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4년 10월 30일~31일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호텔 그랜드볼롬(B1)에서 진행된 <반달가슴곰 복원 20주년 기념행사>에서 발표하기 위한 작성한 것입니다.
반달가슴곰과 공존하기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노력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20년을 돌아보며
윤주옥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사)
한국 시민사회는 1990년대 중반부터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을 구체화한다
1996년은 한국 환경단체들이 반달가슴곰 관련 활동을 시작한 해이다. 환경부의 요청에 따라 1996년 7월 말 구례에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가, 산청에 ‘지리산생태계보존실천운동산청군협의회’가 결성되었고, 특히 구례와 하동에서 활동한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회장 우두성)는 올무, 덫 등을 제거하고, 엽구가 설치되지 않도록 주민 홍보를 진행하였다.
지리산권 단체들의 반달가슴곰 보전활동은 1996년 10월 31일 『문화일보』 1면에 올무에 걸린 곰 사진과 올무가 설치되어 있는 장면이 실리면서 힘을 받는다. 김영삼 대통령은 11월 2일 ‘보신족들의 사주를 받은 반달가슴곰 밀렵행위는 우리 생명과 다름없는 자연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반사회적 환경 범죄로서 마땅히 규탄되어야 함, 밀렵행위의 철저한 단속과 함께 이를 어기는 밀렵꾼과 악덕 상인들을 엄벌에 처하도록 할 것’을 지시한다. 그후 1996년 11월 지리산 생태계 보호 대책(반달가슴곰 중심)이 환경부, 내무부(국립공원관리공단), 법무부, 문화체육부, 경찰청, 산림청, 시군, 지리산생태보존회 등 관계부처, 시군, 단체 합동으로 계획되었다.
반달가슴곰 보전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 지리산권 단체들의 활동에 이어 환경운동연합은 1996년 11월 지리산과 서울에서 ‘야생동물 보호와 지리산 반달곰 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12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야생동물 보호와 지리산 반달곰 살리기 공청회’를 열었다.
녹색연합은 1996년 올해의 10대 뉴스에 ‘지리산 반달곰 보호운동’을 선정하였고, 1997년 11월에는 환경부,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 일본 곰전문가 등과 공동으로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조사 활동을 하여, 조사에서 발견된 발자국 등으로 봤을 때 10마리 이상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일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97년 11월 22일에는 녹색연합이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과 공동으로 ‘반달가슴곰 보전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고, 1999년 6월에는 관악산, 남산, 도봉산, 북한산 일대에서 전국적인 밀렵 실태를 고발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보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반달곰 구출작전’을 진행하였다.
반달가슴곰에 대한 한국 환경단체들의 관심은 ‘한국 웅담-곰발바닥 최대 시장’(1996년 7월 25일, 동아일보), ‘호텔 곰 발바닥 요리 논쟁’(1996년 12월 3일, 조선일보), ‘곰 밀렵 중단 안 하면 미 극장서 고발 광고’(1997년 5월 8일, 한겨레), ‘곰 밀매하지 맙시다’(1997년 5월 10일, 경향신문) 등 곰 밀렵, 웅담 소비, 곰 요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 환경운동연합 주최 ‘야생동물 보호와 지리산 반달곰 살리기 공청회’ 초대장
↑ 1997년 11월 25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가슴곰만 바라보겠다고 선언한다
1998년 12월부터 2001년 11월 국립환경연구원은 ‘반달가슴곰 종복원 기술 개발연구’를 진행하고, 2002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반달가슴곰관리팀이 발족되면서 2004년부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본격화된다. 이때부터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만이 아니라 한국의 여러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지리산권 지역단체 등이 반달가슴곰 보전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17년 5월 16일, 반달가슴곰 보전을 위해 활동하던 지리산권 주민, 연구자, 활동가 등은 ‘반달곰가슴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서식지 확보와 반달가슴곰과 사람과의 공존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우리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도 반달가슴곰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물려주겠다’며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하 반달곰친구들)을 창립하였다.
반달곰친구들 창립은 1996년 이후 반달가슴곰 보전활동 앞장섰던 주민, 연구자, 활동가 등이 ‘반달가슴곰 보호’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창립 이후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가슴곰 보전과 보호를 위한 현장 활동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반달가슴곰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 심층조사’(2017년 9~11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발주), ‘반달가슴곰 서식권역 확대 예상에 따른 서식환경조사 및 복원방향 설정 연구’(2017년 10월 ~ 2018년 9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공동), ‘반달가슴곰 2단계 복원정책수립을 위한 전략토론회’(2018년 5월 4일, 이상돈 국회의원 공동), ‘반달가슴곰 서식권역 확대에 따른 대응 전략 토론회’(2019년 3월 28일, 이상돈 국회의원 공동), ‘반달가슴곰 분산지역 서식환경 기초조사’(2019년 ~ 2022년,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 공동) 등을 진행하며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 나갔다.
↑ 반달곰친구들이 국회 등과 협력하여 진행된 정책토론회 웹포스터
한국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서 반달가슴곰 KM-53, 반달가슴곰 KM-55 등은 무척 상징적인 존재이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가슴곰 KM-53의 고속도로 교통사고’(2018년) 이후 ‘반달가슴곰의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이슈를 다양한 방식의 현장 캠페인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반달가슴곰 KM-55이 올무에 의한 희생된 사건’(2018년) 이후 매월 마지막 월요일을 ‘올무 수거의 날’로 정하여 현장 활동과 캠페인을 하고 있다.
↑ 2018년 생물다양성의 날에 KM-55가 교통사고를 당한 고속도로 입구에서 진행된 ‘반달곰 통행권 보장’ 요구 시위
↑ 반달곰친구들은 KM-55가 올무에 걸려 죽은 사건이후 매월 마지막 월요일에 올무수거활동을 진행한다
반달가슴곰을 받아들이는 것이 공존의 시작이다
반달곰친구들은 지역사회와 주민의 반달가슴곰을 삶의 영역으로 받아들였을 때,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 심층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동의한다’라는 질문에 2012년은 2006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2016년, 2017년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조사결과는 주민들도 복원사업에 동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나는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20년 전과 지금은 사뭇 다르다. ‘같이 살아야지’, ‘거기도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곰이야 뭐, 피해가 많지는 않아’ 등으로 함께 사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또 수도산에 간 반달가슴곰 KM-53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잘 살아야 할텐데’, ‘지리산만큼 좋은 곳이니까 갔지’ 등, 마치 타지에 있는 자식을 생각하는 것처럼 미소를 짓는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가슴곰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면 먼저 지역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이장을 찾아가 설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을에 며칠 머물면서 마을사람들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기획된 행사가 ‘곰깸축제’였다. ‘곰깸축제’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반달가슴곰이 반갑지만, 지리산에서 일할 때, 탐방할 때는 반달가슴곰과의 만남을 주의해야 한다는 걸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또 산촌 전통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주민 이야기를 듣고,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리산자락 마을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곰깸축제’는 반달곰친구들과 하동군 의신마을회,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등이 ‘곰깸축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모든 사항을 협의하고 조율하였다. ‘곰깸축제’는 마을주민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마을과 단체, 기관이 곰깸축제를 매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마을주민 소득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2회 곰깸축제’(2019년 4월 13~14일)동안 반달곰친구들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생태경제학연구실이 공동조사한 ‘산림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조사’에 의신마을주민들은 ‘곰깸축제’를 통해 마을 홍보와 마을공동체 단합을 원한다고 답했다.
↑ 제2회 곰깸축제 웹포스터와 행사 사진
2000년 이후 반달곰친구들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토론회, 강좌, 기획행사 등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역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반달곰마을학교’를 기획하여 구례와 하동에서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반달곰마을학교 기본교육은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어제와 오늘, 반달가슴곰의 생태적 특성과 서식 현황, 국내외 곰 공존사례, 마을 안의 반달가슴곰 흔적 찾기, 반달가슴곰 조사결과 나누기 등의 강좌로 구성되었다. 심화교육은 반달가슴곰과 함께 사는 법, 곰 생추어리: 인간-동물의 새로운 관계, 사람들은 반달가슴곰을 어떻게 생각할까?-설문지 작성해보기, 설문 수거 활동 공유,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자연학습장 견학, 의신마을 베어빌리지 답사 등으로 진행되었다.
반달곰친구들은 마을, 주민과 함께 한 경험을 토대로 2021년부터 ‘반달곰을 사랑하는 1%’(약칭 반달곰1%)를 조직하였다. 반달곰1%는 반달가슴곰과 우리가 평화롭게 공존하길 원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가게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이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순이익의 1%를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반달곰친구들과 의논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에 쓰기로 약속하였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 반달곰1% 유랑인증서
반달가슴곰과의 공존하기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숫자상으로 성공했다고 말해진다. 한국 국민도 반달가슴곰을 사랑하며, 지리산을 포함한 한반도 남쪽 숲에서 반달가슴곰이 잘 살기를 원한다. 이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지리산 반달가슴곰 염소농장 습격해 염소 3마리 죽여’(2023년 9월 1일자 국제신문), ‘"지리산서 버섯 캐다 곰 마주쳤다"..60대 다쳐’(2024년 8월 12일자 kbc광주방송), ‘[지리산 반달곰 안전할까?] 탐방로에서 반달곰 마주칠 확률 0.8%…사람 피해 없었지만 대물피해 514건’(2022년 12월 8일자 월간산) 등의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지리산권 주민들은 흔들린다. 국민들도 ‘왜 반달곰을 풀어놔가지고’라며 전후 관계를 살피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질문한다. ‘곰이 중하냐, 사람이 중하냐’, ‘사람이 먼저냐, 곰이 먼저냐’
앞으로 우리는 이 질문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반달가슴곰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사람들은 지리산을 통제 없이 이용하고 싶어하며, 주민들도 삶을 위해 지리산에 들어갈 것이니, 이 질문은 좀더 자주, 강도 높게 반달가슴곰과 우리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하고, 설득하고, 실행해야 한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을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우리는 지리산권 지자체, 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주민센터와 마을회관, 학교 등에서 반달가슴곰 교육과 캠페인이 일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 야생생물보전원은 반달가슴곰 관련 정보를 지역사회(특히 지리산 인접 주민들)에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지리산국립공원만이라도 산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산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리산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받는 ‘입산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지리산에 들어가 임산물을 채취하는 주민들에게 ‘곰 스프레이’가 보급되어 주민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반달가슴곰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과 현장의 변화만이 아니라 반달가슴곰이 있어 지역사회가 살아나고, 주민들도 풍요로워질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반달곰친구들이 실행하고 있는 곰깸축제, 반달곰마을학교, 반달곰1% 등과 같이 주민이 참여하고, 참여한 분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가 더 많이 생겨날 때 주민들은 반달가슴곰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반달가슴곰 2단계 복원정책수립을 위한 전략토론회 자료집』’(2018년 5월 4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이상돈 국회의원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 심층조사 결과보고서』(2017년 12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 보호와 지리산 반달곰 살리기 공청회 자료집』(1996.12.13.), 환경운동연합
「반달곰1%의 바람」(2024.06.01.), 반달곰을사랑하는1%
「산림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조사」(2019년 5월),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생태경제학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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