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9(수)
 

지금은 구례곰마루쉼터(이하 곰쉼터)에 있는 무니, 수리, 부기는 올해 4월 30일까지 문수사에서 살았다. 내가 이들을 처음 만난 건 2012년이었는데, 그 후로 문수사를 생각하면 곰들이 갇힌 철장이 먼저 떠올랐다.

 

“2013년에 문수사 갔다가 갇혀 있는 곰을 보고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사찰에서 철창에 갇힌 곰에게 줄 먹이를 팔다니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거대한 곰의 모습에 눈물이 납니다.”

“저희 아이도 오래전에 거기 곰들을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문수사 간판만 봐도 싫어합니다.”

 

문수사와 그곳에 사는 곰들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이다. 나 역시 문수사를 떠올리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1년에 한 번씩은 문수사에 올라가 곰들이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확인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의 질문에 매번 “그 곰들은 개인(문수사 주지)의 사유재산이라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올해는 지난 2월, 문수사 주변으로 올무 수거 활동에 갔다가 곰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여 문수사에 올라갔다. 여전히 철장 안에서, 여전히 왔다 갔다 하고, 여전히 돈을 내고 곰들에게 먹이를 주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우리를 본 곰 한 마리가 철장에 머리를 부딪히며 소리를 지르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그 곰이 철장에 머리를 부딪힐 때마다 내 머리도 철장에 ‘쿵’ 부딪히는 통증이 전해졌다. 더는 그곳에 서 있을 수가 없어 일행들에게 내려가자고 이야기했다. 문수사에서 내려오면서, 가까이에 곰쉼터가 있는데 이 곰들은 왜 여전히 이곳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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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니와 수리, 부기가 살던 문수사 철장(뜬장)

 

3월 초, ‘문수사 철장에 갇힌 곰들을 곰쉼터로 보내자’는 서명과 항의 전화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서명은 100명에서 1천 명으로, 다시 2천 명, 3천 명으로 삽시간에 늘어났고, 항의 전화를 했다는 분들이 상황을 전해왔다. 결과적으로 문수사의 곰들은 곰쉼터로 옮겨졌다. 3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곰들이 이주한 게 4월 30일이니 두 달 만에 묵은 숙제를 한 셈이다.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고 실천하면 부조리한 일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 일이었다.

 

무니, 수리, 부기는 4개월째 곰쉼터에서 살고 있다. 잘 살고 있겠지만,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더운 여름애 뭘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여 곰쉼터를 찾았다. 최신영 수의사는 무니, 수리, 부기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말해줬다.

 

“무니, 수리는 문수사에서 온 친구들이라 자연스럽게, 마지막 한 친구에게 ‘사니’라고 붙이려 하니 ‘사니?’ 이런 물음으로 들려 좀 이상해서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잘 걷지를 못하는 거예요. 걷는 모습이 거북이 같아서 ‘부기’라고 했습니다.”(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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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쉼터로 옮겨진 후 건강을 회복한 부기 (사진제공 : 구례곰마루쉼터)

 

 

곰쉼터에 왔을 때 거북이처럼 걷던 부기는 많이 좋아졌다. 척추에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어 압박이나 염증을 줄여주는 약물치료를 했고, 곰쉼터 바닥이 타일이라 미끄러우면 걷는 게 힘들 수 있으니까 청소 후에는 최대한 물기가 없도록 했다. 이제는 걷는 모습이 눈에 띄게 괜찮아졌다. 100% 완벽한 건 아니지만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은 없다.

 

나는 문수사의 곰들이 ‘이사’, ‘이주’했다는 표현보다는 ‘옮겨졌다’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문수사 곰들뿐 아니라 곰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사람에 의해 이동하는 과정에는 마취를 하거나 포획틀을 사용하는 등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윤주옥: 문수사에서 여기는 무척 가깝잖아요.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때, 마취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신영: 네, 그렇습니다. 문수사 철장 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이동이나 환경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서요. 흥분한 상황에서 마취를 하지 않고 케이지로 이송한다면, 그 친구들에게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윤주옥: 더 좋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거잖아요?

최신영: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작은 공간에 갇혔다가 (넓어지고 깨끗해졌지만)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흥분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곰이 다칠 수 있고 또 사람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마취가 좀 더 안전한 거죠. (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와의 대화)

 

무니와 수리, 부기는 얼떨결에 옮겨졌지만,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최신영 수의사는 문수사에서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공격적이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보다 빠른 시간 내에 적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지하게 더웠던 올여름은 어떻게 지냈을까? 지리산 자연에 사는 곰들은 계곡에서 지낼 수 있으니 어떻게든 여름을 보냈을 텐데, 털 많은 곰들에게 이 더위는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각 방에 물 양동이를 하나씩 넣었어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햇빛이 강하니까 안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중간방사장 위쪽에 검은색 천막을 쳐줬고요. 또 방마다 선풍기를 설치하고, 과일을 얼려서 주기도 합니다. 여기 바닥이 타일이거든요. 타일이 시원하니까 최대한 몸을 펼치고 누워 있더라고요. 입추 지나면서 조금 시원해져서 다행이에요.” (2026년 8월 13일 최신영 수의사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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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통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무니 (사진제공 : 구례곰마루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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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 바닥에 몸을 최대한 펼쳐 누워 쉬고 있는 수리 (사진제공 :구례곰마루쉼터)

 

최신영 수의사와의 대화 후에 무니와 수리, 부기를 만났다. 부기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고, 무니는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으며, 수리는 옆 방의 친구들이 궁금한 듯 눈과 귀가 옆 방을 향해 있었다. 최신영 수의사는 곰들을 ‘친구들’이라고 칭했고, 개별 곰에 대해 말할 때는 이름을 불렀다. ‘부기야, 뭐 하니?’, ‘무니, 많이 덥구나’ 이런 식이다. 곰들을 대하는 그의 말과 태도에서 곰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다.

 

 

 

 

무니와 수리, 부기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최신영 수의사는 ‘계속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사육농장에 남아 있는 곰들이 있고, 곰쉼터에서 살아가는 곰들도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면 지원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곰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계속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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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주옥 X 인간주옥] ⑥ 문수사를 나온 곰들, 무니와 수리 그리고 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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