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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지리산 편지 기사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의 마음
    드디어 책으로 묶여져 나온 '지리산의 마음' 지리산댐백지화기념사업회 이름으로 펴낸, 지리산댐백지화운동의 길고도 신산스러웠던 기록이자 지리산 생명평화운동의 증거라 하고 싶다. 어젯밤, 지리산 자락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과 함께 실상사에 모여 백서 펀딩에 기꺼이 마음 내어주신 분들에게 보내 드릴 책과 선물 포장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지리산운동의 한 매듭이 지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백서 발간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총 지휘를 한 실상사 수지행, 글씨 보내주신 김성장 샘, 시집 보내주신 박두규 이원규 복효근 시인, 멋진 사진 엽서 만들어준 조하성봉 감독 등등 숱한 분들의 마음이 모여 일군 지리산의 기록이기에 더 울컥했다. 우리 힘으로 지리산댐을 백지화시켰듯 현재 지리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골프장 등 숱한 개발 사업들도 막아낼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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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9-12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케이블카반대 산청주민대책위 출범하다
    7월 24일 오전 오락가락하던 비 그치고 푸른 하늘이 열렸을 동안 산청 군청 앞에서 지리산케이블카반대 산청주민대책위원회 출범과 산청군의 케이블카 사업 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지리산 곳곳에서 달려온 40여 명의 지리산 사람들은 산청이나 함양뿐 아니라 지리산 그 어디에도 케이블카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귀한 걸음 해주신 류정자 선생님, 우포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노래 들려준 우창수&김은희, 해맑은 미소로 기자회견장을 무장해제 시킨 돌잡이 ‘서로’ 등등 함께 힘 모아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의 지리산, 잘 지켜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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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7-24
  • [숲샘의 지리산통신] 두류생태탐방로 따라 걷는 중산리계곡
    중산리계곡을 따라 새롭게 길이 만들어진 두류생태탐방로, 이 여름날에 중산리계곡 따라 걷기 딱 좋은 그 길 끝점 즈음엔 지리산을 진정으로 사랑하셨던 그러나 1976년 6월 지리산 그 어딘가로 홀연히 사라지신 우천 허만수 선생의 추모비가 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이 지리산케이블카 하부 정류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이 기막힌 현실이라니... 그래도 우리들은 케이블카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만날 수 없는 지리산의 속살을 초록걸음으로 만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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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7-14
  • 재세이화 홍익인간
    재세이화 홍익인간 ► 一神降衷일신강충, 性通光明성통광명, 在世理化재세이화, 弘益人間홍익인간 (본래 신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진성이 사람의 중심에 내려와 있으며 이 본성을 통하면 모든 것이 환하게 광명해진다. 이러한 근본 이치(진리)를 펼치는 세상을 이루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해야 한다) 위 구절은 『三一神誥삼일신고』의 내용과 목적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말인데 괄호 속 구절의 해석은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말을 조금 덧붙였다. 『三一神誥삼일신고』는 우리 상고사 속의 경전으로 진리의 모체가 되는 원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천부경’과 함께 단군 이전의 시절부터 백성들을 일깨우기 위해 쓰였던 경전인데 삼성기전과 단군세기, 태백일사 같은 책에서도 ‘백성들을 교화할 때 천경(천부경)과 신고(삼일신고)를 가르치고 환단의 옛 역사를 강론했다’고 나온다. 이 경전들은 처음에는 구전되다가 환웅시절에 녹도문자로 기록되었으며 단군시절에 와서 가림토 문자로 기록되었고 이후 한자로 전해져 지금에 이른다고 전한다. 이런 상고사 속의 경전들은 학계에서는 환국 7세, 신시의 환웅 18세, 그리고 단군 47세의 상고사 자체를 고증하기 어려워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중국의 고서나 우리의 고문헌 속에 단편적으로 나오는 구체적 사실 언급들을 보면 존재했던 과거사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삼일신고의 三一思想삼일사상은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이며 천지인(天地人) 우주만물이 하나라는 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는 좀 넓게 보면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과도 상통하며 모든 생명은 서로 뗄 수 없는 하나의 존재라는 생명평화결사의 ‘어울림 삶 무늬’의 의미와도 그 괘를 같이 한다. 위의 ‘一神降衷일신강충’은 하나의 신이 몸 가운데 내려와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삼일신고의 2장 一神에 나오는 구절인 ‘자성구자自性求子강재이뇌降在爾腦’의 구절에서 비롯된다. 자성自性은 자신의 본성이니 자성구자自性求子는 그 본성에서 하나님의 씨를 구하라는 것이고, 강재이뇌降在爾腦’는 너의 머릿골 속에 내려와 있다는 뜻이니 이는 곧 스스로의 본성(본래면목)은 신성의 그것이며 이미 가지고 태어났으니 스스로의 안에서 찾고 구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性通光明성통광명은 그 본성을 통하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실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빛과 같은 밝은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며 在世理化재세이화, 弘益人間홍익인간은 이러한 이치와 진리를 통해 세상을 다스려서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일신강충과 성통광명’은 性通성통을 말한 것이고 ‘재세이화 홍익인간’은 功完공완을 말한 것인데, 요즘에 맞춰 말하면 性通성통은 인간의 참성품을 깨달아 자기완성에 이르는 것이며 功完공완은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실천을 완성한다는 사회적 삶에 관한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닦아서 진리를 깨달아 세상에서 실천을 완성하라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삼일신고에서 말하는 性通功完성통공완의 진리다. 나는 『三一神誥삼일신고』를 보며 상고(上古)의 그 오랜 옛날 정신세계는 오늘날의 그것과 비교할 때 훨씬 높았으며 세상을 살아내는 구체적인 삶 또한 더 바르고 깊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의 과학기술문명이 삶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가져오기는 했으나 그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에 이르면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부추겼고 인류 역사의 모든 사건 사고가 이것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본다. 그리고 상고의 시대건 요즘과 같은 문명의 시대건 사람의 본질은 같은 것일 테니 삶의 근본 원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 ‘나(우리)는 왜 사는가?’라는 근본 질문보다는 먹고 즐기는 것에 우선을 두고 사는 현대의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다. 또한 진리가 삶의 바탕에서 운용되는 세상이야말로 진정한 유토피아이고 사랑과 평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리가 책 속에만 있고 일상 삶 속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한다는 머릿골 속의 높고 귀한 신성의 자성은 자신의 것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하면 끝내 먹고사는 일의 일차적 욕구만으로 세상을 살다 간다면 요샛말로 정작 메인요리는 먹어 보지 못하고 에피타이저만 먹고 끝나는 것이니 그 또한 얼마나 억울하고 손해 보는 일인가. (박두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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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7-13
  • [숲샘의 지리산통신] 지리산 자락 교정의 나무 어르신들
    하동 횡천에서 청학동 가는 길, 청암면에 있는 청암중학교 들머리에 커다란 돌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큰 산 아래 큰 인물 난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지리산 사람들에게 지리산이 어떤 의미로 자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지리산 아흔아홉골 그중에도 가장 명당자리에 학교가 있었고 그 학교는 마을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지만 인구 절벽의 시대를 증명하듯 숱한 학교들이 문을 닫거나 또 합쳐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학교는 지속 가능한 우리들의 미래를 보장해줄 첫 단추임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아이들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들려오는 지리산 자락의 학교와 그 학교를 굽어살피고 있는 큰 나무 어르신들을 만나보았다. -함양 천령유치원 개오동나무(수령 170년) 함양읍에서 지리산으로 드는 지안재와 오도재로 향하는 24번 지방도를 가다 보면 함양읍을 벗어나기 전 길가에 자리한 천령유치원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에 있던 석복초등학교가 폐교되었고 2001년 그 자리에 천령유치원이 문을 열었는데 현재 15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군 단위로는 규모가 제법 큰 유치원이다. 교정을 지키고 있는 개오동나무 어르신은 해마다 6월 초쯤이면 종처럼 생긴 꽃을 풍성하게 피우는데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과 어울려 그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꽃이 질 때는 오동나무처럼 통째로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꽃을 피우는 개오동나무는 열매가 노끈처럼 생겨 노나무라고도 불리는데 나무 아래 세워진 공룡 모형들과 어울려 신비로움을 더한다. -남원 운봉초등학교 느티나무(수령 450년) 지난해까지 111회 졸업생을 배출한 백 년 전통의 운봉초등학교는 해발 450m 운봉고원에 자리 잡고 지리산 둘레길이 교문 앞을 지나는 말 그대로 지리산다운 학교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 학교 운동장에서 나이가 무색할 만치 늠름한 풍채의 느티나무 어르신은 긴 세월 변함없이 그 자리 지키고 계시는데 그 비결은 왁자지껄 뛰노는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서이리라. 때마침 나무 아래서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는 듯했다. 사람과 나무가 만나면 왜 쉴 휴(休)가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동 화개초 왕성분교 푸조나무(수령 500년) 올해 3월 유치원 3명에 1학년 4명의 아이들이 새 식구로 입학한 왕성분교, 필자가 왕성분교를 자주 찾는 까닭은 서산대사길로 알려진 지리산옛길 때문이다. 의신마을에서 출발, 왕성분교가 있는 신흥마을까지 의신계곡 따라 걷는 4Km 남짓한 지리산옛길은 서산대사가 즐겨 걸어 서산대사길이라고도 불리는데 계곡 물소리 들으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 길이다.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왕성분교 교문 바로 앞에는 최치원 선생의 지팡이가 자라 500년 넘는 세월 그 자리 지키고 있는 푸조나무가 나그네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푸조나무는 팽나무와 비슷하지만 껍질이 좀 더 검어서 검팽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이 왕성분교 푸조나무는 우리나라 푸조나무 중 가장 덩치가 크다고 한다. -함양읍 함양초등학교 학사루 느티나무(수령 500년) 군청과 교육청이 모여 있는 함양읍 중심지에 있는 함양초등학교는 120년 전통을 지닌 학교로 현재 학생 수가 500명이 넘는다. 이 학교 교정에 자리하고 있는 학사루 느티나무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이 마흔 살 넘은 나이에 얻었던 아들을 홍역으로 잃게 되자 그 마음을 달래려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근처에 있던 학사루는 증, 개축을 거듭하다가 1979년 함양 군청 앞으로 옮겨서 세워졌다,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을 100년 넘게 보살펴주는 학사루 느티나무의 그 튼실한 몸통을 보면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저 자리 지키고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참으로 고마운 느티나무 어르신임이 분명하다. 함양 천령유치원 개오동나무(수령 170년) 남원 운봉초등학교 느티나무(수령 450년) 하동 화개초 왕성분교 푸조나무(수령 500년) 함양읍 함양초등학교 학사루 느티나무(수령 5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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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6-27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걸음
    진주환경운동연합 114번째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걸음, 백두대간이 지나는 노치마을에서 육모정까지 걷다. 언제나 저 자리 지키면서 우리 길동무들에게 그늘 만들어 주시는 덕치리 느티나무 어르신이 고맙기 그지없다. 쉬엄쉬엄 걸을 때 더 아름다운 지리산을 만날 수 있다는... #고마워요_지리산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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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6-17
  • 편지
    편 지 1 네가 병을 얻은 뒤로 그래도 2주일에 한번은 전주에 올라가 너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듯 이것마저도 뜻대로 안 되는구나. 그래서 못 올라가는 날이면 편지라도 쓰기로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써 보는 편지다. 몸의 느낌은 좀 어떤지 모르겠구나. 감기만 좀 심하게 걸려도 그 무기력함이 온 생을 무너뜨리는 법인데 네 중압감이야 오죽하랴. 현실의 통증으로부터 오는 깊고 텅 빈 어둠과 그 속에 홀로 놓인 극한의 두려움들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젊은 날 한때는 그 극한 상황을 일부러 찾아 떠나는 치기도 있었건만 이제 우리도 그 깊은 어둠을 생의 전면에서 관념이 아닌 현실로 만나야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옛날처럼 이 현실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너는 지금껏 잘 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병은 병대로 다스리되 평상심을 잃지 않고 하루를 새롭게 또 하루를 고맙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 나처럼 일상에 끌려 다니는 놈이야 어찌 늘 새롭고 늘 고마운 세상을 느낄 수 있겠느냐. 하지만 너는 이전에도 나와는 달랐으니 이제 더 깊은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네 모든 것을 아내의 뜻으로 이루도록 해서 함께 병을 다스리기 바란다. 이미 너와 네 아내에게는 새로운 삶이 온 것이고 그 삶이 거느리는 또 다른 의미는 당연히 너희 몫이니 그것을 스스로 일구지 않으면 결코 현실의 누추한 절망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생의 이면에서 만나는 또 다른 소중한 체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ㅇㅇ아, 네 이름을 불러 보고 싶다. 사랑한다. 2 그제 산에 다녀왔다. 눈이 무척 많이 내려 구례까지 가는 동안에도 길가에 차들이 서너 대 박혀 있더구나. 구례에서도 화엄사만 겨우 버스가 다녀서 화엄 골짜기를 오르기로 했다. 내일은 읍내에서 정운창 선생을(‘빨치산의 딸’을 쓴 정지아의 아버지)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더 가깝게 택했다. 웃자란 시누대들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활처럼 휘고 계곡은 하얗게 덮인 바위들 사이로 푸르게 시린 물줄기만 겨우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네 생각이 폭포수처럼 밀려 왔다. 넌 나보다 앞서서 사람들과 세상의 어둠을 볼 줄 알았고 늘 그것들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도 나보다 깊었지. 순백의 화엄을 오르는 동안 너로부터 얻었던 그 어둠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했다. ㅇㅇ아, 네가 병을 얻은 이후로 스스로를 깊게 쳐들어온 생각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이 세상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물처럼 흐르듯이 살아내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관념의 끝에 놓인 목숨부터 세상의 사소한 욕심까지 다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리라. 물론 어려운 일이고 필생의 화두로 남아 끝내 얻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만 그것이 최선의 삶이고 사는 동안 스스로를 가장 잘 대접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내 안에는 20대의 순도 높은 어둠과 40대의 어설픈 생활합리주의가 혼재해 있어서 혼란스럽구나. 이것들이 변주해내는 내 구체적 생활을 가라앉히는 일만 해도 쉽지 않은데 어쩌랴, 언제는 내 의지대로 세상의 시간이 흘렀더냐. 어쩌면 사는 일은 주어진 생을 그대로 받아 내야만 하는 숙명적인 형벌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스스로의 生일지라도 스스로 깔끔하게 정리해낼 수 없다는 것을 요즘에야 느끼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겨울산의 엄혹한 추위를 느끼고 싶었다. 살을 도려내는 듯한 바람과 극한의 공포를 통해 지금의 너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안일하게 늙어가는 나의 정신에 채찍을 드는 건 그래도 겨울산의 추위보다도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병들어 쉬어버린 너의 목소리였다. 우리가 늘 주고받으며 말했던 삶과 죽음이 우리의 관념과 현실을 수시로 넘나들었을 테지만 이제 이것들은 더 이상 관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살아내야 할 현실이다. ㅇㅇ아, 누추한 내 사랑을 보낸다. 3 오늘이 49재구나. 이제 너를 영영 보내야만 하는구나. 49일을 중음신으로 떠도는 동안 네가 사랑한 이승의 것들과 석별의 정은 잘 나누었느냐. 너는 이제 가는 자가 되었지만 세상의 이별은 늘 보내는 자의 슬픔만 있을 뿐이다. 그래, 네가 이승을 뜨며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슬픔이다. 지난 백 년 동안 진정한 비극 한 편이 창작되지 못한 것은 사람이 영악해지면서 그 슬픔도 가벼워졌기 때문이라지. 너는 내 피폐해진 영혼을 위해 마지막으로 심연의 깊은 어둠으로부터 오는 슬픔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네 육신을 사룬 한줌의 재와 함께. 하지만 나는 이 슬픔을 눈물 몇 방울로 받을 수밖에 없구나. 너의 죽음은 아직도 내 정면에 있고 나는 한 발을 움직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잘 가라 벗이여, 내 사랑한 사람이여. 너는 세상의 부귀영화, 권력과 명예를 탐하지 않았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세상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이제 됐다. 그만 되었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사무치면 한이 되거니 49일 동안 곡진하게 보내는 의식을 치러낸 아내의 등도 이제 좀 다독여주려무나. 남은 날 동안 어둠이 올 때마다 초파일의 등불처럼 너를 걸리라. 어둠에 잠긴 꽃으로 네가 늘 숨쉬고 있을 것이니 나는 그걸 느끼리라. 아름다움은 말해 무엇 하리. 네가 그곳에 있는데. 강을 건너는 나비의 꿈은 말해 또 무엇 하리. 네가 그곳에 있는데. 벗이여 잘 가라. 내 사랑했던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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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편지
    2023-06-10
  • [숲샘의 지리산통신] 성심원 어울림 축제
    지난 토요일(6월 3일)에 열린 산청 성심원 어울림 축제, 긴 세월 육지 속의 고독한 섬이었던 성심원이 이젠 세상 밖으로 나와 누구에게라도 열린 공간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1인으로서 참으로 흐뭇한 마음이다. 정태춘 박은옥 그리고 김제동 덕분에 바람의 마을 풍현마을에 선한 영향력의 바람이 아름답고도 상쾌하게 불었다. 특히 성심원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을 더욱더 흐뭇하게 했다. 그리고 성심원 안에서 곧 출범할 산청의료사협이 성심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 더불어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손팻말을 흔쾌히 함께 들어준 정태춘 선생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 문화예술
    • 지리산 편지
    2023-06-06
  • [숲샘의 지리산통신] 장사익과 찔레꽃 그리고 아홉 그루 왕버들
    지난 토요일 오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가 극찬한 산청 차황면 실매리 금포림에서 장사익 선생의 찔레꽃 자선공연이 열렸다. 찔레꽃이 피는 5월이면 해마다 열린 이 음악회는 올해로 어느새 아홉 번째다. 왕버들 아홉 그루와 장사익 그리고 찔레꽃, 참으로 아름다운 조합이었다. 무대의 배경이 되어준 아홉 그루 왕버들 어르신께 감사드린다며 관객들의 박수까지 끌어내시던 장사익 선생, 열창하신 노래도 단아한 그 모습도 왕버들 숲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금포림에서의 찔레꽃 공연이 앞으로도 쭈~욱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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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1
  • [숲샘의 지리산통신] 봄날, 하동호 둘레길에서 화양연화를...
    하동군 청암면에 자리한 하동호는 1985년 1월에 착공하여 1993년 11월에 준공한 농업용 댐으로 청학동 계곡과 묵계 계곡의 물들이 흘러들어 거대한 산중호수를 만들었다. 지리산 둘레길 10구간과 11구간이 연결되는 지점에 있는 이 하동호를 한 바퀴 도는 하동호 둘레길이 새 단장을 하고 2000년 봄에 완성되었다. 전체 길이 7.5Km에 수평의 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구간에는 포함되지는 않은 상태다. 이 하동호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드리 왕벚나무 가로수가 꽃을 활짝 피우는 4월 초라 할 수 있다. 하동호 둘레길은 하동호 댐 주차장에서 시계 방향으로 걸음을 시작하길 권한다. 비바체리조트를 지나면 곧바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나는데 왕벚꽃이 만개하는 4월 초쯤이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의 연초록의 새잎은 눈과 머리를 헹궈주고 온몸을 초록으로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를 만날 때마다 쉽지 않은 외래어 이름보다는 북한에서 부르는 것처럼 수삼(水杉)나무라고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곤 한다. 예전엔 청학동으로 가는 1003번 지방도를 따라 왕벚나무 터널길로 걸었었는데 지금은 호수를 따라 데크 길이 조성되어 안전하게 걸을 수가 있어 좋다. 하동호 관리사무소 주차장에서 출발하면 시계 방향이든 반 시계 방향이든 그 중간 지점이 되는 마을이 바로 나본마을인데 나본마을 서어나무 숲에 조성된 정자와 데크는 휴식과 함께 하동호를 바라보며 물멍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2023.04.25) 나본마을을 뒤로 하고 하동호 둘레길 나머지 반을 걷게 되는데 30분쯤 더 걸으면 만나는 상이리는 위태에서 양이터재 넘어 하동호로 이어지는 둘레길 10코스가 지나는 마을로 여기서부터는 둘레길 10코스와 하동호 둘레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상이리에서 하동호 댐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로 하동호의 비경을 만끽하기 딱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하동호 댐에 도착하면 망향관에 들러 하동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청암골 아홉 마을(몰랑몰, 새터, 가리점, 대밭몰, 고래실, 생방몰, 동촌, 가마소, 난전)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렇게 출발점인 하동호 댐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면 느릿느릿 걸어도 세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산중호수길로 이름 붙여진 이 하동호 둘레길은 장애가 있는 분들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다. 게다가 원점 회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하동호 둘레길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왕벚꽃잎 난분분 흩날리는 4월의 하동호 둘레길을 걷는 이들은 분명 봄날의 화양연화를 만끽하리라.
    • 문화예술
    • 지리산 편지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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