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 “자전거창고 협동조합”의 양성일 님
정 태 연 (섬진강여행연구소(준) 대표)
구례읍에서 문척교를 건너 섬진강을 따라 861번 지방도로를 타고 하동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남도대교가 가까워질 무렵 오른편 언덕 위로 쌔뜩하게 빨간 컨테이너 건물이 보일 것이다. 저게 뭐하는 건물일꼬? 라는 의문이 드셨다면 알려드리건대, 이 곳이 바로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의 聖地(?)가 되고픈 ‘자전거창고 협동조합’ 되시겠다. 국토종주 라이딩을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섬진강 종주의 경우 바로 남도대교 근처에 인증센터가 있고, 전체 140여km의 3/5쯤 되는 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하룻밤 중간기착지로도 적당한 곳이어서 1박을 하면서 애마를 정비하고 몸을 쉬어가기에 맞춤이라고 하겠다.
이 곳에서 올 봄부터 영업을 시작한 자전거창고 협동조합의 양성일 대표를 만났다. 구례와의 인연은? 아버님께서 40년쯤 전에 구례(이 곳 운천리)에 자리를 잡으셨고, 할머님과 어머님도 30년 이상 구례에 거주하셨다. 서울에 살 때는 H라는 유명한 회사에 다니다가 IT강사로도 7년 이상 활동했는데, 2007년에 구례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 집 앞,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점차 활성화되는 걸 보며 자전거를 빌려주고 정비하는 사업을 구상했다고. 2018년 광주대학교의 사회적기업지원센터와 인연을 맺고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창업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리사업체라는 편한 길을 두고 그는 왜 굳이 그런 경로를 선택했을까? 그의 희망을 물었다. 음... 일단 저희는 정비와 수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요, 이 걸 구례읍내나 하동, 광양의 자전거 수리업체 등과 연계하여 네트워크화한다면 일감이나 고용을 창출하는 데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지방(관광)형 공유자전거 프로젝트(예를 들면, 서울의 따릉이처럼)를 실현해가고 싶습니다. 구례에서 하동, 광양까지 베이스를 확충해서 전기자전거를 누구나 빌려 타고 반환하는 사회적 경제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특히, 이 곳 섬진강 자전거길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어서, 지난 번 아이언맨 행사 때 왔던 외국인 선수들조차 세계적으로도 멋진 코스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울 정도니깐요.
그런 하드웨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 자전거교육사업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실상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자전거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친환경적인 교통 및 레져수단으로서의 자전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하다고. 그래서 구례읍내의 학교들과 연계해 자전거를 올바로 배우고 타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가 구비되어 있는 용방초 아이들과 올 해에 처음으로 자전거마라톤도 했었다고. 오호, 멋진 걸??
자전거가 전시된 모듈 위로 건물들도 들어서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두 동이다. 자전거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숙박서비스(동별 10명 안팎)를 제공한다는. 향후 메인건물이 들어서면 구례의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사람들+라이더들의 회의 및 쉼터, 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을 거라며 소박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최종목표는 북한까지 자전거시스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나.
◾ 구례군 간전면 남도대교로 99-5 / 010-5060-6321(양성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