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UFO 소나무

 

이상인

 

한때 빨치산들의 야전병원이 있던

지리산 벽송사 옛 대웅전 자리 앞에

수령 600년 된 도인송 한 그루

새벽녘이면 알아들을 수 없는 신호음을 내며

화들짝 깨어난다고 한다.

그것은 하늘로 통하는 우주 정거장

푸른 UFO가 둥근 깃을 펼치며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어 싸우다가 묻힌

영혼들을 이쪽과 저쪽을 가리지 않고

하늘로 실어 나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두 아름이 넘는 소나무 등걸 속에는

서로 화해한 영혼들이 타고 올라가는

물관부의 엘리베이터가 빠르게 작동하고

검은 옷을 입은 밤새들이 날아와

비행접시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 소리들은

야음을 틈타 너무도 은밀하게 이루어져

누구에게나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고 하니

나도 한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을 열고

몇 날 며칠을 기도하듯 기다려

소나무 등걸 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그 둥글고 푸른 우주 정거장,

이 세상의 표가 필요 없는 UFO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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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약력

- 1992한국문학, 2020푸른사상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 시집 해변주점』 『연둣빛 치어들』 『UFO 소나무』 『, 건드려주었다』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 순천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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