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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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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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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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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3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뿌리를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며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뿌리가 빨아올린 영양분은 든든한 몸통을 타고 올라 줄기를 형성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뿌리고 자식은 열매라고 볼 수 있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이정록시인의 글을 읽으면 '뿌리'와 '열매'가 바로 생각난다. 이정록이라는 시인은 그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뿌리가 주는 양분을 야금 야금 아니 듬북 듬북 받은 열매라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 것이다.'어머니 학교'는 어머니의 말씀에 이정록이라는 시어를 입혀 탄생한 시나무다. 그는 그저 지나칠, 어떤이는 잔소리라 할 어머니의 말씀이 '아름다운 시'라는 진리를 발견하고 글로 적는다. 어머니는 교회나 절에 가지 않았지만 하느님과 부처님의 마음을 이미 삶으로 터득한 사람이다. 가슴 우물(어머니학교 48)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교회나 절간에 골백번 가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께 문안 여쭙고 어미 한 번 더 보는 게 나은 거다. 저 혼자 웬 산 다 넘으려 나대지 말고 말이여. 어미가 이런저런 참견만 느는구나. 늙을수록 고양이 똥구명처럼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한숨을 말끔하게 내몰질 못해서 그려. 뒤주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더.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가슴 우물 /전문) 이꼴 저꼴 다 본 어머니의 말씀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는 말씀을 가장이 된 시인은 금쪽 같이 받아 적는다. 가장(어머니학교 58) 높은 데다 꾸역꾸역 몸 올려놓지 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거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다.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가 시비가 붙어 코뼈가 가라앉은 것도 책임 떠맡은 죄 때문이 아니냐? 남자는 가장 하나만으로도 허리가 휘고 그늘 벖을 날 없는 겨.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가장/전문)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을 기억하면 글이 되는 사람이 이정록이다.(아들과 아버지) 그러니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뿌리가 없었다면 이정록 시인이란 열매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 이정록(아들과 아버지)이 생쥐 꼬리에 불을 붙여 친구 '놀새'에게 하려는 복수를 보면 분명히 '커서 뭐하나 할 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요하고 계획적이다. 그렇다고 뭐 꼭 성공하지는 않지만. 역시 그는 커서 놀새에게 복수하듯 끈질기게 글을 써 시인이 되었다.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옛말은 틀린 적이 없다. 성장하는 나 아버지는 저에게 꿈을 적어 보라고 했죠. 오래도록 머리를 긁적이다가 부끄러운 얼굴을 쳐들었죠. 아버지가 볼까 봐 한 손으로 종이를 가렸죠. 거기에는 세로로 성 행 위 라고 쓰여 있었죠. 화가 난 아버지가 다짜고짜 머리통을 쥐어박았죠. 내 꿈 위로 눈물이 떨어졌죠.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아버지가 역정을 냈죠. 아버지의 우람한 손아귀에서 나의 초록 꿈이 부르르 떨었죠. 아버지가 내 손을 힘껏 떼 내자 나의 당찬 꿈이 드러났죠. 성장하는 나 행복한 가족 위로할 줄 아는 어른 (성장하는 나 /전문) 시인의 눈엔 사물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처럼 보이다가도 그것들 때문에 또 마음이 아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 가슴, 구름에 젖는 깃들 때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전문) 몇개의 말로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닌가. 삶의 축약이다. 그늘과 햇살, 마을과 무덤, 파란만장, 나비! 생 느티나무는 그늘을 낳고 백일홍나무는 햇살을 낳는다. 느티나무는 마을로 가고 백일홍나무는 무덤으로 간다. 느티나무에서 백일홍나무까지 파란만장, 나비가 난다. (생/전문) 이정록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책 『아니야!』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나무고아원』 『황소바람』 『달팽이 학교』 『똥방패』,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동화 『미술왕』 『대단한 단추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까짓것』과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정말』 『의자』,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등을 출간했습니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2
  •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 되었습니다. 중고책방에서만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기도 하고 직업을 바꾸게 하기도 합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란 책은 저의 직업을 바꿔 버린 책입니다. 제가 도시에서 지리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마케팅이란 '개인이 목적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조장하기 위해서 아이디어, 재화, 및 서비스들의 개념, 가격결정, 촉진 및 유통경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 미국 마케팅 학회(AMA) 소비자의 목적과 기업이 원하는 목적, 즉 '개인이 원하는 상품과 기업이 팔고자 하는 상품'을 찾아 해결하는 해결사가 바로 '마케터'(마케팅을 하는 개인이나 조직)가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터에게 시장과 소비자는 사냥꾼의 정글과 같았습니다. 정글에 나가 탐색을 하고 상품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분류해서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들에게 맞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고 다녔습니다. '한국에 시장이 없다면 일본에 시장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도쿄에서 2년 가까이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도쿄의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소비자이며 연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의 모든 구매 내력과 성향과 연령 등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고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왜 이 상품을 원하고 구매했는지 분석하기를 희망했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직 그것이 제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고객이 목말라하는 것이어서 그 어떤 고객도 거부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좀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관련 사적들을 읽어나갔습니다. 책꽂이에는 마케팅과 관련된 서적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다가, 어느새 가득 채우고 다시 쌓여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한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자주 가던 서점 한 귀퉁이에 이 책이 있었습니다. 플러그를 뽑는다고? 플러그는 전기 에너지 사회를 연결하는 핵심고리입니다. 전기 에너지는 현대 사회의 핵심 동력입니다. 그것을 뽑는다는 것은 현대 사회와의 결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케팅 관점으로 본다면 제목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전체 내용을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으며, '21세기에 플러그를 뽑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플레인(Plain)>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플레인>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소박한 삶을 위한 모임'이 창간한 잡지입니다. "게다가 고객에게 파는 물건 생산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보다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정말 괜찮은 물건을 샀다고 믿게끔 만드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되는데, 이럴 때 저는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16쪽) 이 문장이 저의 직업을 바꿔 버렸습니다. 이 글은 메가빅 석유회사에 다니던 로버트라는 사람의 '사직서' 중 일부입니다. 그는 <플레인>이라는 잡지가 여는 '두 번째 러다이트 대회'라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후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클라호마에 농장을 마련해 회사와 도시를 떠났습니다. 저 역시 그 책을 읽던 시기에 '마케팅'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마케팅이라는 것이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필요한 것처럼 둔갑시켜야 했고, 꼭 필요한 것처럼 설득해야 했습니다. 또한 이미 비슷한 기능에 제품이 있는데 거기서 차별 점을 찾아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오직 '소비자'로만 보였습니다. '저들은 어떤 제품을 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소비자와 생산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혼란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때 이 글을 읽은 것입니다. 그(로버트)는 제가 느끼고 하던 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나서 마법사에 주문에 걸린 소녀처럼 제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랫동안 해온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1년 후에 저는 지리산에 내려왔습니다. 결혼한 지금은 아내가 사온 TV를 보고 있습니다만, 처음 지리산에 내려와 혼자 살던 1년 동안은 TV를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 TV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TV를 보지 않고 살아도 세상을 아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고, 삶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TV가 없었을 때 평소 TV를 보던 시간에는 마을길을 산책하거나 조깅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때 'TV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TV 없는 삶'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TV에 연결된 플러그 하나를 뽑고는 살아봤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모든 플러그를 뽑고 살 자신은 아직은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여전히 컴퓨터를 켜고 있고, 형광등을 켜고 있으며, 휴대폰 충전을 하고 있고, 전기 밥통에 밥이 보온되고 있고, 냉장고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플러그를 빼버린다면 이 글 역시 사라져 버릴 것이고, 정전이라도 되면 한전을 향해 욕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조금은 변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소비와 구매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직업과 삶의 터전이 바뀌었습니다. 생활 역시 소박하고 검소한 삶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돈 없이도 사는 방법을 가르치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돈 버는 방법과 돈에 익숙하지 않고, 또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17
  • 할머니 탐구생활
    언젠가부터 " 사람들은 보고 싶은거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듣는다."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은 한문장, 한장면 안에서도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보고 듣는다. 문맹이 아니라 문해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디어가 그렇고 정치가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나쁜 것인가? 그럴 수 있다.악의적으로 이용 될 수 있다. 반면 선의로 사용 될 수도 있다. 전체를 다 보는 사람은 소수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주변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자기 삶을 바라보는 눈도 선택적이다.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과 환경을 좋은 것만 골라보고 좋은쪽으로만 생각한다면 삶은 좋을 수 밖에 없고 긍정적이 된다. 물컵의 반만 차 있는 물을 바라보는 자세와 같다. "물이 반 밖에 없네"와 "물이 반이나 남았군"이다. 이책의 저자가 이웃 할머니를 바라보는 자세다. 할머니는 지혜의 창고이며 삶의 보물이다. 할머니라고 다 지혜롭지만도 않고 다 보물도 아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지혜와 보물은 발견하는 자의 것이다. 누군가는 다 쭈그러진 노인 안에서 아집과 세월의 허무만을 볼 수도 있다. 무엇을 보느냐는 보는이의 몫이다.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서른 즈음의 저자에게 이미 할머니의 지혜가 스며있고 삶을 관조하는 혜안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이의 지혜다. 출판사 책소개 ‘오래된 미래’이고 ‘살아 숨 쉬는 지혜’이며 ‘우리 안에 되살려야 할 골동품’―할머니이 책은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작일 뿐 아니라 선정 발표 당시 “[할머니 탐구생활] 등 총 140편의 원고와 기획안을 선정했다”고 발표할 만큼 대표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호평을 받기에 충분할 만큼의 글 솜씨뿐 아니라 내용과 깊이도 남다른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잃어버린 ‘중요한 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어떤 대목에선 지치고 지친 우리들에게 아주 맑고 시원한 샘물 한 잔을 건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만 같다. 목차 책을 내며: ‘할머니’라는 지혜 창고를 열며 8[하나]나물 전사, 한평 할머니 18소리실 할머니 손은 약손? 28쌍지 할머니는 개를 사랑해 35수봉 할머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42동티 할머니와 나 사이에 해바라기를 48동래 할머니의 오매불망 꽃 사랑 56노년의 고갯길도 화끈하게, 광덕 할머니 62누워서도 열매 맺는 나무처럼, 도란 할머니 70[둘]할머니는 약을 알고 있다 78산딸기 케이크 대작전! 83할머니와 함께 버스를 90결국 ‘그 맛’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96쌀밥 먹음시로 나락이 뭔지도 모른다냐? 104빗속을 뚫고 온 해님 같은 사랑 110더 늦기 전 다리를 놓을 방법이 없을까? 115바느질을 내 품에 120‘키질’ 하면 떠오르는 사람 128[셋]그러거나 말거나의 경지 136육식은 아무나 하나 140나누기보다 쟁이게 만드는 냉장고 148냇물아 흘러 흘러 153텅텅 빌 때까지 퍼주고 또 퍼주고 160외면당하는 할머니 밥상 166메주를 만들 때는 메주가 되어야 172나도 강아지랑 뽀뽀할 수 있어 180다시 부르는 박타령 188[넷]할머니 이장의 탄생 200미우나 고우나 함께하려는 마음 208시골에 돈 벌 기회가 많다고? 216드디어, 나도 쑥떡파! 224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232집에 돌아오니 참 좋다 238열두 달 자연의 흐름을 찾아서 242약한 닭이 알을 품는다 250사랑이 나를 사랑으로 태어나게 한다 258에필로그나는 어떤 할머니가 될까? 266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17

실시간 책마을 기사

  • 이완용 평전
    역사는 '공동체의 기억'이라 믿는다. 따라서 역사학 처럼 객관과 사실에 얽매이지 않는다. 왜곡과 우김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가 과거 특정 시간을 딱딱하게 또는 유연하게 받아들이느냐에서 분명히 차이는 있다. 얼마나 용감하느냐도 다르다. 100여년 전 구한말 우리 조상들이 저지른 잘못을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딱딱하게 혹은 편리하게 몇몇을 신화화/악마화 해서 그들에게 덮는것은 아닐까? 그들을 악마화 하면 고종이나 민비같은 사람들에게는 연민이 생긴다.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은 한없이 우뚝 솟아보이기도 한다. 간단히 설명 가능하고 모두들 편안한 기억이다. 그러나 좀 비겁한 짓이다.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가 나왔을 때, 좀 당황스러웠다. 책 서술은 책방주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1차 자료를 그 시대를 정면으로 겪었던 사람들을 소개한다. 특히 식민지 경제, 강제동원 그리고 위안부 문제에서 그러했다. 다만 그 근거를 통해서 공동체 기억에 경직됨과 회피를 조용히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끄럽게 꾸짓는 형식이니, 왜 이러나 싶었다. 이후 한동안 읽은 책들의 1/3은 이와 관련이었다. 그리고 전에 읽은 책들과 계속 연결시켜 보았다. 돋보이는 책이 있다. 김윤희의 '이완용 평전'은 그런 의미에서 옳고 용감한 책이다. 귀하게 읽었다. 2011년 초판부터 2020년 17쇄까지 꾸준하게 '매국노' '악마' 이완용의 본 모습을 보여줌으로 우리 공동체 기억에 그늘과 빈칸을 돌아보도록 조용히 도와 주었다. 역사 전문가 아닌 학자다운 글이고 지식인의 책이다. 2019년 단 한해 1쇄부터 20쇄까지 반짝 요란하다 멈춘, '민족'도 아니고 '종족'이라 시끄럽게 외치는 책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다. 평전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이라 이완용을 평한다. 책방주인은 그저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인 매우 능력 뛰어난, 기민한, 성실한 인간으로 그를 여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지금 합리적인, 유능한, 현실을 평가하기 보다 오롯이 받아들이는 무척 경쟁력있는 인재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진짜 무섭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6-03
  •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원제 : Poor Econimics. 저자 :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테르 뒤플로 한글제목은 무시하세요. 눈길끌기입니다. 그냥원제목대로 '가난의 경제학'입니다. 가난하면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가난하면서 몸에 나쁜 음식은 왜 그리 먹어대며, 애는 왜그리 많이 낳을까?" "대책없이 사채는 왜 쓰며, 은행두고 계는 왜 해?" "저러니 가난하지" 얼마 전까지 주변 어른들이, 우리가 하던말입니다. 요즘 빈곤한 국가들을 외신을 통해 접하며 읊조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핸동의 이유는 합리적입니다. 이책이 그 이유를 알려줍니다. 우리가 이 합리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자들은 그들을 무시하게 되고, 빈자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어 집니다. 부와 가난은 상대적이기도 하니 절대 빈곤한 사람이나 국가의 문제도 아닙니다.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좋은세상,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지식입니다. 명분이나 양심 또는 뜬구름 잡는 이론에 올라타지않고 현장에서 발견한 사실들을 가지고 쓴 책입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의 책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그래프들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 그래도 읽을 가치는 넘칩니다. 좋은책입니다. ---봉서리책방--- 얼마전 지리산사람들 옆에 함께연 책방입니다. 책 보러오시는 분들을 위해 커피를 준비하셨고, 커피 안드시는 분들을 위해 백향과 음료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호에따라 뜨겁게, 차갑게, 달게 등등 해주실 수 있는 여유가 있으십니다. 책장에 꽉차게 진열되지않았지만 내가 모르는 읽고 싶었던 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5-06
  •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공평이나 공정 그리고 평등같은 단어는 가장 비현실적이다. 현실 속에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누구나 노동을 하지만 그 강도와 댓가는 어떤 척도로든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얼마나 어떻게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게 이루어지는지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세월 속에 공평이나 공정을 말하려면 절망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의 저자가 30대 초반이라는 것에 희망을 본다. 힘들이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 팬데믹 이후로 더욱 우리 생활과 밀접해진 배송, 새로운 플렛폼으로 찾아온 '타다'의 사라짐, 그리고 애도가 계속되고 문제점이 제기되도 해결되기 어려운 노동현실... 모두 비록 나는 아닐지 몰라도 내 삶과 맞닿아 있는 노동자의 삶이다.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바로 알아야 한다. 저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문제를 직시한다. 피하지 않으면 답이 보이고 고지는 멀더라도 길은 있다. 어떤 면에서 더욱 첨예하게 악랄해지기도 했지만 또 다른 면에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소개(알라딘) “노동 :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나 화폐를 얻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사전이 그리 정의할뿐더러 현실에서도 그렇다. 오늘날 자본주의 세계에서 ‘사람의 가치’는 그가 가진 ‘노동의 가치’와 연동된다.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좌우하는 것은 개인의 노동에 매겨지는 가치(임금)다. 값비싼 노동자일수록 촉망받는 인재로, 각광받는 결혼 상대자로, 존경받는 부모로 살아가기 쉽다. 반면 노동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임금 노동자, 나아가 실업자는 최소한의 권리와 존엄조차 누리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노동력을 사람의 가치로 환산하는 오래된 현실이 합당한지에 대해 애써 판단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크고 머나먼 차원의 일이다. 대신에, 좋든 싫든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주목한다. 요컨대 이 책은 플랫폼 노동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를 압축해 보여주는 9가지 질문으로 엮어낸 ‘밀레니얼 한국의 노동여지도’다. 자신의 이주 노동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저자는, 모두가 노동자인 사회에서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보편적 보호망이 왜 어떤 노동자에게는 미치지 않는지를 묻는다. 내가 하는 노동이 다른 이의 노동과 같을 때 적용되어야 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왜 작동하지 않는지 묻는다. 수년째 ‘공정’을 명분으로 벌어지고 있는, 들어갈 자격(공채 정규직)과 일할 자격(숙련된 비정규직)의 다툼에 숨은 차별의 구조를 묻는다. 쿠팡과 타다 등 신산업의 총아들이 뽐내는 ‘혁신’이 실은 ‘약탈’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묻는다. 기술이 일자리를 잠식하며 숙련공들을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 때, 공동체가 지녀야 할 태도와 처신에 관해 묻는다. 왜 우리는 일터에서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 하는지 묻는다. 그 죽음들을 멈추기 위해 만들어진 법과 제도의 공과를 묻고 또 묻는다. 질문을 던지는 이는 저널리스트 이력의 과반을 노동 현장에서 채워온 1988년생 시사주간지 기자다. 그는 반(反)신자유주의나 시장주의 같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관념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선악의 이분법을 따르지도 않는다. 두 눈과 두 발로 겪어온 취재현장이 그에게 ‘노동은 결코 신성하지 않으며, 노동 문제는 이해를 달리하는 행위자들 간 합리적·비합리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거대담론을 뒤로한 채 개별 노동자와 조직 노동, 기업과 정부, 해묵은 관행들과 제도의 역학을 파고든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이 복잡다단한 현상들은 ‘숙련의 해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일목요연한 한국 노동의 풍경’으로 재구성된다. 저자와 이렇다 할 인연이 없음에도 이 책에 치밀한 비평과 질정을 건넨 소설가 김훈은 그러한 문제의식이 “‘정의란 무엇인가?’라기보다는 ‘무엇이 정의인가?’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 책은 ‘이념의 깃발로 펄럭이지 않으며, 질문이 추구하는 정의는 실용적이며 생활적이다. 이 책의 질문들은 가치중립적이되, 탈가치가 아니라 충돌하는 여러 가치들을 함축하는 넓은 시야를 가졌다. 이를 통해 원리가 아니라 방법으로서,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정의의 모습을 힘겹게 그려내고 있다.’ 소멸하는 일자리에 대한 치열한 관찰과 모색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한 세대 전의 고전 《노동의 종말》(1996)을 잇고 있다. 그 숙련 해체를 주도해온 기술 혁신의 은밀한 착취 구조를 고발한다는 점에서는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1963)의 통찰을 닮았다. 일터에서 모멸받고 쫓겨나는 이들의 인간적 상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난쏘공》(1978)이나 《전태일 평전》(1983)의 리부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불세출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이 한 세기 전 당부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심장’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다. 소설가 김훈이 이 책에 붙인 추천사의 마지막은 이렇다.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려고 했다지만, 결국 그도 가치판단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윤리의 범주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전혜원 기자는 알고 있다.” 저자소개: 전혜원 1988년생 <시사IN> 기자. 2013년부터 기자로 일했다. 2017년부터 주로 노동 기사를 썼다. 많은 기자들이 ‘기자는 기사만 안 쓰면 참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곤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사람 눈을 잘 못 본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고역이다. 그래서 취재 과정보다는 기사를 쓰는 순간을 더 좋아한다. 정확히는 다 쓰고 나서 찾아오는 잠깐의 희열이 좋다. 그거 하나로 버틴다. 아, 물론 마감 뒤 마시는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기자인데 민첩성이 제로다. 일간지 갔으면 진작 잘렸을 텐데, 주간지라서 용케도 계속 다닌다. 이 디지털과 뉴미디어의 시대에, 나는 인쇄 매체 종사자로서 느리더라도 ‘좋은 질문’을 던지려 애써왔다. 밑도끝도 없이 노조를 혐오하는 보수 언론과, 노동을 선량한 피해자로만 그리는 진보 언론 사이에서 갈증을 느꼈다. 그런 질문을 모아 낸 책이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노동이 신성하다고요? 1. 종속적 자영업자의 시대 -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진짜 사장님일까? 2. 고용 없는 노동 - 플랫폼 일자리와 진화하는 노동법 3. 기술이 산업을 대체할 때 - 혁신은 어떻게 약탈이 되는가 4.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때 - 사라지는 직업과 사라지지 않을 권리 5. 로켓배송의 빛과 어둠 Ⅰ - ‘물류 혁명’의 두 얼굴 6. 로켓배송의 빛과 어둠 Ⅱ - 떠오르는 기업의 추락하는 노동 7. 들어갈 자격 vs. 일할 자격 - 공정은 어떻게 차별이 되는가 8. 일터에서 죽지 않을 권리 -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9. 한국 노동의 딜레마 - 정년, 호봉제, 주휴수당 에필로그: 제도에서 유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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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페미니즘철학
    페미니즘, 페미니즘...언제부턴가 너무나 많이 회자되는 페미니즘. 대충 여성들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정확히 알지 못해 많은 오해를 낳고 있다고 의심된다. 도대체 '페니니즘'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일단 보시라 권하고 싶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망설이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 철학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기존 가부장제 철학에 반대하는 반反철학이거나 여자가 하는 철학이 아니고, 또 여성만을 위한 철학도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p 46 들뢰즈Gilles Deleuze 같은 사람은 철학은 생성하는 사유고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는 배움의 운동이라고 해요. 그래서 철학은 동일자를 확인하는, 즉 A는 A다‘라는 걸 확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새로운 사유의 방법을 증가시키는 작업이라는 거죠. 이제 철학은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모색하는 것을뜻합니다. p 52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p 53 남성에게는 남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지않는데, 여성에게만 여성의 성적인 특징들, 여성의 외모적 특징들을 여성성이나, 여성이라면 지녀야 할 굉장한 덕성인 것처럼이야기하는 게 틀렸다는 거예요. 남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성을두고 말하는데 여자들에게는 인간적인 특징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특징을 부과하는 것들이 부당하다는 거고, 여성도 똑같이 인간으로 대하라는 거죠. 그러니까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우하지 말라는 거예요. p64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p 65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페미니즘이 철학이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죠. 페미니즘 저서들을 보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왜 그렇게 시작할까요?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여자들이 벗어날 수가 없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야지, 문제를 느끼고 바꿀 수가 있는 거죠. 그래야 구체적인 수단을 마련할 수 있잖아요. ……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P135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재생산을 강조하고, 재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단위가 가족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근본적인 착취가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을 착취의 자리로 분석하는 데에는 많은 여성들이 직관적으로 동의하게 되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제도 안에서 권력의 차이가 선명하잖아요.” P 206 “그래서 저는 낙태권의 문제는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권리, 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어요. 파이어스톤이 재생산의 권리를 제기한 이유를 떠올리면서요. 파이어스톤은 재생산이라는 게 지금의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억압이라고 분석했고, 이로부터 저항하면 가부장제라는 구조를 다 흔들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 거잖아요. 그리고 재생산 문제 때문에 성 계급까지 호명했잖아요.” p 296 책소개(알라딘) 기존의 이 세계의 뿌리를 흔들고 새로운 인식과 개념을 발명해온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를 독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적인 세 가지 질문, 다섯 명의 사상가와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할 법한 그들의 핵심 도서와 문장들을 통과하며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성은 인간인가’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각 부로 구성해 1부에서는 페미니즘 철학의 자리를 소개하고 페미니즘 철학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고유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살핀다. 2부와 3부에서는 제1물결 페미니즘과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의 조류를 중심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이 사상가들의 사유가 동시대의 철학으로 어떻게 위치할 수 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의 문제들과 구체적으로 엮어 소개하려 노력했다. 2부에서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여권의 옹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제2의 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 철학 초기의 사상을 다뤘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점을 주창한 열렬한 계몽주의자이자 근대 민주주의자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이 언제나 타자의 지위인 제2의 성에 머물 수밖에 없는 기제를 밝히며 여성이 타자의 자리에 머무는 것은 ‘악’이며 여성이 자유를 획득해 주체의 자리에 서는 것이 도덕적 명령이라고 못박아버린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사상을 여기에서 다뤘다. 목차 프롤로그: 눈의 여왕을 떠올리며 페미니즘 철학은 무엇인가 1장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즘 철학과 보편적 인간에 대하여 여성은 인간이다 2장 여성도 인간이다라는 외침: 메리 울스턴크래프와 여성의 이성 3장 타자로서 여성을 정의하다: 실존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은 다르다: 복수의 여성들 4장 여성성이라는 신화를 부수며: 베티 프리단이 발견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5장 성 계급을 호명하며 자궁으로부터 해방을 선언하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과 《성의 변증법》에 대하여 6장 자매들의 밖에 서서 자매들에게 차이의 문제를 묻다: 오드리 로드Ⅰ 7장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오드리 로드Ⅱ 에필로그: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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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3
  • 과학은 공식이 아니라 이야기란다.
    과학은 공식이 아니라 이야기란다. 과학 상식을 위한 가장 쉬운 출발 [과학을 배우면 뭐가 좋을까? 과학을 배우면 자연의 비밀을 알게 되고, 비밀을 알면 호기심이 깊어지고 관찰을 잘하게 된다. 그리고 상상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아주아주 커서 보이지 않는 세계, 아주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법! 우주는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다. 원자의 세계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상하면 보인다. 과학을 배우는 사람만이 거기에 갈 수 있다! 흙 속에도, 씨앗 속에도, 바다 밑에도, 별에도! 이 모든 세계를 알게 되면 겸손해진다. 겸손한 사람은 지혜와 지식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과학을 공부하면 세상이 너무나도 신비롭고 위대하게 보여서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래서 과학을 공부하면 좋다.] 본문 13쪽 필자에게는 과학을 좋아하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저 역시 과학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과학적인 질문을 하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왜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빠른 속도로 움직인 다는데 나는 움직임을 느끼지 못할까? 돌은 왜 무겁고 두부는 가벼운가? 모든 물체는 떨어지는 속도가 같다는데 진짜인가?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 태양은 1억 5천만 km 나 떨어져 있는데 나는 왜 따뜻한가? 이런 질문을 아이들과 주고받다 보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과학은 공식이 아니라 이야기 란다"라는 책은 아미 이런 이유로 나온 책이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궁금해야 할 만한 과학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인 책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과학에 관심이 없던 성인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 쉽고 이해가 잘 됩니다. 물론 아이가 직접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면 어려서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게 됩니다. 아이들의 질문도 크면 알게 된다거나 인터넷에 검색 보라고 하고 말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많은 것들은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머리말 ㆍ 교과서 앞에 읽는 과학 이야기 1 과학의 이해 ㆍ 과학은 공식이 아니라 이야기란다! 2 관성 이야기 ㆍ 공을 굴리면 어디까지 굴러갈까? 3 중력 이야기 ㆍ 지구가 너를 끌어당긴다 4 원자 이야기 ㆍ 왜 돌은 딱딱하고 두부는 물렁물렁할까? 5 열이란 무엇일까 ㆍ 왜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있을까? 6 공기의 압력 ㆍ 네 머리 위에 공기가 200kg 있다! 7 소리와 파동 ㆍ 소리는 무언가를 타고 다닌다 8 전기의 비밀 ㆍ 세상 만물 속에 전기가 숨어 있다 9 자석놀이 ㆍ 자석은 왜 쇠를 당길까? 10 빛의 성질 ㆍ 빛은 왜 구불구불 가지 않을까? 11 에너지 ㆍ 안 보이고 돌아다니고 없어지지 않는 에너지 이야기 12 화학의 역사 ㆍ 마법사의 부엌에서 시작된 화학 13 원소 이야기 ㆍ 구름, 자전거, 돌, 밥, 내 몸의 재료는 무엇일까? 14 기체의 발견 ㆍ 보이지 않는 기체를 어떻게 발견했을까? 15 용해 이야기 ㆍ 물질이 녹고 안 녹는 비밀 16 물질이 변하는 이야기 ㆍ 온 세상에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17 놀라운 화학 반응 ㆍ 무시무시한 산과 끔찍한 염기 18 불꽃의 비밀 ㆍ 양초 한 자루에 담긴 화학 이야기 19 지구의 비밀을 캐는 과학 ㆍ 지질학자처럼 지구에 대해 질문하자 20 지층과 화석 ㆍ 돌 속에 쓰여 있는 지구 이야기 21 지구의 나이 ㆍ 지구가 45억 살이라는 걸 어떻게 알까? 22 움직이는 대륙 ㆍ 먼 옛날에 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었다! 23 판 이야기 ㆍ 날마다 땅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24 암석 이야기 ㆍ 돌의 역사 25 지구 속 여행 ㆍ 지구는 달걀을 닮았다 26 대기 이야기 ㆍ 공기가 몰려다녀서 날씨가 생긴다 27 지구의 자전과 공전 ㆍ 계절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해보자 28 태양계 이야기 ㆍ 지구는 태양에서 태어났다! 29 지구의 생물 ㆍ 동물들이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30 식물의 비밀 ㆍ 식물은 왜 초록색일까? 31 곤충의 생활 ㆍ 곤충은 뼈가 온몸을 둘러싸고 있다! 32 세포의 발견 ㆍ 먹고 움직이고 일하는 작은 주머니 이야기 33 인체의 비밀 ㆍ 구불구불 팔딱팔딱, 신기한 인체지도 34 유전자 이야기 ㆍ 유전자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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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31
  •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
    페이스북을 통해 아는 시인 강회진 시인의 시집이다.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 페북에 올려놓은 글을 보고 찾아봤다. 무슨 뜻일까? 책 소개에 있는 시를 읽어 봤다. 아버지를 지탱하던 버드나무를 팔아버린 오빠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 어제 아이와 함께 선생님이 내준 동시를 읽고 시에 담긴 의미와 시를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다.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시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집에 있는 나무나 꽃을 주제로 시를 쓰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포도나무를 주제로 시를 지었다. 시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소년의 어려서 아빠와 함께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포도나무는 지지대가 있어야 잘 자란다. 소년의 자신도 부모가 없이는 아직은 홀로 서기가 되지 않는 것을 보니 부모라는 지지대가 필요하고 그래서 소년은 포도 같다는 의미의 시다. 막약 시간이 지나고 이 집에 누군가에게 팔려 가거나 포도누무가 사라진다면 아이도 그 나무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팔려 나가는 버드나무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추억을 감당하던 나무가 송두리째 뽑혀 가는 것은 보고 어찌하지 못하는 나는 과거의 상냥했던 시대를 그리워 한다. 그런 아마도 어려서 부모와 함께 버드나무 아래에서 놀던 그 젊은 시절의 기억일 것 같다. 아래는 출판사에서 올려 놓은 그의 시들이다. 책 속으로 상냥한 인생은 사라지고 삼십 년 동안 아비의 생을 지탱해 준 버드나무 한 그루 도대체 얼마나 한다고 오라비는 제멋대로 버드나무를 팔아버렸나 덩달아 뿌리째 뽑혀나가 마구 뒹구는 기억들 버드나무 아래 앉아서 침착하고 내성적인 죽음을 기다리던 아비는 생생한 헛헛함으로 허둥대신다 다 해봤어요 이생에서 더 해볼 게 없어서 버드나무가 돈이 되나 알아봤어요. 귀농한답시고 들어와 다 팔아치우는 오라비는 눈치가 없는 건가요, 배짱이 무궁무진한가요 아비는 아직 살아 있고 오라비는 돈을 벌었어요 실패했다, 라는 문장의 주어는 언제나 저예요 다행이지요 제가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저는 매번 지고 말아요 팔랑이던 초록 버드나무 잎사귀처럼 상냥했던 인생은 이제 바빌론 강가에서나 만날 수 있어요 버드나무 팔려나갔다는 소식을 들은 날, 눈먼 가수가 검은 제비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부르는 노래를 밤새 들었어요 별이 흘리는 눈물처럼 비가 내린다고 혼자인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하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다고 ------------------------------------------------------------------------- 부엉이와 빨간 기억 깊은 밤 부엉이는 훅훅 상수리나무 젖은 잎처럼 운다 훅훅 허공에 빈 주먹질 한다 훅훅 마른 나무에 입김 분다 나뭇가지에 훅훅 새순 돋는다 부엉이는 나무다 나무는 부엉이다 나무는 훅훅 어둠 속을 날아다닌다 적적한 달 귀퉁이 물고 가다가 주인을 알 수 없는 무덤에 흘리고 간다 반짝, 무덤에서 피어나는 빛 부엉이는 훅훅 자란다 부엉이는 밤새 여기저기서 훅훅 둥글게 울어쌓고 나는 고향집에 오면 아무 때나 잠이 쏟아진다 머리는 늘 동쪽에 두고 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해가 뜨는 쪽을 바라봐야 한다는 어른들의 무서운 말 앞산 무덤을 보며 자란, 오래된 습관이 빚어낸 말 누워 있는 방은 오래전 흙집 외양간이 있던 자리 훅훅 나무가 우는 밤이면 떠오르는 시절 하나, 다섯 살 무렵 외양간에 들어가 뽀얀 송아지처럼 훅훅, 어미 소의 젖을 빨아 먹던 빨간 기억 ------------------------------------------------------------------------- 말하지 못한 말 앞집 할매 담장 위로 쑥 고개 내밀고 물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뭣하요? 종일, 무화과나무 아래 놀고 있는 어린 고양이들을 보았어요 고양이를 지키는 어미 고양이를 보았어요 텃밭에 옮겨 심은 상추는 언제쯤 뿌리 내려 와싹와싹 자랄까 생각도 했어요 드디어, 저 멀리 산 아래 기차가 지나는 시간을 적어두었어요 배가 고프면 감자를 쪄서 검은 개와 나눠 먹으며 햇살 잘 드는 마루에 나와 시를 읽어요 그러다가 담장 너머 감나무 잎사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오래 바라봤어요 라고, 말하지 못했다 아따, 마당에 풀이 가득하고만, 할 일이 많겄소 풀을 다 뽑아버리면 풀벌레는 어디서 사나요? 여름밤 풀벌레 소리는 어떻게 듣나요? 그러면 제 귀는 밤새 잠 이루지 못할 텐데요, 마당을 북방의 초원이라 부르고 싶어요 무성해진 그곳에 누워 은하수를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하지 못했다 -------------------------------------------------------------------------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조선시대 시집간 딸은 명절이 오면 어머니와 반보기를 했다지 친정어머니가 반, 시집간 딸이 반 중간에서 짧은 만남 후 아쉬운 이별을 했다는 반보기 세상에서 이토록 간절한 말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내가 반을 가고 당신이 반을 오면 반이라도 만날 수 있는가 우리는 너무 멀리 가거나 혹은 미처 이르지 못해 결국 만나지 못하고 당신과 나의 중간은 어디쯤인가 지도에도 없는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세상에서 이토록 슬픈 말 출판사 리뷰 나무는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 자신을 해체한다. 꽃과 열매와 잎을 지우고 끝내 마지막 한 방울의 물까지 땅속으로 밀어 넣는다. 온전한 상태로는 겨울을 건널 수 없는 속성을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형상으로 겨울을 견디는 모습은 자못 성스럽기까지 하다. 강회진 시인의 시가 그렇다. 간단없이 흘러가는 삶의 절망적인 시간을 일순 견딤의 공간으로 환치하려는 어떤 간절함이 얻은 결정체다. 그것은 마치 겨울 계곡의 얼음장과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요컨대 죽음의 형상으로 절망을 견디는 방식이 그의 시의 요체다. 하지만 얼음장이 봄으로 흘러가는 물을 내장하고 있듯이 그의 시도 그리움과 기다림을 앞장세우고 절망의 반대쪽으로 흘러가는 간곡한 마음의 결을 암장하고 있다. 그의 시가 깊이를 지니는 까닭이다. ―안상학(시인) ■ 시인의 말 꽃 피운 나무 한 그루 혹은 꽃 피운 한 그루 나무에 대해 생각한다 이 마음 저 먼 꽃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뭐하나, 꽃은 지고 마는 것을 그러면 또 어떠한가, 그 자리 다시 꽃 피울 것을 그러면 또 어떠한가, 한때 꽃이 피었다는 것을 나무는 잊지 않을 것을 꽃은 꽃의 마음 나무는 나무의 마음 내 마음은 내 마음일 뿐. 안녕, 우리의 작은 꽃잎들이여. 2022.3. 강회진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9
  •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김숨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김숨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자란 소위 "까도녀"다. 한마디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동물에 관심을 갖기는 힘든 환경에서 자랐다는 말이다. 어렷을 적 마당에 개를 키운 적은 있지만 엄마가 키웠던 것을 본 기억이 있을 뿐이다. 개하고 놀아본 기억도 개와 각별한 관계를 갖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어느 날 개가 죽었다고 하는데 엄마께서는 "범띠는 개를 키우면 잘 안 된다고 하더라"라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다. 또 오빠는 두 번째 죽은 개를 노고산에 갖다 묻고 왔는데 엄청 무거웠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엄마께서는 아마도 개를 좋아하셨던 것 같다. 요상한 범띠에 관한 속설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롱'이라는 개를 곁에 두셨다. 개 '롱'의 이름은 내가 지어 주었는데 오래 살라고 그렇게 지었다. 개 롱을 나는 몇 번 보지 못했다. 나는 외국에 살았고 엄마를 방문 할 때만 보았으니 말이다.롱은 엄마가 연로하신 후 매일 산책하실 때마다 동행하며 엄마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동네에서 롱의 별명은 '천천히 걷는 개' 였다고한다. 엄마의 보행에 맞춰 천천히 걸었기 때문인데 사실 롱의 나이가 엄마의 나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 늙어가는 절친이었다. 롱은 엄마 임종 후 엄마 방을 지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곁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또 무모하게 개를 몇 번 데려다 키웠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끝까지 키우지 못했다(이 개들 얘기는 밤을 새서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가진 동물에 대한 기억이다. 동물이 반드시 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개가 인간과 가깝게 사는 이유로 나도 이나마 동물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아! 또 한가지 동물의 기억이 있다. 새다. 엄마는 잉꼬도 키우셨다. (알고보면 엄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나는 새와도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색깔과 특이한 부리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 등이 생각난다. 아! 또 있다. 물고기다. 어항에 몇 번 물고기를 키운 적이 있지만 이마저 오래 키우진 못했다. 한번은 거북이와 함께 넣었는데 아무래도 점점 물고기 수가 줄어드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거북이가 물고기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또 어느 날 거북이가 없어져 보니 어항을 탈출해 베란다 구석에 말라 죽은 적도 있었다. 좌우간 나는 동물에 대한 별다른 관심 없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쨌든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동물임에 틀림없다.이런 내가 자연 친화적인 시골로 이사 온후 이런 환경에서 저절로 따라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물에 대한 관심을 조금 갖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나와 지금 함께 사는 개 두 마리와 한 마리의 고양이 초리의 영향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동물 세 마리도 어쩌다 내 곁에 온 것이지 결코 내가 동물을 사랑해서는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애증으로 발전하고 결국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집 안에 있으면 늘 눈에 보이는 초리를 통해 동물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들고 관찰력이 생긴다. 왜? 얘는 이런 행동을 할 까?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거지? 보면 볼수록 친하게 되고 친 할수록 이해하게 되고 서로 다른 언어도 해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관심은 증폭해 또 다른 종류의 동물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강형욱씨가 어떻게 그렇게 개를 잘 이해하게 되고 '개통령'이 되었는지도 알게 되는 것이다.김숨의 소설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는 위에 늘어놓은 장황한 동물에 대한 관심의 이유로 빌린 책은 아니다. 우연히 도서관 새 책 매대에 꽂혀 있는데 '염소' 보다는 '김숨'이라는 이름이 더 낯익어 그냥 집었다. 이책은 6개의 단편으로 되 있는데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라보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확실히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소설이 좋고 영화를 좋아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 연말과 연초면 치루는 연례행사 독감에도 불구하고 빌려온 책 속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였다. 이 책 외에도 몇 권을 더 빌렸는데 아마도 다 보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책의 크기와 무게 때문이다. 이제 나는 책을 읽기에 그리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 우선 눕거나 엎드려 보기 힘들고 책상에 앉아 보는 게 제일 좋은데 책상에 책 읽으려고 앉기 힘든 환경? 건강?(물론 내 책상은 있다)뭐 그런 핑계가 있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손에 들고 보는 게(그것도 잠시) 제일 좋은데 그러려면 한 손에 달롱 들리는 작고 가벼운 책 일수록 좋다. 무엇보다 근시가 심해 골 아프다.'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는 그런 책인데 나머지 빌린 책은 그렇지 못하다.같이 빌린 츠쯔젠의 장편소설 "뭇 산들의 꼭대기"는 너무 황당하게 재미있어 속도가 좀 나갔는데 아무래도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름이 모두 중국어라 외우기 힘들다. 페이지를 넘기며 자꾸 헷갈린다. 게다가 며칠 앓고 나면 다 까먹어 버린다. 슬기가 책이 이쁘다고 빌리고 간 책 '칼 사피나'가 지은 "소리와 몸짓"은 몹시 두껍다. 손에 들고 보기 힘들다. 헌데 내용은 흥미롭다. "동물은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오랫동안 동물과 함께 산 사람들이 경험한 동물의 이야기다.우연히 빌린 두 개의 책이 동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츠쯔젠의 '뭇 산들의 꼭대기'에 첫 이야기는 '신치짜'의 칼 '참마도'인데 그는 많은 동물의 뼈를 발라내는 도살가이니 동물이 어쩔 수 없이 등장한다. 동물은 인간과 동거동락하는 숙명임에 틀림없다. 이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도 그저 그들과 함께 사는 동물이라는 생각이다. 누가 인간을 지구의 주인이라고 했는가? 누가 인간을 동물의 대장이라고 했을까? 인간도 동물인 것을! 다른 동물과 함께 사는 서로 다른 모습의 동물인 것을!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9
  • 고양이 오스카
    데이비드 도사의 고양이 오스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고양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와 같이 사는 고양이 초리는 끊임없이 나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그의 존재가 나를 잠시도 쉬게 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나의 주위를 맴돌지만 나에게 안기거나 나의 손길을 달가와 하지는 않는다. 늘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늘 나를 주시하고 있다. 마치 CCTV의 감시하에 있는거와 다르지 않다.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뇌에 저장하는지 알 수 없다. 나 또한 그를 관찰하지만 "그는 정답이 없는 퍼즐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은 어느새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집의 영혼이 되어간다.-장꼭또" 나는 그 퍼즐을 풀기 위해 이책 저책을 뒤적여본다. 초리와 같이 평범한 고양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그는 미국에 있는 한 요양원에 기숙하는 고양이다. 이 요양원은 동물을 기르도록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오스카는 이곳을 제가 살 자리라 맘을 먹었다. 고양이는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그 장소를 떠나지 않는 영역동물이다. 요양원의 사람들도 포기한채로 그를 인정하다 그를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 요양원이란 곳은 거의가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다수인 곳이다. 이 곳의 환자를 돌보는 노인 전문의 데이비드 도사는 (그의 성이 도사다) 고양이 오스카에 대한 메리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넘겨 듣는다. 그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과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고양이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을 마침내 인정하게 되고 책을 출판하기에 이른다. 메리의 이야기는 고양이 오스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임종이 가까운 사람이 누군지를 안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스카는 병원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임종이 다가온 사람이 있으면 그의 침대 곁에 머무르며 임종을 지킨다. 그는 '임종지키미 고양이'인 것이다. 임종이 가까운 사람에게서는 특별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예민한 고양이가 그 냄새를 알아채고 그의 곁을 지키는지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임종을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복적인 오스카의 행동은 이제 요양원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고있다. 임종을 지키는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오스카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도 위로가 된다. 고양이 오스카의 이야기는 실화다. 치매가 반드시 누구나 거쳐가는 병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겪는 노인병이다. 데이비드 도사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을 만나며 지금 현재를 사는 아름다움을 역설한다. 치매는 기억을 잃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잃는 것이며 지나온 삶의 괘적을 지우는 일이다. 죽음은 결국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인 것을 인정 한다면 치매는 죽음으로 가는 인간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삶의 과정에 고양이 초리가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고통스런 삶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고양이와 음악이다. -알버트 슈바이처" 목차 독자 여러분께죽음을 감지하는 고양이 오스카오스카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승리루벤스타인 부부스티어하우스와 고양이의 인연치매 환자 치료의 딜레마오스카와 함께한 첫 회진도나 모녀의 마음을 이어 준 오스카사라진 슬리퍼와 죄책감요양원에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자매음악이 전부였던 리노 페레티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감당하기 어려운 일치매 환자는 무슨 꿈을 꿀까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 병존엄하게 죽을 권리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빈 병실을 지키는 오스카간병하는 가족의 진실한 친구루벤스타인 부부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이리스에게 마지막 인사를루스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새 환자, 그리고 오스카마치는 글데이비드 도사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옮긴이의 글
    • 사는 이야기
    • 책마을
    2022-03-29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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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3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뿌리를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며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뿌리가 빨아올린 영양분은 든든한 몸통을 타고 올라 줄기를 형성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뿌리고 자식은 열매라고 볼 수 있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이정록시인의 글을 읽으면 '뿌리'와 '열매'가 바로 생각난다. 이정록이라는 시인은 그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뿌리가 주는 양분을 야금 야금 아니 듬북 듬북 받은 열매라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 것이다.'어머니 학교'는 어머니의 말씀에 이정록이라는 시어를 입혀 탄생한 시나무다. 그는 그저 지나칠, 어떤이는 잔소리라 할 어머니의 말씀이 '아름다운 시'라는 진리를 발견하고 글로 적는다. 어머니는 교회나 절에 가지 않았지만 하느님과 부처님의 마음을 이미 삶으로 터득한 사람이다. 가슴 우물(어머니학교 48)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교회나 절간에 골백번 가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께 문안 여쭙고 어미 한 번 더 보는 게 나은 거다. 저 혼자 웬 산 다 넘으려 나대지 말고 말이여. 어미가 이런저런 참견만 느는구나. 늙을수록 고양이 똥구명처럼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한숨을 말끔하게 내몰질 못해서 그려. 뒤주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더.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가슴 우물 /전문) 이꼴 저꼴 다 본 어머니의 말씀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는 말씀을 가장이 된 시인은 금쪽 같이 받아 적는다. 가장(어머니학교 58) 높은 데다 꾸역꾸역 몸 올려놓지 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거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다.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가 시비가 붙어 코뼈가 가라앉은 것도 책임 떠맡은 죄 때문이 아니냐? 남자는 가장 하나만으로도 허리가 휘고 그늘 벖을 날 없는 겨.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가장/전문)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을 기억하면 글이 되는 사람이 이정록이다.(아들과 아버지) 그러니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뿌리가 없었다면 이정록 시인이란 열매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 이정록(아들과 아버지)이 생쥐 꼬리에 불을 붙여 친구 '놀새'에게 하려는 복수를 보면 분명히 '커서 뭐하나 할 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요하고 계획적이다. 그렇다고 뭐 꼭 성공하지는 않지만. 역시 그는 커서 놀새에게 복수하듯 끈질기게 글을 써 시인이 되었다.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옛말은 틀린 적이 없다. 성장하는 나 아버지는 저에게 꿈을 적어 보라고 했죠. 오래도록 머리를 긁적이다가 부끄러운 얼굴을 쳐들었죠. 아버지가 볼까 봐 한 손으로 종이를 가렸죠. 거기에는 세로로 성 행 위 라고 쓰여 있었죠. 화가 난 아버지가 다짜고짜 머리통을 쥐어박았죠. 내 꿈 위로 눈물이 떨어졌죠.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아버지가 역정을 냈죠. 아버지의 우람한 손아귀에서 나의 초록 꿈이 부르르 떨었죠. 아버지가 내 손을 힘껏 떼 내자 나의 당찬 꿈이 드러났죠. 성장하는 나 행복한 가족 위로할 줄 아는 어른 (성장하는 나 /전문) 시인의 눈엔 사물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처럼 보이다가도 그것들 때문에 또 마음이 아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 가슴, 구름에 젖는 깃들 때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전문) 몇개의 말로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닌가. 삶의 축약이다. 그늘과 햇살, 마을과 무덤, 파란만장, 나비! 생 느티나무는 그늘을 낳고 백일홍나무는 햇살을 낳는다. 느티나무는 마을로 가고 백일홍나무는 무덤으로 간다. 느티나무에서 백일홍나무까지 파란만장, 나비가 난다. (생/전문) 이정록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책 『아니야!』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나무고아원』 『황소바람』 『달팽이 학교』 『똥방패』,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동화 『미술왕』 『대단한 단추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까짓것』과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정말』 『의자』,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등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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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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