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김 영 언
집을 짓는다
허공에 벽을 둘러치고
길을 막고 하늘을 가린다
바람의 길이었으나
구름의 정원이었으나
하늘을 덮고 서서 자는 벚나무의 잠자리였으나
욕망의 높이만큼
견고하게 구획을 짓고
나무의 잠을 쓰러뜨린다
이 세상 잠시
꿈의 밀실을 꾸미기 위해
층층이 벽돌을 쌓아 올린다
지상을 밀어 올려
구름 같은 삶을 세웠으나
비로소 허공을 차지하였으나
저 멀리
흰 구름 흩어지는 것도 모르고
눈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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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처럼 우리는 ‘허공에 집을 짓는다.’ 바람의 길이나 구름의 정원 그리고 벚나무의 잠자리를 빼앗아 허공에 집을 짓는다. 많은 시들에 등장하는 ‘집’이라는 시어의 의미망 속에는 ‘존재의 근원’을 가리키는 것들이 많다.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짓기 위해 자연의 균형을 깨고 우주의 순환 질서를 거스른다. 하지만 그것은 허공에 집을 짓는 것처럼 존재의 거처로서는 부질없고 허망한 것일 뿐이고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 와서 잠시 ‘꿈의 밀실’을 꾸미기 위한 것이지 본질에서 벗어난 삶이라는 것이다. 탐욕의 본질을 참으로 적절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박두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