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눈물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병아리 눈물
병아리 눈물을 보셨나요?
사진 전시장에 온 후배에게 '병아리 눈물'이라는
작은 화분을 선물 받았다.
이름이 귀여워 자꾸 들여다보게 하는 병아리 눈물,
참 이름도 잘 지었다.
가뭄 이야기를 하려고 '병아리 눈물'을 들고 왔다.
노고단에 가서 기우제도 지내고 했는데
우리 정성이 부족함인지 봄 가뭄이 심하다.
비가 몇 번 찔끔 오긴 왔는데
그야말로 병아리 눈물만큼 왔다.
그 너른 구만저수지가 바닥을 보이고
섬진강 대숲의 죽순은 어찌어찌 새순을 밀어 올렸지만
가뭄과 병해로 말라버린 죽순들이 많이 보인다
연못의 연꽃들도 시원찮다
참 지독한 가뭄이다
마을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마을 뒷산으로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양수장이 있는데
마산천 둑을 높이는 공사를 하면서 양수장으로 오는 물길을 끊어
마을 뒷 논에 물을 댈 수가 없게 만들어버렸다.
살수차를 동원하고 어찌어찌 임시조치는 취했지만
분위기는 살얼음판이다
마을 상수도가 터졌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파이프를 묻은 도면을 찾을 수가 없다
도면이 없으니 짐작으로 온 사방을 파헤쳐야 한다
땅 속에 묻는다면 작은 파이프 하나라도 기록을 남겨야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날이 또 꾸물댄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은 없지만
보고 계신다면 제발 비 좀 보내주시라
-섬진강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