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을이야기
Home >  고을이야기 >  산청
실시간 산청 기사
-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 산청의료사협 송년의 밤
-
-
내년이면 산청의료사협사회적협동조합이 창립된지 5년, 화목한의원 개원 3년이 됩니다. 조합원 1500명. 현재는 사협에 한의원 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양의(가정의학과)가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산청의료사협은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지역주민들이 일상적 돌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어요. 각종 소모임 뿐 아니라, 건강과 인문 강좌, 전시회, 단식 프로그램, 찾아가는 건강지킴이 등의 활동을 통해 탄탄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2025-12-08
-
-
산청 덕천강 공사, 생명 터전 무너뜨릴라
-
-
산청 덕천강 공사, 생명 터전 무너뜨릴라
희귀 생물뿐 아니라 무수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덕천강을 지켜 주세요.
덕천강에서 벌어진 토목공사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서식지가 파괴되었습니다.
덕천강은 천연기념물 44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호사비오리, 천연기념물 455호이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꼬치동자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얼룩새코미꾸리가 살아가는 보금자리이자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입니다.
경남 산청군이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이 사는 덕천강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토목공사를 벌였습니다. 환경 저감 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산청군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두양교 인근 덕천강에서 준설, 유해목 제거, 제방공사를 벌였고, 지금은 끝이 난 상태입니다. 덕천강은 남강 진양호 상류에 있습니다.
토목공사가 벌어지는 덕천강 현장 ⓒ 최상두(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수달친구들 대표)
경남환경운동연합,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수달친구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진주환경운동연합, 함양군농민회는 4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연기념물 서식처 파괴한 산청군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고, 불필요한 하천 공사를 중단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산청군은 지금 생명이 흐르는 하천을 단순한 '토목공사 현장'으로 취급하고 있다. 남강의 상류이자 지류인 덕천강·경호강·양천강은 수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의 보고이다. 하지만 산청군의 하천 정책에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예방적 접근도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산청군 단성면 자양교 폐쇄 이후 두양교 인근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준설, 유해목 제거, 제방 공사는 어떠한 환경 저감 장치도 없이 밀어붙이듯 진행되고 있다."
아래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의 기사를 함께 싣겠습니다.
이들은 "산청군은 '수해를 입은 곳이다. 주민 민원이 있어 진행하였다'라고 했지만, 하동 쪽에 일부 수해가 있었을 뿐, 산청군 지역은 수해 피해를 보지 않았다"라며 "하천 개발이 있을 때면 주민 숙원사업이다, 국가·도 사업이다로 일관하는 산청군의 변명은 생태계 파괴를 정당화하려는 핑계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환경단체는 "특히 전 세계 개체수가 1000여 마리로 알려져 있는 호사비오리는 남강 수계가 우리나라 최대 서식처이다. 이 일대는 자연형 하천이고 강가의 고사목이 많아 호사비오리가 좋아하는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다"라며 "겨울철새인 호사비오리가 월동 중인 곳에 포크레인이 들어와 강을 헤집고 강가 나무를 다 베어내어 서식처를 파괴했다"라고 지적했다.경남환경운동연합 등 단체는 "강은 물이 흐르는 단순한 수로가 아니다. 온갖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공간이다. 강의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강 또한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라며 "'개발'과 '정비' 명목으로 환경섬 검토 없이 파괴되고 파헤쳐 질 공간이 아니다. 강으로 들어간 포크레인 한 대가 강과 함께 살아가는 수십, 수백 종의 생물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잣대로만 강으로 포크레인을 들여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이들은 "산청군은 불필요한 하천 공사를 중단하라", "천연기념물 서식처 파괴한 산청군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경상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와 과학적·생태적 검증 없는 공사 승인을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또 이들은 "산청군은 덕천강·경호강·양천강의 생물다양성 보전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라", "모든 하천 관련 사업은 사전 생태조사, 영향 예측, 환경 저감 장치 설치, 주민·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라"라고 제시했다.이에 대해 산청군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주민 민원이 있어 공사를 벌였다. 수해 복구 차원에서 쌓인 퇴적토를 거둬냈고, 제방 쪽에 돌망태를 설치하는 호안공사를 벌였다"라며 "준설은 하천 가장자리 위주로 일부 진행되어 오탁방지막을 설치하지 않았고, 호안공사 현장에는 오탁방지막을 설치했다"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25.12.04.)
필요하지 않은 공사로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물다양성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이제 정말 멈춰야 합니다.
-
2025-12-07
-
-
12. 3 내란 1년, 200차 산청촛불행동
-
-
12. 3 내란 1년, 200차 산청촛불행동
산청군 신안면사무소 앞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산청촛불행동이 12월 3일 12.3 내란청산을 요구하는 200번째 집회를 가졌다. 1년전, 윤석열 전대통령의 뜬금포 계엄에 잠 못 이룬 산청사람들은 그날 이후 매주 수요일 신안면사무소앞에서 이어오던 집회를 시국대회로 전환하여 윤대통령 탄핵과 체포, 내란세력척결, 김건희 특검, 산청군수 이승화와 군의원들의 국민의힘 탈당, 산청의 난개발 사업(지리산케이블카, 차황골프장, 삼장면 샘물공장 취수증량 등)의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응원봉과 직접 만든 개인 팻말 등을 들고 내란과 외환 청산, 사회대개혁, 국가보안법 폐지, 기후전환 대책 수립, 교사-공무원 정치 기본권 보장, 농어촌기본소득 선정지역 확대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비상계엄 1년을 회상했다. 또한 수해구호품 사적사용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산청농협조합장, 공무원 갑질로 경질된 산청읍장 철저 조사, 남강댐 문제 등 지역의 현안을 큰 소리로 알렸다.
<내란-외환 관련 구호>
1. 내란수괴 윤석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
2. 내란외환 극우세력 완전 청산하자!!
3. 내란의 힘, 국민의힘 해체하라!!
4. 국민의힘 소속 신성범, 신종철, 이승화, 산청 군의원들 즉각 반성하고 사퇴하라!!
5. 조희대 탄핵, 내란전담 재판부 신설하라!!
6. 내란외환, 12.3 비상계엄 1년 민주주의 지켜내자!
<사회대개혁 지역현안 관련 구호>
1. 권력에 기생하는 정치검찰 몰아내고, 검찰개혁 실현하자!!
2. 국민주권시대,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3.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4. 보편적 복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선정 지역 확대하라!
5. 내란외환, 12.3 비상계엄 1년 민주주의 지켜내자!
6. 반민주, 반통일 독재의 도구,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7. 겸업 금지 위반, 하나로마트 임대 의혹, 수해 물품 사적 사용 의혹, 조창호 산청농협조합장을 즉각 수사하라!
8. 이대로는 못살겠다. 전 산청읍장 갑질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하라!!
9. 이승화 군수는 차황 골프장 건설 철회하라! 지리산케이블카 철회하라! 삼장 지하수 증량 반대한다!
10. 산청 수해 원인 제공 남강댐, 수자원공사는 책임져라!
<성명서 전문>
불법 계엄 1년, 다시 광장의 힘으로 내란외환 완전 청산,
자주와 통일, 민주와 평등의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자!
12.3. 불법 비상계엄이 있은 지 오늘로 1년이 되었다. 대통령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경찰청장이 위헌적 계엄에 경찰을 동원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내란수괴 윤석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변호인단과 이를 용인하고 있는 재판부와 같이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동조 세력에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는 세력이 있다.
내란외환에 대한 심판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조속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철저한 내란외환 진상규명과 주요 종사자에 대한 사면 없는 처벌을 요구한다. 여전히 계엄을 두둔하며 동조하는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내란외환을 부정하고 극우세력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내란과 외환에 맞서 연대와 평등의 광장을 열었던 시민들은 윤석열 탄핵을 넘어 불평등과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내란외환 청산도 사회개혁도 더디기만 하다. 곳곳에서 불안과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불법 계엄 1년은 기념과 자화자찬의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 정부와 국회, 책임 있는 기관 단체는 광장 시민의 요구이자 시대의 사명인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해 부여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성찰하고 약속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불법 계엄 1년,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 위기 최전선에서 생존을 위해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이 있다.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세종호텔 앞 철탑에서 300일째 고공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가 있다. 노조법 2,3조는 통과되었지만, 폭우와 폭염 속에 속도 경쟁을 강요받으며 일하다 죽어가는 플랫폼 노동자가 있다. 거대자본의 경쟁 속에 눈물짓는 영세자영업자가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한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저항하는 존재들이 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폭력을 행사하는 극우세력에 맞서 민주사회, 평등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쳤지만 여전히 나중으로 미뤄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난개발에 맞선, 불평등한 세상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불법 계엄 1년,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윤석열 퇴진을 걸고 2022년부터 시작한 산청촛불행동은 오늘로 200차를 맞았다. 오늘 계엄 1년을 맞아 다시 광장의 힘으로 내란외환의 완전한 청산과 평등사회, 자주와 통일의 사회대개혁 실현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마지막 구호만 3번 크게 외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 내란외환 옹호, 국민의힘 해체하라!
- 사법부는 내란외환 세력 신속하게 처벌하라!
- 이재명 정부는 내란외환 청산, 사회대개혁 조속히 이행하라!
반민주 반통일 독재의 도구,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후재난 근본 대책 수립하고 농정대전환 실현하라!
- 차별 없이 평등한 권리, 모든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적용하라!
- 나중 말고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난개발 기후 위기 차황 골프장, 지리산 케이블카, 삼장 지하수 증량 중단하라!
이대로는 못살겠다. 전 산청읍장 갑질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하라!
겸업 금지 위반, 하나로마트 임대 의혹, 수해 물품 사적 사용 의혹 조창호 산청농협조합장 사퇴하라!
산청 수해 원인 제공 남강댐-수자원공사는 책임져라!
2025년 12월 3일
내란외환 완전 청산, 사회대개혁 실현 산청촛불행동 참가자 일동
-
2025-12-03
-
-
지리산권 담수보 추진 중단하라!!!
-
-
산불이후 난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산불이 번지고 있을때는 '임도'와 '숲가꾸기'가 지속적으로 나왔고 지금은 잠시 주춤해 있는 상황이지만 저 지하에서는 현재 더 많은 임도와 더 많은 숲가꾸기를 추진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숲을 이용의 대상이 아닌 숲은 생명의 공간이며 생명을 지켜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명다양성이 풍부한 숲은 사람의 삶 터도 지켜준다는 것을 이번 산불에서 확인되었지만 기득권은 그 사실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식의 이익을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10월 19일 산과 숲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강까지 파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함양군과 산청군의 요청으로 경남도에서 소방용수 공급을 위한 담수보를 추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베포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경남환경운동연합은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 후 경남도와의 면담에서 경남도는 '담수보 신설이 아닌 기존 낡은 보를 철거하고 가동보로 교체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함양군과 산청군은 무슨 근거로 담수보 신설이라며 호도하고 나섰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기자회견문]
지리산댐의 망령을 되살리려는가?
지리산권 담수보 추진 중단하라!!!
경상남도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리산 권역의 산청·함양 일대에 산불 대응용 다기능 담수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인 덕천강과 임천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고이자 지리산 상류 수생태계를 대표하는 하천이다. 재난대응, 수자원관리, 생태보전의 명목 아래 전혀 생태적이지도 관리되지도 않는 담수보 설치가 추진되고 있어 지역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의 협의 없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을 인위적으로 막아 훼손하는 불필요한 공사이다. 생명의 강을 단순하게 홍수가 나면 ‘재해복구’, 산불이 나면 ‘소방용수’ 공급원으로, 토목사업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댐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는 정책
이번 사업은 과거 ‘지리산댐’ 추진 때와 다를 바 없다. 지리산댐과 규모는 다르다하지만 강의 생태적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동일하다. 추가적인 공사나 다른 토목사업으로 변질되어 지역사회를 위협할 수도 있다. 지난 수십 년을 지리산댐 건설 추진으로 고통받았던 우리 지역사회는 강의 흐름을 영구히 바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강의 생명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지키고, 또 물려주고 싶다.
소방용수 공급은 이미 충분한 상태
함양과 산청 일대에는 다수의 저수지, 농업용 댐, 소형 저수지가 존재한다. 2025년 3월 지리산 산불 당시에도 소방헬기는 하천의 자연 유수지와 저수지의 물로 진화작업을 수행했다. 이런 현황을 무시하고 담수보를 설치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사업이자 세금낭비에 불과하다. 산불 대응에는 ‘보’가 아니라 이동식 펌프, 저수지 급수장, 산림 내 간이 수조 등 효율적 용수공급체계가 훨씬 현실적이다. 산불 대응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과 정책 결정이 시급한 이 시기에 조급하게 지역사회를 논란에 빠뜨리는 '보'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추진
이 사업은 지역 주민의 공론화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산불로 인한 재난복구라는 중차대한 시기이다. 단순히 행정 편의의 관점에서 강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강은 지역 주민과 자연이 공유하는 공공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행정은 토목업체의 경제 논리에 따를 게 아니라 생태적 가치와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
멸종위기 생물의 보고, 덕천강과 임천
이 지역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여울마자, 큰줄납자루, 얼룩새코미꾸리 등의의 핵심 서식지이다. 이들 생물들 중에는 국제사회에서 권고한 IUCN 적색목록 생물도 포함되어 있다. 담수보 설치로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 퇴적·부영양화가 가속되고 하천의 홍수 위험이 증가할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파괴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국가 보호종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이자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일인 것이다.
‘다기능’이라는 이름의 허구
경상남도는 ‘재난대응·수자원관리·생태보전’을 동시에 달성한다고 주장한다. 강에 보를 설치하는 순간 자연 하천은 인공 저수지로 전락한다. ‘친환경 공법’이라 주장하지만, 강을 막는 그 행위 자체가 이미 비친환경적이다. 홍수기에는 개방형이라 하지만, 하천과 불과 1~2m 높이의 도로와 마을의 홍수 위험성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겨울철 건기에는 결국 물을 가두어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생태훼손을 어떻게 생태보전이라 할 수 있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물’이 아니라 ‘흐름’이다
하천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물을 가두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이 강의 본질이다. 지금은 강을 통제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강과 공존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 지리산의 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자, 우리 모두의 자연유산이다. 우리가 지키고 물려주어야 할 것은 ‘가둔 물’이 아니라 ‘흐르는 생명의 강’이다.
경상남도는 지리산댐의 망령을 되살리려는가? 지리산의 강을 토목 실험장으로 만들지 말고, 지금 당장 지리산권 담수보 추진을 중단하라. 우리는 지리산권의 모든 생명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산청·함양 담수보 설치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2. 지역 주민·전문가·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마련하라.
3. 기존 댐·저수지·하천 저류지를 활용한 대체 용수체계 구축 방안을 검토하라.
2025. 10. 23.
-
2025-10-28
-
-
지하수 보존 주민을 위한 탄원에 함께해주세요!
-
-
탄원에 함께해주세요!
https://forms.gle/BK5sJ471JtM8Vauu7
산청군 삼장면 ㈜지리산산청샘물은 현재 1일 600톤을 취수하여 먹는샘물(생수)을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에는 600톤 취수를 증량하여 1일 1,200톤의 지하수 취수가 임시허가되었습니다.
이 중대한 사안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으며,
일부 지역 단체장들과의 합의를 통해서만 지하수 증량 허가를 추진하고,
이에 반대한 주민들을 ‘업무방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모두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또다시 주민 3명을 상대로 항고를 제기하여 주민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활동은 생존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이자 지역사회의 의사 표현입니다.
부당한 항고가 기각되어 주민들의 권리와 평온이 보장되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2025-09-19
-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 숲속의 고향집은 무사할까? 기후재난 이주시대의 서막
-
-
7월 18일 금요일 저녁, 비가 꽤 오길래 부모님 집에 내일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비 많이 오는 김에 베란다 방충망 청소를 하고, 난간에 그물을 친 스파이더맨들을 대거 떨어뜨린 다음, 창문을 다 닫고 잤다. 방음 잘 되는 창문과 암막 커튼 때문에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잤다. 늦잠 잘 수 있는 주말, 마구 울려대는 카톡음 때문에 깼다. 곧이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했다. “주차장과 도로에 물이 차고 있으니, 입주민 여러분들은 통행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비옷을 입고 내려가 보니, 읍이 엉망이었다. 산사태가 나서 도로에 토사가 쌓여 있고, 물이 빠지지 않아 시장에 물이 차고 있었다. 오부면 일물리에 있는 부모님께 전화하니, 물이 끊겨서 안나오고 닭장 아래 축대가 무너졌지만 집은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경작지가 반이 사라졌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재난의 소식들이 들려왔다. 십 년 마다 한 번 있는 수해 정도가 아닌 듯 했다.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태. 일물의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가장 험지에 사는 J 아저씨는 집 옆이 계곡이 되었지만 허리가 아파서 계곡을 넘어 탈출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아이들과 <콘크리트유토피아>를 봤다. 나무의 호흡이 통하는 숲속의 시골집에 익숙해 아파트를 좋아한 적이 없지만, 갑자기 아파트가 안전하게 여겨졌다.
곳곳에 산사태가 나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집이 휩쓸려가고 묻혔다. 경호강 휴게소 위에 어마어마한 산사태가 나서 국도 3호선이 끊겼다. 단계천이 범람하고, 딸기하우스들은 엉망이 되었다. 전기와 수도가 끊긴 곳이 여러 군데.
폭우가 끝나자 폭염이 시작되었다. 토사를 치운 도로에서는 뙤약볕에 구워진 흙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큰 아이는 방학, 둘째 아이는 등교. 일물리는 올라가는 길이 양쪽으로 막혀 가 볼 수가 없고, 어딜 가서 도우고 싶어도 야외 작업이 가능한 아침과 늦은 오후에는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다. 방학중 국어교실에 다녀온 아들이 중학교 기숙사에 이재민들이 백몇십 명 왔다고 전해주었다.
일주일 후 길이 뚫려서 아이들을 데리고 본가에 갔다. 일물마을 올라가는 급경사 도로가 시작되는 오성저수지. 제작년 12월 완공되어 물이 다 채워진 것은 1년 남짓. 저수지를 만들면서 개벌한 가파른 산비탈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저수지가 메워져 버렸다. 저수지 때문에 새로 만든 도로 옆 비탈에서 어마어마한 바위들이 굴러내려왔다. 바위는 아스팔트 도로 한켠으로 치워져 있었다. 비오는 날 저녁에 일물에 갔다면 자동차 위로 바위가 떨어졌을 수도?
마을은 괜찮았지만 경작지는 반이 사라진 상태였다. 고작 1m 폭에 불과했던 도랑이 폭 15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계곡이 되어있었고, 우리 논은 반파, 아래의 오미자밭 두 마지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엄청난 자연의 위력 앞에 절망보다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는 목숨 부지에 감사할 뿐이다. 비가 올 때만 산길 위로 쫄쫄 물이 흐르던 도랑은 거대한 협곡이 되어있었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개벌을 한 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경우가 많다. 무분별한 개발사업이나 임도건설, 벌목, 숲가꾸기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산사태가 많은 곳에서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림청의 정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산사태가 기후위기 탓이라는 산림청의 말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사흘에 걸쳐, 특히 하루에 집중적으로 700mm의 호우가 내렸는데, 산사태가 안 일어날 수는 없지 않을까? 산사태는 풍화와 침식 현상의 일부다. 수십 수백 년에 걸쳐 바위틈에 물이 흘러 들어가 얼었다 녹았다 하며 쪼개진 땅속의 바위가 이처럼 큰 비가 내릴 때 떨어져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두려운 일이지만, 추웠다 더웠다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잦은 기후변화 시대에 이런 재난은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상적 재난에 적응하는 길은 무엇일까. 안전을 위해 더 많이 축적하고 소유해야 할까? 언제 사라져도 별로 아쉽지 않도록 가볍고 간소하게 살아야 할까?
사라진 산골짝의 묵은 논들은 수백년전 사람들이 들어와 계곡의 돌로 축대를 쌓고, 산에서 보드라운 흙을 긁어 채우고, 본래의 물길을 돌려서 만든 인공 구조물이다. 1~2세대 전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가 묵어버린 다락논들이 큰물에 휩쓸려 사라진 것은 인간의 흔적이 숲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과정이다. 피해가 간 모든 곳을 원상태로 돌리기는 어렵거니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산을 모두 콘크리트로 바를 수는 없는 일이다. 사방댐과 계류사업이 오히려 산사태를 일으킨 곳도 있다. 모든 곳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기보다, 복구가 어려운 장소는 숲에게 돌려주고 자연의 작용으로 변화한 지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 경우에는 농경지와 거주지를 잃어버린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하겠다.
이번 비로 마을 전체가 침하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생비량면 상능마을은 중앙정부에 주민 전체가 집단 이주를 건의했다. 자연 재해로 마을 전체가 집단 이주한 사례는 경남에서는 2003년 거제시 일운면 와현마을 집단 이주가 유일하다. 당시 와현마을은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어, 73가구 130여명이 거처를 옮겼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마을 하나 옮겨가는 건 미미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류가 조만간 대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지형이 바뀌면서 이주를 하게 되는 것은 인류학적으로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거주지와 문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현대에 와서 토지의 소유, 재산, 경제, 자본, 법의 문제와 얽히니 땅을 포기하지 못하고 기억하던 모습대로, 지적도에 그려진 모습대로 복원하게 된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이주시대에 자칫 전쟁이나 내전으로 또 다른 희생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인간 사회의 오래된 전제 조건인 소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후문제에 맞춤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가 끝없는 인간들의 욕심과 경쟁으로 사라지고 있다. 생존경쟁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생존하기 위해 경쟁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이 인간을 공멸로 몰고 가고 있다. AI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안된다고 아둥바둥이다. 하루종일 폰과 컴퓨터를 쳐다봐야 한다. 뭐가 그리 중하다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죽이는 것일까? 한국에서 매일 1명 이상의 여성들이 남자친구나 배우자에 의해 살해 또는 살해 위협을 받는다고? 이 정도면 경쟁은 정신병이다. 제발, 안 파헤쳐도 되는 산은 파헤치지 말자. 안 만들어도 되는 댐, 안 만들어도 되는 공항은 만들지 말자. 안 먹어도 되는 고기는 먹지 말자. 안 해도 되는 일은 하지를 말자. 그리고 좀 나누고 살자.
*여러 곳에서 봉사자들이 와서 산청 주민들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자원봉사센터에서는 단체 봉사를, 개인 봉사는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연결해드리고 있습니다. 재난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 속에 산청 곳곳이 희망으로 피어납니다. 산청에 오셔서 나눔이라는 작은 미래의 씨앗을 심어주세요.
산청군자원봉사센터 055-970-7352
산청, 합천 수해 복구 자원봉사 연결 오픈채팅방(산청의료사협)
https://open.kakao.com/o/gGKBQNIh
담당자: 010-9355-6479 송한나
-
2025-08-07
-
-
[산청 지하수 이야기] 작은 동네, 목소리 내기, 민주주의
-
-
[산청 지하수 이야기] 작은 동네, 목소리 내기, 민주주의
파커 J. 파머의 저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는 말한다. 아이 한 명을 기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대화에서 우리의 생각을 시험하기 위해서, 하나의 개념을 현실로 변화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모으기 위해서, 심지어 가장 고독한 형태의 창의적인 작업을 자극하고 지지하기 위해서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구례에 살러 오기 전에 나는, 서울 상왕십리역 근처의 오피스텔에 지내며 회사를 다녔다.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은 배달기사였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 가끔씩 화장실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랐을 뿐이다. 구례에 살며 내가 놀란 것은 ‘마을에 산다는 감각’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광역시 아파트에 살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아파트에 오래 살았고 중간에 고시원과 오피스텔에서도 살았다. 아주 어릴 적에는 마을에 살았다곤 하는데 다섯 살 이전이라 기억에 남아있는 건 어렴풋한 풍경 정도다. 집 밖으로 나서도 아는 사람, 읍내에 나가도 아는 곳들. 얽혀있는 사람들, 마주치면 인사 나누는 이웃들. 구례살이는 새로운 인간관계망을 배워가는 일이기도 했다. 익명성이 기본값인 도시와 너무도 달랐다. 아는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감각이 생겼다.
작은 동네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던 소설가가 말했던가. ‘작은 동네에 살면 사람들이 서로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덧붙인다. 사실 서로를 절대 전부 알 수 없다고.) 어디를 가도 몇 번 얼굴이 낯이 익나 싶으면 사람들은 물어봤다. “근데 어디 산대요?” 어느 마을이라고 하면 그 동네 아는 사람이 꼭 있을테니,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곧 아는 사람이니 그렇게 인사를 하는 것일테다. 하지만 나는 극 내향인으로서 그런 질문에 편하게 대답하기는 어려웠다. “혼자 산대요?” “뭐하고 산대요?” “일은 나간대요?” 나는 특유의 ‘아하하하하하...’ 웃음 권법으로 대충 둘러대고 자리를 피한다. (절대 싫어서가 아니다... 그냥 항마력이 딸리는 것일 뿐!)
말하고 싶은 것은, 작은 동네에 살면서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이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내 근거지와 생계, 어떻게 먹고 살아가는지 대충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쉬운 말로 약점이 드러나기 쉬운 조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 감수가 배로 드는 일이다. 나의 어떤 것을 걸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삼장면의 지하수 관련 이슈를 톺아보고 산청을 방문하며 느낀 점은, 이것이 마을 내에 일어나는 갈등이라 더욱 정교하게 언어화되고 가시화되며 동시에 공적으로 다뤄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노골적인 충돌’보다 관계의 얽힘과 암묵적인 규칙이 은근하게 작동해서 더 어렵다. 갈등이 노골화되기 전 관계망을 따라 조용한 편 가르기가 시작되고 누가 어느 편에 섰는지 ‘은근히’ 드러난다.
생수공장과 주민들간의 1:1 갈등이라면 오히려 단순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먼저 마을 내에서 생수공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수 증량에 찬성 입장으로 사인을 해준 이장단 중 일부다. 그리고 그들 중 핵심인사는 각종 사회단체협의회 장들일뿐만 아니라, 마을 내에서 입지도 강하다. 게다가 집성촌인 곳에서는 가족 단위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농사를 직접 짓기엔 건강 문제가 있어 어르신들의 밭을 기계로 농사를 지어주는 이들이기도 하다. 마을 내 ‘힘’이 작동하는데, 이는 공식적이라기보다는 비공식적 권력 구조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을 주민들의 진짜 의견이 자연스레 표출되기 어려운 상황인 듯 보인다. 관계 단절이 곧 생존 단절로 이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의 발족과 활동은 놀랍다. 이분들은 삶의 터전의 많은 부분을 걸고 싸운다. 마을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거니와, 원래 형-아우 하던 사람들끼리 얼굴 붉히며 살아가는 마음의 생채기도 말로 다 못할 것이다. 2024년 10월경, 표재호 위원장은 삼장면주민자치위원회 2개월 남은 감사에서 위촉 해제당한다.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 치중해서 자치위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족수를 다 채우지 못했거니와 기본 절차를 지키지 않아 해당 위촉 해제는 무산되었지만 이 일로 표 위원장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마을에서 지금껏 살아온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이지 않았을까. 드러난 사건도 이럴진대, 꺼내놓기 쉽지 않은 심적 증거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사진 출처: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
처음에 나는 이런 일들이 ‘마을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정보가 제한된 소수에게 독점된다. 그들이 투명한 일처리를 하지 않기로 ‘결심할 때’ 주민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당한다. 민주주의의 침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표재호 위원장과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가 지금껏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근거를 모아 온 일은 절실했고 필사적이었다. 그들이 1년 반 넘게 집요하게 파들어가니 이 정도라도 ‘무리한 지하수 개발에 따른 주민의 삶터와 생태에 대한 위협’이라는 논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비대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공론장’을 만든 것이다. 그것이 민주적 과정을 무서워하는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위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론장이 만들어지니 민주주의는 놀랍도록 대단한 일을 했다. 바로 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비대위분들은 공부했고, 민원서를 썼고, 각종 행정기관에 연락했으며, 언론과 접촉하고, 시민단체에 자문을 구했다. 이런 일들의 성과로 비대위는 최근 국회에 갔다. 환경부와 간담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이야기도 다음에 쓸 예정이다) 그래, 이 모든 과정은 완벽하게 ‘민주주의의 존재 증거’였다.
(사진 출처: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
갈등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존재 근거이다. 갈등 속에서 사회는 부단히 앞으로 나아왔다. 호주제 폐지 이슈가 번뜩 떠오른다. (나라 망한다던 사람들, 다 잘 살고 계실 것이라는 데 500원을 걸겠다)
다만 민주주의의 부재는 이럴 때 일어난다. 첫 번째, 오히려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때다. 마을도 공식적으로는 주민총회, 마을회의, 이장 선출 등 형식적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형식만 있고 실질적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비공식 권력구조에 의한 민주주의 무력화가 더 정확한 문제의 원인일 것이다. 왜곡된 민주주의는 ‘사적 이해관계’가 앞설 때 쉬이 벌어진다.
민주주의의 부재 두 번째, 갈등을 조정하고, 토론할 공론장과 공적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때 일어난다. 비대위는 몇 번이고 산청 군수와 낙동강환경유역청, 환경부에 민원서, 호소문를 제출했다. 산청군의회가 ‘지하수 보존 결의서’를 채택하고, 군수 역시 ‘지하수 보존’으로 공식 입장을 내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행정 기관에서 더욱 빠르게 공론장을 만들고 투명하게 의견을 나누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비대위가 접촉한 그 수많은 행정기관을 돌아보면 이 지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다.
마을은, 가장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생각을 시험할 가장 최소단위의 사회다. 작기에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의 수많은 의사결정을 원하는 주민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을 공시제도’ 법제화는 어떨까. 물론 수많은 행정 비용이 들 것이고, 마을 이장도 불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주민 다섯 명 이상이 서명하면 마을 회계, 외부 계약 등에 대해 지자체에 감사를 요청하는 조례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마을 회계감시단’같은 시민조직을 구성할 수도 있다. 또한 실질적 활동을 위한 교육과 예산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성인에게도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장 선출시 공약과 예산 집행 계획을 공개하고 평가받도록 의무화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를 위해 ‘이장’의 월급을 올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단체협의회나 이장단협의회, 청년단체 등 그 수많은 단체가 하는 공적 활동에 대한 투명한 정보도 주민들이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지하수 보존 문제인데, 파고 파고 들어가면 역시 민주주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생태 이슈는 결국 민주주의와 결부된다. 음, 이건 다음 시간에 더 써보기로 하자.
그 전에 마지막으로.
작은 동네를,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 땅에 발 붙이고 사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마을 대소사에 참여하지 않는 동네 철없는 젊은이이기는 하지만 할머니들과 잠시 인사 나누는 것이 좋다. 김장철이면 한두 포기씩 얻어먹는 김치맛은 꿀맛이다. 가끔 내 맘대로 빵을 구워 할머니들께 한 덩이씩 드리면 기분이 더 좋다.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내게 어떤 안도감을 준다. 서로가 서로를 아주 대충 보살피는 이 시스템이 맘에 든다. 게다가 작은 동네에 사는 것은 ‘더 직접 민주주의’(내 맘대로 이름 지은 것이다. 형식적 직접 민주주의 이상을 나가보는 것)가 달성될 기회이기도 하다. 이 곳은 정말 작기 때문이다. 작아서 가능한 것도 있는 법이니까.
-
2025-08-02
-
-
재난의 아픔, 연대로 건너는 길 – 산청 수해 복구
-
-
7월 19일(토요일),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산청을 덮쳤습니다. 16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진 집중호우로 산청읍 병정리·부리마을·내리마을 등 여러 지역에서 산사태와 침수가 발생하며 인명과 주택 피해가 잇따랐습니다(한겨레21). 하천 인근 마을의 집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고, 일부 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와 농기계가 떠내려가며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모두 폐허가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지역 전체가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지난 금요일(7월 25일)부터 산청에 머물며 수해 복구 작업에 참여한 구례 주민들은 2020년 섬진강 수해보다 더 참혹한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너무 안타까워,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과연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비닐하우스 해체와 일꾼들의 숙소 정리를 돕는 동안, 숨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땀으로 얼룩진 하루가 뿌듯하게 남았고, 가슴 아픈 가운데서도 따뜻한 연대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딸기 하우스 주인들은 “다시 농장을 시작하게 되면 꼭 딸기를 보내겠다”며 우리의 주소를 묻기도 했습니다. 식당에서 처음 만난 산청 주민은 “수해 복구를 하러 왔다”는 말에 밥값을 대신 계산해주셨습니다. 카페 <남다른이유>에서는 하동과 광주에서 온 분들이 피해 주민과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나누고 있었고, 심지어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마저 나눔 봉사에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재난이 빚어낸 돌봄과 연대, 나눔의 순간들이 폐허가 된 산청 곳곳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산청의 시민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심원에 위치한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은 산청·합천 지역 수해 복구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기 위해 소통방을 개설했습니다.
(문의: 의료사협 수해복구팀 송한나 010-9355-6479)
열린 카톡방: https://open.kakao.com/o/gGKBQNIh
의료사협은 후원을 위한 계좌도 마련되었습니다.
농협 351-1241-8333-13 (예금주: 경남산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카페 <남다른이유>는 수해 피해자와 봉사자들을 위해 밥과 음료를 나누고 있습니다.
‘남다른 까치밥’(선결제를 통한 후원)에 참여하시면, 찜통더위 속 복구 현장에서 애쓰는 누군가에게 얼음물 한 병이 큰 위로가 됩니다.
선결제 계좌: 농협 351-1339-4276-73 (예금주: 그늘과 언덕)
산청의 복구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입니다. 작은 마음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 함께하고 싶은 분들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
2025-07-27
-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5] 문화권력에 똥침을
-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5] 문화권력에 똥침을
안녕하세요. 포네입니다. 오랜만에 사토리를 쓰게 되었어요.
그동안 차황골프장, 삼장지하수, 여전히 진행 중인 케이블카 문제도 있었지만, 지리산작은음악회, 대선, 이사, 하지축제, 타로 강좌 개강 등 공사를 아우르는 사건들과 꾸준히 계속해 오는 모임들이 연일 이어져 미처 후기를 쓸 틈이 없었네요.
5월 31일 제 2회 지리산작은음악회가 열리기까지
지리산작은음악회 후기를 써야지, 하다가 한 달이 훌쩍 지나가 옛날 일이 되었어요.
지리산작은음악회는 난개발대책 활동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한 행사인데, 작년 말과 연초에는 계엄과 탄핵으로 다른 이슈의 후원행사가 어려울 거 같아 미루다가 결국 선거 기간에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출연진과 장소가 취소되어 다시 구해야하는 등 난항에 부딪혀서 "그냥 하지 말라는 우주의 신호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지요.
처음에는 카페 제비의 마술사 김*섭 님과 디제잉을 하려고 3월에 야외공연장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군청 앞 기자회견에 자주 출몰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건지, 군청에서 관리하는 야외 시설은 이용이 불가능했습니다.
1. 산청문화원 앞 야외공연장: 5월 중 별관 공사예정이라 통행불편이 예상되므로 대관불가.
2. 환아정: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대관불가.
3. 군청 앞 놀이터와 정자, 분수광장: 버스킹 공연한다고 했을 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 신청서 작성할 때 환경단체 후원행사라고 솔직히 말했더니 급 어두워지는 담당공무원의 표정. 주변 상가와 주택에서 민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관불가라고 유선으로 통보.
4. 조산공원: 너무 넓고 주말에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아서 문의하지 않음.
지나가는 행인들도 음악회를 보고 지역 난개발 문제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서 야외에서 하고 싶었지만, 결국 청소년수련관 실내집회장을 대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행사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와 확인 차 청소년 수련관에 전화를 해 보니, 실내집회장이 사전투표소로 지정되어 대관이 취소되었다는 거예요. 그러면 미리 알려 줘야죠.
급히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해서 전화상으로 처음에 거절받았던 산청문화원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아무래도 별관 철거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환경단체라고 했더니 군청 앞 놀이터 이용이 제한된 선례가 있어 대책위 이름을 괜히 밝히지 말고 개인으로 신청해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은 광장사용이 안 된다며 처음부터 거절을 하더군요. 배전반 열쇠를 문화원에서 가지고 있고, 토요일에 광장을 사용하면 직원들이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마침 장비를 공유하기로 한 김*섭 님 공연이 취소되어 대신 우창수 선생님이 충전식 앰프를 가져오기로 하셔서, 배전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광장을 이용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신청서를 쓰고 이용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지리산을 사랑하는 뮤지션들’ 이란 가칭의 단체로 신청하면서 공연내용에 출연진을 썼고, 이중 기타리스트 공민성 씨, 오부리밴드는 산청 오부면 주민이고, 저도 오부면 주민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담당자는 그냥 문화행사이고 다른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며 요즘 선거 기간이라 정치적인 내용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냥 음악회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나 특정 정당 선전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제가 거짓말을 한 게 되어 버렸어요. 음악회 당일 문화원 직원이 피켓과 플래카드 등의 게시물 철거를 요청했는데 불복했기 때문이에요. 케이블카, 골프장, 삼장지하수증량 반대 피켓과 플래카드가 정치적 게시물이라네요. 군수가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피켓은 정치적인 내용이라는 거예요. 허참.
현장에 있던 최호림 군의원이 “이곳은 군수 앞마당이 아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광장에서 시민이 발언을 못 하게 하는 게 위법이지요. 만약 이 일로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저에게 이야기 하십시오.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산청의 공무원들은 이런 상식과는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행사 후 문화원 관계자가 출연진인 오부리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에게 전화를 해 “너희가 왜 거기에 나오냐. 미쳤냐. 이제 오부리밴드 이름으로는 어디서도 공연을 못 하게 할 거다. 주민참여예산도 못 받게 할 거다.”라는 협박성의 발언을 하고, 베이시스트는 섭외자이자 보컬인 저에게 “그냥 음악회라고 하지 않았냐. 이용당한 기분이다."라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그런 발언을 한 사람 이름이 뭐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했더니, “일이 더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오부리밴드는 출연진일 뿐 주최측이 아니고, 신청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지 않다고 해명하려 문화원에 갔더니, 사무국장 김*진 씨가 “문화원이 산청군에서 지원을 받고 있잖아요! 우리가 피켓 때문에 피해를 보았어요! 군청에서 지원금을 안 줄 수도 있어요!”라고 주장했습니다. “군청에서 ‘이 단체가 의심스럽다’고 했는데도, 우리 기타교실 쌤이 하는 오부리밴드가 나온다고 해서 허가를 내 준 거예요. 원래 토요일에는 안 되는 건데. 정치적인 내용이 없을 거라고 거짓말을 했잖아요!!”라고 하더군요.
문화원 앞마당까지 찾아가서 무료로 세계적인 연주를 들려드렸더니, 웬 똥침인지. 문화원한테 엉덩이 물어 뜯겼습니다. 엉엉. 이제부턴 <문화의 거리>에는 돈 주면 가려고요. 첫 공연을 위해 열심히 모여 연습하며 친목을 도모한 오부리밴드는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다 보컬이면서 섭외자인 제 탓이죠. 밴드가 오래되지 않았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 있었는데 후원음악회에 출연하자고 한 게 실수였던 거 같아요. 저는 대부분 초짜로 구성된 우리 밴드가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서 보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소소하지만 개런티도 챙겨드렸는데 그게 ‘밥그릇’에 영향을 끼칠 줄이야. 상황이 바로잡혀서 언젠가 다시 함께 연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문화와 정치와 권력과 밥그릇과 물그릇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음악회는 매우 훌륭했습니다.산청 문화의 거리에서 있었던 그 어떤 문화행사보다도 알찬 역대급 무대였을 겁니다. 아마 산청문화원 앞 문화의 거리에서 ‘의심스런 환경단체’의 문화공연은 이제 다시는 없을 거예요.
산청문화원이나 산청군청 문화체육과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운 환경단체’가 정당하지 않은 치사한 방법으로 문화의 거리를 점유한 거죠. 근데 우리 입장에선 별관 화장실 문 열어 준 것 말고는 문화원에서 도움 준 게 없고, 배전반 사용 못 하게 해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전기 빌려 썼는데, 경찰을 부르고(경찰은 불법적인 사항이 없다고 확인), 시민의 발언을 억압하고, 개인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고, 학부모 밴드 해체를 유도하다니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나요? 이런 부당한 권력의 치사함에 평화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거야말로 진정성 있는 문화행사가 아닐까요?
총 대신 악기와 붓을 통해 심장을 저격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문화가, 또 그런 문화를 배양해야 하는 문화원이 정치권력에 고개를 조아리며 밥그릇을 핥는 신세가 되고, 또 그 밥그릇 사라질까봐 지리산 지키자고 악기와 붓글씨를 든 사람들에게 으르렁대는 신세가 된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음악회 기록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후원금은 목표액을 달성하였습니다. 도움 주신 여러분, 출연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산청군수 앞마당 <문화의 거리>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걸고 음악회를 할 수 있었던 거야 말로 큰 성과이고, 직접행동이라고 보아요. 다음엔 케이블카, 삼장지하수증량, 차황골프장이 모두 취소되어 <예술의 전당>쯤 되는 곳에서 축하음악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모두 다시 만나요~
-
2025-07-13
-
-
[산청 지하수 이야기] 물은 언제부터 상품이 되었나
-
-
여덟살 아홉 살 즈음이었으려나. 땀 흘리며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면 유리병 가득 든 보리차가 있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보리차를 보면 마음부터 시원해졌다. 주전자에 고소하게 볶은 보리를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가 베란다에서 식히고 유리병에 넣어 냉장고에 들어가야 ‘여름날의 시원한 보리차’가 완성됐다. 대나무 돗자리를 깔아둔 거실에 앉아 보리차 한 잔 마시고 선풍기 앞에서 아아아아아아 소리를 냈다. 여름날의 풍경으로 머릿 속에 남아있는 모습이다. 물을 끓여 마시는 일이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물을 사 마셨을까? 나도 한때, 도시에 살 때 특히 생수를 쉬이 사 마셨음을 고백해야겠다. 목이 탈 때 편의점에 들어가 작은 생수병 하나 사는 일은 너무나 쉬웠다. 어느 순간부터 물을 사 먹는 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물 브랜드도 어쩜 그리 다양한지 물인데 아이스크림 브랜드처럼 골라 먹는 재미가 생길 판이다. 플라스틱 사용에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병 음료 사 마시는 일을 줄이고 텀블러를 이용을 늘렸지만, 물 자체에 주목하지는 못했다.
국내에 먹는 샘물(생수) 판매가 허가된 지 30년이 지났다. 90년대에 생수는 흔한 상품이 아니었다. 국민학생으로 입학해 초등학생으로 졸업한 세대로서 그 변화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왔다고? 그럼 나중에는 공기도 팔아?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마시겠어’라는 말이 공기 중에 떠돌아다녔지만, 물을 사 먹는 문화는 빠르게 삶에 편입되었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10년 새 5배,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은 2배로 불어났다. 지금 생수 시장의 규모는 3조 원을 넘어선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전자상거래의 무료 배송과 마트 당일 배송 서비스가 시장을 더욱 키웠다. 쿠팡은 생수만 전문으로 배송하는 시스템 ‘워터플렉스’ 서비스를 2021년 출시해 운영 중인데 매년 10%의 성장률을 보인다. ‘누가 물을 사 먹냐’고 했던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급속한 변화다. 환경부에 따르면 60개 업체가 210여 개의 생수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 중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생수 산업은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빠르게 확산됐다.
1989년엔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고 1990년엔 발암물질 트리할로멤탄이 검출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에 1991년 3월 14일, 낙동강이 페놀 원액에 오염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져 갔다. 1993년 10월 보건사회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수돗물에 대한 당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 자료, 생활, 먹는물 관리)
국가기록원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1989년에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되었다. 이는 시민들에게 ‘수돗물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 사건은 다른 수질 사고들과 함께 한국 시민의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LG화학 계열사인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원액 30톤이 파손된 파이프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된 산업 오염 사건이다. 페놀 원액은 대구 상수원인 다사취수장으로 흘러들었고 수돗물을 오염시켰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은 취수장측은 원인 규명을 하지 않고 염소를 다량 투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용수 검사항목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5일 보사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1년 동안 12개 광천수 제조업체가 생산한 생수는 24만 1천 4백 여톤으로 이 중 98.5%가 국내에서 유통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3백 31억 7백만 어치에 달하는 것이다."
<生水 생산 98% 불법 국내시판 보사부 國監(국감)자료>,《동아일보》, 1993.10.06
국가기록원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 1993년 당시 국내에서 생수 판매는 불법이었지만 국민 다수가 불법으로 생수를 사 먹고 있었다. 실질적 유통을 계기로 생수업자들은 생수의 시판 및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책에 대해 헌법 소원을 냈다. 이에 1994년 대법원은 "먹는 샘물의 유통금지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1995년 국회가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하여 생수 산업을 합법화시켰다.
아이러니하고 어찌 생각하면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공공재에 대한 불신에 대한 대안이 공공재 회복과 관리 및 감시가 아니라 ‘대안으로서의 소비’라는 것이. 서울 수돗물 납 검출 사건을 계기로 노후 수도관 교체 사업이 점진적으로 시행되었고 정책적으로 수돗물 수질검사 강화 및 정기 모니터링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정수기 산업이 태동했고, '돈 주고 물 마셔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수돗물 신뢰가 붕괴된 것이다. 물론 해당 오염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식수로서의 수돗물’의 신뢰를 회복하고 관리하는 국가적, 지자체적 노력은 없지 않았다. 노후상수도 정비사업은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이다. 상수관로 수질 안전성을 높여 ‘먹는 물 수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일이다. 서울시는 상수도 식수 브랜드 ‘아리수’를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전국 수돗물은 [먹는물 수질기준]에 따라 60여 가지 항목을 검사하며 대부분 기준치 이내로 양호하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다. 2020년 들어 인천에서 유충 수돗물 사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서울 노후 아파트 녹물 논란 등이 있었고 낙동강 유역 취수원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즉, 평균적으로 법적 기준은 통과했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안심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생수 산업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생수 업자는 안전, 스타일, 편리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들어 꼬드긴다. 불안을 강조하는 것은 때때로 매우 효과적이다. 질병과 오염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수돗물을 두려워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생수 시장은 날개를 달 것이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생수, 그 치명적 유혹>의 저자 피터 H. 글렉은 책을 통해 말한다. 값비싼 상업성 생수 의존도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높아진 요인은 인간의 기본권이라 할 안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용수 체계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상대적으로 풍요한 나라 사람들이 점점 더 생수를 찾는 것도 수돗물을 두려워하거나 혐오하기 때문이며, 그 바탕에는 공공 수도 체계를 관리‧감독‧보호해야 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말이다.
과거에 비해 분명 한국의 수돗물 관리 기술은 향상되었을것이다. 한국의 상수도 보급율은 99%에 달하며 수돗물 기술과 제도는 세계 상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공공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수질검사 결과 공개는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여전히 전문적이고 이해가 어려운 분야로 느껴진다. 또한 이미 정수기와 생수가 일상 생활에 뿌리박혀 있기에 굳이 수돗물을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다. 생수 산업의 마케팅은 계속 강화되는 반면 공공재로서의 물 시스템의 홍보는 더없이 미약하다.
‘믿고 마시기 위해서’, ‘믿을 만한 물인지’에 대한 확실한 안내가 필요하다. 즉, ‘안전한 공공재로서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납득시키고 신뢰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먼저 지역별 상수도 평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를 주민에게 투명하고 '알기쉽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실시간 지역별 수질 정보 공개 및 시민 참여 감시단을 운영해도 좋을 것이며 ‘내 집 수도관’ 진단 및 개선 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1만 5천 세대(개소)를 대상으로 ‘녹물 없는 우리 집 수도관 개량사업’을 이어간다. 도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도관 개량비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조례 개정을 했다. 아이디어는 차고 넘칠 것이며 관심있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왜냐면 기후 위기 시대에 안전한 물을 얻는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힘주어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수돗물에 접근할 수 있다면 생수는 불필요할 것이라고 말이다.
-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