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8-08(월)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 되었습니다. 중고책방에서만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기도 하고 직업을 바꾸게 하기도 합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란 책은 저의 직업을 바꿔 버린 책입니다.

 

제가 도시에서 지리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마케팅이란 '개인이 목적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조장하기 위해서 아이디어, 재화, 및 서비스들의 개념, 가격결정, 촉진 및 유통경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 미국 마케팅 학회(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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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목적과 기업이 원하는 목적, 즉 '개인이 원하는 상품과 기업이 팔고자 하는 상품'을 찾아 해결하는 해결사가 바로 '마케터'(마케팅을 하는 개인이나 조직)가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케터에게 시장과 소비자는 사냥꾼의 정글과 같았습니다. 정글에 나가 탐색을 하고 상품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분류해서 핵심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들에게 맞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골몰하고 다녔습니다. '한국에 시장이 없다면 일본에 시장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도쿄에서 2년 가까이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도쿄의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소비자이며 연구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들의 모든 구매 내력과 성향과 연령 등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하고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왜 이 상품을 원하고 구매했는지 분석하기를 희망했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직 그것이 제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고객이 목말라하는 것이어서 그 어떤 고객도 거부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좀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관련 사적들을 읽어나갔습니다. 책꽂이에는 마케팅과 관련된 서적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다가, 어느새 가득 채우고 다시 쌓여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한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자주 가던 서점 한 귀퉁이에 이 책이 있었습니다. 플러그를 뽑는다고? 플러그는 전기 에너지 사회를 연결하는 핵심고리입니다. 전기 에너지는 현대 사회의 핵심 동력입니다. 그것을 뽑는다는 것은 현대 사회와의 결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케팅 관점으로 본다면 제목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전체 내용을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으며, '21세기에 플러그를 뽑고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플레인(Plain)>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플레인>은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소박한 삶을 위한 모임'이 창간한 잡지입니다. "게다가 고객에게 파는 물건 생산에 시간과 공을 들이기보다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정말 괜찮은 물건을 샀다고 믿게끔 만드는데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되는데, 이럴 때 저는 일에 대한 회의와 함께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16쪽)

 

이 문장이 저의 직업을 바꿔 버렸습니다. 이 글은 메가빅 석유회사에 다니던 로버트라는 사람의 '사직서' 중 일부입니다. 그는 <플레인>이라는 잡지가 여는 '두 번째 러다이트 대회'라는 행사에 참가한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후 그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클라호마에 농장을 마련해 회사와 도시를 떠났습니다.

저 역시 그 책을 읽던 시기에 '마케팅'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마케팅이라는 것이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필요한 것처럼 둔갑시켜야 했고, 꼭 필요한 것처럼 설득해야 했습니다. 또한 이미 비슷한 기능에 제품이 있는데 거기서 차별 점을 찾아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오직 '소비자'로만 보였습니다. '저들은 어떤 제품을 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아닌 '소비자와 생산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혼란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때 이 글을 읽은 것입니다. 그(로버트)는 제가 느끼고 하던 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고 나서 마법사에 주문에 걸린 소녀처럼 제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랫동안 해온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1년 후에 저는 지리산에 내려왔습니다. 결혼한 지금은 아내가 사온 TV를 보고 있습니다만, 처음 지리산에 내려와 혼자 살던 1년 동안은 TV를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 TV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TV를 보지 않고 살아도 세상을 아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었고, 삶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TV가 없었을 때 평소 TV를 보던 시간에는 마을길을 산책하거나 조깅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때 'TV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봐서 'TV 없는 삶'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TV에 연결된 플러그 하나를 뽑고는 살아봤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모든 플러그를 뽑고 살 자신은 아직은 없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여전히 컴퓨터를 켜고 있고, 형광등을 켜고 있으며, 휴대폰 충전을 하고 있고, 전기 밥통에 밥이 보온되고 있고, 냉장고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플러그를 빼버린다면 이 글 역시 사라져 버릴 것이고, 정전이라도 되면 한전을 향해 욕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조금은 변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던 소비와 구매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직업과 삶의 터전이 바뀌었습니다. 생활 역시 소박하고 검소한 삶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돈 없이도 사는 방법을 가르치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돈 버는 방법과 돈에 익숙하지 않고, 또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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