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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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청 앞 시위 100일 맞이 칩코 방구일기
    운동을 안하다가 하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마음도 운동을 안하면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 매일 새벽마다 요가를 한다. 낑낑대던 동작이 어느날 마법처럼 된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명상을 한다. 물렁하던 마음은 어느날 심지가 생기고, 좀체 놓아지지 않던 마음은 훌훌 날아가곤 한다. 꼭 마법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약속 같은 거다. 매일 몸과 마음에 새기는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군청 앞에서 1인 시위 릴레이를 한지 100일이 됐다. 처음 1인 시위 릴레이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땐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미 콩 털 시간도 없이 바빴다. 약 열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매일 한 명씩만 나와서 피켓을 들자고 시작했으니, 한 사람으로 치자면 한 달에 두 번만 나와도 충분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피켓을 든다는 건 상당히 갸륵해 보이는 투지인데, 의외로 한 달에 두 번 참석만으로 가능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가성비가 퍽 괜찮았다. 막상 시작한 1인 시위 릴레이에서 가성비를 따진 건 나뿐인 듯 했다. 열다섯 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하루에 한 명이 이미 섰는데도 대여섯 명까지도 더 붙어서 했으며, 심지어 매일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1인 시위하는 동안 고요히 명상이나 할까 작정했던 내 계획은 보기 좋게 무산됐다. 함께 피켓을 든 사람이나, 오가며 응원해주는 사람이나, 종종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사람들로 인해 고요는 깨지곤 했다. 침묵보다 제법 즐거운 소란이었다. 1인 시위 릴레이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여전히 골프장과 양수댐을 찬성하는 군민과 수로 겨루자면 이길 자신은 없다. 군청이나 관변단체는 한번 대회를 열었다하면 100여명은 거뜬히 동원한다. 우리가 반대 현수막 하나를 걸면, 찬성 현수막은 스무개를 걸고, 반대 기자회견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찬성 기자회견을 한다. 그런데 바로 이 1인 시위 릴레이만큼은 도무지 따라하질 않는 거다. 매번 동원하던 그 100여명의 사람들이 릴레이를 하면 한번씩만 나와도 100일은 거뜬할 텐데 말이다. 명상할 때 중요한 건 매일 하는 거라고 했다. 마음이 힘들 때만 마음을 들여다보면, 마음은 관심을 얻기 위해 더 자주 힘들 거라고 했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반복의 깊어짐’이 있다. 아주 가벼운 눈송이가 쌓이고 쌓여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바위를 뚫는 것과 같다. 마음이 어떤 상태이건 언제나 마음을 보는 건, 명료하고 깨어있는 마음을 만든다. 어느 붓다도 석가탄신일에만 깨어있으라고 하지 않는다. ‘매일’ 하는 건 그래서 특별하고 강하다. 군청 앞 시위 릴레이가 100일이 넘어도 계속 되고있다. 마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심지가 굳어지듯이, 군청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마음이 매일 쌓일까? 개발사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한 사람이어도 되는 걸 굳이 두 사람이 나오고, 하루만 나와도 되는 걸 굳이 매일 나오는 마음. 가늘고 길게 이을 수도 있는 걸, 굳이 매일 굵은 밧줄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이 있다. 매일 몸과 마음에 새기는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사진. 김인호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15
  • 지리산숲을 불법적으로 벌목한 산림훼손범들을 엄벌해주십시오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에서 불법 벌목한 업체(산림훼손범)를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탄원서(지리산숲을 불법 벌목한 산림훼손범들을 엄벌해 주십시오)에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서명부는 최재홍 변호사(법무법인 자연, 지리산골프장 중단 자문변호사)가 취합하여 이 사건 담당 검사에게 제출할 예정입니다. ‘탄원서 연명부’(양식)를 지리산사람들 사무실에 놔둘테니 되도록 많은 분들에게 받아주세요. 서명 받은 연명부는 19일(화) 낮1시까지 지리산사람들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구례군민이 아니어도 됩니다. 되도록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 <지리산숲 불법벌목 산림훼손범 엄벌 탄원서 양식> 은 맨 아래 '자료첨부'에 올려놓겠습니다. 지리산숲을 불법적으로 벌목한 산림훼손범들을 엄벌해주십시오. 대규모 벌목으로 사라진 지리산숲 고사리, 두릅, 취나물, 얼레지, 단풍취, 비비추.. 봄이 오면 지리산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섭니다. 작년에 봤던 산나물이 잘 올라오는지 확인하는 걸음입니다. 지난 3월 중순 구례 산동 사포마을 어머님들도 해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산나물 위치 확인을 위해 사포마을 뒷산에 올랐습니다. 사포마을 뒷산은 지리산 서쪽 끝자락입니다.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차일봉(종석대), 시암재를 지나 간미봉, 할미성을 따라가다 서시천으로 스며드는 간미봉 능선의 서북쪽에 사포마을 뒷산이 위치합니다. 산에 오르던 어머님들은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기계톱으로 베어지는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현장 작업자에게 물어보니 소나무재선충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구례 산동 좌사리, 관산리 일대는 2009년부터 재선충 방재작업이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였습니다. 공교롭게 벌목은 재선충이 아니라 골프장 때문이라 말한 것은 구례군이었습니다. 3월 23일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 등과 ‘구례온천 CC(지리산골프장) 조성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구례 전역에 OO이장단, OO협회 구례지회 등의 이름으로 업무협약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400여 개나 걸렸습니다. 생경한 장면을 연출한 현수막은 ‘골프장을 어디에 한다는 거야’,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붙은 거지’ 등의 궁금증과 함께, 골프장은 이미 확정된 일이니 다른 말은 하지 말라는 묵언의 압박으로 느껴졌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추진되었던 지리산골프장 2000년대 중반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의 산주인 김종엽, 김병철, 김병석은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추진하였습니다. 지리산자락 1,474,770㎡를 훼손하여 회원제 27홀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2006년 2월 3일 전라남도 고시 제2006-10호로 결정된 지리산골프장은 2006년 11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승인하고, 2011년 8월 김병철, 김병석이 사포마을회(26568㎡)와 정산마을회(7,723㎡) 소유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 현실이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김병철, 김병석은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지리산 훼손, 지역공동체 파괴, 주민 삶 피폐화 등의 여론에 밀려, 2012년 2월 구례군에 ‘개발사업 공사중지 통보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싸움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싸움을 끝낸 주민들은 일상으로 들어갔고, 지리산골프장은 모두에게 잊혔습니다. 2020년 3월 지리산온천랜드가 운영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다시 지리산골프장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로서의 골프장이 아니라 사양산업이 된 온천, 세금 먹는 하마 지리산 정원, 집라인과 모노레일 등 한물간 사업에만 손을 대는 구례군, 산동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외지인 등에 대한 복잡미묘한, 원망 섞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시 시작된 지리산골프장 논란 지난 1월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사내이사이자 산주인 김병철, 김병석 등이 제출한 벌목허가신청서를 허가했습니다. 2월 8일부터 4월 30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 16필지 518,227㎡에서 벌목하라고, 211,783㎡(21ha)에서는 단 1그루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베라고 했습니다. 산주는 수확벌채가 목적이라 하였으나 재선충으로 인해 통나무 자체로는 반출이 안 되고 파쇄한 후에나 밖으로 빼낼 수 있으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구례군 산림과는 산주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곳이 ‘구례군관리계획(체육시설) 지역’임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올해 6월부터는 20ha 이상의 대규모 벌채는 민관합동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구례군은 벌목을 허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이자 산주는 골프장 예정지에서 나무만 벤 게 아니라 땅을 돋아 운동장을 만들고, 산을 절개하여 길을 내고, 배수로도 없이 계곡을 메우는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산지 개발로 『산림자원법』 위반이었습니다. 구례군에 민원을 냈고, 구례군은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했습니다. 구례군이 벌목을 허가한 곳은 급경사지역입니다. 골프장 시행사는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며 경사도 20° 이상인 곳은 ‘원형보전’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대규모 벌목과 함께 토지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중점 평가항목으로 고시하였는데, 벌목허가지 중 생태․자연도1등급지역은 215,172㎡나 되었습니다. 결국 산주의 벌목 신청과 구례군의 벌목 허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산지전용허가 통과를 유리하게 할 것입니다. 20년 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추진되었던 지리산골프장 올해와 똑같은 일이 2003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불법 벌채에 대한 진정인’(지리산골프장 건설 반대 사포마을 대책위원회)은 불법 벌채가 ‘환경영향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구례군은 간벌은 숲가꾸기 사업으로 ‘사업자의 과대한 욕심 때문에 과벌이 발생된 사안’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2006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참여한 김용범 박사, 김창환 교수, 양효식 박사 등은 ‘임도,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간벌에 의한 벌목으로 군락식생이 크게 훼손되어‘, 해당 지역을 녹지자연도 8등급이 아니라 한 등급 낮춰 7등급으로 판단하였습니다. 2003년 간벌사업 신고 후 불법벌목을 통해 녹지자연도를 낮춰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유리한 상황을 만든 산주는 2023년에는 입목벌채허가를 받아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을 훼손하고 절․성토, 평탄화 작업 등을 통해 골프장 건설에 준하는 개발행위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벌목 허가 기간이 끝난 후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산주와 업자가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불법벌목을 하다가 적발된 것입니다. 구례군 산림과는 이 사실을 4월 28일 처음 알았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작업자들은 불법 벌목을 멈추라는 특별사법경찰의 명령에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엔진톱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74,991의 땅에 사는 나무들은 모두 베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다시 생각해도 소름 돋고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왜 공권력은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행해지는지, 법이란 게 있는 세상인지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리산자락에 골프장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구례사람들)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례사람들은 주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야생동식물을 서식지를 훼손하고, 행정과 자본이 유착하여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무너뜨린 골프장 추진에 항의하며 전남도청, 구례군청, 순천만국가습지센터,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또한 구례사람들은 벌목으로 죽어간 나무들에 미안함을 전하고, 살아있는 나무들을 지켜내기 위한 칩코운동과 생명평화기도회를 진행하였습니다. 구례사람들은 행정력을 동원하여 지리산골프장을 추진하는 구례군에 항의하며 9월 4일부터 매일 구례군청 앞에서 아침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2월 12일에는 ‘지리산골프장 중단 촉구 아침 시위 100일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기후재난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이 아니라 숲과 나무 폭우와 폭염,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이란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기후위기는 지리산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리산 깊은 곳에 만들어진 성삼재, 정령치도로 곳곳에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리산 꼭대기에 사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구상나무는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훼손된 땅을 다시 숲으로, 습지로 되돌리기 위한 ‘재자연화’를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여 실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리산자락에서 50~80년 된 나무 2만 4천여 그루를 베어내고, 앞으로 그 이상의 나무를 베어 골프장을 만든다는 게 제정신일까요? 대규모 벌목으로 인한 피해는 두 달 만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벌목과 지형 훼손으로 물길을 바뀌고, 흙과 벌목 부산물들이 이리저리 쏠리자 사포마을 계곡에는 핏빛 황토물이 내려왔습니다.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던 집집마다 수도를 틀면 뻘건 흙물이 나왔습니다. 사포마을 분들은 산사태가 날까봐 잠을 못 이루고, 마을상수도를 쓸 수 없으니 물을 사서 먹고, 빗물을 받아 허드렛물을 사용하였습니다. 마을 분들은 골프장이 건설되면 마을상수도에서 독성 농약과 비료를 포함한 물이 나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지리산자락 28ha 숲이 사라졌습니다. 숲은 사라졌으나 그곳에 살던 수달, 담비, 삵 등은 여전히 왔다 갔다 합니다. 숲은 사라졌으나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큰소쩍새, 두견이 등은 여전히 그 하늘을 날아가고 있습니다. 사라진 숲을 당장 복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벌목이 계기가 되어 국립공원을 포함한 지리산숲이 잘 보전되고 회복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지리산숲을 불법 벌목한 산림훼손범들을 엄벌해 주십시오. 지리산을 사랑하고, 지리산자락에 골프장이 건설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소중한 지리산숲 74,991㎡를 불법으로 베어낸 산림훼손범들을 엄히 처벌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산림훼손범들은 불법 벌목을 멈추라는 특별사법경찰의 명령에도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엔진톱을 멈추지 않은 자들입니다. 실수로 나무를 벤 게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불법 벌목을 하였고, 불법행위를 제지하는 특별사법경찰의 계도를 눈 하나 깜짝 않고 무시한 자들입니다. 산림훼손범들이 불법 벌목한 74,991㎡에는 보전 필요성이 높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무려 33,858㎡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림훼손범들에 의한 불법 산림훼손 면적 74,991㎡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요건인 5,000㎡를 명백히 초과하는 면적입니다. 그러니 산림훼손범들의 죄를 제대로 물어 소중한 지리산숲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기후위기시대 유일한 탄소저장소인 나무와 숲이 돈만을 목적으로 한 산림훼손범들에 의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엄히 처벌해 주십시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3-12-13
  • 제발 자연으로 가자! 지리산골프장, 섬진강 구례양수댐 중단하라!!
    023년 12월 12일 (화) 10시 30분 ~ 11시 30분 구례군청 앞에서는 <지리산골프장, 섬진강 구례양수댐 중단 아침 시위 100일 맞이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은 섬진강 구례양수댐과 지리산골프장 중단을 요구하는 구례사람들,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등이 공동주최하였는데, 이들은 대형 피켓 퍼포먼스를 통해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 ‘생명의 살아 숨 쉬는 구례’와 정면 배치되는 지리산골프장, 섬진강구례양수댐 추진 정책을 비판하였습니다. 대형 피켓 시위 사진과 기자회견문을 올립니다. 기 자 회 견 문 지난 9월 4일, 구례군청 앞에 모인 사람들은 지리산골프장, 구례양수댐 중단을 외치며 매일 아침 시위를 선언하였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시작한 아침 시위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매일 진행된 아침 시위에는 적게는 2명, 많게는 25명이 참여하였고 연인원으로는 400여 명의 군민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늦은 여름에 시작하여 한겨울로 접어든 100일 동안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리산골프장, 구례양수댐 추진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하면서, 아침 시위 참석자들과는 단 한 차례도 대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 군수는 구례양수댐으로 인한 피해주민을 찾아와서 ‘필요하니 진행하겠다. 찬성해라’고 했습니다. 이건 대화가 아니라 통보입니다. 구례 행정을 총괄하는 군수가 피해당사자가 있고, 지역주민이 반대하고, 문제의식을 느끼는 군민들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밀어붙이면 너희들이 어쩌겠냐’는 것입니다. 군민을 대변하는 지자체장이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지자체는 누군가가 개발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면 군민 편에 서서, 군민에게 피해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구례군은 주민 피해를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감추고 축소하려 합니다. 군민이 피해를 우려하고 실제 피해 사항을 말해도 무시하고 부정합니다. 군민의 의견을 듣고 소통해야 할 지자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자신들을 지지하고 찬성하는 사람만 군민입니까? 구례군과 중부발전은 구례양수댐의 가장 큰 장점이 송전탑이라고 합니다. 현재 송전탑이 있으니, 추가건설이 필요하지 않아 민원이 없을 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전에서는 이 송전탑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계통 영향 검토’를 해보고 용량에 과부하가 있다면 새로운 송전탑이 건설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결국 구례군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중부발전소의 자료만 가지고 홍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자체가 언제부터 개발업자의 홍보실이 되었단 말입니까! 요즘 날씨가 무섭습니다. 이상 고온 현상과 계절에 맞지 않는 날씨, 갑작스런 맹추위,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위기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숲을 지키고 소비를 줄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윤석렬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파괴하는 댐을 건설하고,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윤석렬 정부는 핵발전소를 더 건설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였습니다. 결국 전력수급 방식을 핵발전, 화력발전으로 바꾸면서, 효율성이 떨어져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수십조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양수댐을 건설하여 에너지를 저장하겠다고 ‘그린워싱’하는 것입니다. 김순호 군수의 구례군도 윤석렬 정부와 똑같습니다. 구례군은 지난 2월 지리산숲에서 재선충 방제와 수확을 명분으로 한 벌목을 허가했습니다. 그러는 한편 그곳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사업자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합법을 가장한 탈법, 불법적 벌목으로 지리산의 생태자연도 1등급 숲이 훼손되었습니다. 골프장을 건설하려면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은 걸림돌이기에 먼저 제거한 것입니다. 탈법, 불법 벌목은 수많은 생명의 삶터를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벌목지 아래 사포마을 주민들은 비만 오면 산사태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군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참다못한 사포마을 주민들이 구례군청을 찾아가 대책을 요구했더니 돌아온 것은 무시와 협박이었습니다. 김 군수를 만나 마을 주민들이 사포마을 주민이라고 말하자 군수는 ‘사포마을이 어디냐’ 하였습니다. 이게 군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입니까? 지리산골프장 건설에는 앞장서면서, 그 골프장으로 피해받는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주민 피해를 무시하고 사업자편에 서겠다면 군수직을 내려놓고 사업자가 되십시오. 지자체장은 군민의 뜻을 대변하라고 있는 자리입니다. 구례군청 앞 아침 시위 100일째인 오늘까지 산업통상자원부는 양수댐 사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지리산골프장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김순호 구례군수가 무시, 불통, 모르쇠, 밀어붙이기 행정을 반성하고 피해주민, 군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아침 시위 100일째인 오늘까지, 어떤 것도 바뀐 게 없으니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의 집을 지키고,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지키기 위해, 이웃생명들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2023년 12월 12일, 구례군청 앞 아침 시위 100일째 날에 섬진강 구례양수댐과 지리산골프장 중단을 요구하는 구례사람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위기
    2023-12-12
  • 인간의 시간
    엊그제는 영화보고 울고 오늘은 책보며 운다. 여인숙 달방에 사는 사람도 불쌍하지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에게 마음 쓰는 작가 이강산 때문에 눈물난다. 이 사람은 아마도 천사의 변신 아니면 분신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명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인가. 모두가 한순간만이라도 평화로운 삶을 누리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이틀 내내 인간의 존재와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내게 던지면서 그 답변을 궁구하는데 몰입했다." p116 "마른 수세미처럼 생이 고갈된 자신을 살리는 이유는 죽이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p123 겨울 방에 물이 어는 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이사람에게 눈물이 난다. 그이 다큐 사진 여인숙 펀딩에 참여해 책을 받았지만 사실 보지 않았다. 보나마나 음울하고 우울한 인간의 삶이 흑백으로 찍혀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책을 읽다보니 그 사진책이 궁금해 펼쳐본다. " 행복, 희망, 자유, 평화, 인권.인간의 근원적 특성을 포괄하는 추상어들. 생명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치가 담긴 낱말이다. 이것을 달방 가족들이 여인숙에서 살아가는 동안 입에 담을 기회가 올까. 그것은 언제일까.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전 내내 이 화두에 집착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일이 좀더 명확해지는 듯해서 마음이 고무되었다.p102 "나는 휴먼다큐 기획 의도를 소리내어 읽었다. 사회적 소외와 외면의 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삶의 기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환기하고 공존과 상생, 인권과 평화를 도모함"p195 이런 사람의 마누라의 심정을 헤아려보고 또 자기 마누라의 심정을 헤아리는 그를 보며 그러기에 부부로 살아가 것이라 생각도 해본다. 한때 존경했던 분은 고 제정구씨였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나의 생활 터전을 버리고 그들의 열악한 환경 속으로 들어가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아닐까. 제정구가 그런 사람이었다. 역시 이강산이 그런 사람이다. "몇번을 생각해 보았으나 휴먼다큐 여인숙 촬영이 먼저가 아니었다. 나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사람을 우선 살리고, 그들이 단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일이 먼저였다. 그들은 내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나 아니라 내가 그들의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는게 옳다는 판단이었다."p159 내가 한때 같이 놀아줬던 소년원의 아이들과 공주치료감호소의 환자들과 카토릭워커하우스에 밥 먹으러 오던 미국인들 생각이 난다. 이들도 국가에서 주는 생활비를 받아 살아갔지만 와서 먹는 점심은 풍성했다. 또 저녁까지 가져 갈 수 있었다. 나라가 부자니 가난도 질이 다르다. 그곳이나 이곳이나 술과 담배가 문제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국 최악으로 치닫는다. "인철 아우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채 휘청거리며 역전 쪽으로 난 여인숙 골목을 빠져나갔다. 우두커니 지켜보는 인철 아우의 뒷모습에 언뜻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보았던 짐승이 오보랩되엇다. 푹설로 양식과 길을 잃은 숲속의 짐승. 가슴속 어딘가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이 겨울, 나는 지금 어는 숲에 서 있는지, 나는 짐승인지, 인간인지,"p155 "승기 형은 운동을 핑계 삼아 여인숙 골목을 걸을 때 외에는 종일 방에 누워 지낸다. 어쩌다 맥주를 마시는 일도 잇으나 대개는 매월 생계급여 받는 날, 하루뿐이다. 맥주를 두 번 마시는 순간, 그 금액만큼의 밥을 굶어야 한다. 형이 자신을 유폐시킨것처럼 방에 누워 지내는 까닭을 나는 여실히 안다. 허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형을 비롯해 많은 달방 가족들이 외출이나 실내 운동 따위의 움직임을 최소로 줄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p238 "형이 다리가 불편한 탓에 주차장 바닥에 앉혀두고 내가 바가지에 물을 떠서 흘려주는 식으로 한 시간 남짓 닦앗다. 발톱은 싯누런 무좀 기운이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손톱깍기로 해결이 되지 않아서 다음주에 철사를 자르는 니퍼를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발등부터 발바닥까지 덕지덕지 쌓인 때를 벗기는 일은 하루로 부족했다. 당장은 냄새를 지우는 정도로 끝냈으나 며칠 더 닦기로 약속했다. "p303 "진실한 인간관계는 시간과 정성을 먹고 자라는 나무다."p264 "진실이야말로 최고의 사진이며 최대의 프로파간다."p269 사람은 다 인간이라 불리지만 그 시간은 다 다르게 흘러간다. 인간다운 시간이란 어떤 시간인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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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12
  • 한 사람의 마을
    작가 류량청은 1962년 신장에서 태어나 농사일을 하며 자랐다. 십여 년간 농기계 관리인으로 일하며 시를 썼다. '시골 철학자' '이시대의 도연명' '20세기 중국의 마지막 수필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2013년 신장 텐산 비탈에 자리한 차이쯔거우 마을에 예술가 마을을 조성하고 무레이서원을 설립하여 버려진 마을을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잃어버린 고향 마을 대신 이곳에 정착해 10년째 농사를 짓고 글을 쓰며 살고 있다. 2023년 6월 차이쯔거우 예술가 마을에 류량청문학관이 설립되었다. 류량청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내 마음, 내가 살고 싶어하는 삶을 그가 대신 적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의 움직임이나 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하나도 놓치지 않은 것 같은 글이다. 나도 이곳 시골에 들어 올때 이렇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나는 어떤가? 그의 글은 처음 먹은 마음 그대로 변치 않고 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듯하다. 아무데나 펼쳐 읽다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대지가 온통 캄캄할 때, 한 사람의 마음속 하늘이 가만히 밝아온다. 그는 일어나서 농기구를 들고 사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울리는 마을을 가로질러 밭으로 간다. 그리고 남몰래 한가지 일을 시작한다. 유난히 밝은 그의 마음 덕에 햇빛도 달빛도 등불도 필요 없이 할 일이 앞에 또렷이 놓여 있다. 평생의 업을 똑똑히 아는 사람은 언제나 뭇 사람을 뒤덮은 어둠 속에서 홀로 움직인다. p104 어느 해엔가 네가 돌아와 벽돌을 치워보면 비가 내릴 때마다 흠뻑 젖어 열쇠는 잔뜩 녹슬어 있겠지. 그걸 보면서 너는 집을 얼마나 오래 떠나 있었는지 퍼뜩 깨닫겠지. 또, 어느 해에는 벽돌 밑이 텅 비어 있을지도. 그러면 너는 대문을 두드리며 내 이름을 소리쳐 부르겠지. 그때 마을에 남은 집은 이미 얼마 없다. 곳곳이 빈집이고 곳곳이 경작할 사람 없는 황무지다. 너는 외부인처럼 담장에 기어올라 우리가 오랫동안 살았던 낡은 마당을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겠지.p165 바깥에서 일하던 사람이 자기 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모습을 보면, 자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런 느낌이 절로 일어난다. 밥 짓는 연기는 집의 뿌리다. 대지 깊숙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늘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연기에 의지해 아득하고 낯선 바깥세상과 어떤 신비로운 연결을 유지한다. p174 내 어머니 고향이여, 내가 삶의 저편로 사라질 때 나는 달리 갈곳이 없다. 그저 그곳, 너에게로 돌아갈 뿐이다. 나에게는 천국이 없다. 오직 고향이 있을 뿐. p351 무언가 하나라도 나를 맞으로 나와야 하는데. 닭 한 마리, 나귀 한 라리라도.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저 흙먼지만 천천히 떨어져 내릴 뿐이다. 마을 밖 황야로 떨어지는 해는 멀리 타향으로 떠나는 것처럼 얼굴을 홱 돌린다. 그에게 왜면당한 나는 좀 서글퍼진다. 이런 황혼 속으로 한 사람이 돌아온 것은 먼지 한 톨이 떨어지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p353 나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없다. 천국이 있을 뿐. 내가 사는 이곳이 고향이고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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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2
  •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요양병원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했다.」 [헤르만 카프카는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체코인이 아니고 유대인이었다. 독일 국민은 아니었지만, 독일어를 사용했다. 태어나서부터 병약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그런 카프카가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레고르 잠자는 벌레가 되기 직전까지 집안의 가장이었다. 그는 힘든 외판원을 하며 가족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 일이 무척 힘들었지만,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벌레가 되어 버리자 가족은효용이 사라진 그레고르 잠자를 처음에 보살피지만 결국 냉대하고 사라지기를 원한다. 결국엔 그는 벌레로 죽는다. 고레고르가 죽자 가족은 평안함을 느끼고 산책하러 나간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친절한 소설이 아니고 읽고 나서도 개운한 소설도 아닌 데다가 쉽게 해석되지도 않는다. 우리에겐 오히려 카프가의 소설보다는 무라까미 하루끼가 쓴 "해변의 카프카"를 읽어 본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은 15살의 남자아이다. 그는 15살이 되자 본인의 이름을 카프카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은 네 탓이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예언 탓도 아니고, 저주 탓도 아니지. DNA탓도 아니고, 부조리 탓도 아니고, 구조주의 탓도 아니고, 제 3차 산업혁명 탓도 아니야. 우리들이 모두 멸망하고 상실되어 가는 것은, 세계의 구조 자체가 멸망과 상실의 터전 위에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지. 우리의 존재는 그 원리의 그림자놀이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아. 바람은 불지. 미친 듯이 불어대는 강한 바람이 있고,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있어. 그러나 모든 바람은 언젠가는 없어지고 사라져. 바람은 물체가 아니야. 그것은 이동하는 공기의 총칭에 지나지 않아. 너는 귀를 기울이고 그 메타포를 이해하는 거야." -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허무함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가 자신의 효용이 다하는 날이 온다. 즉 인간 존재에 대한 상실하는 순간 말이다. 그것이 언제인가? 그레고르 잠자는 더 이상 가장으로 돈을 벌지 못하자 효용이 다한다. 효용이 다하자 그동안 사업에 실패하고 무기력했던 아버지는 다시 직장을 나간다. 어머니는 하숙을 한다. 활력이 없던 가족은 가장역할을 하던 그레고리가 벌레가 되어 버리자 다시 활력을 얻게 된다. 그렇다면 그레고리는 하기 싫던 억지로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사무실 주변엔 구례 병원 요양병원이 있는데 가끔 병원에 갈 때 요양병원 안 병실을 보게 된다. 한 방에 4~6명의 누워 있는 사람들 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이 오직 죽음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 안에 있다. 누군가 죽어 나가면 빈 침대엔 새로운 인간으로 채워진다. 어쩌면 카프카가 이 병실을 보았다면 침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말한 변신한 그레고리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대부분 가족은 요양병원에 가는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 가족에서 돌보기 어려우므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다. 처음에 자주 찾아가지만, 점점 방문이 줄어든다. 주말엔 항상 일이 있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개월에서 수년을 요양병원에 있게 되면 슬슬 이제 죽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있는 가족이 죽게 되면 홀가분한 생각을 하게 되고 밀어둔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현대 사회의 인간은 효용을 가지고 있을 때 가치를 인정받는다. 효용이 없는 인간은 잉여 인간이 되고 쓸모가 없는 인간이 된다. 폐기 처분 되지 않는 방법은 병들지 않아야 하며 돈을 벌거나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노인들은 공공 근로를 신청하기 위해 바쁘다. 자신이 아직은 효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가장들이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평생 하기도 싫은 일에 매달린다.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어쩌면 폭력에 가까운 압박에 의해 어쩔 수없이 지친 하루하루를 숙주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가 벌레가 되어 버리면 폐기 처리가 될 운명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레고르의 시체를 확인한 어머니는, 비로소 그의 몸이 납작하게 말라 있음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신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누이동생은 이따금 아버지 팔에 얼굴을 묻었다. 그들은 가족 테이블에 앉아, 세 통의 결근계를 작성했다. 오늘 하루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전차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 여러 달 동안 하지 못했던 가족 소풍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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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3-12-11
  • 사흘이나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탄한 지리산 제일의 전망대
    12월 중순인데도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였다. 지리산 자락의 함양 금대산(金臺山, 851.5m)으로 오르는 산길 길섶에는 쑥부쟁이의 연보라색 꽃이 반갑게 남아 있었다. 함양 마천면은 예로부터 지리산 가는 으뜸 관문이었으며, 지리산을 조망하는 이름난 전망대가 많았다. 오도재 위의 삼봉산과 마천의 임천(瀶川)을 내려다보는 금대산 등, 이 지역은 지리산 주능선의 북쪽에서 지리산을 전망하기 좋은 지형이다. 함양 금대암 금대 너럭바위 위 전망(사진 이완우) 함양 마천면의 금대산은 임천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을 마주하고 있어서 산줄기로는 지리산 주능선에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 금대산에 있는 금대암과 안국사 등의 사찰을 지리산 절집으로 기록했다. 임천강 물줄기의 근원을 지리산의 만복대 반야봉과 노고단 등의 지리산 주능선으로 보았고, 지리산의 개념을 산줄기와 물줄기를 통합하여 이해한 것이다. 함양 금대암 금대 너럭바위(사진 이완우) 함양 금대산은 '지리방장 제일금대(智異方丈 第一金臺)'로 알려져 왔다. 지리산에서 이곳 금대산 또는 금대암이 으뜸가는 전망대라는 의미이다. 부처가 앉는 자리인 연화대를 금대라고 하는데, 아미타불이 주재하는 서방 정토에서 공덕이 으뜸인 자에게 앉게 하는 자리를 금대라고도 한다. 마천면의 임천 옆 도로에서 건너편 도마 마을의 그림처럼 펼쳐진 다랑논 논배미를 보며 금대암까지 2.5km의 임도를 올라갔다. 이 임도의 중간 지점에 안국사로 향가는 갈림길이 있다. 금대암 가는 임도는 경사도가 만만치 않으며 산줄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금대암에 이르면 암자 앞에 높이 40m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고 수령이라는 전나무가 눈에 띈다. 이 전나무가 지리산의 기상을 표상하는 듯하다. 나한전 옆에 집채만 하게 우람한 너럭바위 윗면은 천연 좌대(坐臺)로서 이곳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는 조망은 장엄하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의 지리산 주능선과 서북능선이 함양 마천면을 중심으로 활처럼 휘어져 생동감 넘치는 전망이 펼쳐졌다. 함양 금대암 앞 전망(사진 이완우) 금대암에는 도선 국사의 일화(逸話)가 전해온다. 그가 지리산 여러 곳을 돌아보며 수행하면서 이곳 금대암 너럭바위에 이르러 지리산 주능선의 전망을 보았다. 그는 사흘 동안이나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도선 국사는 이곳에 머물러서 이 바위 옆에 나한전을 지었다고 전한다. 조선 시대에 관리나 선비들이 지리산을 유람하고 남긴 기록에는 함양에서 지리산의 유산(遊山)을 출발하는 사례가 많았다. 조선 시대의 성리학자들에게 유산은 심성 수양의 실천과 탐구의 과정이었다. 김일손(金馹孫, 1464~1498)의 '두류기행록'에 의하면 그가 이곳 금대암을 방문(1489년 4월 16일)하여 승려들의 범패 수련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한 승려가 물을 긷고 있었다. 뜰에는 모란 몇 그루가 있어 반쯤 시들었어도 매우 붉었다. 승려 20여 명이 뒤따르며 범패를 하고 있었는데 속도가 매우 빨랐다. 금대암이 범패의 정진 도량이라고 한다. 그 법이 정일하여 잡됨이 없고, 나아가되 물러섬이 없었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매진한다고 했다. 함양 금대산 능선길 암괴 천연 방장(사진 이완우) 함양 금대산 지역은 신라의 정치 세력과 관련이 깊다. 태종 무열왕 때인 656년에 이 산에 안국사와 금대암을 함께 창건하였다. 이곳 금대암에서 임천 건너 내려다보이는 군자리에 있었던 군자사(君子寺)는 태종 무열왕의 외조부인 진평왕이 어린 시절 3년간 머물렀던 잠저 터이다. 군자사는 천년 사찰로 조선 시대 중기까지 건재하였고, 금대암과 군자사는 지리산 유람을 시작하는 거점이었다. 조선 시대에 선비나 관리들은 금대산 금대암에서 지리산을 조망하고, 금대산을 내려가 군자사에 며칠씩 머물기도 하였다. 유서 깊은 천년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도 찾아보기 힘든 군사사터를 금대암에서 가늠해 본다. 박장원(朴長遠, 1612~1671)의 '유두류산기'에 그가 지리산을 유산하며 군자사에 머물렀던 기록을 남겼다. 대전(大展)과 방옥(房屋)이 모두 매우 크고 화려하다. 절 서편에는 새로 지은 별전이 하나 있는데 금빛과 푸른빛으로 화려하게 단청하였고 '삼영당(三影堂)'이라 한다. 이 당 안에는 청허(淸虛), 사명(四溟)과 청매(靑梅) 세 대사의 진영(眞影)이 있다. 금대산 정상 금대 암릉(사진 이완우) 금대산 정상은 금대암에서 0.7km 능선 길을 올라가야 한다. 함양 마천면 지역은 노출된 바위와 기반암이 검은색이 짙은 석질이 좋은 마천석 화강암이다. 산 능선에 돌출한 검은색 화강암 바위들은 품격이 출중하다. 산 능선 산길 양쪽에 집채만 한 바위가 비스듬히 맞대 산길이 천연 방장을 이루고 있다. 비바람을 피하며 머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되겠다. 금대산 산마루에 커다란 바위들이 모여 앉아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가깝게 등구 마을이 보이고, 오도재가 보였다. 휴천면으로 흐르는 임천강이 보이고, 천왕봉 아래 칠선 계곡이 보였다. 지리산 천왕봉, 중봉, 제석봉에서 노고단까지 생동감 넘치는 기상으로 주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금대산 정상에서 백운산(白雲山, 903m)으로 향하는 1km의 능선 길은 돌출된 바위와 울창한 숲을 지난다. 백운산 정상은 나무들이 무성하여 지리산 조망이 쉽지 않았다. 지리산은 청산으로 움직이지 않고 고요한데, 백운산은 흰 구름이 오고 가고 있으며 한가로웠다. 금대산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산마루 구간은 지리산의 동부능선에서 서북능선까지 잘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금대산 정상 지리산 조망(사진 이완우) 백운산에서 손에 잡힐 듯한 풍경으로 오도재와 삼봉산을 조망하고, 금대산으로 되돌아왔다. 금대산에서 안국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지름길은 조릿대 군락 사이로 오솔길이 선명했다. 조릿대 잎이 숲속 바람에 흔들리는데, 습기 머금은 오솔길의 황토색 토양은 먼지 없이 깨끗하였다. 금대산을 내려오면서 내내 생각해 보았다. 금대산이 지리산의 드높고 맑은 기상을 품고 싶은 신라 태종 무열왕의 염원이 서린 산이 아니었을까? 금대산과 금대암의 시대를 초월하여 금빛으로 빛나는 '금대(金臺)'에서 속세의 인연으로는 태종 무열왕의 사위가 되는 원효 대사의 정토 사상이 연꽃 향기처럼 피어나고 있는 듯했다. 지리산 여느 산줄기의 등산은 수려한 지리산 자연의 풍광에 더하여 역사와 설화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인문학적 유산(遊山)으로서 의미가 가치가 새롭다. 임천강변의 우람한 '지리방장 제일금대(智異方丈 第一金臺)'의 표지석은 지리산 제일 전망대로 여겨지는 금대산 탐방의 설레는 시점이며 뿌듯한 종점이었다. 지리방장 제일금대 표지석(사진 이완우)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3-12-11
  • 서울의 봄
    「섬진강 편지」 - 서울의 봄 “나는 조정에 벼슬하지 않았으므로 사직을 위해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허나 나라가 오백 년간 사대부를 길렀으니, 이제 망국의 날을 맞아 죽는 선비 한 명이 없다면 그 또한 애통한 노릇 아니겠는가?” - 매천 황현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있는 구례자연드림에서 이십여 리 떨어진 곳에 매천사, 매천 황현선생의 사당이 있다. 지리산 산골까지 경술국치 소식이 전해진 1910년 9월 6일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 순국한 매천의 목소리가 80여 년을 뛰어넘어 영화 속 1979년 12월 22일 반란의 밤에 울리는 한 군인 목소리와 겹쳐 들리는 전율을 느꼈다. “내 눈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매천 황현 - 영화 속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3-12-11
  • 지난 11월 목동반 참여한 행아&차라의 방구일기
    <나무에 욕심생긴 차라의 방구일기>오늘은 목동반날이다. 한달에 한번이라 빠지면 더 아쉬운 날이다. 그래서 날씨가 어마무시 추워도 가야한다. 다행히 못난이쌤이 오전부터 나가면 추우니 사무실에서 피피티로 공부하겠다고 하셨다.오전수업은 기가막혔다. 숯에 대해 공부했는데 불과 친해진 인간들이 숯을 알게되고 철기시대로 입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숯은 우리말로 ‘신성한 힘’이라는 뜻을 가졌다고...그 신성한 힘으로 총을 만들고 그 총을 쥔 자는 초능력자가 된다고 했다. 못난이쌤이 ‘사람이 염력을 쓸 수 있을까요?’라고 하니, ‘염력이 뭔데요~?’라고 질문이 나왔다. ‘움직이게 조종하는거죠.’ 여기저기서 웃었다. 나도 웃으면서 ‘제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그냥은 못하지만 이게 있으면? 하고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모두 나처럼 충격 먹었을까! 총을 쥔자는 염력을 쓸 수 있다는 것. 총을 들고 ‘일어나’ 하면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우린 이미 몇십키로를 단시간에 이동하는 초능력, 하늘을 나는 초능력, 몇천몇억년이 걸려 자연이 만들어놓은 물길을 몇개월만에 일자로 바꿔버리는 초능력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히다. 언젠가 출근길에서 순간이동을 간절하게 원한 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마치 개발이 충분히 된 곳에 이거저거를 더 놓는 마음과 같은 욕구라고 느껴졌다.덧붙여 이런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약한 존재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헐크를 조심해야 하는게 아니라 헐크가 다른 존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니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숲을 해칠 수 있는 나는 경건해진 마음으로 밥을 먹고 오후에 연기암길을 걸었다. 조심스런 손길로 겨울눈을 만지고 바닥을 잘 보면서 걸었다.나무를 직접 보고 배우면 열정이 오른다. 이게 뭘까요 차라? 하시면 맞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도 세번째 듣는 수업이 되니 나무 이름들과는 조금 친해졌다. 난생처음듣는 나무들을 폭탄으로 들은 첫날은 내가 잘 들은게 맞나 띠용인 적이 많았는데! 못난이쌤에게 배운 방식에서 내 뇌를 거쳐 나무 특징을 안까무글라고 적어봤다.누워서 자라면 윤노리,마주나기에 가지끝이 잘린듯하면 고로쇠,근육질 서어,얇은 가로 피목에 동글동글 껍질이 벗겨지고 겨울눈이 45도각도로 탁탁탁되어있으면 느티,울렁울렁 사람주,엄마가 아이를 업은 겨울눈은 때죽,겨울눈이 닭발처럼 세개면 나도밤,겨울눈에 잎자루가 있으면 작살,콩모양으로 내려오면 자귀,지리산에 사는대도 모르겠으면 감,시멘트를 바른듯한 수피는 밤,허여멀겅 합다리,세로로 수피가 벗겨지는 푸조,겨울눈이 느티보다 짱크면 올벚,가로피목에 세로로 갈라진다는데 뭔지 모르겠으면 다 산뽕,벌집모양의 가지는 고광...성미가 급해서 섬세한 것을 관찰하는게 도무지 어려웠지만 오늘은 겨울눈도 자세히 보고 특징도 잘 외워졌다. 반복된 학습과 함께하는 분들 덕분일테다. 나무에 대한 멍충미를 발휘하며 웃고 또 웃은 하루다.1월에는 수업을 안하시니 12월에도 빠지지않고 꼭 복습해야지 또 나무를 만나러 가야지! 같이 도시락 나눠먹고 같이 춥고 같이 나무 공부해욤. <목동반 참여한 행아의 시>겨울눈 우리 모두 겨울눈 죽을 때까지 겨울눈작은 것을 오래 보고 있으면 지나친 것들이 비집고 들어 온다미꾸라지가 돌 사이를 지나가는 느낌이다 머릿속에서 소ㅑ악-~1시간 동안 다양한 겨울눈을 관찰하면서 그냥 흘려보내버렸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겨울눈은 겨울을 나기 위해 꽃과 잎을 피우기 전에 마주 하거나 어긋나게 자리한 아주 작은 몸집들이다문득 나무의 시간과 내 삶의 시간이 같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에스쳐 지나간 생각과 아름다움, 믿는 것들에 대한 믿음의 힘, 좋아하는 마음들을 지치지 않고 흐르는 대로 보듬고 싶다 했다.거의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에도 아주 작은 겨울눈을 지켜내는 나무와 뜨거운 흙의 운동처럼나에겐 나무의 시간과 같이 흐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시를 쓰는 것!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11
  • 수달레이스 다녀온 장이의 방구일기
    지리산 코딱지들의 상냥한 안내를 통해 ‘수달레이스’라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양반새라는 탐조모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뭔가 달리기 경주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어서 루트를 빨리 달려야하는 것인가(?) 자신이 없어져 재차 물었더니 수달의 생태를 함께 관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신기했다. 우리에겐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져있는 수달을 관찰하다니, 게다가 ‘수달아빠’가 안내해 준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레이스를 기다렸다.레이스를 기다리던 중 불현듯 떠오른 기억. 만나서는 안될 위치에서 우연히 만난 수달들이 떠올랐다. 몇 년 전 나는 엄마와 고군산열도라 불리는 섬 여행을 위해 새만금방조제를 건너고 있었고 사람의 방향을 가로지르며 건너는 한 가족이 있었다. 수달 가족이었다. 엄마로 보이는 수달과 2-3개월령 정도의 고양이 크기의 아기수달이 4-5마리 쯤 엄마를 따랐다. 방조제를 따라 주행하던 모든 차들은 일제히 속도를 줄여 수달 가족의 횡단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라봤다. 길은 안전하게 건넜지만 도로 연석이 문제였다. 엄마수달은 연석을 오르는 방법 알려주려고 거의 부메랑 영상앱처럼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수달아기들에겐 그 높이가 너무 높았다. 야생동물이라 사람이 도와줄 수도 없었고 수달엄마도 어쩐일인지 목덜미를 잡고 끌고가진 않았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만 반복할뿐… 차량정체로 인해 그 자리를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가끔 그 수달 가족은 잘 건넜는지 건넜다면 그 다음엔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던 차 였다.이후에 나는 귀촌을 해 구례에 정착했고, 비건이 되었고, 수라라는 영화를 보고 울었고 (그때도 그 수달 가족을 떠올렸고), 코딱지들을 포함해 자연과 동반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수달레이스를 통해 ‘안타까운 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동네’에 내가 직접 방문해보게 된 것이다. 수달이 사는 곳에 내가 함부로 가도 될까… 수달에게 초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입장바꿔 생각하면 좀 싫을 것 같기도 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수달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널리 공유하는 것이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작은 근거라도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추스렸던 것 같다.과거의 기억과 복잡 미묘했던 감정이 사그러진 후 수달레이스가 시작되었다. 2일에 걸쳐 진행이 되었고 1일차는 수달의 생태에 대해 강의를 듣고 주요 수달 동네를 돌며 위치를 확인했고 2일차 새벽에 본격적인 수달 관찰을 했다. 생각보다 수달의 동네는 아주 가까웠다. 아니 우리의 동네와 다르지 않았다. 여기 이 개울에 이 저수지에 수달이 산다고!? 오, 이런~! 수달, 너를 만나면 나는 무슨 말을 해 줄까? 뭔가 잔뜩 흥분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 ‘수달학원’이 있는데 너랑은 상관없이 수학을 가르치더라… 라는 시시껄렁한 농담도 건네고 싶었다.1일차 탐색 때 수달의 동네 답게 수달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다. 귀여운 발자국과 분변이었다. 수달아빠가 냄새를 권해 냄새를 맡았다. 똥냄새라기 보다는 국멸치 냄새였다. 신기했다. 오로지 물고기만 편식하는 수달 분변에서만 날 수 있는 냄새라고 한다. 그 다음부터 포인트에 가면 분변 먼저 찾고 냄새를 맡아 보기 시작했다. 멸치냄새가 나면 수달의 것이다.2일차 새벽에는 3-4개 조로 나누어 집중 관찰을 했다. 나는 지난 밤 분변이 많이 쌓여있던 개울의 모래톱을 담당했다. 차안에서 숨을 죽이고 수달을 기다렸지만 여명에 찰랑거리는 물멍에 빠질 뿐 수달이 나타나진 않았다. 수달아빠와 몇 가지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여 관찰했지만 당일 수달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포인트 족족 멸치냄새가 그득한 그들의 귀여운 분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쉽거나 안타깝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잘 살고 있구나. 안심이 되었다. 원래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지라. 흐흐흐.관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흩어졌던 한 조에서 수달 두 마리를 보았다는 축전을 전달 받았다. 와! 축하드립니다. 무엇을 축하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기뻤고 축하를 건넸다.모두 모두 마음을 다해서.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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