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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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롤재즈에 취해버린 상글의 방구일기
    보석이가 트럼펫 부는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숲 속 흙집에서 함께살이를 시작했던 첫 해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던 여름이었다. 고요함 속에서 유난히도 크게 들리던 빗물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보석이의 트럼펫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퍼졌는데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숲 속에서 이렇게 감미로운 트럼펫 선율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보석이가 연습을 하는 날이면 우리만의 연주회를 열어주는 것 같아 참 고마웠다. 보석이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같이 산 덕분에 귀가 참 호강했었다. 아쉽게도 구례로 이사온 이후에는 보석이 트럼펫을 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다. 올해는 종종 연락이 닿으면 마을에 함께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 연습하러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이가 생겼다니 마음이 든든하고 참 기뻤다. 보석이는 넉넉한 인심과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데 오랜만에 만난 보석이는 앞으로 음악으로 지리산을 지키는 일에도, 연대가 필요한 현장에서도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다 구례에서도 공연을 하고 싶다는 고마운 마음이 전해져 구례 캄다운파티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재즈공연이 기획되었다! 캄다운파티가 크리스마스이브를 마지막으로 시즌 1 영업종료한다는 소식을 전하니 흔쾌히 이 곳으로 장소를 결정해주었다. 캄다운파티는 구례의 유일한 비건카페로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방방곳곳에서 놀러오는 몸과 마음이 배고픈 이들의 평화로운 안식처였기에 모든 이들의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그동안 애써준 양지와 아림에게 헌정하는(?) 콘서트를 만들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며 공간을 꾸미고, 다과와 음료를 장만하며 본인들을 더 고생시킨건 안비밀..????)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날, 살래트리오(보석, 한결, 시은)과 옥수수 그리고 캄다운파티를 애정하던 모든 이들이 모여 따뜻한 밤을 보냈다! 연주자도 관객들도 꿈처럼 황홀했던 공연이었다. 수수가 새롭게 쓴 캐롤 노랫말도, 음악도, 공기도, 뱅쇼도, 쿠키도, 조명도, 주고받는 눈빛도, 웃음소리도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던 크리스마스였다. 내가 시골살이를 여전히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늘 함께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캄다운파티는 이들을 만나고 새롭게 연결되고, 또 함께 울고 웃는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 이상의 따뜻한 연결감이 나를 채워주는 곳이었다. 나로써 온전히 편안하게 있을 수 있고, 환대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구례에 봄이(반려견)도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양지와 아림은 늘 봄이도 반갑게 맞이해준 것이 참 고마웠다. 지리산 운동에도 늘 묵묵히 연대해주고, 달콤한 케이크를 보내주며 후원해주었다. 지역에서 이런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며 공간을 꾸려간다는 것은 곧 지리산을 지켜내는 일이고, 섬진강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수수의 말이 떠오른다. 캄다운파티 시즌이 종료되는 소식은 너무 아쉽고 슬프지만, 양지와 아림이 충분한 휴식과 잉여로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양지가 불러준 노랫말처럼, 우리는 흐르는 이 순간을 잘 보내야지.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 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사진. @fishbowl_e @thdud3190 @nomadara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29
  • 주상복합 새집 건물주 된 젤리의 방구일기
    오늘 섬진강산책단 친구들과 함께 새집, 버드피더 만들기를 하였다. 집에서 다양한 모양의 새집과 버드피더를 찾아봤다. 참고자료로 몇 개를 고른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목공소를 찾았다. 다른 분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새집과 버드피더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시작! 자투리 목재가 쌓여있는 걸 보니 ADHD인의 뇌는 하얘졌다. 골라온 참고자료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시작이 반이니까 일단 해보자!직사각형 모양의 판을 하나 잘랐다. 잘라 놓고 보니 괜찮길래 똑같은 크기로 몇 개를 더 잘랐다. 4개의 판에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았다. 판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지붕과 바닥이 없는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초호화 주상복합 버드타운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1층에는 동그란 구멍을 뚫어 새집을 만들었다. 구멍이 너무 크지 않아야 천적인 뱀이나 길냥이들로부터 안전하다고 한다. 기다란 판 2개를 옆에 붙여 한 층을 더 쌓아 올렸다. 양쪽 면에 가느다란 구멍을 뚫고 철사로 연결한다. 사과같은 과일들을 꽂을 수 있는 버드피더 완성. 아쉬우니까 3층에도 루프탑 버드피더를 더했다. 내가 고른 레퍼런스랑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버드타운’은 겨울에는 2,3층만 운영되고, 봄에는 1층만 운영될 예정이다. 정작 나는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는 걸 싫어하면서, 버드타운은 복작복작 시끌벅적하면 좋겠다.다같이 완성한 새집과 버드피더를 모아봤다. 똑같은 생김새가 하나도 없었다! 정말 신기했다. 집과 사람이 묘하게 닮아 보였다. 그 다양함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사람들은 어떤 새를 생각하며 공간을 만들었을까? 새삼 궁금하다. 나는 우리 집 주위를 날아다니는 딱새나, 섬진강 수달 관찰대 근처의 후투티를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는 이름 모를 새들도. 우리가 만든 공간에 올 각각의 새들을 생각하니 설렌다. 새는 나를 무서워하지만, 내가 만든 공간은 좋아해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욕심을 부려 3층짜리 주상복합 공간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다같이 다현, 밤구가 가져온 멋진 버드케이크를 나눠가지고, 목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예술가 혹은 장인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멋진 공간을 만들수있도록 도와주셨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칩코 덧붙이기: 섬진강시민산책단은 월1회 모여 섬진강변 쓰레기를 줍고 섬진강에 얽힌 역사이야기를 배우며 섬진강의 새를 관찰하는 모임!적당히 굵고 키가 큰 나무여야 새가 집을 짓는데, 숲의 굵은 나무는 인간이 베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공적으로 숲에 새집을 만들어 걸어주면 새들의 번식과 쉼을 도울 수 있다.또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 버드피더를 설치하면 새들이 찾아와 배를 채우고 간다. 버드피더를 지켜보며 새 관찰도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 겨우내 버드피더를 얼씬거리며 새관찰일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새들은 강추위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고열량의 버드케이크를 모이로 줄 수도 있다. 주로 곡식과 견과류와 말린과일 등을 코코넛오일이나 피넛버터로 굳혀서 만든다. 새들이 좋아하는 건 다 넣어도 좋다.새집, 버드피더, 버드케이크 만들기는 도시에 사는 분들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29
  • [2024년 2월 23일 ~ 24일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 지리산자락 산청과 함양에서!
    [2024년 2월 23일 ~ 24일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 지리산자락 산청과 함양에서! 지난해, 회원님이 계셔서 지리산 지키는 활동에 마음 다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4년 지리산사람들 회원모두모임은 지리산자락 산청과 함양에서 진행됩니다. 2월 23일 (금) 13:00 지리산리조트 만남, 동의보감촌으로 이동 13:30 산청 동의보감촌 만남, 필봉산에 올라 지리산 바라보기 15:30 경호강-엄천강 따라가며 호사비오리 등 관찰하기 18:00 저녁밥 (지리산리조트) 19:00 (기대 가득) 공연 20:00 윷놀이 2월 24일 (토) 06:00 수달 모니터링 08:00 아침밥 (지리산리조트) 09:00 회원총회 10:30 지리산둘레길 걷기 12:30 낮밥 (각자 부담) - 2월 23일 ~ 24일(1박 2일) 진행되는 회원모두모임에 소요되는 밥값, 숙박비 등은 지리산사람들 운영비로 부담합니다. - 다만 24일 낮밥 값은 각자 부담해야 합니다. - 회원모두모임 참여자가 결정되면 지역별 이동 차편 조율하겠습니다. - 관련한 문의는 이창수(010-2693-4595), 윤주옥(010-4686-6547)에게 해주세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3-12-28
  • 2023년 지리산사람들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
    2023년 지리산사람들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 올해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지리산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을 지키는 큰 힘이 되어주신 회원님, 그리고 후원자님,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 덕분에 지리산사람들은 생명과 평화, 공동체의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회비와 후원금에 대한 연말정산 기부금 영수증 발급 안내입니다. 기부금영수증을 제대로 받아볼 수 있도록 꼭 확인해주세요. Q1. 기부금 영수증은 누가 받을 수 있나요? 2023년 1월 1일 ~ 2023년 12월 31일 정기·비정기 후원금을 후원한 회원과 후원자, 후원자 본인 외에 배우자, 직계비속(자녀, 손자 등),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형제, 자매 등 부양가족으로 등록된 자가 지출한 기부금도 공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Q2. 기부금 영수증은 어떻게 발급받나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2024년 1월 중순부터 가능) 이 방법이 어려울 경우, 전화로 별도 발급(이메일, 팩스 등)을 요청해주세요. 지리산사람들은 종이사용과 발급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부금영수증을 우편발송 하지는 않습니다. 1.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서 발급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통해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2024년 1월 15일 이후부터 조회 가능합니다. <국세청 www.hometax.go.kr 방문 연말정산 > 연말정산간소화 > 소득세액공제자료 조회발급> *서비스 가능 일정은 국세청 사정으로 인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조회되지 않는 경우 - 사업자등록번호로 발급 신청 - 회원명부에 주민등록번호 누락 - 이전에 기부금영수증이 필요없다는 의사표시 2. 기부금영수증 우편발송은 요청하는 회원님에 한해서 발송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이용이 어려우신 회원님은 우편 혹은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주소나 연락처가 변경된 회원님께서는 변경된 주소나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Q3. 기부금 유형과 공제 혜택은 어떻게 되나요? 지리산사람들은 지정기부금 단체로, 기부유형 및 코드번호는 “지정기부금(코드번호 40번)”이며, 소득공제가 아니라 세액공제입니다. 기부금 1천만 원 이하의 경우 지급액의 20%를, 기부금 1천만 원 초과분의 경우 35%를 각각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공제한도 근로소득의 30%)됩니다. *물어보기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 061-783-6547 / jirisanpp@daum.net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3-12-28
  • [숲샘의 지리산통신] 사진으로 되돌아보는 2023년 지리산
    진부한 표현이라 해도 다사다난 말고는 달리 쓸 단어가 없을 2023년 한 해도 그 꼬리를 감추고 있다. 나라 안팎이 숨 가쁘게 돌아간 올 한해, 숱은 사람이 들고 나기도 했던 지리산 자락에도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풍운아처럼 지리산과 수도산을 넘나들던 반달곰 오삼이도 그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했다. 우리 초록걸음 길동무들도 변함없이 지리산의 실핏줄 같은 그 길들을 걷고 또 걸었다. 2023년 지리산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웠고 그 위태로움은 쉬 끝나지 않을 듯싶다. 산청과 함양의 케이블카, 남원 산악열차, 구례의 골프장과 양수발전 댐에 최근엔 한동안 잠잠하던 덕천강 덕산 댐까지 온 지리산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앞세운 개발 광풍에 휩싸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주민 공동체가 망가지든 말든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고 현 정부 또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 과정에서 보여주듯 기후 위기의 시대에 역주행하고 있으니 더 절망적이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려는 지리산 사람들이 아픈 지리산 곳곳을 누비며 지리산을 껴안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들의 이런 몸짓이 비록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될지라도 우린 우리의 방식으로 뚜벅뚜벅 지리산을 걸어갈 것이다. 1월 산청 정취암에서 맞은 해돋이, 필자가 농장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 날마다 이토록 장엄한 일출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저 멀리 한우산과 자굴산 그리고 운무에 휩싸인 단계마을까지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4월 악양 평사리 들녘, 활짝 핀 자주구름꽃 자운영 뒤로 무딤이뜰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부부송이 정겹다. 5월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고개 밤재의 초록 터널을 지나고 있는 초록걸음 길동무들 6월 구재봉 활공장, 섬진강을 적시는 노을을 바라보는 젊은 연인들의 뒷모습을 훔치다. 반짝거리는 평사리 무논들 또한 노을로 물들어간다. 7월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필자의 어린 길동무가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서어나무 숲을 걸으며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9월 노고단 가는 길, 아빠와 아들로 오해할 뻔한 할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이 하도 부러워 뒤를 따라 걸으며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11월 실상사, 실상사 주변 오체투지를 마치고 보광전 앞에서 합장하면서 마무리하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을 보며 지리산의 깊고 엄숙한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 왔음을... 12월 눈 쌓인 천왕봉,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산천재 앞 덕천강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에서 신령스럽기만 한 천왕봉을 바라보다.
    • 지리산 오늘
    • 숲샘의 지리산 통신
    2023-12-27
  • 사랑은
    「섬진강 편지」 사랑은 미나리꽝 꽝꽝 얼어붙은 날 한寒데 싸돌아다니다가 아궁이 앞에 언 발을 들이밀면 밀려오던 나른함 불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녁 짓는 어머니 치맛자락에서 묻어나던 그 따스함에 기대어 졸다 듣던 아련한 목소리 아가 옷 태워 묵것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 한마디 없어도 사랑은 그렇게 번져와 언 몸을 녹였었다 [김인호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 중에서 / 사랑은] 전문 -노고단 설경 -성삼재 설경 - 산동 다름재 설경 -만복대 설경 - 차일봉 설경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12-27
  • [한달쉼] 2024년 1월 1일 ~ 31일
    지리산사람들은 2024년 1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쉽니다. 한 달 멈춤 후 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회원님들과 만나겠습니다. 더 애틋하게 지리산, 섬진강, 엄천강과 마주하겠습니다. 2023년 2월 23일~14일 회원모두모임때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지리산사람들
    • 공지사항.알림
    2023-12-25
  • 관중, 그리고 땅과 농사
    관중, 그리고 땅과 농사 이선재(한겨레생명평화농장 대표) 농사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인류 최초의 서적은 기원전 1세기 중국 전한시대 범승지가 편찬한 『범승지서』이다. 농경이 시작된 이래 농사는 모든 인간의 일상이고 중요한 관심사였겠으나 문자생활을 영위한 지배계급이 기록할 대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자』는 본격적인 농서의 출현 이전 농사를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관자』는 관중의 사상을 담고 있는 꽤 방대한 분량의 ‘경세서’이다. 정치, 철학, 수양 등 내용이 다양하고 저자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관중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논어가 공자가 쓴 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관자』는 이후 중국의 여러 정치, 철학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의학 등의 뼈대를 이루는 음양오행 사상을 정립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관자』야말로 동아시아 문명의 원형질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패자로 만든 명재상이다. 중국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재상으로 추앙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관포지교’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기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관중은 수없이 실패와 좌절을 겪었는데 그때마다 포숙아의 이해와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환공이 포숙아를 재상에 앉히려고 하였으나 포숙아는 환공을 설득해서 관중을 재상으로 삼게 한다. 『관자』가 관중의 생각이 담긴 저술이라고 전제하면, 그가 한 나라를 부유하고 강하게 일구어내는 것에 대하여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관자』는 농사를 별도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지원(地員)편에서 토양의 등급과 물산정책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당시 농업에 대한 시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토양의 등급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첫 번째에 제시하고 있는 토양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강변에 충적되어 기름진 땅은 곡식을 심는데 마땅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 곡식의 낱알은 크고 이삭은 충실하다. 나무는 원나무, 참죽나무, 팥배나무, 소나무가 잘 자라고 풀 종류는 천문동이 적합하다. 이런 땅을 ‘오시’라 하는데 35척을 파면 샘이 솟는다. 울리는 소리는 각(角)에 합한다. 그 물은 푸른 색이고, 그곳에 사는 백성은 심신이 튼튼하고 기력이 왕성하다. 전반적 기술에 오행적 사유가 깊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사와 관련해서 이 예시에서는 특정 작물을 거론하지 않고 모든 곡식 농사에 마땅하다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검붉은 땅’ 역시 작물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세 번째 ‘누런 찰흙’은 기장과 찰수수만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네 번째 ‘염분이 많은 점토’에는 콩과 밀을, 다섯 번째 ‘검은 점토’에는 벼와 보리를 심으라고 권하고 있다. 채소는 거론하지 않고 있는데 옛 선인들에게 채소 농사는 부차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지원편에서는 토양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무릇 풀과 흙의 관계는 각각 가장 자라기 좋은 자리가 있다. 어떤 것은 높은 곳에, 어떤 것은 낮은 곳에, 각각 알맞은 풀이 자랄 수 있는 토질이 있다. 잎만 있는 해초의 생장 지역은 마름보다 낮고, 마름의 생장 지역은 왕골보다 낮고, 왕골의 생장 지역은 부들보다 낮고 (중간 생략) 무릇 저 풀 종류에는 12등급의 차이가 있고 각각 제 자리를 찾아 생장한다. 요즘 땅을 구해서 농사를 지으려면 먼저 농업기술센터에 토양 분석을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양의 화학적 구성과 일부 물리적 성질, 생물학적 특징에 대한 시험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토양분석 결과를 받은 후 하는 일은 모자라는 성분을 보충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즉 화학비료를 투입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흙이란 바위가 아주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지속적으로 풍화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토양의 화학적 구성의 뼈대는 모암이 어떤 것이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부족한 화학성분을 투입한다고 하더라도 토양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투입된 화학비료의 70% 이상은 강과 바다로 흘러가 수질을 오염시킨다. 또 흙이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인데 화학비료를 투입하게 되면 그 생태계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어 필경은 토양의 사막화라는 뼈아픈 결과를 맞게 된다. 일시적으로 수확량을 증대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사의 기반을 허물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농사는 자연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농부는 단지 그 자연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 과욕은 금물이다. 토양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 토양에 맞는 작물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토양분석 결과를 받아보고 나서 할 일은 거기에 새로운 화학성분을 투입해서 구성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태도는 그 땅이 더 건강하고 활력 있게 변화해 갈 수 있도록 하는 농사를 구상하는 것이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25
  • 여봉 소리에 뒤집어진 크리스마스의 추억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하나 있다. 40여 년 전만 해도 특별하게 놀이가 없었던 시골마을에서 동네 교회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연극은 꽤 인기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극은 대부분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날의 상황을 연극으로 만드는데 내가 그 연극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던 내가 연극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이랬다. 당시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는데 친구 녀석이 자꾸 교회에 가자고 하여 딱 하루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바로 그날 크리스마스 연극의 배역을 정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여관주인을 하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태어나는 바로 그 여관 주인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들이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관 주인의 부인 때문이었다. 부인 배역을 맡은 아이는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예쁘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모두들 부러워한 이유는 바로 그 아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딸 역할로 나오는 아이도 너무 예쁜 아이여서 모두들 부러워 했다. 결국 나는 그 역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교회에 나가지도 않는데 모세나 동방 박사 역을 맡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날부터 학교가 파하면 교회로 달려 가서 한 달 동안이나 연습했다. 특별하게 대사도 많지 않았지만 난생 처음 해보는 연극인 데다 첫 장면이 바로 나부터 시작해서 긴장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당시 최고 미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기만 했다. 나의 첫 대사는 "여보"였다. 막이 오르고 여관 주인이 중앙에 앉아 있으면 내가 달려가서 '여봉'하고 최대한 간지럽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목적은 당연히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었다. 40년 전 당시 상황에서 동갑내기 여자아이에게 '여봉~~'하면서 간지럽게 대사를 하는 것은 파격적인 대사였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연습을 한 대사도 바로 그 대사다. 사실 지금 기억나는 유일한 대사도 바로 그 여보 소리였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시골 마을의 크리스마스…. 흰 눈이 펑펑 내렸고 오후 7시가 되면 연극은 막을 올리게 되었다. 연극 의상은 아랍인들의 전통 의상인 머리에 두르는 헤자브를 해야 하는데 헤자브를 할 것이 없어서 집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보자기를 둘러 썼는데 나일론 보자기가 미끌미끌해서인지 일반 끈은 자꾸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인 바로 고무줄이었다. 탄탄하게 검정 고무줄로 고리처럼 만들어서 머리에 단단히 조여맸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고 잠시 장내의 모든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막이 오르고 내가 뛰어가서 다소곳이 앉아 있는 당대 우리 학교 최고 미인에게 '여보옹…'이라는 대사를 해야 한다. 드디어 연극이 시작되었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헤자브의 끝이 밟혔다. 그 순간 머리를 죄고 있던 고무줄이 총알처럼 관중석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시 헤자브를 할 수도 없어 헤자브로 사용했던 보자기를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달려가서 '여봉~~' 외쳤다. 내가 너무 느글 거리는 소리로 여보 소리를 외쳐서 그런지 관중석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됐어, 역시 난 연극을 잘해"라고 속으로 흡족해 했다. 연극이 끝나고 왜 그렇게 웃었냐고 물었더니 매년 동일하게 진행되는 연극에서 내가 헤자브로 사용하던 보자기를 던져버리고 달려가는 모습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내 대사로 웃긴 것이 아니라 보자기를 던진 것 때문에 웃겼다는 것 때문에 실망이었지만 결과는 웃겼으니 내 역할은 제대로 한 것이었다. 그날 밤새 눈이 펑펑 내렸고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면 보냈던 크리스마스 이브는 유일하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날이 되었다. 연극이 끝나고 더 이상 교회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 날의 긴장하고 있던 어린 나의 모습과 처음 여보 소리를 하면서 느꼈던 묘한 흥분과 부끄러움이 생각난다. 그때 나랑 함께 연극에서 부인으로 나왔던 동창은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지금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 검정 고무줄을 어디로 날아간 것일까?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22
  • 지리산 지역 에너지 전환-에너지 자립공동체, 어떻게 가능할까 [박승옥]
    지리산 지역 에너지 전환-에너지 자립공동체, 어떻게 가능할까 박승옥(햇빛학교 이사장) 나뭇잎보다 더 효율이 좋은 태양광 집광장치는 없다 2023년 겨울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다들 느끼시고 계실 것입니다. 기괴하게 변하고 있는 이상 기후는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불태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습니다. 2023년 11월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46ppm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의 해발 3,396미터 청정지역에 있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측정값이 그렇습니다. 1년 전인 2022년 11월은 417.47ppm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온실가스는 여전히 하루 1억톤 이상 무지막지하게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줄기는커녕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기만 합니다. 창백하고 푸른 지구별에서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흡수 저장하던 생태계 보물 창고가 두 군데 있었습니다. 바다와 숲입니다. 그런데 그 보물 바다와 숲이 파괴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골프장에 석산에, 심지어 태양광 발전소까지 앞다투어 숲 살육 속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태양광 집광장치인 나무를 모조리 잘라내고 효율이 20%도 채 되지 않는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한국인의 그 용맹함이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전기, 절약이 최고의 생산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물처럼 전기를 씁니다. 전기요금이 너무나 싸기 때문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마구마구 소비합니다. 우리나라 전기는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기가 60%, 핵발전 전기가 30% 정도입니다.(2022년) 둘을 합하면 90%입니다. 해바람물로 만든 재생에너지 전기는 7%도 채 되지 않습니다. 전세계를 통틀어 화석연료 발전 전기가 80% 이상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1kWh 전기의 힘은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서 맨손으로 땅에 있는 소형 승용차를 꼭대기까지 끌어올리는 힘과 같습니다. 4인 가족이 젖먹던 힘까지 다 끌어모아 용을 써도 못 끌어올립니다. 오직 수퍼맨이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 달에 단돈 몇 만원으로 수백 명의 수퍼맨을 머슴으로 고용해서 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속불가능한 삶입니다. 석유와 가스, 석탄은 지구별이 21세기 인류에게만 사용허가를 내 준 자원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녀손자들 저금통장을 미리 꺼내 훔쳐쓰면서 마음껏 풍요를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의 딸아들 손녀손자, 아니 내 자신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도 전기는 거의 혁명 수준으로까지 절약해야 합니다. 그게 재생에너지 지역자립 체제로 나아가는 첫 번째 실천입니다. 우리는 20세기 내내 오직 개발과 성장 이데올로기만을 최고의 우상으로 섬기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로매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이제 전세계가 부러워 하는 풍요로운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도처에 상품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도처에 일회용품으로 가득찬 쓰레기 봉투가 거대한 산더미처럼 쌓여만 갑니다. 물론 이 또한 지속불가능합니다. 코비드19 사태 초기에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제한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처음으로 줄어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습니다. 지금 세계는 다시 성장성장성장 하는 주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에게 분풀이라고 하듯이 봇물처럼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고 여행여행여행을 외칩니다. 에너지 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기후지옥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당장이라도 급속하게 화석연료 발전소를 폐쇄하고 햇빛발전과 바람발전을 늘려야 합니다. 해바람물 전기 등 100%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RE100)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은 이미 다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 에너지전환이 안되는지는 다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한국의 여의도 정치와 미디어, 화석연료 기업들의 기득권 카르텔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른바 선진국에 속한 20여개 국가가 전체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배출합니다. 한국의 온실가스도 한수원 등 공기업과 포스코 등 민간 기업 100여개가 90% 이상을 배출합니다. 포스코 1개 기업이 약 13%를 배출합니다. 당연히 이런 기득권 정치경제 카르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잘 바뀌지 않는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득권 체제를 바꾸고자 하는 주권자의 정치행동 이전에 지역에서부터 주민들이 직접 에너지전환을 실천하는 것이 에너지체제 전환의 핵심입니다. 햇빛발전과 바람발전 등 자연에너지 발전소는 무언가를 불태워 시꺼먼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마구 내뿜으며 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냥 가정집과 건물, 축사, 창고 등의 지붕 위에 햇빛발전소를 올려놓거나 바람 잘 부는 골짜기 입구에 바람발전기를 세우기만 하면 됩니다. 전기 생산 자체가 간단합니다. 동네 앞 시내물 여기저기에 소수력 발전소를 세워 동네에서 전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해변가나 해상에 메가와트 단위의 대형 바람발전이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큰 공장의 지붕과 농수산물 시장과 같은 대형 건물의 지붕에도 메가와트 단위의 햇빛발전소가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소형 중심으로 방방골골 구석구석이 발전소인 분산형 에너지입니다.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재생에너지의 핵심입니다. 지역 에너지 자립과 자치가 우선입니다. 핵과 화석연료와 달리 해 바람 물은 청구서도 보내지 않습니다. 왜 에너지 전환이 잘 안될까 에너지 주권자인 지역 주민 모두가 전력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어야 비로소 에너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재생에너지 용량이 늘어난다고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에너지 생산자가 되어야 에너지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전기를 생산할 때 전기가 얼마나 귀중한 에너지인지 비로소 깨닫게 되고 혁명에 가까운 전기 절약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늘어났는데 소비도 그만큼 늘어난다면 말짱 도루묵업니다. 주민들이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쉬운 에너지전환이 잘 안되고 있을까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돈 문제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처음 설치할 때 목돈이 들어갑니다. 대신 유지보수비는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입니다. 화석연료 발전소는 재생에너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액의 설치비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발전을 하기 위해서도 계속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유지 비용도 엄청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화석연료 발전소는 한전 자회사나 포스코같은 대재벌 회사 등 극소수 거대 기업들만이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제도가 촘촘하게 잘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전정부 태양광 비리 수사를 떠들썩하게 벌이면서 금융권의 태양광 융자는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 가지 지적할 점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자기 집 지붕 위에 세우는 태양광 발전소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역시 정부의 <태양광 주택지원사업> 제도 자체의 결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택지원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3kW 이하 태양광 발전소 설치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설치비를 태양광 설치업자들한테 줍니다. 이게 말썽입니다. 이른바 떳다방 태양광 중소 설치업체가 전화영업 사원을 고용해 설치희망 주택 소유주를 모집하고 공짜로 설치해줍니다. 고액의 영업비를 주고 주택 소유주의 자부담도 받지 않고 공짜로 설치해주려면 부실공사는 필연입니다. 부지기수의 공짜 태양광 발전소가 고장난 상태로 애물단지가 되는 까닭입니다.. 에너지전환의 나비 재생에너지 100% 체제는 이제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가족, 내 새끼와 손녀손자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국가도 기업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그저 돈벌이 사업이었습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딱 그런 시각과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한전과 대기업의 배만 불려왔습니다. 심지어 일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한 측면이 많습니다.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치고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을 지어 흉물을 만들어 왔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한 마리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서울에 폭풍이 불 수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전환은 지역 주민이 나서야 합니다. 자신의 집 지붕에 태양광 모듈 한 개라도 설치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 학교와 공공기관 지붕, 지방도로 등에 공익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풀뿌리 지역 주민들이 뜻과 힘을 모아 작은 실천의 날개짓을 하는 것, 그것이 거대한 에너지전환의 태풍을 몰아올 수 있습니다.
    • 지리산 오늘
    • 기후 위기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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