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다.그것도 가능하면 지역성이 강한 소설을 더 좋아한다. 

소설 속의 배경을 이해하고 읽는 소설은 그렇지 않은 것과는재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 고향을 배경으로 쓴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이 그랬다.

 

옆 동네 내촌마을과 죽산, 하시모토 농장 등 내가

이미알고 있는 동네가 나오면 

소설 속의 인물들이 마냥 소설 속의 인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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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례에 19년을 살았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지명 대부분을 알고 가본 곳들이다.

소설속의 주요 배경인 아버지를 떠나보낸 산림조합 장례식장은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고작 400m도 떨어지지 않았다.오거리도 반내골도 가려고 

하면 5분 20분이면 가는 곳이다.

 

반내골은 2008년에 처음 가봤다.

그때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간전면 양동마을에 있었다.

오래된 한옥이었다.


딱 이맘때 볕 좋은 오후에 반내골에 살던 손종안씨에게 전화가 왔다.

토종꿀을 좀 팔아달라는 이야기였다.

 

문척면 반내골과 간전 양동마을은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되는 지척이다.

별일 없던 나는 그날 오후에 그와 함께 반내골에 갔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이제 막 오산에 가려져 가고 있었다.

 

골짜기 깊은 곳에 마을이 이었는데여기저기 밤과 감나무가 많았다.

그 사이에 산속에서 그는 벌을 키우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 애써 챙겨준 간식거리를 먹고 대충 이야기를 끝냈다.

마을을 떠나오기 전에 동네 한 바퀴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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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구나….

1990년 초에 나는 정지아 작가의 빨치산의 딸을 읽었다.

정지아 작가가 반내골에서 살았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걸어서 문척 다리까지 가려면 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문척면 반내골에 살던 손종안씨는 작년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장례식장은 구례 산림조합 장례식장이었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장례식장과 같은 곳이다.

나는 구례에 산지 꽤 오래되었다. 

정지아 작가를 만난 본 기억이 없다. 

만난 기억이 있는 것도 같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생각해 보니 모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인사를 했던 것 같다. 

소설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장례식을 치르면서 문상을 오는 

사람들과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이웃 친척, 아버지의 혁명동지와 동네  

술친구들과 얼키고 얽힌 전후 현대사 만큼 복잡하고 슬픈 늙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이해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중년의 딸 자신의 이야기다.

얼마 전에 끝난 나의 해방일지의 손석구는 매일 술을 마신다.

그것도 매일 소주를 마신다.  

작가의 아버지도 매일 소주를 마신다.

지천에 술친구들이 많다.

나는 소주를 마시지 않는다. 

20대에는 소주를 잔뜩 마시고 취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한 번도 취하도록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나의 치열한 삶이 끝났기 때문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영원한 사회주의자로 세상을 떠났다.

혁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소주를 취할 때까지 마셔도 될 것 같다.

혁명가의 삶은 치열하고 힘들고 고단하기 때문이다

술 말고는 위안이 되어줄 것이 없다.

 

내 아버지도 병이 깊어지기 전에는 항상 술을 마셨다.

그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울분을 삭이고 사람을 사귀는 방법이 술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가진 돈이 작고 술은 늘가까이 있으니까..

 

아버지가 죽어서야 작가는 아버지와 진심으로 화해하고 

자신이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니 드디어 자신이 세상과 화해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은 무척이 재밌었다.

최근 읽은 소설 중엔 빠친코 만큼 재밌었다.

더구나 내가 다 아는 동네 이야기지금 사무실에 나가서 오거리에 나가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이니 더 재미가 있었다.

가끔 눈물이 났고 실실 웃고 나니 소설은 끝나 있었다.

페이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운 소설은 오랜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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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사람은 두 배 더 재밌는 아버지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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