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지리산이야기1- 그리움

 

 

 

 그 옛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들어왔다. 그들은 자신의 깊은 어둠을 산에 풀었고 산은 그들의 어둠을 품어주었다. 스스로 고립된 만큼의 세월이 지리산의 그리움이 되었다. 그리움은 해마다 수수꽃다리며 때죽나무 같은 꽃으로 무리지어 피어났다. 그리하여 지리산 어느 산길에서 동자꽃 한 송이를 만나도 우리는 그 아름다움의 탄식 뒤에 숨어있는 오랜 그리움을 읽어내야 한다. 손바닥만 한 논배미라도 얻기 위해 함박꽃 다 지고 서리 내리도록 축대를 쌓고 계단처럼 논을 올렸다. 초승달 같은 목숨 하나 건지기 위해 아슬아슬한 계절들을 그렇게 건너고 누군가가 또 들어오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잃어버린 시간과 그리움을 데리고 말없이 살았다. 외로울 때면 산이 먼저 푸른 대답을 보내왔다.

 

사본 -C39A7199.jpg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지리산 이야기1 - 그리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