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지리산 그림순례

- 이호신

  

강물처럼 시간이 흘렀다. 나이 삼십 초반에 지리산에 닿은 인연이 육십 중반에 이르렀으니 서른 해를 넘긴 나날이다. 지난 시간, 지리산은 흠모할수록 산은 깊고 높았으며 나는 갈수록 작아졌다. 하여 어머니 산자락에 살고 싶어 귀촌(2010), 산청의 남사예담촌에 둥지를 틀었다.

 

이에 신고식으로 지리산권역의 문화와 자연을 그린 화집 지리산 진경(다빈치,2012)을 내고 전시<어머니의 땅-지리산 진경순례>(서울, 아라아트센터, 2013)를 열었다. 그리고 경남도립미술관 초대로 <지리산 생활산수>(2018)전도 가졌다. 한편 지역별 초대로<남원의 숨결>(2011), <하동의 향기>(2019) 전시도 열었다.

 

이제 돌아본다. 당시의 열정은 지리산을 알기위한 붓길이었음을...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끄러움이 더해진다. 지리산의 숨결이 다시 그립고 아쉬운 작업이 꿈자리를 맴도는 까닭이다. 부분적으로 그려 온 지역별 그림을 새로 그려 보고픈 마음으로. 이를테면 장편 드라마처럼 지역 특성의 자연과 문화를 생활산수화로 한껏 펼치고 싶은 것이다.

 

스스로의 숙제를 위해 5개권역의 두루마리 한지(10m) 5벌을 마련하여 새 마음으로 시작해 보려 한다. 초심을 잃지 않되 과거가 아닌 오늘의 시각에서 계절별로 현장을 순례하려는 것이다. 이 작업을 계기로 지리산 사랑이 깊어지고 함께 나누는 일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리산 하늘아래에 사는 작가는 사실 축복만이 아닌 벌이다. 그 벌의 밥값을 새삼 떠올리며.

 

지리산 그림순례는 독자들의 공감을 위해 작업과정인 화첩 일부를 공개하고 원화를 소개한다. 참고로 원작의 규격(사이즈)을 상상하여 감상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이 작업이 언제 매듭이 될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강물처럼 흘러갈 저의 무딘 붓길에 동참해 주실 것을 바랄 뿐이다. 모두 삼생(三生)의 만남이요, 시절인연으로 여기고 삼가 인사 올린다.

 

사본 -타이틀, 23x59cm,한지에 먹글씨,2021.jpg

 타이틀, 23x59cm,한지에 먹글씨,2021.jpg 

태그

전체댓글 2

  • 46788
파르티잔

멋진 일입니다. 응원합니다.

댓글댓글 (0)
김인호

이호신화백님의 지리산그림순례길을 동행, 응원하겠습니다.

댓글댓글 (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지리산 그림순례를 시작하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