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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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 거대한 가속에서 담대한 전환으로
    음력 정월 보름 한국의 대표적인 세시 명절의 하나. 음력 새해의 첫 보름날을 뜻하며,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던 한국에서는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해 농사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는 날이었다. <삼국유사>에 대보름에 대한 첫 기록이 남아 있으나, 그 이전부터도 대보름은 한국의 중요한 절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제의 형태로 다양한 제사와 의례가 전해지고 있으며, 지신밟기와 쥐불놀이처럼 농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놀이도 전승되었다. 약식과 오곡밥, 묵은나물, 부럼깨기와 같은 절기 음식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월대보름(2월15일) 여러분들은 서로 건강을 기원하며 5곡밥에 9가지 묵은 나물을 비벼먹고, 호두,밤,땅콩 부럼을 까며, 귀밝이술을 마시고, 더위도 팔면서 함께 사는 즐거움을 나누셨나요? 코로나 이전에는 마을마다 밝고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집을 태우고 쥐불놀이도 하며 흥겹게 풍악을 울리며 즐거웠는데 이제는 코로나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로 안타깝게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나마 그 다음날인 16일 저녁7시30분 남원 제일교회에서는 환하게 웃는 둥근 보름달같은 조천호 교수님의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였습니다. 조천호 교수님은 꼼꼼한 자료 준비와 논리적인 강의로 기후위기 관련한 중요한 사실을 잘 짚어주셨는데 기후위기를 맞아 우리는 왜 전환해야 하는지, 가후정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해 주셨습니다. 강의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주소줄을 클릭하셔서 찬찬히 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강의 듣기 https://www.youtube.com/watch?v=_uwlLzNFkMI 이후 조천호 교수께서는 기후위기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뜻으로 강의료를 수령하는 대신 전액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에 기부하셨는데 강의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성장에 대한 집착과 탐욕을 버리고 소탈한 삶, 연대의 삶을 실천하려는 진심이 느껴지는 분이였습니다. 오래 전 보통의 우리 모두를 가슴으로 울리고 격려가 되어준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자꾸 떠오르는 시간이였습니다. 영웅이 아니어도 최고가 아니어도 나의 일상의 중심을 잡아주고 지켜주는 '나의 아저씨들'이여, 화이팅!! 코로나, 기후위기가 두렵고 불안하고 억울하지만 우리 곁에서 서로를 안아주고 있는 생명들에게 더욱 감사하고 나도 더 꼭 끌어안고 마주 잡은 손에 힘을 더하겠다고 달님께 약속하였습니다. #기후정의 누구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맞이하기를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_조천호강연 기후위기, 거대한 가속에서 담대한 전환으로
    • 지리산 오늘
    • 기후 위기
    2022-03-23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마루야마 겐지 일본인 마루야마 겐지는 동경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고 글을 쓰고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25살에 귀농을 하고 집필에 전념하며 그의 농촌 체험기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고재운 옮김)” 펴내며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성 조언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도시인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시골이나 귀농에 대한 환상을 와삭 부셔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 목차만 훑어봐도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 어딜가든 삶은 따라온다.”,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거친 자연과 시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시골에 오니 좋은 것은 많다. 산이 바로 앞 마당이고 눈 앞에 푸른 산이 펼쳐져 있으니 산보가 등산이고 오염이 적은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조용하고 한가하며 먹거리는 모두 유기농이라는 것 등 셀 수 없이 많다.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 내가 알아온 진리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르는 일은 어쩌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겐지가 지적한 대로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그는 “혹독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그림 같은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겐지가 지적하는 엄청난 위험은 모른척한다 하더라도 시골에 살려면 우선 내 마당 내 집에 드나드는 작은 동물과 곤충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내 집 마당이라고 집안에서 입던 반팔과 반바지로 마당에 나섰다가는 모기, 진드기, 심지어 쯔쯔가무시라는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에 무방비로 희생 될 가능성을 절대로 피 할 수 없다. 집 안이라고 안전하지 않다. 잠자리 풍뎅이 말벌조차 때론 길을 잘못 찾아 나와의 동거를 요구한다. 비 오는 날이면 배로 기어 다니는 것들도 동거에 참여하려 한다.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대신 자외선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농부치고 하얗고 뽀얀 얼굴은 가진 분을 본 적은 드물 것이다. 뭔가 갑자기 필요한 것이 생길 때는 꼬불 꼬불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야하고 공공 시설의 혜택은 대충 포기하는 것이 맘 편하다. 요즘은 도시에서도 작은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도 밭을 가꿔본 사람은 안다. 밥상에 무공해 유기농 채소 한 접시 올리기 위해서 흘려야 하는 땀과 잡초와의 치열한 전쟁과 그것에 들여야 하는 시간을. “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갠지가 지적했듯이 농부 흉내라도 내며 조그만 텃밭 가꾸는 것도 허리가 휘어지게 벅찬 일이다. 내 손으로 돌을 고르며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비에 넘어지면 일으켜주는 수고를 한 끝에야 비로소 유기농 채소라 불리는 나물 한 접시가 상에 올라 오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갠지는 처음 대하는 거친 자연과의 조우에 대해서도 경고하지만 처음 만나는 시골의 낯선 이웃들에 대한 경고에 더 한층 수위를 높인다. “깡촌에서 살인사건 벌어지고”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이 시골에 있다고 겁을 준다. 그리곤 범죄자들이 시골로 이주하고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으니 가능한 큰 개를 기르라고 조언한다. 한술 더 떠 침실을 요새화하고 수제창까지 준비하라고 순진한 도시인을 공포에 몰아 넣는다.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 한 것”이라며 차라리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으라”고 까지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관심 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라며 허를 찌른다. 겐지가 이렇게 자연과 사람에 대해 경고하는 이유는 어디에서나 삶이 그렇듯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으며” “어딜 가도 삶은 따라온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또한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으니” 떠나기 전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조언인 것이다. 아니면 차라리 도시와 시골의 중간인 별장지대를 적격이라고 추천한다. 시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하려고 할 때 “유유자적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식의 추상적인 바람이어서는 안되며”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하며” 그것도 “하면 할수록 심오함이 느껴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갔을 정도로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멋진 풍경에 취하고, 단지 그것만으로 행복과 충만감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런 날들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는 단언한다. 겐지는 그의 40년 체험한 시골생활의 경험으로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깨고 환경과 사람과의 관계를 직시 할 수 있도록 충고하고 있다. 그의 조언은 결국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귀착된다고 본다.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 지는 것은 아니고” “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으니” “병을 불러 들이는 생활 태도”부터 고치라고 말한다. 그가 건네 주는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시건 시골이건 “홀로서기”에 성공하여 “자신다운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이 치유”라며 “불편함”이 심신을 단련시켜주고 뇌를 말끔하게 청소해주며 당신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 돌려 준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건 한번쯤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인다면 의존하고 있는 그것에서 조금 더 “홀로 서기”에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은 그런 것이다. 목차 서문 0061장.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0162장. 경치만 보다간 절벽으로 떨어진다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0233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자연의 성깔을 알아야 한다 030 /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0314장. 텃밭 가꾸기도 벅차다농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038 / 구급차 기다리다 숨 끊어진다 0425장.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당신은 맛이 다한 차가 아니다 047 / 당신의 가난은 고립무원이다 050사이비 종교인들에게 당신은 봉이다 052 / 술을 마시는 건 인생을 도려내는 일 0546장. 고독은 시골에도 따라온다외로움 피하려다 골병든다 062 / 자원봉사가 아니라 먼저 자신을 도와야 한다 0657장.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072 / 자연보다 떡고물이 더 중요하다 074윗사람이라면 껌뻑 죽는다 076 / 다른 소리를 냈다간 왕따당한다 078공기보다 중요한 지역 사람들의 기질 080 /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 0838장.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시골로 이주하는 범죄자들 090 / 가능한 한 큰 개를 길러라 093 / 침실을 요새화해라 094수제 창을 준비해라 096 / 군침을 흘리며 당신을 노리고 있다 1019장. 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관심받고 싶었던 건 당신이다 112심심하던 차에 당신이 등장한 것이다 115그들에게 마을은 나의 집 118 / 돌잔치에 빠지면 찍힌다 120모임에 도시락을 대 주면 당선 12210장.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 131이주자들과만 어울리면 사달 난다 132 / 시골을 농락하는 수상한 사람들 13511장.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자신이란 자연을 먼저 지켜야 한다 144젊음을 흉내 내야 할 만큼 당신 젊음은 참담하지 않았다 149엄마도 아내도 지쳤다 153 / 엎질러진 시골 생활은 되돌릴 수 없다 15612장.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의사만 믿다 더 일찍 죽는 수가 있다 165병을 불러들이는 태도를 뜯어고쳐라 170잘 먹고 잘 생활하면 잘 죽을 수 있다 17313장. 불편함이 제정신 들게 한다멋진 별장도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 180불편함이 치유다 185 / 천국이나 극락으로는 이주할 수 없다 187죽음의 시기는 자신다워질 마지막 기회 191 마루야마 겐지 (Kenji Maruyama,まるやま けんじ,丸山 健二) 1945년 나가노 현 이에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3년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통신담당 사원으로 취직하였으나, 1966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설 《여름의 흐름》을 썼다. 그것이 1966년이었다. 이렇게 난생 처음 쓴 작품으로 그는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일본문학 사상 최연소로 수상하였다.1968년 소설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며 50년 가까이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파랑새의 밤』, 『달에 울다』, 『물의 가족』 등을 썼고, 산문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개와 웃다』, 『세계폭주』, 『산 자에게』, 『취미 있는 인생』,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등을 썼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3
  • 얼레지
    얼레지 Dog-tooth Violet 얼룩취, 가재무릇 분류백합목 > 백합과 > 얼레지속 꽃색보라색 학명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 개화기4월 잎사귀에 얼룩무늬가 있어 얼레지라 부른다. 주로 보라색 꽃이 피는데 가끔 흰얼레지도 보인다 숲 속 나무 그늘에서 자라고 햇살 좋은 날이면 꽃잎이 뒤로 완전히 젖혀지는 모습이 가재가 두발 들고 있는 모습같아 ‘가재무릇’이라고도 한다. 영락없는 치마 쳐들고 있는 모습에 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다 -섬진강 / 김인호 -2022년 3월 21일 -아주 가끔 보이는 흰얼레지 -2020년 3월 19일 촬영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3-22
  • 만주바람꽃
    만주바람꽃 Manchurian isopyrum 분류미나리아재비과 꽃색옅은 노란색과 흰색 크기키는 약 15~20㎝ 정도 학명Isopyrum manshuricum (Kom.) Kom. 분포지역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 중국 동북부인 만주, 우수리 강 등지 북방계 식물로 주로 중부 이북지방인데 특이하게 남쪽지방 지리산 인근과 거제도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 만주바람꽃 -생각 꽃 한 송이 황사바람 멎기를 기다리는 순간, 만주바람꽃도 황사바람을 타고 만주에서 날아온 씨앗이 꽃을 피운 것일까 내 마음도 이 바람에 띄워 그대 마음에 닿아 환한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꽃 한 송이 내 안에 피어난다 - 김인호 시집 <꽃 앞에 무릎을 꿇다>중에서 -2022년 3월 21일 촬영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3-22
  • 세계 물의 날 2022년 3월22일
    오늘은 세계 물의 날 매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하여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유엔(UN)이 매년 3월 22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정한 날이다. 마지 못해 살지만 인간의 발길이 뜸하니조용해서 살아가고 있다 야생동물은 그곳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2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뿌리를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가며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한다. 뿌리가 빨아올린 영양분은 든든한 몸통을 타고 올라 줄기를 형성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사람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어머니와 아버지는 뿌리고 자식은 열매라고 볼 수 있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이정록시인의 글을 읽으면 '뿌리'와 '열매'가 바로 생각난다. 이정록이라는 시인은 그의 어머니, 아버지라는 뿌리가 주는 양분을 야금 야금 아니 듬북 듬북 받은 열매라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 것이다.'어머니 학교'는 어머니의 말씀에 이정록이라는 시어를 입혀 탄생한 시나무다. 그는 그저 지나칠, 어떤이는 잔소리라 할 어머니의 말씀이 '아름다운 시'라는 진리를 발견하고 글로 적는다. 어머니는 교회나 절에 가지 않았지만 하느님과 부처님의 마음을 이미 삶으로 터득한 사람이다. 가슴 우물(어머니학교 48)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겄냐? 내 잘못이라고 혼잣말 되뇌며 살아야 한다. 교회나 절간에 골백번 가는 것보다 동네 어르신께 문안 여쭙고 어미 한 번 더 보는 게 나은 거다. 저 혼자 웬 산 다 넘으려 나대지 말고 말이여. 어미가 이런저런 참견만 느는구나. 늙을수록 고양이 똥구명처럼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한숨을 말끔하게 내몰질 못해서 그려. 뒤주에서 인심 나는 법인데 가슴팍에다 근심곳간 들인 지 오래다 보니 사람한테나 허공한테나 걱정거리만 내뱉게 되여.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리지 못하니께 가슴 밑바닥에 어둠만 출렁거리는 거지. 샘을 덮은 우덜거지를 열고 들여다봐라.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더.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가슴 우물 /전문) 이꼴 저꼴 다 본 어머니의 말씀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는 말씀을 가장이 된 시인은 금쪽 같이 받아 적는다. 가장(어머니학교 58) 높은 데다 꾸역꾸역 몸 올려놓지 마라. 뭐든 잡아먹으려고 두리번거리는 놈하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흘깃거리는 것들이나 꼭대기 좋아하는 거여. 상록회장에 이장만 안 했어도 십 년은 더 사셨을 거다. 대통령한테 마을 밤나무단지 하사금 타내려다가 시비가 붙어 코뼈가 가라앉은 것도 책임 떠맡은 죄 때문이 아니냐? 남자는 가장 하나만으로도 허리가 휘고 그늘 벖을 날 없는 겨.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가장/전문)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을 기억하면 글이 되는 사람이 이정록이다.(아들과 아버지) 그러니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뿌리가 없었다면 이정록 시인이란 열매도 없었을 것이다. 어린 이정록(아들과 아버지)이 생쥐 꼬리에 불을 붙여 친구 '놀새'에게 하려는 복수를 보면 분명히 '커서 뭐하나 할 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요하고 계획적이다. 그렇다고 뭐 꼭 성공하지는 않지만. 역시 그는 커서 놀새에게 복수하듯 끈질기게 글을 써 시인이 되었다.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옛말은 틀린 적이 없다. 성장하는 나 아버지는 저에게 꿈을 적어 보라고 했죠. 오래도록 머리를 긁적이다가 부끄러운 얼굴을 쳐들었죠. 아버지가 볼까 봐 한 손으로 종이를 가렸죠. 거기에는 세로로 성 행 위 라고 쓰여 있었죠. 화가 난 아버지가 다짜고짜 머리통을 쥐어박았죠. 내 꿈 위로 눈물이 떨어졌죠. 울긴 왜 울어? 뭘 잘했다고? 아버지가 역정을 냈죠. 아버지의 우람한 손아귀에서 나의 초록 꿈이 부르르 떨었죠. 아버지가 내 손을 힘껏 떼 내자 나의 당찬 꿈이 드러났죠. 성장하는 나 행복한 가족 위로할 줄 아는 어른 (성장하는 나 /전문) 시인의 눈엔 사물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처럼 보이다가도 그것들 때문에 또 마음이 아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산다 자주감자가 첫 꽃잎을 열고 처음으로 배추흰나비의 날갯소리를 들을 때처럼 어두운 뿌리에 눈물 같은 첫 감자알이 맺힐 때처럼 싱그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눈물겹고 흐뭇하고 뿌듯하고 근사하고 짜릿하고 감격스럽고 황홀하고 벅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 때문에, 운다 목마른 낙타가 낙타가시나무뿔로 제 혀와 입천장과 목구멍을 찔러서 자신에게 피를 바치듯 그러면서도 눈망울은 더 맑아져 사막의 모래알이 알알이 별처럼 닦이듯 눈망울에 길이 생겨나 발맘발맘, 눈에 밟히는 것들 때문에 섭섭하고 서글프고 얄밉고 답답하고 못마땅하고 어이없고 야속하고 처량하고 북받치고 원망스럽고 애끓고 두렵다. 눈망울에 날개가 돋아나 망망 가슴, 구름에 젖는 깃들 때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전문) 몇개의 말로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닌가. 삶의 축약이다. 그늘과 햇살, 마을과 무덤, 파란만장, 나비! 생 느티나무는 그늘을 낳고 백일홍나무는 햇살을 낳는다. 느티나무는 마을로 가고 백일홍나무는 무덤으로 간다. 느티나무에서 백일홍나무까지 파란만장, 나비가 난다. (생/전문) 이정록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고,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한성기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달진문학상,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림책 『아니야!』 『어서 오세요 만리장성입니다』 『나무고아원』 『황소바람』 『달팽이 학교』 『똥방패』, 동시집 『지구의 맛』 『저 많이 컸죠』, 『콧구멍만 바쁘다』, 동화 『미술왕』 『대단한 단추들』, 청소년시집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까짓것』과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정말』 『의자』,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등을 출간했습니다.
    • 이야기
    • 사는이야기/책마을
    2022-03-22
  • 3월20일 산수유마을 봄꽃여행
    3월20일 현재 산수유마을 개화현황과 봄꽃여행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2022-03-22
  • 산수유가 절정인 봄날 노고단에서 상고대 일출을?
    춘분을 하루 앞둔 3월20일에 노고단에서 상고대 일출을 만났습니다
    2022-03-22
  • 히어리
    히어리 분류 장미목 > 조록나무과 > 히어리속 꽃색 노란색 학명 Corylopsis gotoana var. coreana (Uyeki) T.Yamaz. 개화기 4월, 3월 한국 특산종이며 잎의 모양이 개암나무를 닮아 속명이 Corylopsis이고, 영어 이름도 ‘한국의 겨울 개암’으로 표기된다. 5장의 연둣빛이 도는 노란 꽃잎이 마치 작은 종지 모양으로 달려 땅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히어리라는 이름도 참 예쁘다. 이름의 어원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얼레지와 더불어 순수한 우리말 이름의 꽃이다. 경상남도 남해군,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 전라북도 남원시, 전라남도 순천시,곡성군, 장흥군 등에서 자생하며, 생강나무, 산수유와 비슷하지만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식물Ⅱ급으로 지정돼 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 섬진강 / 김인호
    • 이야기
    • 지리산 생태 이야기
    2022-03-21
  • 화엄사 홍매 소식
    「섬진강 편지」 - 화엄사 홍매 소식 화엄사 홍매는 언제 볼만하겠냐고 물어와 홍매 안부를 띄웁니다 어제부터 매화가지 끝부분부터 피기 시작했는데 화엄사 측 예견으로는 24, 25일 쯤에 활짝 필 것으로 예상하네요. 예년보다 꽃 피는 시기가 늦어져 화엄사 홍매 사진콘테스트 마감도 3월 27일에서 4월 3일까지 1주일이 연장 되었습니다. 그날의 화엄사 홍매 사진을 화엄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으니 확인해보시고 홍매사진콘테스트 공모 내용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참, 길상암 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화엄사 들매화 꽃은 지금이 한창입니다. 화엄사 홈페이지 ☞ http://hwaeomsa.or.kr/
    • 지리산문화
    • 섬진강 편지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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