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9-0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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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속내도 모르면서

 

산에서 산이 보고 싶다니

산에 가기 전에 산은 이미 네 옆에 와 있다. 어디서 어디까지 산인지 모를 산에 도착하여 산을 딛고 산을 간다. 가고 싶던 지리산, 가자, 겁내지 말고. 이미 산에 왔잖아. 산에 왔으나 앞으로 가자고. 급하게 먹는 밥처럼 들어가지마. 산이 부르니? 가고 싶어 산에 간다니까 지리산이라서 간다니까, 지리산이 취향이야? 산에 가는 틈에 지리산의 틈새에 끼어 가는 중이야. 너를 데리고 갈 수 없어. 네가 가는 거야. 언젠가 산에 오지 마란 소리를 들었지. 산을 봐봐, 네가 지나치는 것 모두 산이야. 눈앞을 스치는 거미줄이 너를 기다리고, 우수수 낙엽 위로 미끄러진 바닥이 바로 산이야. 산이 네 몸과 하나 되는 그 착지에 목이 말라 턱없이 무너지는 산을 무너질까 두려워 시멘트벽을 쌓은 벽이 벽을 친다. 괴물 같은 벽을 돌아 우리를 돌아가게 하는 지리산에 주저앉아 가도 가도 길인 길을 어쩌라고, 언제 도착할까? 몇 시간 걸려요? 몇 km인가요? 가도 가도 보이지 않은 내리막. 턱턱 걸리는 돌부리, 가슴을 콕콕 찌르는 너는 멀리 보면 다정한 골짜기 너머 아득한 능선 찢어질 듯 닿지 않은 발이 헛발을 내리고 다시 오르내리는 능선은 바로 지금 네 능선, 신발 아래 느껴지는 감각이 가슴으로 퍼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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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밟고 또 밟은 너를 감싸는 공기, 산에 퍼지는 숲의 냄새 그 숨결 너는 모르고, 너를 보는 숲에서 잉잉거리는 벌의 추격에  잉잉대는 몸은 몸대로 산의 속내도 모르면서 산에 빠져 산에서 허우적댄다. 산에 갔으나 산을 보지 못한 산속에 두고 온 것이 많아 또 가야 할 산은, 가지 않은 너를 몸으로 쓸 수밖에 없다. 산에서 앞으로 가지만 말고 산을 둘러보고 좀 더 머물다 올걸, 그 하얗게 내려앉을 별을 보고 별 위로 걸던 천상의 별꽃 허리 굽혀 찬찬이 들여다볼걸, 햇빛을 메고 가는 길 위로 떨어지는 햇빛 떨어지는 체력 안고 떨어지는 기분 엎어지는 발걸음 닥쳐올 시간 미리 겁먹지 말고 그늘에 앉아 숲의 노래 고요나 침묵 듣다가 올걸, 내 속에속에 불던 은밀한 바람 숲에 두고온 바람 앞으로 가지도 머물지도 못한 조심스러운 지리산 바라만 보는 지리산 오래오래 그 자리에 남아 품어나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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