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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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자산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대흥란. 2024년 6월,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에 살던 대흥란 23촉이 시범 이식되었는데요, 이식 뒤 최소 2년간 생존이 검증되면 나머지 개체를 이식해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다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 따른 일이었습니다. 2년이 넘은 현재, 이식된 대흥란 가운데 17촉이 꽃을 피우지 못해 이식 실패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전히 과학으로 밝히지 못한 소나무와 균과 대흥란 사이의 공생 관계처럼, 인간이 상상해야 할 연결고리는 어마어마합니다. ⓒ문홍현경

 

 

여름에 감기라니. “아니, 땀이 줄줄 나는데 어떻게 감기에 걸릴 수 있죠?” 침만 넘어가도 통증으로 답하는 나의 목에게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목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신호 줬잖아?” 아뿔싸, 그랬구나. 목은 내게 계속 따끔따끔하게 신호를 보냈던 거예요. 목감기가 올 거야, 따뜻한 물을 마셔, 목을 따뜻하게 감싸, 좀 쉬어, 하고요. 그러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여러 날을 앓았지요.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몸에서 나비효과가 일어났던 걸까요?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작은 나비의 날갯짓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 몸에서 감기라는 태풍을 일으킨 ‘사소한’ 변화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오로지 목의 문제였을까요? 어쩌면 이것은 육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정신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목에서 시작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장에 사는 균에 의해 시작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염증이나 바이러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평소 내가 늘 하는 자세와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드러난 감기는 결말이 아니라 더 큰 한 방을 예고하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사소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런던에 사는 루시(Lucy Jiachun Hu)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꿔 온 공동체 정원을 시의회가 철거할 계획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그들만의 나비효과를 계획했습니다. 루시와 친구들은 나비를 유인하는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이 철거될 거라는데 왜 꽃을 심었을까요? 꽃을 심으면, 나비가 모여들고, 나비는 박쥐의 주요 먹이라서 박쥐가 정원에 나타날 것이고, 박쥐가 정원에 둥지를 틀면 그 공간이 종 보호 지역이 될 것이며, 결국 시의회는 종 보호 지역을 함부로 파헤칠 수 없게 될 것이기에, 정원 철거를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들이 바란 나비효과는 제대로 나타났을까요? 안타깝게도 당장 박쥐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눈으로 보면 루시와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바보 같은 짓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상력, 창의성 그러니까 무수한 연결고리를 과소평가하지 않는 공생을 향한 애정 어린 발상이야말로 지금 너무나 이성적이고 너무나 인과를 중시해 능력주의로까지 변질된 이 딱딱한 세상에 꼭 필요한 나비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벌이 사라지면, 참새가 사라지면, 환삼덩굴과 은행나무가 사라지면 생길 무수한 연쇄 반응을 상상하는 힘은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를 따라 오는 거대한 나비효과의 신호를 알아차리게 해 줄 테니까요.

 

 

상상하지 못하는 자들의 도시는 신호를 받지 못한다

 

큰 대형 사고가 생기기 전에 그와 비슷한 가벼운 사고가 스물아홉 번, 그리고 위험한 징후나 전조가 300번 정도 반드시 먼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습니다. 이 통계적 법칙이 모든 사안에 들어맞진 않겠지만,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울 때 종종 인용됩니다. 안전하지 않은 사회 구조는 계속 신호를 보냅니다. 이러다 큰일 난다, 하고요. 그러나 상상하지 못하는 자들의 도시는 허점을 알려 준 사고를 신호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하다 결국 대형 사고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이 불볕더위는 과연 무엇의 전조 증상일까요? 아니면 반대로 어떤 신호를 무시해 온 나비효과일까요? 목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탓에 며칠을 앓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수한 고리로 연결된 내 몸에, 이 사회에, 나아가 전 우주에, 얼마나 다양한 나비효과가 벌어지고 있을지를 상상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들의 보금자리에 공항 하나를 들이는 일이, 야생동물의 집에 도로를 뚫고 케이블카를 놓는 행위가, 원전을 추가하고 데이터 센터를 짓는 일들이 지구의 시간에서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맞닥뜨릴 나비효과가 사랑하는 이를 잃는 거대한 사고나 재난, 나아가 멸종의 형태로 찾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면요.

 

목감기가 차츰 잦아들고 기침과 콧물이 수줍게 나올 때쯤, 귀와 턱이 만나는 지점이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사랑니가 솟아 나오고 있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우와, 나라는 몸뚱어리의 신비로움이 어디까지 나를 끌고 갈까,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요즘 나의 더듬이는 어디를 향해 나 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너무, 나의 고통에만 집중하고 있었더라고요. 내 안의 충만함을 넘어서 지구로 확장되는 연결을 가능케 하는 상상력을 잃지 않으려면, 더듬이의 방향을 잘 잡아야겠습니다. 전쟁 덕분에 이윤을 보는 자들로부터 인간다움의 절멸을 느껴야 하는 요즘, 당신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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