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시를 찾아서
소설小雪
송창섭
11월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던 손끝에서
시장기가 도집니다
지금쯤이면 시장통에서
흑설탕 밴 호떡을 팔지도 모릅니다
마당에 둔 밑이 둥근 절구를 보다가
곁눈질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새 자란 남천은 기온이 떨어질수록
작고 붉은 열매로 새를 불러들였고
나뭇잎 지는 일이 예사롭지 않아
운명이 그와 같을 거란 얘기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코스모스를 두고 미쳤다는 아낙의 푸념이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개울 물소리가 누그러지길 기다려
옷을 꿰입고 산을 올랐습니다
하루를 버리듯 등지는 뒷산 마루의 그림자에
때 이른 눈이라도 쥐어 보낼까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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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보이는 배경의 풍경들이 가지고 있는 팽팽한 긴장감들이 압권이다. 시장통에서 장사하고 있을 아낙네와의 전화. 그 내용은 ‘나뭇잎 지는 일이 예사롭지 않아 운명이 그와 같을 거란 얘기’와.. ‘코스모스를 두고 미쳤다는 아낙의 푸념’이다. 그리고 이 전화 내용과 마지막 연의 ‘그렇게라도 하면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 같다’는 그 구절을 통해 펼쳐지는 상상이 소설(小說, 小雪) 한 편이다. 시가 이래야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감추고 그냥 상황과 그 풍경만 서로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게 그려내는, 그래서 읽는 이들이 마무리 짓게 하는 시. 물론 시나 예술에 있어서 무엇이,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부분의 시들이 마음을 드러내고 싶어서 조급한 시들이고 이런 시들이 적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