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7(수)
 

눈 내린 동짓날, 지리산동지들이 만났습니다

 

2008년부터 동지가 되면,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이하 지리산사람들)은 구례에 계신 분들과 팥을 삶고 새알을 빚어 동지팥죽을 쑤었습니다. 팥죽을 나눠 먹으며 한해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가올 새해를 힘차고 따뜻하게 열어가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지리산사람들은 올해(2022) 동지에는,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 활동에 온 마음을 모았던 만큼 지리산, ‘지리산운동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되어, 지리산자락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초대하였습니다. 팥죽은 직접 쑤지 않고, 화엄사에 올라가 공양하였고요.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스스로 활동가가 말하는 분들은 지리산운동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자 만난 지리산동지모임은 동짓날인 12221220분부터 1420분까지, 화엄사 범음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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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동지모임은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한 후, 올해 마음 안에 남아있는 액(좋지 못한 일, 사건 등)을 쓰고, 박두규 시인으로부터 지리산운동에 대한 생각나누기를 위한 마중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인 분들은 마중물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어, 이렇게 저렇게 움트는 생각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박두규 시인의 마중물 이야기입니다.

 

“ ... 오늘 우리가 지리산 운동이라는 화두로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내년, 앞으로의 일들을 같이 생각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 지리산 운동이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지리산 개발에 대한 반대운동, 지리산댐 저지 운동에서 시작해서 케이블카·산악열차 반대 등 개발에 반대하는 의미의 운동적 성격이 주를 이루어왔다. 반달곰, 수달, 구상나무와 같은 생태·환경적 문제도 지리산 운동의 범주에 넣고 그런 정도로 인식해왔다. 담론화되지는 않았다.

지리산자락에 벌어지는 문제들을 열심히 막아내고 있고 막아내려 하고 있고 당장에 불을 끄는 일들만 해왔다. 이와 함께 해야 할 일은 논의의 장이 된다면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고 총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임,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지리산에 야기된 많은 문제들은 지자체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21세기 들어온 500년 동안에 만들어진 문제를 풀어내려면 우리의 현실적인 삶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지리산 운동은 삶을 바꿔내는, 가치관을 바꿔내는 것과도 연결이 되어있다. 철학적인 문제도 연결돼있다. ... 자연의 순환논리가 차단된 것을 터서 지구가 순환되도록 바라는 것이다. ... 크게 보면 새로운 문화운동, 대안문명, 대안문화운동이기도 한 것이 지리산운동이다.

케이블카, 산악열차 이런 문제만이 아닌 더 심각한 기술문명, 기계문명이 가지고 있는 위기도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로 당혹스럽게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도 결국은 휴머니즘, 인간성의 상실이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 이 모임이 그러한 출발에 있다고 본다. 이것을 현실로 가져오려면 이 모임이 어떻게 추동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 모임이 정례적으로 이루어질 때마다 개인의 의견을 공론장으로 끌어와서 개개인들이 하나로 공론화되는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갔으면 한다. ... 무언가 내용을 빨리 채우고 체제를 정비해서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단은 서로 개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면서 그러한 이야기를 토대로 깊은 관계성, 친밀성을 유지하고 그러면서 이 모임을, 지리산 운동을 발전시켜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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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운동이라고 하니 산악열차, 케이블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지요.

 

지리산에 내려온 다음 해에 4개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얘기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리산은 하나다.’라고 얘기해왔다. 이 표현은 우리가 하난데 서로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문구였다. ... 지리산에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리산의 케이블카를 계속 지자체장들이 이야기함으로 인해서 이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안에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짚라인, 모노레일 이런 것들이 마음 안에 들어가는 것이 더 두려웠다.“ (윤주옥)

 

우리가 무언가를 막아낸다는 목적에 사로잡혀서 그 뜻에 함께 할수 있는 이웃들을 잊고 있지않았나. 그 이웃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임.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게됐고 그런 고민들을 세분이 엮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최지한)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기본만 간신히 잘하는 게 아니라 기본만 내밀어도 다 해결될 수 있을만큼 잘하는 것을 기본에 충실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막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 산악열차도 마찬가지로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서 옆 사람에게 전해줘야하는데 ... 이 단계에서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고 차근차근 단계가 있어야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거나 마음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지선)

 

산내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지리산과 삶의 연결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산악열차 이야기를 들어서 친구들과 뭐라도 해보자하고 산내삼거리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가 지리산사람들과 연결되었다. 다음해에 지리산방랑단이라는 여행을 떠나면서 지리산과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가 제 안에 들어온 것 같다. ... 구례로 오면서 산악열차 반대활동에 같이 목소리를 담고자 노력했다. 너무 어려운 활동이더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행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것인지 내가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 그렇게 활동하다가 지치거나 되려 상처받는 제자신도 발견했다. 활동가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상처받지 않게끔 돌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이 자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 지리산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삶 속에서 자신과의 연결을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이 저희 세대에게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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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운동이 1시간 30분 차를 타고 움직여야만 가능할까요? 각자 사는 지역에서 좀 더 세심하게 움직여야지요.

 

터지는 걸 막는게 아니라 터지는 것 막는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고민들, 그게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같이 가져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근본적인 고민을 우리끼리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 좋은 세상에서 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태준)

 

”... 산악열차나 큰 이슈가 있을 때에는 뭉치지만 일상적으로는 각자 자기가 발 딛고 서 있는 지역에서 사람들이 계속 같이 맞대고 이야기하고 퍼뜨리는 점조직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 삶에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여는 말씀 해주신 것처럼 어떻게 운동이 삶이 될 수 있을까 ...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들 옆에서 조금씩 배워나가고 다음 세대들에게 전하는 삶이 그런 운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돌보면서 살고 아이들에게도 계속 손내밀고 자연스럽게 살고. 그 방법이 장기적으로 볼 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군수가 되고 의회, 의원이 되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 자리를 선점해서 이런 짓꺼리를 못하게 막았으면 좋겠다.“ (문현경)

 

지리산운동이 북극성을 바라보듯이 방향성으로 잡고 가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삶의 태도나 가치, 철학과 관련되서는 직접 보지 않아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직접 보면 더 좋을 것이다. ... 지리산의 공적인 방향, 대안적인 방향, 소외된 생명에 소홀하지 않고 내가 넘침이 없이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갈수 있으되 다만 우리의 문제가 결국은 각 지역에서 안정된 바람직한 형태로 자리잡고 꽃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정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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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좀 더 확장된 지리산운동은 필요해 보입니다.

 

지리산권에 사는 대안적인 삶을 지리산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끌어가다 보면 산악열차가 실패했다하더라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고 그 동력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을까. 지리산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참 좋다.“(박은주)

 

우리 지역에서 사람모으기가 힘들어서 파이를 키워서 사람을 모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저도 지리산권 청소년들이 모여서 뭔가를 해보는 것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나름대로 명분들이 있지만 모으기 힘든 청소년들을 지리산권으로 넓혀서 모으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기대되는 것은 범위가 넓어진 만큼 다른 환경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지리산권이라는 공통점, 지향점을 상당부분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전혀 색다른 시도들을 배울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김한범)

 

”... 같은 지리산권에 있지만 한 시간 반 걸리는 먼 지역들은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서로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서모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김인호)

 

구례나 산내나 지리산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과 남원 시내, 산청 읍내 등 멀찌감치 바라보는 사람들이 지리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다. ...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리산의 어떤 가치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같이 만들어가야하고 그럼으로써 지리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나가는 운동이 박두규 님이 말씀하신 지리산 운동의 의미가 아닐까. 가치를 좀더 구체적이고 쉬운 언어로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이 모임에서 준비하면 좋겠다. ... 지리산에 살지 않더라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임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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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운동이라는 커다란 방향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고 한다면 방향을 설정해놓고 열린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 ... 좀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거라면 좀더 열린 무언가로 너무 느슨하지 않게 가져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겠됐다.“ (자유)

 

지리산자락에 있는 모두가 개인의 의견을 가져와서 나누고 자기 지역에서 고민하고 일했던 사안들. 사건화되지 않아도 되고 사건화된것도 있을 것이고 다양할텐데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것들을 가져와서 공론화시키자는 것이다. ...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잇는 장이었으면 좋겠다. ... 조급하게 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보다도 그런 것들 하나하나 점검해나가면서 차분하게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러면서 개인이 어느 지역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도 충분히 개인적 고민과 함께 이야기하고 상황적 문제도 고민하고. 개인의 문제도 공유하면서 개인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거기에서 출발하자.“ (박두규)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공유하는 자리,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 꿈을 만드는 자리, 정형화된 틀을 만들지 않고 두 번째 자리를 만들어서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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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계속 내리고, 산청, 함양에서 온 활동가들의 엉덩이가 들썩였습니다. 아쉽지만 오늘의 동지모임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할 시간입니다. 모두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시를 읽고, 종이에 쓴 액을 날렸습니다. 액은 누군가가 나에게 준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음을 액을 날리면서 깨달았습니다.

 

오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개발 반대 운동을 넘어서 우리 삶을 바꾸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지리산운동의 꿈을 향한 내딛음, 시작하였으니 차분히, 벅찬 마음으로 나아가야겠습니다. 내년에 다시 만날 지리산동지모임은 이 글을 읽는 그대를 포함한 모두가 초대손님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 백지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사짓고 아이들과 만나면서 좋은 세상을 꿈꾸는, 너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며 돌봄과 치유를 위해 마음 쓰는, 그러한 우리가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기록. 김주리

사진. 김인호

. 윤주옥

 

박두규 시인의 마중물 글과 김주리 님이 정리한 지리산동지모임의 기록,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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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동지모임 후기] 눈 내린 동짓날, 지리산동지들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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