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3
진눈깨비 속 봄 편지
어제까지 3일 동안 지리산 함양의 산들이 타는 동안 맘이 편치 않았다. 몇몇 지인들이 가까운 산자락에 살고 있어서 더 그랬다. 다행히 오늘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조금 안심은 되었는데 아침부터 반가운 빗님이 오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지리산人』 편집위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산행하는 날이어서 망설였는데 모두 비를 맞으며 그냥 산행을 하기로 했다. 산불을 잡아주는 고마운 비라는 생각과 봄의 기운을 흠뻑 몰아줄 비라는 걸 모두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느낌을 몸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봄을 이루려는 모든 나무며 사물들의 빛깔을 통해 공감의 징후를 느끼고 싶었다. 이른바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공감능력,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맞다면 이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의 시작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지점에서 모든 생명이 서로 변화를 공감하며 연대하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서로에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다. 리프킨은 이런 공감의식을 갖게 되고 확장하는 데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만물 모두의 안에 존재하는 신성을 이해하게 해준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삶은 이런 경외와 신성은커녕,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함께 동등하다는 인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쨌거나 나는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봄이라고 불리는 이 신비하고 거대한 우주 자연의 자연스럽고 타당한 변화에 모두가 연결되어 집중하는 그 공감의 시간과 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었다. 나 자신(개체의식)도 모든 타자(전체의식)에 스며들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스스로의 공감능력을 검증하고 싶었다.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산을 오르니 비는 점차 진눈깨비가 되었다. 그래도 검게 마른 가지들이 촉촉해지면서 움을 틔우는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겨우내 얼어붙은 폭포수도 개울물처럼 졸졸 흐르듯 수직으로 녹아내리며 목소리를 틔우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