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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청소년 기후행동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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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청소년 기후행동 열리다
2021년부터 해마다 열린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청소년 기후행동’(이하 지구의 날 행동)이 올해로 다섯 번째 이어졌습니다. 지구의 날 행동은 2021년 ‘차 없는 거리’로 시작하여, 2022년 ‘쓰레기 없는 거리’와 ‘정책 있는 거리’, 2023년 ‘지구를 위해 함께 목소리 내기’, 2024년 ‘아이들에게도 지구에게도 안전한 길을 만들어 주세요!’를 이어서 올해는 ‘우리의 집, 지구’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구례 문척초, 용방초, 토지초 어린이·청소년이 함께 모여 구례읍 거리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햇볕이 내리쬐어 덥고 힘들었을 텐데도 자기 집을 청소하듯 쓰레기를 주워 담았습니다. 그러고는 미리 만들어 온 손팻말을 들고 학교별 구호를 외치며 오일장까지 행진해 왔습니다. 온 거리가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오일장에서는 지구를 위한 마음을 모아 이야기 마당을 펼쳤습니다. 모든 활동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광의초와 중동초 친구들도 일부 활동에 함께하여 모두 1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지구의 날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어요. 특히 올해는 “많은 사람이 우리 이야기를 보러 와 주면 좋겠어요.”라고 지난해 후기를 말한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원래 지구의 날인 22일이 아니라 오일장이 열리는 23일에 오일장 마당에 모이게 되었지요.
아이들은 지구의 날이 오기 훨씬 전부터 각 학교에서 ‘우리의 집, 지구’에 대해 생각하고 지구의 날을 준비해 왔습니다. 단지 하루 행사를 하기 위해 모인 게 아닙니다. 해마다 그랬듯, 지구를 함께 돌보고 함께 살자는 마음을 가꾸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인 덕에 지구의 날이라는 그 하루에 커다란 목소리를 낸 것이지요. 이를 위해 학교와 마을의 선생님들이 미리 모여 계획을 짜고 준비해 왔습니다. 우리 구례 지구의 날이 다섯 해째 이어진 힘이 바로 이런 점인 듯싶습니다.
올해 지구의 날 행동의 이야기 마당은 지난해들과는 또 다르게 오일장 마당에 둥글게 모여 이뤄졌는데요, 생태텃밭 선생님인 상글과 동근의 살뜰한 챙김 덕분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진행으로 모든 이가 둥글게 모여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율동도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숨이, 불어오는 바람이, 딛고 선 땅이, 둘레를 감싼 환대와 응원의 마음들이 모두 이 지구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지구의 한 구성원인 우리 자신을 떠올리며, 우리의 집인 지구와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집 지구가 우리를 보듬고 있다는 감각이 살아 움직인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미리 만들어 온 팻말엔 모두가 새겨야 할 글귀가 가득했습니다. “나무를 베지 마세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당장 멈춰.” 같은 훈계부터 “물을 아껴 써요, 전기를 덜 써요, 일회용품을 줄여요.” 같은 요청,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누가 나무를 베는가!” 같은 경고, 그리고 “가까운 곳은 걸어갈 거예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거예요, 쓰레기를 줄일 거예요.” 같은 의지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귀한 말들이었습니다. 기후위기를 무겁게 인식하고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망설임 없이 표현해 준 친구들 덕에 많은 이가 용기와 힘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구의 날 행동에 함께한 이들이 끝까지 이 마음을 잃지 않기를, 또 기후위기 앞에 모두가 자기 행동을 다시 돌아보기를, 또 나를 지탱해 온 지구를 더는 뒷전으로 내팽개치지 않기를 바라며 올해 지구의 날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음 해엔 또 어떤 모습으로 지구의 날을 기억할지 궁금해집니다.
(이 글은 <봉성신문>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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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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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구례에서 열리는 세월호 다큐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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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과 구례에서 세월호 다큐 <제로썸>을 볼 수 있습니다.
각 고을 소식 전합니다.
(1)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산청
산청에서 4월 15일에 원지 작은영화관에서 '제로썸' 상영회가 있습니다.
2014년 그날의 사회적 참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산청의 뜻있는 단체와 개인이 11주기를 맞아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는 영화 상영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상영 후 윤솔지 감독,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호 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습니다.
지리산사람들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습니다.
(2)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구례
이번 공동체 상영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청하고,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구례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영화 <제로썸>은 추모를 넘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침몰원인 ·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까닭에 대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영화는 11일부터 16일까지 각자 보실 수 있지만,
16일 저녁 7시엔 4.16을 함께 맞이하고픈 분들이 모여 작게 추모와 연대의 뜻을 새기고자 합니다.
많은 분이 함께하여 따뜻한 기억의 자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참고로, 단체 관람 원하시는 단체(학교 등)는 영화관에 문의하여 원하는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 16일 <제로썸>함께보in구례 신청 페이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D2LfIxHgHxrFcwmaDqbi2Cf_ox1l8I98NfCyJqra4C79nMA/viewform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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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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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함께하는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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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을 시작했어요
"비폭력대화 워크북을 기반으로 이론보다는 체험중심의 연습모임입니다. 원래 14회를 만나는 것이 정석이지만 긴 호흡으로 만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상반기에 기초반(5회기)을 몇 차례 운영하고, 나중에 심화반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나의 욕구, 나의 이름이 되다
모임 이끔이 꼬리의 알림에 가벼운 마음으로 첫 모임을 나갔습니다.
내가 꼬리를 선생님으로 대하니, 그는 자기도 이 모임에서 함께 배워 나가므로 자기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좋은 생각이라고 저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는 모임에서 얻은 새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기로 했지요.
첫 모임에 함께한 모두가 새 이름을 얻었어요. 이끔이의 안내에 따라 각자 '비폭력대화 연습'을 통해 얻고 싶은 욕구가 무엇인지 욕구 카드를 골랐는데, 재미있게도 내 욕구가 나의 새 이름이 되었지요.
그에 따라 꼬리는 '기여'가 되었고요, 저는 '이해'가 되었답니다.
당신의 욕구를 잘 듣고 말해 볼게요
첫 모임이라서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몇 번 마주친 사람들도 있고, 꽤 자주 만난 사이도 있었어요.
서로 만난 적이 없거나 자주 만나지 않던 사이인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각자 자기 욕구카드를 고른 까닭을 짝에게 설명하였어요.
5분 동안 내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저는 생각보다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서로 5분씩 10분이 지난 뒤 우리는 각자 자기가 짝에게서 들은 말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 짝꿍의 욕구에 대해 소개하는 나의 말을 가만가만 듣던 내 짝꿍은 다른 사람이 자기 욕구를 말해 주어서 충만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저 역시도 가슴이 벅차더군요. '다른 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의 욕구를 말해 주었더니 상대방이 참 좋아하는구나, 가족과도 그런 대화를 해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책에만 갇히지 않는 대화
모임에 오기 전에 주제 도서인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 책을 읽고 왔지만, 역시 대화를 실전에서 써먹기는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치만 이렇게 만나서 연습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서로 잘 들어 주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비폭력적이고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연습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스스로 평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첫 모임에서 이야기한 모두의 각자 욕구가 잘 풀리면 좋겠어요.
우리가 비폭력대화 모임을 통해 나눈 서로의 얘기는 쉿- 비밀이에요.
그러니 얘기는 여기까지.
여기저기 고을마다 비폭력대화가 오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치겠습니다.
((* 참고로 우리가 모인 장소는 구례 북카페 '시파푸니'로 쓰이던 곳인데, 3월부터 회원제 공동사무실 겸 셀프카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름은 '둥둥'(가칭)으로 부르고 있지요. 혹시 구례에서 회원제 공동사무실을 찾고 있는 분이 있다면, 둥둥을 참고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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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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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 끝에 만나는 가을 숲, ‘궁금해? 지리산, 구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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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걷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궁금해? 지리산’. 10월 24일, 구례의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단풍이 들고 있는 피아골입니다.
피아골행 버스를 타고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도로를 지나 구불구불한 피아골 계곡 길을 한참을 달려 버스의 종점인 직전마을 정류장에 모였습니다. 구례 주민인 박두규 시인님을 모시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매년 10월 말이면 피아골에서 단풍축제가 열립니다. 이번 주말(10월26일)에도 단풍축제가 예정돼있어 토지면 주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아골의 단풍은 예년보다 늦습니다. 긴 여름의 여파가 남아 달라진 기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아직 완연하게 단풍이 든 숲은 아니지만 초록색에 울긋불긋한 색이 더해지고 있습니다(10월 24일 기준). 숲에 색이 많아져 초록 빛깔도 더 선명해 보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숲입니다.
피아골은 곡물 중의 하나인 피가 많이 재배되었다고 해서 피밭골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만난 직전마을도 피 직(稷), 밭 전(田)을 쓰는 피밭마을이라는 뜻입니다. 피는 기운 없는 사람을 피죽도 못 끓여먹었냐고 할 때의 그 피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피를 심어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하네요.
피밭마을이라는 뜻이지만 피아골이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은 피(血)를 연상합니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한말 격동기, 여수·순천 항쟁, 6·25 전쟁 등 피아골 깊은 계곡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떠올립니다. 토지면 석주관, 칠의사 묘역 추념비에는 ‘혈류성천(血流成川) 위벽위적(爲碧爲赤), 피가 흘러 강이 되니 푸른 물이 붉게 물들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피로 물든 역사가 있는 이곳, 피아골은 단풍 뿐 아니라 이곳의 역사를 돌아보고 역사 속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산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오랜 마음 속 벗처럼
부르지 않아도 항상
푸른 대답을 보내오고
그리움이 깊을 대로 깊어
산빛 너울이 아프다.
미친 눈보라, 갈 곳 없는 어둠
사십 년 징역을 곱게도 사는구나
물빛 하늘 얼굴들
살아서는 부둥킬 수 없었던
그리움 곁으로 가고
홀로 남아
상처 깊은 짐승처럼
우우우 웅크린
산.
그대
눈부신 억새꽃 바람결로 스미고
깊은 숲그늘 돌틈
철쭉으로 피어나
우리들 일상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다하도록
스스로가 다하도록 내려올 수 없어
산이 되었던 그대.
우리 곁을 떠나간 벗들은
저 산 되었지
헐벗어 눈 덮인 저 산.
그래, 바라던 조국 만나
풀씨는 맺었나
슬픔은 없더나.
저 산처럼 서야지
산이 거느리는 핏빛 그리움으로
살아남아야지
밤마다 이빨 빠지는 꿈을 꾸며
가버린 벗 생각는 일은
그만 두어야지
깊은 숲 그늘 바람, 숨 죽여 울면
아직도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두규 시인의 ’지리산1, 서시‘입니다. 보물찾기와 둘레길 인증샷 플랭카드가 있는 산길이지만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 지금도 들리는 듯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통일을 꿈꾼 이들이 총을 피해 숨어든 곳, 아이와 아녀자까지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마을. 피아골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온 산이 붉게 타서 '산홍'이고, 단풍이 맑은 담소에 비쳐서 '수홍'이며, 그 품에 안긴 사람도 붉게 물들어 보이니 '인홍'이라고. 예부터 '삼홍'의 명승지라 했던, 삼홍소입니다. 삼홍소 다리를 지나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걸쳐있던 출렁다리는 철거작업 중입니다. 계곡으로 건너가는 길이 생길거라고 하네요. 마지막 출렁다리를 사진에 남기고 다시 아래로 내려갑니다.
장쾌한 물소리. 반야봉과 노고단에서 발원한 물이 섬진강까지 뻗어나가는 계곡입니다. 머리까지 맑아지는 듯한 계곡물을 바라보며 그 시원한 흐름을 따라 우리도 다시 직전마을로 내려갑니다.
직전마을 아래 평도마을에 있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조용조용 가만가만 이야기하는 시인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서입니다.
지리산 3
-피아골 피밭마을
전사들의 유해가
한 트럭분이나 나왔다는
골짜기를 내려 오면
그 깊은 틈새에
마을이 있다.
비가 오면
흙 묻은 신발이 무거워
항상 지각을 하고 마는
그 애들의 마을.
오늘은
토담벽 봄볕이 더 따뜻했다.
남향받이 퇴에 앉자
그래도 선생님이 왔다고
귀한 고로쇠물을 내왔다.
봄살이 막 오른 나무 등걸에
상처를 내고 밤새껏 받아야
소주병으로 하나가 되는
빨치산 마을 고된 눈물같은 수액.
가정방문이 있는 이맘때면
선생은 항상
고로쇠물의 첫 임자가 되었다.
애들의 학비가 되는
이 물을 들이키면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터지는
토담가 우물 곁으로
무수히 총소리가 쏟아졌다.
행펜은 어렵지만
고등핵교 까지는 꼭 가르칠텡께
잘 좀 부탁허요!
아직도 지파출소의 요시찰 인물
김만득씨의 딸 영신이의 꿈은
부산의 산업체 학교에 진학해
산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박두규 시인이 구례 동중학교 국어교사로 있던 시절, 직전마을 학생의 집을 가정방문하던 경험이 녹아있는 시입니다. 비 오는 흙길을 한참을 걸어 무거워진 아이들의 신발, 눈물처럼 떨어져 오랜 시간 받아야 하지만 선생에게 제일 먼저 내어주는 고로쇠물 한 잔. 시인의 시선이 마을 사람들의 고된 삶에 머뭅니다. 그리고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잃게 했던 총소리를 떠올립니다.
박두규 시인은 전교조, 생명평화결사, 지리산사람들 등 사회적 실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그의 사회적 실천을 이끌어오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시인의 목소리로 지리산 연작시 낭송을 듣고 그가 구례로 내려온 이야기, 국어교사 시절 이야기, 숲에 들어 지내던 시기의 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인의 성찰하는 삶에는 지리산이 있었습니다. 시인은 가슴에 물음을 안고, 언제나 그곳에 있으면서 말없이 ‘푸른 대답’을 들려오는 지리산에 올랐습니다.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단풍으로 온 산이 붉게 물들 무렵 다시 피아골을 찾아오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어떤 물음을 안고 지리산을 오를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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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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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 오삼이와 만나는, 그림책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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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음×지리산사람들×다시지리산'이 걸으면서 읽는 그림책 전시 <오삼으로부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진_ 윤관희>
오삼(KM-53)은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아래 2015년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태어났다. 방사 후 15km 내에서 활동하던 다른 곰들과는 달리 오삼은 지리산에서 90km나 떨어진 수도산에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지역의 산을 종횡 무진했다. 그가 먼 길을 떠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삶은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과 이동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걸으면서 읽는 그림책 전시 <오삼으로부터>는 ‘오삼이’라 불리었던 반달가슴곰 KM-53에 대한 동명의 어린이책을 창작 바탕에 둔다.
대형 천에 인쇄된 그림책 <오삼으로부터>를 숲 곳곳에 설치한다. 이 설치물은 관객에게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지표가 된다. 관객은 출발 지점에서 안내키트를 받는다. 키트에는 곰 도감과 숲 탐험에 필요한 여러 도구들이 담겨있다. 관객은 곰 도감을 지도삼아 숲을 누비며 설치된 그림을 순서대로 따라간다.
- 1회차 : 2024년 10월 31일 (목), 11시~오후 4시 용방초등학교 명상숲
- 2회차 : 2024년 11월 2일 (토) 오후 1시~5시, 산내초등학교 운동장
○ 전시체험안내
- 전시체험 프로그램은 신청자에 한해 안내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시간당 6팀까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1팀은 5명 이내로 구성되는 것이 좋습니다.
- 신청하신 시간에 오시며 순서대로 설명을 듣고 안내키트를 받으신 후에 전시체험이 시작됩니다. 예상 관람시간은 30분 내외입니다.
○ 전시체험 신청방법
- 구례 용방초등학교 : 콩샘에게 문의하기 010-8639-0122
- 남원 산내초등학교 : 구글시트 : https://forms.gle/kQBv3RryZBN22ZH88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에서 직접 신청하기
* 신청자가 같은 시간대에 많을 경우 시간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 그림동화책 『오삼으로부터』(2023년 <니은기역> 발간)를 읽고 오면 더 좋습니다.
○ 전시체험 미리보기
https://youtu.be/t_fMW6JSnpg?si=KNz0Eu-VYvghIH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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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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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4일] 궁금해지리산-구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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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걷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궁금해? 지리산" 구례 편 진행합니다.
10월 24일 목요일, 단풍이 들고 있는 피아골길을 박두규 시인과 함께 걷습니다. 박두규 님의 시 세계와 지리산에 대해 듣고 대안적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어떤 곳일까 함께 생각하며 걷는 시간이 될것 같습니다.
사전신청해주세요~
https://naver.me/5bVLqo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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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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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중의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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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독버섯 중의 독버섯
오르는 길에서는 세발버섯인줄 알고 지나쳤는데 내려오면서 다시 보니 확연히 다르다.
알고보니 희귀하고 무시무시하고 희귀한 버섯, 만지기만 해도 독이 오르는 독버섯 중의 독버섯이다.
붉은사슴뿔버섯!!
*사슴뿔버섯과 점버섯속에 속하는 대표적인 독버섯이다. 버섯 중에서 가장 강력한 맹독을 지닌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 버섯이 가지고 있는 트리코테신(Trichothecene)이라는 독소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독극물 중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테트로도톡신과 함께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방사선 피폭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트리코테신이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방사선 피폭이 DNA가 손상되면서 신체 복구에 필요한 설계도를 잃어버린 상황이라면, 이 트리코테신은 복구에 필요한 단백질 공급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복용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데다 다른 버섯과 달리 포자, 신경독도 아니라서 해독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위키 자료>
이 산책길을 자주 이용하는 지인들에게 두루 알리고 국립공원측에 알리고 독버섯 경고문 설치 요청을 했다. 이야기를 들은 버섯전문가께서는사람들 눈을 현혹하는 독버섯이라 아예 뽑아 없애야 한단다.
그렇지만, 그 숲에 그 버섯이 피어나는 나름의 까닭이 있지 않을까?
무엇이 맞을까?
#붉은사슴뿔버섯 #연기암 #세발버섯 #독버섯 #독버섯중의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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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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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쫓겨났다. 그러나 우리는 장벽 안에 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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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사실일 텐데, 사실이라는 게 정말 무섭고 두렵다. 그렇지만 처서가 지나니 새벽엔 신선한 바람이 불고, 벌레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느티나무 빛깔이 변하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어떻게 가을이 오긴 오는가 보다.
가을로 가는 날에 나는 봄날에 나와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무조건 자는 인간이다. 다른 사람들은 술은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자고 나면 그렇게까지 열불 낼 필요는 없다거나, 그 일이 50% 이상 해결되어 있었다. 늘 그랬다.
그런데 올봄에 일어난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고 나면 더 또렷해졌다. 내가 변했거나 지금 일어난 일들이 예전과 다른 종류 일인가 보다. 이 글은 올봄에 일어난 일 중 하나이다.
2022년 봄, 지리산사람들은 봉성산자락, 논밭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사무실을 열었다. 사무실은 느긋한쌀빵 앞, 봉서리책방 옆, 그야말로 ‘구례에서 뜨는 곳’이었고, 사무실을 방문한 분들은 누구라도 기분 좋아했다. 사무실을 정하며 오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가구를 손으로 짰다. 사무실 위치며, 이웃이며, 나무로 짠 가구들이며, 모든 게 정겹고, 예쁜 딱 ‘지리산사람들’다운 사무실이었다.
지난 3월 12일, 건물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무실 계약기간이 오늘까지라고, 잠깐 만날 수 있냐고. ‘맞아요. 기간 끝났는데 별말씀 없으셔서 자동 연장된다고 생각했는데요. 오늘은 안 되고 내일 뵐게요.’ 월세를 올려달라려나, 그렇게 생각했다. 회원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이니 1원도 소중하지만, 이 정도 면적과 위치에 지금 월세는 저렴한 편이니 5만 원 정도는 올려줘도 괜찮겠다 싶었다.
3월 13일, 건물주를 만났다. 앞뒤 말의 끝에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했다. 본인들이 써야겠다고, 이사 기간은 넉넉하게 5개월쯤 주겠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 순간 직감했다. ‘우리는 쫓겨나는구나!’
구례 인구는 2만 5천 명도 안 된다. 귀농귀촌한 경우가 아니면, 집안,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마을 형동생 등의 연결망으로 겹겹이 쌓여 있다. 그러니 이 연결망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은 삶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 토박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몹시 주저하고, 앞뒤를 조심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행정에 대한 다른 생각, 문제제기를 공식화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3월 13일 이후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지리산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싸웠구나, 지리산과 구례에 터무니없는 개발 사업들이 계획되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치열해질텐데, 그렇다면 어딜 가더라도 또 쫓겨나겠구나.. 어쩌지.. 아, 어쩌지.. 어디로 가지?
어쩌지를 백번도 더 되뇌고, 구례읍내 상가와 주택을 수십 번도 더 돌아다닌 결과 구례 상설시장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새 사무실은 10평이 안 되어, 기존 사무실 짐을 대폭 줄여야 했기에, 이사를 마무리하는 내내, 내 머리 속은 책상, 책꽂이, 책, 신발장 등이 둥둥 떠다녔다. 새 사무실로는 꼭 필요한 것만, 나머지는 아는 분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그곳으로도 갈 수 없는 것은 우리집으로 옮겼다. 덕분에 집 청소도 하고, 필요 없는 살림살이 일부는 처분했다.
사무실을 알아보고, 살림을 줄이고, 새 사무실에 맞게 가구를 짜고, 이렇게 저렇게 두 달이 흘러 5월 12일 사무실 이사를 마무리했다. 그 시간 동안 속도 상하고, 화도 났지만, 그럴 때마다 개발사업으로 삶터를 빼앗기는 수많은 생명을 생각했다. 수달, 긴꼬리딱새, 앵초, 고라니, 담비, 팔색조.. 그들은 다른 삶터를 구할 수는 있는 걸까, 다른 삶터를 구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런데 사무실 이사보다 더 힘겨웠던 건 주변에서 들린 말이었다. 동네 아주머니가 후배들이 하는 가게에 들러 ‘윤주옥과 어떤 관계냐, 이제는 관계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술에 취한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는 나를 향해 ‘그 뭐야, 막 반대하는 그 사람 맞나, 대체 어디 사는 거야, 우리 동네에는 그런 사람 없는데 누군가 했더니’로 시작하여 본인은 골프장 찬성한다고, 산동에 골프장이 만들어져서 산동이 ‘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산동시’ 얼마냐 좋냐고 했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후배들이 하는 가게(이 가게는 마을 소유 재산이다)도 계약기간 연장은 불가하니 나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2008년 지리산자락 구례로 내려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 사무처장으로 일하던 때다. 당시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길이를 2km에서 5km로,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 규제 완화)했다.
국시모를 포함한 전국 환경, 사회, 종교단체들은 우리나라 최상위 보호구역인 국립공원, 국립공원 중에서도 보전의 강도가 가장 높은 자연보존지구에 케이블카 건설을 더 많이, 더 길게 건설되도록 하는 자연공원법 개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0월, 추석연휴 시작 전날 국무회의를 열어 기습 통과시켜 버렸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로 전국이 들썩이던 당시, 구례로 내려온 나는 케이블카 반대 활동에 몰입했다. 지리산의 경우는 남원, 함양, 산청, 구례 등 4개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기자회견과 집회, 현장(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농성, 캠페인 등을 통해 산에서, 거리에서, 전국 곳곳에서 국립공원의 위기, 지리산의 다급함을 알렸다. 대다수 국민들이 잘못되었다고, 국립공원만이라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고, 환경부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지리산, 설악산에서 추진되던 케이블카를 모두 부결시켰다. 2012년의 일이다.
그러니 내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활동을 하는 것은 구례로 내려오기 전부터, 내려와서도 계속 된 일이다. 케이블카를 찬성하는 분들도 ‘지리산에 케이블카 4개는 너무 한 거 아니예요?’라고 하면, ‘그건 그렇지. 안 되는 거 알면서도 다른 시군에 뺏길 수 없으니 하는 거지.’라고 한다. 지리산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골프장, 거 안 되는 거 알면서, 그냥 추진하는 거지. 사업주가 돈도 없고, 이미 물 건너갔어.’ 하며, 열심히 반대하지 않아도 안 될테니, ‘슬슬하라’고 귀띔까지 할 정도다.
그런데 지리산 케이블카, 골프장을 반대한다고, 사무실에서 나가도록 하고, ‘지리산사람들’ 활동을 지지한다고 지역 명소로 자리 잡은 가게도 나가라고,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게, 요즘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 요즘 세상이라 가능한 걸까!)
지리산에 사는 우리는 지리산 덕분에 행복하고, 지리산에 늘 고맙지만, 지리산을 지키려는 우리는 사무실을 옮겨야 했고, 지리산에 사는 비인간 생명들은 삶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우리를 내쫓은 사람들은 주변을 압박해 우리를 고립시키고 장벽에 가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벽 안에 숨지 않기로 했다. 장벽이 쌓아진다 해도 그 안에서 웅크리지 않고 사다리를 만들고, 구멍을 뚫으며 균열을 내볼 작정이다.
지리산사람들 새 사무실 주소는 ‘구례 1길 68’이다. 10명 이상은 사무실 안에 함께 있기 힘들지만, 전기료도 적게 나오고, 청소도 쉽다. 주변에 좋은 카페들이 많아 인간관계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세상일은 완벽히 나쁘거나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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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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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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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참게 이야기
참게 이야기
섬진강 매운탕 집 뒤뜰에
큰항아리 가득 참게가 들어 있는데
그 항아리 뚜껑이 없어
다 도망가지 않을까 물으니
걱정 없지요
참게란 놈들 참 이상한 놈들이어서
한 놈이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밑에 다른 놈들이
꼭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
끄집어내려 놓고 말지요.
아무리 뚜껑을 열어 놓아도
결국 한 놈도 지척인 강으로
못 돌아간다는,
참게들 이야기 듣다가
그렇구나,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다
그만 섬뜩해집니다
- 김인호 시집 「섬진강 편지」중에서
오늘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영문판 참게이야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2002년 '참게 이야기' 시를 쓰면서 느꼈던 섬뜩함을 똑같은 톤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첨부된 그림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딱 감이 왔다.
On one sunny afternoon a man was walking along the beach and saw another man fishing in the surf with a bait bucket beside him. As he drew closer, he saw that the bait bucket had no lid and had live crabs inside.
“Why don't you cover your bait bucket so the crabs won't escape?” he asked.
“You don't understand.” the man replied, "If there is one crab in the bucket it would surely crawl out very quickly. However, when there are many crabs in the bucket, if one tries to crawl up the side, the others will grab hold of it and pull it back down so that it will share the same fate as the rest of them."
Do you relate to this story of the crabs in the bucket?
어느 화창한 오후, 한 남자가 해변을 따라 걷다가 다른 한 남자가 미끼 양동이를 옆에 두고 파도 속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양동이에는 뚜껑이 없고 살아있는 게들이 들어있었습니다.
“게들이 도망가지 않게 왜 뚜껑을 덮지 않나요?” 그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모르는군요.” 그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양동이에 게가 한 마리만 있다면, 금방 기어 올라 도망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마리의 게가 양동이에 있으면, 하나가 옆으로 기어오르려고 할 때 다른 게들이 붙잡아 끌어내려 결국 모두가 같은 운명을 맞게 됩니다.”
이 게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공감되나요?>
https://www.linkedin.com/pulse/have-you-heard-story-crabs-bucket-jere-hill
이 글의 필자는 어디에 사는 누굴까?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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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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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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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편지」
-노고단의 아침
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만복대 너머 덕유가야까지
왕시루봉 내려 섬진강 남해까지
구례읍 너머 백아무등으로
사방팔방 번지는 아침빛
어리석은 이도 머물면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
저 구름과 빛이 그려내는 아침 풍경을 모시러
새벽길 걷는 구도자의 길
허락하는 동안
이 길을 묵묵히 걸으리라
-섬진강 /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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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