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10(수)
 

 

 

물의 국경선

 

나 희 덕

 

 

세계의 물이

점점 빨리 돌고 있다

 

담수가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열대와 아열대의 물이 마르고 있다

 

남반구의 물이

북반구를 향해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가고

 

마지막 빗방울을 본 것이 언제였을까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북쪽으로 북쪽으로 물을 찾아 이동하는 난민들

 

국경에 줄을 서서

고무호스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국경은 얼음처럼 단단하다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고

마른 돌멩이들만

울퉁불퉁 기념비처럼 쌓여 있다

 

아주 멀리서 빙하가 속수무책 무너져 내리고

세계의 물이

더 빨리 돌기 시작하고

담수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

물풀 한계선처럼

수목 한계선처럼

 

지도 위에는 매일 새로운 물의 국경선이 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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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DJI_0267.jpg

 

시인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영감을 가지고 노래하곤 한다. 그래서 잡히지 않는 '마음''영혼'을 다루는 이들이 시인이다. 하지만 나희덕은 최근의 시집 시와 물질에서 세상의 모든 물질을 노래한다. 물질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현실 인식의 토대여서 문학 속에서는 늘 배경으로 존재하는 편이나 이 시집에서는 시의 중심에 전면에 배치된다. 그리고 시인은 '라는 물질'을 말하기도 한다. 시인은 물질의 세계, 물질의 우주 속에 인간이라는 물질도 모든 사물과 평등한 하나의 물질일 뿐이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인식을 이끌어낸다.

 

 

이 시에서 시인은 물의 국경선을 보고 염려하고 있다. 요즘 매일 아침부터 30도에서 시작해서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45도를 넘어선 유럽의 폭염이 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기후환경이 이렇게 전 지구적으로 위기에 이르렀다. 물풀 한계선, 수목 한계선처럼 지도 위에 매일 새로운 물의 국경선이 그어진다고 걱정한다. 자본의 문명 속에서 '마음''영혼'도 병들었건만 세상을 이루는 물질도 그 한계에 이르렀다는 위기감을 우리들 손에 쥐어준다. ‘시라는 물질도 이 위기의 물질이 된 지구를 위해 현실 삶에 동원된 것이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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