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향연
시인과 시
기억의 향연
급히 머리를 감다 물이 비강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나간 장면 두엇이 얼얼한 감각에 나타나기도 한다
예닐곱이나 되었을까
어머니와 함께 냇물에서 다슬기를 잡던 땐
어머니와 아들의 얼굴을 비춰주던 맑은 냇물과
어머니가 나를 깨워
밥술 위에 조깃살점을 올려주던
그 세상이 세상의 다인 줄 알았다
스물이 넘고 서른이 넘어
나를 부르던 어머니의 음성은 멀어지고
공중목욕탕 탈의실에
온몸에 문신을 한 사내들처럼
무지막지한 완력이
앳된 청년들을 붙잡아
욕조에 채운 물로
기도를 막아 죽인 이후로
물이 무서워졌다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를 보러
성지순례단처럼 사람들이 몰려오고
서역에선 시야를 가리는
미세먼지가 아우성처럼 불어오는데
그 언젠가 한때는
그 모래바람과 함께
간다라의 음영 짙은 미간이 당도하기도 했으니
이제 나도 이순이 되어
구순 넘은 어머니가
실낱처럼 가늘어진 음성을 남기고
맑은 냇물을 흘려보내던
숲속 멧비둘기의 몸으로 돌아갈 날을
지켜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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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웅
2012년에 토지면 피아골 직전마을에 들어와 토지면 용두마을, 마산면 사도리 등으로 옮기며 구례에서 9년째 살고 있다. 구례에서 시집을 두 권 냈으며 다른 글쓰기를 모색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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