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저자 3명 중 한 분인 노경희 교수에게서 선물 받은 책이다.

노경희 교수는 먼저 그의 남편 김하진 교수를 통해 알았다.

 

노교수는 일본에서 공부한 한학자이고 김교수는 물리학자이다.

김교수는 내가 미국에 있던 시절 클래식 기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오합지졸이 모여있는 우리 클래식 동아리에 들어와 기꺼이 선생을 맡아주었다.

그의 기타 실력은 대학교 때부터 쉬지 않고 갈고 닦은 터라 우리 모두의 혼이 빠지게 만들었다.

 

나는 이미 기타와 이별했지만 그의 기타 열정은 변함없고 일년에 한번씩 연주회를 갖는다.

그의 부인 노교수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났는데 그 서글서글한 인상과 친화력에 끌렸다.

 

이렇게 한국에서 페친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페북의 여러 기능 중 선기능의 하나는 사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 옛친구를 찾을 일은 요원하다.

하지만 SNS 세대는 맘만 먹으면 친구를 잃을 일이 없다.

나는 아마도 페북 일세대쯤 되겠지만 옛친구를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젊은 친구들의 사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이 즐겁다.

노교수도 페북에서 가까와졌다.

 

그녀는 자기 전문분야의 글을 포함 자주 글을 올린다.

그녀가 올리는 고서 관련글이나 고그림 같은 것이 문외한인 내게도 흥미를 끌만큼

그녀는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재밌게 쓴다.

 

그녀 포함 3명이 저자인 책 "알고 보면 반할 꽃시"는 제본부터 다르다.

꽃그림은 맘에 드는 것을 뜯어내 액자로 만들고 싶다.

한장 뜯어내도 모를 제본이다.

 

52가지 이 책에 나온 꽃들은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야생화가 아니라

뜰안에서 쉽게 만나는 익숙한 꽃들이다.

꽃의 자태나 향기는 시를 짓고 술을 부르게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다.

마당에 철 따라 피는 꽃을 가진 나는 얼마나 풍요로운 인생인지 새삼 실삼한다.

 

매일 시 한수 짓고 술 한잔 해야 할 판이다.

많은 이들이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는데 플로렌스 크레인이라는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그린

"머나먼 한국의 야생화와 이야기"라는 책에 그린 꽃 그림을 오래 보게 된다.

허난설헌의 '작약도'의 작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녀의 시는 입가에 미소를 불러낸다.

 

금동이 저녁 이슬 봉선화에 맺히고

예쁜 아씨 열 손가락 곱고도 길다네.

절구로 꽃잎 찧어 배춧잎으로 싸매고

등불 앞에서 쌍귀고리 울리며 조심스레 살펴보네.

새벽에 잠을 깨어 발을 걷어 올리니

거울에 비치는 화성의 빛 보이는구나.

풀잎 뽑을 때면 붉은 범나비 나는 듯하고

아쟁 탈 때면 복사꽃 놀라 떨어지는 듯하네.

분화장 곱게 하고 비단결 머리 손질하면

소상강 대나무에 피눈물이 얼룩진 듯하네.

때때로 붓을 잡고 지는 달을 그리노라면

붉은 꽃비가 봄산을 지나는 듯하구나.

 

(염지봉선화가, 난설헌시집)

꽃같이 아름답고 고풍스러우며 향기로운 책!

이 봄에 곷 선물로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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