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7-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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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초복과 가까운 소서
    12지지로 6월은 미(未, 양)월로 양의 달입니다. 미월은 3월의 진(辰, 용)월과 9월의 술(戌, 개)월, 12월의 축(丑, 소)월과 함께 오행 중 토(土)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과도기인데요. 이럴 때는 꼭 비나 눈이 옵니다. 그런 점에서 6월이 장마철인 건 가을을 준비하는 과도기인 셈이죠. 해가 가장 높은 하지에 달궈진 복사열로 미월이 가장 무덥지만 속으론 가을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월은 음양 중에 음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가을은 이삭과 열매를 뜻하고 준비한다는 건 이삭과 열매의 근원인 암꽃 수꽃, 곧 성별의 근원이 잉태되는 것입니다. 사춘기 같은 것이죠. 그래서 음입니다. 음 중에도 동물의 양처럼 온순하면서 부드럽되 다산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요. 벼를 비롯한 곡식들이 대부분 단일성, 곧 해가 짧아지고 일조량이 적어지면 꽃을 피우는 것도 음의 기운이 작용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일거에 많은 이삭과 열매 맺는 걸 보고 다산의 상징인 양의 기운을 닮았다 했겠지요. 보통 음력 6월엔 소서 대서라는 절기가 들지만, 소서는 5월에 들 때도 있는데 올해가 그렇습니다. 장마의 기운인 소서가 일찍 오니 장마도 일찍 오겠으나 복사열이 충분히 달궈지지 않았으니, 장마가 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보통 하지 지나 일주일 안에 장마가 시작되지만 이번엔 하지 전 이틀동안 장마비처럼 비 내린 후로 다시 가물다가 곳에 따라 소나기 오더니, 어제 소서부터 장마가 본격 시작되는 낌새네요. 소서 다음날인 오늘도 새벽부터 빗소리 요란하다가 종일 비소식입니다. 핑계로 밭 일 다 접고 이 글 쓰고는 막걸리나 한잔 할까 합니다. 그래도 다음 주에나 음력 6월이 시작해 장마 다운 장마는 그 다음 주 대서쯤 가서 본격화할지도 모르겠어요.복날은 음력도 양력도 아닌 이른바 갑자력입니다. 하지 지나 세 번째로 오는 경(庚)일이 초복으로 올해는 양력 7월 15일 경인(庚寅)일입니다. 중복은 네 번째로 오는 7월 25일 경자일인데 이는 대서 때 소개하도록 하지요.소서는 그래서 이삭과 열매의 근본이 잉태되는 첫 꼭지점 절기입니다. 하지에 심은 벼가 무더위에 무럭무럭 자라 초복에 땅 속에서 이삭을 잉태하는 거죠. 근데 왜 복날을 개고기나 닭고기 먹는 날로 이해할까요?복(伏)자를 보면 사람 인(亻) 변에 개 견(犬) 자가 있어 개고기를 뜻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머리를 조아리며 주인 옆에 숨는 뜻의 복 자입니다. 그럼 대체 누가 뭐가 무서워 숨는 걸까요? 바로 하지 지나 시작된 하늘의 가을 기운이 땅에 달궈진 여름 기운이 무서워 숨는 겁니다. 갑자력의 경일은 오행 중 금(金)으로 계절로는 가을을 뜻하지만 땅에 남아 있는 여름 기운이 무서워 숨을 만큼 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지요. 문제는 이 기운에 힘입어 벼만 자라는 게 아니라 벼 옆에서 벼의 사촌인 피도 자라 올라온다는 겁니다. 벼와 비슷하게 생겨, 뙤약볕에 두 눈 부릅뜨고 살펴가며 손으로 뽑아주어야 하니 피살이가 힘들었던 거지요. 해 본 사람 아니면 벼와 피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종일 그러고 나서 진 빠진 몸의 원기 채워줄 고기가 필요한데 개고기 닭고기가 그 철엔 가장 좋았답니다. 소고기는 한여름엔 생풀만 먹였기 때문에 노랑내 나서 먹지 않았는데 그게 질산가리라는 독이거든요. 한여름에 먹는 돼지고기는 잘해야 본전이라고 지금도 말하는 것처럼 되도록 여름엔 잘 먹지 않았답니다. 반면 개, 닭고기는 탈은커녕 기운을 북돋았으니 국민보양식이었던 겁니다. 요즘이야 반려동물 문화로 개고기는 먹지 않지만, 닭고기는 치맥문화 때문인지 참 많이 먹지요. 오랜 세월 지난 후 고고학자들이 지금 시대에 닭 뼈가 많이 발굴되어 닭이 지배했던 시대로 오인할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라니 웃기죠. 저는 그럽니다. 365일 고기 먹으면서 복날 또 고기 찾는다고요. 복날 고기는 피살이 한 사람이나 먹을 자격 있다고 하면 좀 과할까요? 저도 개를 키우지만 반려 동물 문화에 대해서는 살짝 우려가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현상은 수입 사료 때문에 가능했고 또 다르게는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배경 때문에 가능했던 거거든요. 누구보다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개고기 먹는다고 흉을 볼 때는 뭐 묻은 게 뭐 묻은 걸 흉보는 꼴로 보였어요. 사실 우리는 원래 개보다는 소가 더 소중한 반려동물이었습니다.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잘 표현했듯이 소는 일도 잘 하고 사람 말귀도 잘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초식이라 잡초도 해결해주고 거름도 제공해주니 개에 비해 그 가치와 정이 몇 배나 되잖아요. 반면 개는 짓기나 해 자칫 이웃과 쌈이나 일으키고 먹는 건 사람 먹는 것과 같아 가난한 사람은 개 키우길 엄두 내기 쉽지 않았어요. 차라리 쥐 잡아 먹는 고양이가 더 고마운 동물이었지요. 그래서 백성은 단백질 보충용으로 똥개를 주로 키웠는데 정 들까 이름도 짓지 않았답니다.사실 닭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을겁니다. 닭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에게 들었습니다. 좀 기억력 없는 사람 흉볼 때 ‘닭○가리’같다고 하지만 닭이 얼마나 똑똑한데 그런 소릴 하냐고 열을 내면서 자기가 키우는 여덟마리 닭에게 각각 지어준 이름을 부르면 다 기억한다는 거에요. 따로 양계도 하지만 여덟마리는 특별히 가족처럼 키운다 하면서요. 재밌죠?저는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고기를 먹어도 너무 많이 먹어요. 인간이 맹수는 아닌데 말이죠. 잡식인 돼지도 풀이나 곡식을 더 좋아한답니다. 고기가 맛있고 기운도 북돋아주는 건 맞지요. 하다못해 소도 한 여름 더위 먹어 기운 없을 때 낙지를 먹이면 잘도 먹고 원기도 금방 돌아온답니다. 그렇다고 소에게 매일 낙지를 먹일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요? 암튼 소서의 장마철은 진짜로 풀과 전쟁을 치르는 철입니다. 입하부터 풀 매기 시작한 부지런한 농부일지라도 이 시기 풀과 전쟁을 피할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풀은 전쟁을 치루고서라도 말살해야 할 농부의 적이 아닙니다. 풀이 없어지면 어찌 될까요? 맞습니다. 사막이 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풀을 없애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무서운 제초제를 풀약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 소화제 먹듯 거침없이 뿌립니다. 썩지 않는 검은 비닐은 또 얼마나 우리 농경지를 뒤덮고 있습니까? 그래도 비닐은 수거해 재처리할 수 있지만 제초제는 정말 문제입니다. 아무 상관 없는 길가 풀에도 뿌려요. 살충제 농약은 잘못 먹더라도 빨리 위를 세척하면 살 수 있지만 풀약은 입안에 대었다가 뱉어내기만 해도 몸에 빨려 들어가 살 수 없는 무서운 약입니다.저는 풀이 전쟁의 대상이 된 건 단작 농사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월동농사와 그루농사 같은 윤작, 혼작 농사에선 풀을 통제할 수 있어 풀과 공생할 수 있었지요. 게다가 경축(耕畜)농사, 이른바 가축을 같이 키우는 농사를 하면 풀은 사료가 되니 얼마나 요긴했겠어요. 제가 처음 친환경농사 배울 때 경축농사는 필수였습니다. 거름도 확보하고 풀 문제도 해결하는 순환농사의 핵심이었거든요.안쓰러운 건 도시에서 잘해야 3~5평 정도 되는 텃밭에 비닐멀칭하는 일입니다. 농촌에서 전업농업인이 경제활동하느라 단작으로 큰 농사짓는 데는 비닐멀칭이 불가피할 수 있지요. 아무리 직장생활로 주말에나 텃밭에 간다 해도 그 정도 규모면 농사는 풀과 전쟁하는 게 아니라 풀 매는 맛으로 하는 겁니다. 텃밭 농사 교육 때 저는 이런 말을 해 드리곤 합니다. 농사를 망쳐 시장에서 사다 먹으려 해도 살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풀냄새, 흙냄새라고 말이죠. 풀냄새는 이른바 피톤치드요, 흙냄새는 흙에 별보다 많은 미생물이 뱉어내는 냄새지요.그렇다고 풀을 놔두라는 말로 오해하지 말 길 바랍니다. 풀 매는 맛이라고 했듯 풀 매는 일은 말하자면 농사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거든요. 저는 솔직히 수확하는 재미보다 풀 매는 일이 훨씬 재밌더만요. 풀 매고 나서 말끔해진 밭과 시원해 할 작물들 감상하는 재미가 참 쏠쏠하지요.다음 대서 꼭지 때 제가 전통농업에서 배운 풀이나 물 관리를 위한 전체 밭 관리법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사실 전통농업에서는 개별 문제에 대한 개별 대처법보다는 전체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풀이나 물 관리만이 아니라 병해충, 작물생육 관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통하게 하는 거지요. * 대문사진 : 작년 논. 개구리밥이 벼가 먹을 질소질을 빼앗을까 걱정했지만 큰 영향은 없어 놔두었더니 이렇게 번져 피사리를 한 번만 했네요. 혹시 해서 오줌 웃거름 한번 더 주었습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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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1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가뭄에서 장마로 이어지는 하지
    해가 제일 높은 하지가 지나면 해 입장에선 가을로 접어 든 것임에도 하지 지나야 무더위가 찾아오니 왜 그럴까요? 다름아닌 복사열 때문인데요, 하지 때까지 달궈진 복사열이 하지 지나 소서 대서의 복 더위로 드러나는 겁니다. 게다가 몬순 기후의 영향으로 북태평양의 높은기온과 습한기운이 찾아와 무더운 장마가 시작되지요. 반면 하지 전엔 가뭄이 찾아옵니다. 이 가뭄이 참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이 시기의 속담으로 가뭄에 비 그칠 날 없다는 말이 궁금증을 더 했지요. 실제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비가 와도 흙을 뒤집어보면 먼지만 일어요. 왜 그럴까요? 비가 찔끔 와 오히려 흙속 수분마저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모세관현상인데요, 옛날에 문창호지를 바르고 입으로 물을 분사해주면 창호지가 마르면서 빳빳해지는 현상과 같아요.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과도 같지요. 그런데도 숲 속 나뭇잎들의 녹색은 더 짙어가니 무슨 조화일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나무들은 일종의 물탱크입니다. 물 저장고죠. 사람도 몸의 70%가 물인 것처럼 나무도 50%~70%가 물이에요. 그 중 뿌리와 줄기, 가지의 비중이 크죠. 잎사귀도 적지 않으나 잎은 물 저장보다 증산작용으로 물을 퍼 올리는 ㅅ펌프 기능이 큽니다. 이 시기 녹색이 짙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많아진 잎들이 물을 엄청 빨아대면서 자기 몸 키우는 데 쓰느라 내뿜지는 않고 저장만 하니 땅속에 물이 마르게 되는 겁니다. 물론 비도 적게 오지만 그보다 더 많이 퍼올리니 가물 수밖에요. 반면 하지 지나 장마기에 들면 비도 많이 오지만 나무도 적당히 자라 저장용량이 다 차서 물을 대기로 뿜게 되니 이래저래 물 많고 습한 철로 접어들게 됩니다. 하지전삼, 하지후삼이라 했습니다. 하지 삼일 전이 벼 모내기 마지막 적기고 삼일 후는 더 이상 넘겨서는 안되는 마지노선이란 뜻입니다. 물 사정이 좋은 곳은 일찍 하지만 아무리 물 사정이 좋지 않다해도 하지를 넘겨선 안된다는 뜻이겠죠. 벼는 단일식물이라 해서 해가 짧아지면 이삭(꽃)이 맺히는데, 하지 지나서까지 늦게 심으면 제대로 몸을 키우지 못한채 이삭을 올리니 수량이 확 떨어집니다. 미숙 상태에서 짝짓기하면 2세가 부실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하지 이후엔 장마가 시작되니 모낸 후 벼가 활착하기 딱 좋은 때라는 겁니다. 이게 천수답인데요, 왠지 천수답이라고 하면 미개한 농법 같지만 그게 아니라 장마비를 활용한 지혜로운 농법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우제를 단오나 하지에 지냈으니 그 때 되면 비가 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다음 하지에 모내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 때 되면 밀, 보리와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밀, 보리 수확하고 이어 벼를 심을 수 있는 적기이거든요. 이런 조건 때문에 밀, 보리가 우리에겐 쌀 못지않은 소중한 식량이었습니다. 먹을 게 없어 먹는 구황식량이 아니라 여름에 먹는 필수 주식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쌀만으로 주식을 삼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요. 베트남이나 필리핀 같이 벼만 갖고 이모작 삼모작 하는 나라에서나 쌀만으로 주식이 가능한겁니다. 옆에선 벼 수확을 하는데 옆에선 모내기하는 나라이니 진정한 쌀 나라인거죠. 쌀만으로 보리고개를 넘겠다는 야심찬 의지로 만든 게 통일벼인데요, 그래서 저는 이게 큰 오산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통일벼는 수량 많은 알랑미와 아끼바리 같은 찰진 쌀과 교배한 잡종쌀인데요, 문제는 얘는 밀, 보리 수확 전에 심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통일벼 수량이 재래벼에 두배 가까이 되서 다들 놀랐지만 밀, 보리를 심지 못하면 그 수량이 많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겠습니까? 그 다음으로 결정적인 문제는 통일벼는 자가채종이 안된다는 점이에요. 매년 분양 받아 심어야 됐습니다. 이게 농부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거였어요. 씨앗 농사가 근본이었거든요. 남의 씨 받아 자식농사를 지을 수는 없잖아요? 환경적으로도 문제였습니다. 밀, 보리와 이모작을 할 수 없으니 벼를 수확하고 나면 논이 일년 중 반은 사막인 거에요. 땅이 반은 놀고 있으니 토지의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겠죠. 그런데 왜 통일벼의 신화는 여전할까요? 사실 통일벼 자체는 보급된지 10년도 안되어 망했어요. 도열병이라는 게 번져 실패한겁니다. 일찍 심다보니 냉해에도 약했구요. 무엇보다 통일벼만 심게 한 단작방식이 위험을 더 키웠습니다. 원래 농가에선 한가지만을 심지 않았어요. 적어도 4~5가지 심어 먹었는데요, 그래야 흉년을 피할 수 있었답니다. 날씨에 따라 못 되는 놈 있으면 잘 되는 놈 있어 늘 평작은 거둘 수 있다는 얘기죠. 이는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를 대비할 수 있었던 조상님들의 대표적인 지혜였습니다. 단작 방식은 기후위기에 한방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농사였던 겁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아일랜드의 감자역병으로 주식이 사라져 100만명 넘는 사람이 아사한 일입니다. 감자 원산지인 안데스 고산 지대에선 아직도 집집마다 여러종류의 감자를 심어 먹고 있는데 이유는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지역마다 대표적인 한가지 종류의 벼만 심는 지금의 농사 방식이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거에요. 그런데 아무튼 역설적이게도 통일벼 이후 육종기술이 늘어 신품종 개발에 성공해 알랑미 계통이 아닌 찰진 쌀 계통의 벼들이 자리잡게 됩니다. 그래서 통일벼 신화가 이어진 거지요. 여전히 종자는 사야되고 밀, 보리와 이모작이 안되는데도요. 더 아쉬운 사실은 통일벼 이후 개발한 종자들이 다 일본쌀 계통이라는 사실입니다. 일반미라 불렸던 아끼바리에서부터 최고의 밥맛(?)이라 불리는 고시히까리, 이누히까리 같은 쌀들입니다. 다행인 것은 아끼바리는 추청벼라 해서 들어온지 오래돼 저작권이 없어졌으나 다른 쌀들은 저작권이 있어 적지않은 종자 사용료를 일본에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몇 해전 바람 분 반일 정서가 농촌에까지 번져 이미 우리쌀이 된 추청벼도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은 웃지 못할 일도 있었지요. 그런데 왜 일본쌀 계통의 찰진쌀이 우리밥상을 차지했을까요? 이건 순전히 일제시대 잔재라고 저는 봅니다. 백미주의를 일제가 퍼뜨린거에요. 알랑미나 보리밥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천한밥으로 낙인을 찍은 거죠. 한번은 베트남 가서 알랑미밥을 먹는데 20년 넘게 현미쌀을 먹어서 그런지 저는 거친 알랑미밥이 참 맛있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본 가이드가 반가워서 하는 말이, "알랑미 먹고 끼는 방구를 뭐라 하죠? " 하네요. 다들 깔깔 웃고 나니 이 사람 알랑미 예찬이 거침없이 이어집디다. 더운 지방 사람들은 알랑미를 먹어주어야 한다, 세계 대부분의 쌀은 알랑미다 등등 하면서 말이죠. 어쨌든 일제는 물러갔지만 백미주의는 강하게 남아 우리밥상과 우리입맛과 우리의식을 사로 잡았습니다.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내는 우리 토종쌀과 밀, 보리는 외면되고 말았지요. 구수하고 깊은 정이 있는 우리의 인심도 전설이 되면서 말이죠. 하지에 또 빠뜨릴 수 없는 얘기가 그루농사입니다. 요즘은 이도 보기 힘든 일이 돼버렸는데요, 뭐든 빨리 심고 비닐하우스 같은 철을 잊은 농사가 퍼져 그렇습니다. 그루농사 또는 그루갈이라고도 하는데요, 지난 가을이나 이른 봄에 심은 작물 수확하고 남은 작물의 그루(밑둥)를 갈아 엎고 심는 농사를 말합니다. 밀, 보리 수확하고 심는 벼도 그렇구요, 마늘, 양파, 시금치처럼 월동한 작물과 이른 봄에 심은 감자 배추 상추 수확 후 심는 콩, 팥, 들깨, 고구마, 조 같은 작물입니다. 이런 작물은 일찍 심으면 자칫 웃자라거나 봄 가뭄 피해를 볼 수 있어 하지 지나 심는 게 좋습니다. 이런 월동농사와 그루농사는 우리 윤작농사의 꽃이라 할 수 있으며 얼마든지 지금도 되살릴 필요가 있고 되살릴 수 있는 전통농업의 지혜라고 저는 봅니다. 그외 하지는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절기입니다. 그래도 길면 지루하니 여기서 그만 하지 하고 마치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대문사진 : 모든 게 푸르른 하지에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는 철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우리의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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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3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단오와 가까운 망종
    망종은 보통 단오에 가깝게 드는데 올 망종은 음력 4월 21일에 드니 단오와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래 재밌는 사실은 음력이 늦어 밀, 보리도 따라 늦게 익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평년보다 더 빨라요. 망종 일주일 전인 어제 그제 갑작스럽게 익더만요. 다음 주에 베려던 걸 내일 하려고 부랴부랴 품을 쓰려 합니다. 망종은 망종이더이다. 까끄라기(망) 있는 곡식을 심는 절기라는 뜻인데 우리나라 지역에선 밀, 보리 거두는 절기로 봐야죠. 물론 같은 까끄라기 있는 벼는 심는 게 맞긴 맞습니다. 단오(端午)는 오(여름)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머리(정점)입니다. 최고로 해가 높은 하지가 곧 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단오는 하지하고도 관련이 깊지요. 무더위는 그 다음에 오지만요. 아궁이의 불이 달군 다음에야 구들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단오라는 명절은 참 이상한 축제입니다. 보리고개라는 먹을 게 없는 시절인데 무슨 축제를 열까요? 그 이유도 시골 다니며 만난 할머니들에게서 들었습니다. 바로 벼 모내는 축제였어요. 한번은 도시 변두리에 논을 만들어 도시농부들과 모내기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머니 한분이 그러는 거에요. "모내면서 떡도 안 해먹어요?" 맞습니다. 축제니 떡 해먹으며 모를 냈던 겁니다. 그게 단오에 해먹는 수리취떡이죠. 곡식은 귀하고 풀은 많으니 취나물 많이 넣어 떡 해먹은 거겠지요. 모를 낼 땐 꼭 풍악을 펼칩니다. 그것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할머니, 바쁘고 먹을 것도 없어 힘 드는데 빨리 끝내야지 풍악은 왜 울려요?"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힘드니 쉬면서 천천히 하라는 거지." 합니다. 하긴 풍악도 행진곡풍이면 그에 맞춰 일하기 좋을텐데 늘어지는 풍이니 놀면서 하기 딱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재밌는 얘길 해 주십니다. 모낼 때 띄우는 못줄이 원래 우리 방식이 아니라는 얘긴데요, "그거 일제 때 들어온 것이요. 각지게 빨리 심으라는 건데 일 못하는 사람 허리 망가지게 하는 못된 방식이지. 원래는 모꾼이 알아서 제각각 심었지. 막모내기, 판모내기라고 해서 일머리 적은 사람은 천천히, 일머리 있는 사람은 빨리 나가서 한소리 하며 늦은 사람들 흥도 돋우지." 얼마나 재밌게 일 했을지 눈에 그려지대요. 그렇게 제각각 심어도 오와 열이 착착 맞았다니 참 신도 났을 겁니다. 저희 농장의 조그만 논에 이맘 때면 어린이집 유치원 애들 200명 가량이 모내기 체험을 옵니다. 애들이라 못줄 띄워 모심기를 해도 들쭉날쭉 심지요. 보통은 애들 돌아가면 어른들이 다시 심곤 하는데 저는 그냥 놔두고 남은 모를 심습니다. 아이들 지도하던 선생님들이 심는데 못줄 띄우지 않고 막모내기 합니다. 그래도 벼들이 스스로 자리잡아가는데요, 사이가 좁은 데는 벼가 덜 분얼하고 넓은 데는 더 많이 분얼하는 거에요. 좁은 데는 벼가 웃자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더만요. 신기하죠? 옛날에 허벅지까지 빠지는 수렁논의 경우 들어가질 못하니 둑에서 모를 던지는 이른바 투묘 모내기를 했답니다. 오와 열이 맞을리 없죠. 그렇게 모를 던지고 나선 한동안 논엘 가보질 않았답니다, 괜히 미리 가봤다가 어지럽게 펼쳐진 모들을 손보고 싶어 들어갔다간 더 망가뜨린다는 거죠. 그렇지만 까먹고 한참 뒤에 가보면 모들이 알아서 지들끼리 자리잡아 정리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고 하니 참 신기하죠. 어쨌든 그래서 단오는 벼 모내기 축제라는 겁니다. 모를 망종에서 하지까지 짧으면 보름, 물 사정 좋으면 입하부터 하지 지나 장마 전까지 한달 넘게 모를 내니 이렇게까지 긴 축제도 없을겁니다. 그것도 노는 축제가 아니라 일하는 축제, 배불리먹는 축제가 아니라 배곯는 축제였으니 그런 축제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강릉 단오축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모내기와는 무관한 것이 유감인 이유입니다. 제례 굿 놀이 민속행사 등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인데 본질보단 말단이 인정된 것이라 좀 씁쓸하지요. 벼 모내기는 두레라 해서 마을 모두 나서서 니논내논 구별없이 자기 논처럼 모를 냈습니다. 물 사정 좋은 논부터 시작해 과부 장애인 등 노약자 논을 우선 모내기하는 이타적인 공동체 문화였지요. 물론 지주 논도 우선 했겠지요. 그 정도 갖고 두레의 공동체 가치나 기능이 훼손되진 않았을거라 봅니다. 지금은 이앙기로 모를 내니 모내기 공동체 문화는 싹 사라졌어요. 기계가 공동체를 대체한 것인데요, 기계로 조금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농부가 부자된 것도 아니고 농업농촌은 소멸의 위기에 처해있고 식량은 넘쳐나도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는 많지 않으니 농업의 기계화를 환영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기계를 없애면 공동체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니 참 씁쓸 할뿐이네요. 그나마 곳곳의 도시농부들의 논에서 모내기 공동체가 살아나고 있어 미약하나마 희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농진청 유전자원센터에서 잠자고 있던 토종벼 400여종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성공한 주역이 바로 도시농부님들입니다. 그많은 종자와 작지않은 논에서 도시농부들은 주말휴식을 내팽개치고 손 모내기를 하며 토종벼도 지키고 모내기 공동체도 이어가고 있습니다.(전국토종벼농부 모임 참고 https://www.facebook.com/share/p/18yEGbU98a/" target="_blank" rel="noopener" data-mce-href=" https://www.facebook.com/share/p/18yEGbU98a/"> https://www.facebook.com/share/p/18yEGbU98a/ ) 규모로 치면 티끌에 불과하나 희망의 씨앗을 이어가고 있기에 노아의 방주가 따로 없고 언젠가 태산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공이산이 별거겠습니까?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대문사진 : 아이들 두레꾼입니다. 어릴 때 이런 체험을 해 본 사람 중에 큰 인물이 나올 거라 기대합니다. 시골출신 중에 인물 많은 건 오감교육의 현장에서 자랐기 때문 아닐까요? 지식교육은 전문가 키우는 데 맞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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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이야기
    2026-06-14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보리고개 넘는 소만
    음력 4월에 드는 소만은 4월을 사巳월답게 해주는 절기일 겁니다. 巳월의 상징인 뱀의 기운은 불 화火인데 음적인 화, 곧 음화입니다. 음화는 차가운 불이 아니라 서서히 올라오는 불이라 해야 합니다. 봄의 시작은 양의 호랑이 기운으로 계란의 껍질을 깨듯 땅을 쩍 갈라 시작되지만, 여름은 뱀처럼 스멀스멀 시작됩니다. 이미 봄에서 따뜻한 기운이 쌓여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소만의 소小는 작다는 뜻이 아니라 부사로서 서서히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거지요. 음 기운의 극인 겨울에서 봄은 양의 시작이라 겨울을 박차고 나와야 하니 그 모습도 양답다면, 여름은 봄과 같은 양의 계열이라 봄을 박차고 나오기보다 봄의 양 기운이 쌓여 서서히 시작되는 게 자연스럽죠. 올 봄은 봄스럽지 않게 겨울의 여운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가 별안간 여름 더위가 곡우 전에 잠깐 나타나더니 다시 꽃샘추위가 반복되었어요. 그리고 소만 되기 5일 전부터 비로소 더워지대요. 소만 전날인 어제는 낮부터 비가 밤새 내리더니 오늘까지 가랑비를 흩뿌렸네요. 그 참에 더위도 누그러지고 가문 날씨도 해갈을 시켜주면서 여름은 스멀스멀 우리 곁으로 기어 오는 것 같습니다. 소만에 서서히 들어오는 더위보다 더 힘들게 했던 게 있으니 바로 보리고개입니다. 지난 해 곳간에 모아 둔 곡식은 떨어지고 새로 먹을 보리는 익으려면 한달을 기다려야 하는 고개입니다. 그럼 무얼 먹고 힘든 고개를 넘어야 할까요? 맞습니다. 이때 먹을 수 있는 건 풀떼기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초봄에 많이 올라 온 냉이 같은 생풀들은 꽃피고 독이 올라 먹을 게 많지 않지요. 이를 대비해 나물을 데쳐 말려서 두고두고 먹습니다. 묵나물이라 하고 건나물이라고도 하죠. 독이 오른 쑥 같은 풀은 푹 데쳐 독을 빼고 쌀이나 밀가루로 쑥개떡, 쑥버무리를 해먹습니다. 초근목피라고 들어봤을 겁니다. 소나무의 부드러운 속 껍질(송기)을 벗겨 다져서 쌀과 섞어 죽을 쑤어먹거나 떡을 해먹기도 했죠. 하다못해 솔잎으로 김치도 담가 먹었다 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비참해 보이기도 할겁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뒤돌아보니 그런 굶주림을 버티게 해준 구황먹거리들이 다 영양식이라는 게 역설입니다. 풀이야 그럴 수 있다손 쳐도 나무껍질이 어떻게 영양식이냐고 따질 겁니다. 그런데 아무 껍질이나 다 먹는 게 아니고 좀 전 소개한 소나무 속껍질 송기는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 제거에 탁월하다고 합니다. 솔잎 김치도 비타민과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했다네요. 그래도 보리고개 때 대표적인 구황식물은 역시 곤드레일겁니다. 고려엉겅퀴라고도 하는 곤드레를 밥처럼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맛이 없어서가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맛 있으면 곧 물려 오래 못 먹잖아요. 나물 맛보단 양념 맛으로 먹는 게 요즘 식당의 곤드레밥일텐데요, 옛날엔 맛있는 양념은커녕 보리밥 한숟갈, 된장 한숟갈에 보이는 건 순 곤드레뿐이었답니다. 자극적인 맛은 없어도 구수한 맛에 담백해 물리지 않기도 했거니와 채소 중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밥처럼 먹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거죠. 저희는 밥으로 먹기보다 나물로 묻혀 먹거나 쌈으로 먹는 걸 즐기는데 아삭한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토종씨앗도 수집하고 옛날 농법도 배우려고 시골 할머니들 찾아 다닐 때 한분이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여름은 거지처럼 나고 겨울은 임금처럼 나야 한다고 말이죠. 다르게 말하면 여름엔 풀떼기나 거친 보리밥을 먹어야 더위를 버틸 수 있고 겨울엔 찰지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는 거죠. 곰곰 생각해보니 베트남 같은 열대지역의 사람들은 작고 마른 체질이라면 모스크바나 북서유럽 사람들은 덩치도 크고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 게 떠오르더만요. 더위와 추위를 이기는 전략이었을겁니다. 한번은 시베리아 도시로 유명한 러시아 이르쿠츠크라는 도시를 가봤는데 공원의 참새들이 뚱뚱한 거에요. 겨울이 춥고 긴 지역에 먹을 게 뭐 많다고 참새들이 뚱뚱할까요? 맞습니다. 먹을 게 많아서라기보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전략인거죠. 계절 구분 없이 찰지고 기름진 음식들만 먹는 요즘 세태가 아쉽기만 합니다. 고기를 일상적으로 먹는 것도 그렇구요, 하다못해 떡도 죄다 찰떡이에요. 고실고실한 메떡이 사라졌어요. 예전엔 겨울밤에나 찹쌀 떡 장수가 있었잖아요. 여름에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거죠. 조선시대 임금 중에 풀떼기와 보리밥 즐겨 먹은 분이 있었는데 누굴까요? 바로 영조대왕입니다. 그래서 오래 장수했을 것으로 보지요. 대부분의 임금들이 단명한 이유 중엔 부드럽고 고소한 음식 위주의 식습관이 커요. 예를들면 왕들은 된장을 먹지 않았답니다. 엑기스 간장만 먹었지 된장은 찌꺼기로 본 겁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세종대왕님은 사실 고기 중독자였어요. 결국 당뇨로 돌아가셨지요. 영조는 풀떼기와 보리밥이 백성들의 천한 밥상이 아니라 지혜로운 건강 밥상이란 걸 어릴 때부터 알았을 겁니다.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맞습니다. 천하디 천한 무수리 궁녀 어머니였겠지요. 근데 제가 더 주목하는 건 영조시대는 할아버지 왕이었던 현종부터 기후위기로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는 사실입니다. 1670 경술년 1671 신해년 2년에 걸쳐 이른바 경신대기근이 발생해 자그마치 100만명이나 굶어죽은 무서운 가뭄이 들이닥친 거에요. 당시는 소빙하기라 해서 추위와 가뭄, 역병 등으로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난리였습니다. 이 난국을 영조는 풀과 보리밥으로 이겨내려 한 셈입니다. 말하자면 근검절약 문화를 퍼뜨리고 몸소 실천한 것이죠. 대표적인 게 강력한 금주정책이었고 농사에선 물 없으면 안되는 벼 모내기를 금하고 직파를 권장한 겁니다.(ebs 역사채널e, 조선 모내기를 금하다) 모내기 방법은 수확량도 높고 제초도 손쉬우며 보리와 이모작이 가능한 선진농법이었지만 가뭄이 들면 한방에 망해버릴 위험한 방법이기도 했거든요. 기후위기 시대에 이른바 물 없이 농사짓는 한전旱田농법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서양이나 일본은 기후위기를 제국주의로 극복하려 한 면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 남의 것을 빼앗아 위기를 극복하는 거죠. 반면 우리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의 순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것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결국은 실패했지만 자체적으로 극복하기 전에 외적이 쳐들어 온 거에요. 어쨌든 기후위기를 대처할 지혜를 보리고개를 힘겹게 넘었던 조상들로부터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장황하게 말씀드렸음을 양해 바랍니다. 다만 물 의존도가 너무 높고 외부의 석유화학 자재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지금의 농법은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자 함입니다. 올 봄은 늦은 음력으로 추위가 지속하여 저는 모든 지 늦게 심었습니다. 이제야 상추, 배추를 먹을 수 있고 고추 가지는 아직 모낼만큼 자라지 않아 직파도 병행하고 있지요. 다만 다년생 나물을 많이 심어 3월부터 밥상에 나물이 끊이지 않는 호사를 누리고 있네요. 굳이 심지 않더라도 야생 나물은 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도 있습니다. 농사와 채집을 병행했던 우리의 전통 농경문화를 되살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대문사진 : 필자의 보리고개를 넘게 해준 고마운 곤드레풀
    • 기획
    • 절기이야기
    2026-05-27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어린이날과 맞아떨어지는 입하
    작년엔 봄이 늦게까지 머물렀다면, 올 봄은 봄답지 않은 봄이었어요. 지나간 겨울 손님이 아직 안방을 차지한 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더 있어야 올 여름 손님은 예고치 않고 들이닥쳐 봄 같지 않게 온 산을 진작 푸르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도 입하 지나도록 바람에 냉기가 서려 있어 일찍 온 여름 손님은 맛만 살짝 보여주고 겨울 손님의 여운만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 일찍 심은 것도 아닌데 냉해 입은 작물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오네요. 감기 걸린 사람 소식도 그렇고요. 꽃과 새싹에 마음 뺏겨 몸 돌보길 방심하지 않기 바랍니다. 절기 공부한 이후 왜 하필 입하에 꼭 어린이날이 드는 지 의문이었어요. 사실 입하는 5월 5~ 6일에 들고 어린이날은 고정적으로 양력 5월5일로 잡혀 있으니 똑 같은 건 아니고 내용적으로도 별 상관은 없어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일본의 어린이 날입니다. 어린이날이 여아, 남아 따로 있었는데요, 3월3일은 여아 어린이날, 5월5일은 남아 어린이날이 그것인데 지금은 5월5일 하나로 통합되었답니다. 근데 저는 그걸 보고 삼짓날과 단오날이 떠오른 겁니다. 맞습니다. 일본 어린이날의 기원은 단오날이었습니다. 앞의 청명 늬우스에서 말씀드린 단오는 양의 홀수 5가 겹치는 날이어서 양의 기운이 가장 센 날입니다. 숫자로는 중양절인 9월9일이 제일 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양절은 가을이고 단오는 여름이니 그렇습니다. 오(午)는 여름을 뜻하고, 단(端)은 시작의 뜻이니 단오는 여름의 시작이에요. 근데 단오는 음력이어서 양력 5월5일 어린이날을 단오와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양력만 쓰게 되면서 그리된 것이라 보면 될겁니다. 일본은 어린이날의 기원을 단오에서 찾는 반면 우리는 좀 다릅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안해 시작한 1922년의 어린이날은 5월 1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일본 어린이날의 의미는 아이들 건강 기원에 있다면 방정환 선생의 운동은 어린이 인권운동이자 보이지 않게는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던 겁니다. 또 5월 1일은 노동절로 사회개혁운동의 성격을 담으려 한 의지도 엿보이지요. 그러다 해방 후 1946년에 어린이날을 제정하면서 5월5일로 바꿨습니다. 일본은 1948년 정식으로 제정하면서 5월5일로 했다니 우리가 일본을 따라하진 않았을 겁니다. 다만 단오를 길일로 여기는 동아시아 문화의 영향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양력 문화가 자리잡으며 음력 단오의 의미는 사라지고 양력 절기로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에 맞춰졌을 걸로 저는 해석하지요. 그렇지만 제 생각엔 결과적으로 음력 단오보다는 양력 입하가 더 어린이날로 적당해 보입디다. 왜냐하면, 입하의 기운이 더 어린이 기운에 맞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저는 그걸 미운 일곱살 기운이라 말합니다. 특히 풀의 기운이 그렇지요.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풀들이 이젠 꽃 피고 독이 오르기 시작해 꼭 미운일곱살 아이 닮았다 할까요. 반면 춘분의 기운은 아기천사의 느낌입니다. 못 먹는 풀이 없을 정도로 독초조차 순하지요. 춘분의 아기천사는 똥 싸도 예쁘지만 입하의 일곱살 아이는 차라리 배속에 있을 때가 더 예쁠만큼 밉지요. 움직였다 하면 사고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일곱살이 우리에겐 희망입니다. 한참 뛰어다닐 아이가 노인처럼 뒷짐지고 에헴 거리며 다니면 그런 절망도 없을 겁니다. 아이들은 바쁘지도 않은데 맨날 뛰어다니죠? 심장이 발끝에 있어서입니다. 저 같은 중늙은이는 바쁜데도 느려터졌는데 입은 쉬질 않죠? 손끝발끝은 차고 심장은 입에만 머물고 있어서일 겁니다.ㅋㅋ 암튼 그래서 농부는 최소한 입하부터는 풀을 매야 합니다. 사실 이때 풀을 맨다해도 결코 빠른 건 아니에요. 부지런한 농부는 경칩부터 매준다 했어요. 그때 무슨 풀이 있다고 매냐 할겁니다만, 눈에 보일 때 풀 매면 풀을 이길 수가 없어요. 풀은 뽑는 게 아니라 매는 겁니다. 매는 건 흙을 긁어주며 풀을 제거하는 건데요, 풀 없는 곳도 긁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풀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마찬가지로 경칩에도 풀 없는 게 아니라 풀이 보이지 않을 뿐이죠. 작은 풀 씨도 있고 막 싹 튼 풀도 있어요. 긁어주면 싹튼 풀도 제거하지만 풀씨도 흙에 덥혀 싹을 못 틔우죠. 풀은 빛을 봐야 싹 트는 명(明)발아 성질이거든요. 반면 작물은 오랜세월 농부가 심고 덮어주다보니 암(暗)발아 성질을 갖게 된건데요, 상추 같은 경우는 여전히 명발아 성질을 갖고 있어 씨 심고는 흙을 덮은 둥 마는 둥 해야 합니다. 초보농부님들은 불안해 흙을 두껍게 덮어 발아에 실패하는 일이 종종 있지요. 고추 같은 여름 과채류는 입하 어린이날에 모종 심는 게 좋습니다. 늦서리 가시는 곡우에 심기도 하지만 곡우 지나도 냉해가 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입하 지나도 내륙엔 냉해 입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 경북 봉화에선 0.7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가끔 생기는 일로 마냥 미룰 수만은 없겠지요.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쩌겠어요. 저는 올해 오랜만에 고추를 직파했습니다. 직파하면 씨가 알아서 날씨를 보고 적당할 때 올라옵니다. 지주 세울 필요도 없어요. 병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소출이 좀 적긴하지만 종합적으로 가성비를 따지면 직파법이 훨 나을 수 있다고 봅니다. 미운일곱살 입하의 기운을 입하부터는 다스려 주어야 균형있게 성장해 가을에 풍년을 기약할 수 있듯이 어린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어요.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버릇없어진다고 본 거지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사정이 좀 달라보이더만요. 저희 밭에 농사체험 하러 오는 어린애들 보니 선생님들이 전부 여성이에요. 애들의 반은 여아들이고요. 그러다보니 분위기가 매우 여성적입디다. 그걸 약간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자니 한 남자애가 내게 와 악수를 청하는데 손을 잡자마자 내 손을 잡아당기며 힘 자랑을 하는 거지 뭡니까? 재밌어 맞대응으로 밀당을 하고 있자니 남자애들이 줄을 서는 거에요. 그 때 알았지요. 남아애들은 어릴 때부터 힘쓰는 법을 배워야 커서 힘을 함부로 쓰지 않을거라는 걸 말이죠. 남성성을 실현하는 법을 배우긴커녕 소외되어 크다보니 요즘 젊은 남성들의 이상한 문화가 해석이 되대요. 저로선 상상도 못할 여혐 현상, 데이트 폭력, 보수화 편향(보수라기보다는 기득권화된 진보에 대한 반발은 아닐지)들 말이죠. 저희 때는 너무 남성주의가 심해 여아들이 소외받던 것과는 영판 다른겁니다. 방정환 선생이 일으킨 어린이 인권운동을 조금은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겠어요. 여아는 여아다운, 남아는 남아다운 다양성을 존중할 필요 말이죠. 농사도 마찬가집니다. 춘분에 싹튼 생명들이 입하부터 드러내는 개성들을 잘 존중하는 게 때를 아는 농부의 지혜라는 걸 말이죠. 입하 일정:경기도 안산에 사는 제 개인 일정임을 감안 바랍니다. 입하에 고추 등 과채류 모종하라고 해 놓고 정작 저는 아직 안 하고 있어요. 고추 직파만 했지요.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대문사진 : 아래는 앉은뱅이밀, 복숭아 나무 지나 보리, 호밀 이삭이 입하 기운 받아 쑥쑥 영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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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이야기
    2026-05-19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맞아도 온화한 곡우비
    * 여러 사정으로 곡우가 한참 지나서야 곡우 편지를 올립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빕니다! 봄 답지 않은 추위와 더위가 오락가락 하니 물 다라이 밑에 있다 들킨 두꺼비도 매가리가 없네요. 예수님이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면 춘분보다는 곡우에 부활하기 딱 좋았을텐데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춘분보다는 곡우에 겨울잠에서 깬 생명들의 향연히 더 극적이거든요. 작년엔 곡우비가 일주일 일찍 내렸어요. 음력으로 3월 보름이었지요. 보름엔 비 잘 안오는데 그날은 아침부터 찌뿌리다 오후가 되자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농장에 오기로 한 손님들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비를 흠뻑 맞았지만 그게 곡우비라는 걸 밤이 되어서야 알았어요. 봄비 잘못 맞으면 감기 걸리기 십상인데 그 비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온화한 기운을 담고 있는 비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에 산을 보니 일제히 나무들에 새순이 돋은 겁니다. 그 기운이 얼마나 신선하고 상큼한지 꽃이 아무리 예쁜들 새순만 할까 했습니다. 화려한 꽃이라 해도 이내 지고 말 운명이지만 새순은 앞날이 창창한 희망을 품고 있으니 그 기운에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곡우비의 그 기운은 춘분의 기운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역동적이라 한 겁니다. 낮과 밤이 같고 낮이 밤을 이기기 시작하는 춘분의 기운이야말로 부활의 힘이란 건 분명하나 춘분 뒤 반갑지 않은 불청객 꽃샘추위가 들이닥치는 게 춘분의 뒤통수라 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이런 걸 보고 액이 빠져나갈 때 꼬리로 뒤통수를 후려 갈기며 나간다 했어요. 액이 나간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뜻일 겝니다. 곡우 다음날인 오늘 아침 기온이 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마치 여름날처럼 낮 기온이 2~3일 28도까지 육박했네요. 그 여름 같은 기운에 곡우가 되지 않았는데도 산의 나무들은 새움 트기 무섭게 여름 기세로 녹색이 우거지고 있었지요. 밭의 나무 새순들도 여느 해와 달랐습니다. 두릅 순은 더운 기운 오기 전에 펴서 먹을만했는데 그 뒤에 올라온 엄나무 순, 오가피 순은 올라오자 마자 세지고 있더만요. 철쭉 꽃도 몽우리 맺히자마자 더운 기운을 맞더니 바로 만개를 하대요. 음력이 늦어 추운 날씨에 봄 같지 않던 기세가 느닷없이 닥친 여름 기운에 봄은 다 간줄 알았다가 오늘 아침 불청객 꽃샘추위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올 봄 내내 늦게 심어야 한다고 많이 강조했습니다. 음력이 늦은 봄엔 꽃샘추위가 늦게까지 올 수 있거든요. 음력의 주인공인 달은 바닷물을 밀고 당기며 날씨를 주관하는 걸 알았던 조상들은 그래서 음력을 파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렇지만 뜨거운 햇빛과 일조량을 주관하는 태양의 존재를 달이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도 알았기에 조상님들은 양력인 절기와 함께 음력을 살펴보았지요. 말하자면 음력이 늦어 늦게 찾아 온 꽃샘추위가 아무리 드세도 봄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을 막을 수는 없는 거거든요. 다만 아쉬운 건 봄이 봄답지 못한 건데요, 곡우에 곡식 심기 좋은 비가 내리지 않고 꽃샘추위가 내렸으니 제대로 된 곡우비는 좀더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하긴 곡우날인 어제 비가 온다기에 그건 곡우비가 아닐거라고 보긴 했어요. 음력 3월 초순이라 너무 이른 거지요. 그래서인지 5미리도 안 되는 찬비가 찔끔 내리고 말았어요. ㅋ 아무튼 곡우비가 가져다 주는 생명의 기운은 매번 감동적이지만 처음 곡우비의 신비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20여년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저희 밭은 군포에서 안산 넘어 오는 영동고속도로 밑 토끼굴 지나 산 밑에 있는데 곡우비 그친 다음날 어두운 그 굴을 지나자마자 내 눈앞에 펼쳐진 온 산 나무들의 새순은 생명들의 팡파레이자 세레모니였어요. 입과 눈을 닫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걸 예수님 못지않은 생명들의 부활이라 느꼈지요. 우리나라의 봄의 부활이 감동적인 것은 모든 게 죽는 추운 겨울 때문일 겁니다.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아 변함없는 녹색을 자랑하는 호주의 겨울을 보았을 때 부럽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런 나라의 봄은 별로 부활의 감동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지요. 너무 추워 모든 게 죽는 우리의 겨울이 역설적으로 축복이라는 걸 느낀 것도 한 참 나이 들고 나서였죠. 춘분에서부터 부활하기 시작한 기운이 곡우에 와서야 완성되는 셈입니다. 춘분을 기점으로 부활하는 생명들은 아직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꽃샘추위를 조심해야 합니다. 때문에 여전히 움추리고 있는 생명들이 적지 않아요. 그러나 곡우 때 따스한 봄비로 이젠 모든 추위가 물러가니 만물이 마지막 기지개를 켜 약동의 계절을 준비하는 겁니다. 곡우(穀雨) 지나면 여름 나는 작물들은 대부분 파종할 수 있습니다. 곡식 심기에 좋은 비가 내린다는 말 그대로이죠. 벼를 비롯해, 옥수수, 수수, 콩 등 곡식에서부터 고추, 오이, 수박, 호박, 참외, 토마토 등 과채류까지 심을 수 있으나 들깨, 조, 고구마, 메주콩, 팥 등은 장마 근방에 심는 게 좋습니다. 일찍 심으면 웃자라 오히려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늦게 심는 이런 작물들은 감자나 마늘, 양파, 밀, 보리 등을 6월 중에 수확해 그 자리에 이어심는거지요. 이를 그루작물이라 하는데 앞 작물 수확 후 남는 그루(밑둥)들을 갈아엎어 심는다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앞 그루 갈아엎는 거는 그루갈이라 하지요. 고추나 가지 토마토 등 과채류 모종들은 보통 곡우 지나 심지만 보통은 입하 지나 심는 게 안전합니다. 최저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조심해야 하거든요. 곡우 근방에 논을 잘 갈아둡니다, 밭은 경칩부터 갈지만 그렇게는 못해도 곡우부터는 갈아둡니다. 보리나 밀과 이모작 하는 논은 갈 수 없겠지요. 곡우 즈음 보리가 이삭 패고 곡우 조금 지나 보리보다 일주일 늦게 이삭 패는 밀을 위해 이삭거름을 주어야 합니다. 이젠 풀들도 억세집니다. 냉이는 벌써 꽃 피고 져서 씨를 맺고 있어요. 날은 아직 춥지만 풀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제 날에 올라와 기세를 부리니, 이래저래 풀을 인간이 이기기는 힘들기만 합니다. 곡우 직전 낮 28~29도까지 여름날씨 처럼 기온이 올라 산의 나무들이 여름 기세로 힘차게 녹색 기운을 뽐 내더니 곡우 지나자 마자 꽃샘추위가 급습하곤 이내 봄 가뭄이 시작됐네요. 곡우 다음날 비온다기에 곡우비인가 했더니 찔끔 오고 말아 봄 가뭄을 막지도 못했지요. 다음 주 음력 3월 중순 즈음 비 소식 있어 곡우 비이길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고의 봄 가뭄이 올까 저어됩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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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이야기
    2026-05-02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제비가 돌아오는 3월3짓날과 청명
    청명 즈음해 드는 명절이 한식입니다. 명절은 대부분 음력으로 따지는데 한식만 예외로 양력으로 따집니다. 동지 105일 후를 한식으로 하거든요. 근데 하필 왜 105일일까요? 맞습니다. 이게 15일 정도 간격으로 오는 절기에 맞추다보니 그리 된 거지요. 동지 이후 청명까지 7개 절기가 드니 15일 곱하기 7개하면 105일이 되거든요. 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때 산에 숨어살며 나오지 않는 개자추라는 충신을 끌어내기 위해 불질렀다가 그 불에 타죽어 왕이 그날만은 불을 지르지 않고 찬밥寒食을 먹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게 한식날입니다. 근데 그 고사는 중국 얘기이니 잘 모르겠고요, 제가 볼 때는 봄에 농사 준비로 불 테우는 일을 한식과 청명 전에는 끝내고 조상 산소에 찾아가 잘 올라온 잔디를 밟아주거나 뗏장을 가져다 입혀주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산소까지 테워서도 안되지만 또 그 때되면 봄비도 오기 시작해 불 태울 일도 없을테니요. 청명과 관계된 음력 명절로는 3월3짓날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이날을 명절로 삼아 동네 잔치를 벌였답니다. 우리는 1월1일 설날, 3월3일 삼짓날, 5월5일 단오날, 7월7일 칠석날, 9월9일 중구절 등을 길한 날이라 해서 명절로 삼았어요. 이 날들이 전부 양(+)을 뜻하는 홀 수가 겹치는 날이라 길하게 본 겁니다. 양이 겹쳤다는 의미의 중양절이라고도 하죠. 그래 3월3짓날은 1월에 시작한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날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했습니다. 삼짓날이 그만큼 날씨가 봄답게 온화하다는 뜻도 있지만 그래서 씨앗 파종하기 딱 좋은 때라는 게 중요하죠. 말하자면 씨앗 심고 싶은 철인데요, 사람들에겐 사랑을 나누기 딱 좋은 철이기도 합니다. 아마 바람둥이 제비족이란 말도 이와 관련있을 법한데요, 그렇지만 마구 씨를 뿌려대면 쭉정이만 나올 수 있으니 제비족 같은 바람둥이는 경계하란 뜻이 담겨 있을 거라 상상해봅니다. 마찬가지로 봄과 관계된 것으로 바람이 있지요. 생각할수록 바람이란 말은 참 재밌습니다. 옛날엔 바람을 하늘님의 숨이라 했어요. 그래 하늘님이 노하시면 태풍 같은 무서운 바람이 불고 하늘님이 기분 좋으면 살랑살랑 사랑의 봄바람이 불지만 인간이 오버해 미혹한 바람을 일으키면 사단이 났던 거지요. 성경에서 하느님이 흙으로 인간을 빚은 다음 코에다 사랑의 숨을 불어넣었다 하는 것도 비슷한 얘깁니다. 청명이 되니 모든 봄꽃이 만개를 하네요. 옛날엔 순서대로 꽃이 폈는데 요즘은 경쟁하듯 한꺼번에 핍니다. 거의 제일 먼저 피는 개나리가 보통보다 일주일 늦게 피더니 곡우 즈음해서 피는 조팝꽃이 벌써 폈어요. 벗꽃은 자기 순서 기다린 듯 개나리 피기 무섭게 피네요. 올해는 음력이 늦어 개나리가 늦게 핀 듯 한데, 벗꽃 조팝꽃은 일찍 피니 늦은 음력 탓하기가 힘듭니다. 음력이 늦어 감자나 봄 채소들은 늦게 심으려는데 벗꽃 조팝꽃 일찍 핀 걸 보면 벼와 곡식들은 늦게 심는 게 능사는 아니겠어요. 문제는 서리에 약한 고추 같은 과채류들입니다. 음력이 늦은 올해 같은 경우 늦서리가 올 가능성이 농후하기에 되도록 늦게 심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여전히 저희 밥상엔 나물이 끊이지 않습니다. 마늘 대용인 달래는 기본이구요, 돌나물, 씀바귀, 부지갱이도 늘 올라오는 밑반찬이지요, 잠깐잠깐 요 때만 먹을 수 있는 눈개승마 나물도 입맛을 돋구는 데 모자람이 없더만요. 제가 울릉도 미나리라 이름 붙인 전호나물도 생채로 초고추장에만 찍어 먹는데 그 맛이 그만입니다. 요즘엔 원추리 나물과, 머위나물이 핫 이슈입니다. 머위나물은 살짝 비린내 같은 게 있지만 들깨가루에 무치니 그 맛은 사라지고 머위 고유의 향과 맛이 살아나대요. 원추리 나물은 독이 있어 망설이다 작년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진짜 감동이더이다. 독을 제거하기 위해 조금 더 세게 대쳐야죠. 식감과 우러나는 단맛이 끝내주고 입맛을 돋구는 데 다른 반찬이 필요없어요. 청명이 다가오니 이젠 나무 순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올라온 두릅에서부터 다음 주부터는 나무 순들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또 군침이 도네요. 구 기자 순, 엄나무 순, 화살나무 순, 다래 순, 오가피 순, 가죽나무 순이 순서를 기다릴 겁니다. 나무 순 중에서 최고라는 옻나무 순만 먹어보질 못했어요. 나물을 이렇게 많이 먹는 나라도 드물지만 옻순처럼 독이 있는 나물을 즐기는 사람들은 더 없을 겁니다. 한 번은 옻닭 백숙 먹으러 갔더니 식당에서 옻독 오르지 않게 약을 주대요. 약이라면 손사래치는 체질이라 걸리면 걸리라지 하며 약 먹지 않고 먹었는데 멀쩡했어요. 아마 이것저것 나물 많이 먹으며 내성이 생긴 것 아닌가 싶었죠. 청명엔 아무거나 심어도 싹이 잘 나지만 그래도 파종하는 날은 음력 삼짓날과 양력 절기인 청명과의 관계를 잘 살펴 잡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청명과 음력 삼짓날 사이에 파종날을 잡는 게 좋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명은 절節이고 곡우는 중中이어서 청명은 2월에 들 때도 있고 3월에 들 때도 있어요. 곡우는 중이어서 꼭 3월에 들지만요. 그래 청명이 어느 달에 드느냐에 따라 파종 시기가 달라집니다. 방금 청명과 삼짓날 사이에 심는다 했죠. 그러니까 청명이 2월에 들면 삼짓날 전에 심어야 하니 음력으론 일찍 심고, 청명이 3월에 들면 삼짓날 지나 심어야 하니 음력으론 늦게 심습니다. 그렇지만 양력으로 보면 반대에요. 음력으로 빠르면 양력으론 늦게 심고 음력으로 늦으면 양력으론 빨리 심는다는 거죠. 말로 하니 헷갈리지만 손으로 달력 메모장에 써가면서 하면 금방 파악이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명 농사일정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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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기이야기
    2026-04-10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마늘과 함께 만물이 부활하는 춘분
    해의 길이가 밤낮이 같은 춘분부터는 음보다 양이 세지는 본격적인 양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겨울을 나고 새싹, 새움들이 입춘에 꿈틀거리기 시작해 드뎌 춘분에 얼굴을 드러냅니다. 겨울 되기 전 추워 죽은 것 같던 생명들이 부활하는 겁니다. 예수님이 이 때 부활하신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생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활동하는 양의 시대이니 부활하시기 딱 좋은 철인거에요.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부활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실제로 예수님이 언제 부활했는지 기록도 없고 진짜로 부활하셨는지도 알 수는 없어요. 만물이 부활하는 춘분에 온생명을 대표하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걸로 보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을 겁니다. 한 번은 춘분 직전 어느 성당에서 절기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강의 전 여는 말씀을 하신 신부님이 곧 다가올 부활절의 의미를 얘기해주시는데, 예수님의 육체적 부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부활하는 삶 을 사는 게 더 중요하다 하셨지요. 맞습니다. 일일신우일신은 아니어도 적어도 춘분이 되면 부활하는 새삶을 계획하면 어떨까 싶어요. 이게 괜한 얘기가 아닌 게, 예컨대 사람도 춘분이 되어 목욕을 하면 때가 더 나옵니다. 몸이 먼저 부활하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매일 목욕하는 경우가 많아 춘분이 돼도 우리 몸에 내재된 달력이 작동하지 않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저희집 마당의 삽살개도 춘분이 되면 몸에 진드기가 생기기 시작하죠. 온생명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겁니다. 동양에선 춘분이 되면 용이 하늘로 승천한다 했어요. 용은 하늘의 메신저로 여겨 임금은 용이 새겨진 용포를 입었지요. 임금은 천자, 곧 하늘의 아들로 여겼으니 기독교와 비슷하죠. 춘분에 승천한 용은 여의주 물고 비를 뿌려주며 만물의 성장을 돕다 추분이 되면 하늘에서 내려온다 했어요. 이젠 성장을 멈추고 이삭과 열매를 맺어 후손을 준비하게 한 것입니다. 불을 뿜으며 만물을 죽이는 서양의 드래곤과 대조되죠. 사실 이건 날씨의 차이를 닮은 겁니다. 우리의 여름은 비 많이 오는 것과 반대로 서양의 여름은 건조하고 따갑기만 하니 다 죽는 거죠. 용이 문제는 아닌 거에요. 작물 중 춘분에 부활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늘입니다. 우리는 마늘 먹고 인간이 된 후예답게 마늘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먹고 좋아하죠. 사실 마늘은 참 희한한 작물이에요. 한 쪽 심어 여섯쪽 수확을 하니, 한 알 심어 몇천알 이상 거두는 곡식에 비하면 한심하기까지 해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몇 천알의 기운이 여섯쪽에 집약된 것으로 본다면 완전히 얘기는 달라지죠. 그것도 추운 겨울을 견디며 춘분에 지 스스로 부활한 것을 보면 저는 마늘이야말로 성聖스런 기운을 품은 작물이라 봅니다. 그런 마늘을 먹고 버텼으니 곰이 인간될 만하고 드라큘라가 마늘 보고 도망 갈 만 하지 않겠어요? ㅎㅎ 근데 재밌는 것은 곰이 먹은 마늘은 지금의 마늘과 다르다는 거에요. 지금 마늘은 이집트나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라 그걸 먹지는 못했을 거라는 거죠. 제 생각엔 아마 달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우리 땅에서 오랜 세월 자생한 원조(야생) 마늘이거든요. 아니면 산마늘이라고 하는 명이일지도 모르겠어요. 달래는 20년도 더 전에 다섯뿌리 얻어다 심은 게 지금 우리 밭엔 지천입니다. 어제부터 달래장 만들어 밥에 비벼먹으니 봄이 입안에 한 가득이더이다. 요즘은 명이가 또 한참 올라오고 있어 아내가 오늘은 명이에 달래장을 비벼 두부와 치즈를 넣어 국적 불명의 샐러드(겉절이)를 비벼 주는데 반주를 걸치지 않을 수 없었네요. 암튼 제가 사는 안산 같은 중부지방에선 겨울되기 전 씨마늘을 심고 얼지 않게 볏짚 덮어주면 춘분에 싹이 올라옵니다. 그러다 꽃샘추위가 가시는 청명 즈음해 볏짚 벗겨주고 웃거름을 줍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소한 전까지 따뜻한 날이 많아 마늘 싹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러다 소한 대한 추위, 입춘 후 꽃샘추위까지 이어져 마늘의 동해 피해가 클까봐 걱정도 컸지요. 다행히 얼어죽거나 동상을 입은 애들은 많진 않아 겉으론 그럭저럭 괜찮은 편인데 속은 안보이니 어떨지 모르겠어요. 수확해 봐야 정확한 건 알겠죠. 그냥 하던대로 웃거름 주고 남은 꽃샘추위 걱정되어 약간 흩어진 볏짚 잘 덮어주고 왔습니다. 하늘은 늘 농부를 전적으로 도와주진 않는다는 걸 떠올리면서 말이죠. 어쩌겠습니까. * 대문 사진 : 춘분 한 참 전에 캐 본 마늘, 겨우내 잠만 잔 게 아니었습니다. 거의 뿌리 없는 마늘을 심었는데 겨우내 땅 속을 파고 들어 이만큼 뿌리가 자랐아요. ** 마늘은 우리나라에서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뉜다. 필자 안철환 선생이 농사짓는 안산은 한지형으로 겨울이 오기 전 싹을 거의 내밀지 않고 땅속에서만 성장한다. 반면에 남쪽에서 재배하는 난지형 마늘은 푸른 잎을 낸 상태로 겨울을 난다.(편집자)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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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20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경칩, 흙일하기 딱 좋은 때
    경칩은 대개 음력 2월에 듭니다. 음력 2월은 12지지의 묘卯월로 절기로는 경칩과 춘분이 들지요. 인월의 호랑이가 음양에서 양인 이유는 계란의 껍질을 갑자기 갈라서 올라오듯 땅을 갑자기 갈라서 올라오는 기운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2월은 음으로 그 생명의 기운이 점점 퍼져가는 형국을 표현한 것으로 토끼의 은근하지만 빠른 번식력을 빗댄 것이죠. 토끼도 이 때가 되면 초목의 새싹들을 뜯어 먹으며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하니 적당한 비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경칩이 1월에 들 때도 있습니다. 올 해 특히 일찍 들어 1월 17일이 경칩날입니다. 입춘이 아직 추운 섣달에서 시작했듯, 경칩이 됐다고 해도 너무 빨라 봄이 토끼처럼 활발하게 퍼져가긴 이를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아직 냉이가 보이질 않네요. 지칭개는 벌써 나와 힘을 쓰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명이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밀, 보리, 호밀, 시금치도 경칩을 아는지 푸른 기운을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봄 꽃으로 예쁜 수선화도 싹을 올리고 있고요, 상사화도 까꿍하듯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이틀 전엔 목련 나무 잔가지를 쳤는데요, 작년 논둑 보수하면서 너무 자라 논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놈을 죽이려다 버들강아지처럼 앙증맞게 피어있는 목련솜강아지들이 살려달라 하는 것 같아 도저히 베지 못한 나무에요. 논 옆 둠벙엔 산개구리들이 짝짓기하느라 개굴개굴(사실 산개구리 소린 다릅니다. 그 표현을 몰라 그냥 썼는데 제가 존경하는 귀농 선배가 가르쳐주네요. '호로롱호로롱~'하고 노래하는데 참 예쁜 표현이지요? ㅎ) 노래하는 소리가 참 이쁩니다. 비발디 4계의 봄 악장이 저만큼 예쁠지 생각해봤습니다. 가까이 가서 엿들으려 스쿠터 살살 몰고 가 보니 연애하느라 정신 판 놈들이 둠벙 물 텀벙텀벙 거리며 노는 게 여느 청춘남녀의 "나 잡아봐요." 희롱 못지 않네요. 짖궂은 샘일까요. 저도 괜히 헛기침 해보니 일제히 침묵으로 숨어버리더만요. ㅎ 정월 대보름이 경칩 이틀전이어서 찰밥과 나물을 먹었습니다. 설날에 고기 많이 먹어 대보름엔 고기 먹지 않고 견과류와 찰곡식과 나물을 먹는다지만 제가 볼 때는 고기보다는 찰 곡식 먹기 위해 그런 건 아닐까 상상해봤습니다. 설날에 고기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습니까. 특히 부유하지 못한 농가에서 탈 날만큼 고기 먹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절에 농사일 시작하려면 몸도 데우고 힘도 낼 찰곡식을 먹기 위해 나물을 많이 먹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찰곡식 많이 먹으면 변비에도 좋지 않듯이 몸에 잔류해 여러 대사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그걸 예방하기 위해 섬유질 풍부하고 비타민, 미네랄 풍부한 나물을 먹어주는 것 아니겠냐는 거죠. 저도 허리협착증 생긴 이후 변비가 잦아 불편했는데 나물 많이 먹으니 속도 편하고 변도 좋아져 일할 맛도 나니 또 한번 우리 먹거리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에 감사한 마음이 들더이다. 여전히 세상은 꽃샘추위의 기세가 떠르르하지만 입춘에서 일어난 봄은 우수비를 맞고 경칩을 거쳐 그 기운을 은근히 퍼뜨려 갑니다. 경칩에 밭에 가보면 땅에 금이 가 있음을 볼 수 있어요. 그 금의 정도로 지난 겨울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고 봄 날씨가 어떤 상태인지도 파악할 수 있지요. 금이 강하고 많이 가 있으면 겨울에 눈비가 적당히 내려 흙이 얼었다가 경칩 즈음 봄의 건조한 기운으로 갑자기 흙 표면이 녹으면서 마른 겁니다. 물 먹은 흙이 얼어 부피가 커졌다가 봄 마른 기운에 갑자기 부피가 쪼그라들면서 금이 간 거지요. 그렇지만 토양 내 유기물이 충분하면 스폰지 역할을 해 금 가는 현상은 적어요. 어쨌든 겨우내 흙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흙은 부드러워지는데 경칩에 흙 표면의 금이 많이 가면 봄 가뭄이 심하거나 토양 내 유기물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래 예부터 경칩에 흙 일을 하면 손해가 없다 했습니다. 그만큼 겨우내 얼었던 흙이 풀리면서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흙은 겨우내 만들어지고 부슬부슬해지죠. 물 먹은 돌멩이가 얼어 부피가 커져 돌이 깨지면서 흙이 되는 거거든요. 돌의 풍화작용으로 흙이 된다고 하지만 저는 빙화작용으로 흙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입니다. 옛 석공들이 큰 돌을 깰 때도 이 원리를 이용했다 하지요. 겨우내 땅에 박혀있던 쇠 꼬챙이가 봄이 되면 살짝 튀어올라 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것도 같은 이치 때문입니다. 흙이 얼어 부피가 커져 밀려 올라온 것이에요. 농부는 경칩이 되면 부서진 담벼락 수리를 하든가 밭을 갈기도 합니다. 흙이 부드러워져 쉽게 되거든요. 그래 이 때는 가래로 갈 일을 호미로도 갈 수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흙을 갈지 않고도 작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무경운 농법입니다. 사실 무경운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어요, 그럼 호미질도 하지 말라는 건가? 라고 따질 수가 있잖아요. 그래 무경운의 핵심은 무거운 기계로 땅을 짓누르고 고속회전 날로 흙을 밀가루처럼 가는 일을 하지 않는 걸로 이해해야 합니다. 오히려 흙을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암튼 농부는 그렇게 경칩에 밭을 갈며 농사일을 공식적으로 시작합니다. 음력 대보름이 보통은 우수 근처에 드는데 올 해는 경칩 이틀 전에 들었습니다. 이번엔 음력이 늦는 꼴이에요. 거꾸로 절기는 양력으로 볼 때 빠른 거지요. 그래 올 상반기엔 양력 기준으로 파종을 할 때는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음력으로 빠른 거겠지요. 올 대보름은 붉은달이었어요. 개기월식 때문인데 태양파 중 긴 파동인 붉은 색만 지구 넘어 통과해 그렇다지요. 암튼 좋은 징후는 아닙니다. 신기한 현상이라고 반길 일이 아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늘이 하는 일인 것을요. 하늘이 하는 일에 대해선 좋다 나쁘다 탓할 수가 없어요. 다만 잘 헤아리고 겸손하게 받아들여 조심조심해야죠. 반면 흙은 뿌린대로 거둔다 했으니 농부는 경칩부터 흙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성실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홧팅! * 대문 사진 : 흙 마르지 말라고 덮은 볏짚 사이에 가을에 심어 먹고 남은 시금치가 싱싱합니다. 물 타서 준 오줌으로만 키웠는데 최고로 맛있을 때지요. 소금간만 해도 끝내줍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기획
    • 절기이야기
    2026-03-08
  •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언 땅이 녹기 시작하는 우수
    입춘에 봄이 일어선다지만 사실 아직은 땅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몸으로 체감하긴 이릅니다. 요즘 처럼 입춘 이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더하죠. 그러다 땅속의 양의 기운이 체감되기 시작하는 게 바로 우수입니다. 속담에 우수비에 대동강 얼음이 풀린다 했어요. 실제로 우수에 비 오는 경우가 많지만 찔끔 오고 마는데 밭에 가보면 제법 온 것처럼 땅이 질퍽하죠. 언땅이 녹아서입니다. 그런데 올 해 우수엔 비는 오지 않았네요. 밭에 가보니 비는커녕 땅에 가뭄기가 제법 느껴집디다. 좋은 조짐이 아니에요. 날은 풀렸지만 언땅이 녹으면 흙이 좀 끈기가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말이죠. 흙이 가물면 산불화재도 걱정이지만 봄 농사에도 좋을 일 하나 없습니다. 우수 전 후로 대보름이 옵니다. 추석 보름과 함께 대보름은 달도 크고 밝지요. 그 달이 밝지 않다면 좋은 징후가 아니라 했어요. 대기에 습이 많거나 저기압이란 얘긴데요, 봄이 땅속에서 잘 일어나려면 대기가 맑아야 양의 기운이 많아 흙의 음기운을 더 잘 깨울텐데 말이죠. 옛말에 멀리 일 나간 자식 설엔 못 와도 대보름엔 꼭 온다 했어요. 아무리 늦어도 대보름부터는 농사일 시작해야된다는 뜻이죠. 그만큼 대보름부터는 확실히 날이 풀리니 농한기는 이제 끝이라는 거겠지요. 대보름에 하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행사는 농사 시작을 알리는 축제 놀이였습니다. 빈 깡똥으로 하는 쥐불놀이는 아마 일제 강점기 이후 통조림 통, 페인트 통이 흔해진 이후 생긴 것으로 원래는 들녘에 솔가지 횃불이나 새끼줄 등에 불씨 담아 불을 놓았답니다. 아무튼 이런 불놀이는 기본적으로 월동한 병해충 살균과 풀씨 제거의 의미가 있었을거구요, 또 불이라는 양의 기운으로 남은 겨울 기운 제압하고 봄 기운 재촉하며 농사일에 사람들 기운 북돋으려는 축제의 의미가 있었을 겁니다. 요즘은 화재 위험 때문에 엄두 못내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요. 올해는 우수가 음력 1월3일이니 대보름 12일 전이네요. 그만큼 대보름이 늦으니 봄도 늦고 꽃샘추위도 기승을 부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농한기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쉴 날이 연장된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에요. 이래저래 바쁠 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하늘은 농부의 게으름을 기달려 주지 않아요. 열심히 한다고 좋은 일만 주지도 않지요. 둘은 주지 않지만 하나는 꼭 준다 하니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내 갈 길 가는 수밖에요. * 대문사진 : 밭에 갔더니 손님이 와 있네요. 음력 2월(묘卯)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먼저 토끼님이 오셨어요. 행동이 민첩하지 않고 살이 찐 걸로 보아 집토끼 같은데 아래밭 선배에게 전화하니 당신 토끼가 달아난 것 같다 하십니다. 혹 월동 작물들 뜯어먹지 않았나 살펴 봤더니 별 문제도 없구요. 늘 제 일이라면 당신 일처럼 도와주시는 선배님의 토끼이니 좋은 소식일밖에요.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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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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