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9(수)
 


봉숭아.jpg

 

 주지 못한 베개

 

자려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내 삶에 병상의 환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종양 병동 근무 당시의 일이다. 1111호에 입원한 김가람 님은 폐암 환자로 몇 번의 항암치료를 끝내고 퇴원하는 날이었다평소 말이 없던 그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몽고풍의 모자를 쓰고 있던 그는 평소에는 잘 내색하지 않아 표정으로 통증의 강도를 읽던 분이었다.

 

수간호사님,이 베개 집에 가져가면 안 돼요?”

그 베개가 편하세요?

,이 베개가 잠이 잘 와요.”

 

나는 왜드릴게요라는 말을 입안에 담고 있었는지아이처럼 베개를 안고 애써 용기 내서 말하고 웃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나는 왜 베개를 주지 못했을까베개를 챙겨주려 했는데 퇴원할 때 미처 주지 못했을 거야핑계를 댄다언뜻언뜻 생각나는 1111호 문 옆 침대에서 투병하던 김가람 님힘든 항암치료를 견디고 밥이 약인, 밥 한 술 한 술 넘기던 모습이 액자처럼 벽에 걸려있다주지 못한 베개 하나 빈 침상에 덩그러니 남아 있다그를 만날 수 있다면 새 베갯잇 씌운 베개를 그 품에 안겨주고 싶다그때 항암치료 부작용을 잘 극복하고 퇴원했으니 지금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다어쩌면 그도 나처럼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좋아하는 몽고풍 모자를 쓰고,

 

* 김가람 님은 가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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