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문화Home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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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의 아침
「섬진강 편지」 -노고단의 아침 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만복대 너머 덕유가야까지 왕시루봉 내려 섬진강 남해까지 구례읍 너머 백아무등으로 사방팔방 번지는 아침빛 어리석은 이도 머물면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 저 구름과 빛이 그려내는 아침 풍경을 모시러 새벽길 걷는 구도자의 길 허락하는 동안 이 길을 묵묵히 걸으리라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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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섬진강 편지」 - 첫눈 어제는 미끄러운 산길을 조심조심 내가 그를 찾았는데 오늘은 어두운 산길을 더듬어 그가 나를 찾아 마을까지 내려왔다.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나고 내일 또 만나도 싫지 않은 그대 같은 첫눈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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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 구례 산동 사포마을 다랑이논 선정!
‘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구례 산동 사포마을 다랑이논 선정!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에 형성된 다랑이논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하여 그 어느 곳보다도 생태 보전 가치가 큰 곳이다. 골짜기 마을의 식량 자급을 위해서뿐 아니라, 소규모 댐 역할과 인공습지로서의 환경적 가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예술적 가치,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 등을 가진 이곳이 대규모 골프장 건설로 훼손되면 그 환경적, 예술적, 경제적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지리산골프장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다랑이논과 그 주변 숲을 보전하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여 환경부장관상을 수여했다.” 지리산골프장 건설 논란으로 위기에 놓인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는 ‘2023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지리산골프장 건설 예정지 바로 밑에 자리하여 농약, 제초제 등 오염원으로부터 훼손 위기에 놓인 구례 사포마을 다랑이논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곳으로 만인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산비탈을 타고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들어진 다랑이논 논두렁의 포근한 곡선은 인위적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농업문화 유산이다. 그런 까닭에 봄이면 모내기를 마친 무논에 저녁 노을빛이 내려앉는 풍경과 황금빛 일렁이는 가을 다랑이논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포마을 다랑이논은 식량자급 뿐만 아니라 수달과 팔색조가 살고 있는 인공습지로서의 환경적 가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예술적 가치,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 역사문화경관이다. <지리산-인> 신문에서 “사포마을 다랑이논의 사계 사진전”을 계획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 아쉬움을 온라인 사진전으로 대신해 본다. -섬진강 편지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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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첫눈 소식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첫 눈 소식 여기저기 눈소식입니다. 지리산에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첫눈이 왔습니다. 눈은 소통의 메신저입니다. 영문자판에 한글로 '눈'을 쳐보세요. 'SNS'입니다. 소원했던 친구에게 첫눈을 핑계로 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눈이 오면 누나가 많이 생깁니다. 설악산 눈 와? 전화를 하면 설악산 누나가 생기고 대둔산 눈 와? 전화를 하면 대둔산 누나가 생깁니다. 새롭게 태어난 하얀 세상, 첫눈 소식을 전합시다. 아침 일찍 노고단에 올라 첫눈을 맞이했습니다. 어렵게 올랐는데 살을 에는 칼바람에 20분을 못 견디고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자연 앞에 겸손하라! 새삼 깨달으면 지리산길 설설 기어 내려온 첫눈 오는 날이었습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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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첫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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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유감
- 「섬진강 편지」 -안개 유감 2023년 10월 22일 안개, 10월 23일 안개, 10월 24일 안개, 10월 25일 안개, 10월 26일 안개, 내리 닷새 아침 안개가 점령군처럼 구례를 장악했습니다. 안개가 옅은 날은 9시쯤이면 걷히지만 독한 날은 11시가 되어서야 해를 볼 수 있습니다. 섬진강과 서시천, 그리고 지리산 골짜기 아래마다 하나씩 있는 저수지들이 봄가을이면 구례를 안개의 마을로 만듭니다. 구례로 이사를 와서 8년이 지나고 나서야 안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구례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안개의 피해를 모르고 아침마다 안개 예찬론을 펼쳤으니 얼마나 철부지로 보였을까요! 봄, 가을이면 일조량이 현저히 부족하고 습도가 높아 농작물들은 병에 취약하고 강마을 노인들은 기관지, 천식 등으로 고통을 받는답니다. 오죽하면 안개를 피해 산동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최근에 지자체가 유치 신청한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게 된다면 구례는 그야말로 안개공화국이 되고 말겠지요. 섬진강댐보다 큰 규모의 댐이 2개나 들어선다면 1년 내내 안개에 시달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거기다가 양수발전에 부족한 물은 섬진강에서 끌어 쓰게 된다니 그렇지 않아도 바닥으로 겨우 기어가는 섬진강물은 더 마를 것이고 가둬둔 물을 흘려보내게 되면 섬진강 하류의 오염은 뻔하지요.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들어 내는 때 묻지 않은 풍광들이 있어 귀촌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귀촌 인구가 감소 추세인 최근에도 705명(2022년, 구례군 자료)이 귀촌했을 정도로 구례는 3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구례지역 귀촌자들의 특성은 주로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사람들로 최근 우리 마을에 7명의 젊은이가 이사를 왔는데 다들 구례의 천연 풍광에 매료되어 온 친구들입니다. 진정 애향 애민의 위정자들이라면 국비 1조 원이란 곶감으로 지역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의 본심을 잊지 않도록 고심해야 할 것입니다. 댐이 들어서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 30여 년 전에 댐이 건설된 순천 주암댐 주민들의 호소를 들어보시라! "자욱한 안개에 폐암까지"‥주암댐 주민 피해 호소 https://ysmbc.co.kr/article/d4H__7afKF797L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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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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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법화종주
- 「섬진강 편지」 -지리산 법화종주 천왕봉,제석봉,연하봉,촛대봉,영신봉,칠선봉, 덕평봉,형제봉,삼각봉,명선봉,토끼봉,삼도봉 2박 3일, 지리산 품으로 출가를 했습니다 40km 지리능선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린 수행길 절뚝이며 휘청이며 30시간을 걸으며 우리네 삶도, 사랑도 이렇게 숱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깊어지는 것임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폐절제 수술 3년이 지나고 망설이던 지리산 종주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니 폐가 잘려 나간 자리에 새로운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넘어지면 손잡아 주고 가파르면 끌어주고 카메라 짐을 나누어지어 준 지리산사람들 길동무님들이 있어 힘들다는 겨울 지리산 종주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마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섬진강 /김인호 *지리산 법화종주 ; 법계사에서 화엄사까지 오는 종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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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퍼강
- 「섬진강 편지」 - 다퍼강 진안 데미샘에서 광양 망덕포구까지 550리 맑은물길 곱디고운 모래로 유명하여 섬진강 옛 이름은 다사강(多沙江)이었다. 반짝 반짝 은빛모래를 바지게나 소달구지로 퍼내던 옛적은 그야말로 소꿉장난이었다. 요새는 *일각수가 덤프트럭을 거느리고 들어와 며칠만 퍼내도 거대한 모래산을 쌓는다. 이 고운 모래를 안 퍼가는 놈만 병신이라 앞 다투어 이 놈 퍼가고 저 놈 퍼가고 경상도 것이 퍼가고 뒤질세라 전라도 것이 퍼갔다 그래도 양심이라는게 쬐끔 남았던지 2004년에는 섬진강길 11개 시군 대표들이 ‘섬진강 환경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섬진강 모래를 더 퍼냈다가는 큰일 나것다 인자 더 이상 섬진강 모래 퍼내지 말자고 도장을 찍었다 옛 모습은 되찾을 수는 없지만 흰모래가 조끔씩 쌓여 가는가 싶었는데 어느 손모가지가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던지 협약이고 나발이고 또 퍼내기 시작한다. 수해침수 복구 명분으로 이 놈이 먼저 퍼내기 시작하니 저놈도 달라든다. 여름에는 아랫동네서 퍼내더니 가을에는 가운데 동네서 퍼낸다. 윗동네는 가마니라서 가만히 있을까 모래가 많아 이름이 다사강이었으나 이 놈 퍼가고 저놈 퍼가서 모래 씨가 말라가는 다퍼강, 훗날 섬진강의 이름은 다사강이 아니라 다퍼강이라 불리겠구나 *일각수 : 뿔이 하나 달린 괴물이라 뜻으로 법정스님이 포크레인을 지칭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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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반딧불이와 놀다
- 「섬진강 편지」 - 늦반딧불이와 놀다 저녁 후에 강아지와 마을 앞 들판길 산책을 하곤 하는데 요 며칠은 반디불이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작년까지는 몇 마리 보이지 않던 반딧불이가 많이 늘어나 길을 멈추고 하나, 둘, 셋 ~~ 헤다가 저만치 날아가는 반딧불이를 쫓아 엉뚱한 길로 가기도 한다 이제껏 반딧불이는 암수가 함께 날며 혼인비행을 하는 줄만 알았는데 암컷들은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고 풀섶에서만 빛을 낸다는 것이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반딧불이 암수 구분도 못하는 내가 참 우습기도 하지만 이 반딧불이 빛을 보여주고 싶은 외손주녀석이 멀리 사는 게 아쉽기만 한 밤이다. 저 아름다운 반딧불이들이 어디서 왔을까 하고 하늘을 보니 반딧불이 숫자만큼 별의 숫자 모자라는 것도 같다. 반딧불이가 없어지면 또 하늘 별의 숫자가 늘어나겠지. 여기 또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들이 있다. 남원시청 앞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반대 남원대책위 사람들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꼭 지켜야 할 국립공원을 깎아내고 쇳덩어리 기찻길을 놓겠다는 정신 나간 사람들을 향해 그 길로 가면 안 된다고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시청 앞에 나와 깜박깜박 빛을 밝히고 있다. 심심하면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말라죽고, 반달곰이 떠나고, 아흔아홉 골짜기가 마르고 새들이 떠나가면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무슨 소용일까?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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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어제 만난 정령치 숲 토끼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용왕님한테 토끼 간을 갔다 바치고 존자리 하나 얻고 싶나보다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새벽 노고단 지리터리풀에게 물었더니 그럽디다 지 혼자 오늘 한판 걸게 쳐 먹고 끝내 버리려보다 내일, 우리 아이들, 그런 거는 나몰랑 허는 종자들이라서 왜들 이리 지리산을 달달 볶아대는지 반야봉 구름에게 물었더니 시 한수 들려줍디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에서 .............................................................................................................. 하동군은 2018년부터 공공과 민자사업을 포함해 총사업비 규모가 1650억 원인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리산 자락인 화개·악양·청암면 산 정상부 일원에 케이블카, 모노레일, 전기열차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기획재정부의 원점 재검토 결정과 민간사업자의 포기로 사업은 중단된 상태이다. 구례군은 지난 해 11월에 신청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계획변경’이 지난 6월 3일 환경부로부터 반려 되었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도착지가 반달가슴곰보호구역과 가깝다는 점 등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지역이나 이에 영향을 받는 지역의 동식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구례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케이블카의 '순기능' 중 하나가 도보로 산을 오르는 등산객을 줄인다는 점인데 구례군이 계획한 노선은 지리산 노고단 정상 바로 밑까지여서 노고단에 오르는 사람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원시다 지난 6월 26일 철도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산악용 친환경운송시스템 시법사업’공모에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이하 ‘지리산산악열차’)이 최종 선정되었다고 남원시가 발표하였다. 앞으로 남원시와 철도기술연구원은 산악용친환경 운송시스템 연구개발 검증을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연구개발비 27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고기삼거리에서 고기댐까지 시범노선을 구축하게 된다. 남원시의 일방적 발표에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지리산 산악열차의 꼼수를 한번 들여다보시기를 바랍니다. http://worlganjb.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277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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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토끼가 그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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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희망가 1
- 섬진강 편지」 -여의도 희망가 1. / 지리산 천은사 노랑망태버섯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나부끼는 젊은이들의 깃발 아래서 젊은이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그놈에게’ 가사는 다 알진 못하지만 더 나은 내일의 희망가라는 건 압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젊은이들의 몸짓을 따라 어깨춤을 추었다. 그 리듬을 다 따라 하진 못하지만 평화의 춤이라는 건 압니다. ‘탄핵윤석열탄핵윤석열탄핵“ 젊은이들 구호를 따라 외칩니다 내 작은 목소리는 함성에 묻히지만 거대한 물결이 되다는 건 압니다. 추운 날씨에도 밤이 깊어 가도 흐트러지지 않는 젊음대오 여의도에 가서 젊음이 소리치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여의도에 가서 젊음이 만드는 내일을 보았습니다. 여의도에서 돌아와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이번에 펴낸 ‘나를 살린 풍경들’ 책 속의 지리산 섬진강 사진들로 <여의도 희망가> 시리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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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칼바람
- 「섬진강 편지」 -노고단 칼바람 경찰서 로터리에서 비상시국 촛불을 켜고 돌아와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어 불안감에 휩싸여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비상계엄 획책한 저들이 변명 한마디 없이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못내 불안하다. 전쟁, 이 땅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내몰 수 있는 자들이 아닌가. 속이 바짝 탄다. 입 밖으로 차마 내뱉기 어려운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새벽길 나서 노고단 정상 칼바람 속에서 참혹한 일들을 막아달라고 노고할미에게 빌었다. 해가 뜨지 않은 바람 드세고 어두운 날이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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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첫눈 소식
- 「섬진강 편지」 - 지리산 첫 눈 소식 여기저기 눈소식입니다. 지리산에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첫눈이 왔습니다. 눈은 소통의 메신저입니다. 영문자판에 한글로 '눈'을 쳐보세요. 'SNS'입니다. 소원했던 친구에게 첫눈을 핑계로 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눈이 오면 누나가 많이 생깁니다. 설악산 눈 와? 전화를 하면 설악산 누나가 생기고 대둔산 눈 와? 전화를 하면 대둔산 누나가 생깁니다. 새롭게 태어난 하얀 세상, 첫눈 소식을 전합시다. 아침 일찍 노고단에 올라 첫눈을 맞이했습니다. 어렵게 올랐는데 살을 에는 칼바람에 20분을 못 견디고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자연 앞에 겸손하라! 새삼 깨달으면 지리산길 설설 기어 내려온 첫눈 오는 날이었습니다.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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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집 '나를 살린 풍경들' 출간
- 「섬진강 편지」 -사진에세이집 '나를 살린 풍경들' 출간 지난 10년 동안 늘 함께였던 섬진강과 지리산의 풍경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진에세이집을 펴냈습니다. 제목은 ‘나를 살린 풍경들’입니다. 지난 10년은 어머니의 죽음, 사십 년 직장의 퇴직, 암 투병 5년, 구례로 귀촌, 아이들의 결혼 등 아슬아슬하고 가파른 생의 정점인 십 년이었습니다. 그 가파른 삶의 순간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섬진강과 지리산 풍경들, 그 강길과 산길에 피는 들꽃들의 환한 웃음이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95장의 풍경이 나를 일으켜 세운 것처럼 누군가의 마음에도 삶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메시지로 가 닿기를 바랍니다. 어제는 출간된 책을 들고 첫서리 내린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칼바람 속에서 지리산을 지키는 노고할미에게 제사를 올리는 마음으로 ‘나를 살린 풍경들’ 출간을 고했습니다. 나의 남은 시간들은 강산의 뭇 생명들과 한껏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겠노라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내일은 우체국에 나가 ‘나를 살린 풍경들’을 그대에게 발송하겠습니다. 느닷없는 부탁에도 기꺼이 추천 글을 써준 이강산, 복효근 시인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 시인이자 사진가 김인호. 그의 이름이 입술에 닿으면 곧장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지리산 능선과 섬진강 저녁노을, 폭설 속 얼음새꽃. 그 셋이 찰나에 오버랩되면서 실존 인간은 사라지고 원시 자연의 몇 컷 풍광으로 눈앞에 들이닥치는 사람이 김인호다. 그 풍광의 스펙트럼은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야생화 한 점을 품기 위해 몸에 밧줄을 묶고 벼랑 끝에서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 오랜 세월 지리산과 섬진강에 발자국을 찍어 ‘구도자의 길’을 낸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가 ‘탐매探梅’하듯 떠돈 10년의 순례 끝에 포토에세이를 묶는다. 지리산이며 섬진강의 뭇 생명이 어디 책 한 권에 담길 수 있을까만 오늘 같은 허욕의 세상에서 10년을 감내하고 ‘가장 아름다운 춤, 멈춤’의 시간을 누리는 그의 책이 반갑고 놀라워 경외敬畏라는 낱말을 감추기 힘들다. 그는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르는’ 강물처럼 자신을 비우고 마침내 이 책에 다다랐다. 우리는 책장을 넘기는 동안 눈 앞에 펼쳐지는 ‘인간의 홍매’, 김인호의 바다에서 자맥질을 반복할 것이다. -이강산(시인․사진가) ...................................................................................................................................................................................... 김인호 작가의 사진 에세이를 본다. 읽는다. 이미지를 통한 영상미와 문자를 통한 메시지가 때로 부합하고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때로 반전하면서 감동을 연출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과 아직은 청정 수역으로 남아있는 구례의 섬진강을 작품의 태반으로 삼았다. 작가의 시적인 사진 이미지의 빼어남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시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만이 그의 작업 의도는 아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고 있는 오묘한 자연의 아름다움, 역사와 인문학적 유산, 그 속에 펼쳐지는 사람살이의 애환, 위기의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 영성적인 삶을 지향하는 철학적 사유가 사진 이미지와 버무려져 있음을 본다. 모든 참다운 예술이 그렇듯이 김인호의 이번 사진 에세이집도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가며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 종국에 돌아갈 육신과 정신의 귀의처가 어디인가 묻고 있다. 작업 기간에 코로나19가 있었고 작가 개인적으로는 투병의 기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치유’라는 화두가 그 중심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연도 인간도 황폐화 일로에 서 있는 전 지구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이러한 예술적 질문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아니할 수 없다. -복효근(시인) #나를살린풍경들 #노고단 #노고할미 #지리산 #섬진강 #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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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산타
- 「섬진강 편지」 -11월의 산타 쿵! 형님! 가요! 문밖에 소리가 있어 내다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의 산타가 다녀갑니다. 1톤 포터 썰매에 이십 킬로 쌀자루가 한가득 실려있습니다. 올해는 벼멸구병으로 농사도 시원찮았다는데... .............................................................................................................. 녹명(鹿鳴) ‘사슴 록(鹿), 울 명(鳴)’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함께 나누기 위해 다른 사슴들을 부르는 울음소리가 녹명이다. 대개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마저 숨기기에 급급한데, 사슴은 울어 울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 녹명은 저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말이다. 형님!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나가 보니 마을 후배가 20킬로 쌀 포대를 마루에 부려 놓는다. 추수했으니 햅쌀 맛 좀 보시라 내려놓고, 잠깐 들어오라 불러도 손사래 치며 서둘러 다음 집으로 간다. 해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루돌프 사슴 썰매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골목길을 오가는 마을 산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사슴 울음소리는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햅쌀 자루 메고 와서 부르는 후배의 “형님” 소리가 바로 녹명이 아닐까!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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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 「섬진강 편지」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새벽 지리산에 들어 6시 40분부터 7시 50분까지 노고단에서 내내 섬진강을 바라보았다. 날이 맑아 금오산 너머 남해 섬들 반짝임까지 들여다보이고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도 가까워 보였다. 가을 운해철인데 북쪽 찬바람이 불어와 겨울풍경을 그려낸다. 산그리메가 좋았던 아침, 한바탕 울어 볼 만한 풍경을 품어서일까? 돌아와 몸살 기운에 종일 들어 누웠다.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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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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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눈물, 섬진강의 울음
- 「섬진강 편지」 -지리산의 눈물, 섬진강의 속울음 1948년 10월 23일 새벽 섬진강에 안개가 자욱한 구례장날이었다. 여수 순천에서 쫓긴 14연대 빨치산부대가 안개 섬진강을 건너 지리산으로 입산했고 닷새 뒤인 10월 27일부터 국군 12연대의 빨치산 토벌작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55년 4월 1일 지리산 입산금지가 해제되기까지 무려 6년 6개월, 지리산 자락 구례는 눈물과 울음이 그칠 날 없었다. 순천, 여수는 채 열흘이 못 가 끝난 대치 상황이 지리산에서는 6년 6개월이나 이어진 것이다. 구례사람들은 밤에는 산사람들에게 시달렸고 낮에는 토벌대에게 시달렸다. 밤이면 내놓지 않는다고 죽었고 날이 새면 내놓았다고 죽었다. 손가락총이 난무하던 기막힌 세월, 이쪽저쪽 끌려다니는 짐승으로 6년 6개월을 살고도 연좌제의 고리에 묶여 찍소리도 할 수 없던 세월이었다. 침묵으로 침묵을 누르며 울음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숨죽여 살아야 했다. 그 무거운 침묵을 깨고 1988년 11월 24일, 억울한 죽음들을 위하여 달전마을에서 유족들 모여 첫 합동 제사를 올렸다. 40년 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73년 만인 2021년에야 ‘여순사건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지리주능선 -백운산 능선 - '지리산의 눈물'은 <2024 구례동편소리축제> 자료입니다. -섬진강 일출 -섬진강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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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눈물, 섬진강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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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들꽃사진전
- 「섬진강 편지」 -구례들꽃사진반 세 번째 전시회에 부쳐 <멸종 위기종의 대흥란과 구례들꽃사진반> 해마다 맨 처음 만나는 얼음새꽃(복수초)이 지난해보다 열흘쯤 일찍 피어 환호성을 올렸지만 우려가 더 컸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빠르게 피던 꽃의 개화가 갑자기 멈춰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고 화엄사 홍매도 예년보다 늦어 애를 태웠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을 불러온 이상기후는 꽃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노고단의 원추리는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뚱딴지같은 외래종 꽃들이 자리를 잡아갑니다. 우리 세대에 사라지는 꽃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지리산, 섬진강의 들꽃 생태를 기록하는 구례들꽃사진반 회원들의 활동은 크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값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집니다. 특히 올해는 설앵초, 기생꽃, 자란초를 찾아 험난한 길을 오르내리며 흘린 땀만큼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또한 멸종위기종의 대흥란을 발견하여 지리산 식물 연구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은 지난 해 ‘구례의들꽃’ 책자 발간에 이어 구례들꽃사진반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세 번째 회원전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참여하여 큰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한 해 동안 애써주신 회원, 특히 신입회원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 마음에 담긴 이 들꽃들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도 환한 빛으로 가 닿기를 바랍니다. * 들꽃사진 전시장으로 가장 어울리는 지리산 천은사 보제루에서 구례들꽃사진반 회원들의 들꽃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0월 20일까지 보름동안 전시를 하니 지나는 길에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섬진강 / 김인호 #섬진강편지 #천은사 #보제루 #구례들꽃사진반 #들꽃사진전시회 #야생화 #지리산 #섬진강 -천은사 대흥란 -대성골 복주머니란 -화엄사 약난초 -노고단 지리터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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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간 순천의 소녀를 위하여
- 「섬진강 편지」 -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간 순천의 소녀를 위하여 낯선 도시가 아니네.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네. 우리가 어울려 사는 도시네. 낯선 거리가 아니네. 우리가 늘 지나던 거리네. 어제도 우리는 저 거리를 지나 집으로 왔지. 그러나 한 소녀는 영영 집으로 가지 못했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묻지마 칼부림에 주검이 되었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낯선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피를 흘리며 쓰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낯선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네. 비명과 절규 속에 피 흘리며 쓰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바로 우리가 오가는 길에서 일어난 일이네. 소녀는 낯선 소녀가 아니네. 저 건너 마을 친구 옆집의 꿈 많던 소녀라네. 낯선 도시 낯선 거리 낯선 마을 낯선 사람의 일이 아니라네. 소녀의 죽음은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죽음이라네. - 섬진강 / 김인호 * 10월의 첫 아침 자욱한 섬진강 안개를 바라보며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잘 가서 거기서는 아픔 모르고 비명 모르고 피흘림 모르고 평안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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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젓가락나물
- 「섬진강 편지」 -놋젓가락나물 지인의 소개로 지리산 자락에서 처음 만난 놋젓가락나물, 늘 새로운 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설레임이 있지요. 바래봉 아래 운봉고원의 가을바람을 느끼며 놋젓가락나물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참 환한 마음 길이었습니다. 투구꽃과 놋젓가락나물은 꽃으로는 구별이 어렵습니다. 두 꽃의 구별법은 투구꽃은 꽃이 줄기 끝에 달리고 놋젓가락나물은 덩굴 끝에 꽃이 달리는 덩굴성이라는 것입니다. 놋젓가락나물 이름 유래는 덩굴이 놋젓가락처럼 생겼다는 유래와 뿌리의 독성이 강해 놋젓가락을 갖다 대면 색이 변한다는 설이 있습니다. 사약의 원료로 쓰였다는 투구꽃 종류는 생약명으로는 草烏(초오)로 불리는데 덩이뿌리가 까마귀 머리를 닮았다 하여 오두(烏頭), 뿌리 갈래가 까마귀의 부리 모양이라 오훼(烏喙)로도 불립니다. 서양에서는 투구꽃의 독으로 늑대를 죽인다고 '늑대죽임풀'이라고도 부르네요. 사약에 대한 야사 중의 하나입니다. 사약을 마시기 직전 송시열의 유언은 "약을 더 달여오게"였다고 합니다. 참, 사약을 목숨을 죽이는 死藥이라 쓰는 줄 알았는데 임금이 하사한 약이라는 賜藥으로 쓰네요. -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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