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2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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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샘의 지리산통신] 이 가을, 미술관으로 다가온 실상사
    지리산에서 실상사가 갖는 의미는 아주 각별하다. 지리산 생명 평화 운동의 시작점이자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숙 진지함보다는 마을 가운데 자리하고는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웃 같은 절집으로 느껴지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리산이 위태로울 땐 저항의 구심점이 되어 지리산의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역할을 자임해 온 것도 실상사였다. 이 가을날, 지리산 운동의 심장 그 실상사가 지리산프로젝트란 이름을 달고 울타리 없는 미술관이 되었다. 그림, 사진, 설치미술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실상사 곳곳을 장식하면서 문화 불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우주예술집'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지리산프로젝트는 해마다 진행되다가 코로나 등으로 잠시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올해 '정의도 빛나고 평화도 빛나라'란 주제로 독일과 일본 작가를 포함해 스무 명의 작가들이 참여, 실상사를 미술관으로 변신시켜 9월 22일부터 10월 29일까지 작품들을 전시했다. 지리산프로젝트 김준기 예술감독은 “지리산프로젝트2023은 한국 근현대 역사가 만들어 낸 이분법적인 진영 대립 구도를 극복하고자 하는 예술적 시도들에 집중해보고자 한다”면서 “이는 동시대 사회와 예술의 최전방에 위치한 정의와 평화를 다루고자 함이며, 정의의 추구는 곧 평화의 실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실천의 과정으로서 지리산의 생명 평화 사상과 결합한 다양한 예술 형식을 새로이 모색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번 지리산프로젝트2023의 스태프로 참여한 실상사 수지행은 “실상사를 찾는 분들이 언제부턴가 실상사에 문화재 말고도 볼 것이 많아졌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면서 “절은 나를 돌아보는 성찰과 치유의 쉼터로 예술이 가진 성찰의 힘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법문이고 절은 불교 신자들에겐 신행의 공간이자 모든 사람에게도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문화를 배우고 현재의 삶을 치유하는 열린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산프로젝트는 “천년고찰 실상사에 스며있는 문화유산의 가치에 더해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예술에 시대정신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리산프로젝트는 10월 29일 “윤리와 예술의 관점에서 본 정의와 평화”란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회를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필자가 지리산 운동에 발을 디디면서 숱하게 찾았던 실상사였지만 지리산프로젝트2023으로 또 다른 실상사로 다가왔다.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된 작품들 하나하나를 사진에 담으면서 실상사의 문화재와 더불어 저 멀리 장쾌하게 펼쳐진 지리산 주 능선과 천왕봉도 작품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산청에서 실상사로 이어지는 60번 지방도 그 길을 수없이 오가면서 엄천강 따라 펼쳐진 가을 풍경 또한 그대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감히 주장한다. 끝으로 이번 지리산프로젝트를 마감하면서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지리산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그리고 골프장 건설 등 시대착오적 개발사업에 예산 낭비하지 말고 지리산 전체를 커다란 예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궁리를 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자료 출처 : 지리산프로젝트2023 리플렛) 이번 지리산프로젝트에서 스태프로 참여했던 실상사 수지행이 엄혁용 작가의 “‘책 피어오르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리산의 구름, 나무와 책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선재집 앞마당에 설치되어 있는데 담 너머 저 멀리 지리산 주 능선과 함께 천왕봉이 조망된다. 김화순 작가의 “불어라, 생명평화의 바람”은 보광전 뒤 숲속에 걸려있는데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뒷모습으로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불타는 산과 녹아내리는 빙하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의 실제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를 업은 포대기에 그려진 인드라망 생명평화 문양에 눈길이 먼저 간다. 실상사 목탑지에 설치된 한호 작가의 “영원한 빛 코스모스”, 우주의 정원에서 빛나는 별들은 우리가 바라본 먼 세계이며, 인간이 가진 사유의 우주 또한 투영된 자신의 셰계와 연결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저 목탑지 바로 옆에는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소가 자리하고 있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팽나무를 배경으로 설치된 홍경태 작가의 “설계”는 인간관계의 의미로 출발하는 격자구조의 철근은 이어짐과 끊어짐 그리고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주는 지지대의 역할이고 내부의 편지 봉투 형상의 상자는 상호 간의 교류를 의미한다. 절집 주련은 대부분 한자로 새겨져 있지만 실상사 천왕문에는 한글 주련이 있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안상수 교수님의 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 주련을 지나는 필자의 어린 길동무들, 지리산 칠암자길 중 영원사에서 출발해서 실상사까지 여섯 암자를 걸어온... 실내 전시관 역할을 하고 있는 선재집에는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방석이 놓여져 있다. 그 방석에 앉으면 선재집 출입문을 통해 보광전과 천왕문 그리고 저 멀리 천왕봉까지 일직선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에서 이런 풍광을 만날 수 있겠는가. 칠성각 앞 반송 아래에서 “평화를 지키는 고양이 심바”는 권군 작가의 작품으로 이곳을 가상의 산신각 자리로 정하고 지리산을 지키는 호랑이 대신 시대적 현상을 반영해 고양이 심바가 그 역할을 하도록 위치시켰다. 심바의 두 눈은 해와 달을 상징하고 두 눈 사이의 하트 형상은 사랑과 평화를 뻗어나가게 하는 전류와 파동의 중심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선재집 벽면에 걸린 선무 작가의 “손에 손 잡고”는 여덟 명의 어린이가 각각 다른 국기를 달고 있지만 그들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선이 없다는 의미의 ’선무‘는 탈북 작가의 가명인데, 세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체제들의 경계를 해제시키는 것,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는 것이 선무 작가의 메시지라고 한다.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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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샘의 지리산통신] 다시. 지리산의 가을본색
    [숲샘의 지리산통신] 다시, 지리산의 가을 본색 지난여름의 긴 장마에 잦은 가을비까지 더해져 올해 지리산의 단풍 농사는 영 시원찮다. 단풍나무류의 단풍은 그 어느 해보다 우중충한 민낯으로 가을을 맞았다. 광합성에 최적화된 초록 잎으로 화장을 하고는 햇빛을 열심히 흡수하던 나무들은 이제 동파 방지를 위해 물길을 닫았고 제 몸속에 지니고 있던 본색을 드러내면서 제 가진 것 하나둘 땅으로 돌려보내면서 긴 월동을 준비한다. 단풍 농사가 흉작인 숲에서도 은행나무가 있어 그나마 지리산의 가을 풍경을 남길 수 있음에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 은행나무 단풍을 사진으로 남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은행잎들이 노랑으로 물드는 시기가 해마다 다르고 또 어떤 때에는 밤새 불어닥친 강풍에 그 노랗던 잎들이 깡그리 떨어져 허탈해하던 적도 있었다. 사랑이 그렇듯 은행나무 단풍 사진 찍기도 타이밍이 좌우한다는 사실,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올가을 노란 단풍이 절정일 때 제대로 알현한 하동 옥종 청룡리 은행나무 어르신의 풍채는 여전하셨다. 산청 산천재 앞 도로에서 만난 은행나무 가로수는 동네 할머니의 출연으로 그 색감이 진하게 담겼다. 은행나무가 살아 있는 화석 나무로 불리듯 노란 가을 단풍으로도 그 긴 전통을 이어오고 있고 또 이어가리라. 은행나무 말고도 이 가을의 끝자락에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만난 가을의 본색들을 떠올려 본다. 은행나무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메타세쿼이아의 단풍 색감 또한 찬란하단 표현이 절로 나오는데, 수면에 데칼코마니로 투영되는 한 폭의 수채화를 둘레길이 지나는 산청 내리저수지에서 감상할 수가 있다. 그리고 노고단 가는 길에서 만나는 파스텔톤의 붉은 단풍들을 보면서 바람을 견뎌내는 키 작은 나무들의 지혜를 느낄 수가 있었다. 지리산의 가을빛은 숲에만 깊어가는 건 아니다. 지리산의 중요한 구성체인 지리산의 강들 또한 가을빛 강물로 유장하게 흐른다. 며칠 전 노을이 질 무렵 성철스님순례길을 걸으며 경호강과 양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서도 노을이 더해져 가을빛이 물씬 묻어있는 강 풍경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실상사 공양간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들은 또 다른 가을 색감으로 다가왔다. 이렇듯 떠나는 가을의 흔적이 지리산 도처에 스며 있음을 보면서 언제나 단명인 그 가을의 본색을 필자의 졸시로 남긴다. 가을 본색 / 최세현 초록으로 속마음 숨겨오던 숲 그 숲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풍의 남하 속도 하루 25Km 그 속도로... 하지만 알록달록 그 본색을 다 보여주기엔 너무도 단명인 가을이다 일제히 불타올라 장렬히 소신공양하고 나면 온 숲은 바람으로 뒤척거릴 것이다 사람들아, 부디 경배의 절을 올리시라 이 눈부신 가을날에 제 할 일 다 마치곤 각양각색의 본색을 드러내는 저 숲을 향해서... 600년 세월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노란 단풍 축제를 이어오고 계신 하동 옥종 청룡리 은행나무 어르신 남명 선생이 말년을 보내신 산천재 옆 은행나무 가로수, 때마침 그 길을 지나는 동네 할머니의 노란 옷과 길바닥에 깔린 은행잎이 깔 맞춤이다. 실상사에서 함양 마천 가는 길, 지리제일조망 금대암 들머리에서 은행나무 가로수에 홀려 스쿠터를 세우고 사진 한 컷 남기다. 지리산 둘레길 산청 구간 내리저수지의 메타세쿼이아 단풍, 수면에 투영된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바람이 잠잠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겨우 건진 데칼코마니 숲이 어떻게 바람을 견디며 적응하고 그 생존을 이어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노고단 가는 길, 키 작은 나무들의 단풍 색감이 파스텔 풍이었다. 경호강과 양천강이 만나는 산청 신안면 두물머리 풍경, 갈대와 저녁놀이 어우러져 가을빛이 강물에 스몄다. 저 수평의 강 또한 지리산의 한 부분인 것을... 경호강과 양천강이 만나는 산청 신안면 두물머리 풍경, 갈대와 저녁놀이 어우러져 가을빛이 강물에 스몄다. 저 수평의 강 또한 지리산의 한 부분인 것을...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11-27
  • [숲샘의 지리산통신] 이 가을, 미술관으로 다가온 실상사
    지리산에서 실상사가 갖는 의미는 아주 각별하다. 지리산 생명 평화 운동의 시작점이자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숙 진지함보다는 마을 가운데 자리하고는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웃 같은 절집으로 느껴지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리산이 위태로울 땐 저항의 구심점이 되어 지리산의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역할을 자임해 온 것도 실상사였다. 이 가을날, 지리산 운동의 심장 그 실상사가 지리산프로젝트란 이름을 달고 울타리 없는 미술관이 되었다. 그림, 사진, 설치미술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실상사 곳곳을 장식하면서 문화 불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우주예술집'이란 제목으로 시작된 지리산프로젝트는 해마다 진행되다가 코로나 등으로 잠시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올해 '정의도 빛나고 평화도 빛나라'란 주제로 독일과 일본 작가를 포함해 스무 명의 작가들이 참여, 실상사를 미술관으로 변신시켜 9월 22일부터 10월 29일까지 작품들을 전시했다. 지리산프로젝트 김준기 예술감독은 “지리산프로젝트2023은 한국 근현대 역사가 만들어 낸 이분법적인 진영 대립 구도를 극복하고자 하는 예술적 시도들에 집중해보고자 한다”면서 “이는 동시대 사회와 예술의 최전방에 위치한 정의와 평화를 다루고자 함이며, 정의의 추구는 곧 평화의 실천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실천의 과정으로서 지리산의 생명 평화 사상과 결합한 다양한 예술 형식을 새로이 모색하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번 지리산프로젝트2023의 스태프로 참여한 실상사 수지행은 “실상사를 찾는 분들이 언제부턴가 실상사에 문화재 말고도 볼 것이 많아졌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면서 “절은 나를 돌아보는 성찰과 치유의 쉼터로 예술이 가진 성찰의 힘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법문이고 절은 불교 신자들에겐 신행의 공간이자 모든 사람에게도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문화를 배우고 현재의 삶을 치유하는 열린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산프로젝트는 “천년고찰 실상사에 스며있는 문화유산의 가치에 더해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예술에 시대정신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리산프로젝트는 10월 29일 “윤리와 예술의 관점에서 본 정의와 평화”란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회를 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필자가 지리산 운동에 발을 디디면서 숱하게 찾았던 실상사였지만 지리산프로젝트2023으로 또 다른 실상사로 다가왔다.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된 작품들 하나하나를 사진에 담으면서 실상사의 문화재와 더불어 저 멀리 장쾌하게 펼쳐진 지리산 주 능선과 천왕봉도 작품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산청에서 실상사로 이어지는 60번 지방도 그 길을 수없이 오가면서 엄천강 따라 펼쳐진 가을 풍경 또한 그대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감히 주장한다. 끝으로 이번 지리산프로젝트를 마감하면서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지리산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그리고 골프장 건설 등 시대착오적 개발사업에 예산 낭비하지 말고 지리산 전체를 커다란 예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궁리를 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자료 출처 : 지리산프로젝트2023 리플렛) 이번 지리산프로젝트에서 스태프로 참여했던 실상사 수지행이 엄혁용 작가의 “‘책 피어오르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리산의 구름, 나무와 책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선재집 앞마당에 설치되어 있는데 담 너머 저 멀리 지리산 주 능선과 함께 천왕봉이 조망된다. 김화순 작가의 “불어라, 생명평화의 바람”은 보광전 뒤 숲속에 걸려있는데 기후위기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뒷모습으로 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불타는 산과 녹아내리는 빙하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의 실제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를 업은 포대기에 그려진 인드라망 생명평화 문양에 눈길이 먼저 간다. 실상사 목탑지에 설치된 한호 작가의 “영원한 빛 코스모스”, 우주의 정원에서 빛나는 별들은 우리가 바라본 먼 세계이며, 인간이 가진 사유의 우주 또한 투영된 자신의 셰계와 연결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저 목탑지 바로 옆에는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소가 자리하고 있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팽나무를 배경으로 설치된 홍경태 작가의 “설계”는 인간관계의 의미로 출발하는 격자구조의 철근은 이어짐과 끊어짐 그리고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해주는 지지대의 역할이고 내부의 편지 봉투 형상의 상자는 상호 간의 교류를 의미한다. 절집 주련은 대부분 한자로 새겨져 있지만 실상사 천왕문에는 한글 주련이 있어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안상수 교수님의 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 주련을 지나는 필자의 어린 길동무들, 지리산 칠암자길 중 영원사에서 출발해서 실상사까지 여섯 암자를 걸어온... 실내 전시관 역할을 하고 있는 선재집에는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방석이 놓여져 있다. 그 방석에 앉으면 선재집 출입문을 통해 보광전과 천왕문 그리고 저 멀리 천왕봉까지 일직선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에서 이런 풍광을 만날 수 있겠는가. 칠성각 앞 반송 아래에서 “평화를 지키는 고양이 심바”는 권군 작가의 작품으로 이곳을 가상의 산신각 자리로 정하고 지리산을 지키는 호랑이 대신 시대적 현상을 반영해 고양이 심바가 그 역할을 하도록 위치시켰다. 심바의 두 눈은 해와 달을 상징하고 두 눈 사이의 하트 형상은 사랑과 평화를 뻗어나가게 하는 전류와 파동의 중심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선재집 벽면에 걸린 선무 작가의 “손에 손 잡고”는 여덟 명의 어린이가 각각 다른 국기를 달고 있지만 그들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선이 없다는 의미의 ’선무‘는 탈북 작가의 가명인데, 세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체제들의 경계를 해제시키는 것,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을 그리는 것이 선무 작가의 메시지라고 한다.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11-02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의 가을은 들녘에서부터...
    참으로 힘들었던 여름은 그 꼬리를 감추고 언제나 단명인 가을이 서서히 지리산을 물들이고 있다. 이번 여름이 가장 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거라 했고 극한호우란 단어가 등장했던 지난 여름, 유난히 더웠고 또 비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쏟아부었던가. 그럼에도 지리산의 들녘엔 알곡들이 여물면서 단순한 식량 그 이상의 무게로 벼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초봄 모를 준비하고 논물 대면서 시작하는 벼농사, 식량은 기본이고 가장 생태적인 저수지에 청정 산소를 생산하는 초록 공장 역할을 하는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다. 게다가 봄부터 가을 그리고 겨울 빈 들녘까지 논은 설치미술 그 이상의 예술작품으로 우리 곁을 지킨다. 그러니 긴 세월 논을 지켜온 우리 농부들은 자연의 예술가들임이 분명하다. 쥐꼬리만한 농민수당은 작품 감상비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필자의 변함없는 생각이다. 그 아름다운 가을 들녘을 감상하고 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지리산 자락을 한 바퀴 돌 요량으로 길을 나섰다. 산청을 출발해서 하동 구례 남원 함양 찍고 다시 산청까지는 대략 300km, 구석구석 누비기엔 스쿠터가 딱 좋은데 비가 오락가락해서 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둘레길 모니터링도 병행할 수가 있어 더 유익했다. 필자가 산청 안솔기마을에 살면서 날마다 만나는 외송 들녘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다랑이 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더 애정이 가고 또 아름답다. 그리고 경호강 건너 저 멀리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이 배경이라 지리산의 의미를 더한다.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외송 들녘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간디고등학교 아이들에게도 커다란 축복이리라. 하동 적량과 악양 들판에 들렀다가 섬진강을 따라 구례를 지나오면서 시간이 허락지 않아 골프장 건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포마을 다랑이 논을 들리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밤재를 넘어 제1회 ‘아름다운 마을 숲’ 대상을 받은 서어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는 남원 행정마을로 향했다. 지리산 둘레길 1구간인 주천-운봉 사이에 자리한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은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감동을 주는 숲이라고 감히 말한다. 해발 400m 고원지대인 운봉 들녘은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릉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다. 논두렁에서 하늘거리며 피어있는 코스모스 꽃무리는 가을 들녘의 운치를 더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조연이라 할 수 있다. 운봉과 인월을 지나고 산내 실상사를 지나면서 강물은 남강 수계가 되고 남원과 함양의 경계 쯤에 자리한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은 다랑이 논으로 그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지만 벼농사의 어려움으로 면적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지금은 국가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시 옛 명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지리산 칠암자길로 유명한 삼정산을 배경으로 도마마을 다랑이 논 풍경을 멋지게 담기 위해서는 건너편 금대암 오르는 길에서 찍어야 제대로 된 작품을 얻을 수 있다. 지리산 자락을 한 바퀴 돌면서 돌아본 가을 들녘, 비와 바람과 햇볕 그리고 농부의 손길이 만들어 내는 그 예술작품이 지속가능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과연 그 벼농사를 이어 갈 젊은 농부들이 있을지가 관건이지 싶다. 아무튼 지리산의 가을은 들녘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곧 온 산이 가을의 본색으로 번져 나갈 것임을...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을 배경으로 노을로 물들어 가는 외송 들녘 삼정산 아래 자리 잡은 도마마을 다랑이 논 평사리 부부송이 지키고 있는 악양 들녘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에 걸린 운무 그리고 외송 들녘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의 지리 서북릉 아래 행정마을 들녘 하동 적량 들녘을 지키는 용버들 지리산 둘레길 주천-운봉 구간 들녘을 걷는 길동무들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9-28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의 마음
    드디어 책으로 묶여져 나온 '지리산의 마음' 지리산댐백지화기념사업회 이름으로 펴낸, 지리산댐백지화운동의 길고도 신산스러웠던 기록이자 지리산 생명평화운동의 증거라 하고 싶다. 어젯밤, 지리산 자락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과 함께 실상사에 모여 백서 펀딩에 기꺼이 마음 내어주신 분들에게 보내 드릴 책과 선물 포장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지리산운동의 한 매듭이 지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백서 발간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총 지휘를 한 실상사 수지행, 글씨 보내주신 김성장 샘, 시집 보내주신 박두규 이원규 복효근 시인, 멋진 사진 엽서 만들어준 조하성봉 감독 등등 숱한 분들의 마음이 모여 일군 지리산의 기록이기에 더 울컥했다. 우리 힘으로 지리산댐을 백지화시켰듯 현재 지리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골프장 등 숱한 개발 사업들도 막아낼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2023.09.10)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9-12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케이블카반대 산청주민대책위 출범하다
    7월 24일 오전 오락가락하던 비 그치고 푸른 하늘이 열렸을 동안 산청 군청 앞에서 지리산케이블카반대 산청주민대책위원회 출범과 산청군의 케이블카 사업 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지리산 곳곳에서 달려온 40여 명의 지리산 사람들은 산청이나 함양뿐 아니라 지리산 그 어디에도 케이블카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귀한 걸음 해주신 류정자 선생님, 우포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노래 들려준 우창수&김은희, 해맑은 미소로 기자회견장을 무장해제 시킨 돌잡이 ‘서로’ 등등 함께 힘 모아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의 지리산, 잘 지켜내겠습니다.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7-24
  • [숲샘의 지리산통신] 두류생태탐방로 따라 걷는 중산리계곡
    중산리계곡을 따라 새롭게 길이 만들어진 두류생태탐방로, 이 여름날에 중산리계곡 따라 걷기 딱 좋은 그 길 끝점 즈음엔 지리산을 진정으로 사랑하셨던 그러나 1976년 6월 지리산 그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지신 우천 허만수 선생의 추모비가 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이 지리산케이블카 하부 정류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이 기막힌 현실이라니... 그래도 우리들은 케이블카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만날 수 없는 지리산의 속살을 초록걸음으로 만날 수밖에...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7-14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 자락 교정의 나무 어르신들
    하동 횡천에서 청학동 가는 길, 청암면에 있는 청암중학교 들머리에 커다란 돌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큰 산 아래 큰 인물 난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지리산 사람들에게 지리산이 어떤 의미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지리산 아흔아홉골 그중에도 가장 명당자리에 학교가 있었고 그 학교는 마을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지만 인구 절벽의 시대를 증명하듯 숱한 학교들이 문을 닫거나 또 합쳐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학교는 지속 가능한 우리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첫 단추임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아이들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들려오는 지리산 자락의 학교와 그 학교를 굽어살피고 있는 큰 나무 어르신들을 만나보았다. -함양 천령유치원 개오동나무(수령 170년) 함양읍에서 지리산으로 드는 지안재와 오도재로 향하는 24번 지방도를 가다 보면 함양읍을 벗어나기 전 길가에 자리한 천령유치원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 있던 석복초등학교가 폐교되었고 2001년 그 자리에 천령유치원이 문을 열었는데 현재 15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군 단위로는 규모가 제법 큰 유치원이다. 교정을 지키고 있는 개오동나무 어르신은 해마다 6월 초쯤이면 종처럼 생긴 꽃을 풍성하게 피우는데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과 어울려 그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꽃이 질 때는 오동나무처럼 통째로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꽃을 피우는 개오동나무는 열매가 노끈처럼 생겨 노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나무 아래 세워진 공룡 모형들과 어울려 신비로움을 더한다. -남원 운봉초등학교 느티나무(수령 450년) 지난해까지 111회 졸업생을 배출한 백 년 전통의 운봉초등학교는 해발 450m 운봉고원에 자리 잡고 지리산 둘레길이 교문 앞을 지나는 말 그대로 지리산다운 학교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 학교 운동장에서 나이가 무색할 만치 늠름한 풍채의 느티나무 어르신은 긴 세월 변함없이 그 자리 지키고 계시는데 그 비결은 왁자지껄 뛰노는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서이리라. 때마침 나무 아래서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는 듯했다. 사람과 나무가 만나면 왜 쉴 휴(休)가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동 화개초 왕성분교 푸조나무(수령 500년) 올해 3월 유치원 3명에 1학년 4명의 아이들이 새 식구로 입학한 왕성분교, 필자가 왕성분교를 자주 찾는 까닭은 서산대사길로 알려진 지리산옛길 때문이다. 의신마을에서 출발, 왕성분교가 있는 신흥마을까지 의신계곡 따라 걷는 4Km 남짓한 지리산옛길은 서산대사가 즐겨 걸어 서산대사길이라고도 불리는데 계곡 물소리 들으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길이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왕성분교 교문 바로 앞에는 최치원 선생의 지팡이가 자라 500년 넘는 세월 그 자리 지키고 있는 푸조나무가 나그네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푸조나무는 팽나무와 비슷하지만 껍질이 좀 더 검어서 검팽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이 왕성분교 푸조나무는 우리나라 푸조나무 중 가장 덩치가 크다고 한다. -함양읍 함양초등학교 학사루 느티나무(수령 500년) 군청과 교육청이 모여 있는 함양읍 중심지에 있는 함양초등학교는 120년 전통을 지닌 학교로 현재 학생 수가 500명이 넘는다. 이 학교 교정에 자리하고 있는 학사루 느티나무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마흔 살 넘은 나이에 얻었던 아들을 홍역으로 잃게 되자 그 마음을 달래려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근처에 있던 학사루는 증, 개축을 거듭하다가 1979년 함양 군청 앞으로 옮겨서 세워졌다,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을 100년 넘게 보살펴주는 학사루 느티나무의 그 튼실한 몸통을 보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저 자리 지키고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참으로 고마운 느티나무 어르신임이 분명하다. 함양 천령유치원 개오동나무(수령 170년) 남원 운봉초등학교 느티나무(수령 450년) 하동 화개초 왕성분교 푸조나무(수령 500년) 함양읍 함양초등학교 학사루 느티나무(수령 500년)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6-27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걸음
    진주환경운동연합 114번째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걸음, 백두대간이 지나는 노치마을에서 육모정까지 걷다. 언제나 저 자리 지키면서 우리 길동무들에게 그늘 만들어 주시는 덕치리 느티나무 어르신이 고맙기 그지없다. 쉬엄쉬엄 걸을 때 더 아름다운 지리산을 만날 수 있다는... #고마워요_지리산 (2023.06.17)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6-17
  • [숲샘의 지리산통신] 성심원 어울림 축제
    지난 토요일(6월 3일)에 열린 산청 성심원 어울림 축제, 긴 세월 육지 속의 고독한 섬이었던 성심원이 이젠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구에게라도 열린 공간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1인으로서 참으로 흐뭇한 마음이다. 정태춘 박은옥 그리고 김제동 덕분에 바람의 마을 풍현마을에 선한 영향력의 바람이 아름답고도 상쾌하게 불었다. 특히 성심원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을 더욱더 흐뭇하게 했다. 그리고 성심원 안에서 곧 출범할 산청의료사협이 성심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 더불어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손팻말을 흔쾌히 함께 들어준 정태춘 선생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6-06
  • [숲샘의 지리산통신] 장사익과 찔레꽃 그리고 아홉 그루 왕버들
    지난 토요일 오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가 극찬한 산청 차황면 실매리 금포림에서 장사익 선생의 찔레꽃 자선공연이 열렸다. 찔레꽃이 피는 5월이면 해마다 열린 이 음악회는 올해로 어느새 아홉 번째다. 왕버들 아홉 그루와 장사익 그리고 찔레꽃, 참으로 아름다운 조합이었다. 무대의 배경이 되어준 아홉 그루 왕버들 어르신께 감사드린다며 관객들의 박수까지 끌어내시던 장사익 선생, 열창하신 노래도 단아한 그 모습도 왕버들 숲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금포림에서의 찔레꽃 공연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지길...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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