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악산이나 피아골 깊은 골짜기에서 만났던 터라
보고 싶어도 쉬이 만날 수 없는 사람쯤으로 여겼는데
섬진강 강길, 구례 남바람꽃 자생지 바로 옆에
박쥐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살고 있어 매년 만나본다.
지리산자락에서 살펴보니 강변에서부터 해발 1000m 산중까지
살아가는 영역이 아주 넓은 나무이다.
고운 여인의 노리개 같은 꽃을 주렁주렁 매단 푸른 박쥐나무
큰 나무들과 키 크기 경쟁 대신 날개 펼친 박쥐처럼 넙적하게 잎을 키워
틈틈의 햇빛을 받아내는 틈새 전략가
키 큰 나무들 그늘에서 자투리 빛을 받아
어찌 이리 고운 꽃을 피워내는지
한 편 한 편 참 고운 시처럼 꽃이 매달려있다
고맙네 박쥐나무
이리 우리마을 가차이에 살아주어서 정말 고맙네
-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