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을 읽다가 혼이 나간 것 같다.
지리산 남원을 배경을 쓴 소설 혼불
구례와 전주 김제를 오가다 보면 매번 보는 간판이 하나 있다.
남원 사매면에 있는 혼불 문학관 이정표다.
매번 지나면서 한 번 가볼까 하기도 했고 혼불이라는
소설을 읽어 볼까 하다가 지나친 것이 20년은 된 것 같다.
지리산 남쪽 하동을 배경으로 쓴 대하 소설 토지가 있다면
지리산의 북쪽 남원을 배경으로 쓴 대하 소설은 혼불이다.
어제 혼불 1권을 읽어 봤다.
나름 꽤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혼불을 읽는 순간 혼이
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나가 버린 우리말을 이렇게 아름답게 새겨 놓은 소설을
이제까지 만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스토리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서술하는 언어는 아주 특별했다.
특히 전라북도 지방의 언어들..
내가 어려서 사용했던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옛말들이 하나 둘 소설을 통해 윤슬처럼 빛났다.
최명희 작가는 1947년생이고 본적이 남원 사매면인데
소설 혼불의 배경 역시 그 지역이다.
작가는 1998년 난소암으로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언어는 시대의 정신이고 언어가 없다면 민족도 없다.
혼불에 새겨진 단어들은 오래된 우리 옛말들이 많다.
처음 들어 보는 단어들이 부지기수인데
작가는 취재와 사전 책 그리고 노인 분들의 인터뷰를 통해 별도의 단어사전을 만들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책은 도서관에 빌린 책인데 처음 20페이지 단위로 책이 점점 깨끗해진다. 100페이를 넘기니 읽은 흔적이 없다.
아마도 유명한 소설이니 한 번 읽어 볼까 하다가 100페지를 넘기면서 모두 포기한 것 같다.
더구나 요즘 세대들이 읽기엔 오래된 말들이 많아 사전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도 힘들 것 같다.
혼불의 뜻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그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사람들은 혼불을 목도할 적이면 먼 길을 떠날 불빛을 애도하며 두 손을 모아 망자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옛말에 관심이 많고 더구나 아름두운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소설 혼불을 추천한다.
모두 10권이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 하겠지만
시간이 안 된다면 1권이라고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