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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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칩코

 

<가로에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편지를 띄워요. 이번 편지는 기약한 날짜를 한참 지나버렸네요. 혹시 나의 편지를 기다렸다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한동안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는 일이 드물어지니 가로의 근황을 꽤나 오랜 시간 못 들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지난 잊을 수 없는 향기에 대한 편지를 받았을땐,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어요. 많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렇게 향기로 종종 떠오르기도 하는구나. 같은 향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는다는 것도 흔하지 않은 일일텐데, 심장을 쿵 하고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그 강렬했던 향기는 어떤 향이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때의 시간과 추억을 향기를 통해 소중히 간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로의 향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어서 고마워요. 가로의 말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은 닮아있어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했다면 편지가 비슷했을 수 있겠어요. 이번 편지의 주제는 두 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고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주제로 하냐에 따라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지리산방랑단이 정한 지난 청명의 주제는 ‘나를 바꾼 꿈’이고 곡우의 주제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네요. 가로와 저의 편지를 주고 받는 기간이 절기를 빗겨가게 되면서 가로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모든 주제를 함께 나누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어느덧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곡우의 절기를 맞이했으니, 조금은 어렵겠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흔히들 착한사람 콤플렉스 라고 하나요? 예전에는 좋은 사람으로만 타인에게 비춰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고, 나를 싫어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관계가 잘 이어갈 수 있게 때에 따라서 착한 척(?)을 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사회생활도 하게되고 조금씩 더 살아가다보니, 나와는 세상에 대한 관념이 다른 채로 훨씬 더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도 있고, 의도가 없었더라도 나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나를 싫어해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오늘은 왜 화장 안했니?’ ‘너무 편하게 입고 다니는 거 아니야?’ 등 나라는 사람을 지워내는 말을 들을 때면 볼이 빨개지도록 화가나고 억울하기도 했어요.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이라도 해야하나? 머리를 꽁꽁 싸매다가 아, 나는 세상 모두를 담기엔 내 그릇이 부족하구나 라는 것을 느꼈지요. 날카로운 말로 상대에게 불편한 내 마음을 표출하는데만 온 에너지를 쏟았거든요. 


지리산에 내려오면서 인간 관계가 이전과 많이 달라지기도 했어요. 가까이 있던 사람들과 연락이 소원해지기도 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기기도 하고,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새롭게 생겼을거에요. 가로보다 나의 주변에 물리적으로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들 중에는 지리산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고 골프장을 짓는데 열심히 하루를 보낸 노동자가 살기도 하고, 아름다운 섬진강이 주변으로 흙을 퍼다나르며 물 속의 누군가의 집을 파헤치는 노동자도 건너집에 살고 있을 거에요.

 

나와는 생각도 삶도 많이 다르지만 한 마을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그 삶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세상과 조화롭게 산다는 것이 꼭 모두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배웠어요. 굳이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것, 굳이 받아들이려고 애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조화를 이루는 것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해요. 음, 생각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도 하는 것이니 내일은 또 다른 시선으로 관계를 바라볼 수도 있겠어요. 이것이 영원한 저의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비가 촉촉히 내리는 봄이에요. 땅에 심어놓은 씨앗들이 새싹을 움트고 있어요. 씨앗마다 다른 모양의 얼굴을 들이밀고 나오는 것이 사랑스러워요. 그걸 알아보려고 매일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갈색의 고수 씨앗은 동글동글하게 생겨놓고 새싹은 길쭉하고 뾰족하고요, 아욱 씨앗은 까맣고 조그마한 것이 하트 모양으로 뿅뿅뿅 얼굴을 빼꼼 내밀더라구요. 지리산에 내려오는 날 소개해줄게요. 

 

아참, 우리가 편지를 주고 받을 날이 몇 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펜팔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손편지를 적는 것에 대한 설렘을 느꼈던 적이 있거든요. 한번쯤은 가로에게 손편지를 보내보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혹시 메일을 보낼 때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주소를 알려줄 수 있나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어요. 다시 한번 늦은 편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해요.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을텐데 너그러이 이해해준다면 지리산에 왔을 때 꼭 특별한 보답을 할게요! 다음 편지 기다릴게요. 

 


가로의 근황이 궁금한 토토가

 

 

<토토에게>

 

토토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기엔 너무 늦은감이 있어 살짝 민망하네요... 벌써 계절이 또 한 번 바뀌었어요. 우리가 정말로 만나네요! 마침내!

내일 만나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또 한번 우리의 만남이 혹시라도 무산될까 혼자서 마음을 졸였답니다... 편지는 늦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토토와 지리산 방랑산을 생각하며 설레임으로 가득했어요. 지리산 방랑단과의 여정이 너무 기대되요. 그동안의 궁금증과 여러 마음들이 함께 모두 해소될 수 있기를 바라요. 먼저 보내준 우리가 묵을 숙소와 자연들을 보며 정말 오랜만에 기분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고 생각헀어요!

구례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자연 속에서의 경험들은 저에게 분명 많은 영감과 평온을 안겨줄 것이에요. 늘 토토가 걸었던 곳을 함께 걷고, 대화하고, 토토가 기르고 있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함께 탐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로 소중하게 느껴져요.

이 특별한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요. 토토와 친구들에게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함께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또 도시의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 해줄 수도 있을까요?

우리가 만날때까지 참 오래도 걸렸네요. 이편지를 통해 저의 설렘과 기대를 전해요. 우리의 여정이 토토와 가로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멋진 시간이 되길 바라며 마칠게요.

안녕 토토 내일 봐요!!!

여름도시의 가로가.

 

 

토토 이번 주제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네요. 저는 오랫동안 엄마가 나를 미워했다고 생각해요. 왜 나를 미워할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나는 똑같이 엄마를 미워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대로 엄마와 딸이네요. 이제는 엄마가 안 미워요. 엄마도 내가 안 미운 것 같아요. 가끔씩 가족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미움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때는 어떤 이유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미워했을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기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가끔 우리는 나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면서도 참 쉽지 않았네요. 지금도 서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이나 상황속에서 엄마와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어떤 감정을 느꼈고 상상이상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을지, 정말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개인적인 이유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미워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엄마와 딸 관계로 남아있다는 거에요. 가족이라서 그 힘든 시간과 갈등을 수십년을 걸쳐 극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오래된 이야기였네요.

엄마와 솔직하게 대화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상처가 있는 과거에서 영영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계절이 몇 번 바뀌면서 제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이제는 상처가 있는 과거는 뒤로 하고, 지금과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이해와 사랑을 보여주는 주저하지 않고 싶어요. 내 마음이 변하니까 엄마도 나를 사랑하고 이해로 바라봐 주는 것 같아요. 엄마도 내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걸 느끼고 있는 걸까요?

토토 잠시라도 제가 싫었을 수도 있지만,, 부족한 저를 그동안 이해와 사랑으로 다독여줘서 고마웠어요. 정말 이만 마치고 내일 봐요!!! 보고싶어요!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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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편지 : 토토와 가로] 세상과 조화롭게 산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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