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0-08(목)
 


“늙어서 이쁜 사람 없어. 내 얼굴도 저런갑서"

 

옆자리에 앉는 할미가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할미의 웃는 얼굴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여준다. 

할미 얼굴이 달처럼 환해진다.

 

'이쁜 사람 많아요. 봐요, 할매 얼굴'

두 눈이 감기며 활짝 웃는다. 입꼬리 주름도 활짝 웃는다.

 

주름은 주름진 세월을 알 리 없다. 숱한 시간이 어느 날 불쑥 얼굴을 들이댈 뿐이다. 얼굴에 파인 주름 앞에서 당혹스러운 적이 있다. 팔자 주름을 펴려고 입안에서 혀를 굴러도 보고 문질러 보고 입술을 내밀고 진동해봐도 꿈쩍않는 주름 앞에서 헛헛하지만은 않다. 주변에 널린 나뭇잎 하나 붙들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세한 결이 아름다운지 알아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굴곡진 세월의 고랑, 잘 살았다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는 훈장일지 모른다.

 

할미의 약봉지가 토요일과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이면 노인복지센터로 돌아온다.  “깜빡했어” 하는 할미는 약을 챙겨 먹지 못한다. 당부해도 자꾸 잊어먹는다. 늦게 퇴근하고 늦게 일어나는 가족과 시간대가 맞지 않아서 약 복용이 잘 안된다. 약이 너무 많다. 의사는 한 움큼의 약이 다 필요한 약이라고 하는데, 뭐래도 약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센터에서는 순식간에 입안에 한 웅큼 약을 털어놓는다. 그 손이 왜 그리 쓸쓸한지 모르겠다.

 

할미 얼굴이 노인복지센터에 오면 편해지는데, 오늘은 맨 뒷좌석에 앉는 게 싫다고 한다. 다른 할미보다 인지능력이 좋아 좌석 배치에 양해를 구하다 보니 자꾸 뒷자리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왜 나만 손해 봐야 하느냐고 하소연한다. 꾹 참다가 오늘 몰아서 화를 낸다. 내 곁에 앉아 평소 담아둔 말을 하고 또 하고 나는 듣고 또 듣는다.

   

아침밥을 못 먹어도 자는 아들을 위해 밥상을 차려놓고 방문 앞에서 “ㅇㅇ야! 아침밥 차려놨다.” 대답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뒷모습, 구부정한 등이 애잔하다. 방문 앞에 흐르는 정적을 두고 한마디 한다. “엊저녁 늦게 와서 그래.” 


마당에 키만큼 자란 들깻잎을 제치고 집을 나온다. 

깻잎 향이 고소하게 길을 나선다.

덕분에 우리도 소녀처럼 킥킥대며 앞으로! 앞으로! 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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