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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걸음
    진주환경운동연합 114번째 숲샘과 함께 걷는 지리산 초록걸음, 백두대간이 지나는 노치마을에서 육모정까지 걷다. 언제나 저 자리 지키면서 우리 길동무들에게 그늘 만들어 주시는 덕치리 느티나무 어르신이 고맙기 그지없다. 쉬엄쉬엄 걸을 때 더 아름다운 지리산을 만날 수 있다는... #고마워요_지리산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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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6-17
  • [숲샘의 지리산통신] 반가운 히어리
    산청 성심원 둘레길에서 만난 히어리, 지리산 깃대종이기도 하지만 이 위태로운 기후 위기의 시대에도 지리산 곳곳으로 널리 퍼져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되었기에 더 고맙고 대견스러운... (2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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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03-10
  • 숲샘의 지리산통신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3년, 다시 지리산이다. 올해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볼 수 있고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 이루는 덕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천재에서 내 방식의 나 홀로 새해 시무식을 했다.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천왕봉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산천재 앞마당의 남명매가 그 증인인 셈이다. 새해엔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내 능력 밖의 일들은 내려놓기로 했다. 닭을 보살피는 농장 일과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위해 길동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는 초록걸음이야 변함이 없겠지만 지난 연말부터 이런저런 자리들을 내려놓았으니 2023년엔 좀 더 홀가분하게 닭과 지리산에만 집중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본다. 지리산의 품에 안긴 지도 어느새 스물세 해가 되었다. 그새 아들과 딸은 제 갈 길을 찾아 떠났고 아내도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6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 쏜살처럼 흘렀지만 별 탈 없이 삶터와 일터를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 이 모두가 지리산 덕택이란 생각이다. 그러니 지리산 천왕봉은 내 삶의 나침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두대간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지리산은 긴 세월 동안 힘들고 아픈 이 땅의 민중들에게 그 품을 내주어 위로와 안식의 장소이자 피난처가 되어왔음을 역사가 증명해 왔고 코로나와 기후 위기의 재난을 겪고 있는 2023년 현재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 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나가는 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하동에서는 형제봉에, 남원에서는 정령치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숲을 파헤치기 일보 직전이고 섬진강에는 온갖 중장비가 동원되어 그 고운 강모래를 마구잡이로 퍼내고 있는 게 작금의 지리산이다. 확실치도 않은 눈앞의 돈 몇 푼에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가고 있는 뭇 생명의 생태 그물망을 끊어 놓으려는 개발 망령들이 지리산 아흔아홉 골을 위협하고 있음에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임하기로 다짐을 했다. 지난 2018년에 20여 년 동안 찬반 논쟁을 이어오며 주민 공동체를 망가뜨려 놓았던 지리산 댐 건설 계획에 종지부를 찍고 댐 건설 완전 백지화를 정부로부터 받아냈던 것처럼 현재의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시도 역시 막아낼 수가 있고 또 막아내야만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우리 지리산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동군청 앞에서, 남원 시청 앞에서 몸짓으로 노래로 시로 우리의 의지를 알리고 있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사람들 뿐 아니라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음을 알려 나가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23년 새해, 지리산의 선한 영향력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과 글로써 지리산의 참모습을 독자 여러분께 전하겠다는 약속을 눈 쌓인 천왕봉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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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2
  • 지리산의 강들 또한 지리산이다.
    [숲샘의 지리산통신 2022-06] 지리산의 강들 또한 지리산이다. 겨울 가뭄에 이어 역대급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지리산의 6월, 오랜 세월 유장하게 흐르던 지리산의 강들도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지리산 댐 건설 논란으로 하마터면 수장될 뻔했던 엄천강 용유담의 거북바위도 배를 수면 위로 드러낸 채 가뭄의 심각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산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은 산을 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리산 골골 계곡물들은 북쪽 엄천강과 람천, 동쪽 경호강과 덕천강, 남쪽 섬진강을 지나 바다로 바다로 향한다. 강물은 막힘 없이 흐르고 강가의 모래와 자갈 그리고 온갖 수생식물들이 어울릴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강으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의 강들에서는 거의 매일 작업 중인 중장비들을 볼 수 있다. 섬진강에서는 그 고운 모래들을 퍼내고 덕천강에서는 강바닥의 자갈들을 실어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 뽑힌 지자체장들이여, 제발 눈앞의 돈 몇 푼 때문에 그 아름다운 강을 파헤치지 마시라. 지리산이 그냥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듯이 지리산의 강들 또한 있는 그대로 구불구불 흐를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사족 : 지령 1,000호를 맞은 한국농정신문이 쉼 없이 흐르는 지리산의 강물처럼 1만 호, 10만 호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사진1 : 경호강의 노을 적벽산 아래로 흐르는 경호강, 저 멀리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 웅석봉으로 이어진 달뜨기 능선이 노을로 물들고 있다. 사진2 : 꽃봉산에서 바라본 경호강 산청읍 꽃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호강, 운무에 쌓인 웅석봉을 필자는 한국의 마터호른이라 부른다. 사진3 : 덕천강과 구름 속 천왕봉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을 보냈던 산천재에서 바라본 덕천강, 중산리 계곡물과 대원사 계곡물이 만나서 진양호로 향한다. 남쪽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 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고... 사진4 : 엄천강 용유담 운봉에서 발원한 람천이 실상사를 지나 백무동계곡, 칠선계곡물과 만나 엄천강이 되고 용유담을 이룬다. 그 용유담 가운데서 배까지 드러난 거북바위, 극심한 봄 가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량이 많아 물에 잠길 땐 용머리처럼 보여 용바위라고도 불린다. 사진5 : 만수천과 천왕봉 실상사 해탈교에서 바라본 만수천은 바짝 말랐다. 저 멀리 천왕봉은 좌 중봉 우 제석봉을 거느리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 강물이 엄천강, 경호강 지나 남강 댐까지 가서 낙동강으로 사천만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곳까지 갈 수나 있을지... 사진6 : 구례 서시천 구례읍을 지나 섬진강으로 향하는 서시천, 강둑을 따라 길이 만들어진 지리산 둘레길에서 강물에 비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바라보다. 사진7 : 섬진강 화개장터에서 평사리로 향해서 섬진강 길을 걷고 있는 길동무들, 노랗게 핀 큰금계국의 꽃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사진 8 : 아픈 섬진강 모래가 많아 다사강이라고 불리는 섬진강, 섬진강의 그 고운 모래를 퍼내서 산성처럼 쌓고는 대형 트럭으로 쉼 없이 실어낸다. 섬진강 재첩이 사라지고 강의 자정 능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도 지자체는 돈 몇 푼을 위해 언제까지 모래 장사를 이어갈 것인지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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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18
  • 산청읍 정광뜰
    함박꽃을 활짝 피운 작약 들판, 저 멀리 웅석봉을 배경으로 산청중고 건물까지 어울려 산청읍 정광뜰은 말 그대로 꽃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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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23
  • 노을로 물들어 가는 달뜨기능선 바라보기,
    노을로 물들어 가는 달뜨기능선 바라보기, 산은 강을 건너지 않고강은 산을 넘지 않는다고 했던가.난 구도만 잡고 폰카가 알아서 만들어준 풍경이다. -지리산의 동쪽 경계가 되는 경호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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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11
  • 사진으로 만나는 지리산 자락의 오일장
    지리산 둘레길이 이어주는 남원-함양-산청-하동-구례 5개 시군에 장수군까지 아우르는 ‘지리산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추진을 위한 지리산권 지방의회 의장단 간담회가 지난 3월 남원에서 열렸다. 하지만 지리산권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지역적 경계를 허물자는 ‘지리산공동체’를 꿈꾸며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 지리산공동체의 일면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지리산 자락의 오일장이다. 장 보따리를 바라바리 챙겨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지리산 골골 사람들이 모이는 오일장 중에 필자는 산청장(1/6), 단성장(0/5), 인월장(3/8), 횡천장(0/5) 그리고 둘째, 넷째 일요일에 열리는 산청 목화장터의 모습까지 봄 내음이 물씬 묻어나는 풍경과 그 장터 속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지만 이 오일장들 또한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어 예전처럼 그렇게 성황을 이루지 않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전에서 물건을 파시는 분들의 연세가 평균 70은 넘기셨을 정도로 오일장 전체가 점점 노쇠화되고 있음이 절실히 느껴졌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장터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는 있지만 농촌 인구의 감소가 지속된다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려울 거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지리산 사람들을 이어주고 소통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지리산의 오일장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긴 세월 지리산이 그 자리 그렇게 지키고 있듯이... *'이 기사는 한국농정신문에도 실렸음을 밝힙니다' - 산청장-1 : 시장 입구에서 각양각색의 모자를 파시는 저 할아버지도 연세가 팔순이시란다. - 산청장-2 : 장날이 무색하게 곤한 잠을 주무시는 할머니 모습이 짠하기만... -인월장-1 : 모자까지 딸기 무늬로 깔 맞춤한 할머니의 센스에 젊은 모녀의 모습이 너무 훈훈하다. - 횡천장-1 : 많은 남성들의 로망인 공구들 앞에서는 필자도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단성장-1 : 파프리카와 참외에 시금치 그리고 플라스틱 다라이까지 더해져 장터의 색감을 사로잡으시는 저 할머니, 올해 연세가 93세시라니 파프리카 한 다라이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목화장터-1 : 산청의 귀농자들이 중심이 되어 8년째 이어지고 있는 목화장터,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나 수공예품에 아나바다 장터 역할까지 하면서 주민들 스스로의 참여와 협조로 굴러가고 있는 특이한 형태의 장터로 자리를 잡았다. 목화장터-2 : 목화장터에는 어린이들도 직접 셀러로 참여를 한다. 목화장터-3 : 지난 2020년 11월 목화장터 100회째를 기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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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9
  • 산청에도 명동이 있다
    산청에도 명동이 있다 산청군 신안면 신안리 126-14, 명동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와 팽나무는 사천왕상보다 더 든든해보이는 마을지킴이다 우리나라 당산나무의 전통이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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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25
  • [산청의 젊은이를 만나다-15] 인디가수 마승우 (산청군 시천면)
    산청의 젊은이를 만나다 열 다섯번째 젊은이 마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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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0
  • 농촌 주민자치의 현주소
    새해 들어 노인일자리 문제로 마을이 술렁인다. 지난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가해 월30만 원 받았던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연금소득이 꽤 되는 주민이 탈락했고, 부부가 모두 참가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은 탈락했다. 그런데 이 탈락기준이 공정한 것도 아니었다. 탈락한 주민보다 더 많은 연금소득을 가진 주민이 그대로 일자리를 꿰차기도 했고, 부부가 다 참가하는 가구라고 모두 탈락하지도 않았다. 안타까운 탈락자도 있었고, 탈락했어도 누구나 수긍할 만한 사람은 탈락하지 않았다. “그 집은 떨어지면 안 되는 집인데 왜 떨어진 거야?” “젠장. 우리 집보다 논도 많고 밭도 많은 집은 계속하는데 우리는 왜 떨어져?” 노인일자리를 잃은 주민들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정하지 않은 애매한 기준을 가지고 마을일을 처리해도 행정은 간섭하지 않는다. ‘마을에서 하는 일’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마을 기득권자의 권력행사는 그대로 용인된다.마을에 ‘산촌생태마을’이 있다. 산림청에서 산촌개발을 목적으로 12억 원을 지원한 사업이다. 펜션형 숙박시설이 전부다. 이 시설은 완공되면서부터 임대료를 받는 개인사업장으로 운영되었다. 잠시 일부 주민들이 영농조합을 만들고 마을기업을 설립해 공동사업장으로 운영하였다. 임대수익보다 성과가 좋았지만 이장은 이 시설을 다시 개인에게 임대를 줬다. 일부 주민들이 마을에서 운영하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이장은 매년 1천만 원의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3년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행정은 이런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오히려 임차인을 관리자로 채용해 월급을 준다. 임차인은 군청으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개인사업장으로 이 시설을 운영한다. 마을은 월별 수지내역은커녕 연간 수지내역도 알지 못한다. 이익금은 모두 군청에서 월급 받는 관리자 몫이다. 이 모두가 불법이고 편법이고 규정위반이다. 불법을 조사하고, 규정대로 바로 잡아야할 군청은 ‘마을에서 하는 일’이라고 간섭도 하지 않는다. 수도요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우리 집과 아들집, 보름이 카페까지 뭉뚱그려 16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웃은 노인네들만 살다보니 수도요금이 대개 3~4만 원이고 소를 몇 마리 키우거나 민박이라도 조금 하는 집은 5~6만 원쯤 된다. 마을주민들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이렇게 수도요금을 낸다. 마을 수도요금은 마을에서 자치적으로 결정해서 징수한다. 수도요금을 거둬들이는 목적은 지하수를 뽑아 올리는 모터가동용 전기료와 마을에서 임의로 지정한 수도시설관리책임자의 연간 인건비 1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마을상수도는 군청에서 수도관리업체를 선정하여 위탁관리를 하고 있다. 수도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위탁관리업체가 득달같이 달려와 수리한다. 전기료도 70~80%를 행정에서 지원한다. 이장이 결산보고를 하지 않으면 수도요금이 얼마나 걷히는지, 어디에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 책정하는 요금이 적절한지도 알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마을 수도요금수지내역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마을에서 어떤 명목으로 주민에게 잡부금을 걷어도 행정은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다 ‘마을에서 하는 일’이라고 외면한다. 우리 마을은 규모가 커 행정구역이 1반과 2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반에는 반장이 있다. 마을관리를 이장과 두 명의 반장이 나누어 맡는 셈이다. 이장은 행정에서 일정금액 수당을 받지만 반장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주민이 한 세대 당 연간 2만 원의 반장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소위 ‘반장사케’라고 불리는 이 인건비는 반장이 직접 받으러 다닌다. 1년 내내 반장이 하는 일은 농협퇴비신청을 받는 일과 감자, 옥수수, 콩 종자 신청을 받는 일이 거의 전부다. 노인 혼자 살면서 농사를 포기한 농가는 사실상 반장이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그래도 ‘반장사케’를 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반장이 하는 일은 이장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이 반장제도를 손보지 않는다. ‘마을에서 하는 일’이라 행정에서도 담 너머 불구경이다. 농촌인구 늘리기는 행정의 숙원이다. 이런저런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면서까지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마을자치규약은 거꾸로 가고 있다. ‘들어온 사람’이 빈 집터에 집을 지을 때는 100만 원의 수도연결비용을 마을에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를 연결할 수 없다. 수돗물이 부족하다면 군청에 수도시설증설을 요구하면 될 일을 귀농귀촌인들에 부담을 씌운다. 우리도 몇 년 전 아들 집을 새로 지으면서 100만 원을 수도연결비용으로 내야했다. 이웃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마을 뒤 언덕바지에 집터를 닦는 귀촌인은 축대 쌓을 석재를 들여오면서 100만 원을 마을에 내야 했다. 덤프트럭이 마을 안길을 이용해야하는데 소위 길 사용료라는 명목이다. 마을에서 노골적으로 요구하더라는 거였다. 원주민은 들어온 지 20년 30년 되지 않은 귀농귀촌인은 마을주민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수도연결요금을 5백만 원으로 올리자고도 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마을에서 하는 일’이라 행정은 나 몰라라 한다. 우리 마을에서 서쪽 산등성을 넘으면 전라북도 남원 산내다. 그곳은 주민 40%가 귀농귀촌인이다. 그 지역은 귀농학교도 있었고, 대안학교도 있어서 도시민 정착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조금씩 귀농귀촌인이 늘어나면서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터도 생기고, 가게도 생기니 귀농귀촌인이 덩달아 늘어났다. 그렇게 불어난 정착민들은 서로 취미를 공유하면서 이런저런 모임을 만들어 문화생활을 향유한다. 마침내 이 지역은 농촌공동체의 본보기가 되었고,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거처가 되었다. 이 정도면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한 마을에서 난리가 났다. 대동회를 열어 이장을 선출했는데 원주민들만 모여 쑥덕공론으로 선출하였고, 주민 누군가가 선출과정의 부당함을 알리는 민원을 냈다고 한다. 면사무소에서 이장선출무효와 재선출을 마을에 통보했고, 마을은 다시 대동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원주민들은 귀농귀촌자들이 민원을 넣었다며 행패를 부렸고, 대동회에 참석한 귀농귀촌자들은 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농촌공동체의 본보기가 되어있는 지역 주민자치 모습이 이런데 다른 마을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주민자치라는 미명 아래 횡행하는 지역 기득권자들의 횡포는 상상을 넘는다. 주민자치라는 완장은 그들의 권위와 권력을 지켜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이처럼 폐쇄적인 산골마을은 더하다. 집집마다 일가친척에 사돈팔촌으로 얽히고설켜있으니 옳고 그름마저 분별하지 못한다. 회의는 있으나마나한 구조로 전락하였고, 마을을 쥐락펴락하는 몇몇이 결정해서 집행하면 그게 곧 법이요 규약이 되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억압과 강제가 마을을 지배한다. 역량 없는 주민자치에 마을은 곪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동체는 언감생심, 주민들은 개개인의 삶을 눈치껏 살아갈 뿐이다. 그 결과 주민들은 인정머리 없는 농촌주민이 되어버렸고, 시기심이 많은 농촌주민이 되어버렸고, 자기 것만 챙기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농촌주민이 되어버렸다. 이 지점에서 ‘이장’제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치법규에 ‘이장’ 선출방법과 운영에 관련한 조례가 제정되어있다. 행정에 예속되어 관리되는 준 공직자인 셈이다. 군수가 임명권자다. 이장에겐 일정정도 수당이 지급되고, 복무지침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지위의 이장을 주민들이 마을 주민 가운데 선출한다. 공동체를 이끌어갈 역량이 있거나말거나 개의치 않는다. 집성촌 같은 경우엔 이 집 저 집 돌아가면서 이장을 맡기도 하고, 간혹 치열하게 선거를 치러 이장을 선출하는 마을도 있다. 이장을 맡으면 어떤 이권이 생기는지 알 수 없으나 도시 근교 경제규모가 큰 마을은 이장선거가 예사로운 선거가 아니라고도 한다. 어쨌거나 이장을 선거로 치루는 마을은 몹쓸 후유증에 시달려야 한다. 집안과 집안의 싸움이고, 세력과 세력 간의 대결이 이 좁은 공간 속에서 일어나니 그 여파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인일자리를 잃거나 꿰차는 것도 선거결과와 무관치 않다. 이장을 그렇게 뽑아야 할까. 꼭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어야 자격이 있는 걸까. 그 마을에서 태어난, 그 마을에 집안을 둔 주민이어야 할까. 그렇게 해야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걸까. 회의록 한 장 남기지 못해도, 결산영수증 한 장 내보이지 않아도 주민자치라는 허황된 용어에 파묻혀 꼭 이런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 집안끼리 똘똘 뭉쳐 결의를 다지고, 세력끼리 뜻을 모아 이웃을 겁박하면서 치르는 이장선거다. 선거인명부도 없고, 투표용지도 없고, 기표소 가림막도 없고, 선거관리자도 갖추지 못한 이장선거다. 이걸 민주주의 직접선거라 할 수 있을까. 이런 형식의 직접선거가 농촌 마을주민자치의 기반이 될 수 있을까. 올해도 군청은 수많은 기간제 근로자를 모집하고 있다. 부서를 방문하면 쪼르르 달려와 ‘커피 한 잔 타 드릴까요?’라며 방문자를 맞이하는 공무원 보조근로자를 채용한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폐지정리 신문정리로 시간을 보내는 행정보조 기간제 근로자가 한둘이 아니다. 이장제도를 ‘마을관리자’ 공개채용제도로 바꾸면 안 될까. 전문성을 가진 젊은이를 찾아보면 안 될까. 인성 적성 능력을 검증하고, 마을관리계획을 검토해 마을에 배치하는 새로운 이장제도를 도입하면 안 될까. 월급도 두둑이 주고, 책임도 함께 얹어주면서 마을공동체의 변화를 모색해보면 안 될까. 공무원 사무보조원을 커다란 규모로 채용하는 상황이니 예산도 있을 거고,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하고자 전문성을 갖춘 젊은이들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니 크게 걸림돌은 없지 않을까. 아니, 지역 젊은이들을 발굴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케 하면 더 좋겠지. 마을 입구에 ‘범죄 없는 마을’이라고 새겨진 비석이 하나 있다. 이 비석은 주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온갖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일이 벌어져도 이 마을은 ‘범죄 없는 마을’이기에 신고나 민원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 비석은 오랜 세월 마을 기득권자들을 지켜왔다. 어떤 이권에 개입되었어도, 마을기금을 어떤 용도로 써도 이 마을은 ‘범죄 없는 마을’이어야 하기에 입 다물고 살아야 했다. 주민들은 이 비석 아래서 마을권력에 밉보여서는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체득해 왔다. 농촌주민자치의 현주소가 이와 같다. 이런 마을권력을 혁파하지 않고, 이런 비석을 깨트려버리지 않고 어찌 농업 농촌 농민개혁을 이루랴. 이 글이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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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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