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1(금)
 

 

섬진강 편지

-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간 순천의  소녀를 위하여

 

낯선 도시가 아니네.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네. 우리가 어울려 사는 도시네. 낯선 거리가 아니네. 우리가 늘 지나던 거리네. 어제도 우리는 저 거리를 지나 집으로 왔지. 그러나 한 소녀는 영영 집으로 가지 못했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묻지마 칼부림에 주검이 되었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낯선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피를 흘리며 쓰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낯선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네. 비명과 절규 속에 피 흘리며 쓰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바로 우리가 오가는 길에서 일어난 일이네. 소녀는 낯선 소녀가 아니네. 저 건너 마을 친구 옆집의 꿈 많던 소녀라네. 낯선 도시 낯선 거리 낯선 마을 낯선 사람의 일이 아니라네. 소녀의 죽음은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죽음이라네.

 

섬진강 김인호

 

* 10월의 첫 아침 자욱한  섬진강 안개를 바라보며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잘 가서 거기서는 아픔 모르고 비명 모르고 피흘림 모르고 평안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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