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김숨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자란 소위 "까도녀"다. 한마디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동물에 관심을 갖기는 힘든 환경에서 자랐다는 말이다. 어렷을 적 마당에 개를 키운 적은 있지만 엄마가 키웠던 것을 본 기억이 있을 뿐이다.

 

개하고 놀아본 기억도 개와 각별한 관계를 갖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어느 날 개가 죽었다고 하는데 엄마께서는 "범띠는 개를 키우면 잘 안 된다고 하더라"라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있다. 또 오빠는 두 번째 죽은 개를 노고산에 갖다 묻고 왔는데 엄청 무거웠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엄마께서는 아마도 개를 좋아하셨던 것 같다. 

 

요상한 범띠에 관한 속설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롱'이라는 개를 곁에 두셨다. 개 '롱'의 이름은 내가 지어 주었는데 오래 살라고 그렇게 지었다. 개 롱을 나는 몇 번 보지 못했다. 나는 외국에 살았고 엄마를 방문 할 때만 보았으니 말이다.롱은 엄마가 연로하신 후 매일 산책하실 때마다 동행하며 엄마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동네에서 롱의 별명은 '천천히 걷는 개' 였다고한다. 엄마의 보행에 맞춰 천천히 걸었기 때문인데 사실 롱의 나이가 엄마의 나이와 비슷했을 것이다. 엄마와 함께 늙어가는 절친이었다. 롱은 엄마 임종 후 엄마 방을 지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곁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또 무모하게 개를 몇 번 데려다 키웠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끝까지 키우지 못했다(이 개들 얘기는 밤을 새서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가진 동물에 대한 기억이다. 동물이 반드시 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개가 인간과 가깝게 사는 이유로 나도 이나마 동물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아! 또 한가지 동물의 기억이 있다. 

 

새다. 엄마는 잉꼬도 키우셨다. (알고보면 엄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나는 새와도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색깔과 특이한 부리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 등이 생각난다. 아! 또 있다. 물고기다. 어항에 몇 번 물고기를 키운 적이 있지만 이마저 오래 키우진 못했다. 한번은 거북이와 함께 넣었는데 아무래도 점점 물고기 수가 줄어드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거북이가 물고기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또 어느 날 거북이가 없어져 보니 어항을 탈출해 베란다 구석에 말라 죽은 적도 있었다. 좌우간 나는 동물에 대한 별다른 관심 없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어쨌든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동물임에 틀림없다.이런 내가 자연 친화적인 시골로 이사 온후 이런 환경에서 저절로 따라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동물에 대한 관심을 조금 갖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나와 지금 함께 사는 개 두 마리와 한 마리의 고양이 초리의 영향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동물 세 마리도 어쩌다 내 곁에 온 것이지 결코 내가 동물을 사랑해서는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애증으로 발전하고 결국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집 안에 있으면 늘 눈에 보이는 초리를 통해 동물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들고 관찰력이 생긴다. 왜? 얘는 이런 행동을 할 까?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거지? 보면 볼수록 친하게 되고 친 할수록 이해하게 되고 서로 다른 언어도 해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관심은 증폭해 또 다른 종류의 동물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강형욱씨가 어떻게 그렇게 개를 잘 이해하게 되고 '개통령'이 되었는지도 알게 되는 것이다.김숨의 소설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는 위에 늘어놓은 장황한 동물에 대한 관심의 이유로 빌린 책은 아니다. 우연히 도서관 새 책 매대에 꽂혀 있는데 '염소' 보다는 '김숨'이라는 이름이 더 낯익어 그냥 집었다. 

 

이책은 6개의 단편으로 되 있는데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바라보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확실히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소설이 좋고 영화를 좋아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 연말과 연초면 치루는 연례행사 독감에도 불구하고 빌려온 책 속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였다. 이 책 외에도 몇 권을 더 빌렸는데 아마도 다 보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책의 크기와 무게 때문이다. 이제 나는 책을 읽기에 그리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 

 

 

책소개 염소.jpg

 

우선 눕거나 엎드려 보기 힘들고 책상에 앉아 보는 게 제일 좋은데 책상에 책 읽으려고 앉기 힘든 환경? 건강?(물론 내 책상은 있다)뭐 그런 핑계가 있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손에 들고 보는 게(그것도 잠시) 제일 좋은데 그러려면 한 손에 달롱 들리는 작고 가벼운 책 일수록 좋다. 무엇보다 근시가 심해 골 아프다.'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는 

 

그런 책인데 나머지 빌린 책은 그렇지 못하다.같이 빌린 츠쯔젠의 장편소설 "뭇 산들의 꼭대기"는 너무 황당하게 재미있어 속도가 좀 나갔는데 아무래도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름이 모두 중국어라 외우기 힘들다. 페이지를 넘기며 자꾸 헷갈린다. 게다가 며칠 앓고 나면 다 까먹어 버린다. 

 

슬기가 책이 이쁘다고 빌리고 간 책 '칼 사피나'가 지은 "소리와 몸짓"은 몹시 두껍다. 손에 들고 보기 힘들다. 헌데 내용은 흥미롭다. "동물은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오랫동안 동물과 함께 산 사람들이 경험한 동물의 이야기다.우연히 빌린 두 개의 책이 동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츠쯔젠의 '뭇 산들의 꼭대기'에 첫 이야기는 '신치짜'의 칼 '참마도'인데 그는 많은 동물의 뼈를 발라내는 도살가이니 동물이 어쩔 수 없이 등장한다.  

 

동물은 인간과 동거동락하는 숙명임에 틀림없다.  이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도 그저 그들과 함께 사는 동물이라는 생각이다. 누가 인간을 지구의 주인이라고 했는가? 누가 인간을 동물의 대장이라고 했을까? 인간도 동물인 것을! 다른 동물과 함께 사는 서로 다른 모습의 동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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