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23(월)

기후위기
Home >  기후위기

실시간 기후위기 기사

  • [기후+마을] 기후정부와 지리산 케이블카
    기후정부와 지리산 케이블카 구례군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성삼재 주차장(사진: <지리산인> 김인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기후’라는 단어를 두 차례 썼습니다. “기후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산업 대전환을 압박”한다고 했고, 이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후보 시절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답게 기후위기 인식이 담긴 연설문이었습니다. 물론 기대가 있다면 걱정도 있겠지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라며 내세운 성장 주도 경제 정책들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과 충돌할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책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4대강 재자연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실현 방안 마련” 등을 분명히 약속한 대통령이기에, 우리나라 첫 ‘기후정부’라는 평가에 걸맞게 방향을 잡아 나갈 거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큽니다. 역대 첫 ‘기후정부’에 케이블카 떼쓰기? 그런데 우리 구례에서는 지난 13일 산동면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 주차장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김순호 구례군수도 참석해 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했습니다. 추진위는 다가오는 12일엔 지리산 케이블카 승인 촉구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하며 여기저기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지리산 케이블카 촉구 목소리는 첫 기후정부가 될 거라 평가받는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정책을 약속하며 “산불 발생 지역 생물 다양성 복원 추진, 육지와 해양의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 단계적 확대”를 내걸었는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데다가 나아가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과 새 정부의 약속을 무시하는 사업이 아닌가요? 진짜 대한민국과 진짜 지역 경제 생각한다면, 경제성도 없는 케이블카 매달릴 까닭 없어 이제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케이블카는 생태계 다양성을 위협할뿐더러 경제성도 없습니다. 전국 관광 케이블카 41곳 가운데 38곳이 적자이며, 한때 케이블카의 모범 사례로 불린 통영 케이블카도 2023년에는 탑승객이 이전의 1/3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 39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21년 개통한 전남 해남 명량 해상케이블카는 개통 첫해부터 15억 원의 영업 손실 이후 계속 적자이고, 2013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는 첫해 매출 이후 해마다 10억 원 이상 적자이며,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2020년 기준 10억 3,900만 원 적자, 충북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23억 6,000만 원 적자 등 경제적으로도 지역에 득이 되기 어렵다는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중심이 되는 진짜 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새 정부의 기준에 지리산 케이블카는 국민을 중심에 둔 정책도, 기후정부의 위상에 맞는 정책도, 진짜 변화로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부로부터 일곱 번이나 부결 또는 반려를 받아 온 지리산 케이블카를 계속 고집하는 건 지역에도, 나라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약속했던 ‘기후에너지부’가 곧 새로 꾸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세우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을 보건대, 케이블카 사업은 생태적이든 경제적이든 어떤 측면에서도 기후에너지부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기후정부에 걸맞은 기후지방정부 대한민국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의 당사국으로서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보전·관리, 훼손된 육지 및 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 등”의 실천 목표를 이행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설치해 국립공원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국제적 망신이며 이재명 정부의 신인도 또한 낮아지겠지요. 지금은, 구례군을 포함해 모든 지자체가 기후정부에 걸맞은 지방정부로서 기후 정책을 펴야 할 때입니다. 새 정부가 더 나은 기후 정책을 펴도록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기후정부의 첫걸음마저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요. 구례가 우리나라 첫 기후지방정부의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버들(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6-19
  • [산청 지하수 이야기] 지하수 관리의 빈틈은 어딜까
    산청군 주민 피해 사례를 모아보면 모두 같은 문제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의 수량이 줄고 수위가 낮아진 것 같다는 것. 물이 많아 논 농사 하기 좋은 땅, 일명 구렁논이 덕교마을과 생수공장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말라서 없어져버렸다. 지하수를 틀면 황토물이 나왔고 수량도 이전처럼 충분히 나오지 않아 펌프를 교체해야 했다. 게다가 마을의 역사를 함께 한 나무 2그루가 죽었다. 송정마을의 상황도 비슷하다. 8가구가 공동으로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수압이 낮고 물이 자주 끊기기 시작했다. 전문업자에게 수리를 의뢰했더니 “새로 더 깊이 재설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포마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가정 용수로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10년 전부터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상수도를 사용한다. 홍계마을 주민은 해발 450m에 살기에 지하수 고갈을 더 생생히 체감한다고 말한다.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이라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2000년부터 계곡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다. 2010년 겨울부터는 외부에서 물을 길러와 사용해야 했고, 결국 2년 전에는 평생 살고 싶었던 곳을 팔 수밖에 없었다. 지하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즉, ‘순환하는 물’이지 ‘무한한 저장고 속 물’이 아니다. 들어오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으면 결국 바닥을 보인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한 번 마르면 회복까지 수백만 년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하수는 수백 미터 깊이의 지하 암반층에 저장된 “고대의 물”이다. 언제부터 저장되어있는 물을 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나온 문장은 이렇다. “인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뭄 사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표 아래의 물 저장고인 ‘대수층’을 정신없이 빨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수층이 쌓이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리며 결코 빠른 시간 내에 복구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수층이 이미 물 공급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 본래 150미터 깊이에서 물을 끌어올리던 수원에서 물을 얻으려면 이제는 그보다 적어도 2배는 더 깊이 펌프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청군의 취수량은 하루 5,682m3에 달한다.(2024, 환경부) 남원시 1,190m3/일, 구례군 530m3/일, 하동군 1100m3/일에 비하면 월등하게 많은 양이며 심지어 제주특별자치도(4,700m3/일)보다도 많다. 산청군 내 먹는샘물 취수정 27개소는 전국의 10.0%, 일일 취수허용량은 5,955m3로 전국의 12.3%를 차지한다 (2022, 환경부). 산청군에 물이 넘쳐 흘러서 많이 뽑아내도 문제가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2023~2032)를 보면 산청읍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한 면 단위에서 수량관리 등급 1등급(주의), 2등급(경계) 지역이 고루 분포해있는 걸 알 수 있다. ‘지하수 총량관리 제도’란 지하수 개발가능량을 조사‧분석하여 이용가능한 지하수 총량 범위를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하수를 이용하도록 이용량과 신규 개발을 조정‧관리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산청군은 ‘지하수 이용량이 80%를 초과하는 읍‧면에 대하여 지하수 이용량 관리지역으로 설정하여 단계별로 규제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산청군은 10개 마을을 심각(100% 초과)한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그 중 삼장면 덕교리와 시천면 원리에는 먹는샘물 공장이, 금서면 매촌리에는 식용얼음 공장이 있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 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 지도) 그런데 어째서 경남도는 삼장면 지역에 위치한 생수공장의 취수 증량을 임시허가해준 것일까. ‘지하수 이용관리 경계 1등급 및 2등급’ 지역인데다 현재 생수공장 두 곳에서 하루 1천톤을 취수하고 있는 곳인데 말이다. 지자체의 지하수 관리에 구멍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 아닐까.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위원장 표재호)’(이하 대책위) 역시 바로 이 지점, 주민들은 너무도 명백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지자체가 취수 증량을 허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면서 추가로 600톤 취수 증량을 신청해 임시 허가받은 ㈜지리산산청샘물. 주민들은 이 기업이 제조 허가를 받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간 취수하면서도 주민 피해를 조사하지 않았고, 환경영향조사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음에도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환경영향조사의 비용은 ㈜지리산산청샘물이 대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패의 맛> “물을 거래하다” 편을 보면 정확히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 반복됐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미시간주에 생수공장을 세우고 취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수 양수량을 2배 늘리겠다고 증량 신청을 한다. ‘물을 지키는 미시간 주민들’ 단체에서는 이 양수 때문에 분수령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반대한다. 주민은 취재진을 치페와크리크 상류에 데려간다. 노출되어 있는 나무 뿌리를 가리키며 원래대로라면 물이 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운 매니저는, 자기는 네슬레 편이라며 주민들이 늘 이런 이야기뿐이라며 불평하듯 말한다. 계곡 수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수량이 줄어든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이 지역에서 50년 넘게, 거의 평생 살아온 주민들은 전적으로 확신한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계곡과 개울이 양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에 의 저자 차를레스 피시맨은 다국적 거대기업 네슬레가 무엇으로 무장했는지 보라고 지적한다. ‘자기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그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는 바로 ‘그들의 연구 결과’라고. 2019년 5월, 네슬레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치페와크리크와 트윈크리크의 수량을 감시중이라고 밝혔다. 엄밀히 말해 이 감시는 미시간 환경 및 호수 에너지부의 관할이다. 그런데 그 감시의 비용을 대는 것이 바로 네슬레다. 대중의 반대를 잠재울 제 3자의 객관적 데이터를 원하는 이도 바로 네슬레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누가 비용을 대느냐’의 문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의 공정성과 과학성’이 담보되느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한국에서도 생수 공장의 취수가 지하수 수량, 수위 등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느냐의 여부를 조사하는 ‘환경영향조사’를 시행하는 비용을 생수공장이 내고 있다.바로 그 환경영향조사를 근거로 지자체는 취수 및 증량 등을 허가한다. ㈜지리산산청샘물이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며, 주민 피해가 심각한데도 지자체가 600톤 추가 증량 허가를 내준 것은 ‘환경영향조사’ 결과 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중 '물을 거래하다'편) 더 나아가서. 환경영향조사 상 문제만 없으면 취수가 가능해야 할까? 여기서 또 빠진 것이 주민수용성이다. 과학적 근거만 확보되면 지하수의 무한정한 취수가 괜찮은 걸까? 과학적 근거도 신뢰성의 문제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주민의 생각'과 '주민이 느끼는 환경 변화'를 고려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공정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환경영향조사와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공공성과 주민 피해 상황을 고려한 행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적어도 생수공장이 100% 비용을 대는 지금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은가. 결국 지자체는 주어진 결과값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을 벗어나 지하수 문제의 적극적 해결과 보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더해서, 지하수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 지자체에게만 모든 권한을 넘겨서는 안된다. 결국, 주민과 행정이 중심이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로 돌아가보자. 저자는 오늘날 물 부족 위기가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말한다.불가피하거나 필연적이거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편의상 선택한 문제라는 뜻이다. 저자는 정부의 태만과 무관심, 부실한 기반 시설, 수질오염, 무분별한 도시화와 개발 때문에 자원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물 부족 위기를 반드시 겪을 필요가 없음에도 어쨌든 겪게 됐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12
  • [기후+마을]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좀 봐 주세요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좀 봐 주세요 기후 공약을 왜 봐야 하느냐고요? 폭염, 가뭄, 집중호우, 산불 같은 기후 재난이 해마다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후 문제는 우리의 생명, 건강, 생계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지요. 게다가 기후 공약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일자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먹을거리 주권을 지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도 연결되는 핵심 의제입니다. 그러니 대선 후보들이 기후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다루는지는 그 자체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보여 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분야별로 기후 공약을 살펴봤습니다. 보고 판단해 주세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부터 똑바로 세워야 세계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를 담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데요,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21대 대통령은 최소 10년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짜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들의 NDC 목표를 점검하는 것이 기후 공약을 따져보는 첫걸음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하여, 2050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기에 무척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2035년 70%, 2040년 85%, 2045년 95% 등 시기별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능한 한 초기에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국제적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집중 vs 분산 -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민 주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을 ‘햇빛·바람 연금’이라 칭하며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과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공약했습니다. - 김문수 후보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은 사실상 서해안의 재생에너지와 동해안의 원전·석탄발전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에너지 분산과 자급 노력 없이 전력망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지방의 에너지 착취만 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습니다. -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산업단지와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을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혀 에너지 분산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높이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해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확대냐 탈핵이냐 - 이재명 후보는 원전에 대해 “위험한 에너지”라면서도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한 원전은 계속 쓰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김문수 후보는 현재 30%대인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완공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탈핵기본법’을 제정해 204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TV토론회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발전비용 등을 근거로 ‘원전 확대론’을 주장한 것과 달리, 5년 뒤 한국에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미국 국립연구소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는 비중이 커질수록 싼 발전원”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 - 이재명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고,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이준석 후보는 환경부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와 함께 건설교통부로 축소 개편하겠다고 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해당사자 참여를 늘린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 설치,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연구기관을 설립,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기후 재난 시대에 더 중요해진 생물다양성은? - 이재명 후보는 산불 발생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장기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생태보호지역을 국토 및 해양의 30%까지 지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후보는 관련 공약이 없었습니다. 신공항 건설? - 이재명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전략적 목표와 지역 소외, 정치적 혼란 이런 것들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다”라며 보완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 김문수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집중 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가덕도는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246배, 새만금 공항은 610배나 높은 지역”이라고 주장했으며, 전국의 신공항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망스러운 기후 공약 후보마다 기후 공약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다수 후보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기후불평등 해소, 취약계층 보호, 지역 회복력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정책 비전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여러 기후시민단체의 지적처럼 다수 후보의 기후 공약은 “기후대응 재정 확보 방안, 농민·노년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농업·노동·산업 구조 개편 방안, 식량 위기 대응 전략” 같은 핵심 쟁점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한지를 보여 줬습니다. 다음 대통령, 보이십니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AR6)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 감축이 실패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과 함께해야 안전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요? 버들(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5-31
  • [기후+마을] 거리를, 마을을, 지구를 커머닝하라
    거리를, 마을을, 지구를 커머닝하라 2021년 4월 22일, 구례에서는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사건’이 있었어요. 이름하여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 이 사건은 우리 구례의 길이 자동차 중심이어서 정작 사람은 자기 발로 혹은 자전거나 휠체어로 지나가기 어려운 현장임을 깨달으면서 시작했어요. 여러 날 거리를 조사한 시민들이 구례의 거리가 얼마나 걷기 어려운지,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곳인지를 밝혔고, 그 뒤로 생태적 교통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모였지요. 여기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해진 덕분에 아주 짧은 거리긴 하지만, 그해 구례에서 조금 더 생태적이고 조금 더 안전한 길이 잠시 만들어졌던 사건이었더랬지요. 거리는 지자체의 것? 거리는 모두의 것! 그때 시민들이 만든 길은 단지 차 없는 거리만이 아니었어요. 그건 모두의 거리였고, 모두를 위한 거리였고, 모두에 의한 거리였죠. 무슨 말이냐고요? 이렇게 걷기가 어렵고 불편한 구례의 거리가 여태 바뀌지 않은 까닭은 거리가 ‘모두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길은 나라님 것, 길은 지자체 관리 아래 있는 것’으로 인식해 온 탓에 ‘길은 시민들이 바꾸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 버렸어요. 모두의 것이었던 길이 지자체나 기득권 세력의 것으로 바뀐 거지요. 힘 있는 자들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소유물이 돼 버린 거예요. 그러니, 길을 어떤 주체가 지배하는 것 혹은 소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면 좋겠어요. 길은 모두가 함께 돌보고 모이고 새롭게 만들어 가는 장소여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2021년 구례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차 없는 거리는 ‘모두의 거리’를 되찾는 경험이었던 거예요. 차가 주인인 줄 알았던 거리를 사람과 동물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지요. 시민이 거리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커먼즈로 기후위기 늦추기 지자체의 길은 매연이 가득해도, 위험해 보여도, 쓰레기가 쌓여도 대부분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의 길이 되면 달라져요. 우리 모두의 길이니까 스스로 돌보고 가꾸게 되지요. 쓰레기가 떨어지면 누구라도 주워요. 위험한 곳이 있으면 누구라도 고쳐요. 누군가 힘겨워하면 길 가다 멈춰 도와요. 누군가 길 위에서 새 일을 시작하면 함께 맞이하고 응원해요. 또 나무도 심고 꽃도 가꾸어 길 위아래 모든 생명에게 이롭게 해요. ‘길은 모두의 것, 길은 우리의 것’이라는 마음이 바로 변화를 만드는 밑바탕이에요. 기후위기 시대에 모두의 것을 함께 돌보고 가꾸는 이러한 마음이 더욱 주목받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를 커먼즈(commons) 혹은 커머닝(commoning) 같은 말로 불러요. 커먼즈는 우리말로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 공동자원체제, 공통재, 공통장, 공통계 같은 말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딱 들어맞는 한 단어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다양한 방식을 의미하겠지요. 제 생각엔,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돌보는 무언가 혹은 함께 돌보고 함께 살자는 삶의 양식을 만드는 행동을 뜻하는 듯해요. 우리 거리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를 지금까지 길은 차량 중심으로 쓰였고, 길의 역할을 행정기관이 정해 왔지만 길을 시민이 함께 돌보는 커먼즈로 본다면 완전히 다르게 쓸 수 있어요! 지금과는 다른 길을 상상해 보세요. 차가 막고 있던 도로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어요. 도로 일부를 녹지, 정원, 텃밭, 빗물 정원 같은 생태 커먼즈로 바꿀 수도 있지요. 남성-젊은이-어른-인간 운전자 중심의 공간이던 거리를 모든 보행 약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거예요. 길의 ‘사용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리 시민들이 스스로 거리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어요. 시민, 상인, 행정이 함께 운영할 수 있겠죠. 청년들이 원하는 거리, 어린이가 원하는 거리, 예술가가 원하는 거리, 선생님이 원하는 거리가 다 다르겠지만 천 명이 있으면 천 개의 거리가 탄생하도록 함께 만들어 가는 거예요. 그런데 길을 커먼즈로 되살리려는 노력이 또 하나의 ‘소비, 경쟁, 유흥의 공간’을 만들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시하고픈 커먼즈로서의 길은, ‘아는 이들을 만나 속닥거릴 수 있는 공간, 내가 직접 기른 작물이나 직접 만든 물품이나 작품 등을 가져와 팔고 나눌 수 있는 공간, 기후정의 팻말을 들고 행진할 수 있는 공간, 재난 상황에선 돌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자립기술을 공유하는 공간, 새로운 삶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 청소년과 청년이 다른 삶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 없는 거리로 끝날 게 아니라, 생태적 위기를 초래한 지속 불가능한 삶의 양식들을 반성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거리로 거듭나야 진짜 ‘모두의 길’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로 다섯 번째 맞이하는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을 주목해 주세요. 올해는 장날에 맞추어 4월 23일에 할 예정이래요. 아이들이 모여 거리 쓰레기를 줍고, 지구가 불타는 상황을 알리며 모두의 것을 모두가 돌보자고 외치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실마리가 아니겠어요? 23일에 거리에 나와 외쳐 주세요. 이 거리를, 이 마을을, 이 지구를 함께 돌보자고요. 어린이들에게뿐 아니라 동식물과 지구에게도 안전한 거리, 나무와 새가 행복한 거리,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거리를 만들자고 말이에요. 구례 경찰서 로터리에서 군청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요? 챗GPT와 함께 만든 생태적 거리 상상도입니다.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4월 청명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4-29
  • 불탄 마을 앞에서 말해야 할 것들
    불탄 마을 앞에서 말해야 할 것들 ▲ 의성 산불의 모습, 도로가 있음에도 숲이 전소했다. 임도는 산불예방 큰 도움이 되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숲의 구성이다. ▲ 도로 주변으로 검게 타버린 숲의 모습(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 임도 주변의 다 타버린 숲의 모습, 숲가꾸기가 진행된 소나무림이다. 2025년 3월 21일 경남 하동군, 산청군, 지리산 일대에 대형 산불이 났다. 거의 동시에 의성에서도 대형 산불이 났는데 2000년대 이후 최대의 산불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하동, 산청의 산불과 지리산의 산불을 보면 같은 산불임에도 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하동군 두양리와 산청 중태리의 산불의 공통점을 알아봤다. 산불이 진화되고 1주일이 지난 뒤 찾은 두양리는 지난 산불로 인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산 중턱부터 능선까지, 마을 뒤편 일부 숲은 수관화(나무의 가지로 불이 번지는 상황)로 진행되어 전소됐다. 일부는 수간화(나무의 몸통까지 불에 타버림)로 진행되어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나무들은 대부분 소나무였다. 임도는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임도 주변의 숲이 더 심하게 타버린 경우도 있었다. “도깨비불이 산을 넘었다.”는 주민의 말처럼, 불길은 바람을 타고 도로를 건너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날아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길 속에서도 활엽수는 하층만 그을렸을 뿐 소나무처럼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가 크고 수관화로 이어진 지역은 대부분 하층정비(숲가꾸기)가 이루어진 소나무 숲들이었다. 전문가들은 교목층(상층부 식생, 키가 큰 나무)과 아교목(교목 아래의 식생) 관목(아교목 아래의 식생)층이 잘 이루어진 숲은 산불이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교목과 관목이 수관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패효과’라 부른다. 그 좋은 예로 같은 시각 산불이 확산했던 지리산국립공원을 보면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내원사 능임암 일대의 산불지역 산불이 지나간 지역이었지만 새싹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내부의 모습, 바닥이 검게 그을렸지만 새싹이 나왔고 진달래도 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의 하층 관목은 모두 조릿대였다. 지금은 조릿대만 다 타고 없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능인암 위쪽 지리산국립공원 산불 피해지역, 바닥은 그을렸지만 새싹을 피워냈다. 활엽수는 불에 강하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으며 인공복원보다 자연복원이 더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보면 지리산국립공원구역은 겉에서 봤을 때는 산불이 났는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적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불이 하층만 지나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굴참나무와 졸참나무는 새싹을 피워내고 있었고 진달래는 분혹색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바닥이 검게 그을린 것만 빼면 평온해 보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하층 조릿대 덕분이었다. 산림청은 조릿대 때문에 산불을 끄기가 어려웠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산불이 수관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하층 낙엽도 산림청의 주장과는 다르게 많아야 5cm 정도 층을 이루고 있었고 일부는 흙이 들어나 있었다. 산에 비탈진 지역의 낙엽은 겨울을 지나면서 바람에 날려 모두 골짜기로 모이게 된다. 100cm 이상 쌓이는 경우는 드물다. 골짜기에 모여있는 낙엽도 겨우내 내린 눈과 비에 젖어서 불에 잘 타지도 않으며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국립공원의 산불은 지표화에서 끝났으며 산불이 수관화로 이어져 불이 날아다니는 ‘도깨비 산불’로 이어지지 않았다. 산림청의 ‘숲가꾸기’에서 벗어난 국립공원은 산불에 강한 숲이 되었던 것이다. 인위적인 간섭만 없다면 자연스럽게 산불에 강한 숲이 된다는 것이 들어난 것이다. 이 명확한 대비 앞에서 산림청이 꾸준히 강조해온 ‘숲가꾸기’와 ‘임도 확대’가 모두 실패한 정책임이 여실히 들어났다. 산림청은 숲가꾸기사업으로 숲을 산불에 취약한 숲으로 만들었고 산불 위기 대응에도 실패함으로써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단 한번도 사과를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산림청장은 산불 이후 공식 석상에서 끊임없이 임도설치와 숲가꾸기를 해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하여야 할 말은 ‘임도 추가건설’ ‘숲가꾸기’ 이야기가 아니라 ‘죄송하다’ ‘빠르게 피해 지역민에 대한 피해 복구가 징행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인데 말이다.
    • 기후위기
    2025-04-22
  •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 긴급 기자회견
    4월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하동참여자치연대, 산청함양난개발대책위에서 경남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과 임도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문제제기와 산불 현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다르게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인 하동 두양리와 산청 중태리 일대의 산불은 피해가 심각했으며 불이 수관화(산불이 나무를 타고 나무의 가지까지 올라오는 상황)로 이여져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갔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일부 주민의 집은 전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소나무 위주로 관리한 소나무림은 모두 고사한 것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사진은 맨 아래 사진을 참고) 그러나 산림청의 숲가꾸기가 진행되지 않은 자연림임 국립공원구역의 숲의 산불은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지표화에서 멈추었으며 수목에 대한 피해도 사진에서 보듯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데도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서 산불진화가 어려웠고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거짓말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대응에도 실패하였습니다. 민가로 불이 내려오는 것 부터 막아야 할 산림청은 헬기만 투입시켜 산위에 불만 잡으려 하고 있었고 이러고 있는 사이 마을에 있는 일부 집들은 불에 전소하였습니다.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를 하고 지역민의 터전을 복구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산림청장은 임도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나 봅니다. 지금 임도, 숲관리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터전을 잃은 주민과 생명들 여기서 희생된 사람과 생명들, 그리고 그 가족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져입니다. 산불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숲이 산불에 강한 숲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산불로 활엽수는 산불에 강하며 소나무 처럼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도깨비 산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산불관리와 숲 관리에 실패한 산림청은 숲 관리에서 손을 때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숲을 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생명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아래는 4월 10일에 있었던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사업은 산불 방지의 대안이 아니다. 산림청은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난 산불의 원인을 두고 산림 전문가 등은 “소나무는 죄가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소나무는 죄가 없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임도 확대 주장과 관련, 상반되는 의견으로 임도 논란도 뜨겁다. 임도 또한 죄가 없다. 그럼 누가 죄인인가! 2025년 산림청은 2024년 대비 120억 원이 증가한 2조 6,246억 원 예산을 편성하고 주요 내용으로 ‘일상화·대형화되는 산림재난 대응을 위한 투자’를 한다며 과학적인 산림재난 대응체계로 국민안전 확보를 외쳤다. 많은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산림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4월 4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사람들’회원들과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일대와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불피해 지역을 찾았다. 숲가꾸기를 통해 조림이 이루어진 곳과 숲가꾸기 사업으로부터 산림이 보호되는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양상은 달랐다. 소나무 중심으로 숲가꾸기를 한 곳은 수관화(지표화로부터 발생한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를 태우면서 수관으로 강한 화력이 퍼지는 위험한 불)가 발생, 대형 산불로 이어진다. 수관화로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인 비화는, 다른 곳에 옮겨 붙어 새로운 산불을 만든다. 도깨비불처럼 날아가는 불똥은 바람을 따라 최대 2km도 날아간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똥이 최대 35km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숲가꾸기를 통해 지표층이 정리된 곳은 바람의 통로가 되어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소방헬기는 물론 인력으로 진화가 어렵고 인근 주민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소나무 조림지는 산불 규모, 확산면에서 활엽수림보다 크고 넓으나 활엽수림대는 산불 확산의 방어선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체로 수분을 가지고 있는 활엽수는 지표의 낙엽만을 태우며 확산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립공원 산불피해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는 온대활엽수림의 식생 상황으로 바뀌고 있으니 숲의 생태에 맞춰 그대로 전이할 수 있게 두어야 한다. 인위적인 조림사업은 숲을 해칠 뿐이다. 국립산림과학원(2017)자료에 따르면, 「침엽수림은 산불에 취약한 수종으로써 수관이 하나뿐인 단층으로 이루어져 불의 통로가 쉽게 나타나고··· 이른 봄에도 수관층에 잎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활엽수림에 비해 연료의 양이 많아 수관화에 취약하다··· 수종 간 확산속도를 분석한 결과, 활엽수는 273.2m/h를 이동한 반면에 침엽수는 364.0m/h를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4월 7일 하동 산불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소나무 등 침엽수는 빠른 산불을 유발하고 활엽수는 깊은 산불을 초래한다“고 했다. 활엽수가 수분함량이 많아 화재 저항성이 강하고 활엽수 낙엽 또한 무겁고 수분 함량이 많다는 사실을 산림청장이 모를 리 없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지중화(땅속의 이탄층이 타는)자체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산림청장이 말하는 ‘깊은 산불’이란 바람이 없고, 지중화가 일어나 땅속에서 계속적으로 타는 불을 얘기하는데, 정말 오래된 원시림으로 수만 년 쌓인 낙엽이 있어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강도 분석 결과> 아래 표는 이번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분석 결과 피해강도를 강, 중강, 중약, 약의 4개 등급으로 구분해서 분석한 것이다.(NASA 표준 제시) 강한 피해를 입은 수림대의 92%가 침엽수림이고, 활엽수림의 비율은 약 2%에 불과하고, 6% 정도의 혼효림이 있다. 침엽수림의 거의 대부분은 소나무림인데, 산청 산불은 그 차이가 커서 96% 가까이가 소나무림이다. 중강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또한 소나무림이 압도적이다. 경북 산불은 75% 정도가 소나무림을 포함한 침엽수림이었고, 활엽수림은 조금 늘어 10% 정도를 차지했다. 약한 피해를 입은 지역(지표화지역)은 활엽수림의 비율이 약간 높은 수준으로 정리된다. 이는 강산을 푸르게 가꾼다는 명목으로 30년간 꾸준히 숲가꾸기를 해 온 산림정책 결과, 활엽수림으로 바뀌지 못하게 만든 것이 대형 산불의 원인임을 말하고 있다. 영상 분석과 현장 경험으로 본 전문가는 중약 이상의 지역은 사람과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적어도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숲 관리의 핵심이고 시급한 방법이다. 출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 우리나라 임도는 「산림자원법」에서 정의하는 ‘산림 경영 및 관리를 위해 산림청이 설치한 도로’인 간선임도, 산불진화임도, 작업임도를 말한다. 이 임도 전체를 합치면 총 임도 길이가 나오고, 이를 산림면적으로 나누면 임도밀도가 계산되는데,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4.1m/ha이다. 산림청이 임도 확대를 외치며 비교하는 나라가 일본 24.1m/ha,오스트리아 50.5m/ha인데, 2023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실 분석 결과 위 국가들의 임도밀도 산정방식과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수치로만 비교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임도밀도가 낮다며 임도 개설을 위해 해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23년과 마찬가지로 산불 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국립공원 임도설치를 주장했으나 지리산국립공원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 임도 설치는 불가함을 명확히 밝혔다. 현장의 다양한 환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불 예방책의 모든 해답이 임도로 귀결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임도로 산불 초동 대응은 가능할지 몰라도 대형화된 산불에는 오히려 바람길 역할을 한다. 임도가 조성되어 탈 것을 없애면 산불을 끌 수 있다는 산림청의 말과 달리 임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이 그대로 불탄 현장을 확인했다. 산불로 불탄 집은 전부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가 있는 곳에는 불을 껐는가? 임도를 산 곳곳에 설치한다 해도 산불 현장으로 진입하여 불을 끄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현장을 보면, 국립공원이 임도가 없고 탈 것이 많아 불을 끄기 어렵다는 산림청장의 말이 거짓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산불 발생 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마을로 불이 번지지 못하게 주거지를 지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조건 산불만을 끄기 위한 진화작업은 문제가 있다. 산림청 산불진화 관련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가치를 종종 무시한다. 산청 주불이 잡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산불 피해현장 잿더미를 뚫고 초록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불로 많은 생명을 잃고 생태환경이 무너진 뒤에야 교훈을 얻은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산림청은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에 명확한 답을 하고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의 산불현장 ▲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의 산불현장, 피해 정도가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불이 지표면만 태우고 지나갔고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았고 그 피해도 적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층만 그을렸을 뿐 죽지 않았다. 공원구역안의 소나무의 모습, 숲가꾸기가 진행된 다른 숲들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사하지 않았음 하층으로 불이 지나갔으나 수관화로 이어지지 았았다. 그래서 소나무숲과 다르게 불이 산에서 산으로 넘어다니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동 옥종면 두양리 산불현장 임도가 산을 돌아 만들어져 있음에도 산불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하동 두양리 임도 주변의 산불 확산 현장 소나무는 타 죽었지만 서어나무는 하부만 불이 지나갔고 죽지 않았다. 소나무는 수관화로 불이 이어졌으며 임도 주변의 소나무임에도 수관화로 이어져 불이 산을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25. 4. 10.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 기후위기
    2025-04-10
  • 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오늘 3월 25일,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며 1144일째 천막에서 농성하는 친구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려고 전주에 다녀왔어요. 전날 정환, 아림, 삵 함께 모여 만든 '아주 멋진' 구호 팻말을 들고 전북지방환경청으로 갔답니다. (우리가 만든 팻말을 들고. 사진=지리산사람들.)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은 2022년 2월 6일부터 주말을 뺀 날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종시에서 계속돼 왔어요. 곳곳에서 300명이 넘는 많은 분이 천막농성장 지킴이로 함께해 왔다고 해요. 지난 2월 25일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환경청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전북지방환경청에 접수하면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국토교통부·환경부 청사 앞에서 해 오던 천막농성장을 전북환경청 앞으로 옮겨 오게 되었답니다. 전북환경청이 평가서에 부동의한다면 새만금신공항 계획은 철회됩니다!!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새만금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 반경 13km와 그 둘레엔 저어새, 황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삵 등 법정보호종이 무려 64종이나 살고 있다고 해요. 다큐 <수라>를 보신 분들은 더 잘 아시겠지만, 수라갯벌은 수많은 야생동식물이 살아가는 새만금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이며 우리 지구의 소중한 일부입니다. 그뿐인가요? 계절마다 다양한 새가 찾아오는 철새들의 집이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쉼터입니다. 특히 우리 지구에 5천~6천 명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의 90% 이상이 한반도에서 번식하는데, 수라갯벌엔 그들의 번식지가 세 곳이나 있고, 그 가운데 두 곳은 각각 8km, 10km 안에 있다고 합니다. 수라갯벌이 공항으로 사라진다면 이 소중한 생명들도 함께 사라질 거예요. 수라갯벌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거예요. 불타는 산과 들을 보세요. 사계절이 사라지는 한반도를 보세요. 먹을거리가 줄어들고 가뭄과 홍수가 잦아진 둘레를 보세요. 수라갯벌을 지키는 건 우리 목숨을 지키는 것과 같아요. 오늘 우리 지리산권 시민들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까닭을 아시겠지요? 지리산과 더불어 수라갯벌이 하나라는 걸 이야기하고, 뭇 생명과 함께하는 연대의 힘으로 생태학살을 막기 위해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지난 2월 12일 전북지방환경청이 남원시가 제출한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재검토(사실상 부동의) 결정한 데 이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역시 반드시 부동의 결정하길 바랍니다. 함께하는 일은, 참, 힘이 셉니다. 우리는 이런 시위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될까' 하는 물음으로 허전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태껏 많은 생태학살을 막는 일엔 꼭 '연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힘을 보태 주세요. 목소리를 내 주세요. 왜 여전히 공항이 더 필요하냐고 물어 주세요. 놀고 싶다고요? 같이 놀아야지요. 자기만 비행기 타고 슝슝 놀러 다니며 편하게 지구를 망가뜨리는 게 어떻게 떳떳한가요? 왜 신공항을 짓겠다는 이들이 고개를 들고 다니나요? 이상해요. 그러니 다들 막아 주세요. 신공항도, 골프장도, 케이블카도, 무슨 무슨 막개발 모두 싫다고 해 주세요. 개발이 필요하다면 정말 필요한 곳에 알맞게 해야지요. 왜 갯벌을 없애고, 숲을 없애고, 동식물을 다 죽여서 짓겠다는 걸까요? 이상하잖아요. 그건 정말 끔찍하잖아요. 한 생명으로서 할 짓이 아니잖아요. 놀고 싶으면 함께 놀아야죠. 죽이면서 놀지는 말자고요. 수라갯벌을 그대로, 지리산을 그대로!
    • 기후위기
    2025-03-25
  • [기후+마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도시에서 살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중심 도시, 공원녹지가 많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걷기 편한 길이 많고 공원이나 녹지가 가까운 지역에 살면 신체 활동이 자연스럽게 늘고, 정신 건강도 좋아져 결국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들의 특징은 생태 친화적인 도시의 특징과 잘 들어맞습니다.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한 삶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요. 대표적인 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프라이부르크, 호주 멜버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시민의 62%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400km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손꼽힙니다. 자전거를 정기적으로 타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30% 감소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코펜하겐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높고, 비만율은 10% 이하로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으며 천식·호흡기 질환 비율이 낮게 보고되었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의 90%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 도로로 이어져 있기로 유명한데요, 특히 남쪽의 바우젠 지구는 자동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70%가 넘는 주민이 자가용 없이 생활하며 자전거를 주 이동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구 외곽의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해요. 또 40% 이상이 녹지 공간으로 공원과 커뮤니티 정원이 많아 주민들 사이 교류가 활발합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의 기대수명이 높고 당뇨병·고혈압 발병률이 독일 평균보다 낮은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멜버른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200만 그루 이상 나무를 심어 왔습니다. 도시 나무 심기 프로젝트라고 부르는데요, 가로수를 좀 많이 심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녹지 공간을 넓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2040년까지 멜버른 곳곳에 나무 480만 그루를 심겠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기후변화로 인한 불볕더위와 도시 열섬 효과를 낮추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로수를 더 많이 심어 그늘을 만들고,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방치된 공터를 다양한 나무와 풀이 우거진 녹지 공간으로 바꿔 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도심 평균 기온이 감소하고 불볕더위 피해가 줄었으며 시민들의 건강 지표가 나아졌다고 합니다. 코펜하겐, 프라이부르크, 멜버른의 사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잘 보여줍니다. 게다가 해마다 심해지는 불볕더위와 홍수, 가뭄에 대비하려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화석 연료가 필요 없는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중심 도시, 생태계 다양성이 살아 있는 녹지가 많은 도시로 변해 가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한 도시는 인간의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길고양이와 풀, 나무, 새, 곤충 모두의 삶에도 좋으며 기후재난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길가 나무 그늘도 물웅덩이도 공원이나 녹지도 없는 도시의 길고양이를 상상해 보세요. 무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에어컨을 돌리는 동안 길고양이는 어디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요? 작은 생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에서는 인간도 건강할 수 있겠지요. (가로수 하나 없는 구례의 어느 거리1.) (가로수 하나 없는 구례의 어느 거리2.) (구례읍 어느 작은 골목에 생긴 주차장 공사장.) 그럼 우리 구례는 어떤가요? 지리산과 섬진강 같은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이나 생물 다양성이 살아 있는 녹지가 거의 없고 심지어 보행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시 안 생활용 자전거도로는 보기 힘들고 오히려 야생동물의 서식지 근처에 관광용 자전거도로를 놓아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우리 구례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이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인가요?기후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나무가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기온이 최대 4°C 낮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볕더위에 대응하려면 나무 그늘 쉼터가 늘어야 하는데, 우리 구례는 주차장만 자꾸 늘고 있습니다. 보행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주차장이나 도로 폭이 늘었습니다. 침수를 예방할 수 있는 흙길이나 녹지 공간 또한 부족해 보입니다. 자꾸 아스팔트로 덮고, 나무를 베고, 주차장을 늘리는 정책은 우리 구례군민의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에게도 좋지 않으며,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갈 우리 미래에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전 세계 여러 도시가 주차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주민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부추기지 않으려는 노력이며, 다가올 기후재난을 예방하고자 하는 정책입니다.이제 주차장이나 도로 폭을 늘릴 게 아니라 걷기 좋은 도시, 생태계 다양성이 지켜지는 도시, 불볕더위나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주차장 없는 불편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될 수 있으면 차를 두고 다니려는 마음도 모여야겠지요.내 건강도 지키고 다른 이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주차장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내 건강을 길고양이의 건강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도시입니다.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2025년 3월 경칩 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3-25
  • 일본 농지 가격은 얼마나 할까?
    우리 나라 농지 가격은 지역적 차이가 아주 크다. 농지은행에 따르면 국내 토지 평균 거래 가격은 18만8천원 정도다. 중위 가격은 12만원 정도이며, 대부분 지역이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라고 한다. 한국의 전제 농경지는 약 150만ha 돈으로 환산하면 500조에서 800조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면 가장 가깝고 경제 수준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농지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일본의 경우 순 농업 지역의 경우 평당 32,000원이고 가장 비싼 지역인 6만 원 정도다. 생각보다 아주 저렴하다. 비슷한 소득 수준의 한국의 농지 가격이 3배에서 6배 정도 비싸다. 일본은 버블 시대인 90년대 초반 가격에 비해 50% 정도 하락했다. 도시 주변 가격은 8만 원에서 17만 원 정도라고 하니 아주 저렴하다. 쉽게 말하면 부산이나 서울 대전 근교의 농지 가격이 17만 원 정도이고 구례 같은 순 농업지역은 비싸야 3- 6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더구나 도시 근교의 농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30년 전에 비해 2~3배 이상 하락했다. 일본의 농지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쌀가격의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두 번째는 농지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없고, 농업 후계자가 없으며, 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은 쌀이 없어서 난리다. 미국의 농지가격? 미국의 농지 가격은 뉴욕 근처의 로드 아이랜드 농지 가격은 23,700원으로 가장 비싸며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농업지역인 캘리포니아가 14,800원 미국 중부는 1,000원 2천 원 정도이며 평균은 1,500원 정도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의 농지 가격은 평당 12,000원 정도다.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 유럽 평균 임대료는 1ha(약 3천 평) 30만 원 정도이며 한국은 평단 천원에서 이천 원 정도이고 평균 1ha 300만 원 정도로 유럽 평균의 10배에 이른다. 네덜란드의 토지 평균 가격은 평당 3만 8천 원 정도이고 폴란드는 4,300원이며 그 외의 농업지역은 2천 원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은 대만을 제외하고 전 지구상에서 농지 가격이 가장 비싼 나라다. 대만은 경자유전의 법을 폐지했다. 그 후로 토지에 집도 짓고 건물도 짓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기타 나라의 농지와 다르다. 이런 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니 가격이 비싼 것도 당연할 것이다. 우리나라 농지도 모두가 명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싼 임대료와 비싼 농지 가격을 지불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 한국의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다. 더구나 소작이 불가능하며 불가피한 경우에만 임대차와 위탁경영이 허용된다. 1950년대에 우리나라 소작인 60~70%였다. 그 후에 농지를 배분한 기준이 대략 3천 평 정도이고 우리나라 평균 토지 소유도 이 정도다. 농업의 세대교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농지가격이 너무 비싸고 이제 2천평에 농지를 구입 하려면 평균 3~4억 정도다. 이 돈을 투자해서 빌린 돈을 상환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농지 집적화와 농업 규모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아주 크다. 농지 집적화는 말 그대로 농지가 분산되지 않고 한곳에 집중해 있는 것이다. 2천평을 구매했는데 500평씩 4곳에 5분 거리에 있다고 하면 농지의 효율은 극히 낮아질 것이다. 규모화 역시 힘들다. 이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정에 의해 토지 분배를 시행한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며 대만은 중국에서 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넘어온 국민당이 민심을 위해 토지분배를 실시했다. 땅이 없던 소작농이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토지생산성이 늘고 잉여농산물이 생기고, 자본이 축적 되면서 이 자본으로 자녀 교육에 투자하거나 작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밑천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대만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많은 나라들 필리핀 베트남, 인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오랜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토지 분배를 시행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 필리핀이 가난한 나라가 된 가장 큰 이유다. 해방 이후 한국의 농지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1980년대에 이미 3-4만 원 정도로 기억된다. 현재는 15만 원 정도로 상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이 농민은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시골 어디 가나 젊은 청년 농부가 60대 중반이다. 그 땅을 구입할 사람도 없고 이어받을 자식도 없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농지 가격이 비싼 이유는 규모와 집적화를 시도하거나 아직은 젊은 전혀 젊지 않은 농부들이 땅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벼농사는 기계화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농부가 3-5만 평까지 농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구상 가장 비싼 임대료와 농지 가격 이것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최근 부동산에 따르면 한국의 농지 역시 판매가 둔화하고 있고 매매가 안 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시골에 살고 있고 가끔 주변의 땅이 나오면 구매를 해볼까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1000평에 1억 5천 정도 가는 땅을 구입하겠는가? 아미년 1년에 임대료 300만원 주고 그 땅을 빌릴 수 있겠는가? 1000평에 1억 5천을 주고 땅을 구매하기 보다는 은행에 이자를 얻는 것이 더 편안한 일이다. 땅 가격이 오를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 오를 만큼 올랐고 더 오른다고 해도 그 땅을 구매 해줄 농부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의 농업이 망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임대료와 높은 농지 가격에 있다.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희망도 없다고 본다. 어떤 청년 농부는 2천평에 3-4억을 주고 구매한 땅에서 그 빚을 상환하고 농사짓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농지 가격이 일본처럼 6만원 정도이거나 유럽의 2-3만원 정도라도 사실 농사를 짓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볼 만 할 것이다.
    • 기후위기
    2025-03-20
  • [기후+마을] 감나무에 대한 예의
    감나무에 대한 예의 우리 구례는 단감과 대봉으로 이름난 고장이죠. 감 덕분에 살림을 이어가는 감 농부님들도 많습니다. 또 감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즐거운 이웃들도 많아 보입니다. 해마다 우리에게 감을 선물하는 감나무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살았을까요? 고려시대인 1138년에 고욤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짧게 보아도 고려 때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감나무속 나무가 자라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감나무는 제법 추위를 잘 견디지만, 겨울철 온도가 영하 25°C 이하로 떨어지면 다음 봄철에 가지가 부서지기 쉽고 새순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아시아 온대 지방인 중국 중북부, 일본, 한국 중부 아래쪽에서 주로 자라 왔지요. 그렇다면 더위엔 강할까요? 열대지방에도 감나무속 나무가 살고 있긴 하지만 감이 달리지는 않는다고 해요. 열대기후가 되면 감을 먹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해마다 불볕더위가 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 2080년쯤에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남도까지 아열대 기후구에 속하리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지만 울릉도 동해 연안에는 벌써 열대 어류가 나타났고, 지리산을 포함한 고산지대에서만 서식하는 구상나무는 말라 죽어 가며, 가을에 남쪽 나라로 날아가야 할 여름 철새들이 한겨울에도 우리나라에서 먹이활동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서 벌써 한반도에 열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사계절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로 먹을거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봄철 이상고온으로 사과나무는 보통 해보다 2주나 일찍 꽃을 피웠고, 뒤이어 닥친 늦서리로 꽃들이 시들어 버렸습니다. 귀해진 사과는 한 알에 5,000원이나 하여 많이들 사과 먹기를 포기했지요. 배추는 어땠나요?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가을 들머리까지 이어진 데다 선충 피해까지 겹치면서 고랭지 배추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지요. 지난 추석엔 어땠나요?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다.” 할 정도로, 기온이 30도를 넘었습니다. 당연히 추석 밥상 물가는 껑충 뛰었습니다. 게다가 벼멸구가 무섭게 퍼져 전국 논의 3% 정도가 누렇게 죽었습니다. 그뿐인가요, 11월 첫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려 수많은 농가 시설이 무거운 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렇듯 한반도 열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기후는 먹고 사는 일상을 어렵게 합니다. 앞으로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 2070년대에 사과는 한국에서 사실상 사라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주식이 밥과 김치가 아닌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지구 기온이 계속 올라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권이 되면 쌀 그리고 고랭지 배추, 고추 같은 김치용 작물을 재배할 수 없으리라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 같은 아열대 기후권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살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이렇게 빠른 기후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할 수밖에 없어요. 벌써 15분에 한 종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른 종들이 사라지면 현재 지구의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포식자인 인간 역시 살아남기 어렵겠지요. 참 슬프고 무섭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2024년 들머리에 윤석열 정부는 국내 과일값 폭등 대책으로 해외 과일 수입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해 상반기에만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모두 30만t을 무관세나 낮은 관세로 수입했습니다. 기후위기로 먹을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윤 정부는 사과 대신 바나나를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감 대신 망고를 먹으면 될까요? 우리 구례 농부님들은 감 농사 대신 파인애플이나 망고 농사를 시작하면 될까요? 사과나 배추를 외국에서 들여오고,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자고요? 계속해서 먹을거리가 없어질 텐데요? 마실 물과 잠잘 삶터가 줄어드는 이 기후재난 시대에요? 그건 마치 구례군수님의 신년사에 나오는 “1조 4천억 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550억 원 규모의 지역활력타운, 12월에 착공될 오산케이블카, 온천지구에 들어설 산수유 스카이워크와 힐링꽃길, 화엄사 야간 경관 길, 밤에도 빛날 서시천 미디어 파사드 분수, 섬진강 그린케이션”이 기후위기 시대에도 지역을 살려 줄 것이라 믿는 것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가져온 똑같은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풀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감 없으면 망고를 먹자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감나무가 감나무답게 살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넓은 땅에서 한 작물만 키워 파는 산업형 농업과 목축으로 토양은 생명력을 잃어 갑니다. 강으로 흘러든 비료 성분은 해수면 아래에 산소가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녹조현상을 일으켜 강 생물을 죽게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뿌려진 살충제와 제초제는 벌처럼 가루받이를 돕는 생물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또 가축과 사료를 기르느라 숲을 없애고 엄청난 물을 써 왔습니다.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산업형 식량 시스템은 뭇 생명을 죽이며 오늘날의 이상기후를 불러들인 한 축입니다. 왜 이러한 대규모 산업형 농축산업이 전 세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먹을거리를 더 싸고 편하게 길러 대량으로 유통해야만 싼 임금으로 공장을 돌리고 더 소비를 부추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돈을 버느라 밥할 시간도 내 먹을거리를 기를 시간도 없는 임금 노동자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지금까지 농업은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많이 키우기 위한 방식으로 생명을 죽여 오지 않았습니까? 돈만 있으면 1년 365일 삼시 세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삶을 뒷받침해 오느라, 돈만 있으면 가뭄에도 아랑곳없이 골프장과 수영장을 드나드는 삶을 지탱하느라, 숲을 벗기고 물을 써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감나무가 감나무답게, 흙이 흙답게, 강이 강답게 살려면 감을 망고로만 바꾸면 안 되겠지요. 돈이 주인인 삶을 지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숲이 벗겨지고 얼마나 많은 어린이 노동자가 죽었고 얼마나 많은 종이 사라졌는지를, 이제껏 우리는 내 눈으로 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그런 풍요를 고맙게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지구 밑에 잠들어 있어야 할 화석연료를 꺼내 펑펑 쓴 결과가, 또 돈이 되기만 하면 막개발이어도 환영해 온 결과가, 또 능력만 되면 끝도 없이 성장하는 게 제일이라고 경쟁을 부추겨 온 그 결과가 이제 불볕더위, 홍수, 태풍, 산불, 가뭄, 한파 같은 재해의 모습으로 그리고 먹을 것이 사라지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감나무 덕에 살림을 이어 온 감 농부님들뿐 아니라, 수많은 나무 덕에 삶을 이어 온 우리 인간은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덕이 있다면 이제라도 기후위기를 막는 일에 함께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막개발을 그만둬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먹여 온 감나무에 대한, 나아가 지구에 대한, 예의이자 지구를 함께 사는 종으로서의 마지막 할 일이 아닐까요.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2025년 2월 입춘 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3-04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