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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한 해 살아보자! 층층집 입주자 모집해요!
방랑단원 차라와 칩코,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주옥쌤과 밤구, 이 넷이 층층집을 준비했어요. 층층집은 이렇게 좋은 지리산과 구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길 바라며 시작되었어요. -지리산과 구례를 알고싶은 사람 -시골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 -구례에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 환영해요!! 이번 층층집은 지리산사람들 회원님이신 집주인분과 운좋게 인연이 닿아, 위치와 집컨디션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제약사항으로 인해 배제된 신청희망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층층집을 또 마련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는 조건의 집을 구해볼게요. 홍보물 속 약속문과 집의 정보 내용이 많으니,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주세요. 아래 신청서 링크 속 상세 사진들도 확인해보신 후 신청해주세요!! > 신청서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lAv1u9Jcg9NFH_4Zr_FoINq5hDrt_fods4dqHYiP7RA5dwg/viewform > 궁금한 점 : 차라 (010-87팔4-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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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오지마! 양수댐저리가!] 매주 피켓시위 함께하면 더 힘이 나요!
디자인.칩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군청 앞 피켓시위 릴레이! 해가 바뀌어도, 날씨가 궂어도 계속 됩니다???? 현재 구례는 양수발전소 우선사업지로 선정되었고, 골프장은 찬성 측 주민들이 군청 앞 맞불시위를 시작했어요. 골프장과 양수댐에 모두 반대하는 구례군민들은 군청 앞 출근시간에 맞춰 진행하던 피켓시위의 장소와 시간을 다양하게 넓혀보았어요. 그리하여! -매주 화욜 17:30-18:30 경찰서 앞 로타리 -매주 목욜 08:15-09:15 구례군청 앞 으로 변경합니다. 봄이 오니 날씨가 포근해서 피켓시위가 더욱 즐겁겠어요. 다들 으쌰으쌰 힘을 보태어주세요! 후원해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농협 301-0214-8860-11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농협 301-0328-7856-21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농협 301-0335-2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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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드림 일손 돕고 온 칩코의 방구일기
나의 집과 집주인댁은 바로 옆집이다. 집주인댁은 농사를 많이 지으신다. 노부부 두 분께서 다 드시지도 못하고 썩혀버릴 만한 양이다. 평생 이웃을 돌보며 사신 노부부는 나더러 당신네 창고에 쌓인 채소를 양껏 먹으라셨다. 펄쩍 뛸 만큼 좋긴 한데 하나 문제가 있다. 소농은 기가 죽는 것이다. 나도 작년에 작물을 심긴 했는데 사실 집주인댁 채소만 먹어도 될 정도라 내가 굳이 농사를 지어야 하나 아리송해진다. 작년에도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보내주셨다. 깨 씨앗을 애지중지 길렀는데, 아뿔싸. 집주인댁은 들기름을 자급할 만큼 깨를 심으신다. 우리 집 마당에도 그 씨앗이 솔솔 날아와 들깨가 개망초인양 자라는데, 나중엔 뭐가 토종깨고, 뭐가 집주인댁 깨인지 구분하기를 포기했다. 어쨌거나 깻잎은 실컷 따먹는 데다, 또 굳이 채종을 안해도 내년에도 어련히 잘 자라니, 내 농사꾼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다. 토종씨드림을 안 건, 도시에서 여성농민권 관련된 일을 하면서다. 귀촌한 후 토종씨드림 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토종씨드림 대표님은 곡성 산골짜기에 직접 집을 지어 사신다. 집을 둘러싼 드넓은 밭은 대표님 자급용이자 전국의 토종씨앗을 보전하는 채종포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개 두 명이 우릴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 넓은 밭을 쌩쌩 쏘다녔다. 대표님은 나와 같이 방문한 손님들에게 샴푸나 치약 따위를 사용할 생각은 말라고 호령을 내리셨다. 그 집의 모든 하수는 마당 뒤쪽 연못을 거쳐 토종벼를 기르는 논밭으로 흘러가는 까닭이었다. 집 뒤편엔 농막 형태의 생태화장실이 있었다. 오줌은 양동이에 모았다가 바로 밭에 뿌려주고, 똥은 살짝 건조했다가 향처럼 천천히 태우며 재로 만들었다. 무거운 오줌통을 나르거나 똥퇴비 무덤을 삽질할 필요도 없으니, 대표님은 당신 같은 나이든 여농에게 제격이라셨다. 밭을 말하자면, 난 살면서 그토록 잘 정리된 밭을 본 적이 없었다(맨뒷사진3장). 물론 마을 할머니들 밭도 풀 한 포기 없긴 하다만, 그건 한 종자만 주르륵 심고 비닐 멀칭을 한 경우가 아닌가. 토종씨드림은 한 두둑마다 종자가 다를 정도로 다양하게 심었고, 종자명과 번호를 두둑마다 표기해두었는데, 어찌나 일목요연한지! 두둑은 비닐 없이 볏집으로 싸여있는데, 그건 또 어찌나 단정한지! 나는 이상한 구석에서 정리 강박이 있는데 단숨에 완치될 지경이었다. 그날 토종씨드림에 간 건, 채종을 돕기 위해서였다. 토종씨드림 활동가인 수연님의 지시를 따라 비닐하우스에 옹기종기 앉아 씨를 털었다. 씨는 잘 말려서 유리병 등에 보관했다. 유리병들이 이름표를 달고 열과 횡을 맞춰 나열된 꼴을 보면, 마치 청소업체가 다녀간 창틀을 보는 양 탄성이 나왔다. 하필 수연님 글씨체는 폰트로 팔아도 될 만큼 단아했다. 내가 정리 강박이 있어서 과장하는 것도 맞지만, 토종씨드림 활동가들은 틀림없이 주부들이 모두 환호할만한 정리의 달인이셨다. 토종씨드림 방문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급자족하시는 삶의 솜씨며, 그 많은 종자를 돌보는 부지런함, 보살핌의 손길이 드러나는 싱그러운 텃밭까지. 이날 채종에 손을 쬐끔 보탠 인연으로, 수연님은 그해 가을 씨앗을 잔뜩 보내주셨다. 원래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으면 1.2배 이상 돌려드려야 하는데, 나는 채종을 해본 적도 없는 초보 농부인 데다, 봄에 배추 채종을 하기도 전에 땅이 없어 이주해야만 하는 신세였다. 씨앗을 못 돌려드렸다는 말이렸다. 그런데도 그 이듬해 씨앗을 또 보내주셨다. 내가 구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토종씨를 심어보려 한다니까, 좋은 일에 나눠주고 싶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또 변명하자면 초보 농부인 나와 초등학생 농부들의 콜라보로 그 해에도 또 채종에 실패했다. 양심이 있어 그나마 긁어모은 씨앗들을 조금 보내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런데 지난 초봄에 또! 수연님은 새해 인사와 함께 깨를 비롯한 여러 씨앗을 잔뜩 보내주신 것이다. 수연님이 씨앗을 생색 한번 없이 선물해주셔서, 나는 씨앗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하마터면 모를 뻔했다. 매해 두 번, 토종씨드림은 무척 바빠진다고 한다. 회원들에게 토종씨앗을 보내는 시기다. 이번 겨울, 토종씨드림 씨앗을 소분하고 동봉하는 일에 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곡성, 구례 등 인근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 수연님 댁으로 오순도순 모였다.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다님이 토종씨드림 활동가로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난 대농 집주인댁에게 의문의 K.O를 당한 뒤 농사를 향한 열정이 살짝 식은 채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날 하루종일 씨앗을 데굴데굴 주무르다 보니 무척 농사가 짓고 싶어지는 거였다. 파란 콩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파란 콩을 한 줌 챙기고, 디자인하느라 혹사당하는 시력에 좋다는 결명자도 한 줌 챙기고, 다님이 맛있다고 호언장담한 먹골참외도 챙겨넣었다. 다님은 농사가 너무 재밌다고 했다. 올해는 숲밭을 만드려고 감밭을 크게 구매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농부들이 모이는 장터도 찾아다닌단다. 나는 씨앗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다님이 왜 그렇게 농사가 재밌어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수연님과 다님은 일손을 도와주러온 나와 일행이 고마운지, 자꾸 이것저것 먹을거리나 씨앗을 챙겨주셨다. 나는 그들의 넉넉한 인심이 이 동글동글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씨앗을 다이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예부터 씨앗은 거래가 아니라 나눔해왔다. 나누어 퍼진 씨앗들은 (나 같은 농부를 만나는 비극을 피한다면) 이듬해 기필코 증식한다. 이번에 작업한 씨앗들은 대부분 토종씨드림에서 키웠는데, 다른 농부들이 키운 것도 적지 않았다. 그 농부님들은 아마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고, 몇 배씩이나 양을 불려서 다시 후원하신 것일 테다. 이렇게 대량으로 씨앗을 나누는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은 양의 씨앗을 나눠드릴 수 있다. 매해 씨앗을 못 돌려드릴 적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성실하게 씨앗을 돌려드리겠지’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 농부님들의 이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무수한 씨앗을 봉투에 직접 동봉하자니 감사함이 선명히 와닿았다. 소분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챙겨온 씨앗들이 가방에서 굴러다녔다. 올해는 꼭 씨앗을 잔뜩 채종해서 돌려드려야지. 이웃집 창고 덕에 내가 심으나 마나 먹을거리가 넘치긴 하지만, 딱 이 씨앗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생긴 건 또 다른 의미니까. ‘어차피 똑같은 깻잎이다’하고 입에 털어 넣던 것도, 이젠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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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쌤의 구례생태텃밭활동 전시회&공유회 다녀온 후기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텃밭 학교 활동을 구경하고 싶고 씨앗도 얻어 볼 마음 갖고 공유회에 갔다. 어린이 도슨트가 있어 활동 설명을 하고, 일년간 농사 일지와 약속, 사진 등 글과 그림을 보는데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사랑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24절기 자연을 오롯이 함께 하며 배운 것들과 느낀 마음을 표현하니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란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의 글을 보고 이 분들이 진짜 큰일하고 계시구나 가슴이 쿵! 울렸다. 동근 상글 들 양지 아림 ... 이 젊은분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가 궁금했었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 텃밭 이끔이, 어린 사람 등 쓰는 말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내용도 세심하고 존중이 가득하다. 구례를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까이서 배울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다시 주조장 가서 전시물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이다. 온갖 감수성이 살아나고 사랑이 넘쳐나 돈이 기준이 된 사회에서 뒤틀려버린 것들을 씻어내고 인간 본성을 되찾는 시간이 될것 같다! +상글의 덧붙이기 :) 지리산에 내려오기 전에 호미도 한번 손에 잡아본 적 없던 내가 벌써 학교에서 4년차 ’텃밭이끔이‘ 라니. ‘선생님’보다는 ’상글!‘하고 불러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어린이 도슨트들은 일찍와서 전시된 씨앗들의 이름을 능숙하게 알아보고(감동), 이름표 붙이기를 도와준 덕분에 금방 준비도 마쳤다! 한 날은 배추잎을 갉아먹던 달팽이를 이사시켜준다고 가장 먼 곳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엄청 바빴다. 그 날 활동일지에는 ’달팽이에게 배추는 나무 숲이에요‘라고 적혀있었다.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는 따뜻한 아이들의 시선이 지리산 골프장, 양수댐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모두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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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다녀온 꼬리의 방구일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은 이 날을 기념해 생일잔치를 하러 형제봉에 오르자고 했다. 지난 번 구상나무 모니터링을 하러 산에 올랐다가 엉덩이로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당분간 산은 오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나지만 무려 지리산님의 생일파티라는데 도무지 빠질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아름다우시라고 한 마디 올려야했다. 요즘 온갖 난개발로 지리산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도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이 한꺼번에 들어올 뻔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결국엔 막아냈던 곳이다.설레는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전날 밤, 구례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동네에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동네가 그 예정지였다. 그곳엔 계족산과 중산천이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긴꼬리딱새, 하늘다람쥐, 담비와 수달이 사는 곳이었다. 비록 사람들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지도위에 반듯이 잘라놓았지만 야생동식물들에게는 모두 연결된 하나의 집이다. 온 생명들은 그 모든 경계와 위계를 쉴새 없이 넘나들어야만 자연을 이룰 수 있다.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지키기로 약속했다면 그 테두리의 숲과 강도 지켜야 했다. 이것 말고도 계족산이 양수댐으로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 수십 개를, 참 많은 곳을 다니며 말하고 또 말했었다. 그런데 지리산국립공원의 생일 전날 이런 발표가 나니 순간 허무했다. 구례군청 앞에서 매일같이 ‘양수발전소 유치 반대’ 피켓을 들었던 이웃들은 지금 다들 어떤 심정일까 걱정도 되었다. ‘어쩌면 생일잔치 전날 이 소식을 듣게 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하며 잠에 들었다.산 아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 몰라서 사람들과 간격을 두고 조용히 걸었다.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분위기는 꽤나 엄숙했다. 너른 바위에 차를 따라놓고, 주옥쌤(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이 전날 써온 고유문을 낭독했다. 지리산을 오래오래 지켜드리겠다는 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던 주옥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절을 올리고, 나눠 마실 차를 건네는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를 마신 후 하산했다.어느새 나는 사람들과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바위를 짚고 오르는 재미를 느껴가며 가파른 산을 엉덩이로 내려왔던 악몽은 극복한 듯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씩씩했다. 여전히 나무와 풀의 이름을 궁금해하며, 물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싸온 도시락을 소소히 나누어 먹으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걸었다. 이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절망하기보다 뚜벅뚜벅 다음 걸음을, 또박또박 다음 말을 이어가는 지리산의 사람들.공기와 바다와 숲이 본래의 맑음을 잃어가는 모습을 힘없이 목격하지만 아직 전부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 지키고 싶은 것들이 이곳에 살아있다. 사진. 정환 @potodoto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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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원정집회여행 1박2일 다녀온 채연의 방구일기
이번에 방랑단을 따라서 양수댐 반대 원정 집회여행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방랑단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방랑단이 하는 활동을 옆에서 체험(?)해 보고 있는 중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구례 주민이면서도 양수댐 반대 시위에 처음 참여해 보았다. 3시간 정도를 달려서 세종시 산자부 앞에 도착했다. 다른 분들은 익숙한 듯 산자부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구례양수댐 중단'이 적힌 피켓을 하나씩 들었다. 마이크를 들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시위를 옆에서 구경만 해보았지 전면에 나서서 참여해 본 것은 처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구호를 외칠수록 가슴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지리산의 소중한 생명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꿋꿋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던 모든 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세종시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하기로 했지만 양수발전소 사업자 심사장소가 서울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아침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한번 투쟁하기로 했다. 심사장소가 있는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 있던 친구들도 참여해서 힘을 보탰다. 대치동 한복판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 번씩 우리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이 양수댐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의 장소는 건물 5층이었는데 우리는 5층 복도까지 올라가서 입장을 전달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입장을 별로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고 경찰도 왔지만 그래도 확실히 느꼈던 것은 그분들이 우리 같이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어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배운 하루였다. 결국 구례는 양수댐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실제로 무엇이 파괴되고 죽어가는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구례에 사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낭비되는 예산을 사람들의 기본생활을 위해 나눠준다면 세상 살기가 조금 덜 팍팍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됐든 저항이 가져온 변화와 의미는 충분히 있었고,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개인적 편안함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환경과 생명보다는 소비하고 이기심을 채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고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나에게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2023년이 끝나기 전 방랑단과 지리산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사진. 수달아빠(@otterpa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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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시작한 꼬리의 방구일기
- ‘함께 살아간다’이 말의 첫 느낌은 여전히 참 다정하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의지할 구석이 생긴 것 같고, 더는 외로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끝까지 불러본 적도 없는 ‘손에 손잡고~’로 시작되는 노랫말이 떠오르기도 한다.그러나 곱씹다 보면 전혀 상반된 기억들이 밀려온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에게 도저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래서 내가 새롭게 찾아낸 공동체에서 지긋지긋하게 싸우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마는 무례한 사람들 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말은 무섭게 돌변한다. 그러면 상처입을까 두려워 크게 분노하거나 떠나버리곤 했다.방랑단 친구들은 한 지붕 아래 살았던 식구였다가 지붕없이 한 길을 걸었던 동료였다가 지금은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이웃이다. 그리고 방랑단 각자 저마다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며 더 많은 친구들과 연결되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우린 ‘함께 사는’ 쪽을 자꾸 선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싸우거나 피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 필요해졌다.평생을 일궈온 습관을 단숨에 고치는 건 불가능해도 잠시 멈춰서 내 말 속에 담긴 감정과 욕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용기있게 마주하는 시간만이라도 꾸준히 가져가고 싶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형편은 못 되어서, 다만 배웠던 걸 조금 공유하는 수준이지만 고맙게도 글쓰기 모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마음을 내주어 연습모임을 시작했다. 서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관계 안에서 조금 더 내공이 쌓이면 더 많은 이웃들과 열린 모임으로 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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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방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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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을 시작한 꼬리의 방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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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 여성환경연대 부설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에서 방랑단에게 연락이 오셨어요. 지리산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싶어 구례에 놀러오신다고요. 지리산의 많은 얼굴들이 떠오르며 만남이 얼마나 기대됐는지 몰라요. 꽃철에 겹쳐 못오실까봐 부랴부랴 숙소부터 추천드렸답니다. 방랑단도 귀촌하기 전 여성환경연대에서 펴낸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책에 큰 영감과 용기를 얻었는데요. 이번엔 따끈따끈한 신간 <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의 공동저자 중 네분(김혜련, 유서연,이현재, 황선애 작가님)을 모셔서 책담도 나눠주실 수 있다니! 이리 좋은 기회를 함께 준비하게 되어 영광이었어요! “지구가 불탄다고 화성으로 떠날 건 아니잖아요? 이 땅에 발붙이고 살고 싶은 여성들이 기후위기시대에 지구를 돌보는 법” 여성주의x환경에 관심있는 지리산의 에코페미니스트들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눠요! - 24년 3월 30일 (토) 15-16시반 캄다운파티 - 신청: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신청 (google.com) <신청하러가기! - 참가비: 1만원 (대관료입니다. 음료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음료를 원하시는 분은 영업마감 3시 이전에 오셔서 주문하시면 됩니다) - 참가비 입금 계좌번호 - 카카오뱅크 3333131937387 ㅂ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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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오-붓한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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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나무가 있어야지 골프장이 있냐) 음악회♬
- 작년에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뒷산에서 21만㎡ 너비의 면적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부터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인근까지 최소 2만 5천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습니다. 구례군과 시행사는 이 자리에 1000억원을 들여 45만 평 너비의 대형 골프장을 지을 거라고 합니다.골프장 사업을 막아내고 무단 벌목지에 봄을 돌려주기 위해 음악회를 엽니다. 음악회에 앞서 지리산골프장 개발 예정인 벌목지 답사도 준비했습니다.다시 숲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 음악과 이야기와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2024년 4월 6일(토)▶ 오후 1시, 벌목지 답사 사포마을회관 (구례군 산동면 사포길 72)에서 시작- 지리산 난개발에 대한 소책자를 읽고나서, 주민분의 안내로 벌목지를 함께 걷습니다.▶ 오후 4시, 숲 음악회사포저수지 옆 공터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401)♬ 공연자- 오프닝 : 캄캄밴드- 살래 재즈 트리오와 옥수수- 김목인☞ 참가비 20,000 원 이상 (카카오뱅크 3333-11-3005007 이신지원)☞ 주최 :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지리산방랑단, 동아시아에코토피아포스터배경 사진: @phoma_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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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 나무가 있어야지 골프장이 있냐)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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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집에 나눔해주세요!
- 층층집에 모실 입주자를 선정했어요. 구례에 오고 싶은 이유도, 각자의 관심사도 다양한 분들이 신청해주셨어요. 층층집을 온기로 채워주실 분들이 참 반갑고 기대되어요.층층집 프로젝트는 정부나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아요. 지리산사람들 시민단체에서 입주자분들의 월세를 일부 지원할 뿐입니다. 보증금 2천만원도 개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층층집엔 아직 필요한 물품이 남아있어요. 자세한 품목은 웹자보에 기재해두었습니다. 지리산 곁으로 온 새 이웃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물품을 나눔해주시길 요청드려요.기재해둔 물품목은 총총이가 생각한 최소필요물품이에요.(감사하게도 여기저기 나눔해주셔서 현재난로와 식탁 의자만 구하면 됩니다!) 이외에 물품도(예: 에어프라이어, 전기포트, 집안을 꾸밀 장식 등) 얼마든지 선물해주실 수 있어요. 다만 불필요한 물건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품후원 시 연락망: 칩코 010-2구5육-팔115(카톡이나 디엠 선호해요:)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길거예요!!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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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집에 나눔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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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 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흙과 바람과 별과 농부_서와콩> # 기획자, 상글로부터의 편지 달콤한 매화 향기에 마냥 설레다가도 매년 빨라지는 봄꽃의 개화 소식과 이상한 흐름이 마냥 반가울 수는 없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호미를 들고 밭에 앉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와요. 서와콩은 합천에서 농사지으며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움을 시와 노래로 짓는 남매(서와&수연) 듀오예요. 서와가 쓴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같이 낭송하고 노래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흙을 만질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서와콩의 노랫말이 아직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를 바래요. - 일시 : 3월 17일 일요일 오후 4시 - 장소: 캄다운파티(구례읍 중앙로 25, 2층) - 신청: 인원수와 함께 문자(010-2075-140공) 혹은 DM(@cdp.gurye) 주세요. - 참가비: 어른/ 1만 5천원, 어린이/ 5천원 (음료 포함) ——————————————————————————— *서와콩* 서와콩은 서와&수연 남매듀오로 합천 황매산 기슭에 서식하며 퍼머컬처 방식으로 숲밭을 꾸리고 있는 농부이자 음악가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래를 부른다. 서와는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를 썼다. ——————————————————————————— # 서와의 시들 “수수밭은 내 마음 같아 키우고 싶은 것만 키울 수 없는 마음 같아” - 「수수밭」 중에서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오늘 본 밤하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 「오늘부터」 중에서 “그래도 괜찮아 사실 고래는 내 안에 살고 있거든 바다로 이 고래를 풀어 줄 수 있는 바다로 가기만 하면 돼” - 「바다 고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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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다운파티의 두 번째 작은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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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 #단식 1일차몸이 퉁퉁 부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퉁퉁, 스마트폰은 어찌나 봤는지 눈도 시렵고, 종아리도 아팠다.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올라오는 듯 했다. 이사에, 축제에, 텃밭수업에, 공유회 준비로 하반기에는 쉼없이 달려왔던 까닭이다. 꼬리, 아림, 아라, 주옥쌤, 차라, 칩코 편안한 동지들과 함께 도림사에서의 5일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우리가 온다고 청소부터 보일러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방이 지글지글 따뜻해서 들어가자마자 꿀잠을 잤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으니 몇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수행을 삶으로 사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이런 호강을 누린다. 덕분에 나를 지극히 살피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단식 2일차시계가 없으니 눈을 뜨면 지금이 몇시일까 생각하다 잠을 뒤척였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이다 옆에서 울리는 첫 알람 소리를 들었다. 4시였다.아침에는 속이 메스꺼렸다.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요가와 명상 일정을 해냈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아림, 주옥샘, 아라와 도림사 뒤에 있는 동악산에 올랐다. 동근, 봄이랑 종종 올랐던 길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 단식 중인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주는 동료들 덕분에 산행이 편안했다.마지막 2km는 매우 가파랐다. 배고픔이 많이 느껴졌지만 쉬엄쉬엄 함께 숨을 고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동악산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우리들의 지리산도 보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로 점심을 대신했다.산에 다녀와서는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내리 잠을 잤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다. 고요한 밤이 참 길었다.#단식 3일차4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공양간으로 오면 주옥쌤이 책을 읽고 계신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 따뜻한 눈인사로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명상을 하고 한 숨 자고나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다.여여의 ‘0원으로 사는 삶’을 읽고 있는데 글에서 그녀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깨지고 부딪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다보면 여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이 살아있다.아림이와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참회문 한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절을 올렸다. 문득 이 순간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종종 비구니스님인 친구를 찾아가 절에서 쉬었다가셨다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잠시 멈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글자를 엉터리로 읽는 바람에 잠깐 웃음이 났다. 108배를 마치고 아림이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림과 진하게 함께 맞춰보는 첫 호흡이었다.사람들이 저녁예불을 드리는 동안 공양간 설거지를 했다. 몸을 비워내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잘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단식에 활기가 넘치니 감사할 일이다.#단식 4일차입이 바짝타고 메슥거림이 심해 힘겹게 요가를 마쳤다. 잠깐 잠든 사이 온갖 꿈을 꾸었다.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이 전부 찾아오는 느낌이다.빨래를 했더니 개운했다. 독소가 나오는 것인지 몸에서 쾌쾌한 냄새가 자꾸 신경쓰였다. 단식할때는 세제가 손에 안닿게하라하여 손빨래는 적게했다.도림사에 있는 동안 내게 가장 많이 찾아 온 메세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였다. 살집이 붙은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동물의 살덩이를 먹고 싶은 내 욕구가 불편해서, 몸이 정화되었으면 해서, 나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단식의 동기가 컸다.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만큼 건강할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한 상태로 바라봄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멋있어져야할, 더 깨끗해져야할 ‘나’가 아닌, 이로써 충분한 ‘나’라는 거. #보식 1일차집에 돌아왔다. 벌써 절에서 지낸 시간이 꿈같다. 배농장에서 동근이와 반가움 입맞춤을 나누고 봄이와 실컷 뛰어노니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집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_()_어느새 처리해야할 것, 당장 해야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는다. 너그러운 마음상태로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몸을 연인처럼 애정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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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실시간 지리산 방랑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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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대문집 마고할미를 아시나요?
- 초록대문집에 산다는 마고할미를 아시나요?! 방랑단은 자주 마고할미타령을 하는데.. 뭔지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어서 궁금하셨죠? 실은 저도 올해 처음 공부를 해보았습니다.올해 지리산사람들 활동가 깊은강, 윤주옥, 칩코가 마고할미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책자로 펴냈어요. 마고할미설화 유래부터 변천사, 현재 마고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지리산권 단체들, 마고할미설화를 담아 재창작한 그림책까지! 마고할미에 대한 정보가 알차게 들어있답니다.책자를 읽어보고 싶으시면 자율보시 후 지리산사람들 사무실(봉서산정길 61-3)에서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늘 열린 공간이 아니니 오시기 전 연락주세요.) 보시금은 전액 지리산을 지키는 활동에 사용합니다. 후원계좌는 농협301-0214-8860-11(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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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대문집 마고할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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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성다양성축제 후원해주신 감사한분들
- 구례성다양성축제 아직 끝이 아니에요! 무지개코딱지들은 해마다 축제의 장터수익금 일부와 남은 후원금을 지리산권 개발반대 활동에 기부했는데요! 올해도 축제를 물심양면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기부금을 잘 전달했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후원금 보내주신 분들 장소영/ 정이어린/ 똥폼/ 우물/ 강혜인/ 조아라/ 국승일/ 느림보/ 새봄여름/ 강효선/ 진명일_백지/ 탱자씨 (이외 칩코차라의 유부어묵탕을 구매해주신 분들????) > 공간과 물품 대여해주신 분들 비온뒤무지개재단/ 서울퀴어문화축제/ 동아시아에코토피아/ 지리산사람들/ 느긋한쌀빵/ 두루다살림장/ 행행행 올해 축제 기부금(총400,000원)은 아래 단체들에 나누어서 전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 지리산사람들 - 새벽이생추어리 사진. 나무(@fishbowl_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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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성다양성축제 후원해주신 감사한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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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성다양성축제 칩코의 후기 하편
- -이전 게시글에 이어서 축제 공간을 어디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우리 축제는 퍼레이드도 인가 없는 논둑길을 걸어왔다. 우리끼리 안전하게 놀기 위함이었다. 무지개코딱지들이 평소 자주 다니는 두루다살림장은 이미 산정마을에서 정기적으로 장터를 해왔고, 장터 기획쌤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우리 축제를 환영해주신 분들이셨다. 두루다살림장의 명성에 묻혀서 장터인 척 축제를 해버리자는 게 우리의 얄팍한 꾀였는데, 장터 기획쌤들은 아무래도 이장님께 허락을 받아야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주셨다. 우린 또 어물쩡 다양성 축제라고 주절댈 심산이기도 했고, 속으론 성다양성축제라고 해도 못 알아들으실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장님은 찰떡같이 ‘티비에서 보던 헐벗은 축제’를 알아채셨고, 허락은 하겠지만 마을에서 시끄러운 말이 나오는 게 염려되니 떡이라도 돌리면 어떠냐고 해주셨다. 축제날 마을회관에 무지개떡을 돌린 이유였다. 물론 이장님의 허락도 두루다살림장 쌤들이 아니었다면 떡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을 테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확실히 세상 물정을 안 기분이다. 나쁘게 보면 쫄은 거고, 좋게 보면 신중해진 거다. 근데 또 나만 이렇게 조심스러운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 축제 참여자들은 모르는 얼굴이 부쩍 늘어났다. 그들도 우리 축제에는 처음 오셔서 그랬는지 조금은 수줍고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산내 축제에선 공연을 볼 때 무조건 강제 스탠딩석이었다. 퍼레이드가 끝나서도 람천교가 부서져라 흔들어대는 친구들을 진정시켜 집에 보내는 게 매번 일이었다(실로 퍼레이드 마지막곡은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였다.) 구례 축제는 산내의 활기와는 또 다른 설렘이 있었다. 올해 피날레는 퍼레이드가 아닌 강강술래로 했는데, 그게 올해 참여자들 텐션에 딱 맞아 기쁘기도 했다. 강강술래 가락에 맞춰 손잡고 돌다 보면 고요하고 부드럽게 모두 하나가 되었고, 우리만큼 둥글게 차오른 달님을 다들 한동안 바라보았다. 세상 물정을 알고 나니 더 깊이 감사하게 된다. 산내라는 유일무이한 동네도 기적이었음을 새삼 느끼고, 올해 구례 축제를 도와주던 새로운 이웃들의 다정함도 기적이고, 벽장에서 나와 축제에 놀러와 준 참여자들도 기적이고, 아무 혐오세력 없이 안전하게 축제를 마친 것도 기적이고, 축제날 달이 밝은 것마저 기적이었다. 글이 길었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이다. 일일이 헤아리지 못하는 친애하는 존재들이여, 내내 사랑스럽고 퀴어하소서. 나무마고할미불. 사진. 정환쌤(@potodoto93 ), 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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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성다양성축제 칩코의 후기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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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성다양성축제 칩코의 후기 상편
- “축제갈 때 마스크 써야 하나 싶었어요.” 이번 축제 참여자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구례에서 처음 여는 성다양성축제는 확실히 산내와 달랐다. 애초에 산내 성다양성축제는 우리 놀자고 만든 거였다. 더 많은 퀴어를 만나고 싶다거나, 퀴어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거나 하는 대단한 포부도 없었다. 산내 축제에선 다 이미 건너건너 얼굴을 아는 친구들이 놀러 왔다. 또 산내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마을이라서 그런지, 성다양성 축제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퀴어’란 단어를 모르실까봐 ‘성다양성’이라는 단어로 바꿔 부른 것이었는데, 산내는 대체로 퀴어라고 하면 다 아셨던 것도 같다. 오히려 ‘성다양성축제’라는 이름이 더 낯설어서, 본의 아니게 위장용 이름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구례로 축제 장소를 옮긴 것이 대단한 포부가 생겨서는 아니다. 구례에서 놀거리를 또 찾아야 했을 뿐이다. 다만 어떤 퀴어한 수다를 지껄여도 척하면 척 알아듣던 산내 친구들이 없으니, 더 많은 퀴어 친구를 만나고 싶기는 했다. 지역살이 햇수가 쌓이면서 퀴어가 더 살기 좋은 마을이면 좋겠다는 소망도 스멀스멀 생겼다. 뭣도 모르던 귀촌 1년 차에는 아예 상상력이 없어서 겁대가리가 없었다. 시골에선 한 명이 어떤 사실을 알면 곧 마을 전체가 다 알게 된다는 것과, 퀴어라고 하면 집주인이 쫓아낼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학습한 후, 나랑 애인은 마을 길을 걸을 땐 손을 잡지 않는다. 한 마디로 구례 성다양성축제는 조심성이 많아졌다. 산내라는 다 된 밥상에서 축제를 차리다 보니, 지역 퀴어축제 기획을 너무 물로 본 듯싶다. 나의 집주인은 매우 다정하고 사교적인 기독교인이시다. 환경보호에도 퍽 관심이 있어, 우리가 하는 행사를 요리조리 물으시다 지난 골프장 반대 문화제 땐 놀러 오시기도 했다. 우리가 축제 준비로 정신이 쏙 빠져있자 집주인댁은 무슨 축제냐고 물으셨고, 우린 “다양성 축제요”라고 중요한 단어를 빼먹고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가셔서 한숨 돌렸는데 다음날 또 오시더니 “근데 뭐가 다양해요?”하고 또 물으셨다. “성...별, 나이, 인종, 뭐든 다양한...”하고 얼버무리니 무릎을 탁 치시며 “아하! 풍습이나 종교도 다양하고요?”라며 해맑게 덧붙이셨다. 나는 급하게 프라이빗 파티인 척 선을 그었고, 그날 우린 집 마당에서 ‘성다양성축제’라고 적힌 대문짝만한 피켓을 칠할 때 집주인이 지나가실까 망을 봐야했다. 또 나는 젊은이들을 너무 납작하게 봐왔다. 내 얕은 경험상, 서울이나 산내나 또래들은 대부분 퀴어거나 앨라이였어서 내 머릿 속엔 ‘젊은이=퀴어축제 짱좋아함’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피어싱을 한 젊은 빡빡이 여성 분과 알게 됐는데 그분은 캐나다에서 오래 거주하셨다고 했다. 나는 또 그분을 납작하게 보고 “담주에 퀴어 축제 놀러오세요!”하며 방방 뛰었는데, 그분은 “퀴어...가 뭐에요?”라고 물으셨다. 내 발음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퀴얼... 퀴이얼ㄹ...”하고 몇 차례 다시 발음해주다가 결국 그가 퀴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번 축제 땐 무지개공간을 섭외했는데, 이때도 퀴어를 전혀 모르거나 알지만 정중히 거절했던 몇몇의 젊은 분들에 여러 차례 내심 놀랐다. (물론 내 머릿속 공식을 강화시킨 젊은 퀴어나 앨라이들이 정말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다음 게시글에 이어서 사진. 정환쌤(@potodoto93 ), 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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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성다양성축제 칩코의 후기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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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으로부터] 서론부터 좔좔 오열한 칩코의 독후감
- 오삼이는 익히 들었다. 그는 지리산에서 태어났으나 거의 한반도 중부이남의 모든 숲을 쏘다닌 전설적인 모험가였다. 오삼이만큼 인가와 도로도 서슴지 않고 넓은 영역을 여행하는 반달가슴곰은 전무후무하다고 했다.주옥쌤과 오삼이의 인연이 끈끈해진 것도 오삼이가 인간이 정해놓은 선 밖을 수시로 넘나든 까닭이었다. 오삼이에겐 어디까지가 당신에게 허락된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인지 보일리 없었고, 지리산은 섬이 아니라 덕유산을 거쳐 설악산과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줄기였다. 오삼이가 상상도 못한 곳에서 발견될 때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야생동물 정책을 관리하는 행정가들은 탁상에 모였다. 주옥쌤을 비롯한 활동가들은 ‘오삼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라’는 피켓을 들고 설 수밖에 없었다.올해 <오삼으로부터>책이 나왔다. 책작업이 한창일 때 허무하고도 공교롭게도 오삼이의 죽음이 보도되었다고 했다. 오삼이를 추적하는 발신기 배터리를 교체하려 마취총을 쏘았는데, 오삼이가 몸을 못가누며 이동하다 계곡물에 익사한 채 발견됐다는 전말이었다. 오삼이의 죽음 이후 또 행정가들과 주옥쌤은 비참한 마음으로 탁상에 모여야만 했다.주옥쌤은 수도산에서 잡혀와 지리산 자연적응훈련장에 갇힌 오삼이의 눈빛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누누이 외쳐온 말을 책에서도 말했다. ”2015년 1월 지리산에서 태어나 2023년 6월 경북 상주에서 삶을 마무리한 오삼이는 이 산줄기를 오가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습니다. 사람들에게 잊힌 야생동물의 길, 끊어진 생명의 길을 연결하라고 말입니다. 반달가슴곰을 인간이 관리하는 동물이 아니라 자연에 사는 야생동물로 여겨달라고 말입니다.“이 책은 앞장부터도 읽을 수 있고 뒷장부터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있다. 앞에서는 주옥쌤이 오삼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리고 뒤에서는 결님이 그린 오삼이의 그림책이 실려서, 가운데서 주옥쌤과 오삼이가 만난다! 현경쌤의 반짝이는 편집실력이 유난히 돋보이는 책이다. 주옥쌤과 결님의 아름다운 글과 그림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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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으로부터] 서론부터 좔좔 오열한 칩코의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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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여신과의 비대면 회의
- 이 글은 [생명 다양성 재단]의 뉴스레터 [하늘다람쥐]에 실린 글입니다. <마고여신과의 비대면회의> 칩코(지리산방랑단) 지리산 주민 채용 면접 칩코는 긴장한 얼굴로 면접장에 들어섰다. ‘지리산 주민 채용 면접’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칩코는 절복의 매무새를 다시 살피곤 차렷자세로 섰다. “안녕하십니까! 지리산 주민 지원자 칩코입니다!” 칩코의 우렁찬 인사에 멧비둘기가 화들짝 놀라 날개를 푸드덕 댔다. 의자에 걸터앉은 수달은 눈이 퀭한 채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운데 자리를 꿰찬 개망초만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세 명의 면접관은 모두 검은 양복을 차려입었으나 수달은 흰 리본을 달았다. “자기소개 하세요. 지리산 방랑단이라고요?” 개망초가 서류를 뒤적거리며 물었다. “예! 지리산방랑단은!” 칩코의 목소리에 또 놀란 멧비둘기가 깃털을 날리자 개망초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후 “작게 말해도 다 들립니다.”라고 엄숙하게 지적했다. 칩코는 입이 바짝 말라 침을 꿀꺽 삼켰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지리산에서 쫓겨날 것이었다. “예. 지리산방랑단은 네 명의 인간으로 구성된 환경운동 단체입니다. 지리산방랑단은 이 년 전, 지리산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 선배 야생동물님들을 본받아 사개월의 무전방랑을 하며 시작됐습니다.” “무전방랑이 뭐야?” 수달이 책상에 뺨을 기댄 채 별로 안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선배님들처럼 돈 없이, 차 없이 지리산을 떠돌았다는 뜻입니다. 지리산 5개 시군구를 매일 걸으며 숲과 마을에서 얻어 먹고 얻어 자면서 지냈습니다.” 대답을 들은 수달은 더욱 미궁에 빠졌다. 도대체 그게 뭐가 특별한 건지 이해를 못한 듯했다. 개망초는 한숨을 쉬며 수달에게 귓속말로 덧붙였다. “인간들은 보통 안 그래. 인간들은 돈 없으면 밥도 못 먹고 집도 못 구하거든.” 개망초는 칩코에게 마저 말하라고 눈짓했다. “예, 예. 지리산을 방랑하며 개발사업으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를 채집해서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이후 지리산에 정착하여 생태적인 삶을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생태적인 삶은 또 뭐야?” 수달이 반대쪽 뺨을 책상에 납작 붙인 채 물었다. 칩코는 구변 좋은 방랑단원을 데리고 올 걸 후회 중이었다. “예! 선배님들처럼 돈 없이 지내는 삶입니다! 텃밭농사를 짓거나 산나물을 캐서 식량을 자급하고, 산에서 장작을 구해 난방하고 매일 불을 피워 밥을 짓습니다! 빨래나 설거지한 물은 모아서 텃밭에 돌려주며 물을 아끼고요! 사실 전기는 조금… 쓰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생태적으로…” 멧비둘기가 고개를 앞뒤로 두번 까딱했다. 진땀을 빼던 칩코는 그의 반응에 안도했다. 하지만 수달은 한층 복잡해진 표정으로 개망초를 바라봤다. 개망초는 “인간들은 보통 안 그래. 전기랑 돈 없이는 하루도 못 살아.”라고 귓속말로 알려주었다. 개망초는 책상에 턱을 괸 채 물었다. “그래서… 올봄에 구례 산동면 ‘지리산 골프장 예정지’에서 벌어진 대참사를 알고 계시겠죠? 그때 지리산방랑단은 어떤 활동을 하셨습니까?” 칩코는 잠깐 오줌을 싸고 와도 되느냐고 묻고 싶은 걸 참았다. 이 면접이 생긴 이유가 바로 그놈의 지리산 골프장 때문이었다. 골프장 예정지에서 생긴 일 올봄, 구례 전역에 현수막이 나부꼈다. ‘(축)지리산 골프장 업무협약체결 축하합니다(축)’라고 적힌 현수막 400여개가 온 구례에 동시다발적으로 걸린 것이다. 알고보니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겨울부터 이미 21헥타르 규모에 달하는 벌목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삶을 잃은 나무가 몇이며, 집을 잃은 멧돼지가 몇이던가! 땅 속 박힌 나무뿌리와 바위까지 다 파헤치자, 흐르던 계곡물도 자취를 감추고 비탈은 운동장처럼 평평해졌다. 칩코는 깎아지른 벌목지에 처음 방문했을 때 나무 시체 더미를 보고 눈 앞이 아득해졌었다. 골프장 예정지 아래 사포마을 인간들도 날벼락을 맞긴 마찬가지였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그 독한 농약이 다랭이논으로 고스란히 흘러갈 게 뻔했다. 사포마을은 옛사람들이 손으로 만들어 아름다운 곡선이 그대로 남아있는 다랭이논이 유명했다. 누구 맘대로 골프장을 뒷산에 들인다고 했단 말인가! 인간들은 군청에 달려가 호소했으나 군수는 골프장을 추진하겠다는 기자회견만 성대하게 치르고 주민 면담을 거부했다. 척박한 곳 어디든 먼저 달려가는 선구식물 개망초가 벌목지에 온 것도 올봄이었다. 개망초는 이보다 좋은 번식지가 없다며 신났지만, 숲을 잠식한 음울한 기운이 찝찝했다. 그러다 집을 잃고 또 다른 둥지를 찾아 헤매는 소쩍새 가족에게 숲의 사정을 들었다. 물론 소쩍새 가족도 영문을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였지만, 깨진 시멘트 틈마다 끼어 인간들 하는 짓을 가까이 지켜보던 개망초만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수달도 그곳에 살고 있었다. 수달의 고향은 사포저수지였다. 한때는 매일 넘쳐나는 은어에 다망하고도 풍족했으나 다 옛말이 됐다. 인간들이 정겨운 옛저수지의 모습은 사라지고, 높은 홍수방어벽이 솟아났다. 수달은 어린 젖먹이를 바위틈에 숨겨두고 길렀다. 공사차량 소리가 시끄럽던 어느 날, 먹을 게 없어 먼 곳까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바위틈은 젖먹이들과 함께 시멘트로 메워져버렸다. 그렇게 홍수방어벽에는 덜 마른 시멘트에 찍힌 수달의 애처로운 다섯 발가락이 남게 되었다. 수달이 흰 리본을 매단 이유였다. 난리통은 끝이 아니었다. 매일 밤낮 그 우람하던 나무들의 비명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벌목지에 영역을 빼앗긴 동물들은 서로 영역다툼을 하느라 소란이었다. 수달이 이용하던 계곡길도 간데 없이 사라졌다. 더이상 맛있는 것도 없고 귀여운 자식도 없었다. 살고 싶지 않아진 수달이 벌목지를 보며 자빠져있던 곳이 마침 개망초의 옆자리였던 건 우연이었다. 개망초는 안쓰러운 수달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다 지리산에 아무나 들인 탓이다! 이웃 간의 상도라곤 없는 인간 녀석들이 문제다!’ 주민 채용 면접을 해서 지리산과 어울리는 인간을 가려낼 필요가 있었다. 개망초는 지리산 마고여신의 결재를 받아 면접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우울한 수달을 달래 일단 면접관으로 앉혔다. 종다양성을 고려해 조류 면접관도 한 명 두려던 차에, 개망초의 연설 때마다 고개를 앞뒤로 까딱이던 기특한 멧비둘기가 발탁됐다. 지리산에서 쫓겨난 생물 “그게… 저는 ‘지리산사람들’ 시민단체와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벌목지 답사 프로그램을 열어 사람들에게 참사소식을 알렸습니다. 향과 쌀을 바치며 애도하는 시간을 갖고요. 지리산방랑단은 방구룸 뉴스를 기획하여 희생된 나무님들과 수달님 등을 인터뷰하였습니다!” 수달이 살짝 고개를 들어 칩코의 얼굴을 봤다. 그제야 자신을 인터뷰하러 왔던 방구룸 뉴스팀이 떠올랐다. “아 그게 지리산방랑단이었군. 지난해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선 강원도 화천군에서 수달이 수은중독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왔지.” 면접장은 다시 침울해졌다. “흠, 질문은 이쯤하자. 칩코는 그럼 계속 지리산에 살 것을 허락할까?” 개망초가 조심스럽게 침묵을 깼다. 수달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책상에 퍼졌고, 멧비둘기는 고개를 앞뒤로 까딱였다. 칩코는 연신 감사인사를 드리며 허리를 90도로 접었다 폈다. 면접장을 나서려던 칩코는 다음 대기자에 구례군수가 앉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칩코는 홱 뒤돌아 면접관을 향해 물었다. “저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인간들은 당연히 주민권이 박탈되겠지요?” “엥?” 개망초는 멈칫했다. 마고여신께서 누굴 쫓아낸 적이 있던가? 면접을 해도 된다고만 하셨지, 그 면접을 통해 누굴 쫓아내라고는 하지 않으셨다. 개망초는 목을 가다듬고 답했다. “주민권을 박탈하지는 않습니다. 지리산에서 계속 살 수는 있습니다.” 칩코는 방금 들은 게 말인지 방귀인지 헷갈렸다. “네? 그게 무슨… 그럼 애초에 이 면접을 왜 하는 거죠?” 개망초는 눈을 피하며 “그게… 마고여신님은 한번도 누굴 내치신 적이 없습니다. 그저 모든 생명을 품으셨죠. 그…이만 나가주세요.”라고 말했다. 칩코는 입이 떡 벌어지다 못해 길길이 날뛸 기세였다. “무슨 소리냐고요! 생명을 품는 것도 정도가 있지!” 멧비둘기가 고개를 앞뒤로 까딱했다. “저봐요. 멧비둘기님 말씀해보셔요!” 멧비둘기는 한번 더 고개를 앞뒤로 까딱하더니 갸우뚱 기울였다. 칩코는 비둘기가 동의의 표현으로 까딱거리는 건지 점차 혼란스러워졌다. 수달은 책상에 뺨이 인절미처럼 늘어진 채 “왜 저렇게 화난거야?”라고 개망초에게 물었다. 개망초는 여전히 칩코 눈을 피하며 “인간은 보통 저래. 자기랑 생각이 다르면 없애고 싶어해.”라고 중얼거렸다. 칩코는 개망초의 멱살을 잡고 싶었으나 어디가 목인지 알 수 없어 두 주먹만 불끈 쥐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골프장 따위를 짓겠다는 놈들을 가만두겠다고요? 이런 놈들을 가만두다간 숲이 절멸할 거에요! 무려 기후위기 시대라고요! 또, 또 수달님 태평하게 기후위기가 뭐냐고 물어볼 거죠? 지구가 마구 뜨거워져서 생물체가 도저히 살 수 없게 되는 거라고요!” 그때 면접관들 끝에 빈 줄 알았던 의자가 빙그르 돌았다. 알고보니 면접관은 셋이 아니라 넷이었다. 의자엔 바퀴벌레가 여상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개망초는 종다양성을 위해 곤충 면접관을 한 명 모셨고 유구한 지구의 역사를 살아온 바퀴벌레가 안성맞춤이었다. 바퀴벌레는 제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것을 알고는 칩코에게 손짓했다. 칩코는 씩씩거리며 바퀴벌레에게 다가가 귀를 댔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내가 살아봤는데 지구가 뜨거워져도 모조리 죽진 않는다네. 껄껄껄.”하는 소리가 모기 날갯짓만한 소리로 들려왔다. 칩코의 이성의 끈이 드디어 똑 끊어졌다. 마고여신과의 비대면회의 “당장 책임자를 모셔오세요! 아무도 탈락하지 않는 괴상한 면접을 열어 시간만 낭비하게 하다니! 마고여신님께 제가 직접 물어야겠습니다! 그런 나쁜 놈들마저 품는 게 위대한 마고여신님의 할 일인 건지!” 개망초는 난감했다. 개망초는 그런 인간을 가려낼 생각은 있었지만 쫓아낸다는 건 상상해보지 못했다. ‘하여간 인간들은 늘 끝장을 보려하지’라는 말만은 저 폭주기관차에게 닿지 않게 속으로 뱉었다. 그때 바퀴벌레가 마고여신님에게 비대면 회의 링크를 전송했다. “모시도록 하죠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껄껄껄.”하고 말했으나 누구도 듣지 못했다. 면접장 뒤 흰 벽에 커다란 얼굴이 번쩍 떴다. 멧비둘기가 요란하게 날개를 푸드덕 댔다. 바퀴벌레를 제외한 모두가 놀라 영상화면을 바라봤다. 마고여신인 반달가슴곰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곰은 한창 도토리를 씹느라 뭉개진 발음으로 “왜 불렀지?”하고 물었다. “제게 생명을 주시는 마고여신님! 늘 맑은 물과 달콤한 산딸기를 주심에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그런데 이런 감사함을 모르고 숲을 해치는 자가 있다면 응징이 인지상정이지 않습니까? 명재경각의 벌목지를 굽어살피시어 나쁜 놈들을 모두 물리치옵소서!” 칩코는 스스로 어디서 이런 말투를 배운건지 알 수 없었으나 되는 대로 나불댔다. 모두가 고요히 마고여신의 말을 기다렸다. 마고여신은 도토리를 다 삼키고는 조금 분명해진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아. 둘은 뭐랄까… 딸기케이크와 초코케이크 같은 거지. 뭐가 옳고 그른 건 없어.” 곰의 말이 끝나고도 면접장은 여전히 침묵에 싸였다. “케이크보단 꿀이 더 맛있지만.”라고 덧붙인 후엔 다시금 곰의 ‘찹찹찹’ 씹는 소리만 가득했다. 갑자기 엉엉 우는 소리가 고요를 갈랐다. “알아요. 삶과 죽음이 케이크라는 거 다 안다고요. 그래도 너무 슬픈 걸 어떡해요” 수달이었다. 곰은 화면에 한 발짝 다가와서 다정하게 말했다. “수달아 속상하지? 벌써 가을이야. 가을 열매엔 달콤함과 시간이 들어있어. 둘다 슬픔을 잊는 데 도움이 되지.” 숲에 옳고 그름은 없어도 기쁨과 슬픔은 있다. 숲의 모든 달콤함은 슬픔을 위로하는 마고여신의 선물이었다. 수달은 눈물을 글썽이며 마고여신을 바라봤다. 시간은 늘 우리를 열매처럼 말랑하게 만들어준다. 수달은 ‘저는 열매를 안 먹는데요’라는 말은 삼키고 마고여신님께 경배했다. 기운을 차린 수달이 씩씩하게 면접장을 달려나갔고, 밝아진 수달을 보고 개망초도 뿌듯함에 뒤따라 달려갔다. 마고여신의 먹방도 막을 올리고 바퀴벌레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두가 해피엔딩인 양 가버렸지만 정작 칩코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면접장에 칩코는 홀로 남았다. 마고여신은 법이요 진리. 초코니 딸기니 이해가 잘 되진 않았지만 그분 말씀에 삶과 죽음이 케이크라면 케이크인거였다. 못된 놈들도 처벌 따위 받지 않고 달콤한 가을열매를 나눠먹을 수 있는 거였다. 다만 칩코는 허탈했다. 그렇다면 칩코가 사명감을 가져온 환경운동은 뭘까? 정의란 건 없는 걸까? 처참한 벌목지고 기후위기고 모든 게 그냥 케이크라면… 칩코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칩코는 수달처럼 턱을 괸 채 자빠지고 싶은 슬픔에 빠졌다. 그때 처음 듣는 목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왔다. “네가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걸 하고 살아. 누굴 탓할 건 없어. 희망은 가을열매처럼 착한 놈 못된 놈 가리지않고 찾아오거든.” 멧비둘기가 칩코의 머리통에 잘 익은 정금열매 한 알을 떨어뜨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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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성다양성축제 : 구례에도 무지개가 뜰까요?
- 안녕하세요. 벌써 4회를 맞이한 성다양성축제가 올해는 ‘남원시 산내면’이 아닌 ‘구례읍’에서 활짝 열립니다! 3년을 함께 해온 산내의 든든한 이웃들을 떠나 구례에서 첫 출발을 한다는 게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데요. 이 곳에도 정말 많은 친구들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오고 있어 구례에도 무사히 무지개가 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오셔서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재미난 기획들을 아주 많이 준비했어요(분명히 소소하게 하자고 했는데..) <차린건 개뿔도 없지만 무지개주간 행사> - 일시: 10/22(일)~28(토) - 장소: 워크숍마다 달라요. 구례 일대 - 신청폼: https://forms.gle/hCUazF61duaJYGfA8 축제 참가자들이 손수 준비한 다양한 워크숍들이 일주일 동안 구례 이곳 저곳에서 열립니다. 퀴어풋살, 양수댐반대 출정기자회견, 강강술래 워크숍, 양반새 탐조모임, 탈정상연애 수다회, 영화상영회 GQFF, 즉흥실험영화제작 워크숍에서 더 깊이 서로를 만나보아요! 자세한 내용과 장소, 시간은 위 신청폼과 인스타그램 @rainbow_mago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션, 숨은 무지개를 찾아라!> - 일시: 10/22(일)~10/28(토) - 장소: 구례의 퀴어프렌들리 가게와 공간(추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간 공개)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구례의 퀴어프렌들리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각 공간에 어울리는 소소한 전시와 미션에 참여해보세요. 사장님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무지개가 뜬 구례가 더 좋아질 거에요. 미션을 완료한 참가자들에겐 상품도 있어요.(28일 장터 인포 데스크에서 수령) <구례성다양성축제 장터&퍼레이드> - 일시: 10/28(토) 15시~17시 - 장소: ‘느긋한 쌀빵’ 앞 공터 (구례읍 봉서산정길 61-8) 구례의 로컬 직거래장터 두루다살림장과 함께 장을 엽니다. 음식, 물건, 판매, 나눔 뭐든 좋아요. 성다양성축제에 함께하고 싶은 누구나 장꾼이 되어 돗자리를 깔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신청폼만 작성해 주세요. https://docs.google.com/document/d/18fTaVX-blGtSOlSdxYYE-kWghbEr57R2Cyd2tfsMVzw/edit?usp=sharing > 춤과 드랙 공연, 퍼레이드까지 마치면 피날레로 모두가 모두의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할 거에요.(너무 재밌겠당!) 많은 분들이 와서 즐겨주시고, 서로의 다름과 다양함을 응원하는 자리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퀴어를 그대로! 지리산을 그대로! 디자인. 칩코 글.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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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성다양성축제 : 구례에도 무지개가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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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에코토피아 캠프 ‘지리산 좀 냅둬’에 다녀온 꼬리의 방구일기
- 서울에서부터 구례까지 자전거를 타고 에코토피아 팀이 찾아왔다. 하루도 아닌 며칠을 자전거로 이동하고, 밤엔 야영을 하며 지리산의 난개발 현장(골프장, 산악열차, 양수댐 많다많어)을 보러오겠다는 이 사람들이 놀랍고, 멋져서 나도 오래 묵혀있던 텐트를 꺼냈다. 지리산골프장 반대투쟁 중인 사포마을의 저수지가 2박3일의 베이스 캠프였다. 하지제 때는 초록빛이 펼쳐졌던 다랭이논이 이제는 황금빛이 되어 가을을 보여줬다. 긴 자전거여행으로 지치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산뜻하고, 편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약 2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골프장 무단 벌목지를 걸었다. 흙먼지 부는 운동장같은 땅이 불과 몇 달 전만해도 50-80년 수령의 소나무로 빽빽한 산등성이이었음을 여전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연을 개발할 때는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거나 생태적 가치가 있는 곳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못하도록 ‘환경영향평가 단계’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산주인은 나무를 팔아 돈을 벌겠다면서 어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만 쏙쏙 골라 산을 깎아버렸다. 나무도 야생동물도 맑은 물과 비옥한 토양도 모두 떠나 버린 산에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라니 수상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에코토피아 팀이 지리산 난개발 이슈를 기깔나게 정리한 자료집을 만들어왔는데, 거기서 2023년 1월 기준, 전국 골프장 수가 514개에 달한다는 내용이 무척 충격이었다. 야생동물들은 계속 서식지를 잃어 멸종하고, 환경파괴로 위기를 맞이한 이 시국에 27홀이라는 대규모 골프장이 또 들어서는 건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그냥 인간의 욕심같다. 벌목지를 다 보고 내려오는 숲길에 밤송이들이 많이 떨어져있었다. 둥그런 밤이 알알이 예뻐서 마을주민과 캠프참가자 모두 신나게 밤을 주웠다. 사람들이 아이들처럼 웃고, 즐거워했다. 나에게 숲은 그런 곳이다. 그냥 냅두면 돈을 내지 않아도 모두가 누리고, 머물 수 있는 곳. 400여개 <골프장 찬성> 현수막이 걸렸던 구례 곳곳은 이제 똑같은 디자인의 <양수댐 찬성>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현수막엔 언제나 ‘친환경’이 빠지지 않는다. 친환경 골프장, 친환경 산악열차, 그리고 친환경 양수댐. 이러다 ‘친환경 지리산’이 되어 버릴것 같다. 양수댐은 전기로 아래에 있는 물을 끌어올려 낙차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데 끌어올릴 때 100이 쓰이면 낙차로는 최대 80밖에 생산을 못한다고 한다. 이 밑 빠진 독같은 양수댐은 그래서 핵발전소와 함께 움직인다. 원전은 한번 가동되면 전기발전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어딘가로 쓰이지 못하고 남는 전기를 양수댐이 가져다 써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양수댐을 더 짓겠다는 에너지 산업계획은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계획과 맞물려 돌아간다. 후쿠시마 원전폭발과 오염수 방류를 겪으면서, ‘그래도 나는 한국에 사니까, 나는 산에 사니까 조금은 낫지 않을까?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계곡이 강이 되고, 강이 바다가 되고, 바다가 수증기가 되고, 비가 되어 하늘에서 떨어지듯. 사람이 하는 일도 똑같이 그러할텐데, 내 생각이 짧았다. 그래서 이 먼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온 에코토피아 친구들이 꼭 맑고, 귀한 물방울 같았다. 우리도 물길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10/23 세종시 산업자원부 앞에서 양수댐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는 큰 집회가 필요하다고 해요. 이곳저곳의 물방울들이 이 날은 강도 바다도 되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포마을, 정령치, 중산리 계족산 좀 냅둬! 제발~~~~~ 사진. 정정환,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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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에코토피아 캠프 ‘지리산 좀 냅둬’에 다녀온 꼬리의 방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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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코의 추석맞이 방구일기
- 방랑단 회의는 이상하다. 우린 행사를 하나 기획해도, 그 행사명이 귀엽지 않으면 한 시간을 고민한다. 회의 내용은 주로 “흐음… 안귀여워.” 혹은 “와 귀엽다 그걸로 해.”의 반복이다. 오디오만 들으면 텔레토비들 대화같다. ‘재밌거나 귀여운 거 최고’가 어째 우리 신조가 됐다. 사실 환경운동이란 늘 재밌거나 귀여울 수가 없다. 작년엔 구례의 활동가들끼리 다달이 모임을 했다. 그 모임은 어떤 주제로 시작하든 결국 정치판 욕으로 끝나곤 했다. 구례살이 첫해라 뭣도 모르던 나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어리둥절했는데, 올해까지 겪어보니 구례 정치판이 네이버 댓글창만큼이나 꼴보기 싫어졌다. 특히 정치인 만나는 자리가 싫다. 나 말고 주옥쌤이나 신강쌤 같은 똑쟁이들만 만나러 가셨음 좋겠다. 난 군의원이나 시의원을 만날 때도, 얼결에 국회토론회에 갔을 때도, ‘나무도 꽃도 주민이에요. 인간만 주민이 아니라고요 엉어어엉엉’하고 나온 기억밖에 없다. 아무래도 방랑단에서 하도 귀여운 거 타령을 해서, 안 귀여운 자리에 대한 면역력을 상실한 것 같다. 근래 양수발전소 군민설명회는 진짜 별로였다. 한국중부발전과 구례군이 군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연 자리였다. 제일 기피하는 유의 자리였는데 반대 피켓을 들 사람이 너무 적을 것 같아 고민 끝에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적은 사람이 반대 피켓을 들었고, 설명회 참석하는 주민들은 적당히 하라거나 살살하라며 능글대며 지나갔다. 발표를 마치고 질의 시간에 양수발전소의 문제를 지적하자 회장 여기저기서 ‘그만 합시다!’하는 야유를 해대었다. 찬성 군민설명회나 다름없었다. 거기 앉은 군민들이 족히 150명이 된다는 말을 듣고는 기함했다. ‘구례에서 개발에 반대한다는 사람들 150명을 모아본 적이 있던가?’하고 생각하니 기가 죽었다. 양수발전소 예정지인 중산리에서 반대 활동에 참여하는 가구는 정환쌤 댁 뿐이었다. 골프장 투쟁은 적어도 마을 주민 다수가 반대하시는데, 양수발전소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군민설명회를 마치고 기운이 쪽 빠졌다. 다른 일이 손에 안잡혀 훌쩍훌쩍 울었다.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을 하다 결국 터널이 뚫리고 그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던 주옥쌤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같이 살던 이웃들이 모조리 양수댐을 환영하는 와중에 홀로 반대를 외치는 게 얼마나 지난한 일일지 새삼 피부에 와닿았다. 회장에서 말허리를 끊으며 야유를 퍼붓던 어른들이 미웠다. 나라면 그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주옥쌤은 뚫린 북한산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차마 눈을 둘 수도 없었다고 하셨다. 정환쌤댁이라도 반대하고 계신 게 기적이었다. 만약 마을 전체가 양수댐을 반겼다면, 환경단체에선 무슨 말이나 할 수 있었을까? ‘다 찬성하니 유치합시다 탕탕탕’, 하고 속전속결로 양수댐이 들어설 터였다. 나로서는 개발에 반대하는 한 줌의 주민들은 동앗줄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골프장 벌목지가 꼭 원시림 같이 신비로웠다고 회고하시던 홍진쌤을 통해서, 계족산의 아름다움을 봤기에 그냥 지켜볼 수 없다던 정환쌤을 통해서, 난 만난 적 없던 숲을 사랑하게 된다. ‘지리산님과 계족산님은 어떤 말씀을 전하려고 내게 이런 분들을 보내오셨을까?’하고 요리조리 고민해보게 된다. 양수댐 예정지를 무척 보고싶었다. 계족산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찍힌 오소리와 고라니 영상을 몇번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섬진강시민산책단으로 이번달엔 하부댐 예정지인 중산천을 걸었다. 비 오는 날 걷는 걸 질색하는데도 이날은 어찌나 시원하게 퍼붓던지 우산 없이도 걸을 것 같았다. 상부댐 예정지인 계족산도 어제 다녀왔다. 목빠지게 기다리던 계족산 답사날에, 하필 도지사 만나는 일정이 겹쳐 크게 낙담할 뻔했으나…(도지사가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계족산보다 귀여울 리는 만무했다) 다행히 일부라도 다녀올 수 있었다. 곧 추석이라 본가가고 10월이면 보름 간 명상센터에 가는데… 마음이 온통 구례를 떠나질 않아서 미리 글을 적었다. 이 글을 봐주실 분들께는 늘 응원을 듬뿍 받아서 감사함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더! 많은 분들이 골프장과 양수댐 반대운동에 목소리를 보태주시길 바라며! 먼 곳에 계신 분들은 후원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농협 301-0335-2382-71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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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코의 추석맞이 방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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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기후정의행진 in 지리산] 상글의 참여후기
- 서울에서 거대한 행진이 시작되는 아침, 우리는 지리산에서 만나 923기후정의행진을 시작했어요. 아침 일찍 성삼재에서 커다란 현수막 퍼포먼스로 시작하여 노고단으로 발걸음을 향했답니다! 지리산에 깃들어 사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전주,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걸으러 와주셨어요.지리산에 내려와 삶터를 꾸리기 시작한 이래로 끝도 없는 개발사업들이 밀려와요. 지리산 산악열차, 골프장, 양수댐 그리고 케이블카까지..이런 위기 속에서도 어김없이 가을을 찾아온 고마운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요. 용담, 투구꽃, 쑥부쟁이, 구절초, 향유, 물봉선 등 반가운 가을 꽃들이 가는 길목마다 인사를 건네고,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어요!용방초등학교에서 온 학생분들은 지리산 골프장과 구례양수댐에 관한 자보를 산행하시는 분들께 열심히 나눠드리며 지금 지리산에 처한 위기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동에 힘써주셨어요. 3학년인 규현은 점심도시락은 ‘일부러’ 고기없는 채식으로만 싸왔다고 하더라구요. 감동...!노고단에서 내려오는 길엔 노래도 배우고 율동도 만들고 물봉선 씨앗주머니도 터뜨려보면서 즐겁게 행진을 마무리했답니다. 함께 불렀던 노래가사를 여러분과도 공유해요.지금의 지리산이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서 오래도록 함께하길 바라며-숲을 지켜줘요 강을 지켜줘요골프장안돼요 양수댐싫어요수달 반달곰 담비 팔색조긴꼬리딱새 수리부엉이오래보고싶어요[노래. 조개껍질묶어, 개사.칩코] 사진. 정환샘, 윤숙샘, 유진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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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기후정의행진 in 지리산] 상글의 참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