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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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달궁 계곡 용소 폭포 (사진 류요선, 1997.5.14)

  

지리산 달궁 계곡의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내렸다. 풍족한 봄비로 부풀어 오른 용소(龍沼)의 흐름이 시원스럽다. 이곳 언저리에서 숙영(宿營)하려 했으나 빗방울이 계속 떨어져 심원마을로 내려갔다. 1998년 여름 폭우로 이 계곡 바위 옆에 자리 잡은 철쭉꽃은 대부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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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낙조의 억새 (사진 류요선)

 

억새꽃의 쓸쓸한 정서는 인생을 달관한 지혜가 엿보여 담담하고 평온하다. 황혼과 잘 어울린다. 해 질 무렵 억새꽃의 자태는 찰나가 영원처럼 멈추어진 풍경을 이룬다. 낙조의 붉은 빛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억새는 늦가을의 서정을 간직하며 어둠 속으로 잠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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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달궁 계곡 늦가을 풍경 (사진 류요선, 2001.10.29.)

 

 

지리산 달궁 계곡의 단풍 숲을 보고 와서 이레 만에 단풍 색깔에 마음이 끌려 다시 찾아갔다. 단풍잎은 많이 떨어졌고 겨울나기 준비로 숲이 물기를 내보내고 있는지 계곡물의 흐름이 조금 불어났다.

 

그늘은 굳이 빛이 있어야 하지 않다. 숲에서는 계곡의 물소리가 맑으면 그늘은 어둠처럼 짙어도 차분하고 평온하다. 이렇게 그늘이 짙은 계곡의 깨끗한 바위는 마음을 내려놓거나 숨겨두기 좋은 곳이다. 지리산은 예나 지금이나 그 본질은 변함이 없으며 단지 사람들의 바람에 맞추어 깊은 마음을 풍경으로 조금씩 내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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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달궁 계곡 짙은 그늘 (사진 류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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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이야기가 흐르는 지리산 풍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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