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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국립공원 대피소 꼼꼼 조사] 호텔 같은 대피소? 노고단‘대피소’는 어색하다
    나는 지리산자락 구례에 산다. 구례에 산다는 건, 어디에 있더라도 반야봉, 노고단, 왕시루봉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행복한 일이다. 눈 오는 오늘, 지리산은 뿌옇다. 눈이 쌓이고 있는 지리산을 바라보니, 지리산에 깃든 생명들은 겨울 준비를 끝냈을까 궁금해진다. 지리산의 겨울은 춥고, ‘생태환경 보호 및 산불방지를 위한 국립공원 탐방로 출입 통제’를 하니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덕분에 지리산은 쉴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2023년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봄철(3월~5월) 증가하다가, 여름철(6월~7월, 장마 기간) 소폭 감소 이후 여름 휴가철(8월)과 가을철(10월, 단풍 절정 기간)에 크게 증가한 후, 겨울철(11월 이후)에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하였다. 2024년에도 비슷할 것이다. ‘대피소’는 지리산에 가는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운 곳이다. 쉴 수 있고, 따뜻한 것을 먹을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공원법 시행령」은 대피소를 ‘공원자원을 보호하거나 탐방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보호 및 안전시설’로 분류하고 있다. 대피소는 국립공원에서 보전의 강도가 가장 높은 ‘공원자연보존지구’에 허용되는 시설이며, 위치 특성상 여러 제한이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대피소가 있는 국립공원은 지리산(8개소), 설악산(5개소), 한라산(7개소), 덕유산(2개소), 오대산(1개소), 북한산(5개소), 소백산(1개소) 등 7곳이다. 대부분 고지대에 위치한 대피소는 탐방객 안전만이 아니라 산불, 야생동식물 보호 등 현장관리 기능도 한다. ‘대피소인데 왜 예약을 해야 하냐?’, ‘대피소가 아니라 숙박시설이다.’, ‘아플 때 쉬려고 하니 내려가라고 했다.’ 등은 ‘대피소’란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에 나오는 문제제기이다. 국어사전에 대피소(待避所)는 ‘비상시에 대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국립공원 대피소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사전적 의미의 대피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 세석대피소 ↑ 세석대피소와 장터목대피소 길 안내 표지목 예전에는 대피소를 ‘산장’이라 불렀다. 1924년 건립된 북한산국립공원 ‘백운산장’이 우리나라 최초 산장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부터 건립된 산장을 국립공원공단은 2000년대에 철거하거나 리모델링하였다. 노고단산장, 세석산장, 치밭목산장 등 ‘산장’이었던 시설은 어느 날부터 노고단대피소, 세석대피소, 치밭목대피소 등 ‘대피소’가 된다. 고산지에서는 대피의 기능이 다른 기능에 우선하니 ‘대피소’가 타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 치밭목대피소(위)와 ‘지리산산장’이라 쓴 치밭목대피소 옛 표지석 산장을 대피소로 명칭 변경한 국립공원공단은 1998년부터 직영 대피소에 대한 사전예약제를 시행하여, 이제 국립공원 모든 대피소는 예약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었다. 지리산, 설악산 등 면적이 넓은 국립공원의 경우 한나절 탐방이 어려우니 숙박을 ‘공식’화하는 게 국립공원 훼손이나 탐방객 안전, 이용 편의 등에 적절했을 것이다. 산장이든, 대피소든 명칭이 뭐 그리 중요하냐 싶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립공원 대피소에서 잔 분들은 너무 더웠다, 찜질방이냐고 투덜댄다. 대부분 1,000m(장터목대피소는 1,653m이다) 이상에 위치한 대피소가 겨울에도 따뜻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전기를 쓴다는 이야기이다. 국립공원공단 관리자 중에는 ‘상전(국립공원 밖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선을 따라 대피소까지 올라간다)이니 무방하지 않냐’는 분도 있지만 국립공원 안이건 밖이건 전기를 생산하려면 화석연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국립공원 대피소가 ‘대피소’라는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기대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올해 지리산사람들은 지리산국립공원 대피소 전수조사를 하였다. 마지막 조사는 노고단대피소였는데, 정말 놀랄 만한 대피소가 등장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노고단대피소는 예전 대피소가 ‘내진등급 D’로 평가되어 철거하고 다시 지었다고 알고 있다. 나는 대피소 에너지에 관심이 많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대피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100% 재생에너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고단대피소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상전도 있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운영 가능하다고 하였다. 하룻밤을 노고단대피소에서 지낸 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노고단대피소는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한 건축물이었다. 국립공원의 여느 대피소와는 다르게 개인 방(옆 사람과 차단된)이 있고, 난방을 개인이 알아서 할 수 있으며, ‘저녁 8시 소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개인 방에서는 전등을 켤 수 있다. 게다가 취사장에는 콘센트가 있어 전기쿠커로 물을 끓이는 분도 있었다. ↑노고단대피소 시설 (개인용 난방시설, 개인 전등, 취사장 콘센트) 노고단대피소의 이런저런 시설을 경험하고 나니 건물에 붙여놓은 노고단‘대피소’라는 글씨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노고단은 성삼재에서 1시간이면 걸어갈 수 있고, 위급한 상황이면 차도 운행될 수 있으니 ‘대피소가 꼭 필요한 곳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국립공원 시설이라 해서 불편하고, 옹색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피소’가 아닌 시설을 왜 대피소라 했을까도 궁금해졌다. 이러다가 노고단대피소가 기준이 되어 다른 대피소도 이렇게 바뀌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간판에서 ‘대피소’를 떼어야 할 것 같았다. ↑ 전기가 들어온 노고단대피소 간판 이에 대해 의문을 갖는 나에게 국립공원공단 직원 한 분은 ‘사람들이 엄청 좋아해요. 다른 대피소도 그렇게 바뀔 거예요.’라고 한다. ‘진짜요?’ 그러고 보니 로터리대피소를 신축하던데 거기도 이렇게 바뀌는 걸까? ❚ 참고자료 『2024 국립공원 기본통계』(2023.12.31.일 기준),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 누리집』 (https://www.knps.or.kr) 『연합뉴스』, “1924년 설립 국내 최초 산장 '백운대피소' 존치한다,” 2017.5.2.일자. 「자연공원법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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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11-27
  • [전통농법 토종생강 공동경작단 농사일기 1회] 1,000년을 이어온 농법으로 생강농사 지어보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생강농사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완주 봉동의 느림님과 지리산사람들이 만나 '전통농법 토종생강 공동경작단'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경작 장소는 구례입니다. 2024년 11월 19일에 첫 모임을 가지고 보리파종을 했습니다. 생강을 수확할 때 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00:00 인트로 00:16 전통농법 토종생강 공동경작단이란? 00:50 생강농사에 보리를 심는 이유( 10:06 에 자세히) 01:35 생강의 파종과 수확 시기( 15:30 에 자세히) 02:17 왜 생강농사를 선택했나요? 04:36 생강 시배지 완주 봉동에서 농사를 계획 05:50 전통농법 보존위원회를 만나서 땅을 살리는 농사 시작 06:30 어르신들 말씀으로 정리된 전통농법 -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06:55 전통농법으로 지으니 해충 피해가 없어졌다 07:42 어르신들께 들은 대로 생강 연작에 도전해 보고 싶다 08:23 구례에서 생강농사(공동경작단)를 시작하는 각오 09:42 나는 생강의 향이 좋아요 10:55 참나무 생잎을 이용한 농사 13:06 보리농사와 함께 하는 생강농사 14:02 물이 적어도 잘 살아남는 생강, 비님을 알게 되다 15:30 생강농사 일정 16:44 풀과 생강이 공존하는 농법 19:44 식물은 서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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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11-22
  • 전통농법으로 짓는 ‘토종생강공동경작단’ 모집합니다
    ‘토종생강공동경작단’(경작단)은 전통농법을 공부하며, 전통농법으로 토종생강을 농사짓는 모임입니다. 구례에서는 처음 해보는 거 같아요. 경작단은 완주에서 전통농법으로 토종생강을 짓는 느림샘이 있어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토종생강 전통농법은 11월 보리파종으로 시작됩니다. 관심있는 분은 여기로 신청하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zSkHKSV_5uZ90nnWrS7RN6M494KOFDUnK7go8i4d4LY/edit 전통농법 토종생강농사 1년의 과정을 기록한 느림샘의 블로그 글입니다. 읽어보고 신청하면 더 좋을 듯합니다. https://blog.naver.com/woozooci/22291778943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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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10-21
  • 지리산 치밭목산장 산장지기30년 민병태 대장을 만났습니다
    지리산 치밭목산장 산장지기30년 민병태 대장을 만났습니다 1971년에 만들어진 지리산의 대피소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폐허가 되었습니다. 민병태 대장님은 1986년 직접 치밭목대피소를 수리하고 산장지기로 30년을 활동하며 대피소 운영과 많은 구조활동을 하셨습니다. 대장님이 들려주시는 반달곰 이야기, 지리산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00:00 인트로 00:20 치밭목산장지기 30년 민병태 대장 01:19 치밭목대피소에 올라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02:30 1971년에 조성된 지리산의 대피소들 04:06 관리가 안 되어 폐허가 된 대피소 04:28 당시에는 치밭목 쪽이 메인 종주코스 06:27 치밭목 이름의 유래 07:22 산장 첫 관리인은 첫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하산 08:42 85년도에 산악회 후원금과 사비로 대피소를 수리하다 11:05 87년도에 대피소에서 정식 근무 시작 12:24 왜 산장에 들어가신 거에요? 12:49 산장에서 아내와 함께 보낸 신혼생활 14:16 산행 문화의 변화, 조난사고의 급증과 구조활동 18:42 대피소에서 30년 어떻게 버티셨나요? 19:25 대피소에서 난방없이 침낭만으로 겨울나기 21:00 대피소에서 내려오게 된 이유와 소감 23:39 대피소의 가장 큰 기능은 어떤 것인가요? 26:18 반달가슴곰과 인간의 충돌 30:08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 기후변화 31:03 지리산에게 한마디, 사람들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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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09-30
  • '핵과 핵발전의 모든것'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공동대표님의 강의
    '핵과 핵발전소의 모든것!' 구례에서 '속 깊은 간담회' 일정으로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공동대표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한국과 세계의 에너지 현황,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오염수 방류, 현정부의 친원전 정책, 양수발전소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의 내용이 깁니다. 전체를 보시기 힘들면 아래의 타임코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00:00 인트로 00:52 한국의 에너지 현황 - 값 싸고 효율은 낮다 03:00 세계의 에너지시장 흐름- 뒤쳐진 한국 06:24 후쿠시마 원전사고 08:24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문제 11:09 핵종 제거는 안되는 알프스 18:13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21:07 핵폐기물의 해양 방류를 반대했었던 일본 21:41 정권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해양수산부 23:04 적반하장 대한민국 정부 24:28 월성원전 인근 주민 소변의 방사능 검출 27:29 핵에너지시대 70년, 고준위핵폐기물처분장 운영중인 나라는 없다 30:48 기후변화와 핵발전소 31:18 냉각수 온도 기준을 높인 한국 원전 31:55 이상기후는 원전 안전을 위협한다 34:51 대한민국 친원전 에너지 정책 38:26 폐쇄 예정이었던 노후원전 수명연장 41:13 내용도 볼 수 없도록 먹칠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로 의견을 수렴? 43:23 미국은 ‘알기쉬운 문서 작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 알기쉽게 문서 작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45:14 투명성이 핵심인 프랑스 원자력안전법 46:40 소형모듈원자로(SMR)은 일반 원전보다 더 비싸고 더 많은 핵폐기물 발생 48:08 양수발전소는 반환경적, 비경제적 시설 52:14 한국의 재생에너지 현황 53:22 원전중심 송변전설비추진계획 57:50 재생에너지 접속 차단과 신규 재생에너지설비 허가 중단 1:00:35 분산에너지 정책/기후변화 대응에 반하는 양수발전 1:01:13 공급 위주 수도권 중심 전력정책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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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20
  • 우리는 쫓겨났다. 그러나 우리는 장벽 안에 숨지 않을 것이다.
    여름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사실일 텐데, 사실이라는 게 정말 무섭고 두렵다. 그렇지만 처서가 지나니 새벽엔 신선한 바람이 불고, 벌레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느티나무 빛깔이 변하는 게 느껴진다. 어떻게 어떻게 가을이 오긴 오는가 보다. 가을로 가는 날에 나는 봄날에 나와 우리에게 있었던 일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무조건 자는 인간이다. 다른 사람들은 술은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자고 나면 그렇게까지 열불 낼 필요는 없다거나, 그 일이 50% 이상 해결되어 있었다. 늘 그랬다. 그런데 올봄에 일어난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고 나면 더 또렷해졌다. 내가 변했거나 지금 일어난 일들이 예전과 다른 종류 일인가 보다. 이 글은 올봄에 일어난 일 중 하나이다. 2022년 봄, 지리산사람들은 봉성산자락, 논밭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사무실을 열었다. 사무실은 느긋한쌀빵 앞, 봉서리책방 옆, 그야말로 ‘구례에서 뜨는 곳’이었고, 사무실을 방문한 분들은 누구라도 기분 좋아했다. 사무실을 정하며 오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가구를 손으로 짰다. 사무실 위치며, 이웃이며, 나무로 짠 가구들이며, 모든 게 정겹고, 예쁜 딱 ‘지리산사람들’다운 사무실이었다. 지난 3월 12일, 건물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무실 계약기간이 오늘까지라고, 잠깐 만날 수 있냐고. ‘맞아요. 기간 끝났는데 별말씀 없으셔서 자동 연장된다고 생각했는데요. 오늘은 안 되고 내일 뵐게요.’ 월세를 올려달라려나, 그렇게 생각했다. 회원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이니 1원도 소중하지만, 이 정도 면적과 위치에 지금 월세는 저렴한 편이니 5만 원 정도는 올려줘도 괜찮겠다 싶었다. 3월 13일, 건물주를 만났다. 앞뒤 말의 끝에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했다. 본인들이 써야겠다고, 이사 기간은 넉넉하게 5개월쯤 주겠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 순간 직감했다. ‘우리는 쫓겨나는구나!’ 구례 인구는 2만 5천 명도 안 된다. 귀농귀촌한 경우가 아니면, 집안,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마을 형동생 등의 연결망으로 겹겹이 쌓여 있다. 그러니 이 연결망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은 삶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 토박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몹시 주저하고, 앞뒤를 조심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행정에 대한 다른 생각, 문제제기를 공식화하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조건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3월 13일 이후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지리산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싸웠구나, 지리산과 구례에 터무니없는 개발 사업들이 계획되고 있으니, 앞으로는 더 치열해질텐데, 그렇다면 어딜 가더라도 또 쫓겨나겠구나.. 어쩌지.. 아, 어쩌지.. 어디로 가지? 어쩌지를 백번도 더 되뇌고, 구례읍내 상가와 주택을 수십 번도 더 돌아다닌 결과 구례 상설시장 근처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었다. 새 사무실은 10평이 안 되어, 기존 사무실 짐을 대폭 줄여야 했기에, 이사를 마무리하는 내내, 내 머리 속은 책상, 책꽂이, 책, 신발장 등이 둥둥 떠다녔다. 새 사무실로는 꼭 필요한 것만, 나머지는 아는 분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그곳으로도 갈 수 없는 것은 우리집으로 옮겼다. 덕분에 집 청소도 하고, 필요 없는 살림살이 일부는 처분했다. 사무실을 알아보고, 살림을 줄이고, 새 사무실에 맞게 가구를 짜고, 이렇게 저렇게 두 달이 흘러 5월 12일 사무실 이사를 마무리했다. 그 시간 동안 속도 상하고, 화도 났지만, 그럴 때마다 개발사업으로 삶터를 빼앗기는 수많은 생명을 생각했다. 수달, 긴꼬리딱새, 앵초, 고라니, 담비, 팔색조.. 그들은 다른 삶터를 구할 수는 있는 걸까, 다른 삶터를 구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런데 사무실 이사보다 더 힘겨웠던 건 주변에서 들린 말이었다. 동네 아주머니가 후배들이 하는 가게에 들러 ‘윤주옥과 어떤 관계냐, 이제는 관계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술에 취한 할아버지는 집으로 가는 나를 향해 ‘그 뭐야, 막 반대하는 그 사람 맞나, 대체 어디 사는 거야, 우리 동네에는 그런 사람 없는데 누군가 했더니’로 시작하여 본인은 골프장 찬성한다고, 산동에 골프장이 만들어져서 산동이 ‘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산동시’ 얼마냐 좋냐고 했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후배들이 하는 가게(이 가게는 마을 소유 재산이다)도 계약기간 연장은 불가하니 나가달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2008년 지리산자락 구례로 내려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 사무처장으로 일하던 때다. 당시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길이를 2km에서 5km로,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 규제 완화)했다. 국시모를 포함한 전국 환경, 사회, 종교단체들은 우리나라 최상위 보호구역인 국립공원, 국립공원 중에서도 보전의 강도가 가장 높은 자연보존지구에 케이블카 건설을 더 많이, 더 길게 건설되도록 하는 자연공원법 개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0월, 추석연휴 시작 전날 국무회의를 열어 기습 통과시켜 버렸다. 국립공원 케이블카로 전국이 들썩이던 당시, 구례로 내려온 나는 케이블카 반대 활동에 몰입했다. 지리산의 경우는 남원, 함양, 산청, 구례 등 4개 지자체가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기자회견과 집회, 현장(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농성, 캠페인 등을 통해 산에서, 거리에서, 전국 곳곳에서 국립공원의 위기, 지리산의 다급함을 알렸다. 대다수 국민들이 잘못되었다고, 국립공원만이라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고, 환경부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지리산, 설악산에서 추진되던 케이블카를 모두 부결시켰다. 2012년의 일이다. 그러니 내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활동을 하는 것은 구례로 내려오기 전부터, 내려와서도 계속 된 일이다. 케이블카를 찬성하는 분들도 ‘지리산에 케이블카 4개는 너무 한 거 아니예요?’라고 하면, ‘그건 그렇지. 안 되는 거 알면서도 다른 시군에 뺏길 수 없으니 하는 거지.’라고 한다. 지리산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골프장, 거 안 되는 거 알면서, 그냥 추진하는 거지. 사업주가 돈도 없고, 이미 물 건너갔어.’ 하며, 열심히 반대하지 않아도 안 될테니, ‘슬슬하라’고 귀띔까지 할 정도다. 그런데 지리산 케이블카, 골프장을 반대한다고, 사무실에서 나가도록 하고, ‘지리산사람들’ 활동을 지지한다고 지역 명소로 자리 잡은 가게도 나가라고,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게, 요즘 세상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 요즘 세상이라 가능한 걸까!) 지리산에 사는 우리는 지리산 덕분에 행복하고, 지리산에 늘 고맙지만, 지리산을 지키려는 우리는 사무실을 옮겨야 했고, 지리산에 사는 비인간 생명들은 삶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우리를 내쫓은 사람들은 주변을 압박해 우리를 고립시키고 장벽에 가두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장벽 안에 숨지 않기로 했다. 장벽이 쌓아진다 해도 그 안에서 웅크리지 않고 사다리를 만들고, 구멍을 뚫으며 균열을 내볼 작정이다. 지리산사람들 새 사무실 주소는 ‘구례 1길 68’이다. 10명 이상은 사무실 안에 함께 있기 힘들지만, 전기료도 적게 나오고, 청소도 쉽다. 주변에 좋은 카페들이 많아 인간관계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세상일은 완벽히 나쁘거나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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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08-23
  • 지리산 골프장 벌목지 1년후 식생조사
    사포마을 골프장 예정지 벌목지역에서 1년간 어떻게 식생이 변화했는지 조사작업이 있었습니다. '모두를위한생태연구소' 소장 박태준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아까시나무가 뒤덮고 있는 지역도 있고, 자생종이 올라오고 있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지리산 심원마을이 폐쇄된 후에 복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7년 전) 인위적으로 심은 곳 보다 자연에 맡겨둔 곳이 더 빨리 복원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태준 박사의 이야기와 함께 들어보시죠. 이 벌목지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해 봅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봐 주시고 구독 눌러주시면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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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27
  • 지리산 벽소령을 관통하는 도로를 만든다고? 벽소령 도로 철회 촉구 지리산 5개 시군 시민행동 선언
    00:00 인트로 00:09 벽소령 '봉산정계' 석각 이야기 00:26 벽소령에 모여든 사람들 01:01 벽소령 도로 철회 촉구 지리산 5개 시군 시민행동 선언문 낭독 05:10 인터뷰1. 하동기후시민회의 최지환 대표 06:15 인터뷰2. 지리산사람들 윤주옥 대표 벽소령 도로 철회 촉구 지리산 5개 시군 시민행동 선언문 함양군은 벽소령 도로 개설계획 철회하고 벽소령 도로 폐쇄하라!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어머니 품 같아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산이며, 그 모두를 지리산은 그 너른 품에 다 안고 왔다. 그리하여 옛날부터 지리산은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요, 동식물들의 보고이기도 하며, 그것은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이 무슨 말인가? 지리산에 댐을 만든다, 케이블카를 설치한다, 도로를 개설한다, 산악열차를 건설한다는 둥 하루도 지리산이 조용할 날이 없다. 지리산이 아무 말이 없다고 해서, 지리산은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이라고 하면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맘대로 난도질해도 되는 산이란 말인가? 선심성 공약을 내건 단체장과 사업시행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일부 개발론자들이 이러한 사업추진을 위해 내세우는 첫 번째 논리는 경제성‧수익성‧지역경제 활성화이다. 지리산케이블카 추진 계획을 살펴보자. 6월에 발표된 산청ㆍ함양 단일노선은 중산리에서 장터목대피소 인근까지 4.38km로 추정 사업비는 2천억원에 이를것으로 보이고, 겨우 사업비를 건질수있는 엄청난 규모다. 전국 관광케이블카 41개중 38개가 적자이고, 지리산 인근 사천,남해,하동 케이블카가 모두 적자인 상황에서, 지리산케이블카는 무슨 근거로 100억씩 수익을 낸다는 말인가? 주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적자 운영으로 주민들만 피해를 볼수밖에 없는데, 이 모든것을 임기 4년의 지자체장이 책임질수 있는가? 다음으로, 벽소령 도로개설 사업비 1,950억원, 함양군의 연간예산 6,500억에 재정자립도 10%에 불과한 지자체는 이 돈을 어떻게 조달할까? 국민세금으로 메꾸는 수밖에 없다.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지만, 도로가 뚫리면 관광객들은 단축된 방문 시간으로 더 빨리 스쳐 지나갈 것이며, 남는 것은 환경오염뿐이라는 사실은 지리산 반달곰도 알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로개설인가? 그리하여 지자체는 개발이익이라는 명목하에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을 분열시키는 일체의 시도를 그만둘 것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함양군은 벽소령 도로개설 사업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아울러 케이블카 설치 등 지리산을 훼손하는 일체의 계획을 철회하라. 우리 고유의 신성한 지리산을 보전하여 미래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자각하여 그것이 상식이 되는 날까지 우리는 노력할 것임을 선언한다. 부디 영험한 지리산 신령님께서는 저들을 깨우쳐 헛된 사업을 벌이지 않게 해주소서. 2024.7.22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 하동참여자치연대, 지리산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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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07-22
  • 경제성 없는 지리산케이블카, 산청군의 수요예측 부풀리기, 케이블카 대신에 지속적인 생태탐방지가 되어야 - 산청주민대책위 이해성 사무국장
    00:00 케이블카는 전국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흑자를 보던 통영케이블카도 작년에 적자 전환 되었습니다. 01:39 여태껏 지리산권 케이블카가 반려되었던 이유는 경제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용대비 편익 비율이 낮아서 경제성이 없다고 환경부에서도 판단했습니다. 02:40 산청군에서 비용/편익 비율을 과포장 하여 새로 케이블카 신청서를 냈습니다. 첫해 55만명 사용해서 30년후 77만명 까지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통영의 경우 2013년 137만명 이용객이 10년만에 55만으로 줄었습니다. 인구도 줄고 관광 트렌드도 바뀔텐데 갈수록 이용객이 준다고 판단하면 산청 케이블카는 여전히 경제성이 없습니다. 05:55 기타 경제효과가 얼마나 있을까요? 07:03 경제효과도 없고 수요예측도 엉터리인 케이블카 신청 07:47 산청지역 대책위는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09:14 지차제 예산만으로 건설되어야 하는 케이블카. 정말 지방에서 쓰여야 할 예산까지 빨아먹는 안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10:24 지리산은 케이블카 관광지가 아닌 기후위기를 준비하는 생태관광지가 되어야 합니다.
    • 지리산사람들
    • 지리산사람들 활동이야기
    2024-06-28
  • 온누리에 빛나라 대광 하지축제 - 함양 대광마을 난개발사업으로 위기
    함양 대광마을에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사업이 계획중인 1년동안 대상 지역인 대광마을 주민들과는 전혀 협의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사업대상지의 경사로 인한 위험성, 농지를 대규모 꽃밭으로 바꾸는데서 오는 생계문제,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이 사업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권역에서 난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모여 하지축제를 대광마을에서 열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아래에 대략적인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00:00 인트로 마을주민 신종권 인터뷰 00:26 하지에 축제를 여는 의미 00:57 하지축제가 대광마을에서 열리는 의미 02:03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 개발 사업 02:42 대광마을 이장님과 마을 한 바퀴 대광마을 이장님 인터뷰 03:03 함양사계4U 사업의 문제점 03:46 함양사계4U 사업은 세금낭비 사업 04:26 하지축제 장터 마을주민 신종권님 인사말 04:39 지방소멸 대응기금으로 진행되는 난개발 04:54 이주민 주거단지, 꽃밭 조성 - 원주민은 어떻게 06:28 마을 주민과 전혀 협의 없이 사업을 진행한 함양군 06:53 이대로 당할 수 없습니다. 힘을 모아주세요 하지축제 07:19 시 낭독 07:50 하지 다례 올리기 07:58 고유문 낭독 08:09 비나리 공연 08:35 최상우 할머니의 육자배기 09:02 쾌지나칭칭 나네 09:51 노래 공연 10:38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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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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