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기억의 향연                         


급히 머리를 감다 물이 비강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나간 장면 두엇이 얼얼한 감각에 나타나기도 한다


예닐곱이나 되었을까

어머니와 함께 냇물에서 다슬기를 잡던 땐

어머니와 아들의 얼굴을 비춰주던 맑은 냇물과

어머니가 나를 깨워

밥술 위에 조깃살점을 올려주던

그 세상이 세상의 다인 줄 알았다


스물이 넘고 서른이 넘어

나를 부르던 어머니의 음성은 멀어지고

공중목욕탕 탈의실에

온몸에 문신을 한 사내들처럼

무지막지한 완력이

앳된 청년들을 붙잡아

욕조에 채운 물로

기도를 막아 죽인 이후로

물이 무서워졌다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를 보러

성지순례단처럼 사람들이 몰려오고

서역에선 시야를 가리는

미세먼지가 아우성처럼 불어오는데

그 언젠가 한때는

그 모래바람과 함께 

간다라의 음영 짙은 미간이 당도하기도 했으니


이제 나도 이순이 되어

구순 넘은 어머니가

실낱처럼 가늘어진 음성을 남기고

맑은 냇물을 흘려보내던

숲속 멧비둘기의 몸으로 돌아갈 날을

지켜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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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시인과시송태웅.jpg

 

송태웅


2012년에 토지면 피아골 직전마을에 들어와 토지면 용두마을마산면 사도리 등으로 옮기며 구례에서 9년째 살고 있다구례에서 시집을 두 권 냈으며 다른 글쓰기를 모색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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