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21(화)
 

                                

 우리가 원하는 도서관


                                                   박 애 숙(좋은도서관모임 대표)

 

지난 6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구례 콩장이 열리는 서시천변 잔디밭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콩장과 함께 좋은도서관모임에서 주관한 1회 좋은 도서관 문화제 광장으로 나온 00도서관’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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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행사로 책 나눔이 있었고본 행사는 토크쇼오픈마이크꽁트와 노래공연 그리고 우리의 요구 제창으로 이루어졌다잔디밭에 길게 진열된 책을 앉아서 혹은 서서 읽는 사람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엎드려서 혹은 누워서 책 읽는 어린이들만화책을 주제로 가족부스를 만들어 야외의자에 앉아 책보다가 낮잠 자는 아저씨하늘에 울려 퍼지는 어린 아이들 웃음소리이른 새벽부터 서둘러서 감자를 쪄오고시원한 생수를 배달해 오고도시락을 가져와 나누어 먹고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고광장으로 나온 ㅇㅇ도서관은 자유롭고 편안하고 평화로왔다그것은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구례군의 도서관 행정을 경험하면서 조금은 지쳐버린 사람들이그렇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도서관의 지향점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려는 즐겁고도 새로운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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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는 두 개의 도서관이 있다교육청에서 지은 공공도서관과 군립인 매천도서관이 그것이다둘 다 지은 지 오래되어 노후하고장서와 서비스도 취약하다급변하는 사회변화와는 동떨어진 도서관의 모습에 많은 문화적 갈증을 느끼던 중작년 12월에 두 개의 도서관이 동시에 신축이전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런데 조금도 반갑지 않은 신축 이전이었다왜냐면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주하고 옆으로는 서시천이 흐르는시설은 낡아도 입지는 대한민국 최고인 매천도서관이 읍내의 좁은 부지에 공공 도서관과 함께 동시에 신축 이전되기 때문이었다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미흡했고최근의 복합문화공간이자 경계가 없는 도서관을 강조하는 흐름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이전이었다우리라도 무언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좋은도서관모임이 만들어졌다좋은도서관모임을 중심으로 한 구례의 주민들은 한 부지에 두 도서관이 들어가는 것이 온당한지를 알아보고 의견을 모아나갔다반 년이 넘도록 주민토론회공청회주민서명 등을 통해 도서관 신축에 주민들의 참여와 의견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지만결과는... 부지변경도 불가한 부지 두 도서관의 통합설계도 불가 입장을 밝힌 구례군의 완강한 불통 행정에 부딪히고 말았다.


 지금 도서관은 끊임없이 진화해가고 있다지식정보사회,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얻고 새롭게 창조하는 곳이 되었다또한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각종 공연전시강연평생교육 등이 이루어지며각종 편의 시설로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한다최근에는 메이커스페이스 등 창작공간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인의 가능성을 실현해가는 곳이 되고 있다무엇보다 제3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은 지역사회에서 참여와 소통의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활동이 이루어지는 삶의 활력이 넘치는 심장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소외되고 어려운 이들도 평등하고 안락하게 정보를 이용하고 쉴 수 있는 관용과 민주주의의 정신이 실현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도서관이 농촌지역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예산도 부족하고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신축을 한다 해도 대부분 이용자인 주민의 참여 없이 짓다 보니 주민의 요구는 뒷전인 채지역적 특색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도서관이 되기 마련이다가뜩이나 정보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도시와 농촌 간의 정보 불평등과 격차정보 소외는 더욱 심화되고문화적 환경의 격차도 심해지며이러한 격차는 자녀교육과 문화생활 갈증으로 인한 인구 유출을 낳고인구는 더욱 감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농촌지역에서도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좋은 도서관으로 인해 인구가 늘어나고마을이 다시 살아나며 활기를 되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전북 완주군은 지자체장의 적극적인 도서관정책으로 인해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지역에 활력이 넘치게 된 대표적 사례이다완주군수는 사람이 스스로 성숙해지고이웃들과 소통하며행복지수가 오르는 공간이 도서관이라고 말한다영월 월담도서관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축의지에 따라 국민은행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이다작지만 장서 큐레이션이 잘 되고알차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주민들의 이용과 참여가 늘어나고 힐링 명소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도 늘어났다도서관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살아나고 활기를 찾게 된 것이다이 도서관 앞에는 빌게이츠의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가까운 순천 역시 기적의 도서관이 만들어진 이래 적극적인 도서관정책으로 살기좋은 도시품격있는 도시로 변모하였다크고 작은 특색있는 도서관들은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 지역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경구에서 보듯개인의 행복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좋은 도서관의 존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정말 구례군민의 행복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구례군은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열기를 구례발전의 긍정적 신호로 생각하고 도서관신축 및 운영에 주민들의 요구와 아이디어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삶의 질의 완성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진다좋은 도서관은 소멸해가는 농촌에 생명을 불어넣고문화적 소외지역인 농촌을 살맛나는 곳으로 변모시킬 것이다인구 27,000선도 무너졌다는 구례군이 정작 주의깊게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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