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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한 해 살아보자! 층층집 입주자 모집해요!
방랑단원 차라와 칩코,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주옥쌤과 밤구, 이 넷이 층층집을 준비했어요. 층층집은 이렇게 좋은 지리산과 구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길 바라며 시작되었어요. -지리산과 구례를 알고싶은 사람 -시골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 -구례에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 환영해요!! 이번 층층집은 지리산사람들 회원님이신 집주인분과 운좋게 인연이 닿아, 위치와 집컨디션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제약사항으로 인해 배제된 신청희망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층층집을 또 마련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는 조건의 집을 구해볼게요. 홍보물 속 약속문과 집의 정보 내용이 많으니,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주세요. 아래 신청서 링크 속 상세 사진들도 확인해보신 후 신청해주세요!! > 신청서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lAv1u9Jcg9NFH_4Zr_FoINq5hDrt_fods4dqHYiP7RA5dwg/viewform > 궁금한 점 : 차라 (010-87팔4-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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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오지마! 양수댐저리가!] 매주 피켓시위 함께하면 더 힘이 나요!
디자인.칩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군청 앞 피켓시위 릴레이! 해가 바뀌어도, 날씨가 궂어도 계속 됩니다???? 현재 구례는 양수발전소 우선사업지로 선정되었고, 골프장은 찬성 측 주민들이 군청 앞 맞불시위를 시작했어요. 골프장과 양수댐에 모두 반대하는 구례군민들은 군청 앞 출근시간에 맞춰 진행하던 피켓시위의 장소와 시간을 다양하게 넓혀보았어요. 그리하여! -매주 화욜 17:30-18:30 경찰서 앞 로타리 -매주 목욜 08:15-09:15 구례군청 앞 으로 변경합니다. 봄이 오니 날씨가 포근해서 피켓시위가 더욱 즐겁겠어요. 다들 으쌰으쌰 힘을 보태어주세요! 후원해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농협 301-0214-8860-11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농협 301-0328-7856-21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농협 301-0335-2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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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드림 일손 돕고 온 칩코의 방구일기
나의 집과 집주인댁은 바로 옆집이다. 집주인댁은 농사를 많이 지으신다. 노부부 두 분께서 다 드시지도 못하고 썩혀버릴 만한 양이다. 평생 이웃을 돌보며 사신 노부부는 나더러 당신네 창고에 쌓인 채소를 양껏 먹으라셨다. 펄쩍 뛸 만큼 좋긴 한데 하나 문제가 있다. 소농은 기가 죽는 것이다. 나도 작년에 작물을 심긴 했는데 사실 집주인댁 채소만 먹어도 될 정도라 내가 굳이 농사를 지어야 하나 아리송해진다. 작년에도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보내주셨다. 깨 씨앗을 애지중지 길렀는데, 아뿔싸. 집주인댁은 들기름을 자급할 만큼 깨를 심으신다. 우리 집 마당에도 그 씨앗이 솔솔 날아와 들깨가 개망초인양 자라는데, 나중엔 뭐가 토종깨고, 뭐가 집주인댁 깨인지 구분하기를 포기했다. 어쨌거나 깻잎은 실컷 따먹는 데다, 또 굳이 채종을 안해도 내년에도 어련히 잘 자라니, 내 농사꾼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다. 토종씨드림을 안 건, 도시에서 여성농민권 관련된 일을 하면서다. 귀촌한 후 토종씨드림 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토종씨드림 대표님은 곡성 산골짜기에 직접 집을 지어 사신다. 집을 둘러싼 드넓은 밭은 대표님 자급용이자 전국의 토종씨앗을 보전하는 채종포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개 두 명이 우릴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 넓은 밭을 쌩쌩 쏘다녔다. 대표님은 나와 같이 방문한 손님들에게 샴푸나 치약 따위를 사용할 생각은 말라고 호령을 내리셨다. 그 집의 모든 하수는 마당 뒤쪽 연못을 거쳐 토종벼를 기르는 논밭으로 흘러가는 까닭이었다. 집 뒤편엔 농막 형태의 생태화장실이 있었다. 오줌은 양동이에 모았다가 바로 밭에 뿌려주고, 똥은 살짝 건조했다가 향처럼 천천히 태우며 재로 만들었다. 무거운 오줌통을 나르거나 똥퇴비 무덤을 삽질할 필요도 없으니, 대표님은 당신 같은 나이든 여농에게 제격이라셨다. 밭을 말하자면, 난 살면서 그토록 잘 정리된 밭을 본 적이 없었다(맨뒷사진3장). 물론 마을 할머니들 밭도 풀 한 포기 없긴 하다만, 그건 한 종자만 주르륵 심고 비닐 멀칭을 한 경우가 아닌가. 토종씨드림은 한 두둑마다 종자가 다를 정도로 다양하게 심었고, 종자명과 번호를 두둑마다 표기해두었는데, 어찌나 일목요연한지! 두둑은 비닐 없이 볏집으로 싸여있는데, 그건 또 어찌나 단정한지! 나는 이상한 구석에서 정리 강박이 있는데 단숨에 완치될 지경이었다. 그날 토종씨드림에 간 건, 채종을 돕기 위해서였다. 토종씨드림 활동가인 수연님의 지시를 따라 비닐하우스에 옹기종기 앉아 씨를 털었다. 씨는 잘 말려서 유리병 등에 보관했다. 유리병들이 이름표를 달고 열과 횡을 맞춰 나열된 꼴을 보면, 마치 청소업체가 다녀간 창틀을 보는 양 탄성이 나왔다. 하필 수연님 글씨체는 폰트로 팔아도 될 만큼 단아했다. 내가 정리 강박이 있어서 과장하는 것도 맞지만, 토종씨드림 활동가들은 틀림없이 주부들이 모두 환호할만한 정리의 달인이셨다. 토종씨드림 방문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급자족하시는 삶의 솜씨며, 그 많은 종자를 돌보는 부지런함, 보살핌의 손길이 드러나는 싱그러운 텃밭까지. 이날 채종에 손을 쬐끔 보탠 인연으로, 수연님은 그해 가을 씨앗을 잔뜩 보내주셨다. 원래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으면 1.2배 이상 돌려드려야 하는데, 나는 채종을 해본 적도 없는 초보 농부인 데다, 봄에 배추 채종을 하기도 전에 땅이 없어 이주해야만 하는 신세였다. 씨앗을 못 돌려드렸다는 말이렸다. 그런데도 그 이듬해 씨앗을 또 보내주셨다. 내가 구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토종씨를 심어보려 한다니까, 좋은 일에 나눠주고 싶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또 변명하자면 초보 농부인 나와 초등학생 농부들의 콜라보로 그 해에도 또 채종에 실패했다. 양심이 있어 그나마 긁어모은 씨앗들을 조금 보내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런데 지난 초봄에 또! 수연님은 새해 인사와 함께 깨를 비롯한 여러 씨앗을 잔뜩 보내주신 것이다. 수연님이 씨앗을 생색 한번 없이 선물해주셔서, 나는 씨앗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하마터면 모를 뻔했다. 매해 두 번, 토종씨드림은 무척 바빠진다고 한다. 회원들에게 토종씨앗을 보내는 시기다. 이번 겨울, 토종씨드림 씨앗을 소분하고 동봉하는 일에 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곡성, 구례 등 인근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 수연님 댁으로 오순도순 모였다.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다님이 토종씨드림 활동가로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난 대농 집주인댁에게 의문의 K.O를 당한 뒤 농사를 향한 열정이 살짝 식은 채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날 하루종일 씨앗을 데굴데굴 주무르다 보니 무척 농사가 짓고 싶어지는 거였다. 파란 콩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파란 콩을 한 줌 챙기고, 디자인하느라 혹사당하는 시력에 좋다는 결명자도 한 줌 챙기고, 다님이 맛있다고 호언장담한 먹골참외도 챙겨넣었다. 다님은 농사가 너무 재밌다고 했다. 올해는 숲밭을 만드려고 감밭을 크게 구매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농부들이 모이는 장터도 찾아다닌단다. 나는 씨앗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다님이 왜 그렇게 농사가 재밌어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수연님과 다님은 일손을 도와주러온 나와 일행이 고마운지, 자꾸 이것저것 먹을거리나 씨앗을 챙겨주셨다. 나는 그들의 넉넉한 인심이 이 동글동글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씨앗을 다이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예부터 씨앗은 거래가 아니라 나눔해왔다. 나누어 퍼진 씨앗들은 (나 같은 농부를 만나는 비극을 피한다면) 이듬해 기필코 증식한다. 이번에 작업한 씨앗들은 대부분 토종씨드림에서 키웠는데, 다른 농부들이 키운 것도 적지 않았다. 그 농부님들은 아마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고, 몇 배씩이나 양을 불려서 다시 후원하신 것일 테다. 이렇게 대량으로 씨앗을 나누는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은 양의 씨앗을 나눠드릴 수 있다. 매해 씨앗을 못 돌려드릴 적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성실하게 씨앗을 돌려드리겠지’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 농부님들의 이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무수한 씨앗을 봉투에 직접 동봉하자니 감사함이 선명히 와닿았다. 소분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챙겨온 씨앗들이 가방에서 굴러다녔다. 올해는 꼭 씨앗을 잔뜩 채종해서 돌려드려야지. 이웃집 창고 덕에 내가 심으나 마나 먹을거리가 넘치긴 하지만, 딱 이 씨앗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생긴 건 또 다른 의미니까. ‘어차피 똑같은 깻잎이다’하고 입에 털어 넣던 것도, 이젠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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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쌤의 구례생태텃밭활동 전시회&공유회 다녀온 후기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텃밭 학교 활동을 구경하고 싶고 씨앗도 얻어 볼 마음 갖고 공유회에 갔다. 어린이 도슨트가 있어 활동 설명을 하고, 일년간 농사 일지와 약속, 사진 등 글과 그림을 보는데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사랑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24절기 자연을 오롯이 함께 하며 배운 것들과 느낀 마음을 표현하니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란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의 글을 보고 이 분들이 진짜 큰일하고 계시구나 가슴이 쿵! 울렸다. 동근 상글 들 양지 아림 ... 이 젊은분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가 궁금했었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 텃밭 이끔이, 어린 사람 등 쓰는 말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내용도 세심하고 존중이 가득하다. 구례를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까이서 배울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다시 주조장 가서 전시물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이다. 온갖 감수성이 살아나고 사랑이 넘쳐나 돈이 기준이 된 사회에서 뒤틀려버린 것들을 씻어내고 인간 본성을 되찾는 시간이 될것 같다! +상글의 덧붙이기 :) 지리산에 내려오기 전에 호미도 한번 손에 잡아본 적 없던 내가 벌써 학교에서 4년차 ’텃밭이끔이‘ 라니. ‘선생님’보다는 ’상글!‘하고 불러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어린이 도슨트들은 일찍와서 전시된 씨앗들의 이름을 능숙하게 알아보고(감동), 이름표 붙이기를 도와준 덕분에 금방 준비도 마쳤다! 한 날은 배추잎을 갉아먹던 달팽이를 이사시켜준다고 가장 먼 곳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엄청 바빴다. 그 날 활동일지에는 ’달팽이에게 배추는 나무 숲이에요‘라고 적혀있었다.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는 따뜻한 아이들의 시선이 지리산 골프장, 양수댐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모두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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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다녀온 꼬리의 방구일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은 이 날을 기념해 생일잔치를 하러 형제봉에 오르자고 했다. 지난 번 구상나무 모니터링을 하러 산에 올랐다가 엉덩이로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당분간 산은 오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나지만 무려 지리산님의 생일파티라는데 도무지 빠질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아름다우시라고 한 마디 올려야했다. 요즘 온갖 난개발로 지리산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도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이 한꺼번에 들어올 뻔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결국엔 막아냈던 곳이다.설레는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전날 밤, 구례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동네에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동네가 그 예정지였다. 그곳엔 계족산과 중산천이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긴꼬리딱새, 하늘다람쥐, 담비와 수달이 사는 곳이었다. 비록 사람들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지도위에 반듯이 잘라놓았지만 야생동식물들에게는 모두 연결된 하나의 집이다. 온 생명들은 그 모든 경계와 위계를 쉴새 없이 넘나들어야만 자연을 이룰 수 있다.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지키기로 약속했다면 그 테두리의 숲과 강도 지켜야 했다. 이것 말고도 계족산이 양수댐으로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 수십 개를, 참 많은 곳을 다니며 말하고 또 말했었다. 그런데 지리산국립공원의 생일 전날 이런 발표가 나니 순간 허무했다. 구례군청 앞에서 매일같이 ‘양수발전소 유치 반대’ 피켓을 들었던 이웃들은 지금 다들 어떤 심정일까 걱정도 되었다. ‘어쩌면 생일잔치 전날 이 소식을 듣게 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하며 잠에 들었다.산 아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 몰라서 사람들과 간격을 두고 조용히 걸었다.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분위기는 꽤나 엄숙했다. 너른 바위에 차를 따라놓고, 주옥쌤(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이 전날 써온 고유문을 낭독했다. 지리산을 오래오래 지켜드리겠다는 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던 주옥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절을 올리고, 나눠 마실 차를 건네는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를 마신 후 하산했다.어느새 나는 사람들과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바위를 짚고 오르는 재미를 느껴가며 가파른 산을 엉덩이로 내려왔던 악몽은 극복한 듯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씩씩했다. 여전히 나무와 풀의 이름을 궁금해하며, 물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싸온 도시락을 소소히 나누어 먹으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걸었다. 이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절망하기보다 뚜벅뚜벅 다음 걸음을, 또박또박 다음 말을 이어가는 지리산의 사람들.공기와 바다와 숲이 본래의 맑음을 잃어가는 모습을 힘없이 목격하지만 아직 전부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 지키고 싶은 것들이 이곳에 살아있다. 사진. 정환 @potodoto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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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원정집회여행 1박2일 다녀온 채연의 방구일기
이번에 방랑단을 따라서 양수댐 반대 원정 집회여행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방랑단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방랑단이 하는 활동을 옆에서 체험(?)해 보고 있는 중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구례 주민이면서도 양수댐 반대 시위에 처음 참여해 보았다. 3시간 정도를 달려서 세종시 산자부 앞에 도착했다. 다른 분들은 익숙한 듯 산자부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구례양수댐 중단'이 적힌 피켓을 하나씩 들었다. 마이크를 들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시위를 옆에서 구경만 해보았지 전면에 나서서 참여해 본 것은 처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구호를 외칠수록 가슴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지리산의 소중한 생명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꿋꿋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던 모든 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세종시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하기로 했지만 양수발전소 사업자 심사장소가 서울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아침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한번 투쟁하기로 했다. 심사장소가 있는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 있던 친구들도 참여해서 힘을 보탰다. 대치동 한복판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 번씩 우리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이 양수댐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의 장소는 건물 5층이었는데 우리는 5층 복도까지 올라가서 입장을 전달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입장을 별로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고 경찰도 왔지만 그래도 확실히 느꼈던 것은 그분들이 우리 같이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어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배운 하루였다. 결국 구례는 양수댐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실제로 무엇이 파괴되고 죽어가는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구례에 사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낭비되는 예산을 사람들의 기본생활을 위해 나눠준다면 세상 살기가 조금 덜 팍팍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됐든 저항이 가져온 변화와 의미는 충분히 있었고,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개인적 편안함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환경과 생명보다는 소비하고 이기심을 채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고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나에게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2023년이 끝나기 전 방랑단과 지리산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사진. 수달아빠(@otterpa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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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시작한 꼬리의 방구일기
- ‘함께 살아간다’이 말의 첫 느낌은 여전히 참 다정하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의지할 구석이 생긴 것 같고, 더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끝까지 불러본 적도 없는 ‘손에 손잡고~’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떠오르기도 한다.그러나 곱씹다 보면 전혀 상반된 기억들이 밀려온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에게 도저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래서 내가 새롭게 찾아낸 공동체에서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마는 무례한 사람들 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말은 무섭게 돌변한다. 그러면 상처입을까 두려워 크게 분노하거나 떠나버리곤 했다.방랑단 친구들은 한 지붕 아래 살았던 식구였다가 지붕없이 한 길을 걸었던 동료였다가 지금은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그리고 방랑단 각자 저마다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더 많은 친구들과 연결되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우린 ‘함께 사는’ 쪽을 자꾸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싸우거나 피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 필요해졌다.평생을 일궈온 습관을 단숨에 고치는 건 불가능해도 잠시 멈춰서 내 말 속에 담긴 감정과 욕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용기있게 마주하는 시간만이라도 꾸준히 가져가고 싶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형편은 못 되어서, 다만 배웠던 걸 조금 공유하는 수준이지만 고맙게도 글쓰기 모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마음을 내주어 연습모임을 시작했다. 서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안에서 조금 더 내공이 쌓이면 더 많은 이웃들과 열린 모임으로 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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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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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시작한 꼬리의 방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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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 여성환경연대 부설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에서 방랑단에게 연락이 오셨어요. 지리산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싶어 구례에 놀러오신다고요. 지리산의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며 만남이 얼마나 기대됐는지 몰라요. 꽃철에 겹쳐 못오실까봐 부랴부랴 숙소부터 추천드렸답니다. 방랑단도 귀촌하기 전 여성환경연대에서 펴낸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책에 큰 영감과 용기를 얻었는데요. 이번엔 따끈따끈한 신간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의 공동저자 중 네분(김혜련, 유서연,이현재, 황선애 작가님)을 모셔서 책담도 나눠주실 수 있다니! 이리 좋은 기회를 함께 준비하게 되어 영광이었어요! “지구가 불탄다고 화성으로 떠날 건 아니잖아요?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싶은 여성들이 기후위기시대에 지구를 돌보는 법” 여성주의x환경에 관심있는 지리산의 에코페미니스트들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눠요! - 24년 3월 30일 (토) 15-16시반 캄다운파티 - 신청: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신청 (google.com) <신청하러가기! - 참가비: 1만원 (대관료입니다. 음료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음료를 원하시는 분은 영업마감 3시 이전에 오셔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 참가비 입금 계좌번호 - 카카오뱅크 3333131937387 ㅂ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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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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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나무가 있어야지 골프장이 있냐) 음악회♬
- 작년에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뒷산에서 21만㎡ 너비의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인근까지 최소 2만 5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습니다. 구례군과 시행사는 이 자리에 1000억원을 들여 45만 평 너비의 대형 골프장을 지을 거라고 합니다.골프장 사업을 막아내고 무단 벌목지에 봄을 돌려주기 위해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회에 앞서 지리산골프장 개발 예정인 벌목지 답사도 준비했습니다.다시 숲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 음악과 이야기와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2024년 4월 6일(토)▶ 오후 1시, 벌목지 답사 사포마을회관 (구례군 산동면 사포길 72)에서 시작- 지리산 난개발에 대한 소책자를 읽고나서, 주민분의 안내로 벌목지를 함께 걷습니다.▶ 오후 4시, 숲 음악회사포저수지 옆 공터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401)♬ 공연자- 오프닝 : 캄캄밴드- 살래 재즈 트리오와 옥수수- 김목인☞ 참가비 20,000 원 이상 (카카오뱅크 3333-11-3005007 이신지원)☞ 주최 :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지리산방랑단, 동아시아에코토피아포스터배경 사진: @phoma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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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나무가 있어야지 골프장이 있냐)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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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집에 나눔해주세요!
- 층층집에 모실 입주자를 선정했어요. 구례에 오고 싶은 이유도, 각자의 관심사도 다양한 분들이 신청해주셨어요. 층층집을 온기로 채워주실 분들이 참 반갑고 기대되어요.층층집 프로젝트는 정부나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아요. 지리산사람들 시민단체에서 입주자분들의 월세를 일부 지원할 뿐입니다. 보증금 2천만원도 개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층층집엔 아직 필요한 물품이 남아있어요. 자세한 품목은 웹자보에 기재해두었습니다. 지리산 곁으로 온 새 이웃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물품을 나눔해주시길 요청드려요.기재해둔 물품목은 총총이가 생각한 최소필요물품이에요.(감사하게도 여기저기 나눔해주셔서 현재난로와 식탁 의자만 구하면 됩니다!) 이외에 물품도(예: 에어프라이어, 전기포트, 집안을 꾸밀 장식 등) 얼마든지 선물해주실 수 있어요. 다만 불필요한 물건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품후원 시 연락망: 칩코 010-2구5육-팔115(카톡이나 디엠 선호해요:)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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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집에 나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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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 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흙과 바람과 별과 농부_서와콩> # 기획자, 상글로부터의 편지 달콤한 매화 향기에 마냥 설레다가도 매년 빨라지는 봄꽃의 개화 소식과 이상한 흐름이 마냥 반가울 수는 없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호미를 들고 밭에 앉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와요. 서와콩은 합천에서 농사지으며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움을 시와 노래로 짓는 남매(서와&수연) 듀오예요. 서와가 쓴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같이 낭송하고 노래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흙을 만질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서와콩의 노랫말이 아직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를 바래요. - 일시 : 3월 17일 일요일 오후 4시 - 장소: 캄다운파티(구례읍 중앙로 25, 2층) - 신청: 인원수와 함께 문자(010-2075-140공) 혹은 DM(@cdp.gurye) 주세요. - 참가비: 어른/ 1만 5천원, 어린이/ 5천원 (음료 포함) ——————————————————————————— *서와콩* 서와콩은 서와&수연 남매듀오로 합천 황매산 기슭에 서식하며 퍼머컬처 방식으로 숲밭을 꾸리고 있는 농부이자 음악가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래를 부른다. 서와는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썼다. ——————————————————————————— # 서와의 시들 “수수밭은 내 마음 같아 키우고 싶은 것만 키울 수 없는 마음 같아” - 「수수밭」 중에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오늘 본 밤하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오늘부터」 중에서 “그래도 괜찮아 사실 고래는 내 안에 살고 있거든 바다로 이 고래를 풀어 줄 수 있는 바다로 가기만 하면 돼” - 「바다 고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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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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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 #단식 1일차몸이 퉁퉁 부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퉁퉁, 스마트폰은 어찌나 봤는지 눈도 시렵고, 종아리도 아팠다.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올라오는 듯 했다. 이사에, 축제에, 텃밭수업에, 공유회 준비로 하반기에는 쉼없이 달려왔던 까닭이다. 꼬리, 아림, 아라, 주옥쌤, 차라, 칩코 편안한 동지들과 함께 도림사에서의 5일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우리가 온다고 청소부터 보일러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방이 지글지글 따뜻해서 들어가자마자 꿀잠을 잤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으니 몇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수행을 삶으로 사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이런 호강을 누린다. 덕분에 나를 지극히 살피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단식 2일차시계가 없으니 눈을 뜨면 지금이 몇시일까 생각하다 잠을 뒤척였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이다 옆에서 울리는 첫 알람 소리를 들었다. 4시였다.아침에는 속이 메스꺼렸다.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요가와 명상 일정을 해냈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아림, 주옥샘, 아라와 도림사 뒤에 있는 동악산에 올랐다. 동근, 봄이랑 종종 올랐던 길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 단식 중인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주는 동료들 덕분에 산행이 편안했다.마지막 2km는 매우 가파랐다. 배고픔이 많이 느껴졌지만 쉬엄쉬엄 함께 숨을 고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동악산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우리들의 지리산도 보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로 점심을 대신했다.산에 다녀와서는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내리 잠을 잤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다. 고요한 밤이 참 길었다.#단식 3일차4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공양간으로 오면 주옥쌤이 책을 읽고 계신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 따뜻한 눈인사로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명상을 하고 한 숨 자고나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다.여여의 ‘0원으로 사는 삶’을 읽고 있는데 글에서 그녀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깨지고 부딪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다보면 여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이 살아있다.아림이와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참회문 한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절을 올렸다. 문득 이 순간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종종 비구니스님인 친구를 찾아가 절에서 쉬었다가셨다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잠시 멈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글자를 엉터리로 읽는 바람에 잠깐 웃음이 났다. 108배를 마치고 아림이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림과 진하게 함께 맞춰보는 첫 호흡이었다.사람들이 저녁예불을 드리는 동안 공양간 설거지를 했다. 몸을 비워내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잘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단식에 활기가 넘치니 감사할 일이다.#단식 4일차입이 바짝타고 메슥거림이 심해 힘겹게 요가를 마쳤다. 잠깐 잠든 사이 온갖 꿈을 꾸었다.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이 전부 찾아오는 느낌이다.빨래를 했더니 개운했다. 독소가 나오는 것인지 몸에서 쾌쾌한 냄새가 자꾸 신경쓰였다. 단식할때는 세제가 손에 안닿게하라하여 손빨래는 적게했다.도림사에 있는 동안 내게 가장 많이 찾아 온 메세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였다. 살집이 붙은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동물의 살덩이를 먹고 싶은 내 욕구가 불편해서, 몸이 정화되었으면 해서, 나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단식의 동기가 컸다.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만큼 건강할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한 상태로 바라봄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멋있어져야할, 더 깨끗해져야할 ‘나’가 아닌, 이로써 충분한 ‘나’라는 거. #보식 1일차집에 돌아왔다. 벌써 절에서 지낸 시간이 꿈같다. 배농장에서 동근이와 반가움 입맞춤을 나누고 봄이와 실컷 뛰어노니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집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_()_어느새 처리해야할 것, 당장 해야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는다. 너그러운 마음상태로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몸을 연인처럼 애정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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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편지 : 참새와 돌] 자기 다운 모습일 때 아름답다는 걸 배워요
- 디자인. 칩코 <돌에게> 돌, 안녕하세요. 저는 지리산의 참새입니다. 저는 10년 넘도록 사용해온 별칭이 있었는데요 펜팔을 위해 처음으로 새로운 별명을 짓게 되었어요. 그 자체만으로 새로운 삶을 얻은 것 마냥 설렙니다. 겨울의 참새들이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게 너무 귀엽더라고요. 고양이들도 겨울이 되면 털을 찌워 몸집이 두 배가 되고, 저도 겨울이 되면 볼살이 포동포동해져요. 주변 사람들이 살이 찐 것 같다고 놀라면 ‘여름 되면 알아서 빠질거야!’라고 장담하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다들 이렇게 겨울을 나고 있으니 저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 뿐이겠죠. 돌은 어떤 이유로 돌이 되었나요? 참새와 돌, 벌써부터 마음에 쏙 드는 조합이에요. 가깝고, 흔한. 그래서 슥 지나쳐버리기 쉬운 그런 존재로 이름삼고 싶었어요. 앞으로 돌과 펜팔을 주고받으면길가의 돌을 보고 어떤 문장을 떠올리게 되겠죠. 그럼 걷는 길이 더 생생하고,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산책을 좋아해요.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는 건 아직 제게 너무 어려운데요. 지갑도 핸드폰도 없이 그냥 걷다보면 걱정도 불안도 화도 슬픔은 옅어지고, 다음 한 발, 그 다음 한 발만을 떠올리는 그 상태가 너무 황홀해요. 화가 나고 답답할 때는 그 걸음이 빨라져 달리기가 될 때도 있고요.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칠 때는 산을 오릅니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풍요로움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리산에 온 것 같아요. 더 걷기 좋아서요. 탁 트인 하늘과 논밭이 눈을 시원하게 하고요. 고요한 와중에 들리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와 새소리는 마음의 안정을 주고요. 둘레길을 걷다보면 달라지는 오솔길의 풍경은 재미있어요. 초록색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구나 놀랍구요. 언젠가는 산책을 하다 고라니가 제 눈 앞에서 드넓은 밭을 가로질러 껑충껑충 뛰어가는 모습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정말로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나는구나.. 알게되었습니다.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대사인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아’가 정말 딱 맞는 말같아요. 지리산은 늘 그랬듯이 자기 모습 그대로 여기 있어요. 지리산 품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도 그저 자기 모습대로 살고 있어요. 관심을 받거나 말거나 가장 자기 다운 모습일 때 아름답다는 걸 지리산에게 배워요. 위로를 받아요.저처럼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또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래서 펜팔을 쓰게 되었어요. 사실 편지를 쓰다보니 이제야 내가 이런 마음으로 지리산에 왔고, 펜팔을 쓰게 되었구나 싶어요.ㅎㅎ 돌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지 너무 궁금해요. 우리가 앞으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어떤 마음들을 정리하고, 발견하게 될지도요. 그럼 안녕히! 짹짹! <참새에게> 안녕하세요 참새! 저는 서울에서 지내는 ‘돌’이에요. 반가워요. 여유있게 도착한 참새의 편지에 저도 여유를 담아 답하고 싶었는데,, 편지의 도착일에도 제 상태이자 소개가 반영된 것 같기도 하네요 저의 원래 별명은 7년쯤 되었는데, 그땐 다른 이들이 편히 불러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지었어요. 다시 이름을 만드려니 좀 더 고유한 저의 의미를 담고 싶더라고요. 근래 저는 흘러다니며 살아온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았어요. 주변의 필요와 요구에 잘 반응하는 삶이었던 것 같아요. 이름처럼요. 그런데 그것이 동시에 제 중심을 잃을 수 있고, 그래서 타자에게 더 많이 신세지게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신세지는 것이 꼭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저는더 적극적으로 서로 기대는 삶의 방식을 바래요.그럼에도 제 중심 없이는 서로 기대기가 어렵겠다 싶었어요. 스스로의 힘이 더 무거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을 상상했어요. 참새의 편지에 이런 문장이 있었죠. “관심을 받거나 말거나 가장 자기 다운 모습일 때 아름답다는 걸 지리산에게 배워요” 아 너무 찾던 문장이에요.누군가는 멈춰있고 고여있는 것으로 비유적으로 쓰기도 하지만, 저는 무겁게 그러나 데구르르 구르는 돌을 상상하며 이름을 지었습니다. 참새와 돌. 구덩이에 쏙 빠져 혼자서는 굴러나오기 어려울 때, 참새가 발견해 꺼내주지 않을까? 참새는 돌을 보고 돌아와야 곳을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재밌는 상상도 해보네요. 제 상상 속에서는 참새와의 관계에 따라 돌의 크기도 무게도 다양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습관은 일기를 쓰는 일이에요. 상황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 커다란 경험을 하고 난 후 마음이 부풀 때 펜을 들어요. 일기의 형식과 분위기는 자주 바뀌어요. 정리하고 싶은 것이 저일 때도, 바깥일 때도 있기 때문이죠. 저는 주로 직접 일기장을 만들어요.공책 자체를 만들어본 적도 있지만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받은 노트 중 적당한 크기와 두께인 것을 골라, 직접 구획을 긋는 쪽이랄까요. 해가 시작하고 끝날 때 새로운 공책을 열어, 채우고 싶은 내용을 생각하며 선을 그려요. 월, 일주일, 한해 등 제목도 적고요. 그중에서도 매일 적는 ‘일기’는 주로 질문 없이 비워두려고 해요. 펜을 들면 가장 선명한 언어가 먼저 툭 튀어나오죠. 일기장은 저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아주 가볍게 사유를 촉발시켜주어요. 게워내기 위해 들었던 펜이, 정리된 후에 결국 무엇을 바랬는지까지 이끌어내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저에게 서울, 도시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꾸려가는 삶은 이렇게 편안하게 펼쳐내기보다는 부담스럽더라도그 책임에 응답하며 쌓아온 시간 같아요. 부당한 것도 많고, 그 요청들이 저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끌지 않기도 해요. 단절과 효율이 우선되는 공간이니까요. 외면하고 벽 세우지 않고서는 나의 안전이 흔들리는 삶이 많은 것 같아요. 활동가로 산다는 건 이런 삶이 결코 우리를 오래도록 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른 관계를 상상하고 실험하며 동료 시민들에게 제안하는 일 같아요. 도시에서 다시 연결을 찾아내고 만드는 일은 당연하게도 도시 바깥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요.지리산과 그 속에 사는 이들과 연결되면서 서울이 만드는 단절을 발견하고 싶어요. 회복의 계기를 찾고 싶어서, 펜팔에 함께 하게 되었구나 싶어요. 먼저 말 건네준 참새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바쁘고 지친 와중에 덕분에 회복한 이 에너지을 담아, 소한의 답장을 보냅니다. 데구르르~ 돌, 2023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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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편지 : 참새와 돌] 자기 다운 모습일 때 아름답다는 걸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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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편지 : 유우야와 갈토] 일상을 느긋하게 살아간다는 것
- 디자인.칩코 <갈토에게> 안녕하세요, 갈토! 저는 유우야라고 해요:) 이름이 좀 낯설지요. 저도 이 이름이 낯설고 저랑 어울리는가 싶어요. 저는 늘 마음이 급하거든요. 특히 도시에서 살 땐 더더욱 그래요. 여유롭고 싶어서 충분히 일찍 외출해도 점점 걸음걸이가 빨라집니다. 그래서 갈토와 편지를 쓰는 순간만큼이라도 여유와 느긋함을 가지고 싶어서 유우야라고 했어요. 일본어를 공부중인데, 공부하다가 느긋함을 뜻하는 한자를 보고 만든 이름이랍니다!ㅎㅎ 갈토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갈색 토끼라는 이름을 듣고 참신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쩌다가 갈색이 되었는지(?) 듣고 싶어요. 갈색은 저한테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갈토에게는 어떤가요? 그러고보니 펜팔을 하고 싶었던 이유도 같네요. 편지는 급한 마음으로는 안 써지더라구요. 받는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썼다 지웠다 하며 한참 걸려요. 어떻게 제 이야기가 전달될지도 조심스러워서 그런가봐요. 한편으론 기대도 되지만요! 어쨋든 고요한 마음을 가져야 진심이 써지더라구요. 저는 갈토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편지 쓸 때의 여유로움을 실컷 느껴보고 싶어요. 갈토와 진심을 주고 받으면서 몽글몽글 따뜻함도 나누고 싶습니다! 갈토에게 제 진심들이 잘 전해진다면 참 좋겠어요:) 갈토는 어떤 마음의 습관이 있으신가요?저는 이 조급한 마음이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나타나요. 밥 먹을때도 누가 볼세라 빨리 먹고.. 청소기를 돌릴때도 요리조리 후다닥 돌리다보니 다 돌리고 나면 팔이 아파요. 설거지할 때도 그렇네요.. 달그닥 달그닥 소리도 무섭게 나고 다하고 나면 물이 사방팔방 난리가 나 있어서 가끔은 저도 웃겨요. 이렇게까지 급할 일인가.. 하고..ㅎㅎ 샤워도 노래 한곡이 채 가기 전에 끝나요. 한 곡 안에 끝내야지 마음 먹고 하는 것은 아닌데, 샤워를 다하고 물을 끄면 노래는 아직 2절 중이에요. 줄줄 말하다 보니 조급한 순간들이 진짜 많네요! 때로는 그런 조급함이 전기나 물을 오래 켜놓는 것보다 좋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전 그 마음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좀 더 그 습관을 관찰하고 의식해보고 싶어요. 아침에는 주로 과일을 먹는데, 과일을 먹을 때 특히 이 습관을 관찰하기 좋더라구요. 빨리 먹으려 하다가도 실패하지요. 면처럼 후루룩 목으로 넘어가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가봐요. 조급함이 찾아 올 때 마다 관찰하고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다 보면 제 일상도 점점 느긋해질 수 있을까요? 갈토도 같은 상황에서의 방법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ㅎㅎ 제 편지는 여기까지에요.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키워드는 '습관'과 '펜팔의 동기'였답니다! 꼭 키워드를 맞출 필요는 없는 것 알지요?ㅎㅎ 그럼 갈토, 겨울은 안으로 수렴하는 계절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모든 비인간동물들이 겨울 잠을 자고 인간동물들은 명상하기에 딱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겨울처럼 포근하고 고요한 나날들 되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유우야에게> 유우야! 안녕하세요. 저는 갈토입니다.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이름이지만, 그저 갈색피부를 귀엽게 표현해서 교수님께서 만들어주신 별명이에요. 제가 귀여운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갈색토끼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민망할 정도로 저는 진지하고 걱정이 많은 성향이라 편지가 재미없을 것 같아 처음에 신청할 때 고민을 살짝 했습니다. ^^ 제가 편지쓰기를 하고 싶었던 건, 우선 서울 중심을 벗어난 활동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어요. 몇 년 전부터 서울 중심으로 많은 자원과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잠시 경기도 북부로 활동 영역을 옮겨보는 것도 고민했습니다.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지금까지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저의 여러 조건들로 비록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되고 싶었고 이 프로젝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랑 교환일기를 썼거든요. 친구가 어떤 글을 써서 줄까 기다리던 그 설렘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것도 편지쓰기의 동기였어요. 지리산으로부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안내를 받고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나를 모르는 누군가 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준다는게 너무 신나더라고요. 저의 짝꿍이 어떤 분일지, 어떤 글을 보내주실지 궁금해서 편지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근데 제 생일 바로 전날 '선물'같이 첫 번째 편지가 도착한 거예요. 단조로웠던 일상에 반갑게 찾아온 선물이었어요. 더욱이, 제 생일이 참 엉망인 하루였어요. 마구 일이 꼬이는 날 중 하루였는데, 하필 그게 1년에 한 번 있는 생일이다보니 마음이 좀 상하네요. 생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데도, 그저 평범한 하루가 되길 바랬을 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생일을 잘 마무리 하기 위해서 답장을 쓰기로 했어요. 올해 받은 생일 선물 중 가장 반가웠던 선물에 대한 답례 인사를 하면서 이 하루를 마무리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답장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유우야, 저도 조급한 편이라 느긋해지는 방법을 알려드리기가 참 어렵네요. 하하하. 전 제가 성격이 급한게 하고 싶은게 많은 욕심쟁이라서라고 생각해요. 호기심이 많다보니,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부지런히 이것 저것을 해요. 그래서 장점은 삶이 풍부해진 거고, 단점은 여유가 없다는 거에요. 처음에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책을 읽던, 영화를 보던 무언가 해야될 것 같아서 쉬러 왔는데 ‘뭐하고 쉬지’라는 생각에 둘러싸여 쉬지 못하는 저를 보고 한심하고 안타깝고 화도 났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저에게 꽤 익숙해졌고, 마음에 여유를 가져보려고 애는 쓰지만, 이것도 성격인 건지 잘 안되네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포기를 했는데 올해 우유야와 함께 일상을 느긋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같이 찾아봐도 좋겠네요. 근데 일상을 느긋하게 살아간다는 게 어떤 건가요? 저는 출근 할 때, 걸어서 가요. 대도로의 차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단축길이라 55분 걸리지만, 공원길로 돌아가면 75분 걸려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한 시간 반 전에 집을 나와서 공원 길로 출근하려고 해요. 날씨가 좋으면 파란 하늘을 오래 볼 수 있어서 좋거든요. 특히 저는 소설을 귀로 들으면서 걷거든요. 그러면 귀로는 소설을 듣고, 눈으로는 경치를 보면서 걸으면 참 힐링이 돼요. 이게 느긋한 걸까요? ㅋㅋㅋㅋㅋ 쓰다보니 느긋한게 아니라 오히려 바쁜거 같네요. 쉬지 않고 빠르게 다리는 걷고, 귀는 듣고 눈은 보고. 여튼 저는 걷는 걸 무지 좋아해요.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걸 어릴때부터 좋아했어요. 처음 습관에 대해서 물어보셨을 때, 생각났던 건 ‘감사일기’였어요. 작년에 친구가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고 저에게 추천을 해줘서 작년 2월달부터 꾸준히 썼어요. 하루에 세 개씩 감사한 일을 적는 건데요. 어떤 날은 한 개 채우기도 어려운 날도 있어요. 그러면 굳이 감사한 일을 찾아내야해요. 근데 하루에 3가지는 찾을 수 있더라고요. 오늘같이 일이 꼬여버린 날에도 3가지의 감사한 일은 있어요. 예를 들면 1. 오늘 되는 일은 진짜 하나도 없었지만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아서 감사합니다. 2. 비건 꼬치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감사합니다. 3. 순두부, 두부를 10% 할인으로 구입해서 감사합니다. 4. 편지 답장을 쓰며 나의 습관을 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참 별거 없죠? 가끔 감사일기를 밀려서 3-4일치를 한꺼번에 적기도 하는데요. 하루를 정리할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엉망인 하루도 감사할게 한가지는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친구들에게 감사일기를 적극 추천한답니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안 좋아하는데요. 예전에 같이 살던 크리스티나는 겨울을 좋아했어요. 겨울의 깊고 긴 어둠의 고요함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겨울은 안으로 수렴하는 계절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모든 비인간동물들이 겨울 잠을 자고 인간동물들은 명상하기에 딱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라는 문장을 보면서 오랜만에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뜨거운 여름의 태양을 좋아하고 명상에 성공해본 적이 없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지만, 이번 겨울 편지쓰기를 하며 따숩게, 고요하게 보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좋네요. 내가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고, 나의 답장을 기다릴 누군가가 있다는 게 말이죠.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 출근길 사진 몇 장 보내드려요. 갈토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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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편지 : 유우야와 갈토] 일상을 느긋하게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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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편지] 지리산에서 보내는 펜팔
- 디자인.칩코 <지리산에서 보내는 펜팔> 글. 칩코(지리산방랑단 기획단) 잘 지내시나요? 방랑단이 사라진 숲을 찾아 떠난지 두번째 겨울이 왔어요. 제가 처음 지리산으로 향했던 그 해는, 지리산을 알프스로 만들겠다는 산악열차 사업이 파도처럼 하동을 덮친 해였어요. 겨우 발등의 불을 끈 산악열차 반대 활동가들이 ‘친구를 만들러 왔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제게 손을 내민 사정도 그만큼 지쳤다는 뜻이었겠죠. 저 역시 알프스가 아니라 지리산을 찾아왔기에 손을 덥석 잡았고요. 문제는, 제가 지리산을 지키기엔 지리산과 데면데면한 뜨내기 이주민이라는 점이었어요. ‘지리산방랑단’은 그래서 생겨났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지리산인지, 얼마나 크게 또 어떻게 흐르는 것이 지리산인지 알아야 했으니까요. 지리산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궁리했어요. 그 결과 지리산의 야생동물을 스승삼아, 여섯명의 친구들이 사개월간 지리산을 무전으로 방랑했답니다. 날마다 지리산에게 얻어 먹고, 얻어 자면서요. 지리산의 사라진 숲이야기를 찾아다녔어요. 노숙도 걸식도 처음이라 ‘지리산방랑단’은 제게 장마철의 불어난 계곡물처럼 벅차기도 했지만, 저의 구석구석을 헤집고 떠났어요. 제가 방랑단 이후로 산골짜기에 부는 바람에 대고도 인사를 하게 되었다면 믿으시겠어요? 그물에 걸린 구름처럼 움직이는 하루살이 떼도, 낮에 뜬 조각달도, 솜씨좋은 수달과 물까치도, 낙하산을 타고 비행하는 꽃씨들도... 모두 귀퉁이를 접어둔 동화책을 보는 마음으로 느끼게 됐다면요. 더는 지리산이 제게 겸연쩍은 타인이 아니라, 한없이 다정한 친구가 된 거예요. 어느덧 방랑단이 사라진 숲을 찾아 떠난지 맞는 두번째 겨울. 하동의 타고 남은 불씨가 남원으로 옮겨간 올해, 매섭게 진군하는 산악열차 사업을 터진 둑을 망연히 바라보는 심정으로 발만 동동 굴렀어요. 저는 더는 스스로 뜨내기 이주민이라고 여기지 않았거든요. 지켜야할 지리산의 얼굴을 이젠 선명히 아니까요. 하루에도 몇장씩 자보를 만들고, 문화제를 열어 소란을 내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불쑥 서명지를 내밀면서 동분서주했어요. 안타까운 중간발표를 하자면 터진 둑은 끝내 돌이키지 못했고요. 눈물샘도 어딘가 둑이 터졌는지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제가 베인 나무가 된 것도 아닌데... 누군가는 엄살이라 면박을 줄지 모르지만 분명 저는 힘들었어요. 수취인이 불분명한 선언문들이 왜 그토록 공허했을까요. 누가 들어줄 지도 모르는 말을 쏟아내고 아무나 붙잡고 호소하는 일이요. 환경운동은 때로 이런 기분으로 저를 이끌어요. 물 속에서 도저히 어디에도 닿지 않는 악을 지르는 기분으로. 내 편이라곤 한 줌의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사막에 혼자 있는 기분으로. 텅 비어가는 지역의 목소리를 실감했달까요. 그렇게 올해를 보낸 소감을 자문하자면, 저는 그날로 돌아가있어요. ‘친구를 만들러 왔다’던 활동가들과 마주한 그날. 물론 그 지친 말을 이젠 제가 뱉는 장면으로요. 허우적대던 무렵, 지리산이 머릿속에서 댕-하고 경종을 울렸어요. 저는 친구를 만드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고요. 방랑을 하면서 지리산에게 배웠더군요. 사실 수취인은 한 명이어도 충분해요. 단 한 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문장들이면 충분해요. 허공에다 고래고래 외칠 게 아니라, 하나의 눈동자라도 반드시 마주보면서 외쳐야 한다고요. 방랑하면서 만난 바람과 새와 나무가 제게 그렇게 해주었거든요. 제가 그들을 사진 속에서만 만났다면, 두 해 전 온전히 그들 품으로 뛰어들어 마주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방법으로요. 어김없이 겨울이 돌아오는 건 기적이에요. 마고여신에게 기적을 보여달라고 하면 아마 겨울 철새들이 북쪽하늘을 뒤덮겠지요. 방랑단은 이번 겨울에 다시 떠날 거예요. 전국을 편지로 방랑하며 친구를 만드는 거예요. 첫 발자국은 서울의 환경활동가들로 향합니다. 이름하여 <지리산에서 보내는 펜팔>!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는 겨울을 나면 좋겠어요. 지구를 돌보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면, 그 과정마저도 돌봄이 될 수 있도록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네 명의 방랑단과 네 명의 서울의 환경활동가들이 각각 짝을 지어 펜팔을 나눕니다. 서울의 환경활동가들은 12월 중에 익명으로 모집했어요. <참새와 돌>, <유우야와 갈토>, <토토와가로>, <덕복희와 산달> 네 팀의 펜팔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먼 곳에서 서로 닮은 삶을 살아가는 환경활동가들의 우정을 전할게요. 우리 삶에 자연스레 녹아든 지리산의 소식을 함께 실을게요. 텅 비어있던 수신란에 단 한 사람의 이름을 가득 채운 편지를 띄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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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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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편지] 지리산에서 보내는 펜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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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는 두 손을 비워두세요
- 숲에서는 두 손을 비워두세요 칩코(지리산 방랑단) 사람 다섯과 개 하나가 도로 위를 걷고 있다. 차들은 그들 옆을 지날 때 구경하듯이 조금 속도를 늦춘다. 옷차림새가 비범하다. 어르신들 말을 빌리자면, '머스만줄 알았는데 가스나'거나 '가스난줄 알았는데 머스마'인 외관이다. 빡빡 머리가 둘이라 스님인 것도 같고, 인도나 태국 따위의 어디 외국에서 온 것도 같다. 개는 허스키나 늑대처럼 생겼지만 진도 믹스라고 한다. 말을 걸어보니 지리산 방랑단이라고 소개한다. 무전으로 여행하며, 지리산의 사라지는 숲 이야기를 채집한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전여행이라니. 코로나도 말썽인데 얻어먹고 얻어 잔다니. 그런데 어쩐지 볼살들은 통통하다. 의외로 잘 먹고 다니는 모양이다. 얼굴이 햇빛에 그을러서 활짝 웃는 이가 더 하얘보인다. 그 중 한 사람을 조명해보자. 두 빡빡머리 중에 조금 더 머리가 허옇게 밀린 사람이다. 파란색 누더기 바지를 입었다. 가시나무 한번 스쳤다가는 죽 찢어지고 말 정도로 헤졌다. 한번은 구멍을 기우러 어느 집에 실과 바늘을 동냥하러 갔다. 상냥한 주인집 어르신은 바지 꼴을 보시더니, 그냥 새 바지를 한 벌 주셨더랜다. 바지는 거절하고 반짇고리만을 받아든다. 핫핑크색이라서 그랬던가... 휴지 조각 같은 바지를 입고 다녀도 나름의 취향이랄 게 확고하다. 궁상맞은 취향의 주인은 칩코다. 칩코는 헌 옷만으로도 충분하다. 돈 벌 생각도 많지 않다. 칩코는 엄마를 좋아한다. 그러나 엄마 집에 친구를 데려갈 때면, 한 가지 꼭 해명을 해주고 마는 것이 있다. 집 현관문에 붙은 종이다. 종이엔 노란빛 오만원권 사진과 함께 "돈은 나와 하나다"라는 다소 노골적인 문구가 적혀있다. 친구가 그걸 안봤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중앙에 붙어있다. 약간 부끄럽다. 오해를 여기서 풀자면, 엄마가 그 종이를 붙인 맥락을 설명해야 한다. 엄마는 칩코의 마음수련 스승이자 도반이다. 엄마는 칩코가 누군가나 어떤 것을 미워할 때면, 그와 너 자신이 결국 하나임을 알라고 했다. 둘을 분별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마 돈이었다. 엄마는 돈과 친해지기 위해 그런 사진과 문구를 적은 것이었다. 칩코의 현관문이 있다면 무엇을 적었을까? 돈은 아닐 것 같다. 돈에 관심이 없고, 일단 돈으로 사고 싶은 게 없다. 이런 자신의 모습이 쿨해보여서 마음에 들기도 하다. 그래서 지리산 방랑단을 선뜻 시작할 수 있었다. 칩코는 평생 돈이 없는 축에 속했지만, 정말 한 푼도 없이 살아 본 적은 처음이다. 방랑은 참으로 멋졌다. 매일 기적같은 인연들을 만났다. 평소에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가 볼 식당이나 민박에서 탁발을 받기도 하고, 돈으로 환산할 수 조차 없는 호의를 경험했다. 돈 없이도 이렇게 풍요롭고 행복하다니! 당최 돈이 왜 그리 새침하고 콧대 높은지 모르겠는 나날들이었다. 자본주의의 숨겨진 빈틈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방랑단들은 사라진 숲 이야기들을 채집하고 다닌다. 함양의 오도재는 대규모 특화 단풍숲을 조성하기 위해 축구장 80개 면적의 숲을 없애버렸다. 남원은 육모정에서 정령치를 지나 달궁까지 이르는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구례에서는 야생의 숲을 빼앗기고 철창에 갇혀 사는 반달가슴곰과 소들을 볼 수 있었다. 방랑단들은 기억산책에서 이 이야기들을 전하며, 많이 울기도 울었다. 우리는 베어진 나무가 되어 보기도 하고, 갇힌 동물이 되어보기도 했다. 칩코는 그러던 중 한 가지 통찰에 이르렀다! 아픈 이야기들의 공통점이 있던 것이다. 그렇다, 모든 사정이 다 돈, 돈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가? 단풍숲도, 산악열차도, 반달가슴곰과 소들도,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돈이 이미 있지만, 더 많이 축적하기 위해서! 칩코는 희한했다. 돈이랑 엮일 일도 없던 사람인데... 칩코가 찾아다니던 이야기들은 죄다 돈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칩코와 돈이 무슨 징한 인연이 있는 것인가. 칩코는 그제야 별 관심도 없던 돈이 밉다. 칩코는 엄마의 현관문에 붙은 종이를 떠올렸다. 어떤 것이 미워질 때면 그와 나 자신이 하나라는 것을 알라던 엄마의 말. 방랑을 하며 행복했던 이유가 뭐람! 돈을 바라지 않고도, 사람들은 베풀 줄 알았다. 식은 밥 주기가 미안하시다면서, 밥을 새로 지어주던 마음들. 한 데서 어떻게 자느냐며, 빈 방을 청소해 내어주시던 마음들이 있었다. 사랑도 받은 사람이 줄줄 안다고 했던가. 칩코는 분에 넘치는 베품들을 받으면서, 조건없는 베품이란 어떻게 줘야하는 것인지 배웠다. 돈을 미워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뿐! 이는 숲의 방식이기도 했다. 숲에서는 셈할 수 없는 것들이 무상으로 주어진다. 솔향을 품고 멀리서 낮게 불어오는 바람, 나뭇잎 새로 듬성듬성 쏟아지는 햇살줄기, 고요를 채우는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 이 모든 것들이 눈부신 선물이었다. 선물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그저 내어줘 본 사람이라면 알았다. 소유란 무용한 것. 네 것과 내 것의 구분을 없애면, 소유는 무용해진다. '내 것'을 내려놓을수록 세상은 더욱 넓어진다. 그래서 소유는 두려움의 다른 말. 더 큰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두려움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숲은 넓어지고, 다양한 존재들을 품게 된 걸까. 저 멀리 숲 속을 걸어가는 지리산 방랑단이 보인다. 칩코는 숲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일을 골똘히 생각해본다. 숲의 방식으로 방랑할 것. 두려움 없이 더 넓은 세상을 사랑할 것. 아아 숲의 선물들을 정중히 받으려면, 두 손을 언제나 비워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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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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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는 두 손을 비워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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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일기]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 글.칩코 조만간 버스타기는 글렀다. 내가 사는 마을엔 하루에 버스가 고작 여섯 번 오는데, 지금 시기가 되면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구례는 바야흐로 벚꽃의 세상이다. 상춘객들로 도로는 주차장과 다름없는 형국이니, 나 같은 뚜벅이가 아니더라도 사정은 같을 것이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은 설렌다. 들뜬 관광객들에 덩달아 신이 나고, 꼭 내 앞마당에 사람들이 구경오는 듯이 흐뭇하기도 한다. 지난 겨울부터 나무 공부를 시작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진 것도 딱 지난 겨울부터다. 정류장 옆에는 나무가 많다. 숲이 아닌 마을이나 읍내에서도 나무는 적지 않다. 나무의 수피와 겨울눈과 수영을 이리저리 노려보다보면 오히려 버스를 놓칠 뻔도 한다. 겨울이 지나고서는 그 빨갛던 겨울눈이 연두빛으로 차오르더니 마침내 피워낸 꽃을 구경하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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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일기] 벚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