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에서 지리의 산줄기는
천왕으로 내달리거나
노고를 거쳐 만복으로 향한다
구례의 산줄기는
모두 반야에서 시작한다
지리의 많은 산줄기 중 이름도 미약하고, 산세도 크지 않은 간미봉 줄기에
지리산 산신의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다
노고에 깃든 마고의 이야기도...
신라와 조선과 대한제국의 남악을 숭배하던 남악사도...
삼국시대 산성들이 마고할미와 얽히면서 태어난 숱한 할미성과 할미봉도...
간미봉 능선을 따라,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왔다
그 간미봉, 지리산 산신의 자리에, 골프장이 들어선다
45만평 산과 숲과 계곡이 파괴되고
27홀, 나이스 샷을 위한, 골프장이 들어선다
산허리는 잘려나가, 거대한 포크레인과 트럭이 지나다니는 길로 변했다
골프장 사업이 허가가 나기도 전에
16만평 산과 숲이 사라지고
수천 그루의 나무들은, 분쇄기에서, 팰렛으로 분해되었다
주검이다
나무의 주검들이고..
숲의 주검들이고..
산의, 지리산 산신의 주검들이다...
지리산은
수천년전 부터 숭배해 오던 오악 중 하나인
남악이다
신라의 오악
동악 토함, 서악 계룡, 남악 지리, 북악 태백, 중악 팔공
조선의 오악(실제로는 4악에만 제사를 지냄, 동악은 제사를 지내지 않음)
서악 송악, 남악 지리, 북악 비백, 중앙 북한
대한제국의 오악
동악 금강, 서악 묘향, 남악 지리, 북악 백두, 중악 북한
신라에서 대한제국까지,
남악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 지리산
그 지리산의 산신은 놀랍게도, 여신이다
법계사의 산신각 산신도
쌍계사의 산신각 산신도
여신이다
천왕의 성모도 여신이다
시대에 따라, 선도성모, 마야부인, 위숙부인, 마고할미, 노고할미...이름은 바뀌었지만
지리산 산신이라는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구례의 산줄기를 타고
내려 온 산신은
불교와 융화되어, 절의 산을 수호하는, 정령으로 자리매김한다
우번대의 산왕지위로
화엄사의 산왕지위로
천은사의 산왕지위로
지리산 산신, 마고할미는, 내려선다
그리고,
마고할미는, 간미봉 능선을 따라
구례 땅 당동마을에, 남악사에 내려선다
그런데...
그러나...
지리산 산신, 마고할미의 보금자리는
이제
농약과 골프채와 전동카트만 가득한, 그들만의 놀이터로 전락한다
구례군에서 남악제를 지낸다고, 야단법석이다
마고할미의 자리를 거들내고, 골프장을 짓겠다는 군수가
풍악만 울리고, 세금을 퍼부어, 꼴사나운 잔치만 하면, 무얼하나...
마음씨 고운, 마고할미도, 이번만은 그냥 참고 넘어가지 않을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