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박형규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대표)

 

2016년 봄, 15년 간 살던 경북을 떠났다. 애초부터 딱히 정해진 곳이 있어서 움직인 건 아니었다. 산정호수 시절부터 20년이 넘게 산골생활을 한 아내는 아이들도 다 나갔으니 이젠 좀 따뜻한 남쪽나라에 가서 살자고 했다. 따뜻한 남쪽나라? 그래 그러면 아예 이참에 쿠바로 가서 살까? 했더니 그건 또 아니라 한다. 그러더니 친정인 무주 안성면에서 1시간 거리 정도면 된다면서 한계를 정해 준다. 임실, 곡성, 장수, 진안, 완주 등 몇 군데 찾아봤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10월 어느 날 지리산 산내 사는 후배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강변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 데, 흐르는 강물이 편안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바로 전화를 해서 여보, 남원은 어때요?” “시내인가요?” “, 그래” “그럼 거기서 한번 찾아 봐요.”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순식간에 남원으로 결정되었다.

박근혜 탄핵운동이 한창인, 11월 중순 경에 세를 얻어 요천가, 죽항동에 살기 시작했다. 이사한 그 주일 박근혜 탄핵운동 남원집행부를 찾아 갔다. 내 소개를 하고 집행부에 함께 동참하면서 남원살이가 시작되었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직후부터 <직접민주주의 시민남원회의>, <시민참여제도연구회>,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의 이름으로 광치동화력발전소 반대투쟁 승리, 남원시민참여기본조례 제정운동을 해왔고, 현재는 기후위기운동과 지리산산악철도 반대운동을 진행 중에 있다.

대부분의 지역 소도시들이 그런 것처럼 남원에도 역시 구체적인 민주주의가 없다. 남원행정은 지역 주민들의 행복?을 위한 일을 한다면서 전혀 주민, 시민들에게 제대로 묻지 않는다.

남원시엔 16명의 시의원들이 있다. 그런데 이 16명 전부가 다 민주당이다. 게다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임실, 순창, 남원 지역위원장이 현 이환주 남원시장이다. 어찌 이런 파행적인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시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자들의 공천권, 그러니까 생사여탈권을 현직 시장이 쥐고 있는 거다. 이건 시장도, 시의원들도 남원시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처사다. 올바르게 돌아가는 지역이라면 행정과 의회,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어떤 일이든지 정당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진행되어야 하고, 그것은 마땅히 민주적인 사회의 바탕이 되는 기본이다. 남원의 실정이 이런데 시의회가, 시의원들이 제 직무를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시장도, 시의원들도 시민을 존중하기는커녕 시민의 뜻과 의사를 전혀 개의치 않는 곳이 남원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 없다.

2주 전에 남원시 의회가 기후위기조례 입법예고를 했다. 이는 매우 환영받을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 와중에도 남원시청 기획실에서는 92일에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시험노선 유치를 위한 전략분석 및 정책성 수립용역> 심의회 결과보고 공문을 냈다. 처리기간은 1일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지리산산악전기열차는 현재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리산은 남원사람 만의 재산이 아니다. 지리산은 전 국민뿐만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까지 함께 누리고 보전해야할 소중한 공유자산이다. 이미 이웃지역 하동에서는 이른 바 하동알프스 프로젝트(산악열차, 케이블카, 모노레일)를 반대하는 대대적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엄혹한 기후위기 시대에 개발과 토건을 중지하고 근본적인 정책전환을 도모 하지는 못할망정 이명박의 4대강과 다름이 없는 국립공원을 개발을 하겠다고 하는 망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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