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2(수)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 산내면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에 만복대(萬福臺, 1,433m)가 둥두렷이 솟아 있다. 만복대에서 달궁계곡을 지나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산동면과 산내면의 행정 구역 경계는 산자락을 눈으로 가늠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백두대간의 마루금은 섬진강과 낙동강의 분수계가 된다. 구례군 산동면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넘어서 달궁계곡으로 지역을 뻗쳐 낙동강 수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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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상위마을 산수유 열매,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 마루금 능선길에 이곳 만복대를 오르는 경로로 으뜸은 정령치에서 남쪽으로 2.0km의 능선길이다. 남원시 산내면에서 구례군 산동면으로 넘어가는 지리산 주능선 관통 도로인 861번 지방도로의 성삼재가 있다. 성삼재에서 북쪽으로 작은고리봉을 지나 묘봉치를 거치는 5.5km 능선길이 만복대에 이르는 버금 경로이다.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에서 북동쪽으로 계곡을 타고 3.0km 올라서 묘봉치에 이르고, 묘봉치에서 2.2km 능선길로 만복대에 이르는 경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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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조망, [사진, 이완우]


지리산국립공원은 가을 산불조심 기간을 설정하여,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만복대에 접근하는 탐방로도 통행이 금지되는 구간이다. 지난 14일 늦가을 아침에 산수유 열매가 붉게 물든 산동면 상위마을에서 묘봉치를 거쳐서 습기 머금은 산길의 서릿발을 밟으며 만복대에 올랐다. 너덜지대를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탐방로는 낙엽이 두껍게 쌓여 미끄럽기도 하였다.


조릿대 군락지, 너덜지대 바윗길과 낙엽 쌓인 푹신한 흙길을 번갈아 지나간다. 해발고도 700m 지점에 이르니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휴게 쉼터와 나무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계곡 물소리가 그친 곳부터 가파른 지형을 탐방로는 나선형으로 등산로 경사를 완화하면서 한 걸음씩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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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근경, [사진, 이완우]


묘봉치에 올라서니 만복대를 향하는 능선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듭하며 걷기에 적당하다. 만복대 정상이 멀리서 보인다. 둥두렷한 산봉우리가 너그럽다. 만복대 정상 아래 동남쪽으로 펼쳐진 아늑한 지형의 작은 골짜기가 도장골이다. 


'도장'은 향토적인 어휘로 곡식을 저장하는 광이나 창고인데 주택의 안방에 붙어 있기도 했다. 지리산 만복대는 지리산에서 복과 덕을 가장 많이 간직한 포근한 곳이라고 한다. 이 만복대 바로 아래에 아늑한 지형의 도장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상으로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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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대 정상, [사진, 이완우]


만복대 정상에서는 반야봉을 가장 가깝게 볼 수 있고, 만복대 남쪽의 노고단에서 동쪽의 천왕봉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조망된다. 노고단 서쪽으로 차일봉(종석대)의 양쪽 봉우리가 마치 기와집 지붕의 용마루 양쪽의 치미처럼 보인다. 


만복대에서 바로 앞에서 뱀사골까지 심마니 능선을 뻗치며 자태가 늠름한 반야봉과 중봉은 지리산 주능선 조망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노고단에서 반야봉과 만복대의 사이로 내려오면서 열린 달궁계곡은 뱀사골과 마천면까지 이어지는 큰 골짜기는 백두대간의 종점인 지리산 주능선의 장엄한 아우라와 지체 구조를 더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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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과 차일봉 조망, [사진, 이완우]


만복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은 형세가 가파른데, 노고단과 반야봉은 봉우리가 둥두렷이 두텁고 평온하다. 아마 노고단과 반야봉이 천왕봉보다는 더 오래 풍화된 지형으로 보인다. 만복대는 노고단에서 달궁계곡을 따라 함양군 마천면의 임천까지 펼쳐진 웅장한 골짜기 위로 반야봉을 중심에 두고 서쪽 최고봉인 노고단에서 지리산의 정상인 천왕봉까지 45km의 지리산 주능선이 함께 조망되는 감동적인 전망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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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궁계곡과 천왕봉 조망, [사진, 이완우]


만복대와 반야봉 사이의 달궁계곡은 늦가을의 마른 갈색 단풍의 색채와 정적에 잠겨 있다. 달궁계곡은 반달가슴곰의 보금자리로 보호되고 있다. 만복대 정상 가까이에 형성된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만복대의 기슭에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으며 지리산 생태계의 소중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만복대에서 머무르면서 확인한 지리산의 지리산다운 진정한 아우라의 감동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늦은 가을 차가운 바람에 마른 억새의 꽃이삭이 하얗게 물결치는 스산한 정서를 뒤로하고 만복대에서 내려왔다. 봄 여름의 생명력이 피어나는 계절에 다시 만복대를 찾아서 생명력 넘치게 푸른 지리산의 풍요로움에 안겨보리라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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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고원 조망, [사진, 이완우]


만복대에 올라온 경로를 다시 되돌아 묘봉치를 거쳐 구례 산동면 상위마을로 내려왔다. 묘봉치 아래 계곡에서 상위마을에 가까워지니 계곡을 따라서 계곡 따라서 검정 호스가 줄을 지어 내려온다. 봄에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아랫마을 주민들의 설비였다. 경사진 지형에 다랑논 흔적이 계속 이어지고 경작을 포기한 논바닥 평지에는 산수유와 차나무 등이 자라고 있었다. 


만복대에서 상위마을까지 내려오는 5.2km 산길은 반야봉을 중심으로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의 장엄한 감동이 진한 여운으로 계속 남았다. 봄이면 노란 꽃으로 지리산 자락을 물들였던 산수유나무마다 붉은 열매가 가을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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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상위마을 다랑논 흔적, [사진,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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