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0-0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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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벚나무 길. 식물의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정태준

 

 

계절이 달라졌다. 그 뜨겁던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 가을이 온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고, 자기 전엔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는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그 시간 속에 살아간다.

식물들도 물론 그러한 시간의 변화 속에 살아간다. 유난히 잎을 빨리 떨구는 벚나무들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벌써 앙상한 가지를 보여준다. 식물의 시간? 식물은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있고, 어떤 시간을 살아갈까?

 

“광주기성과 생체시계”

 

식물의 계절 변화에는 온도뿐만 아니라 빛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광주기성이라고 한다. 광주기성이란 하루 동안 밝고 어두운 시간이 반복되는 주기의 변화에 식물이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장일식물, 단일식물이라는 구분도 여기에서 나온다. 봄과 초여름처럼 낮이 길어지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장일식물, 가을처럼 낮이 짧아지는 시기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단일식물이라고 흔히 설명한다.

 

그런데 조금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식물이 정말 '낮의 길이'를 재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많은 식물에게는 낮의 길이보다 밤이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가가 더 중요한 신호가 된다. 긴 낮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장일식물은 사실상 '짧은 밤'을 필요로 하고, 짧은 낮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단일식물은 '긴 밤'을 필요로 하는 셈이다. 그러니 식물에게 계절을 알려주는 것은 단순히 햇빛이 얼마나 오래 비추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해가 진 뒤 찾아오는 어둠, 그리고 그 어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중요하다. 식물은 밤을 세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식물이 우리처럼 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많은 생명체들에게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가 있다. 약 24시간을 주기로 반복되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활동 변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식물의 하루를 만들어낸다. 잎의 움직임, 성장, 발아, 기공을 통한 기체교환, 효소 활성, 광합성과 같은 작용이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생체시계가 단순히 하루를 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식물은 자신의 생체시계와 바깥의 빛을 비교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알아챈다. 밤이 조금씩 짧아지는지, 길어지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며칠, 몇 주 동안 계속되는지를 감지한다. 그렇게 식물은 지금이 어느 계절쯤인지를 가늠한다.

 

“식물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다”

 

식물에게는 달력도 시계도 없다. 그 대신 태양계의 거대한 움직임에 의해 좌우되는 빛과 어둠, 그 반복되는 리듬이 달력이다.

우리는 시간을 시계로 측정하지만, 식물은 어쩌면 몸으로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을 숲을 걷다가 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면, 단순히 '가을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저 나무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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