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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시
- 깨달음의 시 인디언들은 1월을, 눈이 천막 안으로 휘몰아치는 달, 호숫물이 어는 달, 등 부족에 따라 다르게 불렀나 보다. 우리 부족은 저마다의 해맞이로 시작하니 1월은 ‘새로운 해가 뜨는 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작만이 아니라 늘 새로움과 설렘으로 일상을 맞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지난해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진동과 혼란이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새로움’을 창출하기 위한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 ‘새로움’을 얻기 위해 시바 신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도는 세상의 모든 자연과 자연의 법칙까지도 신이라고 해서 많은 신들이 있는데 그중 브라마는 창조의 신이고 비슈누는 유지의 신이며 시바는 파괴와 소멸의 신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파괴의 신인 시바를 가장 많이 찾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창조되면 그것을 유지하고 또 그것이 다 하면 파괴와 소멸을 통해 다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자연과 우주의 순환구조 속에 있다. 사는 동안 남녀노소, 빈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현실의 고난과 어려움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이런 고통스런 현실을 파괴하고 싶고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게 된다. 시바 신으로 인해 현재의 고통과 절망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상을 살아가는 힘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서 나온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백지와도 같은 깨끗한 이 한해를 어떻게 채워나갈까, 하는 새로움에 설렘까지 더해 분주해진다. 그런데 한해의 벽두에만 이 새로움과 설렘을 맞는 것은 좀 아쉽지 않은가. 똑같은 해가 매일 뜨는데 왜 새해의 벽두에만 그 맛을 봐야 하는가. 진부하기만 한 하루를 매일 새롭게 맞을 수는 없을까. 어느 선사가 쓴 ‘깨달음’이란 시가 있다. 깨닫기 전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길었다 깨달은 후에도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다 이 시를 보면 깨달음을 얻기 전이나 얻은 후에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그래서 깨달음은 물을 긷고 나무를 하는 일상의 현실에 있다는 것과 그 일상을 새롭게 보고 또 새롭게 사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 것이 먹고살기 위한 일상이요, 삶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지치고 힘든 현실을 새롭게 살 수만 있다면 세상은 고통이 아니라 마냥 신기하고 즐거울 것이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바깥나들이를 하면 아이들은 쉴 틈 없이 질문을 한다. 어른들에겐 진부하고 힘든 이 세상이 아이들의 눈에는 모든 게 새롭고 궁금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아이의 천진함으로 늘 자연과 세상을 새롭게 보고, 매일 새롭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깨달은 자의 일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마음의 여유도 없이 비상계엄 해제 이후 아직도 안정되지 못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런 정국이 얼마나 더 지나야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으나, 오래지 않아 어떻게든 진정되면 어떤 ‘새로움’이 다시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으로 행정부가 꾸려지고 국민을 배신하지 않은 2/3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있으니 어느 정도 국민의 정서에 부응하는 많은 개혁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시바가 지금 우리의 혼란을 파괴하여 소멸시키고 있으니 머잖아 ‘새로움’의 세상은 시작될 것이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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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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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
- 오늘(2025년 1월 14일) 11시, 구례군청 앞에서 사포마을 지리산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섬진강권 양수댐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리산사람들 등은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지리산사람들 등은 2023년 9월 4일부터 구례 민주주의 회복과 지리산, 섬진강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거리에 서 있었던 16개월의 소회를 나누고, 앞으로는 매주 화요일 아침 구례군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구례의 강과 산, 땅은 구례군의 소유물이 아니며, 지금을 사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닙니다. 강과 산, 땅은 아이들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며, 그곳이 삶터인 생명들과 공유하는 곳입니다. 지리산사람들 등은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가 생명평화의 땅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기자회견 전문 올립니다. <기자회견문>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 1년 중 가장 춥다는 1월입니다. 우리가 구례 민주주의 회복과 지리산, 섬진강을 지키기 위해 구례군청 앞에 섰던 날은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과 겨울로, 해가 바뀌어 봄이 오고,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리산골프장은 못 할 거야, 지리산케이블카도 힘들다던데, 섬진강 구례양수댐은 이미 결정되었잖아.’ 그러면서 ‘날도 더운데, 날도 추운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 그만해도 된다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골프장은 물 건너갔을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케이블카는 구례만의 문제가 아니니 건설하기 힘들 것입니다. 섬진강 구례양수댐은 ㈜한국중부발전이 우선사업자로 결정되었으나 불확실성, 기후재난의 시대에 어떤 결말이 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멈춰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봉성산 불법 벌목과 주민 갈등 조장, 불탈법을 통한 지리산골프장 시도, 군민 세금으로 지어야 한다는, 상부정류장에서는 노고단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지리산케이블카, 제대로 된 검증없이 여론몰이로 추진되는 섬진강 구례양수댐 등에서 구례군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구례군은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단체를 적으로 몰아세우며 공격하고 핍박했고, 김순호 구례군수는 군민들과 공동으로 서명한 합의문을 깨면서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산사태가 날까 두려워 뜬눈으로 밤을 보낸 주민들의 손을 단 한 번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구례의 윤석열’이라고도 불립니다. 오늘도 구례군은 개발, 토목 위주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리산골프장, 지리산케이블카, 섬진강 구례양수댐, 오산케이블카, 간전면 레미콘공장 추가설치, 하천 정비사업, 서시교 철거 시도 등 부수고, 파헤치고, 쫓아냅니다. 우리가 경험한 구례군의 행정에 주민은 없습니다, 미래도 없습니다. 이러다가 구례의 강과 산, 흙을 다 팔아먹어 아이들에겐 오물투성이 죽은 땅덩어리만 물려줄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구례의 강과 산, 땅은 구례군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닙니다. 강과 산, 땅은 아이들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며, 그곳이 삶터인 생명들과 공유해야 할 곳입니다. 지금처럼 모두 파먹고 쓰레기만 넘겨준다면 그건 범죄입니다. 제발 나쁜 어른이 되지 맙시다. 우리는 2023년 9월부터 이 자리에 있었고, 구례군, 구례군의회와 만나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구례군, 구례군의회는 대화를 시도하거나 변화를 추구하려는 의지도,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구례군, 구례군의회는 멈추고 함께 살 길을 생각하자는 우리의 제안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이후에도 아이들을 대신하여, 함께 살아야 할 생명들을 대신하여,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6개월, 모두 애쓰셨습니다. 그들이 멈추지 않으니, 우리도 멈출 수 없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떨어지는 낙숫물 한 방울, 그 한 방울이 모여 바위를 뚫습니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에는 구례가 생명평화의 땅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토목 위주의 행정 중단하고 주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지리산골프장 추진 중단하라! - 우리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군민의 기본 권리 보장하고 섬진강 구례양수댐 추진 포기하라! - 지리산국립공원은 구례군의 소유물이 아니다! 지리산케이블카 재추진 즉각 중단하라! 2025년 1월 14일 사포마을 지리산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섬진강권 양수댐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리산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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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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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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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 시키는가!
- 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눈이 녹기 시작했다. 한 달 전만 해도 2미터 이상이나 쌓여 있던 눈이었다. 파괴된 마을은 처음에는 까맣게 그슬린 지붕만 보였다. 며칠 밤이 지나자 눈 밖으로 차츰차츰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녹기 시작했고 마침내 시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래된 시체들이었다.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1월에 죽은 시체들이었다. 몸뚱이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얼굴은 잿빛 밀랍 같았다. 날씨가 온화해지자 시체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나자 마을 사람들은 눈으로 시체들을 덮어 버렸다. 그래버는 2년 동안 휴가를 가지 못했다. 휴가는 계속 보류되었다. 과연 이번에는 휴가를 갈 수 있을까 그래버는 총탄이 쏟아지는 참호에서 휴가를 생각했다. 그들은 연장을 가지고 와서 파묻힌 사내를 파냈다. 라메르스였다. 안경을 낀 빼빼 마른 병사였다. 1미터쯤 떨어진 바닥에서 안경도 발견되었는데, 깨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하지만 라메르스는 죽었다. 전쟁에서 죽음은 일상이 된다. 매일매일 적과 아군들이 죽어간다. 죽음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삶의 무게도 가벼워지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가?. 피로 물들어간 대지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그래버는 10시에 라에의 호출을 받았다. "자네의 휴가 통지서가 왔어" 러시아와 독일의 전쟁이었다. 독소 전쟁의 막바지였고 독일군은 점점 후퇴하고 있었다. 매일 전선이 독일이 있는 서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버에게 휴가증이 발급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차는 서쪽으로 달렸다. 한낮이었다. 태양은 잿빛 뒤로 흐릿하게 보였고, 눈은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그때 갑자기 가슴속에 뜨거운 그 무엇이 솟구쳐 올랐다. 비로소 탈출했다는 느낌, 죽음로부터 멀어져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1미터 1미터 멀어질수록 1미터 1미터의 안전이 확보되었다. 다음 날 아침,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옅은 새벽안갯속으로 주변 풍경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옅은 새벽안갯속으로 주변 풍경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래버는 이제 창가에 앉아 유리창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 한 시간 후에 낯익은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당황스럽게 그리고 날카로운 기억들이 가득 찬 채로, 그것은 귀향 자체라기보다는 귀향에 대한 예감 같은 것이었다. 마침내 그래버는 자기 고향에 도착했다. 하지만 고향은 자신의 기억 속에 고향은 아니었다. 공습으로 인해 그래버의 집은 파괴되었다. 그래버는 죽음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고향 역시 죽음과 1미터도 떨어지지 못했다. 그래버가 살던 하케가 18번지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집은 오직 정면만이 남아 있었다. 그래버는 실종자 창구에 가서 부모님의 이름을 말했지만 없다는 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폐허가 된 집 정문에 쪽지를 남겨 두었다. 스무 살 정도 된 처녀가 마치 강물을 따라오기라도 한 듯 불빛을 받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둥근 눈썹, 그리고 어깨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마호가니 색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버의 그녀는 같은 김나지움을 다녔다. "세상에… 엘리자베스 군.. 넌 줄 몰랐어. 많이 변했군" "당신도 그래요" "무엇 때문에요? 나보다 더 명랑한 여자를 찾으면 돼요" "명랑한 여자 같은 것은 필요 없어" "그럼 뭐가 필요하죠?' 그는 갑자기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의 얼굴에 그리고 입술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재빨리 사라지는 바람과도 같았다. 그래버는 폴만 선생을 찾았다. "저는 지난 십 년 동안의 범죄에 제가 어느 정도 관계되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자네가 지금 한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그렇습니다." "요새는 그보다 더 의미 없는 질문을 해도 목이 달아나" "자네가 말하는 범죄는 전쟁을 말하는 건가?" "전쟁을 일으킨 온갖 것들을 말합니다. 거짓과 억압, 불의와 폭력, 그리고 전쟁과 그 전쟁을 하는 방법도 범죄에 포함됩니다. 노예 수용소, 집단 수용소, 민간인에 대한 대량학살 말입니다." "공범 관계라고 하지만 자네가 무엇을 알고 있나? 자네는 너무 어렸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도 전제 거짓으로 중독되어 던 거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그것을 눈앞에 보고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네! 나태한 마음, 무관심, 이기주의, 혹은 절망이라고 할 것인가? 그래버는 갑자기 폴만의 눈동자가 누구를 떠오르게 하는지 알았다. 그것은 그가 총살한 러시아인의 눈이었다. 그래버는 광장으로 나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리수나무 옆을 지나 폐허와 파괴된 집 사이로 걸어갔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다. 자기 내부의 모든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버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 우린 결혼해야 해" "결혼이라고? 왜죠? 그녀가 웃었다. "너무 허무하기 때문에. 우린 서로 안 지도 며칠 안 되었고, 며칠 후면 난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야 해. "결혼해도 고독은 줄어들지 않아요. 오히려 더 고독해질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알폰스가 느긋한 표정으로 웃었다. "에른스트 그래버, 게슈타포가 관연하지 않는 건 하나도 없어! 자네가 유대인 아가씨나 공산당 아가씨와 결혼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어쨌거나 조회는 하게 될 거야. 규칙이니까! 그래버는 깜짝 놀랐다. 조사가 시작되면 엘리자베스의 아버지가 집단 수용소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오늘 아침 엘리자베스는 결혼 서류를 신청하기 위해 시청에 갔다. "제기랄 무슨 일을 해버린 거야" 그래버는 엘리자베스가 게슈타포의 조사로 아버지가 집단 수용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녀가 노출될 것이 걱정되었다. 부모님 집 문패 밑에 쪽지가 꽂혀 있었다. 어머니의 편지였다. 그래버의 부모님은 살아 있었다. 아기라고.. 우리 형편에 만일 현재와 같은 사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야만스러운 사람들만 아이를 낳게 된다면 어찌 되겠어요? 그리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정의를 다시 실현할 수 있겠어요? 엘리자베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아기에 대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갑자기 벽이 뚫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구멍으로 정원이 보이는 것처럼 불확실하나마 한 조각 미래가 흔들거리면 보였다. "기차는 6시에 출발해" 그래버의 3주간의 휴가가 끝났다. 역에는 나오지 마, 여기서 떠나고 싶어. 역에서 울고 있는 지치고 땀을 흘리는 여자만 머릿속에 떠 올랐거든" "알겠어요" 하지만 역에서 기차가 떠날 때 멀리 엘리자베스가 보였다. 그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버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마지막일 수더 있는 그녀를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창문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버는 다시 복귀했다. 자신의 군대는 120킬로미터 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러시아인 포로 4명을 그래버가 담당하게 되었다. 전투가 이어졌다. 밤새 곡사포와 폭탄들이 떨어졌다. 포로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버 저 러시아 놈들을 쏴버려 슈타인 브래너가 말했다. 그래버는 러시아 포로를 죽이려고 하는 슈타인 브래너에게 총을 쐈다. 그래버는 러시아 포로를 모두 풀어 주었다. "가! 어서 가란 말이야!!" 그는 러시아인인 보았다. 남자의 손에는 뜻밖에도 총이 들려 있었다. 남자는 총을 겨누었다. 그래버는 검의 총구를 바라봤다 . 불그레한 꽃망울과 이파리가 달린 식물이 눈앞에 보였다. 그 풀은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그의 눈이 감겼다. 그래버는 어린 나이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프랑스 러시아로 6년을 전쟁터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 고민하는 병사였죠. 2년 만에 3주간의 휴가를 얻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거기에서 함께 김나지움에 다니던 엘리자베스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합니다. 자신을 가리키던 폴만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유럽의 모두 전쟁터였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던 전쟁터였죠, 끝없이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 진흙 같은 참혹함이 세상을 잿빛과 핏빛으로 물드리는 참혹함만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는 러시아 게릴라를 지키는 업무를 받습니다. 그래버는 양심에 따라 그들을 풀어주죠. 하지만 그의 선행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엘리자베스와의 짧은 사랑 그리고 죽음, 전쟁은 그들을 이별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대한민국은 절 못된 선택으로 인해 계엄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빠져 있습니다. 탄핵만 되면 술술 일일 풀린 것이고 다시 안정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악은 그렇게 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끝없이 빈틈을 찾아 작은 구멍이라도 찾게 되면 뱀처럼 빠져나와 다시 독을 가득 품은 이빨을 내밀고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그래버는 자신의 전쟁에서 했던 전투에서 했던 행위들 살인 총살 그리고 민간인 학살 이 모든 것이 명령에 따랐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고민합니다.. 결국 그의 양심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죽는 순간 그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제 더 이상 누구를 죽이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롭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쟁터에서는 단 하루의 평화도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죽음의 공포로부터 멀어지니까요. 우리는 지금 계엄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불안합니다. 우리의 평화는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가을의 끝 낙엽처럼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시민들일 것입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노력하는 사람들! 위대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들의 행동일 것입니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에리히 레마르크가 1945년에 쓴 대표적인 반전소설입니다. “개선문”과 “서부전선 이상 없다”등 쓴 전쟁문학의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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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 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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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부른다
- 너를 부른다 - 김 현 주 봄꽃들이 십일월에 피어올랐다 봄인 줄 알고 꽃망울 피어올린 처연한 것들 봄꽃이라 부르랴 겨울꽃이라 부르랴 내일이면 콧등 시린 바람 분다는데 찬서리 내려앉은 여린 꽃은 어디로 가야 하나 피자마자 지는 것도 물들지 못하고 투둑 떨어지는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피어나지 못한 채 져버린* 만19세 청년 윤슬 위로 흘러가는 네 어미 울음소리에 따순 십일월 햇살 받아 피어오른게지 이렇게라도 다시 한번 피어나고 싶어 네 어미 눈썹 닯은 자귀꽃으로 피어난게지 * 2024년 6월 16일 전주페이페에서 일하던만 19세 청년노동자가 입사한지 6개월만에 사망했다. 그는 순천 모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현주┃길문학회 동인, 순천작가회의 회원, 저서 「구술생애사 ‘조곡동 철도관사마을에서 만난 사람들’ 1.2」, 「마을의가치, 학교와같이(공저)」가 있다. 청소년노동인권활동가이자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이다. 현재는 우리마을교육연구소 사회적협동조합 소장이다. one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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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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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2025년 활동기금 모금
-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후원계좌 농협 351-1285-4584-83 이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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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2025년 활동기금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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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원회 활동보고서"
- <2024년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활동보고서> 1. 2024년 산청군 지리산케이블카 추진 현황 1) 추정예산 증가: 1177억 -> 2000억 (산청군수 이승화 발언) 2) 환경영향평가 & 국립공원계획변경안 작성 용역 진행 중 (총 5억 4천 만원) 3) 경남 도내 단일화 4) 환경부는 반려된 2016년도 신청서와 99% 동일한 2023년도 신청서를 반려하지 않고 관망중. 2. 지리산케이블카, 무엇이 문제인가? 1) 환경파괴: 환경부 가이드라인 위배,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지 훼손, '친환경적 공법'은 사실상 불가능. 2) 경제성 없음: 향후 30년간 지속적 관광객 증가와 흑자 운영이 이루어져야 투자비 회수 가능. 전국의 케이블카는 대부분 적자로 운영중. 3) 비민주적: 대한민국 1호 국립공원을 개발하려면 주민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4) 공공성 없음: 난개발에 예산 투입으로 교육, 복지 예산 삭감 예상. 산청군의 인구정채과 기초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케이블카가 우선 사업이 될 수 없습니다. 3. 정기행동 1) 매주 월요일 아침 8~9시 농협중앙회 사거리 피케팅 2) 매주 수요일 5~6시 원지 하나로마트 앞 피켓팅 3) 산청촛불행동 참가, 발언 4. 궁금해, 산청산들강 1) 4월~12월에 걸쳐 총 9회 진행 2) 산청의 산들강을 발로 걸으며 역사의 현장과 뭇생명을 만남 3) 탈것을 이용한 피상적 관광보다, 직접 발로 땅을 디디고 물에 들어가는 자연과 밀착된 만남 지행 4) 산청지역의 생태환경 알기를 통해 참가자와 활동가의 내실 다지기 5) 궁금해, 산청산들강은 인터넷신문 지리산인에서 자세한 후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6) 참가비는 난개발로부터 지리산을 지키기 위한 후원 계좌 '지리산을그대로'에 적립되었습니다. 5. 기자회견 1) '케이블카없는지리산실천단' 발족 기자회견 (4/22 진주 서부청사 앞, 광주 518 민주광장) 2) 남원케이블카반대기자회견 참석 (4/26) 3) 산청 케이블카 용역 관련 기자회견 (5/21 산청군청 앞) 4) 경남도내 케이블카 단일화 관련 규탄 기자회견 (6/24 경남도청) 5) 지리산케이블카 반려 촉구 기자회견 & 환경부 면담 (7/1 환경부) 6) 907 기후정의행진지리산행동 기자회견 (9/2 산청군청 앞) 7)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 기념 기자회견 (11/20 산청군청 앞) 6. 서명운동 1) 읍장, 목화장터, 간디학교, 지역행사, 온라인에서 서명운동을 진행 2) 1~2월에 집중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1200명 정도 서명해주셨습니다. 3) 산청군 유권자 600명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4) 서명링크는 열어둔 상태입니다. 5) 추가적인 홍보와 집계 필요. 7. 연구 & 분석 1)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수요 추정 자료 검토. 2) 자연공원법, 가이드라인 공부 (구례와 연대) 3) 케이블카 관련 기사 분석 4) 2023년도 산청 케이블카 신청서 분석 5) 2016년도, 2023년도 신청서 비교 분석 (99% 동일) 6) 산청군 지방예산 & 결산 분석 8. 언론 & 방송 출연 1) 6/10 속속들이 좌담회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이해성 사무국장 출연 2) 6/24 경남 MBC 라디오 민영권 집행위위원장 인터뷰 3) 8/13 창원 KBS 최세현 대표 인터뷰 9. 지역홍보 1) 한방약초축제 중 1인 시위와 유인물 배포 10. 연대활동 1) 구례, 남원과 연대하여 '케이블카없는지리산실천단발족' 2)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참여 3) 함양 4계4U 사업 대광마을 부지 선정 백지화 기자회견에 연대단체로 참여 11. 기타활동 1) 동아시아 에코토피아가 2회 산청을 방문해서 케이블카와 지리산 난개발 이야기를 듣고 갔습니다. 2) 덕유산 케이블카 (곤돌라) 현장 답사 3) 정상에 오르지 않는 등산모임 '노피클'과 케이블카 예정지인 중산리를 방문하고, 지자체 예산과 케이블카 등 난개발, 이주민의 지역살이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12.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 선정 산청 케이블카 예정지인 지리산 중산리 일원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응모, 많은 시민들의 추천과 댓글로 네티즌상에 선정되었습니다. '이곳만은 지키자'는 국가나 지자체가 보전하고 있는 법적 보호지역은 응모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중산리가 네티즌상에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립공원 보존은 이제 오로지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13. 쟁점과 향후 활동 방향 1) 주민에게 설득력 있는 반대 이유와 대안 제시 2) 군수, 군의회, 환경부, 국회와 대화 3) 관련법, 제도 개정 4) 기후재앙은 빠른 시일 안에 현실로 닥쳐올 것입니다. 불필요한 난개발을 지금 당장 멈추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수립해야 합니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후원계좌 농협 351-1285-4584-83 이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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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원회 활동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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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설경
- 「섬진강 편지」 -섬진강 설경 남원 부절리 소나무 숲을 보고 섬진강을 거슬러 임실 진메마을까지 다녀왔다. 구담마을에서 장구목 길이 눈이 쌓여 차는 자꾸 미끄러지고 금방 날이 어두워진다. 쏟아지는 눈 속에 고립되어 하룻밤은 장구목가든에서 머물러도 좋겠다 싶었는데 사륜애마는 ‘뻘생각 말라'는 듯 어두워지는 언덕길을 박차고 올라선다. 순창을 지나 남원에 접어드니 눈발이 잦아들었다. 오늘은 섬진강 상류구간인 임실 붕어섬과 진안 데미샘까지 설경을 담고 싶었는데 순창지역 기온이 영하 15도가 넘어 엄두가 나지 않아 나사질 못했다. 한파에 가출해서 밤내 들어오지 않고 애태우던 냥이가 정 때가 지나서야 슬며시 나타나 얄밉게 밥그릇을 두들긴다. 어젯밤을 장구목에서 하룻밤 묵고 왔더라면 나도 냥이와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갈 뻔했다. -섬진강 / 김인호 -남원 부절리 솔숲 -진메 가는 길 -진메 징검다리 -구담마을 돌다리 -구담마을 -장구목 -요강바위 -장구목 -진메마을 -진메에서 천담마을 가는 길 -진메마을 -구담마을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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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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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동의편지] 난세란 과연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 ‘난세(亂世)’란 과연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박소동 지난해 8월 15일 현암사에서 출간한 번역 『맹자(孟子)』의 머리말에 내가 어릴 때 들었던 ‘난세에는 반드시 맹자를 읽어라[亂世必讀孟子]’라는 말을 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난세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나는 고전에 나타난 난세의 판단 기준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집단지성들의 판단을 구한다. 첫째 : ‘상벌부중(賞罰不中)’이다.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일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른 통치의 치세이자 통치자의 기본 덕목이다. 그래야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상을 주는 것과 벌을 주는 것이 그 행위에 적중하지 않고 통치자의 자의적인 집행으로 법의 기능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작은놈은 걸리고 큰놈은 통과하는 ‘거미줄 법’이 되면 국민은 법치를 불신하게 되고 통치자를 증오하게 된다. 난세의 길로 가는 조짐이자 상징이다. 둘째 : ‘현재불거(賢才不擧)’이다. 통치자는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이 동원되어 통치하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에 알맞은 인재를 등용해서 맡겨야 하는 일이 통치자의 중요한 임무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직과 임무에 알맞은 인재가 아니라 사적인 친불친과 이해관계로 관리를 등용하면 그 조직이 무너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국민은 통치자를 불신하게 되고 원망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회복할 수 없는 ‘시스템 붕괴’로 이어져 국가 존립의 중요 기능인 ‘국내의 치안[內治]’은 물론이고 국방과 외교마저 위태롭게 된다. 국가의 존망을 좌우했던 지난날 모든 나라들의 역사가 이를 대변해 주는 지금의 교훈이다. 셋째 : ‘언로폐색(言路閉塞)’이다. 통치자에게는, 잘한다고 칭찬하는 말은 듣기에는 달콤하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고 올바른 통치를 하는 데는 독이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통치자를 망치는 말이다. 그래서 ‘말[言]’이라고 하지 않고,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바른말을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른말은 듣기에는 거북하다. 바른말을 할 수 있고 수용하는 통로를 ‘언로(言路)’라고 한다. 전통 군주 시대에도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고 법으로 보장하였다. 그래서 2중 3중으로 ‘언관제도(言官制度)’를 두어서 언제든지 통치자에게 바른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말이 옳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지 옳지 않다고 벌을 주면 바른말 하는 사람을 천리 밖에서 거절하는 것이고 그러면 군주의 주변에는 달콤한 말만 하는 아첨배 간신배만 가득할 것이니 눈멀고 귀먹은 군주가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알아서 바른 정치를 하겠느냐?”라고 군주에게 언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조선왕조실록』에 종종 등장하는 이유이다. 조선왕조 시대의 군주가 모두 현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500년을 유지했던 것은 실로 언로의 활성화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로가 시스템화한 덕에 어리석은 혼군(昏君)의 전횡을 극복한 사례가 많다. 『조선왕조실록』의 한 사례를 들어 보면 얼마나 언로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한 선비의 상소문 중에 ‘당신은 허수아비 같은 군주다.’라는 비유를 하는 문장까지 있었다. 왕은 이 상소에 답하면서 ‘내게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다른 일에야 얼마나 더 강직하겠는가. 가상하다.’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답 아래에 ‘사신왈(史臣曰)’로 시작하는 댓글이 달려 있다. ‘말은 가상하다고 하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니 그 말이 받아들여지겠는가.’ 임금 앞에 앉아서 사실을 기록하는 사관이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이렇듯 군주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역사를 의식하며 하여야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정치가 가장 말기적인 난세의 현상이라는 『춘추』의 판단이 지금도 유효하다. 현실 정치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 민주시민의 집단지성들은 과연 이 세 가지 판단 기준에 얼마나 동의하고 동감할지 자못 궁금하다. 글을 쓴 박소동 교수는 구례에서 태어났다. 난포蘭圃 서한봉徐漢奉 선생을 사사하였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실장 · 편찬실장 · 교무처장, 한국고전번역원 한학교수, 성균관대학교 한문고전번역 석박사 통합과정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한국고전번역원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명예한학교수이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지난해 출간한 『맹자』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귀향 후 구례 호양학교를 터 삼아 고전에서 길어 올린 시대의 좌표를 가르치고 있다. 호양학교는 을사늑약 이후 구례 지역의 선각자들이 망국의 한을 안고 후학 양성을 위하여 1908년 광의면에 설립하였고 1920년 폐교되었으나 2006년에 복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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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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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동의편지] 난세란 과연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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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키즈의 생애 4편 "우리는 무슨 사이"
- 9월이 왔다. 뜨거운 더위가 살짝 물러섰다. 신입생들의 얼굴엔 고등학생 같은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에 돌아갔을 때 나경은 수현을 만났다. 나경이 먼저 수현을 찾아왔다. "수현아, 그동안 잘 지냈어 “너 대학생 되더니 엄청 멋있어졌다.” “너 나 찾으러 우리 과에 왔다면서. 친구들에게 들었어" "네. 수현은 짧게 대답했다.” “어디 갔다 오신 거예요. 선배” “어…. 나. 그냥 잠시 쉬었어.” “몸도 안 좋고....." 나경은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방황했다. 같은 과 운동권 선배였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니 다시 그 선배와 다시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다행히 그 선배가 가을에 졸업했다. 나경은 다시 돌아왔다. 나경과 수현은 이후 자주 만났다. 연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경은 술을 마실 때 수현을 불렀다. 수현은 나경이 부르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나경을 만나러 갔고, 수현이 만나자고 하면 나경도 그랬다. 우리 무슨 사이죠? 라고 나경에게 수현이 물었을 때 나경은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수현은 고백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관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경은 수현이 좋았지만, 세살이나 어린 수현에게 먼저 고백할 수는 없었다. 벚나무의 잎들이 갈색으로 물들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풍이 점점 진하게 물들었다. 교정의 학생들은 따뜻한 햇살을 찾아 잔디밭에 앉아 있었다.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풋풋했던 신입생들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처럼 보였다. 학생들이 방학으로 교정은 텅 비었다. 텅 빈 교정엔 눈이 내렸다. 그렇게 가을이 가고 다시 겨울이 왔다. 수현은 겨울 방학 내게 다시 현장에서 일했다. 더운 여름보다 겨울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은 더 힘들었다. 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현장에 나가면 손발이 꽁꽁 얼었다. 그럴 때면 페인트 깡통에 버려진 나무를 태워 언 발과 손을 녹였다. 연일 영하 10도가 넘나드는 추운 날이 이어졌다. 여름보다 더 힘들었다. 겨울에 수현은 고층 아파트 현장에서 일했다. 현장은 나름대로 체계가 있었다. 수현이 맞은 일은 일명 직영 잡부였다. 여기저기 청소일을 하거나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일이었다. 겨울에 시멘트 양성을 하기 위해 석탄을 가져와 불을 지피는 일도 수현이 해야 할 일이었다. 콘크리트 작업을 한 당일엔 온종일 불을 피워야 했다. 그 날은 야간이나 철야 일도 했다. 그런 날은 기본 일당에 야근 수당에 철야 수당까지 합쳐서 하루 10만 원이 넘었다. 수현을 야간 일이 있을 때마다 지원했다. 학비도 벌어야 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나마 아침 점심 저녁을 먹는 함바집은 밥 맛이 좋았다. 마음껏 먹어도 되었고 함바집 박씨 아주머니를 수현을 아들 같다면 특별하게 달걀부침을 더 챙겨 주기도 했다. ”젊은 학생이 고생하는구먼…. 울 아들은 지금 군대 갔는데…. “강원도는 여기보다 엄청 춥겠지?“ ” 아드님이 강원도에서 있어요. 거긴 여기보다 5~6도는 더 내려갈걸요?“ ”학생은 군대 안 가나.?“”저는 졸업 하고 가려고요. "아이고. 하루라도 젊었을 때 가야 고생을 덜 하는데….” “그러게요. 세상이 저를 놓아주지를 않네요.” “근데 아주머니 아들은 몇 살이에요? “21살…. 인데…. 아, 그럼 저랑 동갑이네요.” “아…. 그려.” 그 후로 아들과 동갑이라며 아주머니는 수현을 볼 때마다 아들 생각이 난다고 했다. “학생 일 적당히 해” 직영 일은 적당히 해도 돼…. 뭐 반장이 맨날 쳐다보는 것 도 아니고… 끝내야 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네. 아주머니 고마워요.” 수현은 아주머니의 아들이 같은 또래라는 것을 알았을 때 혹시 같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직영이 하는 일은 매일 매일 바뀌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거나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해도 철근 반이나 조적이나 목수들은 일당이 2~3배는 되었는데 직영일을 하는 사람 일당이 가장 작았다. 아무 기술도 없는 수현 같은 학생들이나 기술 없이 다른 일을 전전 하다가 현장 일을 나온 사람들이 불려 오는 일이었다. 현장에서도 가장 낮은 일자리였다. 그해 겨울 방학 내내 수현은 하루도 쉬지 못했다. 아파트 준공일이 얼마 남지 않아 현장은 쉬는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2월 중순이 넘어가자, 아파트 현장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수현의 길고 긴 노동일도 끝이 나고 있었다. 나경은 현장에서 일하던 수현을 찾아왔다. 일이 끝나고 수현과 나경은 밤거리를 걸었다. “수현아, 꼭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해…” “손이 이게 뭐야….”“꽁꽁 얼고 튼 수현의 손을 잡았다.” "정 힘들면 이 누나에게 이야기해. 내가 좀 도와 줄 수도 있는데…. 수현은 별말 없이 걸었다. “선배처럼 부잣집 사람들은 우리 같은 가난한 빈민 출신들의 마음을 몰라요.” “전 빈민 프롤레타리아 출신이라고요. 가진 것도 없고요.” 둘은 함바집으로 행했다. 아주머니 여기 밥 하나 더 주실 수 있죠? 그래. 누구야? 학생 애인인가? “네” “제 여자 친구예요?” “예쁘죠?” “수현아…. 여자 친구는….” “아이고 수현 학생 여자 친구가 왔으니, 오늘은 달걀부침 네 개는 해줘야겠네” “수현이 같은 착실한 남자를 어찌 알아봤을까?” 나경은 수현이 자신을 여자 친구라고 소개했을 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둘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나이도 그렇고 환경도 그렇고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 나경은 생각했다. “선배 방학 끝나고 봐요!” 나경은 수현과 커피 한잔을 하고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경은 단 한 번도 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경에게 돈은 흔하고 편한 것이었다. 자신이 사는 큰 집과 부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수현은 온종일 일을 하고 자신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더 고민하기는 싫었다. 나경과 수현은 역까지 걸었다. 찬바람이 둘 사이를 갈라놓듯이 불었다. 수현은 나경은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나경은 손을 놓지 않았다. 얼어붙은 수현의 손을 자신의 코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깍지를 끼웠다. 둘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20분쯤 걸었을 때 역이 보였다. 역 앞에는 오래전 역 앞에 사람들이 많았을 때 이용했을 것 같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봉봉, 박카스 같은 선물 상자들이 먼지가 쌓여 있었다. 나경은 저 안에 물건이 들어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빈 껍데기겠지…. 나경은 자신이 저 빈 상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권도 아니고 공부를 하는 학생도 아니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자신이 먼지에 싸여 있는 빈 상자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곧 서울행 기차가 도착하겠습니다" 안내 멘트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경은 서둘러 기차를 타기 위애 달려갔다. 수현이 손짓이 보였다. 잘 있어…. 수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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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키즈의 생애 4편 "우리는 무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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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1일 ~ 22일]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
- 지리산사람들 2025년 회원모두모임 지난해, 회원님이 계셔서 지리산을 지키는 활동에 마음 다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5년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은 지리산자락 산청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석, 부탁드립니다. 회원모두모임 신청할 곳 https://bit.ly/4hQ4fK1 일시 : 2025년 2월 21일 ~ 22일 (1박 2일) 장소 : 성심원(총회, 식사), 지리산둘레길 등 2월 21일 (금) 13:30 [대중교통으로 오는 분] 산청터미널 만남 14:00 [자차로 오는 분] 산청군청소년수련관 지리산둘레길 걷기 14:30 지리산둘레길 걷기 1. 내리교에서 성심원까지 18:00 저녁밥 (산청 성심원) 19:00 회원총회 20:00 회원 한마당 2월 22일 (토) 08:00 아침밥 (산청 성심원) 09:00 지리산둘레길 걷기 2. 성심원에서 청계어천으로 순환 11:30 소감나누기 12:30 낮밥 (산청 성심원), 13:30 마무리 - 2월 21일 ~ 22일(1박 2일) 진행되는 회원모두모임 숙식비(1박 3식)는 무료(지리산사람들 회원에 한하여)입니다. - 참여자가 결정되면 지역별 이동 차편 조율하겠습니다. - 관련한 문의는 이아림(010-2726-9577), 윤주옥(010-4686-6547), 이메일(jirisanpp@daum.net)로 해주세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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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1일 ~ 22일]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