정철우라고 했다.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했다고 했다. 이력이 궁금하다. 어쩌다가 귀농을 했나? 건축관련 일하다가 어느 날 영화를 봤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였다. 거기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삶은 현실이 된다,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그 순간 해본 것 없음 가본 곳 없음 특별한일 없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는 이영화를 보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구례에 정착하게 되었다. 내려오자 마자 한 눈 팔지 않고 바로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농사를 시작했어요. 처음 1년은 호박 농사를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 다음엔 표고 버섯 농사를 했습니다. 이 건물을 지어서 농사를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2020년 8월에 수해로 모든 것을 잃었다." 암담했다. 섬진강댐을 방류한다는 문자를 받은 다음날 아침 마을 앞이 이미 잠기기 시작했다. “서둘러 농장으로 가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이미 냉천 사거리가 잠기고 있었어요. 경찰이 통제를 했어요, 그래서 산업 도로로 차를 몰았죠, 농장은 지붕만 보였어요.” 그 날 그는 6억을 투자해서 만든 농장이 물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을 상상했을까? 만약 월터라면 그 특유의 상상력으로 흘러 넘치는 물을 다시 섬진강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아니면 버섯을 키우는 땅을 하늘로 들고 날아올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장은 물에 잠겼고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의지가 사라졌을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는 수해대책본부에서 일했다. 결국 구례군 수해대책위는 수자원 공사에게 48%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빚이 남았다. 그는 지금 참송이 버섯을 키우고 있다. 참송이는 어떤 버섯이죠? “표과와 송이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버섯입니다. 유전적으로 보면 표고와 가깝죠. 표고에 60% 송이의 40%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준 참송이의 향기를 맡아 보니 얼마전 먹어본 송이 향이 느껴졌다. “진짜 송이 향이 나네요” “네.. 그쵸.” 그는 반갑게 웃었다. 참송이 버섯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표고는 사실 규모의 싸움에 가깝더라고요. 얼마나 많이 수확 생산이 가능 한 가에서 승부가 나요. 그러다 보니 일이 많고 너무 힘들어요. 시간이 없죠” “수해를 입지 않았으면 계속 했을 텐데 수해를 입다 보니 1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죠. 다시 건물을 보수하면서 참송이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송이 버섯> 참송이 재배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키우는 것은 표과와 다를 것이 없어요. 하지만 관리와 판매가 어려워요 표고는 재배만 하면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만 낮추면 처리가 되는데 참송이는 경매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판매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재배 관리가 어렵고 판매가 어려워서 힘들죠” 제 참송이 재배사가 25평씩 8개 총 200평인데 지금은 판매가 가능한 정도만 키우고 있습니다. 판매가 늘면 더 키워 야지만 지금은 제가 혼자서 가능한 양만 재배하고 있어요. 구례에 내려와서 시작한 농사가 수해로 모두 망가졌잖아요? 후회 안 하시나요? “구례는 어쩌다가 내렸 왔지만 참 예쁜 곳입니다. 처음에 내려왔을 때 상사 마을에 살았는데 아침마다 30분씩 멍 때리고 바라봤어요. 너무 예뻐 서요. 물론 농사만 본다면 구례는 추천할 만한 곳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만” ㅎㅎ 그와 한 시간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를 다시 봤다. 라이프지에서 일하던 월터는 매일 같을 일을 반복하는 16년된 포토 에디터였다. 라이프지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마지막 호에 사용할 25번째 사진이 사라지자 사진의 단서를 찾기 위해 베일에 쌓인 사진 작가 숀 오코넬을 직접 찾기 위해 그는 사무실에서 나와 상상이 아닌 현실로 뛰어든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반복되는 일상은 어느 날 일탈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바이던의 시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고개만 돌리면 다른 세상…. 그는 매일 같은 출근 길을 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다른 세상으로 진입했다. 그의 상상은 현실이 된 것이다.
    • 이야기
    • 지리산자락 사람들
    2022-10-05
  • 탄소로운 식탁
    지극히 평범한 서점아저씨에게 굶주리는 북극곰, 플라스틱 빨대, 고통받는 거북이, 툰베리의 외침, 기후협약 그리고 친환경 자동차 등은 강렬한 통증이다. 다만 이 통증에 공통점은 '평등을 말하지 않는다' 이다. 야생동물이든 외침이든 친환경 신기술이든 환경과 기후위기 극복에 필요한 것은 평등이라 생각한다. '위험하니 다같이 노력하여 극복하자' ‘기후위기 책임과 그린워싱 기만은 여기에 있다’이런 말은 별로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윤리/도덕적인 접근은 권위의 다른 모습이라 여긴다. 기술로 극복이 아닌 과학으로 우리가 속한 이곳에서 만들어낸 기후 온난화 문제를 정확히 손에 쥐고 함께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탄소를 누가 배출하도록 허용할지, 누구는 너무 많이 배출했으니 다른 이가 배출을 늘이는 만큼 더 극적으로 줄여야 할지 말이다. 평등해야 한다. 최소한 먹는 문제만큼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풍성한 탄소로운 식탁위에 있는지 감이 잡힌다. 윤지로 기자의 책 '탄소로운 식탁' 덕분이다. 육식, 양식, 비료, 농약 등 문제점들을 지금까지 풍성하게 듣고 읽어왔지만, 손에 잡히는게 없었다. 문제들은 들었는데, 도덕/윤리적 안타까움과 호소를 들었지 "우리가 놓친 먹거리속 기후 문제"에 정확히 접근하지 못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로 들었지 현실과 사실의 문제는 외면하고 놓친 것이다. 아니면 알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자의 책은 일단 과학/기후 책들 중 몇 안될 정도로 잘 읽혔다. 내용이 자세하다. 저자가 과학을 모르는 싫어하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밑으로 내려온다. 내용도 그래프도 우리 삶 매일매일 식탁에 오르내리는 식품들의 온난화와 에너지 문제들이다. 특히 축산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배에서 나오는 탄소와 온실가스들은 충격적이었다. 다 손에 잡힌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비옷입고 샤워하는' 느낌이 전혀 없다. 요즘 기후위기에 평등과 정의가 거론되어 기쁘고 반갑다. '탄소로운 식탁'은 먹는 문제에 있어서 나와 우리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불평등하게 허용하고 눈감고 있는지 고스란히 알려준다. 육식과 채식과 같은 윤리적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에서 정의롭게 줄이고, 인내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제대로 된 출발점이다. 앞으로 험난하겠지만, 알아야 결단 할 수 있다. 집중해서 읽었고 얻은 것이 많은 과학/기후 책이었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막연히 옳다고 느낀 것일 수 있다. 이 책에서 배웠다. 이런 좋은 책 몇 권 더 읽어 서로 교차 비교할 수 있다면 내가 먹는 밥 한 끼가 지구 온도 1도를 낮추도록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알 수도 행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문가가 아니라 기자가 쓴 책이다. 권한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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