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코로나 바이러스19 그리고지리산 순례

 2020 지리산둘레길 평화순례단 이모저모


                                            윤인섭 (사단법인 숲길)


 이번 평화순례단은 외부 지원 없는 순수한 참가비로 12박 13일의 일정으로 250km의 지리산둘레길을 이어 걸었다코로나로 해마다 순례단을 운영하는 5월에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참가인원은 10명 정도 소규모로 조용히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촉박하게 진행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19의 영향일까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가 나가자 짧은 기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접수를 했다코로나 이후 생태적인 관계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하며자연과 더불어 걷는 여행은 무엇보다 확실한 바이러스 백신이라는 것 새삼 확신을 갖게 된다.  


 

 13명으로 구성된 2020년 지리산평화순례단. 20대 초반에서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되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 살다가 한 가지 목적인 지리산순례를 하겠다는 분들.   각자가 가지고 가고자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 안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례를 시작했다하루 평균 20km이상을 걸어야하는 다소 개인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모였으며순례단 합류를 앞두고 걷는 연습을 많이 했다는 분걷기 전문가 수준으로 몸을 만들어 온 이도 있다.

 

202007사단법인숲길 (2).jpg

 

5월 18참가자들이 모여 지리산둘레길이 만들어진 과정이 지리산을 잘 가꾸고 지키자는 뜻’ 이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마을의 동의가 있었기에 지리산둘레길은 가능했고그것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지리산평화순례단이기도 하다는 취지에 공감하신다

  순례단은 숲길에서 한 사람의 진행자(단장)가 참가하고 모든 역할은 순례단 참가자들이 결정해서 진행하기로 하였다순례단 소임을 리더기록정보안내의료메신저로 나누고 돌아가며 역할을 맡기로 했다먼저 역할을 맡겠다는 지원자를 선정하고 지원이 없을시 단장의 권한으로 지명을 하는 것으로 했다

 

 리더는 순례단을 이끄는 대장 역할로 걷는 길을 인도하고 휴식과 간식시간점심식사 시간 등을 정하여 대부분의 진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기록은 사진촬영과 나눔 시간에 나온 내용을 기록 정리하며정보안내는 밥 먹고 잘 곳에 순례단의 위치와 시간 등을 알라는 알림이의료는 걷는 동안이나 걸고 난 후 단원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역할이다메신저는 하루 동안 불편한 부분이나 말 못할 사연이 있을시 그것을 받아 나눔 시간에 토론을 하는 진행자가 되는 역할이다

 

 각자가 돌아가면서 한 두 번씩 역할을 맡아 외부 개입 없는 스스로 참가한 순례자간의 신뢰와 신의가 바탕이 되는 자발적 그룹 순례문화를 목표로 정했다해마다 지리산평화순례단을 이어가며 지리산의 마음을 믿고 해 왔으니 순례단과 지리산을 믿고 열악하고 부족한 조건들을 뒤로하고 한 걸음 한 걸음하루하루를 걸었다

 

 순례단장은 순례단원이 역할에 충실하게끔 격려와 칭찬을 하고 평화순례의 취지와 맞지 않을 때(부정적 기운이 감돌 때)만 간섭하는 것 외에 전체 진행은 순례단에게 맡겼다스스로 진행하며 상대방의 역할과 자신의 역할이 상호작용하고 있고 배려와 격려가 순례단을 움직이게 된다는 과거의 사례를 들려준다또 기왕에 순례란이름을 붙인 걸음이기에 의례적인 활동을 한다매일 아침 시작 전 생명평화백배절명상음원을 들으며 절을 올렸다종교적 이유로 부담이 된다면 앉아 있거나 자기 신념대로 기도해도 된다고 알려 드린다

 

 평화순례를 시작하면 3~5일간은 다리 근육통과 물집그리고 피로도가 높아 상대방의 언어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상호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갈등이 일어난다자신의 몸이 고통으로 응답하는 시기이다스스로 세운 목적을 잃고 포기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이 단계를 넘기면 그리고 대다수 동료들이 있기에 이 과정을 잘 넘긴다혼자서는 못하지만 함께한 이들이 있어 걸을 수 있고 순례단원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202007사단법인숲길 (1).jpg


  (2020 걷기여정)

  평화순례단 13명은 519일 아침에 순례자의 약속을 하고 산동에서 밤재를 지나 주천까지 15km내외로 걸었다외평마을회관을 숙박지로 사용하다보니 주천면사무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단원들의 개인정보와 체온측정까지 해서 기록지를 제출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둘째날 역시 비전마을회관에서 숙박을 하다 보니 또 한번 이장님께 체온측정과 개인정보를 기록해서 제출한다숲길이나 임도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걸었으나 마을입구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짐을 풀 때 마스크를 벗는다. 4일간은 15km내외로 워밍업을 하고 5일째부터는 20km이상 걷다 보니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오후 5시가 넘어야 걷기 여정이 끝난다.

 

 3~4개의 고개를 넘고 중간 중간 개울이나 물이 있으면 신발을 벗고 열불나는 발을 식히고 콘크리트아스팔트 길을 다시 걷는다리더와 정보메신저는 매일 바뀌고 기록과 의료는 고정으로 맡게 되었다.  리더 역할이 바뀌면 맡은 이의 성향이 파악되고 서로가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선두와 후미의 어려움을 알게 되어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지게 된다그 와중에도 물집의 정도가 심각해서 포기하는 단원과 순례걷기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며 홀로걷기를 자처하는 단원이 생겨 2명의 순례단원이 중도포기를 떠나는 아픔을 맛봤다

 

 매일 연속되는 20km이상의 걷기로 불평과 불만이 생기지만 박카스와 믹스커피 그리고 판콜 에이를 먹어가며 천천히 가면 히말라야도 간다고 외치며 높은 재달궈진 길을 뚜벅뚜벅삼삼오오 서로 격려해가며 무사히 하루를 이겨낸다생기 있고 서늘한 오전시간은 묵언수행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걷고지치고 더운 오후 시간에는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공감하며 힘든 길을 서로 격려하여 걷기를 마무리한다매일 저녁시간 나눔 시간에는 다음날 일정과 공지사항 및 역할 소임자를 뽑고 서로 칭찬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순례 마지막 날각자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가던 상관없이 오후1시까지 목적지에 도착하기로 결의하여 각자가 하루를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2020 지리산평화순례단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늘 그렇듯이 함께 해주신 분들 모두가 지리산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말씀많이 받고 간다고고맙다고 하신다올해는 유난히 마음 조리며 진행한 평화순례단이다마을은 외부인에게 극도로 긴장하고 있고혹시 모르는 불안한 맘을 안고 진행한 순례단마치면서 역시 지리산의 품은 따뜻하고 넓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다시 자연을 벗 삼아 뭇생명이 공존하는 날을 꿈꾼다. 2020순례단에 참여하신 모든 분이 분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신 지리산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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